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문화금융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금융의 BTS가 될 터”
⊙ “〈골드만삭스 리포트〉, 음악 저작권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 질병, 전쟁 등의 영향 안 받아”
⊙ 소찬휘의 ‘티어스’, 임창정의 ‘소주 한잔’ 등 1114곡 플랫폼에서 거래 中
⊙ GOD의 ‘왜’는 옥션 연 지 26초 만에 완판… 2023년에 회사 구조 전면 개편
鄭賢璟
美 USC 경영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와세다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서울여대 겸임교수, 중앙ICS 대표, 한국이러닝산업협회 부회장,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역임. 現 뮤직카우 대표이사
⊙ “〈골드만삭스 리포트〉, 음악 저작권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 질병, 전쟁 등의 영향 안 받아”
⊙ 소찬휘의 ‘티어스’, 임창정의 ‘소주 한잔’ 등 1114곡 플랫폼에서 거래 中
⊙ GOD의 ‘왜’는 옥션 연 지 26초 만에 완판… 2023년에 회사 구조 전면 개편
鄭賢璟
美 USC 경영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와세다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서울여대 겸임교수, 중앙ICS 대표, 한국이러닝산업협회 부회장,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역임. 現 뮤직카우 대표이사
- 사진=뮤직카우
어려서부터 나중에 크면 사업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20대에 덜컥 사업체를 열었으나 ‘슬프고도 아름답게’ 끝났단다. 30대에 또 다른 사업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두 번의 실패는 그에게 키워드를 남겼다. ‘금융과 문화의 융합’ ‘투자’ 그리고 ‘사람’. 우연한 기회에 참여한 노래 작사 경험은 그에게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오늘날 ‘뮤직카우’의 토대가 됐다. 지난 10월 4일 강도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과 함께 뮤직카우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정현경(鄭賢璟) 대표를 만났다.
“뮤직카우는 그동안 아티스트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음악 저작료를 일반인이 누구나 구매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음악 수익 증권’을 파는 플랫폼입니다. 애당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세계 최초로 발견해서 확장시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웃음).”
“금융과 문화 결합”
― 사업 아이템을 찾는 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고요.
“금융과 문화를 결합한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확고했어요.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자 했는데 시간이 5년이나 걸렸네요. 금융은 어느 정도 알았는데 문화 분야는 경험한 적이 없어서 계속 문을 두드리다 작사를 하게 됐습니다. 노래가 출시되고 작사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많이 나오다가 석 달 정도 지나니까 줄어들더라고요. 1년, 2년이 지나니까 또 줄어드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정해지고 저작권료가 아예 끊기지는 않았습니다. 300여 곡을 모니터링해보니까 비슷했습니다. 통상 노래가 발매된 해에 가장 많은 저작권료가 나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만,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한 음악은 지속적으로 소비되면서 저작권료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TV, 라디오, 길거리에서 음악이 나올 때마다 저작권료가 발생하는 거죠.
“네. 음악저작권협회의 자료로는 최근 5년간 저작권료 징수액은 연평균 약 15%씩 증가했다고 합니다. 음악에 대한 고정 소비층이 있고, 저작권 이용 매체가 늘었고, IT 발달에 따라 징수 방식도 체계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TV·라디오 등 전통의 방송 외에도 스트리밍·유튜브·노래연습장·콘서트·영화·광고·복제음반 등에서 발생합니다. 저작권 보호 의식이 향상되면서 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액이 늘고 있는데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이 같은 패턴이 예측됐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2016년에는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았고 저금리 상황이어서 저작권을 금융 투자 상품으로 만들면 아주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 저작권을 陽地로”
음악 저작권은 창작자인 작곡가, 작사가와 편곡자가 가지는 권리로 ‘이용 허락을 할 권리’와 ‘그에 따른 수익을 받을 권리’로 나뉜다. 이 중 이용 허락을 할 권리는 ‘저작인격권’, 수익을 받을 권리는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으로 구분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공중에게 공개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 권리로 창작자에게 고유하게 부여되는데, 현행법상 상속 및 양도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익을 받을 권리는 다르다. ‘저작재산권’은 작곡가, 작사가와 편곡자가 원작자 사후(死後) 70년 동안 갖게 된다. ‘저작인접권’은 가수와 프로듀서가 음원 발매일 다음해 1월 1일부터 70년 동안 갖게 된다. 뮤직카우의 사업은 현행법상 양도가 가능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권리자로부터 양도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음악이 소비되면 저작권료가 나오는데 정산 시기가 다 다릅니다. 방송 부문은 석 달 치를 모아서 6개월 이후에 지급하고, 무대 공연은 한 달씩 늦춰서 지급합니다. 저작물이 이용되고 인기 있던 시점과 실제 해당 저작권료가 정산되는 시점이 다르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노래를 출시해도 목돈을 조달할 기회가 적습니다.”
