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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대중문화 속으로

‘반려동물 양육 붐’ 어떻게 보아야 하나

2030 세대 저출산과 연결시키는 건 무리

글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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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가장 많이 키우는 세대는 50대… 30대와 29세 이하는 14.0%와 12.4%에 그쳐
⊙ 2030 세대, 온라인으로 각종 사진이나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서만 양육하는 기분 맛보는 ‘랜선 양육’
⊙ 반려동물 영화, 미국·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흥행 실패
⊙ 日, 반려동물 산업은 성장하지만 반려동물 수는 줄어
⊙ 반려동물 양육 인구 1400만 명이 넘는다지만,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15% 수준

이문원
《뉴시스이코노미》 편집장, 《미디어워치》 편집장, 국회 한류연구회 자문위원, KBS 시청자위원, KBS2 TV 〈연예가중계〉 자문위원,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 저서 《언론의 저주를 깨다》(공저), 《기업가정신》(공저), 《억지와 위선》(공저) 등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여행플랫폼 ‘반려생활’은 2023년 5월 19일 ‘댕댕이 제주 전세기’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조선DB
  지난 6월 한국의 반려동물 현황과 관련된 일련의 언론미디어 보도가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반려견의 사료(飼料) 판매량이 유아 분유 및 이유식 판매량을 추월했다는 내용이다. 6월 2일 신세계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반려견 사료와 유아 분유·이유식 판매량 비중은 69% 대 31%로 드러났다. 두 배 이상 차이다. 거기다 엄밀히 판매량 비중이 역전된 것도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반려견 사료 판매량 비중이 61%를 기록하며 처음 역전 현상을 보인 뒤 이제 두 배 이상까지 차이가 벌어지자 이제야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물론 현시점 한국 사회 최대 과제로 여겨지는 저출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동시에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반대로 증가 추세라는 점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 지표도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20~64세 국민 5000명 중 1410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한다고 답했다(양육비율 28.2%). 대략적이지만 국민의 4분의 1 이상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그야말로 ‘반려동물 양육 붐’이다.
 
 
  일사천리로 통과된 개식용금지법
 
  이와 맞물려 반려동물 관련 각종 이슈들이 온갖 언론미디어를 통해 대서특필(大書特筆)되는 일도 점차 빈번해지는 추세다. 정치·경제 분야의 굵직한 이슈들만큼이나 반려동물 관련 이슈도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으로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벌어진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직장 내 괴롭힘 폭로 논란도 이 중 하나다. 해당 논란은 강 훈련사가 직접 나서 폭로가 단순 음해(陰害)임을 밝히면서 해결 수순을 밟았지만, 약 2주에 걸친 짧은 기간 동안 관련 소식은 사실상 거의 모든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 및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을 누비며 어마어마한 양의 언론미디어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1월에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통칭 ‘개 식용 금지법’이 급물살을 타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개고기의 제조와 유통은 국내에서 완전히 금지된다. 애초 개 식용 금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서 포함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간 지지부진해왔던 논의가 이처럼 초고속으로 통과된 데에는 그 사이 반려동물 및 통상 반려동물로 여겨지는 동물들의 처우(處遇)를 놓고 큰 폭으로 달라진 국민 여론이 뒷받침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스누피, 래시, 벤지…
 
미국의 반려견 문화는 스누피, 래시, 벤지 같은 영화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같은 ‘반려동물 양육 붐’에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특이점들도 존재한다. 상황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봤을 때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 양육 붐’이 일기 시작한 문화권에선 반려동물을 소재 삼은 대중문화 콘텐츠도 속속 등장해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곤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60년대에 걸쳐 중산층 가정의 반려동물 양육이 지극히 일반적인 풍경으로 거듭난 미국도 마찬가지다.
 
  1950년 연재를 시작한 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너츠〉를 통해 세계적 유명세를 얻은 스누피 캐릭터부터 시작해 1943년부터 1951년까지 총 7편의 영화를 탄생시킨 뒤 1954년부터 1973년까지 CBS 드라마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명견 래시〉 등이 탄생했고, 1974년에는 불과 50만 달러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3955만 달러 흥행수익을 거둬들인 대히트작 〈벤지〉가 바통을 이었다. 국내에서도 1984년부터 1985년까지 KBS2 TV에서 〈뛰어라 벤지〉로 방영된 바 있다. 한편, 반려묘 콘텐츠 역시 1978년 연재를 시작한 짐 데이비스의 만화 〈가필드〉가 대성공을 거두며 그 상업적 가능성을 알렸다.
 
