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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危機)의 보수

사회학도의 역사 읽기 〈9〉 반(反) 반공주의자들의 대한민국 허물기

글 : 유광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빙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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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홉스봄, “역사학이 핵물리학만큼이나 위험하다. 모든 역사가는 예기치 않게 정치가가
    되기 때문이다”
⊙ 국정교과서 폐기, 보안법 폐지 주장, 전작권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는 반(反) 반공주의 세력의
    오랜 숙원
⊙ 문재인 정권, 주사파 전대협 출신 중용, 반자본주의-반미 성향 교육부 장관, 대통령 부인의
    윤이상 무덤 참배 등 통해 대한민국 정체성에 도전

유광호
1958년생. 서울대 역사교육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
연세대 강사, 이승만연구원 연구원 역임. 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빙 연구위원, 한국자유회의 실행간사
2017년 2월 1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맨왼쪽) 등은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했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의 말대로 역사는 현재의 투쟁에 불을 붙이는 지속적인 암시다. 공산 전체주의 체제를 더할 수 없이 예리하게 비판한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말대로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공산 전체주의 체제의 전형인 북한에서 김일성의 행적을 계속 고쳐 써 왔다. 그래서 출발부터 그랬지만 거대한 ‘사기(詐欺)의 공화국’을 이루었다.
 
  좌경 러시아혁명 전문가 카(E. H.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인구에 회자되는 말을 남겼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카는 공전의 히트작인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dialogue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라고 표현했다.
 
  한국에서는 열에 아홉 이상이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번역해 쓰고 있다. 카는 과거 사실을 객관적이고 절대적이고 독립적이라고 보는 랑케(Ranke) 사학(史學)의 입장과 역사가의 주관적 산물이라고 보는 콜링우드(Collingwood)류의 상대주의 사학을 화해시키고자 하는 입장에서 이 말을 한 것이었다.
 
  어쨌든 인식론의 진전으로 말미암아 인식 주체의 작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한 말이므로 인식 주체의 시점을 주격으로 내세워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번역해야 그 올바른 의미를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도 역사 이론서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사회주의적인 지향과 운동을 진보로 보게 하고 사명감과 목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만 살펴보더라도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점을 꿰뚫어 본 동서양의 혁명가들은 대부분 ‘역사 새로 쓰기’에 손을 댔으며 혁명 준비 및 교양의 필수이자 핵심 도구로 삼았다.
 
  1980년 이후 한국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의 좌경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도 그런 역할을 했다. 어디에서나 역사를 둘러싼 사정이 그렇기 때문에 학문성을 널리 인정받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이 “역사학이 핵물리학만큼이나 위험하다. 모든 역사가는 예기치 않게 정치가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역사는 그 국민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고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사람은 본래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역사학적 물음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자유민주국가를 건국해서 어떻게 산업혁명이라는 근대적 구조변화를 이루어 오늘날 세계가 알아주는 나라가 됐으며 북한지역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들을 해방할 사명을 띠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한국현대사 교과서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검인정 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 서술은 북한의 대남(對南) 혁명전략인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이 강하게 들어와 있는 사관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근본적 원인은 국사 교과서 편수(編修)지침 자체가 좌경 국사학자들에 의해 대한민국 역사를 폄훼하는 입장에서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국정(國定)으로 국사 교과서를 편찬하여 시정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전교조, 좌경 단체들, 당시 야당들은 극렬하게 반대하였다.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려던 학교는 극심한 협박을 받고 좌절했다.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을 거쳐 들어선 새 정권은 국정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폐기하였다. 이와 같이 역사투쟁은 격렬하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장악하는 것은 운동의 핵심 부분이기 때문이다.
 
 
  반(反) 반공주의
 
  이와 같이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발 빠르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정체성과 상치되는 조치들을 실행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한 권력 핵심 포스트들에 전향 (轉向)선언을 한 바 없는 주사파(主思派) 전대협 간부 출신들을 대거 기용하고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반(反) 자본주의·반미(反美) 성향을 드러내 온 대학 교수를 갖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가 역사교육의 방향타를 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좌우합작(左右合作)을 거부한 위에서 탄생했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는 결코 섞일 수 없다는 진실에 입각해 있다. 김구는 1948년 평양에 가서 북한 정당사회단체들과 함께 참여한 4·30 공동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좌익세력으로부터 ‘민족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좌우합작론의 실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이승만은 반공에 투철했다는 이유로 반민족적이라고 좌익으로부터 매도되고 있다. 한국의 좌익과 좌경 세력의 핵심적 입장은 ‘반 반공주의(反反共主義)’로 집약된다. 전 민족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이승만의 반공주의 때문에 소련의 괴뢰 김일성·박헌영 등 공산주의자들의 남한 적화가 좌절됐기 때문에 이승만은 전(全) 좌익의 공적(公敵)이 되어 있다.
 
