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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요양 서비스 수요자와 제공업체를 디지털로 연결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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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일시니어’ 운영… 전국에 1000여 개 파트너 센터
⊙ 60대가 80대 돌보는 老老 시장… 2030년 요양보호사 부족 예상
⊙ 요양 등급 환자의 85%가 在家 서비스 받아

李眞烈
서울대 종교학과·심리학과 졸업 / 마이돌 대표이사 역임. 現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이사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지방에 계신 어머니가 할머니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전화를 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할머니가 치매 증상마저 보인다고 한다. 착잡함과 걱정, 자손으로서의 부담이 동시에 밀려온다. 할머니 병세를 계기로 알아본 요양 시스템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 요양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책임지겠다며 나선 곳이 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다. 명칭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서른셋의 이진열(李眞烈)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회사다. 요양 서비스를 일임하는 보호자,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환자와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연결하는 ‘스마일시니어’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전국에 150여 개 ‘스마일시니어’ 센터가 있고 파트너 센터까지 합치면 1000여 개다.
 
 
  “‘요양 서비스의 스타벅스가 되겠다’ 결심”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요양 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영세하고 비효율적인 시장을 바꾸는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당찬 포부를 내비치는 이진열 대표는 두 번째 창업(創業)한 연쇄 창업가다. 2013년도에 ‘마이돌’, 2019년부터 한국시니어연구소를 만든 이 대표를 강도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과 함께 지난 3월 25일에 본사가 있는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났다.
 
  “첫 번째 사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을 찾던 중에 외할머니가 요양 등급을 받게 됐습니다. 할머니를 돕기 위해 요양 보호에 대해 공부했는데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해 한 회사의 프랜차이즈로 요양센터를 냈습니다. 제가 직접 운영하면서 배우고 싶었거든요. 요식업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제품과 레시피를 보내주고 가맹점은 본사 지침을 따르는 형태인데, 이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 프랜차이즈 지점이었는데 시스템이 달랐습니까.
 
  “본사가 해주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센터를 만들고 서비스를 받을 환자(이진열 대표는 줄곧 ‘어르신’이라고 표현했다)부터 요양보호사 섭외, 행정 업무까지 센터장이 해야 했습니다. 본사는 매뉴얼 제공만 했습니다. 센터들이 너무 영세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행정 업무가 방대해서 환자와 요양보호사에게 쏟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고민 끝에 본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시니어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 시장성은 있는데 프랜차이즈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군요.
 
  “네. 몇 달 동안 업계를 살펴보니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기관을 대형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요양 서비스의 스타벅스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똑같은 조건으로 요양 서비스 제공
 
이진열 대표가 처음으로 열었던 ‘스마일시니어’ 지점 사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해 국민의 요양 서비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건강보험의 형제·자매 같은 제도다.
 
  첫째, 요양 서비스 비용의 85%를 건강보험료에서 장기요양보험료로 보조하며, 본인 부담금은 15%다. 둘째, 건강보험 관리공단(이하 건보)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요양 서비스 제공의 주체를 민간에 위임하고, 대신 민간을 관리한다. 2019년 개정된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요양기관은 신고제가 아닌 지정제로 변경됐고, 모든 재무회계를 지자체에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셋째, 요양 서비스의 가격과 서비스 내용은 같다. 본인 부담금(전체 비용의 15%)을 줄여주거나 프로모션 등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된다. 전국의 모든 요양센터가 똑같은 조건으로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노인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한다. 건보와 의료인은 환자의 신체기능과 인지기능 저하를 판단해 1등급(중증)부터 5등급(경증)까지 결정한다. 등급마다 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본인 부담금 비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요양 서비스 수가(酬價)와 한도액만 달라진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의 얘기다.
 
  “요양 등급을 받은 환자는 크게 재가(在家), 시설 요양 중에 선택합니다. 재가 요양은 내 집에 살면서 서비스를 받는 것입니다. 요양 보호사가 환자 집에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 요양과 ‘어르신의 유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 환자에게 필요한 전동침대·휠체어·보행기 등의 복지용구 제공을 총망라합니다. 시설 요양은 환자가 시설에 입소해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요양원이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아는 요양병원은 요양 시설이 아니고 병원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어떤 요양입니까.
 