  이후로도 많다. 아니, 엄밀히 〈명견 래시〉 이후로 단 한 시기도 반려동물 영화나 TV드라마, 만화 등의 성공이 끊긴 적이 없을 정도다. 당장 2000년대 들어서도 〈말리와 나〉 〈스노우 독스〉 〈더 캣〉 〈볼트〉 〈베일리 어게인〉, 그리고 〈캣츠 앤 독스〉 등 히트 영화들이 줄줄이 늘어선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하치 이야기〉까지
 
반려묘 문화가 성행하는 일본에서는 〈고양이 사무라이〉 〈고양이의 보은〉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했다.
  또 다른 반려동물 대국(大國) 일본도 마찬가지다. 반려견만큼이나 반려묘에 대한 애착 또한 상당해 상대적으로 반려묘 콘텐츠가 많은 편이라는 점 외에 그 열기 면에서 미국과 다를 바 없다. 1970년대부터 도라에몽, 헬로키티 등의 고양이 모티브 캐릭터들이 만화 등으로 소화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더니, 1983년에는 일본의 남극 지역 관측대가 썰매견 사할린 허스키들과 나눈 우정을 담은 영화 〈남극일기〉가 기존의 모든 일본 영화 흥행기록을 경신하면서 비로소 반려동물 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후 홋카이도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1986년 작 〈새끼고양이 이야기〉, 도쿄 시부야역 앞에 세워진 충견(忠犬) 하치코 동상의 주인공 하치의 실화를 다룬 1987년 작 〈하치 이야기〉 등이 연속적으로 대히트를 거뒀고, 2000년대 들어서도 반려견 영화 〈퀼〉 〈마리와 강아지 이야기〉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그리고 반려묘 영화로 〈구구는 고양이다〉 〈고양이 사무라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등이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은 가히 신드롬 격 인기를 구가하며 2002년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는 기염(氣焰)을 토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TV드라마, 만화, 소설 등 전(全) 대중문화 분야에 걸쳐 반려동물 콘텐츠가 가장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환경이라 할 만하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클래식 문학 중에도 어느 버려진 고양이의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쓰인 나쓰메 소세키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지난 20여 년에 걸쳐 나날이 불어가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 규모가 무색할 정도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대중문화 콘텐츠의 상업적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고, 이런 탓에 애초 이런 콘텐츠를 잘 만들지도 않는다. 기억에 남는 성공 사례라 해봐야 2000~2001년 SBS에서 13화 분량으로 방영된 〈하얀마음 백구〉 정도다. 이나마도 반려동물 콘텐츠의 전형적 테마, 즉 인간과 반려동물 간 교감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그린다기보다 일종의 사회파적 시각에 더 가깝다는 평가다. 이 외에는 웹툰으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상을 다룬 〈뽀짜툰〉 등이 소소한 반응을 얻어냈고, TV 예능 프로그램도 근 10년래는 앞선 강형욱 훈련사가 주로 출연하는 EBS1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나 KBS2 〈개는 훌륭하다〉 등 ‘반려견 훈련’ 예능이 손꼽히는 정도다.
 
  반면 실패 사례는 많다. 실사 영화로 등장했던 〈멍뭉이〉 〈미안해, 고마워〉 〈도그데이즈〉 등은 모두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그나마 가장 흥행에 성공했다는 2006년 작 〈마음이…〉도 전국 관객 82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TV드라마 역시 웹툰 원작의 〈상상고양이〉가 MBC에브리원에서 2015년 방영된 바 있지만 방영 정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만큼 무관심 속에 묻혔다.
 
 
  실제 반려동물 양육비율은 15% 수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 한국만큼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민감히 반응해 대중문화 흥행구도가 바뀌는 분위기도 흔치 않은데 말이다. 말마따나 한국은 대선 때면 정치적 논쟁거리를 담은 이른바 ‘대선용 영화’가 뜨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이슈가 화제로 떠오르니 유전자 조작 소재의 미국 SF 영화 〈아일랜드〉가 흥행에 성공하는 환경이다. 이런데도 대체 왜일까 말이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볼 만하다.
 
