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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창업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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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100위 유니콘, 우리나라에서 창업했다면 절반은 규제 때문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
⊙ “스타트업 성공 후 빌딩 구매보다 후배들 돕는 창업자가 대부분”
⊙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창업가 자질 가진 사람 매우 많아”
⊙ “세포 배양육 생산해도 국내에선 판매 불가… 싱가포르에는 세포 배양육 레스토랑 있어”
⊙ 스타트업 4대 요소는 사람·자본·기술·시장… 우리나라 경쟁력 충분해

崔誠眞
1971년생. 한양대 법학 석사 수료 /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장·검색전략팀장·마케팅전략팀장,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사무처장,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역임. 現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이사,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이사
최성진 대표. 사진=코스포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의 말은 단호하고, 울림이 있었다.
 
  ‘창조’ ‘혁신’ ‘생존’이 기업의 키워드가 된 오늘날, 《월간조선》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현주소를 연중 기획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대변 단체로 성장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대표다. 코스포는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고,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2016년에 50여 스타트업이 모여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우아한형제들·토스·컬리·쏘카·당근·직방 등 2200여 개의 스타트업 및 혁신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코스포는 기업의 이사회와 같은 형식으로 운영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사를 맡아 정기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있으며, 현재 이사회 의장은 박재욱 쏘카 대표다. 코스포의 실질적 운영은 최성진 대표가 맡고 있다.
 
 
  ‘Pay it Forward’
 
코스포의 역대 의장들. (왼쪽부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조선DB
  ― 코스포 출범 7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간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전(全) 세계적으로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회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나오면서 창업 생태계가 꾸려졌습니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지만 스타트업 업체들의 목소리가 작다는 점에서 코스포가 탄생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규제를 혁신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또 창업가,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운영하고, 규제샌드박스를 지원했습니다. 국내외 스타트업 및 투자사, 오피니언 리더가 함께 모이는 교류의 장을 마련했고요. 회원사를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을 기획해왔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교류의 장 또한 만들어왔습니다.”
 
  ― 여러 활동을 했네요.
 
  “저희의 모토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입니다. ‘내가 받은 것을 후배 창업가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입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얘기할 때 페이 잇 포워드 문화를 자주 언급합니다. 내게 도움을 준 창업가에게 되갚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혜택을 후배 창업가를 도움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되는 구조가 조성될 수 있다는 뜻인데 저희가 이 정신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가들의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캠페인을 영상으로 만들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고, 35명의 스타트업 창업자 인터뷰를 엮은 책도 출간했습니다.”
 
  ― 좋은 문화네요.
 
  “저희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이 바로 선순환입니다. 창업가 한 명이 사업에 성공해 빌딩 사서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창업가 정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또 그 후배들이 또 다른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코스포의 역대 의장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스타트업의 정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혁신을 꾀하고, 빠르게 변하려면 사고방식이 유연해야 하고, 끝없이 성장해야 하기에 이런 문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코로나19 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최고”
 
  ― 코스포 출범 이후 3년의 코로나19 시기를 거쳤죠. 어땠습니까.
 
  “굉장한 위기이자 기회였습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소멸하다시피 하면서 매출의 90%가 줄어든 기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긴축 상태였던 미국이 양적 완화로 돌아섰고, 전 세계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 통화가 팽창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데 코로나19 때 비대면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디지털 준비가 됐던 회사에는 기회가 됐습니다. 더구나 역설적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 스타트업 사업하기는 어려운데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은 늘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2021년이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최고점을 찍었고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2022년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2021년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곧 회복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인재를 확보한 회사들도 많았고요.”
 
  ― 어떻게 인재를 확보했다는 겁니까.
 
  “가령 여행스타트업인 마이리얼트립은 매출이 90% 줄어서 생존을 걱정할 정도였는데 다른 여행업계가 인원 감축에 들어가면서 그런 인재를 영입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에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히 후속 투자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인재를 모셔올 수 있었던 겁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 일본보다 많아”
 
2023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주 워크숍에서 ‘오픈 토크’ 시간 모습. 사진=코스포
  최성진 대표의 말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성 요소는 사람, 자본, 기술, 시장 네 가지다. 여기에 무형적 요소인 커뮤니티를 다섯 번째 요소로 본다. 우선 사람들의 역량은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창업가 자질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 매우 많다”고 했다.
 
