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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이준우의 ‘조국 사건’ 열혈 취재기

‘조국紅書’ 〈1〉 전화 한 통화로 불붙은 ‘조국 취재’

“일 커질지도 모른다고 직감”

글 : 이준우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수석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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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전원 장학금’ 확인 위해 상대 눈치 못 채도록 광범위한 자료 요구
⊙ 1면 톱으로 보도된 ‘의전원 장학금 의혹’, 그날처럼 전화 많이 받기는 처음
⊙ 급여명세서 보다가 문득 떠오른 ‘조국의 급여’ 확인해보니 도덕적 문제가…

이준우
부산외고, 중앙대 영문학·신문방송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 센텀미래포럼 운영위원,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16대 국회부터 의원회관 근무 / 現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수석 보좌관

[연재취지]
필자가 ‘조국 사건’을 만난 건 우연이다. 조국(曺國) 교수에게 어떤 혐의를 두고 조사하거나 준비하지도 않았다.
《한국일보》와 함께 조국 딸 장학금 의혹 보도를 계기로, 농부가 밭을 갈 듯 성실하고 집요하게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연구해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다. 일각에서 조국 사건의 배경에 ‘설계자’나 ‘기획자’가 있을 거라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취재한 당사자 입장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최근 《조국백서》 《조국흑서》가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필자는 국회에서 ‘조국 사건’을 가장 최일선에서 조사하고 취재했던 이로서, 그 과정을 활자로 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연재물의 제목을 ‘백서(白書)’ ‘흑서(黑書)’와 또 다른 차원에서 대비되는 ‘조국홍서’라고 이름 붙였다. ‘홍서(紅書)’라 이름 붙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조국 자료를 조사하면서 눈의 실핏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과로라고 하는데 눈의 실핏줄이 터진 건 태어나 이때가 처음이다. 둘째, 붉은색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붉은색은 강렬한 색상 탓에 흔히 ‘경고’의 의미로 쓰인다. ‘조국홍서’는 뒤에선 탈법과 불법을 자행하면서 앞에선 위선(僞善)을 부리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국 사건을 관통하는 단어는 ‘정의(正義)’라고 생각한다. 조국 사건은 정의뿐만 아니라 부정의(不正義)가 무엇인지도 사례를 통해 쉽게 알려줬다.
본 연재를 통해 부정의가 밝혀지는 과정을 시간 순, 그리고 경험과 팩트 중심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독자에게 전하려고 한다. 평가는 독자와 그분, 그리고 그분에게 마음의 빚을 진 또 다른 그분의 몫이다.
  2019년 8월 14일 나른한 수요일 오후, 휴대전화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법조에 출입하는 《한국일보》 이 모 기자가 “보좌관님, 조국 교수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는데 확인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왔다.
 
  그 말에 허리가 곧추세워졌다. 내가 아는 사실을 먼저 공유했다. 열흘 전쯤인 같은 해 8월 5일, 부산대에 ‘2015~2019년 최근 5년간 부산대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 유급자 현황’을 요구해 받았다. 이 현황 자료를 통해 조국 교수의 딸이 성적미달로 2회 유급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필자의 고향이 부산이라 부산대 지인(知人)과 친구로부터 조국 딸 의전원 유급 소문을 듣고 자료로 확인한 터였다. 의전원으로 특정하지 않고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까지 범위를 넓혀 자료를 요구한 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무엇을 노리는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의대생이 시험을 못 봐 유급을 받는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유급 상태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연속해서 장학금을 받는다면 얘기가 다르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의전원 장학금’에 든 두 가지 의문
 
2019년 8월 28일 우비를 입은 부산대 재학생과 졸업생 350여 명이 부산대 운동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딸 장학금 수령과 성적 특혜 의혹에 대한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때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촛불처럼 들었다. 사진=조선DB
  전화를 끊고 바로 부산대에 ‘의전원 장학금’ 지급 내역을 요구했다. 직감적으로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6대 국회 말부터 국정감사, 국정조사, 인사청문회, 국회 특검 등 수십 차례 경험으로 다져진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댐은 이유 없이 무너지지 않는다.
 