  먼저, 앞선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 결과, 즉 대한민국 국민의 반려동물 양육비율이 28.2%에 이른다는 수치가 다소 과장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선 예년과 달리 반려동물 양육비율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28.2%라는 비율은 단순 결과 수치를 보고 언론미디어에서 계산한 숫자다. 이유는 조금 특이하다. 과거 같은 항목을 다룬 통계청 조사 결과와 차이가 너무 커서 신뢰도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에서 5년마다 진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2021년 인구·가구 부문 표본조사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9000가구였다. 전체 가구 수 2092만7000가구의 15.0%에 해당한다. 같은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27.7%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왜 이런 엄청난 차이가 생겼을까. 《한국경제》 2021년 9월 29일 자 기사 〈국민 4분의 1이 반려동물 키운다더니… 통계청이 조사하니 ‘반토막’〉을 보자.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것은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응답비율을 그대로 전체 가구로 환산해 전체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로 제시했다. 반려동물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설문조사를 진행해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의 응답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를 무리하게 전체 가구로 환산하다 보니 과도하게 추계를 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략) 하지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는 표본을 먼저 구성한다. 반려동물이라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인구, 가구, 주택과 관련된 모든 항목을 조사한다. 표본 크기는 전국 가구의 20%에 달하며 2만7000명의 현장 조사요원이 자세하게 질문한다. 결과의 신뢰성과 정확성은 통계청의 조사가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저출산과 연결시키는 건 무리
 
  물론 15.0%도 과거에 비해선 크게 성장한 규모이고, 특히 계속 성장 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근거해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가깝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대다수 언론미디어 보도 내용과는 현실 인식 자체가 달라질 정도 차이다.
 
  나아가 반려동물 대중문화 콘텐츠 강국인 미국의 환경과는 더더욱 거리가 있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American Pet Products Association)의 202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 중 무려 67%, 849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6340만 가구로 전체 반려동물 가구의 75%에 달했다. 이 정도나 되니 벤지와 래시의 나라가 된 것이다.
 
  더 있다. 위 통계청에서 조사한 반려동물 관련 항목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여럿 나온다. 먼저 가구주 연령별로 봤을 때 가장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가구주는 50대로 18.9%, 그다음이 40대 16.5%, 이어 60대 14.4%다. 반려동물 붐의 주역처럼 여겨지던 30대와 29세 이하는 14.0%와 12.4%에 그친다. 또 도시보다는 농어촌(읍면부)에서 반려동물을 더 많이 키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에서는 19.8%, 도시에서는 13.8%를 보였다. 시도별로 봤을 때 전남이 18.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남 17.6%, 강원 17.2% 순이다. 대도시에선 서울 12.5%, 광주 12.4%, 대구 12.2% 등 상대적으로 낮았다.
 
  결국 많은 언론미디어에서 ‘반려동물 양육 붐’을 저출산 문제, 이로 인한 청년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무리하게 연결 지으려다 보니 ‘대도시에서 일하는 2030 청년층이 자녀를 갖지 않고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느라 반려동물 붐이 왔다’는 식으로 상황을 과장 해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서울 등 대도시가 아닌 농어촌에서, 청년층이 아닌 중장년층에서 반려동물을 가장 많이 키우는 데도 말이다. 통계 수치상으로 보면 오히려 장성(長成)해 대도시로 떠난 자녀를 둔 농어촌 지역의 중장년층이 이로 인한 상실감과 쓸쓸함 탓에 반려동물을 맞이하게 된 것이 지금의 ‘반려동물 양육 붐’을 불러왔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 있을 정도다.
 
 
  반려동물 관련 예능 프로그램은 성공했나?
 