  “인재 풀이 굉장히 다양하고 역량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스타트업의 두 번째 구성 요소인 자본도 풍부합니다.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이 발달했고, 중소기업부에 등록하는 벤처투자사,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는 신기술 투자회사가 있습니다. 창업 기획 시절부터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글로벌 투자자들도 스타트업 회사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이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규모는 16조원대, 2022년에도 12조6000억원대였습니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2.5배 정도 큰데, 일본이 전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규모는 10조원이 채 안 됩니다.”
 
  ― 스타트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소리네요.
 
  “네. 문제는 기술력입니다. 기술력은 기술 자체를 개발할 수 있는가와 그 기술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느냐로 갈립니다. 둘 다 쉽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기술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기술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작 기술력을 확보했더라도 상품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 규제가 많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예를 들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세포배양육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고기 세포를 가지고 실험실에서 배양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소를 도축해 고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소고기 세포로 100g짜리 등심, 200g짜리 안심을 만드는 겁니다. 식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생산된 제품을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규제로 인해 기술력을 제품으로 못 만든다는 소리입니다.”
 
  ― 시장이 없으면 기술 개발한 게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싱가포르에는 세포배양육으로 만든 제품만을 판매하는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규제를 보자면 ‘너희가 세포배양육 분야에 뛰어들려면 제품을 개발해 외국에다 판매하라’는 것이죠. 생각보다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외국 스타트업이 우리나라에 둥지 틀었다면…

 
  코스포는 지난 2017년 세계 100대 유니콘 기업을 분석한 적이 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100개 기업을 창업했다면, 절반은 사업을 접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외국에서는 가능한 사업이 우리의 잣대를 들이대면 대부분 법에 저촉되기 때문이었다. 코스포는 2022년, 2017년 분석한 100개 기업을 그대로 분석했는데, 한 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국내에서는 사업 불가(不可)라고 나왔다. 5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규제는 여전하다는 소리다.
 
  “5년 동안 규제가 얼마나 풀렸는지 알아보기 위해 같은 기업을 분석했는데,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들 중 21개 기업의 가치는 현재 400조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400조원의 시장을 아예 론칭조차 못 한다는 소리입니다.”
 
  ―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규제가 많을까요.
 
  “낡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규제,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규제 허들, 신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규제 등 다양합니다. 만약에 이들 규제 중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묶어둘 수밖에 없는 분야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기후테크 같은 분야는 거의 반대가 없잖습니까. 지구온난화를 막아 전 세계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인데 그런 부분도 규제가 심합니다. 기후테크에는 에너지, 환경, 농업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에 대한 규제도 강합니다. 코스포는 규제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로 200여 건을 건의한 상황입니다.”
 
 
  “공유 주방 해결 위해 2년 노력”
 
  ― 해결한 건 없습니까.
 
  “공유 주방 문제는 해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개의 주방을 한 명의 사업자가 운영해야 합니다. 자신의 주방을 남에게 빌려줄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식중독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유 주방은 여러 사업자가 공동의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어 서빙을 하든, 배달을 하든 알아서 하는 시스템입니다. 공유 주방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정도 노력했고, 결국 주방에서 사고가 났을 때 해당 사업자가 공동 책임을 지기로 하고 규제가 풀렸습니다. 그나마 이 부분은 식약처가 단순 법령 개정을 통해 규제를 풀 수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 이미 있는 규제를 푸는 일은 굉장히 어렵군요.
 
  “너무 힘듭니다. 개별 사안으로 들어가면 너무 답답하고, 진전을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비대면 진료도 대표적인 규제가 강한 분야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 한시적으로 우리도 비대면 진료를 했는데 보건복지부가 밝힌 바로는 심각한 의료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합니다. 비대면 진료 시장이 원활하게 작용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 협회에 가입한 기업 중에서도 30여 개의 스타트업이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간 닫혀 있던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끝나고 비대면 진료가 그간 형태로는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13개 회사가 사업을 접었습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 주위에 병원이 없는데 갑자기 아플 경우, 반복적인 처방약을 받아야 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규제 얘기를 하다 보면 도돌이표라고 느낄 때가 잦습니다.”
 