― 과거에는 이들의 저작권이 거래되지 않았나요?
“목돈이 필요한 아티스트들이 블랙마켓에서 헐값에 팔거나 고리대금으로 유통했습니다. 음악이 가진 저작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보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괴로움을 레버리지 삼아서 돈을 버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본 바로는 저작권료는 일정한 패턴이 있고, 대략 모든 음악에 적용되며 계량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저작권에 대해 공평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성공하면 음지(陰地)에서 거래되던 음악 저작권을 양지(陽地)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적정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악 수익 증권
― 음악이 무형(無形) 자산이라 저작권 평가를 위한 툴(tool) 개발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문화관광부나 특허청에서 그동안 무형의 자산에 대한 계량화 작업에 관심이 컸습니다. 저작권은 롱테일(Long Tail) 그래프를 그리는 패턴이 있고, 저희가 수만 건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모델링이 가능했습니다. 미래에 발생하는 저작권에 대한 평가지만 노래가 출시된 시점부터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고요.”
뮤직카우가 하는 음악 수익 증권 투자는 음악 저작권 지분을 구매해 누구나 매월 음악 저작권료를 받거나 추가 거래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투자다. 음악 수익 증권은 뮤직카우 ‘옥션’을 통해 공개되고 ‘마켓’에서 거래된다.
음악 수익 증권의 구매는 옥션과 마켓을 통해 이루어진다. 뮤직카우는 자체 개발한 저작권료 예측 시스템에 따라 과거 저작권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작권료 발생 잔여 기간의 미래 저작권료 가치를 현재 가치로 산정해 원 저작권자(작사·작곡·편곡자·제작자)에게 목돈을 주고 저작권의 일부를 양도받는다. 이후 이를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1주 단위로 작게 분할해 옥션을 통해 매월 다수의 곡을 새롭게 공개한다. 옥션 시작가는 장기간 보유 시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옥션은 단일 최고가 응찰에서부터 차례로 낙찰자를 결정하고, 모든 낙찰자에 대해서 가장 낮은 낙찰 금액을 일률적으로 적용시켜 단일 가격으로 낙찰가를 결정한다.
음악 수익 증권을 샀으면 거래는 마켓에서 이뤄진다. 마켓은 옥션 마감 후에 옥션으로 공개된 음악 수익 증권을 이용자 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의 장으로 뮤직카우에서 제공하는 ‘뮤직카우 마켓’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용자는 옥션과 마켓을 통해 음악 수익 증권을 구매하고 보유한 지분만큼 앞으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매월 정산받거나 매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전기만 들어오면 된다”
“〈골드만삭스 리포트〉는 음악 저작권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고 분류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든, 전(全) 세계 금리가 오르든,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질병이 터져도 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됩니다. 심지어 전쟁 중에도 음악 소비는 계속되니 금융 포트폴리오를 꾸밀 때 독립성 있는 자산으로 안성맞춤입니다.”
― 음악 수익 증권이 다른 금융 상품과 판이한 점이군요.
“거시 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자산이기에 불황에 강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는 강점도 있죠. 뉴미디어 등 신규 매체가 늘어날수록, 기술 발전에 따라 징수 시스템이 체계화되는 점은 다른 투자 상품과 차별화되는 음악 수익 증권의 이점입니다.”
― 저작권을 평가해 원작자인 아티스트에게서 사들이는 뜻은 알겠는데, 어떻게 일반인에게 판매할 생각까지 했습니까.
“변화되는 팬덤 문화와 연관 있습니다. 과거의 팬덤은 수동적이었어요.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주체에 불과했죠. 하지만 각종 방송 경연 프로그램 등이 생기면서 팬덤이 진화해 투표 형식으로 참여하고, 아티스트의 음악뿐 아니라 굿즈(goods)를 소장하고, 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저희는 팬들이 저작권료를 공유하면 또 다른 팬덤의 진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가수나 작곡, 작사가 등 창작자와 함께 저작권을 소유함으로써 ‘너와 나, 우리’라는 저작권 공동체를 형성해 보다 적극적인 소비 문화를 형성할 것으로 봤습니다.”
