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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의 후유증 - 선진국에서 배워 예방한다 〈1〉

토르드 부에르 올센 릴레함메르 시 CEO 인터뷰

릴레함메르 시 CEO, “북한 계속 미사일 발사해도 평창올림픽은 가고 싶어 …”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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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경영인에게 시 경영 맡기는 릴레함메르 시, 올림픽 때는 CEO만 2명
⊙ 노르웨이의 올림픽 철학은 국가대표 선수와 일반인이 똑같이 스포츠를 누리는 것
⊙ 올림픽 이후에도 올림픽 경기장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어
⊙ 주한 노르웨이 대사, 평창은 지속가능한 올림픽 유산 만들어야 …

《월간조선》은 8월호부터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동계올림픽의 후유증 - 선진국에서 배워서 예방한다’라는 주제의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기획은 앞서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노르웨이,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의 현지를 답사하면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사후에 효율적으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오슬로 시내의 모습이다. 하절기에는 백야로 밤 11시가 지나서야 완전한 밤이 된다.
  
   커튼을 쳤다. 불도 껐다. 그러나 커튼의 끝자락에서는 여전히 새하얀 빛이 새어 들어온다. 시곗바늘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게 다 백야(白夜)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백야를 마주한 건 노르웨이에서였다.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는 밤 하늘은 낮과 같았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하늘은 초저녁마냥 어둑어둑해졌다. 말로만 듣던 백야는 기자의 노르웨이 방문기간인 7월의 첫째 주 동안 계속됐다. 이런 백야가 노르웨이의 여름 동안 계속된다. 현지인들 말로는 겨울에는 반대라고 한다. 해를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한겨울인 12월 무렵부터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정도까지만 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월간조선》이 노르웨이를 방문한 이유는 노르웨이가 올림픽 이후 어떻게 올림픽의 정신과 유산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노르웨이는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과 2016년 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Youth Olympic, 청소년 올림픽), 두 번의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 릴레함메르(Lilehammer) 시(市)는 기차로 오슬로 중앙역(Oslo S)에서 2시간 반 정도 가야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지루할 법도 한데, 와이파이가 기차 안에서 무료 제공되었고, 창 너머 자연 풍경을 볼 수 있은 덕에 시간은 빨리 가는 듯했다. 노르웨이의 기차는 한국의 KTX처럼 속도가 빠른 고속철이 아니라서 일부 구간은 어림잡아 시속 40km/h 안팎이 되는 곳도 있다.
 
  릴레함메르역에 도착해 보니 오슬로 중앙역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손쉽게 돈을 낼 수 있게 되어 있다. 역에서 나오자 커리스티 모센(Kjersti Morsen) 릴레함메르 시청 공보관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공보관에게 기차역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 이유를 묻자, “노숙자나 불량 청소년 등이 화장실에서 마약을 하는 것을 막고,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릴레함메르에서는 화장실을 무료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녀를 따라 시청으로 걸어갔다. 기차역에서 시청까지는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다. 시청은 노르웨이의 전형적인 여느 건물처럼 작은 규모로 5층 정도 되었다. 공보관의 안내로 토르드 부에르 올센(Tord Buer Olsen) 시청의 CEO를 만났다. 그는 시청의 수장이다. CEO라는 직함이 생소해 시장(Mayor)을 CEO라 부르는 것이냐 물었다. 그러자 시장(Mayor)은 따로 있다고 했다. 일문일답이다.
 
 
  시장은 시민의 얼굴, 모든 릴레함메르 시의 경영은 CEO가 하는 분권형 구조
 
릴레함메르 시의 마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올센 CEO.
  — 정부기관에서 CEO라는 직함이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데, 시장과 어떻게 다릅니까.
 
  “노르웨이에서는 정치와 경영을 분담합니다.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이 시장(Mayor)이고 저는 시의 전반적인 경영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제 직함은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인 CEO입니다.”
 
  — 그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이렇게 물어보죠. 릴레함메르 시에 CEO가 있다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언급하신 재무, 기술을 포함해 최고 인사책임자(Human Resource) 등이 있습니다.”
 