  “건보의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요양 등급자 약 100만 명 중 15%가 시설, 85%가 재가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재가 서비스 중에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는 방문 요양입니다. 요양기관 2만8000개 중에서도 60%가 방문요양센터입니다.”
 
  재가 요양 서비스는 국가자격증을 가진 요양보호사가 하루에 3~4시간, 주 5~6회 방문해 환자들의 신체 지원, 청결 유지, 식사 도움, 치매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간병 서비스와 헷갈릴 수 있지만, 방문 요양 서비스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은퇴자들이 인생 2막으로 요양센터 차려
 
이진열 대표가 환자의 휠체어를 끌고 함께 외출하고 있다.
  ― 건보가 요양 서비스 주체를 민간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요양센터를 오픈하는 것이군요.
 
  “네. 주로 50대 이상의 은퇴자들이 요양센터를 많이 차립니다. 은퇴 자금이 10억원 이상이면 자가 건물이 반드시 필요한 요양원을 만들고, 3억~4억원이면 ‘어르신 유치원’인 주간보호센터를 만듭니다. 주간보호센터는 200평 정도의 공간을 임차해 주간 시간대에 환자 돌봄 서비스를 합니다. 자본금이 5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주로 방문요양센터 대리점을 합니다.”
 
  ― 전국에 방문요양센터 대리점이 많은 이유군요. 은퇴자들이 하기 때문에 수익이 나야 할 텐데요.
 
  “맞습니다. 대리점 주인은 은퇴 자금을 쏟아부었기에 일정 수준의 수익이 나야 하고, 또 전국에 요양 환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대리점으로부터 요양보호사를 받아야 합니다. 통상 센터에서 요양보호사를 하루 3시간씩 일주일 내내 보낸다고 가정할 경우 환자 한 명당 13만원 정도 수익이 생깁니다. 돈은 건보에서 센터로 가는 구조입니다.”
 
  ― 요양센터 입장에서는 돌보는 환자가 많을수록 수익이 높겠군요.
 
  “건보에서 받는 금액이 전국의 어느 요양센터든 똑같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환자를 확보했느냐가 수익의 기반이 됩니다. 환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요양보호사를 제대로 매칭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요. 통상 요양 등급을 판정받은 환자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입소하는 데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1년 동안 재가 요양 서비스를 받습니다.”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요양 요원으로 현재 50만 명 정도인데 60대 초반이 많다.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환자는 요양원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100만 명 정도로 현재 요양보호사 대(對) 환자의 비율은 1대 2 정도다. 업계는 2030년 이후에는 요양보호사가 11만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진열 대표는 “요양 보호 서비스 시장은 노노(老老)케어 시장이다. 60대 노인이 80대 환자를 돌보는 구조”라며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센터장 입장에서는 환자와 요양보호사 확보가 중요하며 양쪽의 불만이 줄어들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자기 돈 쏟아부어 사업하는 사람들’
 
  나이 든 사람들이 즐비한 업계에 뛰어든 덕분에 ‘젊은 센터장’으로 환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이진열 대표는 한국시니어연구소를 확대해 직영요양센터를 서울·대구에 만들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반년 만에 코로나19가 터졌고 요양 시설과 주간보호센터는 셧다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방문 요양 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었다. 요양 시설에 있던 환자들이 자택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 사업을 팽창시키던 와중에 호재가 생긴 셈이네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저희는 그때까지 센터장들에게 월급을 주고 직영센터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경력이 탄탄하고, 환자들에게 친절한 분들이었지만 개별적으로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분들을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분들은 환자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센터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밤낮없이 전사(戰士)처럼 일을 하더군요.”
 