“해외에도 사례 없어”
― 외국의 PE(사모펀드) 중에서 저작권을 원작자로부터 인수해 보유하기도 하죠.
“저는 처음부터 단순히 저작권을 킵(Keep)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없으니까요. 우리의 모토는 ‘베터 뮤직 에코 시스템(Better Music Ecosystem)’입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대안을, 음악 팬들에게는 음악 IP(Intellectual Property·저작권)를 소유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수록 수익이 쌓이는 새로운 음악 소비 문화를, 또 아티스트들은 수익을 통해 새로운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꿈꿨습니다. 음악 저작권 시장에 모두가 함께 참여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없었습니다. 개인이 참여하는 문화 IP 시장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불모지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3월에 미국의 ‘JKBX’라는 기업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음원 저작권을 담보로 증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공식 인증받고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포브스》는 음악 투자 플랫폼이 음악 산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고, 《블룸버그》는 새로운 대체 자산으로 JKBX의 서비스 개시 소식을 조명했습니다. 저희는 8년 전에 사업에 뛰어들어 음악 IP에 대한 개인 투자 시장을 이미 수년 전부터 활성화해왔습니다.”
한 주당 2만원대였던 저작권이 ‘역주행’으로 넉 달 만에 52만원에 거래
2016년에 회사를 만든 정현경 대표는 2017년 7월에 첫 번째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에게 저작권을 넘긴 첫 번째 가수는 R&B 가수인 라디였다. 정 대표는 아티스트들을 설득하고, 대중 음악계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들에게 사업 모델을 설명하며 차근차근 회사를 알려갔다. 2018년에 금융 상품을 정식 출시했는데 그해 말까지 거의 완판됐다.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시장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빨랐다. 뮤직카우는 이후에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업부설 연구소를 만들었다.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하나금융투자·마그나인베스트먼트·KDB인프라자산운용이 초기 투자에 나섰고, 이후 LB인베스트먼트·아톤·한화자산운용·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잇따라 투자했다. 2020년 10월에 ‘음악이 자산이 되다’는 카피를 앞세운 CF가 TV로 방영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회사 매출은 2019년 49억원에서 2020년 말에 128억원으로 늘었고, 4만2000여 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2019년 기준)는 38만2000여 명(2021년 4월 기준)으로 늘었다.
당시 특이한 일도 있었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인기 역주행으로 음원차트 1위를 하면서, 뮤직카우가 함께 주목을 받았다. ‘롤린’을 작사·작곡한 ‘용감한형제’가 저작권을 모두 뮤직카우에 양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2020년 12월 31일에 1주당 2만3600원에 거래됐던 ‘롤린’의 저작권은 2021년 4월에 52만~53만원대에 거래되며 뮤직카우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즈음에 회사는 음악저작권지수(MCPI)를 개발했다.
“음악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지수로 코스콤(과거 한국증권전산)과 협력해 만들었습니다. MCPI는 뮤직카우 옥션을 통해 플랫폼에 공개된 음악 수익 증권을 구성 종목으로 산출되는 총 수익 지수입니다.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의 표준을 제시합니다.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 세계 최초로 하는 것들이 많네요.
“아무래도 없던 영역이다 보니까요(웃음). 문화와 금융이라는 것이 딱히 접점이 없어 보이잖아요. 저희 유저들을 살펴보면 금융 상품 소비자가 30%,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공유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30% 등 다양합니다. 신종 자산이고, 말 그대로 그레이(회색지대)한 개념이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평균 연간 저작권료 수익률 8%
2021년은 뮤직카우에 있어 잊을 수 없는 해다.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 덕에 한 해에만 100만 회원이 모였고, 거래 규모가 4000억원으로 불어났고 회사의 누적 투자 규모는 2225억원으로 늘었다. 뮤직카우는 쿨의 ‘아로하’, 소찬휘의 ‘티어스’, 임창정의 ‘소주 한잔’, 김민종의 ‘착한 사랑’ 등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고, 현재 뮤직카우 플랫폼에선 1114곡이 거래되고 있다. 평균 연간 저작권료 수익률은 8%를 기록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음원 거래 시스템 및 방법’ ‘NFT 기반 디지털 콘텐츠 관리 시스템 및 방법’ ‘저작권에 관한 종목 사이의 관련도를 판정하는 방법’ 등의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회사에 얼마 뒤 시련이 닥쳤다. 초창기에 회사가 판매했던 금융 상품은 오늘의 모습이 아니었다. 법무법인은 사업 초기에 이 금융 상품을 ‘일반 재화’라고 봤고, 채권적 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회사는 통신 판매업에 따라 사업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1년 말부터 뮤직카우의 상품을 두고 ‘유사 투자업이 아니냐’는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제기됐다. 뮤직카우의 청구권이 증권과 유사하게 발행·유통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서, 투자자의 권리와 대금이 투명하게 거래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민원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에 2022년 2월부터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 검토를 했고, 뮤직카우가 발행하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증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가 그동안 증권을 모집·매출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상의 공시 규제 위반에 따른 증권 발행 제한,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투자계약증권의 첫 번째 대상이라서 위법(違法)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변 확대 등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는 당분간 보류키로 결정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뮤직카우의 ‘음악 수익 증권’ 사업 모델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증권을 발행하는 뮤직카우는 사업 구조를 이에 걸맞은 형태로 전면 개편해야 했다.