  — 좋습니다. 그럼 올센 CEO님께서 시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계신다면, 시장은 무슨 일을 합니까.
 
  “시장은 정치적인 부분을 다룹니다. 릴레함메르 시의회(Assembly)에서 의원들과 여러가지 정치적 사안을 조율하지요. 시장은 의회와 논의를 거친 뒤에 저를 고용한 것입니다. 시장이 의회와 논의해서 시의 경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저는 그만둬야 합니다. 의회에서 제 실적과 능력을 매년 검토하고 만족을 해야 저는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시장이 경영도 함께 합니다. 그럼 시 안에서 대형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칩시다. 이런 상황에서 올센 CEO님이 하시는 일과 시장이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화재의 책임은 화재를 담당하는 시의 소방서 수장이 화재 처리를 진두지휘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저에게 바로 전달이 될 것이고 그 내용을 보고받은 저는 다른 부서 등에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업무를 처리합니다.”
 
  — 그럼 시장은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하나요.
 
  “화재 사고에 대한 상황을 저를 통해 확인한 뒤 시민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거나 언론에 알리는 일 등을 합니다. 즉 저는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입니다(이 부분에서 그는 영어 단어를 착각해 invincible man, 천하무적의 사나이라고 했다).”
 
  — 사실 천하무적의 사나이(invincible man)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군요.
 
  “그런 셈이죠.(웃음) 시민들이 모르는 무적의 사람이 바로 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시를 위해 일하고 있지요.”
 
  올림픽과 관련된 질문에 앞서 릴레함메르 시의 운영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직함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시의 구성을 알지 못하고선 올림픽 운영 전반을 이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소도시의 장점을 극대화한 올림픽
 
릴레함메르 시내의 건물들이다.
  — 올림픽 기간에는 CEO의 경영방식이나 경영구조에 변화가 있나요. 아무래도 국제적인 대규모 이벤트니까요.
 
  “예, 차이가 생기죠. 올림픽 기간에는 CEO라는 직책에 1명이 추가되어 총 2명의 CEO가 일을 합니다. 저를 포함한 2명의 CEO가 릴레함메르 올림픽조직위와 긴밀하게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조율합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주변 공터에서 개 훈련을 하고 있다.
  — 저와 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릴레함메르는 매우 작은 소도시입니다. 이런 작은 지역에서 올림픽을 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말씀대로 릴레함메르는 인구가 약 2만8000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죠. 작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콤팩트(compact)하지만 그 안에 촘촘함이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니깐요. 물론 올림픽 기간 중 주변 도시로의 이동도 필요하죠. 또 경기장도 모두 이 안에 지을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뒤에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몇몇 경기장은 차로 30분 정도 이동을 해야 합니다. 작은 것이 모든 면에서 유리할 수는 없지요. 모든 올림픽이 그렇듯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 현재 노르웨이는 여름이라 백야가 지속됩니다만 겨울에는 해를 보기 어렵겠습니다. 동계올림픽 기간에 해가 없다면, 그만큼 경기장의 조명 등 빛을 내는 데 상당한 전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력 공급에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아주 오래전에는 이 지역 주변에 발전소가 2개 정도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대형 발전소와 소규모 발전소가 여럿 있습니다. 제가 정확한 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력 생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노르웨이는 대부분이 물의 낙차를 활용한 수력발전소이고, 주변의 발전소들도 수력발전소들입니다.”
 
 
  치밀한 계획으로 만든 운 좋은 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의 자전거 코스를 설명 중인 릴레함메르 시 관계자.
  — 모든 올림픽에서는 가끔 돌발 상황이 생기죠. 주로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입니다. 과거 벤쿠버 올림픽 때 폭우로 눈이 녹았고, 소치 올림픽 때도 고온이 지속되어 눈이 많이 녹았습니다. 릴레함메르의 올림픽에서는 어땠나요.
 
