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거 위기에 놓인 남산의 옛 중앙정보부 청사들. 왼쪽부터 ① 서울유스호스텔 ② 서울소방방재본부 ③ 교통방송 ④ 서울시도시안전본부 건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남산 1호터널로 가는 길 오른쪽 숲에는 오래된 건물 몇 채가 보일 듯 말 듯 서 있다. 이곳에 서울시 남산 별관, 서울유스호스텔, 서울소방방재본부, 서울시도시안전본부, 교통방송(TBS) 등이 입주해 있다. 언뜻 보면 한적하고 오래된 건물쯤으로 보이지만, 권위주의 정권 시절 두려움의 상징이었던 중앙정보부(중정·현재의 국가정보원) 청사가 있던 자리다. 1972년 남산에 자리 잡은 중앙정보부 청사는 1995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겨가기까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현장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시는 2009년 ‘남산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일대 건물 일부를 철거하고 공원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철거 예정인 건물은 서울소방방재본부・교통방송・서울시도시안전본부 건물이다. 사업비는 2325억원이 든다. 한일(韓日)강제병합조약이 이뤄졌던 통감(統監)관저터, 국궁(國弓)터인 석호정(石虎亭), 장충리틀야구장 등도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근현대의 크고 작은 사건에 얽혀 있고 나름의 사연을 안고 있는 건물들이 남산 일대에서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제(日帝)시대에 경성의전(京城醫專) 건물로 시작해 10·26, 12·12사태 등 굵직굵직한 현대사의 무대가 됐던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 건물 일부와 국군서울지구병원 건물도 헐린다. 이 자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館)이 들어선다.
1926년 준공돼 80여 년간 한국 스포츠의 중심이었던 동대문운동장 자리에는 이미 ‘동대문디지털플라자’ 건물이 올라섰다.
300여 개의 악기점포가 밀집해 있어 일본·동남아 등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진 종로 낙원상가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거가 검토되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디자인’을 위해 ‘역사’가 지워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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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중정(中情) 대공수사국이 있었던 남산 시청별관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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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안전본부로 쓰이는 중정 5별관(학원 사찰 담당) 출입문 옆에 ‘정초(定礎) 1972년 4월 5일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라고 새겨진 석판(石板)이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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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옛 기무사 본관 건물.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넓은 복도와 견고한 건축기법이 눈에 띈다. |
300여 개의 악기점포가 밀집해 있어 일본·동남아 등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진 종로 낙원상가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거가 검토되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디자인’을 위해 ‘역사’가 지워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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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국군기무사령부 건물. 사진에서 보이는 기무사 건물의 오른편이 국군지구병원 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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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위해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 일부와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모두 헐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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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동대문운동장 자리에서는 동대문디지털플라자 공사가 한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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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6년에 지어진 동대문운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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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에 준공된 낙원상가 건물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거가 검토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