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맛의 비밀 - 강릉 초당 두부 마을 : 월간조선

동해바다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무렵이면 강원도 강릉의 초당 마을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두부로 유명한 초당마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콩 물을 끓여 두부를 만든다. 콩 익는 구수한 냄새가 동네 발치까지 닿으면 해돋이 구경꾼들은 하나둘 마을로 발길을 돌린다. 오랜 시간 손때 묻어 반질반질해진 상에 손님들이 앉기 무섭게 주인장은 갓 쑤어낸 뽀얗고 보드라운 초 두부(순두부)와 비지찌개를 내온다. 뜨끈한 두부를 한입 가득 넣으니 얼었던 몸은 사르르 녹는다.

두부 만들기의 첫 순서는 콩 불리기와 콩 갈기다. 콩 불리기는 계절마다 시간이 달리 걸리는데, 여름에는 6시간, 겨울에는 12시간가량이다. 예전에는 콩을 맷돌로 갈았지만 지금은 기계가 대신한다.

초당 두부는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콩과 맑은 샘물로 만들고 동해의 맑은 바닷물로 간수를 한다. ‘초당’은 조선시대 문신 허엽의 호다. 강릉 부사 시절 허엽이 관청 앞 샘물로 콩 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수를 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혀 멀리까지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는 그때부터 두부를 응고시키기 위한 간수를 바닷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허엽은 홍길동의 저자인 허균과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지금도 마을에는 허엽의 생가가 남아 있어 초당 마을의 역사를 말해 준다.

간 콩을 천 위에 올리자 송골송골 콩 물이 맺힌다.

초당 마을이 두부 마을로 정착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당시 피폐해진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마을 아낙네들은 두부를 만들어 대야에 이고 강릉 시내에 나가 팔아 생계를 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여든을 훌쩍 넘긴 아낙들은 일선에서 물러났고, 대신 아들, 며느리가 그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초당 마을에는 옛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며 전통을 이어 가는 집이 18군데 있다. 타지 사람들이 이곳에 두부 가게를 차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마을 토박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