  “우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농담) 사실 작은 기상변화 등은 줄곧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경우에는 운(luck)에 맡기죠.(웃음) 제 생각에 운이라는 것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다는 것은 운이 좋을 수 있게 만들 만큼의 철저한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런 예상 밖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 올림픽입니다. 그런 치밀한 계획을 토대로 큰 문제 없이 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딱히 기억에 남을 만큼 긴박했던 문제는 없었습니다.”
 
  — 최근 뉴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7월 4일)도 북한이 미사일을 쐈습니다.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유럽 지역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반도는 어떤가요. 이러한 도발로 인해 평창올림픽 방문이 꺼려지나요.
 
  “일단 제가 북유럽의 사람들 전체를 대변해서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일단 제 생각을 말씀드리죠. 제가 보는 한국은 안전합니다. 전혀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릴레함메르 시 공보관도 “평창올림픽 방문이 북한의 도발 때문에 꺼려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두 번의 올림픽을 치른 릴레함메르 시가 생각하는 올림픽의 필수 구성요소(key element)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군요. 생각을 안해 봤는데, 몇 가지 요소가 있어야겠네요. 일단 물자지원(logistics), 스포츠에 대한 열정, 진실성(integrity) 정도가 떠오르네요. 이러한 요소들이 뒷받침되어야만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습니다.”
 
 
  평창에 대한 릴레함메르의 조언, “한국다움을 보여달라”
 
산 아래 자전거 대여소 안의 자전거들.
  —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조언을 좀 해 주신다면요.
 
  “저희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한국은 한국만의 독창성이 있어요.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진보된 국가죠. 제가 알기론 LG, 현대, 쌍용 등이 한국의 브랜드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언급한 브랜드들이 한국 것이 맞는지 물었다.) 맞나요? 한국의 이러한 우수성을 저희들은 알고 싶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한국다움을 보여주세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다움을 보여달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 사실 한국에서는 북유럽이나 유럽적임을 추구하고 있는데, 저희에게 한국다움을 주문하시는군요.
 
  “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줄수록 세계적으로 더 주목을 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들도 한국의 참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노르웨이는 스키 종목의 강국입니다. 한국은 빙상 종목에서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스키 종목은 그렇지 못합니다. 노르웨이가 스키 종목을 잘하는 비결이 있나요.
 
  “제가 보기에 문화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들에게 스키는 매우 흔하게 접하는 스포츠이고,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스키를 태울 정도로 일찍부터 스키를 접합니다. 겨울에는 스키 없이는 어딜 돌아다니기도 어렵죠. 특히 겨울에 산악지역이나 숲속에서 이동하려면 스키를 타지 않고서는 이동이 불가합니다. 아마도 이런 환경과 문화로 스키를 잘하게 된 것 같습니다.”
 
  — 릴레함메르 올림픽은 친환경을 내세운 올림픽이라 많은 시설물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림픽 이후 어떤 유산(legacy)이 남아 있나요.
 
  “대부분의 건물은 목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1994년에는 콘크리트도 사용되어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친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죠. 그래도 최대한 환경적 피해를 줄이려고 애를 썼습니다. 남아 있는 경기장들 대부분이 무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크로스컨트리 코스 등은 개방되어 있어 누구든지 와서 즐길 수 있습니다. 슬라이딩 센터도 일반인이 와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올림픽이 가진 순수 스포츠의 정신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 일각에서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관계가 마치 한국과 일본처럼 역사적으로 좋지 않다고 알려졌습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일과 남북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노르웨이는 역사적으로 스웨덴과 핀란드에 정복당한 바 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와 스웨덴, 두 국가는 서로에 대한 조크(joke)가 많아요. 서로를 놀리는 말이랄까. 그렇지만 두 국가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장난을 주고받을 만큼 친하다는 뜻일 수도 있지요. 스포츠의 최대 장점은 국가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생각에 한국과 일본, 한국과 북한도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올림픽 이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르웨이의 올림픽 철학은 국가대표뿐 아니라 일반인도 함께 누리는 권리
 