〈개는 훌륭하다〉가 인기를 끌면서 개사육사 강형욱씨는 ‘개통령’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또한 이들 중장년층, 그리고 농어촌 거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영화 등 각종 대중문화상품 소비에 청년층·도시 거주민들보다는 확연히 소극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드미디어인 지상파 방송 시청률만 상대적으로 더 높을 뿐이다. 그러니 애초 환경과 조건 자체가 미국 대중문화계 같은 반려동물 콘텐츠 승승장구 분위기를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심지어 앞선 TV 예능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나 〈개는 훌륭하다〉의 성공 역시 다른 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반려동물 예능은 그간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JTBC 〈마리와 나〉, MBC 〈애니멀즈〉,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등이 한꺼번에 방영을 시작했었고, 이후로도 JTBC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 SBS 〈펫미픽미〉 등이 계속 쏟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직 강형욱 훈련사 등이 출연하는 반려견 훈련 예능 프로그램들만 성공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홍승구 문화평론가는 “반려견 훈련 예능은 사실 반려동물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이들도 즐겨 볼 수 있는 예능”이라 진단한다. “반려견 훈련 예능은 반려동물과의 일상적 교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무질서한 상태를 바로잡아 체계를 만들어내는 전문가적 작업을 보여주며 감탄을 사는 예능”이라며 “오히려 한때 유행하던 낡고 불편한 집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주는 예능과 더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반려동물 양육 붐’과는 별 관계없는 성공 사례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실제 현실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그간의 상황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실정이지만, 모든 현실에는 이면(裏面)이 존재한다. 그간 각종 언론미디어 등에서 상황을 놓고 착시(錯視)를 일으켜온 것도 어떤 의미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당장 온라인 공간만 들여다봐도 각종 반려동물 사진이나 사연들이 커뮤니티 사이트나 포털사이트 등을 가득 채우고 있고, 이들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달며 열띤 반응을 보내는 이들은 아무리 봐도 2030 청년층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제 현실과는 다르게 온라인 공간만 들어갔다 하면 온 세상이 반려동물 천지이며, 젊은 층은 이제 결혼해 자녀를 갖지 않는 대신 반려동물 양육에 몰두해 있는 것으로만 보이게 된다. 이는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상당 부분 젊은 층의 대리만족 심리에서 나온 반응들이리라는 지적이다. 애초 젊은 층에서 너도나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심리 자체는 현실상 자연스럽다고 봐야 한다. 현대인이 가족 및 각종 개인적·사회적 관계의 결핍을 반려동물 양육으로 치유하려 한다는 접근 자체는 틀린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반려동물 양육을 휴머니즘의 복원(復元) 차원에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랜선 양육
 
  그리고 지금 청년 세대는 ‘고독하다’. 지난 2018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평소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한 이는 10명 중 6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는 이 비율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온라인 중심의 인간관계를 맺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자주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외로운 2030 청년층의 경우 반려동물 키우는 일은 쉽지가 않다. 특히 늘어만 가는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혼자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반려동물까지 챙길 금전적 비용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거기다 산책 등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반려견 등은 금전적 비용을 넘어 물리적인 시간을 내기조차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친다. 또 청년 세대 다수가 일자리 등을 위해 과밀(過密)한 대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반려동물 양육의 걸림돌이 된다.
 
  그러다 보니 소위 ‘랜선 양육’이라는 행태가 나온다. 직접 만나지는 않고 오직 온라인에서 채팅 등으로만 연인관계를 흉내 내는 행태를 ‘랜선 연애’라 부르던 것의 반려동물 버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고는 싶으나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 온라인으로 각종 사진이나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서만 대리로 양육하는 기분을 맛보고는 실제 양육자와 같은 심정으로 이런저런 온라인 공간에서 반려동물 관련 열띤 주장과 애착들을 내놓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니니 그만한 밀착감과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아 관련 유료 대중문화 콘텐츠까지 소비할 정도의 의욕은 발생하지 않지만, 가볍게 몇 분짜리 유튜브 동영상 정도 무료로 보면서 실제 양육하는 기분을 맛보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푸바오 열풍’
 
