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춘실 할머니가 딸 소정씨와 앉아 한글공부를 하고 있다.
‘한춘실, 김소정’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 사는 한춘실(70) 할머니는 올해 처음으로 이름 석 자를 자신의 손으로 써 봤다. 8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 이북에서 남으로 넘어와 하루 끼니 때우기가 걱정이었던 한춘실 할머니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교육이라고는 이북에서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받은 게 전부. 글자를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다. 스무 살 적 지금의 남편을 만나 쪽방촌에 방 한칸을 얻어 살고 있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워 한글을 배울 여력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 김소정(47)씨는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정신지체 장애를 앓았다. 정신연령이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소정씨는 이름은커녕 쉬운 단어로 의사표현조차 못했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40여 년을 보내 온 모녀에게 최근 큰 변화가 생겼다. 대전복지재단의 도움으로 한글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대전복지재단은 올해 쪽방촌 정비사업을 시작하며 그 일환으로 쪽방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을 시작했다. 한글교실은 매주 화요일 10여 명의 쪽방 생활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춘실 할머니는 첫 수업 이후로 단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집에 돌아와서 복습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다. 매일 한글로 두 장씩 꼬박꼬박 채운 노트가 벌써 10권이 넘는다. 지금은 웬만한 단어는 다 읽고 쓸 줄 안다. 딸 소정씨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 복지사들이 방문했을 때는 말도 거의 없이 방에만 누워 있던 그녀가 한글교실에 참여한 이후 말이 트이고 웃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동그라미밖에 못 그리지만 손에 연필을 쥐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겐 큰 변화였다. 한춘실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나서 길에 있는 간판만 보면 꼭 멈춰서 한 번씩 읽어 본다”며 “아직은 받침 쓰기가 어려워 긴 글은 잘 못 쓰지만 조금 더 연습해 남편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 사는 한춘실(70) 할머니는 올해 처음으로 이름 석 자를 자신의 손으로 써 봤다. 8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 이북에서 남으로 넘어와 하루 끼니 때우기가 걱정이었던 한춘실 할머니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교육이라고는 이북에서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받은 게 전부. 글자를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다. 스무 살 적 지금의 남편을 만나 쪽방촌에 방 한칸을 얻어 살고 있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워 한글을 배울 여력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 김소정(47)씨는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정신지체 장애를 앓았다. 정신연령이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소정씨는 이름은커녕 쉬운 단어로 의사표현조차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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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70세가 돼서 처음 써 보는 이름 석 자. 한춘실 할머니는 노트에 글을 쓸 때 대충 쓰는 법이 없다. 뾰족하게 잘 깎은 연필로 또박또박 한자 한자 정성을 들여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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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춘실 할머니가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 ‘가나다라’로 시작해 지금은 제법 단어를 읽고 쓸 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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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춘실 할머니가 딸 소정씨에게 ‘네모’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은 동그라미밖에 못 그리는 딸이지만 연필을 쥐고 연습장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만 봐도 어머니는 흐뭇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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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 적힌 글을 한자 한자 짚으며 따라 읽는 한춘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긴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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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교실에 참여한 쪽방 거주민들이 교과서를 보며 읽기와 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