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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풍경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제주 돌담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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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의 울담.
  제주 돌담은 화산회토(火山灰土) 제주의 상징이다. 제주 사람들은 삶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하여 ‘울담’과 ‘밭담’을 쌓았고, 외부의 침입에 대비하여 해안선을 따라 성도 둘렀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기 위해서 무덤 주변에 또 ‘산담’도 쌓았다.
 
  ‘울담’은 가정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돌담으로, 집 주변을 두른 울타리 담이다. 살아 있는 자의 생활 영역인 ‘울담’은 거센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바람 길을 숭숭하게 뚫어 놓은 잘 쌓은 담이기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일대의 밭담.
  제주의 돌담은 유혹의 문이다. 이 구멍을 통하여 집안 동정을 살피고, 상황에 맞게는 친구를 불러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는 결혼을 약속하고도 살림이 어려워 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생활이 펴지면 식을 올리게 되는데, 이때 이미 낳은 아기가 문제가 된다. 아기 어머니는 며느리로서 당당하게 ‘이문(대문)’을 지날 수 있지만 아기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때 ‘이문’을 지키는 신(神) 몰래 집안으로 들여보내는 어쩔 수 없이 넘는 문이 높은 울담이다. 울담은 우회의 문이고, 관용의 벽인 셈이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어촌 포구의 돌담.
  밭담은 밭과 밭의 경계를 가르는 담인 동시에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연날리기 하다 손이 곱은 아이들의 피신처였고, 일을 하다 숨을 고르는 어른들의 쉼터이기도 하였다. 구불구불한 밭담은 대자연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외지인들은 이런 모습에 감탄하지만 제주의 옛 사람들에게는 고충의 공간이기도 하였다.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대천동의 산담.
  《동국여지승람》(1481) 제주목 풍속조에 따르면, ‘《동문감》에, … 밭은 예전부터 경계의 밭두둑이 없어서 강하고 사나운 집에서는 날마다 누에 뽕잎 먹듯 하므로 백성들이 괴롭게 여겼다. 김구(金坵)가 판관(1234~1237)이 되었을 때 백성의 고충을 물어서 돌을 모으고 담을 쌓아 경계를 만드니 백성들이 편하게 되었다’고 한다. ‘강하고 사나운 집에서는 날마다 누에 뽕잎 먹듯’ 내 밭을 빼앗아 밭의 면적을 늘리려 했으니 밭의 경계를 두고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의 각박한 세태를 엿보는 듯하다.
 
제주 서귀포시 구좌읍 평대리의 밭담.
  ‘산담’은 죽은 자의 영역을 표시하는 담이다. ‘산담’은 외담으로 하기도 하지만 좀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하여 겹담으로 두르기도 한다. 죽은 자가 드나드는 ‘시문(屍門)’도 내는데, 이 문은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하는 문이다. 이응호(李膺鎬)의 《탁라국서》(1931) 〈외편〉에 의하면, ‘산불이 무덤으로 번지는 것, 마소가 무덤을 파헤치는 것, 그리고 경작지가 차츰 무덤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산담을 쌓았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주 돌담에는 이렇듯 싸움과 재난을 미리 막으려는 제주 사람들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새해를 맞는 우리들 마음에도 지혜의 담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일이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의 울담을 지나는 망아지.

돌담 곁에 세워진 석상(石像).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민속마을의 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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