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瑛浩
⊙ 1977년생. 중앙대 사진학과 졸업.
⊙ 유라시아대륙 1만8000km 자전거횡단(2006년), 타클라마칸 사막 단독도보종단(2009년),
갠지스강 전 구간 무동력 종주(2010년).
⊙ 1977년생. 중앙대 사진학과 졸업.
⊙ 유라시아대륙 1만8000km 자전거횡단(2006년), 타클라마칸 사막 단독도보종단(2009년),
갠지스강 전 구간 무동력 종주(2010년).
- 배를 기다리는 여인. 사리가 바람에 날려 허공을 감싼다. 외로운 망자(亡者)의 영혼이 그녀의 옷깃에 스친 것은 아닐까.
6000리 길 갠지스 순례(巡禮)는 수많은 것들과의 만남이다. 지구상 외딴곳의 낯선 풍경은 물론이거니와 그만큼이나 낯선 이들과의 조우(遭遇)도 그러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공간 속의 사람들.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들여다보는 것은 순례자에게 또는 탐험가에게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다. 도시의 요란함을 떠나 갠지스 물길 깊숙이 다가가면서 더욱 그렇다.
숱한 만남 속에서 강하고 깊이 가슴속에 남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 이들에게 강은 태어난 곳, 살아가는 곳이자 다시 돌아가야 할 본향이기도 하다. 삶을 마감하는 이들은 이곳에 뿌려지길 원한다. 강줄기엔 수많은 화장터가 그들을 안식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늘 뜨거운 화염을 내뿜고 있다. 강물은 뿌연 잿가루로 혼탁하고 귓가엔 망자의 영혼을 달래는 종소리가 울린다.
초점을 잃은 한 여인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나를 따라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한참을 오고서야 강변에 멈춰 섰다. 굶주린 개들과 까마귀가 여인의 몸뚱이에 붙어 요란하게 살점을 뜯고 있다. 한줄기 차가운 빗줄기가 퍼붓고 그제서야 나의 시선이 아득한 강줄기의 저 너머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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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매우 다양하다. 바닥을 드러낸 강에서 골재를 채취한 인부들이 나룻배 대신 트랙터로 이 강을 건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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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목욕을 한다는 것은 마치 잠들었던 영혼을 깨우는 의식처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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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억의 인구가 살아가는 갠지스는 거대한 빨래터이기도 하다. 강은 영혼과 몸은 물론 그들의 의복까지 청결케 해 주는 존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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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강이지만 천진한 아이들에겐 그저 즐거운 놀이터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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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순이 시작되기 전 적막한 밤하늘에 번개가 요란하게 친다. 홀로 지새는 날엔 더없이 많은 생각이 드는 불안한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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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들이 쉴새 없이 뜨거운 불구덩이로 옮겨진다. 타오르는 몸은 강물에 뿌려져 식어지면 영혼의 안식도 찾아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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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점 하나 남지 않은 누군가의 뼈. 그도 순례하듯 이 강물을 따라 내려왔을 것이다. 산 자보다 죽은 자와의 만남이 잦은 때에 살아있는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