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울산으로 떠나는 고래여행 : 월간조선

넓은 바다를 향해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를 실제로 본 적 있는가. 5월, 꿈에 그리는 고래를 찾아 울산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울산이 고래관광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고래도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울산시 남구의 장생포항이 있다. 이곳은 포경(捕鯨)이 금지된 1986년까지 고래잡이가 이루어지던 마을이다. 장생포에 가면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 고래가 있다. 고래를 테마로 한 박물관은 물론이거니와 공업단지의 거대한 굴뚝과 콘크리트 건물 벽면에도 고래가 그려져 있고, 길거리의 가로등과 버스정류장, 심지어는 화장실을 안내하는 간판마저도 모두 고래모양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반구대 암각화를 멀리서 관람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 건설로 물 속에 잠기게 됐다. 1년 중 갈수기인 11월에서 5월까지, 7개월 중 2~3개월 정도만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이루어진 고래잡이의 역사는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통해 되짚어볼 수 있다.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변 절벽에는 선사인들이 사냥과 포경장면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290여 점의 암각화(巖刻畵)가 새겨져 있다. 특히 배와 작살, 부구(浮具)를 이용해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은 과거 고래를 잡고 이를 숭배한 문화가 울산에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고래생태체험관에 설치된 해저터널. 돌고래가 살고 있는 수족관을 터널로 지나면서 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

울산 고래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고래바다 여행선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운행하는 여행선을 타고 먼바다로 나가면 고래떼가 유영(游泳)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바다로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맑고 바람이 잔잔한 4~6월 사이에 주로 볼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여행선은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된 귀신고래 회유해면(廻遊海面)까지 항해하며, 왕복 3시간이 걸린다.

울산 암각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발견 당시 모습 그대로 옮겨 놓은 암각화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배에서 내리면 육지의 고래도 구경하자. 야음동 신화마을 골목의 구석구석에는 고래벽화가 눈에 띈다. 이곳은 1960년대 울산의 장생포와 매암동 일대에 공단이 조성되며 형성된 이주민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골목에 벽화를 그려 넣게 됐다. 테마별로 벽화를 그려 넣은 골목에는 카메라를 손에 든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전시된 대형 고래뼈. 2005년 개관한 박물관에는 마을 주민들이 기증한 고래뼈와 포경과 관련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여행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12가지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는 부위마다 빛깔과 맛, 식감이 모두 다르다. 하얀 뱃살은 기름지면서 달콤하고, 갈비살은 마치 소고기 육회를 먹는 듯 쫄깃하다. 장생포항 인근에는 40여 곳의 식당에서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전시실에는 고래와 함께한 장생포 마을의 포경 장면을 모형으로 만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울산에서는 매년 고래를 테마로 한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고래축제는 원래 포경이 금지된 장생포 마을 주민들을 위한 위로 잔치로 시작된 것이다. 4년 전부터 울산 중심부의 태화강변으로 자리를 옮겨와 성대한 축제 형태로 열리게 됐다. 4월 26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축제기간에는 창작 뮤지컬 ‘피노키오의 고래뱃속 모험’을 시작으로 고래배 경주대회, 고래가요제, 선사시대 고래잡이 재연행사 등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