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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제독의 Periscope(잠망경) 〈8〉 잠수함 부대의 ‘알뜰신잡’

잠수함 마스트에 빗자루를 내거는 이유는?

글 : 유영식  전 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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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함전대, 1995년 해군 작전사령부 체육대회 줄다리기에서 30년 만에 정비창 군무원단 이겨
⊙ 근무 특성상 두통, 치통, 변비 등에 시달리고, 흡연율 낮아
⊙ 수중항해 계획에 따라 잠수함 운항, 우군 잠수함끼리 충돌은 불가능

유영식
1962년생으로 해군사관학교를 39기로 졸업했다. 35년9개월간의 군 생활 가운데 17년간을 해군본부와 국방부 대변인실 등에서 정훈장교로 일했다. 2009년부터 5년 동안 해군 공보과장으로 재직하며, 최장수 해군공보과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4년 해군 준장으로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해군 대변인)을 지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잠수함 부대원들은 결속력이 남다르다.
  잠수함이 부두에 정박한 사진을 보면 잠수함 마스트에 빗자루가 내걸려 있는 것이 가끔 보인다. ‘물속에서 나온 잠수함이 왜 빗자루를 달고 다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잠수함 근무 장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 빗자루는 ‘바다에서 적(수상함)들을 쓸어 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세계 어느 나라 해군이든 잠수함에 근무하는 장교는 남다른 문화와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해군의 잠수함 장교도 긍지가 대단하다. 군대에서 체육대회는 유사 전쟁 수준이다. 1995년 진해 해군 작전사령부 가을 체육대회에서 30년간의 신화가 깨졌다.
 
  줄다리기 종목은 세계 해군 공통의 주 종목이다. 배를 부두에 계류하기 위해 홋줄을 연결하고 계류색을 부두에 연결하면, 그때부터 함정의 승조원들은 줄을 당겨야 한다. 때문에 모든 배의 승조원은 줄다리기를 밥 먹듯이 해야 한다. 그래서 줄다리기는 어느 나라에서든 해군 체육경기의 필수 종목이다.
 
‘수상함을 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아 마스트에 빗자루를 내거는 것은 잠수함대의 오랜 전통이다.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군 잠수함 와후(SS-238)호의 모습.
  1995년까지 줄다리기는 정비창 군무원팀이 30년 전승(全勝)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생한 젊은 병사로 구성해서 붙어도 노련한 정비창 군무원단을 이기는 현역팀은 없었다. 그런데 잠수함 전대(戰隊)가 이 기록을 깼다. 잠수함 부대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원이 신화를 이루어 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후 잠수함 부대는 전대, 전단(戰團)을 거쳐 214급 잠수함이 건조, 운영되기 시작하자 사령부로 승격했다. 잠수함사령부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침묵의 부대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식재료와 함께 보관
 
배식을 하는 잠수함 승조원들. 잠수함에서는 음식재료와 음식물쓰레기를 함께 보관한다.
  항구를 떠나는 배의 승조원은 누구나 단절감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잠수함 부대원들의 단절감은 대단하다. 출동 시기가 가까워 오면 부인들은 남편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 신경을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또한 말수가 줄어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외부와의 단절이라는 점이 1회성이 아니고 반복 또 반복된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고 잠수함 근무자들은 토로한다.
 
  최근 출동 중에 아이를 출산한 김 모 대위는 “출산과 산후(産後)에 도움을 주지 못해서 바가지 긁힌다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내 일이 됐다”면서 “둘째는 생각을 해 보고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수상함의 공간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잠수함은 그보다 훨씬 더 협소하다.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들이 많다.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먹어야 할 음식 재료와 함께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때 제일 신경 써야 하는 일은 쓰레기나 식재료가 터지지 않게 잘 감싸는 것이다.
 
  잠수함에서 세탁은 할 수 없다. 소음 발생 원인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세탁물은 최대한으로 부피를 줄여서 보관했다가 집으로 가져간다. 출동 후 가져온 세탁물에 모두 놀라워한다.
 
