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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Q의 시 읽기 〈18 〉 존 던의 〈누구를 위하여 종(鐘)은 울리나〉

바다에 섬이 있고, 그 섬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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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던의 시에 나오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 … 많은 시인에게 영감 줘
⊙ 문학적 공간인 ‘섬’은 소통의 욕망과 불통의 상징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시인 존 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존 던(John Danne)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전라남도 완도 보길도(완도군 보길면)의 일몰.
  For Whom The Bell Tolls
  (No man is an island)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이 글은 영국 성공회 사제였던 존 던(John Donne·1572~1631)의 기도문(《Meditation 17, 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 중 나오는 글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대표적인 예가 헤밍웨이다. 그는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소설 제목으로 발표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I am a Rock〉에서도 존 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다음은 노랫말 일부다.
 
  A winter’s day(어느 겨울날)
  In a deep and dark December(깊고 어두운 12월)
  I am alone(나는 외로이)
  Gazing from my window(창문에 기대어)
  To the streets below(거리를 바라보았네.)
  On a freshly fallen, silent shroud of snow(깨끗하게 누운, 말없이 눈이 덮였네.)
  I am a rock(나는 바위)
  I am an island(나는 섬)

 
  정현종 시인의 〈섬〉이란 시도 존 던의 냄새가 난다. 시는 단 2행에 불과하지만 많은 여운을 준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작 〈섬〉 전문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말한다. 그 섬이 사람 자체를 의인화한 것이 아닐지라도 사람과 관련돼 있다. 그 사람이 풍기는 내면일 수 있고, 그의 채취를 느끼게 하는 물건일 수도 있다. 그 섬이 꼭 사람과 일치하지 않아도, 그를 연상시키는 객체가 섬이라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섬을 통해 사랑하는 이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탄다. 외로움의 시적 공간이 섬이다. 바다 가운데 홀로 떨어져 있으니까. 섬은 외로움, 고독 같은 단어와 곧잘 어울린다. 동해바다에 있는 우리의 섬, 독도(獨島)도 풀이하면 ‘외로운 섬’이다. 서유석의 노래 〈홀로 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며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
 
  지난 9월에 창비에서 출판된 시인 이시영의 열네 번째 시집 《하동》에 2행짜리 시 〈보길도〉가 실렸다.
 
  몽돌밭에 낮은 파도 몰려와 쓸리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작고 낮은 그 소리
  - 이시영 작 〈보길도〉 전문

 
  외로운 섬에서 듣는 파도 쓸리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작고 낮은 소리’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보길도’ 하면 임철우의 장편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가 떠오른다. 1991년 발표한 이 소설은 ‘낙일도’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섬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분단문제를 다룬 소설 속 섬은 사람 사이에 결코 다가갈 수 없는 불통의 상징, 타인과의 소통을 갈망하는 상징이다. 2년 뒤 박광수 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촬영지가 보길도 예송리였다.
 
 
  문학적 공간으로의 섬, 김종해·류시화·조은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199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 《항해일지》(1984). (왼쪽부터)
  섬은 문학적 공간으로 곧잘 비유된다. 시인 김종해의 다섯 번째 시집 《항해일지》(1984)는 바다와 항해의 이야기로 가득한데 바다는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곳이고 항해는 그 속에서의 삶이다. 여기에 무인도가 있는데 시인은 그 무인도를 통해 고립된 인간존재를 상징한다.
 
  퇴계로에서 을지로를 지나고 청계천으로 걸어가는 동안
  중부시장 행상인들이 잡아당기는 밧줄,
  오늘따라 무인도가 유달리 바다 위로 치솟아 보였다
  눈마저 내리지 않는 외롭고 캄캄한 날
  인파의 물살을 허우적이며
  퇴계로에서 을지로로 노를 젓는 동안
  내 돛대 위에 흐느끼는 깃발은
  가만히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무인도는 점점 커다랗게 떠올라와 있었다.
  바다의 물살은 드높아지고
  아무것도없구나 아무것도없구나
  - 김종해 작 〈무인도〉 중 일부

 
  류시화의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의 섬은 좀 더 복잡한 구조를 띤다. 바다에 섬이 있고 그 섬에 바다가 있고 다시 그 바다에 새로운 섬이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이 끝이고, 그 끝이 처음으로 연결된다. 사람은 그렇게 수많은 섬과 인연으로 둘러싸여 살아간다.
 
  바다에 섬이 있다.
  섬 안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고
  그 바다로 나가면 다시 새로운 섬
  섬 안의 섬 그 안의 더 많은 바다 그리고 더 많은 섬들
  그 중심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잠들면서 꿈을 꾸었고
  꿈 속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또 꿈꾸었다
  꿈 속의 꿈 그리고 그 안의 더 많은 잠 더 많은
  꿈들
  - 류시화 작 〈섬〉 전문

 
  시인 조은의 첫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1991)에 실린 〈섬〉은 객체화한 대상이 아니라 주체화한 삶과 관련돼 있다. 이 시에서 섬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이다. 살기 위해 ‘안개 망 위로 머리를 필사적으로 들어올리는’ 형상이 마치 섬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꿈틀거리는 안개 망 위로 머리를 필사적으로 들어올린다 안개가 목을 비트는 이곳에서 마주치는 우리들 눈빛은 빳빳한 지느러미를 일으켜 함께 침잠하다 불쑥불쑥 멈춘다 형체도 삭아 버린 대지를 쓰다듬으며 물소리가 안개 속에서 파문을 일으킨다 그때마다 우리들 머리 위로 키를 돋우며 안개망이 좁혀지고 우리들 몸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가 신비하게 고조된다 문득 안개가 가린 오늘 이 세상이 너무도 명료하다
  - 조은 작 〈섬〉 전문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더 스크립트(The Script)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프리덤 차일드(Freedom Child)》(2017).
  존 던의 시에 나오는 첫 구절 ‘사람은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를 제목으로 한 노래가 지난 9월 발매됐다. 아일랜드 출신 팝그룹 더 스크립트(The Script)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프리덤 차일드(Freedom Child)》의 타이틀곡이 〈No Man Is an Island〉이다. 이 노래의 코러스 부분은 이렇다.
 
  No man is an island, no one should be on their own (사람은 섬이 아니야. 누구도 스스로 섬이 될 순 없어.)
  Look at the horizon, 'cause love will always take you home (지평선을 봐. 사랑이 너를 집으로 항상 데려다줄 거야.)
  She said all hearts break, don't lose faith, you can't live life that way (그녀는 말했지. 마음이 찢어져도 신념을 잃은 채 살아갈 순 없다고)
  No man is an island, no one should be on their own (사람은 섬이 아니야. 누구도 스스로 섬이 될 순 없어.)
  No man is an island (사람은 섬이 아니야.)
  No man is an island (사람은 섬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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