“투자자 보호 장치 탄탄”
정현경 대표의 얘기다.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희가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라는 상품으로 채권 서비스를 했던 것을 신탁 수익 증권이라는 세계 유일한 상품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자본시장법과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둘 사이의 법적 정합성(서로 연결된 것)이 제로였습니다. 아날로그 LP판을 만들었을 때 OTT(사용자가 원할 때 방송을 보여주는 VOD 서비스) 시대가 열릴지 몰랐듯이 저작권이라는 문화 IP를 금융 자산화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없는 겁니다. 법무법인을 통해 ‘회사를 재편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여기가 한계인가 보다 느끼진 않았는지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저는 뮤직카우가 단순한 금융 투자를 넘어 문화적 가치까지 경험할 수 있는 문화금융의 신(新) 패러다임을 개척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경험하는 것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곡의 음악 증권을 소장해 아티스트들과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더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뮤직카우가 형성한 문화금융 시장을 통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이 문화 산업으로 유입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새로운 문화 IP를 생성하거나 확장하는 데 사용돼 문화 산업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현경 대표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함께 금융당국의 재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회사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꿨고, 그러느라 새로운 상품 발행은 중단됐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모든 규정을 충족시킨 ‘음악 수익 증권’이 세상에 나왔다. 뮤직카우는 2023년 9월 25일에 ‘무체재산권 신탁수익증권’인 음악수익 증권 플랫폼을 오픈했다.
1084곡을 수익 증권으로 전환 발행
뮤직카우에 따르면 ‘음악 수익 증권’은 안전한 자산 보호를 위해 저작권 신탁 및 전자 등록 단계를 거쳐 발행된다. 예탁결제원 전자 등록을 통한 수익 증권 발행으로 발행 및 유통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자산은 신탁 계약으로, 예치금은 키움증권에 개설되는 고객 명의의 증권 계좌에 직접 입금됨으로써 보호된다. 뮤직카우는 기존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형태로 거래되던 1084곡을 수익 증권으로 전환 발행했고, 이후 총 30개의 신규 음악 증권을 발행했다. 가수 GOD의 ‘왜’는 옥션을 연 지 단 26초 만에, NCT DREAM의 ‘ANL’은 6분34초 만에 조기 마감됐다. 얼마 전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에서 잇따라 음악 저작권 투자를 분석한 리포트를 내놨다. GOD의 ‘왜’, 이찬원의 ‘딱!풀’ 등 뮤직카우가 최근 공개한 음악 증권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분석이 이뤄졌는데, 증권사 리포트에서 기업이나 인물이 아닌 개별 곡이 다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 금융당국의 요구 사항을 모두 맞췄지만, 여전히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요.
“문화 IP 유동화라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빠른 성장과 성숙이 필수입니다. 현재의 규제 환경에서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음악 저작권료는 불황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종 자산이지만 이전에 다뤄진 바가 없던 자산이라는 이유로 고(高)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기존 자산의 특성이나 상품의 법적 구조, 투자자 보호 장치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금융 시장의 성장과 글로벌 패러다임 주도를 위해 모든 자산을 획일적인 규제로 규율하기보단 자산의 특성, 그리고 그 자산을 소장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성향을 고려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규제가 확립되길 바랍니다.”
