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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없애야 교통사고 줄어든다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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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 사망은 원래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해당
⊙ 1982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이후 교통사고는 범죄가 아니고 처벌도 안 받는다는 인식이 운전자들에게 심어지게 돼
⊙ 어디에서 어떤 사고를 내더라도 운전자가 잘못하여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경우는 모두 처벌해야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운전자들의 부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 숫자는 연간 4000명이 넘는다(2017년 4200여명). 1991년엔 1만3429명이었으니 거의 30% 선으로 줄어든 것이다. 자동차 대수는 1991년에 425만대에서 지금은 2200만대로 다섯 배나 늘었는데 사망자 숫자는 30%로 줄었으니 괄목할 만한 결과이다. 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운전자나 보행자들의 교통문화 수준이 향상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국가에서 많은 시설투자를 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선 요즘은 웬만한 국도는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다. 중앙분리대가 없을 때는 불법좌회전이나 불법유턴 또는 커브길에서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하는 대형 사고가 많았었다. 앞에 가는 차를 뒤에서 추돌하는 것보다 마주보고 오는 차끼리 중앙선을 침범해 충돌하는 사고가 속도와 힘이 훨씬 커져 사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분리대 외에 곳곳에 속도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고 큰 교차로에는 속도 및 신호위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자동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속도 감시 카메라 설치 지역임을 미리 알려준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카메라에 찍히지 않으려고 미리 속도를 줄임으로써 과속이나 신호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많이 줄었다.
 
 
  정부,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으로 줄이겠다”
 
  사망자 숫자가 26년 만에 30%대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는 2015년 기준으로 영국은 2.8명, 일본은 3.8명, 독일은 4.3명, 프랑스는 5.4명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2~3배나 많은 9.1명에 달한다. 10만명당 9.1명이면 1만명당 0.91명이다.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얘기이다.
 
  ‘만일에’, ‘만에 하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걸 뜻한다. ‘만에 하나’가 1년간 모이면 4000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교통선진국 수준으로 더 낮추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23일 “2023년까지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를 2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하고, 도심 차량속도를 낮추기로 했다. 불법주정차 단속 강화,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관리 강화, 대형차 운전자의 안전관리 지원 등의 대책도 내놓았다.
 
  모두가 좋은 방안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방안과 대책으로 과연 한 해 사망자 숫자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이다.
 
  교통사고가 처음부터 부상사고와 사망사고로 구분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에, 또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에 사망하는 게 일반적이다(경찰은 사고로부터 72시간 내에 사망했을 때 사망사고로 분류한다). 졸음운전하는 버스가 앞에 가던 승용차들을 덮친 사고에서 사망자도 있고 부상자도 있다. 같은 사고인데 어떤 피해자는 사망하고, 어떤 피해자는 크게 다치고, 어떤 피해자는 가벼운 부상만 입기도 한다.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면 부상자 숫자가 줄어야 한다. 부상자 숫자를 줄이려면 교통사고가 줄어야만 한다.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사망자 숫자는 30%로 줄었지만 과연 교통사고 자체가 줄었을까? 그렇지 않다. 자동차 대수가 늘어남에 따라 매년 사고가 줄지 않고 비슷하거나 늘어나는 추세다.
 
  교통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건 우리나라의 특별한 법률 때문이다. 이름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다. 예전엔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형법 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했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에 의하면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직업적인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운전자는 위험한 자동차를 다루는 사람이기에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잘못했을 땐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에 해당되고, 운전자가 잘못해서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過失致死傷)’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교통사고를 내면 형법 268조에 의해 모두 형사처벌 받아야만 했다. 그때의 교통사고는 범죄이고,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그런데 1982년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교통사고는 범죄가 아니고 처벌도 안 받는다는 인식이 운전자들에게 심어지게 되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①항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268조랑 똑같다. 그런데 모든 교통사고를 처벌하는 게 아니고 일부만 처벌하고 대부분은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사망사고나 뺑소니사고는 모두 처벌하지만, 부상사고는 피해자와 합의되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처벌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다만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횡단보도 사고, 음주운전, 속도위반 등 8대 중과실의 경우는 처벌하도록 했다. 결국 8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뺑소니만 아니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8대 중과실은 현재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제한속도보다 20km 이상의 속도위반’ ‘앞지르기 방법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보도침범’ ‘승객추락 방지의무 위반(개문발차)’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화물추락으로 인한 사고’ 등 12대 중과실로 바뀌었다).
 
