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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⑫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이사

“월 100원 납입… 비용은 절반, 용품 강매·노잣돈 등 없애”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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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 시장은 상주가 비용 따지지 않는 깜깜이 시장… 장례 비용 비교 사이트 만들어
⊙ 장례지도사와 1대 1 직계약… 누적 장례 견적 수 18만 건
⊙ “장례식장에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더 잘하자!’ 배워”

송슬옹
서울대 경제학부 및 벤처경영학부 졸업 / (주)코스믹그린 CSO 역임. 現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사진=고이장례연구소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장례(葬禮)에 집중하지 못했다.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는 자책감, 슬펐던 기억만 남아 있다. 1년 뒤 할머니 산소를 찾았을 때 저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서야 떠올랐다.
 
  ‘우리 할머니도 누군가의 부인이었고, 엄마였고, 시어머니였구나!’
 
  그제야 할머니의 인생이 총체적으로 이해되면서 제대로 된 추모를 할 수 있었다. 강렬한 트라우마인 할머니의 죽음은 그를 일반인에게는 낯선 ‘장례’라는 분야에 몸담게 했다.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를 지난 10월 29일 본사가 있는 관악구 봉천동에서 만났다.
 
  “스무 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했어요. 너무 갑작스러웠고 슬펐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장례의 본질은 고인(故人)을 잘 보내드리는 것인데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창업하게 됐습니다.”
 
  ―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창업, 게다가 장례업이라니 주위에서 희한해하지 않던가요.
 
  “별로요. 학교 다닐 때 《왜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읽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꿨거든요. 1년 만에 ‘나는 그런 깜냥이 못 된다’ 느끼고 포기했지만요. 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제가 장례 서비스업을 시작하니까 주위에서 ‘결국 하는구나’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대표이사는 사업기획서 쓰는 사람이 아니다’
 
고이장례연구소가 제공하는 ‘고이IT’ 서비스.
  경남 고성 출신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하고 NGO 활동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꿈을 꾸다가 2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다. 고향 근처인 경남 사천 공군부대에서 근무하며 주말마다 외박을 나가서 친구들과 놀던 그는 어느 날 ‘내 인생의 마이너스 통장을 너무 앞당겨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서울대 근처 자영업자들에게 무료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창업을 꿈꿨다. 때는 2017년, ‘배달의 민족’과 같은 스타트업이 막 뜨던 때였다. 창업을 뭐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지 못해 ‘싸이월드’ 창업자를 찾아갔는데 그 사람이 말했다.
 
  “아이템을 찾지 마라. 머리로 생각한 아이템은 어지간하면 다 안 되니까. 차라리 네 인생을 되돌아봐라.”
 

  송슬옹 대표는 그제야 20여 년의 인생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가장 강렬했던 건 할머니 죽음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고향에서 꽃가게를 운영했는데 시골 꽃가게의 매출은 대부분 근조 화환, 축화 배달에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착안해 아버지는 장례지도사 일을 병행하셨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 일을 하면 30년은 거뜬히 해낼 것 같아서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습니다.”
 
  처음부터 곧장 시작하면 실패할 것 같아서 두 군데 스타트업에서 일을 배웠는데 거기서 ‘대표이사는 사업기획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표가 알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영역이란 생각에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장례지도사, 전국에 3만여 명
 
  장례지도사는 장례식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으로 과거에는 장의사라고 불렀다. 장례에 필요한 기구 및 설비를 구비해 주거나, 염습(殮襲)이라고 하는 시체를 닦고 옷 입히는 일, 운구(運柩)라고 하는 시체 운반, 묫자리를 봐주고 시체를 묻는 일 등을 대신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대학이나 직업훈련소, 민간 학원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원래는 민간자격증이었는데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가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으로 바뀌었다. 4개의 전문대학교와 전국 100여 개의 민간 학원에서 각각의 이수 조건을 충족하면 자격증을 지급한다. 이수 기간은 6개월 정도고, 현재 3만 명 정도의 장례지도사가 활동 중이다. 대개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했는데 2017년 이후부터 젊은이도 종종 눈에 띈다. 송슬옹 대표가 학원에 다녔던 2020년에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이 바뀔 즈음이었다. 그의 선택에 부모님은 크게 말리지 않았다. 주위 친구들 또한 ‘너 진짜 하는구나’ 정도였다.
 
  송슬옹 대표는 첫 번째 고객을 회사를 차리기도 전에 만났다. 갑작스럽게 장례를 치를 일이 생기면 젊은 사람들은 검색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중 한 명과 연결됐다.
 
  “‘네이버 지식인’에 어떤 분이 질문해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심성의껏 답했는데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버님이 위독하셔서 몇 군데 상조회사에 연락하고, 온라인 검색을 했는데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답했던 모양이에요. 저는 배우고 겪어온 것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그게 마음에 든다며 장례 절차 일체를 제게 맡겼습니다.”
 
