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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하단의 마지막 배목수 金昌命 장인

韓船, 전통을 넘어 미래로

글 : 박준성  해군사관학교 교수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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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목수 김창명 장인이 부산 하단 포구에서 올해 건조한 범선에 황포 돛을 달고 노를 저어 시범 항해하고 있다.
  “행님이 만든 배는 예술이지예. 바람 불면 모터보트보다 빠르다 아입니꺼.”
 
  부산 하단의 어촌계 포구에서 60여 년 평생을 바쳐 한국 전통 범선을 만들고 있는 김창명(金昌命·76) 장인. 이곳 어촌계원들이 그를 추켜세우며 말한다. 증조부 김두행을 시작으로 4대째 같은 곳에서 살며 전통 범선을 만들어 오고 있는 그다. 현재 그와 같이 전통 범선을 만들 수 있는 장인(匠人)은 전국적으로 무형문화재 조선장 4명을 포함해 수 명에 불과하다. 그가 뚝심으로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 온 결실일까, 현재 부산시에서 그를 두고 무형문화재 ‘조선장(造船匠·한선을 만드는 장인)’ 심의를 진행 중이다.
 
배목수 김창명 장인이 부산 하단 포구에서 올해 건조한 범선에 황포 돛을 달고 노를 저어 시범 항해하고 있다.
  전통 범선은 발주가 거의 없다. 튼튼하고 편리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 어선이 등장하고 난 뒤부터 사라져 가고 있다. 무형문화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목수는 ‘먹고살아야 하기에’ 현재 FRP 어선을 수리하는 일로 연명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쉬고 있다. 과거 서울 밤섬에도 전통 배목수가 많았다. 밤섬은 위치상 한강을 건너는 강선(江船)이 필요했을뿐만 아니라 인근 양화진과 강화도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가 바다로 항해할 수 있는 해선(海船)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의도 개발로 밤섬이 폭파되고 난 뒤 이주하면서 ‘조선기술자’에서 한순간에 ‘건축 막노동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후 서울시 무형문화재 6호 조선장 박정옥 옹이 사망하자 영원히 서울시 무형문화재 ‘조선장’의 대는 끊기고 말았다. 김창명 장인이 속한 낙동강 하류 부산 하단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 제주도 범선 ‘덕판배’를 만들 수 있었던 유일한 장인 김천년씨의 작고(作故) 후 덕판배 배목수의 명맥이 끊긴 것처럼 말이다.
 
활짝 웃는 김창명 장인. 주름진 그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올해 건조한 황포돛배가 제일 아름다운 기라. 우리 어촌계에서도 다들 그래 말한다 아입니꺼.”
 
  지금까지 건조한 돛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배를 꼽으라는 질문에 올해 건조한 황포돛배를 가리킨다. 2년 만에 돛배 발주가 들어온 것이다. 새하얀 선체에 흰 광목 천을 달고 선체 테두리에는 두루미 날개처럼 검정 테를 단 돛단배다. 선미에는 두루미(단정학)의 ‘단정(붉은 정수리)’처럼 새빨간 반원이 그려져 있다. 천년학 귀공자 자태 새하얀 돛배를 보는 눈에 안타까움이 더하는 건 왜일까? 멸종위기종 두루미가 멸종동물 따오기의 뒤를 이어 사라지듯 새하얀 돛배도 첨단 선박에 밀려 사라질지 모른다는 건 지나친 생각일까. 다만 확실한 것은 ‘전통’의 장인정신을 지키지 않는 한 세월호와 같은 첨단 선박도 대형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미래’는 ‘전통’에 있는지도 모른다.⊙
 
황포로 만든 돛을 정리하고 있는 김창명 장인.

김창명 장인이 배에 사용될 목재를 만력기(죔쇠)로 조이고 배 못으로 잇고 있다. 배 만들기는 말린 삼나무로 배의 밑판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 밑판 작업은 두꺼운 판자를 여러 장 놓고 만력기로 조여 배 못으로 잇는 일의 연속이다.

배를 만드는데 쓰일 나무 판자의 겉 표면을 대패로 다듬고 있는 김창명 장인의 거친 손에서 그의 오랜 노고가 엿보인다.

김창명 장인이 판자를 이어 만든 목선의 구석구석을 손보고 있다. 목선을 만드는 데는 나무를 건조하는데 3개월, 조선하는데 대략 3개월이 소요된다.

김창명 장인이 목선에 쓰일 판자를 재단하기 위해 ‘ㄱ’자와 먹칼(먹을 묻힌 나무칼)을 이용해 표시하고 있다.

무거운 공구를 들고 부산 하단의 포구를 지나는 김창명 장인.

만력기(죔쇠), 자, 도끼, 끌, 배 못, 각종 대패와 먹칼 등 60년 한평생 배목수의 길을 걷고 있는 김창명 장인의 공구들. 4대에 걸쳐 사용한 공구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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