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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위기관리 ⑥ 超연결사회와 위기관리

정보의 빠른 확산, 과거 기록 소환… 위기 증폭

글 :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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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결사회에서는 일부 피해자 설득, 로비, 유력 언론의 지원 기사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위기관리 못 해
⊙ 스카니아, 중대사고 발생 시 현장 직원에게 전문가 붙여주고 본사와의 소통 창구 확실히 해
⊙ 가습기 살균제 관련사들, 책임 회피 급급하다가 아직도 문제 해결 못 해
⊙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사건의 퍼듀제약사는 결국 파산
⊙ 일본, 지방정부가 재난관리의 주체… 한국, ‘지역 중심 사회재난 예방체계 구축’ 무산

權信一
1970년생.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연구위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 역임. 現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 저서 《협상5》
2021년 1월 12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사들의 사죄를 요구했다. 사진=조선DB
  최근 세계 3대 코인거래소 중 하나였던 미국의 FTX가 파산했다. 재무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며칠 만의 일이었다.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의 가격은 일주일 사이 84% 이상 폭락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거래소 도산을 우려해 FTX에 예치했던 가상화폐와 현금을 무더기로 인출했다. “한국에서 벌어졌던 루나 사태가 또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인출 사태 속도는 더 빨라졌다. 오너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며 억울해했다. 전 세계의 일반 고객들은 물론, FTX를 홍보하던 유명 야구선수 오타니와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같은 유명인사, 그리고 소프트뱅크·로빈후드 등 유명한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블룸버그는 “현재까지 이번 사태로 증발한 기업들의 시가총액만 약 5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코인 가격의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코인거래소는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간에 상관없이 돈을 버는 구조다. 거래 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FTX는 어떤 이유로 파산한 것일까?
 
  루나 코인 사태로 가중된 불신, FTX 오너의 쌈짓돈 운영 방식,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중국계 바이낸스의 CEO 창펑 자오의 부정 평가 트윗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됐다. 여러 국가, 디지털 환경, 개인, 셀럽, 기업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들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개인과 셀럽, 기업, 국가는 디지털로 촘촘하게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생각들을 공유하고, 맞든 틀리든 비슷한 판단을 빠르게 해, 다시 되돌리기 힘든 초(超)연결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통적 위기관리 방식의 종언
 
  우리나라는 대외무역의존도가 약 90%에 달한다. 천연자원은 미미하고,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의 90%가 글로벌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남달리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초연결사회는 전 세계를 비슷하게 만들어버렸다. 이제 우리뿐 아니라 선·후진국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대응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로 변해버린 것이다.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세상 덕분에 기회와 위기가 함께 주어지고 있다.
 
  BTS,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가 생각지도 못한 규모로 세계인의 인기를 얻으며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단일 분기 고용상황 리포트가 하루 만에 글로벌 주가 하락을 불러오는 것처럼 금융 시장의 위기는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진다.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개개인이 어떤 언론사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구하고 생산자로 역할을 하는 초연결 디지털 세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일부 피해자 설득, 내부 직원 무마, 유명 로펌을 통한 법적 대응, 법무부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 유력 언론의 지원 기사 등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 피해자 그룹의 소셜네트워크와 1인 미디어의 영향력, 전통매체 유명 칼럼진 못지않은 일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때로는 정책 담당자보다 더 나은 일반인의 정보력, 국내외의 다양한 피해자 및 가해자 등이 촘촘히 연결되어 문제점이 부각된다. 부정적인 이슈는 사그라지지 않고 반복해서 계속 이어진다. 사전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검하며 위기를 방지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연계된 위기 요인들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위기에 노출될 것이다.
 
 
  CEO, 소비자에 의해 교체될 수 있어
 
  글로벌 경영환경 여론조사 지표인 에델만 트러스트바로미터에 따르면 88%의 경영진은 지난 3년 동안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큰 위기에 한 번 이상 직면했다고 한다. 위기가 지나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개개인, 유명인사, 글로벌 기업, 국제사회가 초연결된 시대에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전파(傳播) 속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단 확산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초연결사회의 특성이다. 사전에 위기에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놓지 않는다면 위기 발생 시 항상 그 속에서 헤매다가 힘을 잃거나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다. 설령 한번 잘 넘어갔다 해도, 그런 상황은 또 발생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에델만 트러스트 조사 결과 속에는 ‘스스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최고책임자(CEO)와 경영진은 소비자들에 의해 교체당한다’는 경고도 들어 있다. 지금도 우리는 소비자 불매운동, 주가 급락 토론방,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라이선스 상실, 노조 파업, 가짜뉴스,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모습 등을 흔히 보고 있다. 따라서 최고책임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원 모두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아직도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공식 인정된 사망자 수만 약 1000명이 넘고, 연관 사망자는 그 10배에 달하며 피해자 대부분이 영유아와 산모인 역대급 사회적 참사라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의 해결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22년 9월 방영된 KBS 탐사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공식화된 지 11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수천 명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의 가장 큰 가해 회사인 A사는 수천억원의 피해 배상금을 지불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책임을 피하려고만 한다는 국내외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가해 회사들뿐만 아니라 감독 기관의 책임도 드러나고 있다. 관련 회사가 여럿이다 보니 서로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 ‘정확한 인과(因果)관계가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어떻게든 책임을 미루고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규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 구제, 재발 방지, 조직의 지속가능성 보호이다. 이런 점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10년이 넘도록 현재진행형인 만큼 첫 번째 피해자 보호 점수부터 0점인 셈이다. 각각의 항목은 조금 더 잘하면 다른 것은 좀 못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0점이면 전부 0이 되는 수식이다.
 