  ― 월급쟁이와 자기 사업하는 사람의 차이점이군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로 들게요. 요양 등급 판정자의 백신 접종이 가장 빨리 진행됐습니다. 보통 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는 따로 거주하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가 환자들을 인솔해 백신을 맞으러 가야 했습니다. 보호자들로부터 ‘센터장이 백신 맞을 때 동석해주면 안 되느냐’는 부탁을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저희는 환자가 많기도 했고, 지역에 촘촘하게 센터장들이 배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탁을 수락할 수도, 수락하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돈으로 오픈한 동네 센터장은 차를 전세 내서 백신을 맞으러 가고, 자신들에게 요양보호사 파견을 부탁하지도 않은 다른 센터의 환자들과 접촉해서 같이 가더군요. 사실 차 안의 경우, 밀폐된 공간이라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있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사고가 날 경우 처리 문제도 복잡해서 원칙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거든요. ‘아무리 훌륭한 센터장을 뽑아도 월급쟁이면 자기 돈을 쏟아부은 개인사업자 센터장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요양 서비스의 스타벅스가 되겠다’는 제 포부는 이뤄질 리 없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내리는 바리스타가 바뀌어도 커피 맛, 분위기, 커피를 든 나의 모습이란 가치가 있지만, 이 업종은 환자와의 휴먼터치가 유일한 차별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정 업무 자동화 시스템 ‘하이케어’
 
  이진열 대표는 요양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가 나름 탄탄하게 사업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초창기에 그가 프랜차이즈로 오픈했던 본사에서 역으로 그에게 회사를 인수하라는 제안을 해왔다. 이 대표는 종전에 회사가 갖고 있던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모두 해지하는 조건으로 2021년 7월에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했다. 그는 과거 회사의 프랜차이즈였던 50여 명의 가맹점 점주들을 모아놓고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는 대신에 우리 회사는 행정 업무 시스템 지원, 요양보호사 파견을 돕는 백업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센터들이 환자를 확보해 수익을 챙기는 것은 본사가 있든 말든 상관없이 그들이 더 잘한다는 것을 깨우친 뒤였다.
 
  이진열 대표는 과도한 요양센터의 수기(手記) 행정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소프트웨어 ‘하이케어’를 갖고 있었다. 또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알림 서비스인 ‘요보사랑’도 운영 중이었다. 이런 서비스를 요양센터에 판매해 월별 구독료를 받는 식(式)으로 회사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 회사 매출을 ‘하이케어’와 ‘요보사랑’으로 내기로 했군요.
 
  “방문요양, 요양원, 요양기관은 파편화돼 있고,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 업무를 해야 합니다. 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고시 세부사항, 장기요양급여 모니터링 매뉴얼 등 읽고 숙지해야 하는 가이드가 수백 페이지나 됩니다. 센터장들의 평균 나이가 50대다 보니 이런 행정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이 매우 열악해서 여전히 수기 업무가 넘쳐났는데 이 부분을 저희가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요양보호사 구하는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처에 있는 요양보호사 한 명 한 명에게 전화해서 ‘내일 오전 근무 가능하세요?’라고 물어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시장에 적절한 플랫폼이 없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점을 저희가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양 등급 받기까지 한 달에서 두 달
 
  ― 센터장이 잘하는 일과 외주를 줘야 하는 일을 구분해, 한국시니어연구소는 백업을 하기로 했군요.
 
  “맞습니다. 전국 모든 요양기관의 서비스 가격이 같고, 요양보호사는 평균 2~3번 교체되는 상황에서 변치 않는 것은 센터장뿐입니다. 이들이 환자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려면 행정적인 일을 간소화해야 합니다. 요양 서비스는 건보와 지자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요양센터의 행정 업무가 미비하면 공단에서 지급했던 요양 수가를 환수해갑니다. 행정적 업무를 꼼꼼히 해야 하죠. 저희는 직영센터 대신에 전국의 수많은 센터에 이런 행정 업무 지원, 요양보호사 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진열 대표로부터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장애가 생긴 환자가 어떤 절차를 통해 요양 등급을 받는지를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통상 보호자는 근처의 요양센터에 전화를 걸어 절차를 상담한다. 요양 등급 신청은 최소 한 달에서 최대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리고 과정이 복잡하다. 요양 등급 신청서를 작성해 주민등록증과 함께 공단에 팩스로 보내야 하고, 공단 직원이 환자 자택을 방문해 50여 가지 질문을 한다. 이후 병원에서 의사 소견서를 받으면 이 자료를 기반으로 등급 판정이 이뤄진다.
 