  왜 이들은 반공을 그렇게 증오하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통진당 해산, 개성공단 폐쇄, 좌편향 국사교과서 대체 정책,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비타협적 반대 등 반공·반북 노선을 분명히 하게 된 것이 북한과 좌익세력의 증오를 극대화했다. 좌익도 자기들끼리는 솔직하게 “탄핵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어”라고 한다고 한다.
 
  그들은 반공이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반공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자유민주주의란 자신을 전복(顚覆)하고자 하는 사상에 대해서도 자유를 허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자유민주주의뿐 아니라 국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무지함을 드러낼 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그것이 허용하는 자유를 악용하는 세력에 의해 전복될 위험이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방어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국가보안법이다. 그래서 좌익과 북한은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줄기차게 요구해 오고 있다.
 
  이들은 반공적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극우(極右)라고 매도하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미 제국주의로부터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북한의 ‘남조선혁명’ 전략과 같은 입장이다. 때문에 전시(戰時)작전권 환수로 가장 효율적인 전쟁 억지력 체계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한미동맹을 철폐하는 투쟁을 벌여 오고 있다. 결국 반공 정책으로 인해 불편한 측은 북한 공산정권, 간첩, 남한의 좌익 체제전복 세력들뿐이고 안전을 보장받는 측은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이다. 따라서 반공에 반대하는 자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박정희가 본 정치와 경제
 
1962년 1월 22일 호남비료공장을 시찰하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했다.
  한국의 정치학은 체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우리 민족의 나갈 길》이라는 저서에서 이미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 체제를 정확하게 대비시키고 있었다. 박정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통치에 대하여 여러 가지 불만을 가졌고 비판을 했지만, 정치체제에 대한 사상에 있어서는 매우 큰 공통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결국 뒤떨어진 민주국가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이룩하는 길은 경제개발계획과 국민소득의 향상이라는 오랫동안 서로 모순된 두 개의 문제를 잘 조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이 잘살게 되고 국민 개개인의 생활 향상에 도움을 주어야 된다고 나는 분명하게 잘라 말하고 싶다. 따라서 유럽에서 물려받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과 테두리 밑에서 어떻게 하면 결과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가가 우리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 있어서 참된 민주주의가 성공할 것이냐 못할 것이냐를 결정짓게 될 오직 하나의 열쇠가 된다.”
 
  박정희 장군은 정치체제로서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조건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정확한 이론적 인식 위에 용공(容共)세력의 장성(長成)과 발호에 대처하는 대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1962년 2월에 발간한 《우리 민족의 나갈 길》이라는 저서를 보면 혁명정부 기간 박정희 장군에게 확립된 경세관(經世觀)이 없었다는 주장은 잘못임을 알 수 있다.
 
  〈경제적인 가난과 헐벗음을 벗어나기 위한 방책으로서 짜임새 있는 계획경제의 간판을 내세운 것이 바로 공산주의적인 좌익 독재정권이었다. 그러나 좌익 독재정권은 너무나 큰 희생을 요구했다. 폭압을 위해 무기에 전력하지 않을 수 없는 체제. 이것이 바로 공산 제국주의자들의 부당한 탄압과 착취가 최고조에 이르지 않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뒤떨어진 민주 지역에서 온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보다 낫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계획경제는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늘어 가는, 이를테면 벌이가 좋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룩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에서 보듯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문명국가 사회, 즉 공민사회(civil society)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답을 당대 세계 그 어느 지성보다도 정확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 정치체제와 경제제도의 관계 등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론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정치학자들도 오해하고 있는데, 자유민주주의의 상대는 사회민주주의가 아니고 전체주의다. 이 점을 박정희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냉전(冷戰) 시대에 냉전 이데올로기에도 불구하고 하위(下位) 체계로서 경제제도 측면에서는 경제개발계획을 시행했다. 이는 상위(上位) 체계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두 개의 나라’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의 장본인인 윤이상의 묘소가 방독(訪獨)한 대통령 부인으로부터 대단한 예우를 받은 모양이다. 윤이상은 평양을 드나들며 김일성을 미화, 찬양하여 김일성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고, 오길남 박사를 포섭하여 가족과 함께 평양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그 가족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등 인간으로 할 수 없는 행위들을 하였다. 이런 사람을 기려서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이 정부는 이른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는 언약도 했던 모양이다. 이미 오랫동안 ‘5·18 독재’ 내지 ‘5·18 전체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현상이 만연한 마당에 이러한 정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자중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몇 가지만을 살폈지만 작금에 이 나라가 ‘두 개의 나라’와 같이 분열되고 싸우는 것은 역사를 둘러싼 데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수하려는 세력은 바른 역사를 연구하고 교육하여 국민들의 의식을 정상화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임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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