 
  “내가 반드시 겪어야 할 일”
 
  의뢰인의 아버지가 며칠 뒤 돌아가시자 송슬옹 대표는 장례지도사 자격으로 업무 일체를 맡았다. 장례식장을 잡고 빈소를 차리고 상주(喪主)에게 상복(喪服)을 입히고, 음식, 도우미, 물품 조달, 입관식, 차량 세팅, 화장장 이동 등 절차를 도우며 2박 3일 내내 함께했다.
 
  “보통 화장장에 관이 들어갈 때 유족들이 가장 힘들어합니다. 클라이언트 어머님이 저를 붙잡고 오열하시는데 감정 전이가 되더라고요. 꾹 참았다 가족분들을 대기실에 올려 보내고 혼자 엄청 울었습니다.”
 
  ― 남의 장례식에서 펑펑 운 이유는 뭐였나요.
 
  “장례는 영원한 이별이잖아요. 지금은 남의 일이지만 내가 피할 수 없는,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끝나고 서비스 비용을 받았는데 제가 누군가에게 진정한 도움을 드리고 정당하게 받는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일이 끝나고 가족분들이 명함을 달라는데 저는 아무것도 없어서 그제야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휴학을 많이 해 여전히 서울대 재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학생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캠퍼스 내 사무실을 얻어 회사를 차렸다.
 
 
  ‘가격 정보 조회 서비스’ 만들어
 
2021년 하반기에 공동창업자 4명과 함께 서울대학교 창업지원 공간에서 창업 준비하던 모습.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2021년 8월에 고이장례연구소를 만들었다. ‘고이’는 순우리말로 편안하고 순탄하게라는 뜻인데 ‘고이 보내드린다’는 회사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사용했고, ‘장례를 연구한다’는 의미에서 연구소라고 했다. 송슬옹 대표는 “장례의 본질은 남은 가족이 떠나간 사람을 잘 기억하고 추모해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잘 돕는 것에 치중하는 회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슬옹 대표가 말한 바로는 매년 35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 갑작스레 상(喪)을 당한 사람들은 온라인 검색을 많이 하는 편으로 한 달 검색량이 65만 건 정도란다. 상주뿐 아니라 친인척들, 지인들까지 갑작스레 상을 당한 이를 돕기 위해 검색을 하기 때문에 검색량이 상당하다. 하지만 장례 절차가 다양하고, 장례 용품이 정가가 있는 것도 아닌 일종의 깜깜이 시장이다.
 
  송슬옹 대표는 불투명한 장례 서비스를 IT 기술로 혁신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장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전국의 장례식장 이용료부터 식사, 조화(弔花) 가격, 수의(壽衣), 관(棺) 등 장례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한데 모은 ‘가격 정보 조회 서비스’를 만들었다. ‘서울○○병원 장례식장’의 시설 및 음식 비용, 제단·영정 비용, ‘수원시○○장 화장장’ 시설·음식 비용, 무빈소장 비용 등 예상 장례식장 비용을 휴대폰을 이용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다.
 
  송슬옹 대표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막막했던 장례 준비, 고이에서 한 번에’다. 상조부터 장례식장, 장지까지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송 대표는 ‘품목 정찰제’를 도입했다.
 
  “가격 거품을 제거해 비용을 50%로 낮추고, 추가용품 강매, 노잣돈 등 부적절한 관행을 일절 없애고 투명하고 정직한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업계 최초로 품목 정찰제를 도입했습니다.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장례 업계에서는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장례 과정 중에 사용하지 않은 품목이 있을 때는 ‘다른 품목으로 대체’라는 종전의 관행을 거부하고, 사용하지 않은 물품에 대해서는 명시한 금액만큼 100% 돌려드리고 있습니다. 장례용품 강매, 수고비 강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서비스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100% 환급 정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깜깜이 시장’
 
  ― 장례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를 꿈꿨군요.
 
  “고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장례를 알아볼 때 가격 얘기부터 하는 상담원, 지나치게 많은 상조회사에 넘치는 광고 글, 장례식장에 전화만 하면 해결된다는 지인 등 알면 알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장례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장례에 관한 고민을 사전 상담부터 비용 설계, 장례식장, 장지 문제 해결, 행정적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업체를 알아보고, 서비스 상품 후기를 살펴보는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 아닐까요? 경황없는 와중에 이 일을 객관적으로 대행할 수 있는 툴(tool)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장례는 왜 깜깜이 시장이었습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가격을 궁금해하지 않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굳이 원가, 마진, 가격 등을 공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누구도 가격에 대해 민감해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거군요.
 