 
  ‘50개 시도해 1~2개만 성공한 회사’
 
  코스포에 가입한 회원사는 2022년기준 2000개가 넘는다. 이 중 스타트업 989개사의 연 매출 규모는 19조9000억원, 스타트업 994개사가 고용한 인원은 4만8000명이 넘는다. 회원사 중 유니콘 기업은 무신사·빗썸·오늘의 집·당근·메가존클라우드·쏘카·직방·야놀자·여기어때 등 13개사다. 회원사는 24개 이상의 분야에 진출해 있는데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가장 많고, 나머지는 광고·마케팅, 교육, 물류, 법률 및 인사, 보안·데이터 등의 사업을 한다. 스타트업도 트렌드가 바뀐다. 최 대표의 얘기다.
 
  “과거에는 플랫폼, 커머스 분야를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딥테크로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딥테크의 사전적 의미는 인류 전체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딥한 임팩트를 준다는 겁니다. 우주여행이나 사람 몸에 들어가서 스스로 수술하는 나노 로봇 같은 것이죠. 요즘의 분위기는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래 걸리더라도 인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군에 투자하자는 분위기입니다.”
 
  ― 스타트업 회사 대표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분이 많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분도 많고 ‘과연 저 사업이 될까’ 싶은 비즈니스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창업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업을 하다가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또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드뭅니다. 남들이 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제를 꾸역꾸역 해결책을 찾아내 해결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창업가라고 정의합니다.”
 
  ―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 그런 사례가 많겠죠.
 
  “정말 자주 얘기해서 이승건 대표한테 미안한데요(웃음), 유니콘 기업이 된 토스(toss)도 저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토스가 간편송금 서비스를 들고 나왔을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규제가 심한 곳이 금융인데 과연 될까’ 싶었습니다. 간편 송금은 은행들이 허용을 해줘야 작동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잖습니까. 처음에는 2개 은행만 업무 협약 형식으로 허용해줬다고 합니다. 시중은행이 20개가 넘는데 어렵지 않겠나 싶었는데 이승건 대표가 해내더라고요(웃음). 이 대표가 은행장들 설득하고 정부가 핀테크를 육성한다고 발표하자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이제 토스가 인터넷 은행까지 진출했으니 제 예상이 완전히 틀린 겁니다. 토스가 자기네 회사를 설명한 내용을 보면 ‘50개를 시도해서 한두 개만 성공한 회사’라고 돼 있어요.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사람들인 겁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여전히 낮아”
 
  최성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그들의 기여도에 비해 평가가 박하다”고 했다. 그래서 코스포는 창업가들이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장을 열고, 정부에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단다.
 
  “미국 콜로라도의 볼더시는 인구가 10만 명, 이렇다 할 산업은 하나도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테크스타즈라는 액셀러레이터가 생기면서 도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들에게는 행동 강령이 있는데 ‘기브 퍼스트(Give First)’입니다. 코스포의 역할도 이와 비슷합니다. 요즘 저희의 관심사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을 어떻게 분산시킬까입니다. 지역에서 창업하더라도 인재를 뽑고 투자를 받으려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야만 스타트업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 스타트업의 선순환을 유독 자주 말씀하고 강조하네요.
 
  “저희가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에 성공해 빌딩 사고 요트 산다고 생각해보죠. 그건 개인의 성공일 뿐 사회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진정한 스타트업의 정신은 실패한 창업가를 돕는 사회 안정망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90%가 실패하는 산업군이라서 이런 안정망이 있어야만 창업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 예전에 사업한다고 하면 집 담보로 대출받고, 연대 보증을 위해 주변인들을 끌어들이고 그랬지요.
 