아이스하키장 내부를 개조해 다른 운동을 할 수 있게 해놨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는 오브 거스달(Ove Gjersdal) 시청의 관광 담당자와 함께 올림픽 경기장(Venue)들을 답사했다. 모든 경기장들은 하절기임에도 관광객을 포함한 현지인들이 많이 방문했다. 스키점프대가 있는 곳이 특히 그랬다. 관광객이 많아 기념품 판매점은 점프장 하부와 상부 두 곳에나 있다. 점프대는 겨울이 아님에도 관리가 잘되어 있었고,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연습을 한다. 점프대 하부에는 동계스포츠 기숙학교가 있고, 해당 학교의 학생들은 스키점프를 비롯한 각종 동계 종목을 연습한다. 국내와 달리 릴레함메르에서는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모두 경기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 내부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용 장비들이다.
  아이스하키 경기장도 눈여겨볼 곳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아이스하키의 용도로만 쓰고 있다. 하나, 릴레함메르의 아이스하키 경기장에는 얼음을 찾아볼 수 없다. 얼음을 걷어낸 경기장 바닥 위에 나무로 된 바닥을 깔고 그 위에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핸드볼이나 인도어 축구, 심지어 스키점프도 경기장 안에서 연습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유소년 학생들이 스키점프를 연습하고 있었다. 학생이 바퀴가 달린 판을 타고 내려오다가 코치가 학생을 번쩍 들어올리면 학생은 비행 자세를 취했다. 경기장 안의 각종 방 안에는 최신식 기계들로 구성된 웨이트 트레이닝 방, 스쿼시 방, 스크린 골프 방까지 있다. 이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올림픽 때 사용했던 경기장을 그대로 두고 다목적 스포츠 시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을 때는 다시 아이스하키를 할 수도 있다. 경기장 벽면에는 더 많은 관중을 수용하기 위한 계단식 의자들이 쌓여 있어, 유사시 얼음을 깔고 의자를 설치하면 된다.
 
  경기장의 운영실 쪽에는 올림픽 이후 관리를 하는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의 직원들을 만나 물어보니 이들은 경기장을 더 많은 시민들이 활용하기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더 많은 예산을 정부 등에서 받아내는 데 힘쓴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이 경기장 안에서 현역 올림픽 선수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의 올림픽 철학은 올림픽 선수가 누리는 스포츠를 시민도 동등한 권리로 누린다는 것이다. 실제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불과 몇 년 전에 은퇴한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를 만났다. 바퀴가 달린 롤러 스키를 타느라 인터뷰는 못했지만, 동행했던 거스달 관광 담당자에 따르면 그녀는 최근 청소년 크로스컨트리 코치로 일한다고 했다.
 
 
  여름철 산악자전거와 바퀴봅슬레이로 즐기는 올림픽 경기장
 
관계자가 바퀴 달린 봅슬레이를 장비로 트랙에서 끌어내고 있다.
  알파인 경기장은 하절기에는 MTB 산악코스를 운영 중이다. 산의 하부에는 MTB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말에는 대여소가 보유한 120여 대의 모든 자전거가 동이 날 정도로 인기다. 비탈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다운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몰려온다고 한다. 대여소에서는 최신 MTB 다운힐 자전거와 각종 보호대, 헬멧까지 빌려주고 보험도 들어 준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한 하루 대여비용은 약 10만원이다. 산을 내려올 때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고, 올라갈 때는 리프트를 탄다. 프로 선수들은 시속 130km/h 내외로 약 5km 길이의 내리막을 내려오는데 3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MTB 코스 활용은 캐나다 벤쿠버도 올림픽 이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상당한 MTB 인구가 있어 평창도 차후 이런 활용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봅슬레이 경기장에서는 바퀴가 달린 봅슬레이(wheel bob)를 탈수 있다. 실제 봅슬레이 선수들이 타는 봅슬레이와 유사한 봅슬레이를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다. 바퀴가 달려 있어 가속도가 겨울철 썰매보단 느리지만 여전히 빠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시속 100km/h 정도의 속도로 내려가면서 약 3~5G까지의 중력가속도(G-force)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략 7000명이 바퀴 봅슬레이를 탔다고 한다. 겨울에는 바퀴가 없는 봅슬레이를 일반인이 타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썰매로 내려가기 때문에 여름보다 더 빠르다. 실제 선수들이 타는 봅슬레이와 같다. 기자가 갔을 땐 폐장을 한 뒤라 타 보지는 못했다.
 