  “소비자, 즉 상주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되는 이벤트입니다. 부모님의 죽음이 예견돼 있다고 해도 막상 닥치면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장례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일이 따져볼 정도로 정신이 있지 않습니다. 또 2박 3일이라는 기간이 정해진, 굉장히 타이트한 시간적 제약을 가진 시장입니다. 결혼의 경우, 준비 기간이 길기 때문에 가격 비교를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장례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직장과 제휴를 맺은 곳, 아니면 상조회사에 통으로 맡기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한 번 장례를 과도한 비용으로 치러 학습 효과가 있다 치더라도, 다음 장례를 치르기까지 10년을 훌쩍 넘기도 하기 때문에 그동안 잊어버립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굳이 원가 공개를 할 필요가 없는 구조다. 굳이 말하자면 회사가 하청을 주는 형태다.
 
 
  장례지도사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2020년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다니던 학원 교육원생들과 함께한 송슬옹 대표. 뒷줄 가운데.
  송슬옹 대표가 말한 바로는 장례를 잘 준비한다는 것은 좋은 장례지도사를 만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은 업체가 아니라 업체에 속한 장례지도사가 준비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장례지도사들은 통상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8시 정도까지 2박 3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물면서 상주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호텔의 컨시어지처럼 상주 곁에서 얘기를 듣고 일정대로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다. 이들 중 상조회사 소속은 일부고, 나머지는 택시기사와 같은 개인사업자다. 문제는 장례지도사 시장이 엄청나게 공급 초과 시장이어서 2박 3일을 해봐야 보수가 30만원 정도로 낮다. 그래서 이들은 현장에서 수의나 관, 유골함 등을 판매할 때 일부를 수당 형식으로 받는다.
 
  송슬옹 대표이사의 얘기다.
 
  “유골함의 가격은 1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유골함은 뼛가루를 담아두는 용기로 기능적 차이가 있기 어렵습니다. 도자기 원가(原價)가 다를 리가 있습니까. 얼마나 화려하냐의 차이인데 유족들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부모의 유해가 모셔지는 일종의 집이니까 무조건 저렴한 것을 하기 어렵습니다. 막상 닥쳐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그래요. 관, 수의도 같은 맥락입니다.”
 
  ― 장례지도사가 너무 과잉 공급이라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군요.
 
  “어떤 장례지도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장례의 질(質)이 결정됩니다. 장례는 딱히 서비스가 필요한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서비스는 누군가가 써보고 만족한 사람이 소문을 내고, 재구매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주고, 간혹 만족스럽지 않다면 페널티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내가 최근에 장례를 치렀는데 누구 장례지도사가 좋으니까 너도 써’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상조회사에서 파견한 장례지도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지난 일이고 서비스 품평을 잘 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사면 후기를 쓰는 사람이 전체 구매자의 10% 정도인데 상조 서비스 후기를 쓰는 비율은 0.3% 정도밖에 안 됩니다. 상을 치르느라 정신도 없는데 후기 남길 틈이 있을 리 있나요. 그러다 보니 공급자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보다 모객 행위에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슬옹 대표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이삿짐센터를 불러서 이사할 때 견적서보다 돈을 몇 푼 더 얹어주고,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들에게도 서비스 비용으로 돈을 주는 일은 우리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런 알음알음식의 일이 장례식장에서도 계속되어 왔다.
 
 
  ‘값은 절반, 서비스는 두 배’
 
  송슬옹 대표가 주목한 것은 이런 부분이었다. 고이장례연구소는 장례지도사와 1대 1로 직계약을 해 장례지도사에게 다른 업체보다 더 높은 일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 장례 상담의 경우에는 장례지도사가 아니라 회사 본사 직원이 직접 하고, 나중에 끼워 팔기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견적서를 미리 건넨다. 고이장례연구소의 16명의 직원은 기존의 상조회사가 하청업체에 내려보내던 일을 직접 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있다. 리뷰 이벤트 행사 등을 일절 하지 않지만, 이 회사를 이용한 다음에 자발적으로 후기를 쓰는 고객들이 30~50%에 이를 정도다.
 
  “전국 1000개 장례식장과 장지(화장시설·수목장·봉안당·묘지 등)의 시설, 비용, 후기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추천 및 견적, 예약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장례지도사들의 평점, 후기를 고객들과 공유하고 있고요. 저희의 서비스는 ‘값은 절반, 서비스는 두 배’로 아주 단순합니다. 비효율적인 것을 줄여서 저희도 이익을 내고, 장례지도사도 돈을 많이 벌고, 고객들도 만족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왜 그렇죠.
 
