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서해안 따라 봄 맛 여행 : 월간조선

서해안의 잔잔한 바닷물, 체로 거른 듯 고운 모래가 물살 무늬 언덕을 만든다. 3월의 화창한 오후, 구름도 바람도 없는 금빛 달짝지근한 햇살이 코발트빛 바다와 만난다.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어느새 찾아온 봄을 맛(?)보기 위해 서해안을 찾았다. 물이 얕고 갯벌이 넓은 서해안은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곳이 많다.

주꾸미를 잡기 위한 어구. 구멍으로 들어가기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 소라 껍데기가 어구로 쓰인다.

서천군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은 바닷가의 낮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바다를 향해 난 정자(冬柏亭)에 오르면 수평선이 펼쳐진다. 붉은 동백과 푸른 바다의 조화다.

서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무창포라는 곳이 있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 길이 열린다. 이 길은 해변에서 1.5km 떨어진 ‘석대도’까지 이어진다.

썰물로 바닷물이 얕아진 무창포 해수욕장.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바닷물을 건너 뭍으로 나오고 있다.

무창포 해안에는 울창한 송림(松林) 사이로 해당화가 만발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서해안의 해수욕장 하면 태안을 빼놓을 수 없다. 해질 무렵의 만리포 해수욕장은 붉은 노을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몇 해 전 기름 유출로 검은 재앙의 직격탄을 맞았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국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두리 사구(砂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그 모양이 아름답다.

붉게 봉오리 진 동백꽃.

산책으로 몸을 비우고 난 뒤에는 서해안의 봄철 별미를 맛보자. 이 봄 서해안에는 먹을거리가 넘쳐 난다. 소라 껍데기 사이에 꼭꼭 숨었던 주꾸미는 제 철을 만난 듯 짧은 다리를 사방으로 뻗는다. 갓 잡아 올린 가느다란 실치도 제 몸을 투명한 살갗에 숨기고 눈을 껌뻑거린다. 워낙 예민해서 현지에서만 회로 먹을 수 있다는 실치의 야들야들한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4월이 제철인 실치는 5월이 되면 뼈가 굵어져서 볕에 말려 뒀다가 뱅어포로 먹는다. 바다향이 짙게 밴 굴은 밥과 함께 쪄 내어 달래를 넣어 만든 장에 쓱쓱 비벼 먹어야 제 맛이다. 온갖 해산물이 들어간 칼국수의 시원한 국물은 서해안 맛 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