  부산대는 3일 만에 내가 소속돼 있던 곽상도 의원실로 자료를 제출했다. 국회법상 자료제출 기한은 10일이므로 피감기관은 보통 이 기간에 맞춰 최대한 늦게 자료를 제출한다. 그쪽 입장에서는 자료를 늦게 줘서 국회의원실 애간장을 태워야 일을 잘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부산대는 순진했다. 그 자료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료를 분석했다. 자료에는 장학금 수혜자 이름을 가리고 성(姓)만 기재돼 있었지만 조씨, 입학연도 등을 조합하여 조국 딸을 특정할 수 있었다. 조국 딸은 2016년부터 6학기 동안 연속해서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첫째, 장학금 종류가 특이했다. 조국 딸은 ‘특지장학금’이라고 단체나 교수가 특정 학생을 지정하여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조국 교수는 사회 유명 인사이기에 누군가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고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조국 교수 딸에게 장학금을 줬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둘째, 성적미달로 유급됐는데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부산대 자료에 따르면, 조국 교수의 딸은 2015년 1학기 3과목을 낙제하면서 평균평점 1.13점을 받았다. 그런데도 다음 학기에 바로 장학금을 받았다. 이해가 안 됐다. 부산대는 성적에 관계없이 줄 수 있는 장학금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장학금 선발기준이나 신청공고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놀라웠다.
 
  자산가 집안 학생이 인형 뽑기 하듯 꼬박꼬박 여섯 차례나 연이어 장학금을 받았다. “성적이 우수하거나 가계(家計)가 곤란한 학생이 이런 사실을 알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부산대 직원은 머뭇거리다 “아… 좀 그렇긴 하죠”라고 짧게 답했다. 굳이 장학금을 못 받은 학생의 입장이 아니어도 공정하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사회 정의의 문제였다.
 
  8월 16일 금요일 오전, 이 기자에게 전화해 내가 파악한 부분을 설명했다. 이 기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조국 교수의 딸이 성적이 안 좋아도 장학금을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취재했지만, 이 정도 팩트가 나올 줄 몰랐다고 했다. 보도 가치를 생각하면 토요일 주말판으로는 아까웠다. 《한국일보》 데스크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보안을 유지하기로 피를 나눈 의형제처럼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요일 오후 기사에 넣을 곽 의원의 멘트를 줬다.
 
 
  ‘정유라 저리 가라’
 
  2019년 8월 19일 월요일, 《한국일보》 1면 톱으로 보도됐다. 그날처럼 전화를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인터넷판으로 새벽 4시43분 기사가 올라갔는데 오전 6시30분부터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보통 기상하면 의원회관 지하 체력단련실에서 간단히 운동하고 씻고 사무실로 출근하는데, 그날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 때문에 씻지도 못하고 심지어 화장실에도 전화기를 들고 가야 할 정도였다. 상대방에게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말거나 아랑곳없이 열심히 자료를 설명해줬다.
 
  오전 11시 반쯤 곽 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곽 의원은 공식 일정으로 해외에 나가 있었는데, 국제전화로 ‘기자에게서 전화가 많이 온다’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었다.
 
  ‘정유라 저리 가라’. 네티즌이 가장 많이 공감한 해당 기사 댓글 첫 문장이다. 이분은 《한국일보》 기사의 파장을 상당히 정확히 예측했다. 정유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로,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휘말려 박 전 대통령 탄핵 여론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국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의혹은 조국 자녀(아들·딸)가 다닌 학교의 입학 과정, 각종 스펙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과 취재를 촉발시켰다. 이어 조국 집안이 운영하는 웅동학원과 사모펀드 등 관련 비리 의혹으로 전선(戰線)이 확대됐다.
 
  그러자 공자님 비슷한 말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써 올리며 온갖 특혜와 반칙을 누리던 다른 인사들까지 이 전선에 가세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론(國論)은 ‘조국을 옹호하는 세력’과 ‘조국을 비난하는 세력’으로 분열되고, 소속 시민단체의 ‘선택적 정의’에 실망한 회원들은 시민단체를 탈퇴했다. 급기야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의(正義)가 무엇이냐’고 묻는 시민들도 생겨났다.
 
 
  급여명세서 보다가 문득 생각 난 ‘조국의 급여’
 
  8월 19일 오후, 짬을 내어 필자의 급여명세서를 살폈다. 국회의원 보좌관도 월급쟁이인지라 매달 들어오는 급여명세서를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열어보는 건 마찬가지다. 2018년 큰돈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매달 갚아가는 원금과 이자 그리고 아내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기 위해 늘 급여 관리에 신경을 썼다. 매달 17~19일이면 급여명세서가 이메일로 들어온다.
 
  급여명세서를 가만히 보다가 문득 조국 교수가 떠올랐다. 오전에 통화한 《동아일보》 기자도 조국 교수의 월급이 궁금하다고 했다. 나도 궁금했다. 이번 달 월급을 받았을까?
 