  이진열 대표의 얘기다.
 
  “제가 과거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젊어서인지 여태 대략 3만~4만 명과 상담을 했습니다. 보통 보호자들이 전화해서 걱정과 함께 향후의 절차에 대해 여쭤보세요. 한참 설명을 하고 나면 대다수의 고객은 ‘복잡하네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믿고 맡길 테니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합니다.”
 
  ― 갑자기 닥친 일이고 절차가 복잡하니 그럴 법도 하겠네요.
 
  “요양 등급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시점을 저희가 조절할 수는 없지만, 요양 등급 신청 서비스는 간소화해서 고객들을 응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디지털로 해결할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스마일시니어’를 입력하면 2~3분 만에 요양 등급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팩스,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고, 쉽게 등급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후에 절차마다 카카오톡 알림톡을 보냅니다.”
 
 
  요양 등급 신청에서 발급까지 과정 무료
 
  ― 절차를 간소화하는 기능을 만들었군요.
 
  “이렇게 요양 등급 신청을 하고 나면 고객과 가까운 요양센터장이 1~2일 내에 환자 집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고, 요양제도와 서비스, 등급 절차에 대해 설명합니다. 한 달 넘게 진행되는 요양 등급 판정까지 모두 챙겨서 필요한 서류를 알려드리고, 의사 소견서 발급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연결해드립니다. 저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센터가 가입해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저희가 가장 많은 센터를 갖고 있다 보니 가장 빨리, 가장 가까운 센터와 오프라인에서 상담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요양 등급이 결정될 때까지의 모든 컨설팅 과정은 무료입니다.”
 
  ― 전부 무료이면, 센터는 언제부터 수익을 올리나요.
 
  “모든 과정이 끝나고 요양보호사를 환자 자택으로 파견하면서부터 수익이 생깁니다. 건보에서 센터에 지급하는 형태고요. 저희는 약 13만 명의 요양보호사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요양보호사 교체를 원할 때 가장 빨리 매칭해드릴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 외에도 전동침대, 휠체어 등 복지용구 구매와 렌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도와드립니다. 일본 프리미엄 전동침대는 한 달에 1만4000원이면 렌털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일본 프랑스베드사(社)와 독점 계약을 한 후에 보건복지부에 복지용구로 등록했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겁니다. 저희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저희는 개인사업자 센터장들을 통해 더 나은 요양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게 돕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환자들이 요양 등급을 받도록 도왔는데 나중에 요양보호사 파견은 다른 곳과 하는 경우는요.
 
  “물론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저는 이런 일로 센터장들이 속상해할 때 ‘마음의 빚을 지웠다고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보호자들의 어깨에는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 등 네 명이 있습니다. 처음에 두 분이 요양 서비스가 필요할 때 지인에게 부탁했더라도, 나머지 두 분은 정작 자신의 일을 열성적으로 도왔던 집 근처 센터장께 부탁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인지라,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사업 확대했다가 되돌아가는 중”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사업 영역을 살짝 바꿔서 업계에서 공격적인 활동을 할 무렵에 회사가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일이 생겼다. 2021년 10월에 소프트뱅크벤처스(현 SBVA), 해시드, 싱가포르 소재의 가디언펀드 등으로부터 110억원 정도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5조원에 이르는 재가요양시장의 유망성과 한국시니어연구소의 관련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혁신에 대한 의지, 플랫폼 구축 기술과 역량을 높이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진열 대표의 행정 업무는 디지털화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은 아날로그화하는 ‘투트랙’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2022년에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를 꿈꾸며 ‘어르신 유치원’인 주간보호센터, 전동침대 등 환자용(用) 물품 직수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진열 대표는 최근에 이들 사업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다.
 
  “투자를 많이 받다 보니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분야에도 과감하게 도전했지만 스타트업의 영역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과연 잘해서 진출한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욕심이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버 스타트업은 갑자기 큰 투자를 받으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스타트업은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투입 자금의 회수가 지나치게 늦어지는 곳에 진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사업도 매각 중이고, 직원 숫자도 대폭 줄였고 오로지 시장의 퀄리티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 자성(自省)에 가깝네요.
 