  릴레함메르의 올림픽 경기장들은 어느 곳을 가 봐도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경기장 주변의 잔디로 된 공터는 개 훈련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놀리는 경기장이 없고, 오히려 돈을 더 투자해 증축한 곳도 있었다. 한국은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이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인천시는 일부 경기장에 영화관 등을 입점시켰지만 경기장 건설로 들어간 1조원가량의 돈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이러한 전례를 밟지 않으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장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한 노르웨이 대사, 평창올림픽 시설 외 인프라 보완하고 지속가능한 올림픽 유산 만들 것 당부
 
  얀 그레브스타드(Jan Grevstad)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바라는 점을 《월간조선》에 보내 왔다.
 
  〈노르웨이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수차례의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스포츠이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으며 노르웨이 역시 이 모든 순간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또한 저는 평창과 강릉에 있는 올림픽경기장과 시설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시설이 매우 훌륭하였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동계올림픽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한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의 친환경적인 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국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이벤트로 운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의미 있는 목표를 꼭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며, 평창동계올림픽이 올림픽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스포츠이벤트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평창의 교통과 레스토랑과 같은 주변 시설들입니다. 전 세계에서 평창을 방문한 응원단들이 자국의 경기를 관람하며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혹은 좋은 경기 결과가 있을 때마다 함께 자축하며 기념할 만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 외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스포츠이벤트 중 하나인 동계올림픽을 평창군과 한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장면을 보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주한 노르웨이 대사로 한국에 있을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이것은 제 스스로가 겨울스포츠의 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당시 외교부 공보실 수석으로 재직하며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릴레함메르와 평창의 두 동계올림픽 모두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기에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많은 긍정적인 올림픽 유산(legacy)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올림픽 경기장들이나, 친환경적인 올림픽 운영과 같이 지속가능한 올림픽이라는 측면에서입니다. 이러한 올림픽 유산들 덕분에 릴레함메르는 1994년 동계올림픽 개최 이전과는 매우 다른 도시가 되었고 이러한 지속가능한 올림픽 정신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더욱 빛나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한국이 평창올림픽만의 고유한 올림픽 유산을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운영하고 나아가 평창을 동계스포츠의 허브 도시로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인천공항에서 서울을 지나 평창까지 가는 KTX가 곧 개통되면 서울에서 평창을 90분 만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자가용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KTX를 통해 서울에서 평창까지 훨씬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들은 올림픽 기간뿐만 아니라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편리하게 평창으로 이동하여 평창의 동계스포츠 시설을 이용하며 더욱 활발하게 동계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는 평창동계올림픽뿐만이 아니라 올림픽 2주 후에 개최될 평창패럴림픽 역시 한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치르기를 기대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국민들이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패럴림픽에도 큰 관심을 갖는데, 이러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평창패럴림픽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릴레함메르가 1994년 노르웨이를 국가 전체에 올림픽 유산을 성공적으로 남겼듯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한국 정부의 노력들을 통해 한국에서도 역시 평창에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 올림픽 유산의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랄프 고어츠(Ralf Goertz) 대한스키협회(KSA) 스키점프 고문 인터뷰
 
  “한국은 인맥으로 유망주 발탁하고, 김연아 이후를 생각하지 않아”
 

  랄프 고어츠 씨는 한국 스키점프의 아버지로 불린다. 국내 스키점프의 시작을 이끈 주역으로 알려졌다. 독일 국적의 고어츠 씨는 전 국제스키연맹(FIS) 심판 및 기술위원(TD) 등을 역임했을 정도로 스키점프를 비롯한 동계스포츠 분야의 전문가다. 그에게 한국 스키 종목의 문제와 가능성 등에 대해 물었다. 일문일답이다.
 
