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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Q의 시 읽기 〈19 〉 윌프리드 오언의 〈전사한 젊은이를 위한 송가(頌歌)〉

“울부짖는 포탄, 소총의 기괴한 분노뿐!”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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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언의 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짧은 생애 동안 가장 치열하게 전쟁시를 썼다는 사실
⊙ 〈가거라 삼팔선〉,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같은 트롯 노랫말이 한국의 전쟁시
윌프리드 오언의 시 〈전사한 젊은이를 위한 송가〉.
  전사한 젊은이를 위한 송가
  윌프리드 오언
 
  소떼처럼 죽어 가는 이들에게 무슨 조종이 울리나?
  단지 소총의 기괴한 분노뿐.
  단지 더듬거리는 장총의 빠른 드르륵 소리만
  그들의 황급한 기도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이제 그들에겐 조롱, 기도나 조종소리,
  애도의 소리도 없다. 저 합창을 제외하고는
  날카로운 소리, 울부짖는 포탄의 광란의 합창,
  슬픈 지방(shires)으로부터 그들을 부르는 나팔 소리를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작별하기 위해 어떤 촛대가 들려지겠는가?
  소년들의 손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눈에서
  작별의 성스런 빛이 희미하게 빛나리라.
  소녀들의 이마의 창백함이 그들의 관이 되리라,
  그들의 꽃들이 참을성 있는 마음의 온화함이 되고,
  그리고 느린 어두워짐이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내리는 장막이 되리라.
 
 
  Anthem For Doomed Youth by Wilfred Owen
 
  What passing-bells for these who die as cattle?
  Only the monstrous anger of the guns.
  Only the stuttering rifles' rapid rattle
  Can patter out their hasty orisons.
  No mockeries now for them; no prayers nor bells,
  Nor any voice of mourning save the choirs,
  The shrill, demented choirs of wailing shells;
  And bugles calling for them from sad shires.
 
  What candles may be held to speed them all?
  Not in the hands of boys, but in their eyes
  Shall shine the holy glimmers of good-byes.
  The pallor of girls' brows shall be their pall;
  Their flowers the tenderness of patient minds,
  And each slow dusk a drawing-down of blinds.
 
 
윌프리드 오언과 그의 시집 《전쟁시(The War Poems)》.
  윌프리드 오언(Wilfred Owen, 1893~1918)의 전쟁시는 책상 위에서 쓴 관념의 시가 아니라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그는 직접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용사다. 그곳에서 종전 1주일 전에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은 사실 서구 열강의 앞선 기술이 만들어 낸 현대식 무기의 실험장이었다. 대량살상 무기가 등장, 수많은 젊은 군인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시 〈Anthem For Doomed Youth〉는 오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많은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3~4행은 무척 감각적이다. ‘Only the stuttering rifles' rapid rattle/ Can patter out their hasty orisons’를 찬찬히 읽어 보면 강렬한 의성어를 느낄 수 있다. ‘stuttering(더듬거림)’, ‘rattle(연발총에서 나는 듯한 드르륵 소리)’, ‘patter(비가 후두둑, 혹은 물이 철벅철벅 튀기는 소리)’ 등이 그 예다. 또 rifles' rapid rattle처럼 ‘r’이 총소리처럼 반복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는 ‘hasty orisons(황급한 기도)’와 대칭을 이룬다. 연발총과 함께 순식간에 많은 영혼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것을 볼 때, 그들을 위한 기도도 빨라질 수 없다. 일일이 전사한 영혼을 어루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소리, 울부짖는 포탄, 광란의 합창(The shrill, demented choirs of wailing shells)이 쏟아지는 현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총소리를 흉내내기 위해 shrill(날카로운 소리)과 shell(포탄, 유탄)의 ‘s’를 리드미컬하게 반복한 것도 인상적이다.
 
  8행의 ‘슬픈 지방(sad shires)’도 낯선 표현이다. 아무래도 산업화한 도시보다 시골의 청년들이 징용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샤이어(Shire)’라는 지역이 ‘슬픈(sad)’과 결합된 것도 그런 인격화의 표현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쩌면 시골 청년들이 가장 먼저 총알받이가 된다.
 