  실제로 11년째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글로벌 매체의 의혹 제기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관련 회사들은 사명(社名)을 바꾸기도 하고 나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초연결사회의 특성 중 하나인 ‘기록 비소멸성’으로 인해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과거의 일과 연관 지어져 더 큰 비난을 받곤 한다. 유관 회사들의 지속가능성 위기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2021년 9월 최종 파산한 퍼듀제약사의 오피오이드 사건을 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아편을 뜻하는 ‘오피엄(opium)’에 어원을 두고 있다. 대개는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하기 시작하지만 빠르면 일주일 안에 중독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한 번 중독되면 급격히 사용량을 늘리게 되고 급기야 불법 제조된 싼값의 오피오이드에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
 
  미국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수년간 이어진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2018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5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 연간 총기 사고 사망자가 3만9773명(2017년 기준)이니 총보다 오피오이드가 더 파괴적인 셈이다.
 
  퍼듀는 ‘우리는 오피오이드 스캔들과 관련된 제약사, 약품 배급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피해자 수를 줄여서 주장했고, 최고책임자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결국 다른 제약사들과 함께 260억 달러를 배상했지만 이조차도 책임을 줄여준 것이라는 거센 비난이 파산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컨설팅업체 매킨지도 2022년 초 퍼듀를 비롯한 제약사들에 공격적인 오피오이드 마케팅을 제안한 점을 인정해 5억7300만 달러 배상에 합의해야 했다.
 
 
  ‘항상 당신 옆에 있다’
 
  트럭 및 버스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스카니아는 100년의 전통을 가진 업체답게 느리지만 모든 것을 미리 대비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가장 중시하는 고객은 소비자보다 서비스 파트너사들이다. 이익은 연간 1%만 나도 좋다는 경영진의 철학도 흥미로운데 그만큼 직원들과 파트너사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그래도 다양한 유형의 사망 사고 등이 드물지만 꾸준히 발생한다. 차량관리소 직원이 정비 기구에 끼이기도 하고, 차량 결함 등으로 운전자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변명하기 어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섣불리 책임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법적 배상 문제가 정해지려면 긴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미 판매된 동종 차량과 관련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만큼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카니아사가 다른 회사들과 다른 점은 적극적으로 책임지려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때로는 ‘내용’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흔히 피해자 또는 가족과 대화를 피하려 하거나 직원이나 협력사 개인의 실수로 돌리거나, 피해자 또는 언론부터 빨리 입막음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스카니아사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스카니아사는 사건이 접수됐을 때 직원 또는 협력사, 전문가를 붙여 현장에서 함께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24시간 모니터링, 피해자 대응, 감독 기관 평가, 피해자 가족의 요구와 관련해 비용을 아끼지 말고 ‘최대한의 보상’을 원칙으로 대응하라고 지침을 내린다. 현장 팀도 그런 본사의 지원에 힘을 얻어 일선 담당자의 잘못과 책임을 따지기보다 피해자 구제 또는 피해 가족 보상책 마련, 악성 미디어와 소비자의 오해에 대한 대응, 감독 기관 요구 반영, 재발 방지책 수립, 이후 명성 유지 전략까지 마무리 짓도록 하는 24시간 워룸(war room)을 최소 일주일 이상 운용한다.
 
  평소 ‘항상 당신 옆에 있다’는 메시지를 일선의 책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하면서 교육하고 사망 및 중대사고 발생 시에는 본사와의 소통 창구를 확실히 해놓는다. 절대로 직원이 현장에서 혼자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한다. 직원이 어려울 때 당신 옆에는 이러한 상황을 많이 경험해온 본사와 외부 전문가들이 항상 당신 곁에 있다고 안심시키는 것이다.
 
 
  매장 철수로 이어진 기업 임원의 발언
 
  그런가 하면 다른 나라 국민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발언으로 매장 철수를 불러온 경우도 있다.
 