뮤직카우는 지난 9월 제도권 편입 1주년을 맞아 보도자료를 냈다. 음악 증권 발행 이후 단 한 건의 보안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강화해 자체 역량만으로도 ISMS-P, ISO 27001, 27701 인증을 획득, 유지하면서 금융 서비스로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뮤직카우는 컴플라이언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내부 정보 교류 차단 및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내규를 체계화하는 등 내부 통제 역량 강화를 통한 금융 사고 예방을 빈틈없이 하고 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제도권 편입 후에 법과 규제를 준수하며 안정적으로 음악 수익 증권을 발행 및 유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신종 자산에 대한 규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투자자들이 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친에게서 사명감과 책임감 배워
정현경 대표가 긍정적 프런티어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인 정상은(鄭相垠) 중앙정보처리학원그룹 회장 덕분이었다. 정상은 회장은 1969년에 국내 최초로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을 설립해 국가IT 산업발전을 위한 기술보국의 이념을 구현해낸 인물이다. 오늘날 우리가 IT 강국이 되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 정 회장은 딸에게 말과 행동으로 사업가 정신을 가르쳤다. 인터뷰하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을 손에 들고 정현경 대표가 말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교육 사업에 몸담으셨습니다. ‘5000원짜리 컵을 팔았다고 치자. 소비자가 이 컵을 샀는데 종이컵이 찢어지면 5000원을 날리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교육은 한 사람의 미래와 꿈, 시간을 날리는 것이다. 5000원짜리 교육 과정이 엉터리라면, 그냥 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과 미래를 날리는 것이라는 말이다. 사업가는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한순간도 이 얘기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 부친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이 사업하는 원동력이 됐군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하신 말씀이니까요. 제가 아티스트들의 저작권을 단순히 회사에 자산으로 확보해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금융 상품으로 만든 이유입니다. 저는 단순히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음악 증권의 누적 거래액이 42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수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태 걸어온 길도 녹록지 않았지만, 전 세계 문화금융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금융의 BTS가 되고자 합니다. 현재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지 유력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며 양질의 IP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내 베타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뮤직카우는 최근 미국 법인 뮤직카우US를 만들고 JYP 출신의 이우석 대표를 선임해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음악 IP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IP 전문가, 증권발행전문가 등 10여 명의 현지 전문 인력을 확보했고, 초기 상품 발행을 위한 아티스트 및 곡 섭외를 완료하고 추가적인 IP 확보를 위해 메이저 아티스트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현경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뮤직카우는 그동안 아티스트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음악 저작료를 일반인이 누구나 구매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음악 수익 증권’을 파는 플랫폼입니다. 애당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세계 최초로 발견해서 확장시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웃음).”
“금융과 문화 결합”
― 사업 아이템을 찾는 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고요.
“금융과 문화를 결합한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확고했어요.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자 했는데 시간이 5년이나 걸렸네요. 금융은 어느 정도 알았는데 문화 분야는 경험한 적이 없어서 계속 문을 두드리다 작사를 하게 됐습니다. 노래가 출시되고 작사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많이 나오다가 석 달 정도 지나니까 줄어들더라고요. 1년, 2년이 지나니까 또 줄어드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정해지고 저작권료가 아예 끊기지는 않았습니다. 300여 곡을 모니터링해보니까 비슷했습니다. 통상 노래가 발매된 해에 가장 많은 저작권료가 나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만,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한 음악은 지속적으로 소비되면서 저작권료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TV, 라디오, 길거리에서 음악이 나올 때마다 저작권료가 발생하는 거죠.
“네. 음악저작권협회의 자료로는 최근 5년간 저작권료 징수액은 연평균 약 15%씩 증가했다고 합니다. 음악에 대한 고정 소비층이 있고, 저작권 이용 매체가 늘었고, IT 발달에 따라 징수 방식도 체계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TV·라디오 등 전통의 방송 외에도 스트리밍·유튜브·노래연습장·콘서트·영화·광고·복제음반 등에서 발생합니다. 저작권 보호 의식이 향상되면서 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액이 늘고 있는데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이 같은 패턴이 예측됐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2016년에는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았고 저금리 상황이어서 저작권을 금융 투자 상품으로 만들면 아주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 저작권을 陽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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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대표가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 2022’에서 미래 비전을 밝히고 있다. |
“음악이 소비되면 저작권료가 나오는데 정산 시기가 다 다릅니다. 방송 부문은 석 달 치를 모아서 6개월 이후에 지급하고, 무대 공연은 한 달씩 늦춰서 지급합니다. 저작물이 이용되고 인기 있던 시점과 실제 해당 저작권료가 정산되는 시점이 다르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노래를 출시해도 목돈을 조달할 기회가 적습니다.”
