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 수제 스노보드 제작사, 빅보이커스텀 : 월간조선

눈이 부시도록 하얀 설원 위. 태극기가 그려진 스노보드를 탄 보더(boarder)가 화려한 점프 묘기를 펼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스노보드 데크(몸체)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한글이 새겨져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글 디자인 데크. 국내 유일한 수제(手製) 스노보드 제작자, 김종현(36)씨의 작품이다.

‘빅보이’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김종현씨는 14년차 경력의 프로 스노보더다. ‘살로몬 스트릿세션’과 ‘EXR 스노보드 페스티벌’ 등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스노보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인지도가 높다. 화려한 선수 경력을 가진 그가 스노보드 제작에 뛰어든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김씨가 다양한 묘기를 부리며 대회를 치르고 나면 일 년에 4~5장의 데크는 그의 체구를 못 이겨 부러지곤 했던 것. 그는 키가 183cm가 넘는, 애칭 그대로 ‘Big Boy’다.

김종현씨가 고객이 직접 디자인한 그림 시트를 데크 코어(데크의 기본이 되는 나무판)에 붙이고 있다. 손으로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드는 수제 스노보드 데크다.

“스노보드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데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제 몸에 맞는 튼튼한 데크를 가지고 싶어 직접 제작하게 됐어요.”

그는 1년여를 미국 LA 전역을 돌며 기술을 배워 와 지난 2012년 9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자신의 애칭을 딴 ‘빅보이 커스텀’이라는 스노보드 제작소를 열었다.

“수제 스노보드는 크기와 데크의 탄성, 그래픽 디자인까지 맞춤 제작이 가능해요. 체형이 남달라 크기 조절이 필요하거나, 보딩 때 묘기를 많이 부려 데크에 부분적인 탄성을 주고 싶을 때, 기성품에 만족 못하는 보더들이 주로 주문해요.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데크에 입힐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지요.”

김종현씨가 태극기와 ‘독도는 한국땅’ 글귀를 넣은 스노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스노보드 제작소 문을 연 김종현씨는 한글과 태극기가 들어간 데크를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문을 연 지 1년여 동안 200~250장 정도를 생산했다. 수제 스노보드를 찾는 사람은 주로 좀 타 본 이들, 데크에 대해 아는 보더들이다. 해외 공장에서 찍어낸 양산 데크에 익숙한 이들을 상대로 무명의 국산 제작자가 일년 동안 올린 수익치고는 고무적인 수준이다. 그가 제작한 데크를 이용하는 스노보드 선수로는 전 국가대표팀 소속인 박광수 선수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있어요. 한국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데크, 태극기와 한국말이 쓰인 스노보드를 타고 당당하게 평창의 설원을 누비는 모습. 상상해 보세요. 환상적이지 않나요? 평창에 제 손으로 만든 한글 데크를 선보이는 것이 지금 현재 최고 목표입니다.”⊙

방금 손질을 마친 나무 합판 위의 먼지를 정리하고 있는 김종현씨. 빅보이 커스텀은 탄성이 좋은 대나무 합판을 데크 우드로 사용한다. 해외 스키장은 설질이 부드러운 가루 형이라 딱딱한 데크가 어울리지만, 우리나라는 강설(强雪)이라 데크에 탄성이 있어야 묘기를 부리며 스노보드를 즐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