  양국 간 무역갈등이 반일(反日)감정으로 비화되던 문재인 정권 시절의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모(某) 기업의 임원(최고재무책임자)은 내부 이사회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그는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한 것이지 위안부 이슈, 반일(反日)감정을 비하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일본 국내 회사의 이사회에서 했던 발언이라고 해도 내용이 보도되고 한국 인터넷에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떻게 해명을 해도 이미 만들어진 ‘한국 비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과거의 실언(失言)들까지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속속 소환되며 사태 악화를 가져왔다. 이를 상식적으로 이해하자면서 도와주려던 한국의 합작기업 임원의 발언조차 ‘반일프레임’에 엮여 친일(親日)기업으로 낙인찍히며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과거 같았으면 개별 임원의 실언이라면서 진지하게 사과하거나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우호 언론에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 네티즌 간에 복잡한 연결망이 형성되어 있는 데다가 과거 선례들,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얽히는 바람에 ‘해결하려 나서는 시도’ 자체가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판매는 급감했고, 디지털 테러까지 당했다. 결국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예정된 철수’라고 했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컸던 명동중앙점이 문을 닫았고 한국 합작기업에까지 부정적인 인식이 깊게 남게 되었다.
 
 
  위기관리, 다양한 지역 특성 감안해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2022년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불려 나온 유관 기관장들.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사진=조선DB
  초연결사회에서 위기관리 역량은 기업 못지않게 국민 생활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지방정부에도 중요하다.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 국민 모두 똑똑히 보았듯이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경찰, 소방, 기초단체 및 광역단체 등 제각각 자신의 일만 하려다가 상상치도 못한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유기적인 협조를 하지 못해 대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참사의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기성세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MZ 세대가 자기들끼리 폭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하는데 경찰 및 소방 당국,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인 공조 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다. 지금은 각 기관들이 기본적인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설령 각자의 책임을 다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넘어서는 상황 판단 및 신속한 공유, 행인 및 도로 통제, 심폐소생술(CPR), 신속한 응급실 파악 및 자원 활용 등 멀티플한 판단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매뉴얼이 있고, 담당자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상황이 발생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담당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일본의 경우 재난별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별 법률들이 존재한다. 대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업해 재난에 대응한다. 대규모 지진 등 큰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정부 차원의 비상재해대책본부나 긴급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지만, 이들은 지자체 소방 당국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은 없고 지도 및 조정을 행한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토가 긴 열도(列島)이기 때문에 다양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감안해 지역 특성에 맞는 재난 담당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중앙정부가 2020년 말부터 ‘지역 중심 사회재난 예방체계 구축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과부하와 내부 반대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는 한 세월호 침몰이나 이태원 참사 같은 위기가 반복될 것이다.
 
 
  강서 멀티형 위기관리 훈련
 
2022년 10월 29일 밤 핼러윈 축제를 위해 이태원 거리를 메운 군중. 몇 시간 후 참사가 벌어졌다. 사진=조선DB
  특히 정부 단독으로 계획을 세우고 평가하는 방식도 지양해야 한다. 《월간조선》 2022년 12월호에서 소개했던 미국 국무부의 외부 전문성을 활용하는 전문훈련관 방식, 일본 정부의 민간 자원 동원 계획까지도 참고해 사건·사고 대비는 제3자의 시각에서 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최근 높아진 위기관리의 중요성에도 일부 정부 기구들은 여전히 소수의 외부 전문가를 구색 맞추기로 넣거나, 회의 때 1회성으로 초청해 의견을 듣는 정도이다. 심지어 위기관리 전문성이 거의 없는데도 보안상 이유로 원래 구청장 등이 평소 잘 알고 있던 교수 1~2명만을 넣어 전문성을 보강(?)하는 일도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 이후 지방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간 중앙정부, 대기업 등은 자체적인 매뉴얼 제작과 관리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광역 및 기초지방단체의 실제 위기 대응 역량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이태원 참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 강서구청(구청장 김태우)의 강서 멀티형 위기관리 훈련과 라이선스 발행 계획은 다른 기초단체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기존 위기관리매뉴얼 점검, 위기관리매뉴얼을 5장 이내로 간소화하여 구청 직원 모두 옆에 비치하기, 테러 등 강서구에 특화된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을 이미 실시했다. 더 나아가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이에 곧장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직원들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반복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전문 위기관리 회사와 함께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훈련프로그램에 추가하고, 도로 통제, 심폐소생술(CPR), 위기상황에 대한 교육 등을 실시하는 한편, 이를 수료한 직원들에게는 라이선스를 발행할 계획이다.
 
 
  사전 대비가 최선
 
  초연결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1인 미디어와 1인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들은 상황을 전례 없이 크게 키우곤 한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전파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유사한 기록들까지 드러나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 어떤 사건에 대해 특정한 사람들만 관심을 갖던 시대는 지났다. 일반 대중까지 순식간에 ‘고(高)관여 공중(公衆)’이 되어 기업의 최고책임자를 내쫓거나 회사를 파산시키거나, 국가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초연결 디지털 세계 속에 있는 오늘날의 위기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아무리 똑똑한 담당자일지라도 디지털 세상 속의 수많은 대중이 순식간에 ‘내 문제’로 인식하고 공격해올 경우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수백·수천 명의 일반인이 순식간에 요원 스미스의 모습으로 변해 주인공 네오를 덮치는 상황과 흡사하다.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위기의 와중에 또 다른 문제점들이 밝혀지거나 과거가 소환되어 순식간에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다.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모니터링하며,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점검하며,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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