― 과거에는 이들의 저작권이 거래되지 않았나요?
“목돈이 필요한 아티스트들이 블랙마켓에서 헐값에 팔거나 고리대금으로 유통했습니다. 음악이 가진 저작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보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괴로움을 레버리지 삼아서 돈을 버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본 바로는 저작권료는 일정한 패턴이 있고, 대략 모든 음악에 적용되며 계량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저작권에 대해 공평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성공하면 음지(陰地)에서 거래되던 음악 저작권을 양지(陽地)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적정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악 수익 증권
― 음악이 무형(無形) 자산이라 저작권 평가를 위한 툴(tool) 개발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문화관광부나 특허청에서 그동안 무형의 자산에 대한 계량화 작업에 관심이 컸습니다. 저작권은 롱테일(Long Tail) 그래프를 그리는 패턴이 있고, 저희가 수만 건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모델링이 가능했습니다. 미래에 발생하는 저작권에 대한 평가지만 노래가 출시된 시점부터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고요.”
뮤직카우가 하는 음악 수익 증권 투자는 음악 저작권 지분을 구매해 누구나 매월 음악 저작권료를 받거나 추가 거래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투자다. 음악 수익 증권은 뮤직카우 ‘옥션’을 통해 공개되고 ‘마켓’에서 거래된다.
음악 수익 증권의 구매는 옥션과 마켓을 통해 이루어진다. 뮤직카우는 자체 개발한 저작권료 예측 시스템에 따라 과거 저작권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작권료 발생 잔여 기간의 미래 저작권료 가치를 현재 가치로 산정해 원 저작권자(작사·작곡·편곡자·제작자)에게 목돈을 주고 저작권의 일부를 양도받는다. 이후 이를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1주 단위로 작게 분할해 옥션을 통해 매월 다수의 곡을 새롭게 공개한다. 옥션 시작가는 장기간 보유 시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옥션은 단일 최고가 응찰에서부터 차례로 낙찰자를 결정하고, 모든 낙찰자에 대해서 가장 낮은 낙찰 금액을 일률적으로 적용시켜 단일 가격으로 낙찰가를 결정한다.
음악 수익 증권을 샀으면 거래는 마켓에서 이뤄진다. 마켓은 옥션 마감 후에 옥션으로 공개된 음악 수익 증권을 이용자 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의 장으로 뮤직카우에서 제공하는 ‘뮤직카우 마켓’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용자는 옥션과 마켓을 통해 음악 수익 증권을 구매하고 보유한 지분만큼 앞으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매월 정산받거나 매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전기만 들어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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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정현경 대표. |
― 음악 수익 증권이 다른 금융 상품과 판이한 점이군요.
“거시 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자산이기에 불황에 강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는 강점도 있죠. 뉴미디어 등 신규 매체가 늘어날수록, 기술 발전에 따라 징수 시스템이 체계화되는 점은 다른 투자 상품과 차별화되는 음악 수익 증권의 이점입니다.”
― 저작권을 평가해 원작자인 아티스트에게서 사들이는 뜻은 알겠는데, 어떻게 일반인에게 판매할 생각까지 했습니까.
“변화되는 팬덤 문화와 연관 있습니다. 과거의 팬덤은 수동적이었어요.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주체에 불과했죠. 하지만 각종 방송 경연 프로그램 등이 생기면서 팬덤이 진화해 투표 형식으로 참여하고, 아티스트의 음악뿐 아니라 굿즈(goods)를 소장하고, 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저희는 팬들이 저작권료를 공유하면 또 다른 팬덤의 진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가수나 작곡, 작사가 등 창작자와 함께 저작권을 소유함으로써 ‘너와 나, 우리’라는 저작권 공동체를 형성해 보다 적극적인 소비 문화를 형성할 것으로 봤습니다.”
“해외에도 사례 없어”
― 외국의 PE(사모펀드) 중에서 저작권을 원작자로부터 인수해 보유하기도 하죠.
