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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Q의 시 읽기 〈22 〉 롱펠로의 〈인생찬가(A Psalm of Life)〉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지 않으려나”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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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겁고 고통스러운 삶도 시간이 흐르면 그리웠던 순간으로 떠올라
⊙ ‘슬픈 마음이여! 한탄하지 말라, 구름 뒤에 태양이 있기에’
인생은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살아있는 ‘현재’에 충실하면 장엄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롱펠로는 말한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의 어느 간이역.
  인생찬가
  롱펠로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아라.
  인생은 한갓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어니
  만물의 외양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영혼에 대해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요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정은 튼튼하고 용감하나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 향한 장송곡으로 치고 있으니.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죽은 채 매장하라!
  활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활동하라!
  안에는 마음이, 위에는 하느님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치느니,
  우리도 장엄한 삶을 이룰 수 있고,
  우리가 떠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남길 수가 있느니라.
 
  그 발자취는 뒷날에 다른 사람이,
  장엄한 인생의 바다를 건너가다가
  파선되어 버려진 형제가 보고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될지니.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지 않으려나.
  어떤 운명인들 이겨낼 용기를 지니고,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면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지 않으려나.

 
 
  A Psalm of Life
  By Henry Wadsworth Longfellow
 
롱펠로의 얼굴이 나오는 미국의 1센트짜리 우표.
  Tell me not, in mournful numbers,
  Life is but an empty dream!
  For the soul is dead that slumbers,
  And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Life is real! Life is earnest!
  And the grave is not its goal;
  Dust thou art, to dust returnest,
  Was not spoken of the soul.
 
  Not enjoyment, and not sorrow,
  Is our destined end or way;
  But to act, that each to-morrow
  Find us farther than to-day.
 
  Art is long, and Time is fleeting,
  And our hearts, though stout and brave,
  Still, like muffled drums, are beating
  Funeral marches to the grave.
 
  In the world’s broad field of battle,
  In the bivouac of Life,
  Be not like dumb, driven cattle!
  Be a hero in the strife!
 
  Trust no Future, howe’er pleasant!
  Let the dead Past bury its dead!
  Act,? act in the living Present!
  Heart within, and God o’erhead!
 
  Lives of great men all remind us
  We can make our lives sublime,
  And, departing, leave behind us
  Footprints on the sands of time;
 
  Footprints, that perhaps another,
  Sailing o’er life’s solemn main,
  A forlorn and shipwrecked brother,
  Seeing, shall take heart again.
 
  Let us, then, be up and doing,
  With a heart for any fate;
  Still achieving, still pursuing,
  Learn to labor and to wait.

 
 

  롱펠로(Henry Wadsworth Longfellow·1807~1882)의 〈인생찬가〉에 나오는 마지막 행은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면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지 않으려나’이다. 다분히 교훈적인 시다. 일하며 기다리다 보면 인생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사실일까.
 
  박완서의 소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1972년작)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진창길을 긴 치마에 고무신 차림으로 나선다. ‘나’는 ‘발을 빨아들여 도무지 놔 주려 들지 않는’ 진창길 때문에 고생한다. 천신만고로 발을 빼면 영락없이 고무신은 진창 속에 남게 마련이다. 다시 고무신 속에 발을 넣어 끌어올리자니 그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인생이 진창길 속 고무신 차림과 뭐가 다른가.
 
소설가 임철우.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1981년작)를 소설가 임철우가 동명의 소설 《사평역》(1984년작)으로 발표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간이역인 ‘사평역’은 삶이란 긴 여정 속에서 잠시 쉬어 가는 공간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막차를 저마다 기다린다.
 
  소설 속 ‘중년사내’에게 산다는 일은 그저 벽돌담 같다.
 
  〈… 중년 사내에겐 산다는 일이 그저 벽돌담 같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햇볕도 바람도 흘러들지 않는 폐쇄된 공간. 그곳엔 시간마저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치 이 작은 산골 간이역을 빠른 속도로 무심히 지나쳐 가 버리는 특급 열차처럼… 사내는 그 열차를 세울 수도 탈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다릴 도리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 남겨진 자기 몫이라고 사내는 생각한다. …〉
 
  소설 속에는 ‘서울여자’도 등장한다. 그 여자는 음식점을 하는데, 식사를 다 한 손님에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또 오세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가난을 안다. 미친 듯 돈을 벌어서, 가랑이를 찢어 내던 어린 시절의 배고픈 기억을 보란 듯이 보상받고 싶은 게 그녀의 욕심이다.
 
  또다른 등장인물인 ‘춘심이’는 술집여자다. 애당초 골치 아픈 얘기는 생각하기도 싫다. 산다는 게 뭐 별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아무리 허덕이며 몸부림을 쳐 본들, 까짓것 혀 꼬부라진 소리로 불러 대는 청승맞은 유행가 가락이나 술 취해 두들기는 젓가락 장단과 매양 한가지일 걸 뭐. …〉
 
  ‘춘심이’의 말처럼 우리 삶은 ‘젓가락 장단’처럼 별것 아닐까? 롱펠로가 말하듯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 과정엔 기약이 없다. 죽을 때까지 그저 일하고 기다리는 …. ‘장엄한 인생의 바다를 건너가다가 파선되어 버려진다’ 해도, 그 모습을 본 이들이 용기를 얻게 된다면 이 또한 가치 있는 삶이 아니겠는가.
 
시인 곽재구.
  다음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전문

 
  이 시는 삶의 비극성이라는 진지한 주제 의식을 서정적인 문체 속에 용해시키고 있다. 대합실이라는 작고 비좁은 공간에 삶에 지친 인물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삶의 내력을 암시한다. 버겁고 고통스러운 세상의 여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웠던 순간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이 시는 말한다. 어쩌면, 롱펠로가 〈인생찬가〉에서 ‘일하고 기다려라’고 한 표현과 상통할지 모른다.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년작)는 중년의 노동자가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삽을 강물에 씻으며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내용이다. 이 노동자의 삶은 가난하지만 그의 인생은, 롱펠로가 말하듯 ‘진실’하고 ‘진지’하다. 값싼 노동일망정 그의 노동은 거룩하다.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는’ 일과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흐르는 물’과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뜨는 ‘달’을 보면서 우리의 삶이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흐르는 물’은 곧 시간의 흐름이며, ‘썩은 물’에서 뜨는 ‘달’은 희망의 상징처럼 보인다.
 
롱펠로의 시 〈비 오는 날에〉.
  롱펠로는 〈비 오는 날〉에서 ‘슬픈 마음이여! 한탄하지 말라’고 노래한다. ‘구름 뒤에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비 오는 날〉의 2연과 3연이다.
 
  내 인생 춥고 어둡고 쓸쓸도 하다. My life is cold, and dark, and dreary;
  비 내리고 쉬지도 않고 It rains, and the wind is never weary;
  내 생각 아직 무너지는 옛날을
  놓지 아니하려고 부둥키건만, My thoughts still cling to the mouldering Past,
  질풍 속에서 청춘의 희망은 우수수 떨어지고, But the hopes of youth fall thick in the blast,
  나날은 어둡고 쓸쓸도 하다. And the days are dark and dreary.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 그리고 한탄일랑 말지어다. Be still, sad heart! and cease repining;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Behind the clouds is the sun still shining;
  그대 운명은 뭇 사람의 운명이러니 Thy fate is the common fate of all,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Into each life some rain must fall,
  어둡고 쓸쓸한 날 있는 법이니. Some days must be dark and dreary.
 
  -롱펠로의 〈비 오는 날(The Rainy Day)〉 2, 3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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