  신호만 지키고, 중앙선만 안 넘고, 음주만 안 하고 제한속도보다 시속 20km초과만 안 하는 등 12대 중과실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문자 하느라 앞을 안 보다 사고를 내든, 졸음운전으로 앞차를 들이받아 수십 명의 팔다리가 부러져도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고 아무런 형사처벌도 안 받는다.
 
 
  면죄부가 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그렇다 보니 많은 운전자가 큰 교통사고를 내어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종합보험 들었어요~”라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없을 땐 교통사고 낸 운전자가 피해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 사죄하고 합의해 달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합의는커녕 미안하다는 말조차 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종합보험 가입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과연 옳을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업무상과실(業務上過失)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종합보험 가입으로 피해자에게 신속하게 피해 회복이 될 수 있을까? 보험회사들은 상법에 의해 설립된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다.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다 손해배상해 주면 남는 게 없기에 어떻게든 적게 주려고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피해 회복이 빠르게 제대로 되었으니 운전자는 처벌 안 해도 된다’는 등식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피해자는 대학시험 또는 입사시험을 보러 가던 중에 졸음운전하던 차에 사고당해 팔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시험을 못 보게 되었는데, 어릴 때 주택가 골목길에서 난폭하게 달리던 차에 사고당해 몇 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녀 인생이 망가졌는데도 가해자는 12대 중과실이 아니고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이게 옳은 일일까? 사고 낸 사람은 이듬해에 보험료 몇십 만원 오르는 걸로 끝난다.
 
  종합보험에만 가입되어 있으면 웬만한 교통사고는 처벌받지 않기에 마치 종합보험이 면죄부(免罪符)처럼 여겨지고 있다. ‘뺑소니는 안 칠 거고 사망사고는 잘 안 일어나니 대충 운전해도 되겠지, 그러다 사고 나면 보험처리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사고가 줄지 않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엄연한 범죄행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생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산업 육성이었다고 한다. 이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보험산업이 클 만큼 컸다. 자동차산업은 세계 5~6위, 보험시장도 세계 10위 안쪽이라고 한다. 반면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규정하고 있는 ‘처벌의 특례를 정하고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한다’는 목적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범죄는 처벌받아야 한다. 종합보험 가입 여부는, 가입되어 있어서 보험사가 손해배상을 해 줄 것이므로 무보험이어서 (가해자에게 재산이 없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 못 받을 경우보다는 낫기에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정상참작 사유로만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해자만 보호하고 피해자에게는 눈물만 안겨주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폐지해야 한다. 12대 중과실이든 아니든, 도로이든 아파트 단지 내에서든 어디에서 어떤 사고를 내더라도 운전자가 잘못하여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경우는 모두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처벌받지 않으려고, 전과자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운전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교통사고가 줄고 사람이 덜 다치고 사람이 덜 죽을 것이다. 따라서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 2000명이 가능해질 것이다.
 
  혹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없애면 종합보험 가입할 필요가 없으니 굳이 종합보험에 가입 안 하겠다. 책임보험만 들겠다. 그러면 사고 났을 때 피해자가 제대로 손해배상 못 받아 보호받지 못할 거 아니냐?”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형사와 민사는 별개이다. 누구든지 순간적인 실수로 교통사고를 낼 수 있다. 종합보험에 가입 안 하면, 만일 피해자가 식물인간이나 사지(四肢)마비가 된다면 운전자는 자기 집을 팔고, 전세돈을 빼서 1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해 주고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수도 있다. 종합보험 가입은 형사처벌 때문이 아니라 만일의 사고 시 내가 물어주지 않고 보험사가 책임지게 하기 위함이다.
 
  또 어떤 사람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폐지하면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고, 억울한 가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할지 모른다. 잘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벌 받고 전과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심하지 못하여 사고내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엄연히 형법 268조의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운전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고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 2000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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