  — 국내 스키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피겨스케이팅 대비 부진한데 전문가로서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종목에 관계없이 흥행의 필수조건은 성적이다. 김연아가 그냥 유명해진 게 아니다. 금메달을 계속 땄기 때문에 인기를 끈 거다. 이러한 스타선수의 배출은 좋은 성적에 기반한다.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생기고 국민적 관심이 생긴다. 즉 좋은 성적은 필수다.”
 
  — 그럼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그 구조가 유럽이랑 완전히 다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우수한 성적을 내는 선수를 아예 배출할 수 없다. 잘 보라. 김연아 선수는 국가의 도움도 없었고, 연맹의 도움도 없었다. 모두 자비로 자신의 부모님이 돈을 투자한 것이다. 코치의 고용부터 전지훈련 등 거의 모든 걸 혼자 다 한 거다. 유럽이라면 이런 건 말이 안 된다. 이미 유소년부터 좋은 선수 배출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일단 시작은 김연아와 유사할 수 있다. 그런데 김연아 그 이후를 생각지 않는 게 문제다. 유럽은 지역단위로 유소년 스포츠클럽이 있고, 아마추어 클럽, 프로 클럽 등이 다 짜여 있다. 이 스포츠클럽에 누구나 모여들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 지역단위 클럽이 연계되면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해야 한다. 한국은 이런 체계가 아예 없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스키점프 종목이다. 현재 한국은 4명의 노장 선수들이 오랫동안 국가대표를 유지해 왔다. 이들이 입던 스키점프 수트를 관리하지 않는다. 수백만 원 하는 수트는 몇 번 입으면 교체하는데 입었던 수트를 모두 버리더라. 유럽에서는 입었던 수트는 모두 모아 둔다. 그리고 다음 주자들에게 물려준다. 유소년도 마찬가지다. 고학년이 입던 수트가 나중에 저학년들이 입는 식이다. 이렇게 물려주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나중은 없고, 한 명의 선수를 키우기 위해 부모가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그 선수 이후가 절대 나올 수 없다. 이런 장비를 공유하는 것이 지역단위 스포츠클럽에서 하는 일이다. 장비 구입에 부담을 덜고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 이것은 곧 더 뛰어난 인재의 발굴에도 도움이 된다.”
 
  — 대한스키협회를 유럽의 스키협회와 비교하면 어떤가.
 
  “완전히 다르다. 한국처럼 기업의 회장이 스키협회 회장이 될 수 없다. 유럽의 스키협회장은 스키 종목의 전문가다. 스키 스포츠 출신으로 수십 년간 그 분야에서 갈고 닦은 인재다. 스키협회 내 전문가들 중에서 선출된 전문가가 회장이 된다. 그런데 한국은 재벌기업의 회장이 돌아가면서 스키협회장을 맡는다. 단순히 스키를 좋아한다는 게 이유다. 그러다 보니 협회 내부 사정을 모르고, 회장이 그냥 돈만 투자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에 더 돈을 투자하는 식이다. 유럽에서의 협회장은 해당 종목의 전문가이며, 그 사람이 정부관계자, 기업관계자 등을 만나 자금을 끌어온다. 그리고 그 역할을 얼마나 잘했느냐 등에 따라 연임을 할 수도 있다.”
 
  — 한국의 동계스포츠가 유럽과 다른 점을 꼽자면.
 
  “한국은 유소년 선수들을 선출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대부분이 연줄(connection)로 이어진 모호한 방식이다. 과거 유소년을 대상으로 스키점프 대회를 개최했다. 경험이 없는 어린 학생들 중 가장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뽑는 자리였다. 그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을 스키점프 선수로 키우는 게 당연한 처사다. 그런데 나중에 그 아이는 사라지고, 전혀 관계없는 학생이 유망주로 들어오더라. 알고 보니 스키협회에서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의 자녀였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수로 키워야 하는데, 인맥 등으로 얽힌 한국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것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처사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한국의 동계스포츠는 발전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속히 개선해야만 한국이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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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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