“저는 처음부터 단순히 저작권을 킵(Keep)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없으니까요. 우리의 모토는 ‘베터 뮤직 에코 시스템(Better Music Ecosystem)’입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대안을, 음악 팬들에게는 음악 IP(Intellectual Property·저작권)를 소유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수록 수익이 쌓이는 새로운 음악 소비 문화를, 또 아티스트들은 수익을 통해 새로운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꿈꿨습니다. 음악 저작권 시장에 모두가 함께 참여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없었습니다. 개인이 참여하는 문화 IP 시장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불모지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3월에 미국의 ‘JKBX’라는 기업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음원 저작권을 담보로 증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공식 인증받고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포브스》는 음악 투자 플랫폼이 음악 산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고, 《블룸버그》는 새로운 대체 자산으로 JKBX의 서비스 개시 소식을 조명했습니다. 저희는 8년 전에 사업에 뛰어들어 음악 IP에 대한 개인 투자 시장을 이미 수년 전부터 활성화해왔습니다.”
한 주당 2만원대였던 저작권이 ‘역주행’으로 넉 달 만에 52만원에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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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13일과 1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인 ‘2023 뷰티풀민트라이프’에 뮤직카우가 참가했다. |
당시 특이한 일도 있었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인기 역주행으로 음원차트 1위를 하면서, 뮤직카우가 함께 주목을 받았다. ‘롤린’을 작사·작곡한 ‘용감한형제’가 저작권을 모두 뮤직카우에 양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2020년 12월 31일에 1주당 2만3600원에 거래됐던 ‘롤린’의 저작권은 2021년 4월에 52만~53만원대에 거래되며 뮤직카우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즈음에 회사는 음악저작권지수(MCPI)를 개발했다.
“음악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지수로 코스콤(과거 한국증권전산)과 협력해 만들었습니다. MCPI는 뮤직카우 옥션을 통해 플랫폼에 공개된 음악 수익 증권을 구성 종목으로 산출되는 총 수익 지수입니다.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의 표준을 제시합니다.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 세계 최초로 하는 것들이 많네요.
“아무래도 없던 영역이다 보니까요(웃음). 문화와 금융이라는 것이 딱히 접점이 없어 보이잖아요. 저희 유저들을 살펴보면 금융 상품 소비자가 30%,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공유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30% 등 다양합니다. 신종 자산이고, 말 그대로 그레이(회색지대)한 개념이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평균 연간 저작권료 수익률 8%
2021년은 뮤직카우에 있어 잊을 수 없는 해다.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 덕에 한 해에만 100만 회원이 모였고, 거래 규모가 4000억원으로 불어났고 회사의 누적 투자 규모는 2225억원으로 늘었다. 뮤직카우는 쿨의 ‘아로하’, 소찬휘의 ‘티어스’, 임창정의 ‘소주 한잔’, 김민종의 ‘착한 사랑’ 등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고, 현재 뮤직카우 플랫폼에선 1114곡이 거래되고 있다. 평균 연간 저작권료 수익률은 8%를 기록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음원 거래 시스템 및 방법’ ‘NFT 기반 디지털 콘텐츠 관리 시스템 및 방법’ ‘저작권에 관한 종목 사이의 관련도를 판정하는 방법’ 등의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회사에 얼마 뒤 시련이 닥쳤다. 초창기에 회사가 판매했던 금융 상품은 오늘의 모습이 아니었다. 법무법인은 사업 초기에 이 금융 상품을 ‘일반 재화’라고 봤고, 채권적 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회사는 통신 판매업에 따라 사업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1년 말부터 뮤직카우의 상품을 두고 ‘유사 투자업이 아니냐’는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제기됐다. 뮤직카우의 청구권이 증권과 유사하게 발행·유통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서, 투자자의 권리와 대금이 투명하게 거래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민원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에 2022년 2월부터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법령해석심의위원회 검토를 했고, 뮤직카우가 발행하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증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가 그동안 증권을 모집·매출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상의 공시 규제 위반에 따른 증권 발행 제한,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투자계약증권의 첫 번째 대상이라서 위법(違法)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변 확대 등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는 당분간 보류키로 결정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뮤직카우의 ‘음악 수익 증권’ 사업 모델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증권을 발행하는 뮤직카우는 사업 구조를 이에 걸맞은 형태로 전면 개편해야 했다.