  2019년 7월 26일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조국 교수는 엿새 후인 8월 1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직했고, 언론을 통해 조국 교수가 곧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直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터다.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조국 본인은 청와대를 나오며 며칠 후 장관으로 갈 거라는 걸 알았을 텐데 왜 굳이 서울대 복직 신청을 했을까? 혹시 급여 때문에?’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었다.
 
  8월 19일 서울대 급여담당 부서에 전화했다. 직원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물러서지 않고 조국 교수와 근무연수가 같은 직원의 평균 급여를 알려달라고 했다. 직원은 마뜩잖은 목소리로 상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상사에게 재빨리 전화했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받기 전에 선수를 치기 위해서다. 상사는 가능한 한 빨리 제출하겠다고 했다.
 
  서울대에는 교육부 공무원들이 파견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보좌관의 자료제출 요구를 함부로 ‘패싱(거부)’하지 못한다. 그랬다간 임시국회나 정기국회 때 공식 안건으로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장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서바이벌 본능’ 같은 게 있다. 물론 국회법과 국회증감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회의원 자료제출 요구권도 있다.
 
 
 
서울대 급여 기사 나가니 ‘기생충’이란 단어 등장

 
2019년 10월 18일 서울대학교에서 트루스포럼 회원들이 조국 전 장관의 서울대 교수직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총장실을 방문, 파면촉구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조선DB
  같은 날 오후 4시쯤 연락이 왔다. 조국 교수와 같은 연차 직원의 8월 평균 급여는 845만원. ‘언제 지급하느냐’ 물으니 ‘이미 지급했다’고 한다. 한 달 치 급여가 지급됐고, 만약 장관으로 가면서 다시 휴직하면 한 달에서 모자란 날짜만큼 급여를 돌려받는다고 친절히 설명까지 덧붙여줬다.
 
  법적으로 문제는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본인의 페이스북과 책, 강연, 기고문을 통해서 워낙 양식과 상식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주요 이슈마다 공자님 말씀으로 세상을 준엄하게 꾸짖던 사람 치고 의외로 작은 돈에 민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추가로 서울대 학사과와 법학전문대학원 행정실에 연락해 조국 교수가 강의 개설을 했는지, 연구실에 출근했는지도 확인했다. 모두 아니었다.
 
  8월 20일 《동아일보》 4면 ‘[단독] 방학 중 복직한 조국, 강의 안 하고 월급 받아’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인터넷판 기사 댓글에 ‘기생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웅동학원 재산 내역도 살펴봤다. 조국 교수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법인(私學法人)으로 그동안 사모펀드 의혹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웅동학원이 처분할 수 있는 수익용 기본 재산은 임야·토지 등 73억원 정도인데, 채무가 100억원 이상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훨씬 많았다.
 
  이상한 점은 2006년 최초 채무 규모가 52억원(공사대금 미납)이었는데 12년 동안 이를 갚지 않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이었다. 부채가 늘어나는데 가만히 있을 채무자는 없다. 채권자이자 당시 공사를 담당한 조국 교수 친동생과 동생의 전 부인, 그리고 웅동학원 간에 모종의 협의가 있어 보였다. ‘미납한 거 안 갚고, 안 갚아도 독촉하지 않기’ 대충 이런 상황을 추정해볼 수 있었다.
 
  웅동학원 관리감독기관인 경남교육청에 문의했다. 담당 직원은 웅동학원에 거액의 부채가 있는 걸 아예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사립학교법에 법인 재산을 팔거나 증여, 교환, 용도 변경, 담보 제공할 때만 신고하도록 돼 있어 학원 부채는 교육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웅동학원이 법의 미비점을 악용(惡用)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법학 전공자인 조국 교수가 이 부분을 알고 있었는지 규명이 필요했다. 조국 교수는 웅동학원 재단 오너의 장남이고 한때 이사로 재직했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법 질서를 총괄할 법무부 장관 후보이기 때문이다. 조국 스스로 웅동학원의 부채 의혹과 무관함을 증거로 입증하면 좋으련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두 달 뒤인 2019년 10월 25일 곽상도 의원은 웅동학원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사립학교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8월 19~20일, 《한국일보》는 1면에 빌라 증여(贈與) 논란과 함께 이 내용을 보도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이틀 연속 관련 기사를 받아쓰면서 그동안 사모펀드 의혹에도 굳건하던 조국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단 멤버들 간에 균열이 생겼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동아일보》의 끈질긴 취재
 
2019년 9월 5일 대한병리학회가 조국 당시 장관의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직권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편집위원회를 끝낸 장세진 이사장이 기자들 앞에서 취소 결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8월 20일 《동아일보》 1면은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조국 딸이 고교 시절 병리학 영어 논문을 제출하고 이듬해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취재에 참여한 기자를 통해 취재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름 전쯤 조국 딸의 의전원 유급 관련 소문을 듣고 조사팀을 꾸렸다고 한다. 조국 딸이 실력으로 의전원에 입학했는지 검증하기로 하고 대학 과제물을 거래하는 사이트에서 조국 딸의 의전원 합격수기를 찾았다고 한다.
 
