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의 양반을 만나다, 경주 양동마을 탐방 : 월간조선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형산강 줄기를 따라 동북의 포항쪽으로 40리 정도 들어간 곳에 자리한 양동마을은 5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양반 마을이다. 여강 이씨(驪江李氏)와 월성 (경주) 손씨(月城孫氏)의 양대 문벌(兩大門閥)이 이어 내려온 대표적인 동성취락(同姓聚落)으로, 높고 넓은 산등성이에 양반의 종갓집이 자리하고 그 밑으로 소작인과 하인들이 사는 초가집이 있다. 당초 이 마을에는 여강 이씨 이광호씨가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의 손녀사위가 된 풍덕 류씨(豊德柳氏) 류복하씨가 처가에 들어와 살고, 이어 손소가 류복하의 외동딸과 결혼해 처가살이를 오면서 월성 손씨의 후손들이 자리 잡게 됐다. 현재 마을에는 150여 가구가 살고 있고 이 중 82가구가 이씨, 18가구가 손씨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언적 선생이 맏손자 이의윤에게 학문을 가르칠 목적으로 세운 경산서당(景山書堂).

오랜 역사를 지닌 큰 집이 잘 보존되어 있는 양동마을에서 가장 가 볼 만한 고택으로는 서백당(書百堂)을 꼽을 수 있다. 서백당은 손소가 세종 3년에 지은 월성 손씨의 종갓집으로, 이 터를 잡아 준 지관이 이 집에서 세 명의 현인이 태어날 것이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양동마을의 대표적 인물인 손중돈 선생과 손소의 외손자 이언적 선생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마을에는 지금도 마지막 한 명의 현인을 기다리는데, 손씨 종가(宗家)에서는 딸이 해산(解産)하기 위해 친정을 찾아도 이 산실(産室)은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부정이라도 탈까 방문객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여강 이씨의 대종가(大宗家)인 무첨당(無忝堂)과 중종이 문신(文臣)인 이언적의 모친 병간호를 위해 지어 준 향단(香壇), 손중돈 선생이 분가해 살던 집인 관가정(觀稼亭)이 가 볼 만하다. 마을 전체가 중요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는 양동마을에는 국보인 통감속편과 무첨당, 향단, 관가정, 손소영정 등 보물 4점을 비롯해 서백당 등 중요 민속자료 12점과 손소선생분재기 등 도지정문화재 7점, 총 24점의 문화재가 있다. 2010년에는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