“투자자 보호 장치 탄탄”
정현경 대표의 얘기다.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희가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라는 상품으로 채권 서비스를 했던 것을 신탁 수익 증권이라는 세계 유일한 상품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자본시장법과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둘 사이의 법적 정합성(서로 연결된 것)이 제로였습니다. 아날로그 LP판을 만들었을 때 OTT(사용자가 원할 때 방송을 보여주는 VOD 서비스) 시대가 열릴지 몰랐듯이 저작권이라는 문화 IP를 금융 자산화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없는 겁니다. 법무법인을 통해 ‘회사를 재편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여기가 한계인가 보다 느끼진 않았는지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저는 뮤직카우가 단순한 금융 투자를 넘어 문화적 가치까지 경험할 수 있는 문화금융의 신(新) 패러다임을 개척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경험하는 것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곡의 음악 증권을 소장해 아티스트들과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더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뮤직카우가 형성한 문화금융 시장을 통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이 문화 산업으로 유입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새로운 문화 IP를 생성하거나 확장하는 데 사용돼 문화 산업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현경 대표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함께 금융당국의 재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회사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꿨고, 그러느라 새로운 상품 발행은 중단됐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모든 규정을 충족시킨 ‘음악 수익 증권’이 세상에 나왔다. 뮤직카우는 2023년 9월 25일에 ‘무체재산권 신탁수익증권’인 음악수익 증권 플랫폼을 오픈했다.
1084곡을 수익 증권으로 전환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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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카우는 최근 우리은행과 문화 IP 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은 양사 관계자가 참여한 체결식 모습이다. |
― 금융당국의 요구 사항을 모두 맞췄지만, 여전히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요.
“문화 IP 유동화라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빠른 성장과 성숙이 필수입니다. 현재의 규제 환경에서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음악 저작권료는 불황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종 자산이지만 이전에 다뤄진 바가 없던 자산이라는 이유로 고(高)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기존 자산의 특성이나 상품의 법적 구조, 투자자 보호 장치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금융 시장의 성장과 글로벌 패러다임 주도를 위해 모든 자산을 획일적인 규제로 규율하기보단 자산의 특성, 그리고 그 자산을 소장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성향을 고려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규제가 확립되길 바랍니다.”
뮤직카우는 지난 9월 제도권 편입 1주년을 맞아 보도자료를 냈다. 음악 증권 발행 이후 단 한 건의 보안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강화해 자체 역량만으로도 ISMS-P, ISO 27001, 27701 인증을 획득, 유지하면서 금융 서비스로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뮤직카우는 컴플라이언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내부 정보 교류 차단 및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내규를 체계화하는 등 내부 통제 역량 강화를 통한 금융 사고 예방을 빈틈없이 하고 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제도권 편입 후에 법과 규제를 준수하며 안정적으로 음악 수익 증권을 발행 및 유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신종 자산에 대한 규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투자자들이 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친에게서 사명감과 책임감 배워
정현경 대표가 긍정적 프런티어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인 정상은(鄭相垠) 중앙정보처리학원그룹 회장 덕분이었다. 정상은 회장은 1969년에 국내 최초로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을 설립해 국가IT 산업발전을 위한 기술보국의 이념을 구현해낸 인물이다. 오늘날 우리가 IT 강국이 되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 정 회장은 딸에게 말과 행동으로 사업가 정신을 가르쳤다. 인터뷰하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을 손에 들고 정현경 대표가 말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교육 사업에 몸담으셨습니다. ‘5000원짜리 컵을 팔았다고 치자. 소비자가 이 컵을 샀는데 종이컵이 찢어지면 5000원을 날리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교육은 한 사람의 미래와 꿈, 시간을 날리는 것이다. 5000원짜리 교육 과정이 엉터리라면, 그냥 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과 미래를 날리는 것이라는 말이다. 사업가는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한순간도 이 얘기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 부친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이 사업하는 원동력이 됐군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하신 말씀이니까요. 제가 아티스트들의 저작권을 단순히 회사에 자산으로 확보해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금융 상품으로 만든 이유입니다. 저는 단순히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음악 증권의 누적 거래액이 42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수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태 걸어온 길도 녹록지 않았지만, 전 세계 문화금융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금융의 BTS가 되고자 합니다. 현재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지 유력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며 양질의 IP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내 베타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뮤직카우는 최근 미국 법인 뮤직카우US를 만들고 JYP 출신의 이우석 대표를 선임해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음악 IP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IP 전문가, 증권발행전문가 등 10여 명의 현지 전문 인력을 확보했고, 초기 상품 발행을 위한 아티스트 및 곡 섭외를 완료하고 추가적인 IP 확보를 위해 메이저 아티스트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현경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