  “이 시장은 사망자가 있는 한 계속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상주인 자녀죠. 평균수명이 80세라고 할 때 50대의 자녀가 저희의 고객이자, 금액을 지불하는 사람들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들도 언젠가는 이런 나이군(群)에 접어드는데 이들의 성향과 우리의 지향점이 같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은 합리적입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 무작정 저렴한 것을 사지도 않고, 지불한 금액 대비 적절한 가치, 서비스를 주는 소비를 지향합니다. 공짜도 싫어하고, 뒷돈을 주는 것, 영수증을 끊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 등을 싫어합니다. 제가 이 세대라서 잘 아는데, 투명한 소비는 우리 세대가 공유하는 가치예요(웃음). 온라인 시장과 합리적인 가격을 잡으면 우리의 고객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만족도, 5점 만점에 4.9점
 
지난 6월에 시작한 ‘100원 상조’.
  고이장례연구소는 서비스를 출시한 지 불과 3년 만에 누적 장례 견적 수 18만 건, 누적 투자 유치 48억원, 고객만족도 조사 4.9점(5점 만점)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송슬옹 대표는 지난 6월 ‘100원 상조’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내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의 상조회사가 월 3만원대의 납입금을 내면 상조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과 차별화해, 월 100원을 내면 장례 비용 걱정 없이 가입 시점에서의 가격을 평생 보장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소비자가 낸 납입금을 모두 은행에 예치하는 ‘납입금 100% 예치’ 정책도 도입했다. 중도 해지 시에는 모집 수단과 관리비 등을 공제하지 않고 누적 납입금 전액을 환급해 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조업계 선수금 규모는 9조5000억원대(2024년 3월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장례비용은 1500만~2000만원 정도다.
 
  ― 물론 상징적인 의미겠지만 한 달에 납입금 100원을 내면 회사 운영이 되나요.
 
  “일부 상조업체가 마치 고객들에게 생명보험을 파는 것처럼 적금하고, 만기에 100%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일부는 가전제품 패키지를 판매하듯이 ‘두 계좌를 가입하면 ○○만원을 할인해 준다’고도 하죠. 하지만 장례회사는 금융회사가 아닙니다. 제가 아직 순진해서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장례 자체로 1등을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장례 서비스가 끝나고 서비스가 견적서대로 잘 이행됐는지 고객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 그래도 막상 사업을 해보면 예상과 다를 수가 있죠.
 
  “수많은 고객이 저희에게 무료로 견적 서비스를 받지만 실제로 저희에게 장례 관련 일체를 맡기는 경우는 예상보다 적습니다. 사업적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왜 그럴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장례식장을 찾습니다. 입관식 때 유족들이 많이 힘들어하는데 형태가 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슬픔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꾹꾹 눌러 참고,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우리나라의 장례 구조는 굉장히 표준화돼 있는데 저는 항상 고객의 숨은 니즈를 어떻게 이끌어낼까를 고민 중입니다.”
 
 
  어느 미대 교수의 장례식
 
송슬옹 대표와 가족들.
  송슬옹 대표에게 있어 꽤 인상적인 장례식이 있었다. 한 미대 교수가 작고했을 때, 유족들은 기존의 장례와 다른 장례식을 치렀다. 흰 국화 대신에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꽃들로 꾸며진 센터피스를 플로리스트가 직접 연출했다. 영정 사진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처럼 자연스러운 것을 썼고, 장례식장 곳곳에 TV를 설치해 고인의 영상을 반복 재생했다.
 
  “정말 인상적인 장례식이었어요. 저는 장례식장에서의 꽃도 하나의 오브제라고 생각하는데, 표준화돼 있으면 개인의 삶을 잘 보여주지 못하잖아요.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흰 국화랑 정말 안 어울리거든요(웃음). 평생 꽃집을 하셨는데 좋아하는 예쁜 꽃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미대 교수의 장례식장은 자연스러운 사진 옆에 화단처럼 예쁜 꽃들이 어우러져 있었고, 곳곳의 TV를 통해 생전 영상이 계속 나왔어요.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다들 부조를 한다고 흰 봉투부터 집어 드는데, 그곳에서는 교수님 영상을 보는 것이 우선 순서였거든요. 그렇다 보니 조문을 오신 살아 있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고인과의 추억을 얘기하더라고요. 상주와 조문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제게도 의미 있는 장례식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이 작은 움직임이지만 큰 울림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자정이 되면 조문객을 받지 않는 장례식장도 있고, 문화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죠.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이고, 상주들의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척도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2박 3일 내내 직접 찾아오는 조문객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장례식장이 늘고 있고요. 과거의 장례지도사는 바쁜 상주를 대신하는 역할을 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상주들이 조문객이 적어서 멍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상주들 감정 관리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들 해요. 분명히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장례 문화라고 해서 과거와 같은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고이장례연구소가 우리나라 장례 문화를 더욱 건강하고 건전하게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겸손’이 모토라는 송슬옹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쓸 때 늘 ‘2100년의 고이’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태어난 이상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기업의 속성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영속성인 만큼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란다. 인터뷰를 마치며 송 대표가 말했다.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하나예요. 살아 있는 사람에게 더 잘하자! 제게 장례식장은 직장이자 배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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