  “스타트업이 벌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만일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하루빨리 되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저는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라 아직도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배 큰 일본 요양시장, 요양보호사 부족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일본을 많이 벤치마킹한다. 우리나라보다 초고령 사회와 요양제도에 대해 먼저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요양기관은 2만8000개로 집계되는데, 일본에는 31만 개의 요양기관이 있다. 우리나라의 10배다. 이진열 대표의 얘기다.
 
  “저희는 일본을 선진국이 아닌 선험국(先驗國)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일본은 환자 대비 요양보호사가 30만 명 이상 부족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요양기관의 폐업이 엄청납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에 들어갔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환자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겠네요.
 
  “일본은 기술을 통해 두 가지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기관 운영과 모니터링 기술을 극도로 효율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국가가 기관에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 대신에 환자의 거동을 보조하는 복지용구 제품에 투자를 매우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우리나라도 결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혁신이 있어야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요양기관의 업무와 요양보호사 구인을 기술을 통해 극도로 효율화해줘야 한다고 믿고 그것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입니다.”
 
  ― 이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지는 않았나요.
 
  “교육회사인 대교가 하고 있고, 일부 금융회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금융회사에 자산이 풍부한 고령 데이터가 많다 보니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도 금융회사가 주로 이 시장에 진출해 있습니다. 대교의 경우, 저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잠금 화면’ 앱, 첫날 10만 명 내려받아
 
이진열 대표가 스물다섯에 만든 애플리케이션 ‘마이돌’ 화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남 진해 출신인 이진열 대표는 어려서부터 IT기기와 전자제품을 좋아했다. 세상이 기술로 바뀌는 것에 심취한 ‘문돌이(인문 계열을 선택한 학생)’라고 스스로 말했다. 평범한 길이 아닌 사업가가 된 계기는 서울대 2학년 재학 때 ‘공식봉사단’이라는 봉사 단체의 임원진을 맡으면서다. 전국을 다니며 학생들을 멘토링해주는 단체였는데 여러 선배를 알게 됐고, 한 중소기업 대표의 제안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시력 탓에 군 면제를 받은 터라 대학교 5년 차 때였다.
 
  “군 면제를 받으면 빨리 졸업해서 취업할 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저의 부모님 뜻은 달랐습니다. ‘비록 군대에 가지 못했지만, 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만한 것들을 대학에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학생 신분은 유지하되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학기마다 2~3학점씩만 들으면서 학교에 다니게 됐고, 사업 제안을 받게 됐습니다.”
 
  ― 말 그대로 우연한 기회였군요.
 
  “무가지(無價紙)를 만드는 중소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던 일을 맡게 됐습니다. 최소 학점을 들으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스물다섯이었으니까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 지원금 1억5000만원을 통장에 받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너 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를 근처에 두고 살던 때였는데 휴대전화를 쓰지 않을 때 뜨는 잠금 화면에 무엇을 띄우면 좋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아이돌이 말을 걸어주면 어떨까’를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놨고, 3일 만에 기존의 소스 코드를 조금 바꿔서 아이돌 잠금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 반응이 어땠나요.
 
  “론칭한 첫날에 무언가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하루에 10만 명이 내려받기를 했거든요(웃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운로드를 하고, 몇몇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아이디어 차원으로 내놨던 애플리케이션은 초대박 히트 상품이 됐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400만 명이 내려받기를 한 ‘마이돌’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정작 이진열 대표는 재무제표를 볼 줄도 모르고,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20대 청년이었다. ‘마이돌’ 유저들의 요청은 갈수록 세밀해졌다. ‘아이돌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과 대화를 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쳐 45개 언어로 가상 채팅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가령 유명 배우가 아침에 ‘아침 먹었니?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라는 식으로 말을 걸어주는 것이다.
 
 
  9년 만에 학교 졸업… 졸업생 대표 연설
 
제71회 서울대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축사를 하고 있는 이진열 대표.
  이진열 대표의 얘기다.
 