 
  한국 전쟁시의 백미는 트롯 노랫말
 
1차 세계대전은 서구 열강의 앞선 기술이 만들어 낸 현대식 무기의 실험장이었다.
대량살상 무기가 등장, 수많은 젊은 군인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의 전쟁시들은 대부분 1917년 8월부터 1918년 9월 사이의 13개월 동안에 쓰인 것들이다. 사후인 1920년 시집으로 묶였다. 그의 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짧은 생애 동안 가장 치열하게 전쟁시를 썼다는 사실이다. 그는 평소 자신의 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오언의 시집 ‘머리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의 주제는 전쟁이며 전쟁의 연민이다. 시는 연민 가운데 있다.’
 
  ‘전쟁의 진실,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전쟁의 연민을 표현하고 인류에게 경고하는 것’이 오언의 시의 목표이다. 그의 시 〈보다 위대한 사랑(Greater Love)〉도 널리 알려진 시다. 1연과 4연을 소개한다.
 
  Red lips are not so red (붉은 입술은, 죽은 영국 병사가)
  As the stained stones kissed by the English dead. (키스한 피 묻은 돌만큼 붉지 않다.)
  Kindness of wooed and wooer (구애하는 자와 받는 자의 친절은)
  Seems shame to their love pure. (그들의 순수한 사랑에 비해 수치스러워 보인다.)
  O Love, your eyes lose lure (오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눈은 광채를 잃는다)
  When I behold eyes blinded in my stead! (내가 나 대신 먼 눈들을 볼 때.)
 
  Heart, you were never hot (가슴이여, 너는 뜨겁지도)
  Nor large, nor full like hearts made great with shot (크지도, 가득하지도 않았다, 총탄으로 구멍 난 가슴들만큼)
  And though your hand be pale, (그리고 너의 손이 창백하지만,)
  Paler are all which trail (화염과 빗발 같은 탄환을 뚫고)
  Your cross through flame and hail: (너의 십자가를 끌고 간 손들이 더 희다.)
  Weep, you may weep, for you may touch them not. (울어라, 울어도 좋다, 왜냐면 너는 그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리니.)

 
 
한국의 최고 전쟁시로 꼽히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담은 가요 앨범.
  〈보다 위대한 사랑〉이란 제목은 신약의 요한복음 15장 13절에 나오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에서 따온 것이다. 시인은 여기서 제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병사의 사랑을 애인의 사랑에 빗대어 표현하며, 이 사랑이 보다 위대한 사랑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전쟁시 하면 구상(具常·1919~2004)의 시 〈초토(焦土)의 시8 - 적군 묘지 앞에서〉와 모윤숙(毛允淑·1910~1990)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생각난다. 그러나 정제된 언어로 쓴 시보다도 〈가거라 삼팔선〉,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같은 눈물을 쥐어짜는 듯한 트롯 노랫말이 처절한 전쟁시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아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련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리길/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삼팔선을 헤맨다.
  - 〈가거라 삼팔선〉 (1948년 이부풍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
 
  미아리 눈물 고개/ 울고 넘던 이별 고개/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 〈단장의 미아리 고개〉 (1955년,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이해연 노래)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 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홀로 왔다.
  - 〈굳세어라 금순아〉 (1953년, 강사랑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 〈전우야 잘 자라〉 (연도 미상,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

 
 
6·25 당시 애절한 사연을 담은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
  트롯은 민족의 슬픔을 가장 많이 담아 낸 노래다. 6·25를 겪으며 생긴 탄식과 울분, 그리움이 고스란히 노랫말 속에 담겼다. 6·25를 겪은 세대, 특히 참전과 포로, 납북의 슬픔을 겪어 본 세대라면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가락에 눈물짓지 않는 이가 또 있으랴.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를 쓴 음악평론가 이영미는 ‘자학과 탄식의 트롯’이 전쟁을 통해 재생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서민들의 소박한 욕망이 깨져 나가는 세상에서, 이런 비극을 해결할 수 없는 무기력한 주인공이 그렇다고 어느 누구에게 분노를 터뜨릴 수 없는 상황에서 트롯이 분단과 전쟁이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재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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