  “그때와 지금은 180도 다릅니다. 오늘날의 스타트업은 투자자의 돈으로 하기 때문에 실패해도 투자자의 돈을 날렸을 뿐입니다. 투자자들이 ‘내 돈 내놓아라’며 멱살을 잡는 구조가 아닙니다(웃음). 투자자들은 창업가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표님,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요. 다음번에 제가 또 투자할게요’라고 합니다. 간혹 실패한 창업가를 다른 업체에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선순환 아니겠습니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이미 5000억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했습니다. 저희 회원사 중에는 저희 단체에 기부하거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돈을 흔쾌히 내놓는 기업이 많습니다. 이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평판 시스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3년 신년회 사진. 사진=코스포
  ― 돈 벌면 부동산부터 산다는 얘기를 들어서 신기하기만 하네요.
 
  “그런 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드뭅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들이면 다른 영역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비즈니스에 성공해 투자자로 전환하든지, 신생 스타트업을 위해 조언자 역할을 합니다. 만약 또다시 선수로 뛰고 싶다면 새로 창업하는데 이런 분들은 ‘연쇄 창업가’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국내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 중 편하게 빌딩 임대 수익으로 남은 인생을 살겠다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행동에 대해 스스로 좀 창피하다고 생각한다 할까요?”
 
  ― 정말 대단한 분들이고, 세상이 달라졌네요.
 
  “스타트업을 지원한 벤처캐피털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스타트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이 통한 겁니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도 열 군데 투자해서 한 군데만 살아남아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습니다. 대기업도 스스로 혁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방식으로 투자하고, 지방자치단체, 해외 투자청도 국내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합니다.”
 
  ― 요즘은 스타트업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벤처라고 했죠. 1990년대 후반에 있었던 벤처버블의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도덕적 해이(解弛)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벤처회사들이 몰려 있던 강남의 경우 돈이 넘쳐났고, 밤이면 불야성(不夜城)을 이뤘죠. 하지만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진화했고, 자신을 증명해온 겁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일종의 ‘평판 시스템’이 있습니다. 벤처캐피털과 같은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실패했다고 질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사업을 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오히려 위로하고, 추후 투자를 약속합니다. 만약에 스타트업 대표가 꼼수를 부리다가 투자자의 돈을 날렸다면 그 사람은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붙이지 못합니다.”
 
 
  “중국에 유니콘 기업 정말 많아”
 
  ― 스타트업을 대하는 투자자나 기업 대표의 수준이 대단히 세련돼졌네요.
 
  “저희는 스노볼 효과라고 합니다.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계속 커지는 것처럼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2023년 11월에 열린 컴업 행사 때 슬로베니아 대사가 찾아와서 ‘우리나라는 인구가 200만 명에 불과하다. 우리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이제 한국의 스타트업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 어떤 점이요.
 
  “여전히 미국, 중국이 전 세계 스타트업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인재와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에 어떻게 세계적으로 우위를 선점해야 할까가 고민입니다.”
 

  ―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은 그렇다 치고, 중국이 하이테크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것은 의문이기도 하죠.
 
  “중국에 유니콘 기업이 정말 많습니다. 코스포 운영진이 2017년에 워크숍으로 선전에 가서 텐센트, 화웨이, 공산당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스타트업, 특히 하이테크를 육성한다’는 것을 눈으로 봤습니다. 스타트업 보육센터에 구호가 붙어 있었는데 ‘팔로 아워 파티, 스타트 유어 비즈니스(Follow our party, Start your business)’였습니다. 결국 우리 공산당의 영도하에 너희는 창업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이 네거티브 규제를 잘 운영해서 ‘금지하는 것 빼고는 다 해봐라’며 창업 국가의 면모를 보였다면, 중국은 공산당이 앞장서 하이테크 사업을 육성한 겁니다. 두 국가가 완전히 상반된 방식을 사용했지만, 오늘날 유니콘 기업의 상당수가 두 국가에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 마윈 회장 때문에 분위기가 좀 바뀌지 않았나요.
 
  “최근의 지표를 보면 중국인들이 성공적인 창업자의 현실을 보면서, 창업의 분위기가 한풀 꺾인 것 같기는 합니다.”
 
  ― 《월간조선》과 함께 스타트업 얘기를 1년 내내 할 텐데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선거철이 되면, 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누구나 ‘한국의 희망은 스타트업에 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저희의 얘기를 경청하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그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에 몸담은 사람들의 생생한 얘기를 통해 그들의 역할이 더욱 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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