  “나중에는 연예인 기획사와 계약을 맺어 팬레터를 보내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돌 팬들은 모바일 아이템 게임을 사는 것처럼 앱 결제를 통해 연예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연예인 일부는 랜덤으로 팬에게 답장하는 식이었습니다. 연예인 굿즈, 콘서트 티켓도 팔고, 매일 유저와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제가 08학번인데 2017년 2월에 졸업했거든요. 학교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시켜줬습니다. 당시에는 서울대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창업을 하지 않을 때여서 제가 아마 또라이처럼 보였던 것 아닐까요? (웃음) 학교를 9년이나 다니지 않나, 한동안 학교에서 사라지더니 앱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나, 신기했을 겁니다.”
 
  ― 초대박을 친 거죠?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제가 뛰어든 시장은 연예인과 연예인 기획사가 움직여야 작동하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연예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과가 나지 않는 시장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게 처음에 손을 내밀었던 중소기업이 돈을 대줄 때 연대 보증 형식으로 저를 넣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너무 무지(無知)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몰랐던 거죠. 다행히 유저가 있고 트래픽이 나왔던지라 더 늦기 전에 ‘마이돌’을 매각기로 했습니다.”
 
  ― 금방 팔렸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AI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연예인과 팬들 사이 다양한 교류 방식이 있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살 사람이 없었어요. 직원들을 권고사직시키고, 그냥 용감하게 아무 곳이나 문을 두드렸습니다. 온종일 온라인 게임을 하고, 저녁 되면 술 먹고, 새벽에 잠들었다가 일어나 배달 음식 시켜 먹고, 정말 절망을 안고 살아야 했던 시절이 반년 이상 길어졌습니다. 오죽하면 저희의 투자자들이 ‘젊다지만 그러다가 죽는다. 투자자들이 괜찮다는데 왜 너희가 그러느냐’고 다독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지내기를 반년 넘게 한 끝에, 이진열 대표의 초창기 작품인 ‘마이돌’은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AD(X)에 매각됐다. 대출금 갚고, 투자사들에 분배하고 나니 이진열 대표의 손에는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연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장병규(葬柄圭)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창업자(현 크래프톤 의장)는 그를 꼭 안아줬다. ‘마이돌을 정리했다’는 말에 장 창업주는 “빚은 없는 거냐. 우리가 또 투자를 해줄 테니 언제든 창업하면 얘기하라”고 말했다. 이진열 대표는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누가 봐도 제가 실패한 것이거든요. 젊은 나이에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해서 연대 보증이라는 단어도 듣고, 빚도 지면서 두려움만 가득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판 거니까요. 그런 제게 굉장히 높으신 분이 격려를 해주시는데 정말…. 그동안 서러웠던 일이 생각나면서 한참 울었습니다.”
 
  25세에 첫 4대 보험에 가입했던 회사, 인생의 첫 단추는 그렇게 지나갔다. 2018년 12월이었다. 함께 ‘마이돌’을 창업했던 CTO(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다시 창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진열 대표는 ‘마이돌’을 정리하며 새로운 사업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멀리 있고, 우리가 시장을 쫓아가는 사업을 하고 싶다. 둘째, 우리 팀이 가진 IT 서비스 개발 능력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셋째, 첫날이든 첫달이든부터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비전을 갖고 있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재가 요양 서비스’였다.
 
  “인구 구조의 변화라는 큰 시장 변화에서 기회를 찾았고, 고령화라는 키워드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던 중에 요양 서비스 시장을 발견한 겁니다. 제가 처음부터 요양센터를 만들었던 이유도 직접 몸으로 학습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에요. 2019년도는 제게 잊을 수 없는 해입니다. 그해에 와이프를 만났고 이듬해에 결혼했고, 2022년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웃음). 또 제가 평생 할 수 있는 산업도 만났습니다.”
 
 
  “요양 서비스 보호자로, 당사자로 한 번은 겪을 일”
 
  ― 두 번 했는데 세 번 못 할까요. 또 다른 사업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나요.
 
  “제가 평생 해야 할 산업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지 않는 한 요양 서비스 시장은 지속하고, 더욱 커질 겁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문제가 계속 생길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나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보호자로서 겪고, 시간이 지나면 대상자로서 겪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시도가 개인적으로 실패로 끝날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시장에 남아서 선진화를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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