‘푸바오 열풍’도 ‘랜선 양육’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사진=조선DB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크게 일었던 ‘푸바오 열풍’, 즉 용인 에버랜드에서 사육하던 한국 출생의 판다 푸바오에 젊은 층이 비상한 관심을 보여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일도 이 같은 ‘랜선 양육’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상황이 이러니 온라인상으로만 보면 실제보다 양육 인구 규모도 더 커 보이고, 양육 계층 역시 실제보다 훨씬 어리며 대도시에 편중(偏重)돼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한편, 근래 들어선 또 다른 신종 현상도 나오고 있다. ‘랜선 양육’에만 만족하지 않는 이들이 반려동물보다는 키우기 쉬운 또 다른 ‘실제 반려’를 찾는 식이다. 《주간조선》 2024년 2월 1일 자 기사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는 ‘반려식물’ 열풍〉을 보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식물을 반려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반려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 식물을 인생의 동무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젊은이들은 반려견을 돌보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는 것처럼 식물을 살리기 위해 반려식물병원도 스스럼없이 찾는다.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반려식물병원 의사인 주재천 팀장은 “병원을 방문하는 젊은 분들 대부분이 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다”며 “의미 부여를 하고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식물과의 교감도 중시한다.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온실 캡슐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반려식물을 의인화해 가족같이 대한다.”〉
 
 
  日, 반려동물 개체 수는 줄어
 
  다시 서두의 이슈, ‘반려견 사료 판매량이 유아 분유 및 이유식 판매량을 추월했다’는 보도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물론 저출산과 함께 이 같은 상황을 낳은 ‘반려동물 양육 붐’은 위에서도 볼 수 있듯 그 규모도 성격도 모두 예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점차 심화되리라는 예상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럼 이대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계속 늘어만 갈 전망인 걸까. 의외로 양육 인구 자체의 한계는 생각보다 뚜렷하리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전문 인터넷미디어 뉴스펫 2021년 10월 20일 자 기사 〈한·중·일 펫 삼국지… 같은 트렌드·규모 차이는 수십 배〉의 한 대목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21년 2월 발표된 야노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본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억5705억 엔(16조7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2020년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조6242억 엔(17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비해 약 6배 큰 규모다. 반면 반려견·묘 개체 수는 201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중략) 반려동물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1인 가구와 고령자층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며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 건강에 초점을 맞춘 유기농 및 자연주의 제품군 시장의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친자녀처럼 여긴다는 근래 분위기는 바로 그 자녀 출산율이 떨어지게 된 원인 중 대표적인 하나를 그대로 밟아 따라가는 흐름이다. 반려동물을 ‘진짜’ 친자녀처럼 여기게 되면, 요즘처럼 소셜미디어(SNS) 영향으로 서로 간 격차에 민감해져 비교심리도 만연(蔓延)해진 시대에, 반려동물을 놓고서도 똑같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점점 투자해야 할 비용은 커지고, 그러다 보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돼 점차 키우는 반려동물 개체 수도 줄어드는 추세로 간다는 얘기다.
 
  그래도 프리미엄 시장은 계속 확대되면서 전체 관련 상품시장 규모 자체는 최소 한동안 계속 커지게 된다. 마치 저출산으로 미성년 자녀 수는 급속도로 줄고 있지만 유아용품 시장은 2015년 2조4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4조원을 넘어서는 등 오히려 급격한 성장세이고, 초중고생 사교육 시장 역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 27조1000억원으로 2022년의 26조원에서 4.5%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처럼 말이다. 이렇게 반려동물 양육 붐 역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최소 양육 인구 자체는 점차 줄어드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소설 〈사람의 아이들〉
 
  돌이켜보면, 사실 ‘이런 부분’까지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됐던 부분이긴 하다. 친자녀처럼 여겨지는 반려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시장 부흥 모습은 이미 영국의 작가 P.D. 제임스의 1992년 소설 〈사람의 아이들〉에서 내다본 바 있다는 것이다. 신생아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된 미래를 배경으로, 이제 그 자리를 반려동물이 대신 차지해 반려동물이 교회에서 세례(洗禮)도 받고 새끼를 낳으면 기념행사도 성대하게 치르는 등의 신종 세태가 차례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런 지출이 부담돼 반려동물 ‘랜선 양육’까지 가게 된 현실은 상상력으로 먹고산다는 대중문화계에서도 좀처럼 내다보기 힘들었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것이고, 이 이후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역시 어떤 식으로든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다음은 또 무엇이 외롭고 고립된 한국인들의 불안한 정서를 달래주려 바통을 넘겨받듯 등장하게 될까 말이다. 대중문화의 상상조차 뛰어넘은 현실이란 얼마나 막막한 것인지 ‘반려동물 양육 붐’이란 화두 하나를 놓고서도 새삼 절절하게 와닿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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