  햇빛이 없는 잠수함에서는 비타민 D가 생성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무기력한 상태에 이르기 쉽다. 잠항(潛航) 시에는 공기 순환이 제한되는 상태에서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일반 대기보다 10~20배가량 늘어난다. 이로 인해 졸림, 두통 등의 증세가 발생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치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운동 부족 등으로 변비가 발생하고 방귀를 뀌는 경우가 많아진다. 잠수함 장교들은 방귀에 대하여 매우 너그럽다. “서로 방귀 튼 관계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잠수함 부대는 흡연율이 낮다. 잠수함 장교였던 정우성 예비역 준장은 잠수함 부대원들이 “이번 출동에 담배 피우지 못할 바에야 이참에 끊는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부상(浮上)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함교 탑 밑에 줄을 선다. 참으로 묘하다. 수십 일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고 생각도 없다가 잠수함 부상 시기가 다가오면 담배 생각이 갑자기 몰려오고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게 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정 준장은 잠수함 함장이나 전대장 시절에는 피우던 담배를 해군본부 근무 시절 끊었다. 책임감으로부터의 해방이 담배를 끊은 이유가 됐나 보다.
 
 
  우군 잠수함끼리 충돌은 불가능
 
적함에 발견되지 않기 위해 잠수함 함내에서는 최대한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이 사는 집이 쪼그라들어서 수축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떨까? 잠수함 승조원들은 깊은 바닷속으로 심도(深度)를 변경할 때에 선체 압력으로 외부 선체가 찌그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잠수함의 활동 심도가 깊어지면 외부 수압이 높아져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잠수함의 외부 쇳덩이가 압력에 의해 “끼기기긱--” 하는 소리를 낸다.
 
  잠항심도가 깊어질 때는 모든 승조원이 긴장감을 가지고 자신이 체크해야 할 안전 사안을 빠짐없이 확인한다. 매번 들리는 소리이지만 이 소리는 마치 바다의 신(神)이 신음하는 소리로 들린다. 매우 불편하고 기분 나쁜 소리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잠수함 승조원들은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 잠수함”이라고 말한다.
 
  잠수함은 항해에 나서기 전에 계획된 경로를 정하고 그 경로상에 해저 지형, 지물 등 모든 항해상 안전 사항을 파악하고 출항한다. 그리고 그 바닷속 경로를 따라서만 이동한다. 만약에 잠항 항해 중에 물체와 접촉하면, 적으로 구분하고 작전대응에 들어간다. 그 잠항구역에 우리 잠수함은 없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수중관리 구역, 상호간섭 방지, 수중교통 안전규칙 등 안전항해에 대한 규정에 따라 수중항해 계획을 수립하고 그대로 행동한다. 또한 우리 잠수함의 안전과 이동은 보장하고 적 잠수함에 대한 탐지공격 작전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탐지된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대잠전(對潛戰) 구역 ▲잠수함 공격 금지구역 ▲우리 잠수함 안전 이동로 등의 개념에 따라 수중구역 관리규칙을 작전용도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한다. 이 때문에 우군 잠수함끼리의 충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상 항해와 입항의 설렘
 
마스트에서 바다를 살펴보는 잠수함 승조원들.
  임무지역을 벗어나 모항(母港)으로 일정 구역까지 오면 복귀 중 잠수함은 부상한다. 종종 어민으로부터 잠수함을 보았다는 신고가 해경(海警)이나 해군에 접수된다. 대체로 잠수함 식별절차를 진행하고 확인해 보면 우군 잠수함이다.
 
  이런 제보를 받고 언론이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해군은 우군 잠수함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면서 꼭 한 가지를 당부한다.
 
  “신고된 잠수함 부상 항해의 위치는 보도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해군은 모든 미(未)식별 잠수함 신고에 대하여 각종 채널을 통해 확인한다. 목격된 시간과 해역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우군 잠수함인지 미식별 잠수함인지 꼭 확인한다. 우리 군 잠수함의 이동, 동맹국이나 주변국 잠수함 동향 등을 확인한다. 만약 영해 내에서 잠수함이 보인 이후 잠항했다면 그 순간부터 대잠식별 작전이 펼쳐진다.
 
  잠수함은 작전을 종료하고 복귀하는 과정에 정해진 일시와 해역에 도달하면, 부상항해를 한다. 잠수함의 부상은 다시금 외부세계와의 연결, 만남을 의미한다. 이때부터 부상시간이 몇시 몇분인가? 최대 관심사가 된다.
 
  부상을 하고 항해 당직장교가 함교탑 상부 해치를 열고 올라가면서 “상황 끝. 수상항해 상태 유지”를 외치는 순간이면, 이미 잠수함 승조원의 마음은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달려간다. 함교 탑 해치가 열리는 순간부터 1시간가량 함교 탑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햇빛을 보려고, 밤이면 별빛을 보려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 파도소리와 멀리 보이는 섬,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기쁨이다. 출동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간다는 확신이 서는 순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바다는 또 다른 인생의 배움터이고,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꼭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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