  샘플로 일부 공개된 부산대 의전원 합격수기 가운데 조국 딸로 의심되는 자료들은 전부 다운로드했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합격수기의 구매비용이 8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 수기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은 제외하고 명확히 검증할 수 있는 아이템만 추렸는데 그게 바로 논문이었다고 한다.
 
  중간에 취재가 중단될 위기도 있었다. 조국 딸 이름으로 아무리 검색해도 논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저자명을 한글이 아닌 영어로 검색하니 바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취재팀 중에 소아과 의사가 지인인 사람이 있어 조언을 구하니 고교생이 2주 인턴 경험으로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답을 받고 본격적으로 대한병리학회와 논문 공동저자, 단국대 교수 책임저자 등을 상대로 취재에 들어갔다. 인내심과 노력이 대단했다.
 
  기자는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더 전해줬다. 애초 해당 기사는 사회면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는데 보도 하루 전 조국 딸의 장학금 의혹 기사가 나오면서 1면 톱으로 지면이 옮겨진 것이라고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일보》가 먼저 보도한 덕에 자기들 기사가 힘을 받게 됐다며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손가락을 ‘확’ 깨물고 싶었다

 
  8월 20일 오후 늦게 서울대에서 자료가 왔다. 조국 딸이 2014년 환경대학원 재학 시절 두 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내용이라 깜짝 놀랐다. 제보나 단서도 없이 부산대에 의전원 장학금 자료를 요구하면서 ‘혹시나 싶어’ 서울대에도 같은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조국 딸은 두 학기 동안 401만원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2학기에는 부산대 의전원 합격 다음 날인 2014년 10월 1일 질병 휴학원을 제출하면서 바로 대학원을 그만뒀다.
 
  당시 조국 교수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누가 장학금을 지급했는지 물으니 장학금을 지급한 ‘관악회’가 알 거라고 했다. 관악회에 물으니 장학금 수혜자 명단은 환경대학원에서 작성한다고 했다. 서로 모른다며 상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다. 손가락을 ‘확’ 깨물고 싶었다.
 
  ‘서울대에 누가 어떤 이유로 주는지 모르는 800만원 넘는 장학금이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2019년 8월21일자 《조선일보》 1면에 이 내용이 실렸다.
 
  이쯤 되니 조국 딸이 제출한 각종 서류들이 진짜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서울대 직원이 들려준 얘기다. 8월 27일 검찰이 환경대학원을 압수수색할 때 한 수사관이 조국 딸이 휴학할 때 제출한 서울대병원 진단서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며 “이거 진짜 맞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조국 딸이 부산대에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위조 혐의를 파악하고 있었던 걸까. 그 연장선에서 ‘서울대병원 진단서도 가짜라고 의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교직원은 “보좌관님, 제가 보기에는 병원 진단서는 진짜 같아요”라고 했다. “왜요”라고 물으니 “그냥 오래 일하다 보면 알아요” 했다. “혹시 서울대병원 의사가 실제 진료를 하지 않고 임의로 진단서를 발급해줬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물으니 한사코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서울대와 서울대병원은 인사교류를 한다. 훗날 조국 딸의 병원 진단서 진위 여부를 두고 서울대병원과 길고 지루한 공방(攻防)을 벌이게 된 계기였다.
 
 
  ‘조국 반대’ 촛불집회에 불이 붙다
 
  8월 19~21일, 3일 연속 보도된 ▲조국 교수 딸의 장학금 의혹 ▲본인 서울대 급여 수령 논란 ▲웅동학원 채무 관련 의혹 ▲딸의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논란 ▲환경대학원 전액 장학금 의혹 등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교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조국 교수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매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할 때마다 들고 다니던 각양각색의 텀블러를 내려놓았다. 백팩도 메지 않았다.
 
  8월 21일 오전 9시50분, 조국 교수는 서류철을 양손에 들고 처음으로 기자단 앞에 서서 입장문을 직접 읽었다. 표정은 ‘국민의 질책을 받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겠다’였으며, ‘모든 사안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조국 딸이 다녔던 고려대, 서울대 그리고 재학 중인 부산대에서는 대학생발(發) ‘조국 STOP!’ 촛불집회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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