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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의 프로이트 다시읽기 - 욕망의 정신분석과 뇌 과학

글 : 김보연  안성성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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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의 쾌락-불쾌의 원칙은 자기 보존이라는 다윈의 진화 원칙과 일맥상통
⊙ 뇌간 깊이 감정의 신경핵 존재… 선천적으로 대뇌가 없는 무뇌아도 감정을 느끼고 표현
⊙ ‘좋아함’ 신경 차단하면 맛있는 음식 훨씬 덜 먹게 돼

김보연
1962년생. 가톨릭대학 의대 졸업 / 현 성가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마음의 신경과학연구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 가톨릭의과대학 외래교수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쥐의 뇌 여러 곳을 전기로 자극, 쾌락중추를 밝혀냈다.
  “인간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남긴 말이다. 한 사람의 세상에서의 모든 생각, 감정, 삶이 고작 무게가 1.4kg 정도의 작은 뇌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인생극장의 시한적 존재와 의미를 생각하는 철학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각자의 뇌 속에 각기 다른 수백억 개의 뉴런이 작용하지만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욕망, 사랑, 권태 등 몇 가지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대부분의 생을 보낸다.
 
  ‘동물의 세계’에서 한 무리의 사자가 물소 떼를 공격하여 혼란을 일으킨 사이 한 사자가 어린 물소의 목을 물고 늘어져 일단은 사냥에 성공한 듯하였다. 그런데 다른 한 마리의 물소가 사자의 주변으로 놀라 뛰어가자 사자는 물고 있던 물소를 놓고 그 물소를 다시 공격하였다. 사자는 병들거나 어린 물소를 골라서 공격할 정도로 영리한데 성공한 사냥을 포기하고 왜 불확실한 물소를 다시 택했을까? 짐승도 추구하는 욕망이 있는 것일까?
 
  돌이 안 된 아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 열심히 찾는다. 그러다가 마루에 말리려고 놓아둔 고추를 입에 넣어 빨아본다. 매우니 아기는 화가 나서 운다. 울다가 그치고 또 주변을 기어 다니면서 물건을 찾아 입에 넣고 마땅치 않으니 또 운다. 이 어린 아기도 탐욕이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의 충동, 욕동 이론
 
  20세기 전반기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 본성에 대한 관념에 일대의 혁명을 가져온 사건이었다. 당시의 그의 본성 이론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여 많은 논쟁을 낳았다. 그는 인간의 본능 외에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마음의 힘, 즉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고 그 충동을 욕동(慾動, drive·독일어 Trieb)이라고 하였다.
 
  그의 욕동은 타고난 본능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적 힘을 가진 무의식적 소망(wish) 또는 욕망(desire)으로 가정하였고, 무의식의 기본적인 단위로 생각하였다.
 
  그가 말한 충동 중 성 욕동(libido)은 후에 자아보존 충동과 합해 삶의 충동인 사랑 혹은 에로스(eros)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다른 하나 공격 충동은 후에 죽음의 충동 또는 타나토스(thanatos)로 확장되었다. 그가 중요시한 무의식의 힘은 결국 삶의 충동과 죽음의 충동인 에로스와 타나토스로 귀결되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소망은 쾌락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쾌락-불쾌의 원칙(pleasure-unpleasure principle)을 줄인 말이다. 이 주장으로 그가 쾌락주의자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그는 무의식은 직접적이고 즉시적인 만족을 추구하려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고 본능적 소망은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불쾌한 긴장을 감소시키고 쾌락을 구하려 한다고 하였다.
 
  즉 긴장의 감소로 인해서 마음의 상태는 평정(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고 불쾌를 줄이려는 무의식적 노력이 바로 쾌락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원칙의 핵심은 마음과 긴장의 평정이며 자기 보존이라는 다윈의 진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프로이트는 의식에서 만족하지 못한 소망(욕망)이 해소되지 않고 억압되면 나중에 신경증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는 정신건강은 소망의 적절한 조절과 해소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의욕과 욕망은 삶의 가치와 삶의 원천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욕망에 두려움이 있다면 그 이유는 욕망의 대상을 얻고 그것이 충족되었어도 욕망이 끝나지 않아 항상 결핍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만족하지 못한 프로이트의 소망을 철학적 의미의 욕망으로 대치하였다. 그는 인간의 요구(demand)에서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욕구(need)를 뺀 나머지가 욕망이고 욕망은 잉여 부분으로, 절대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욕망의 뇌 과학: 욕구 행동과 탐색/기대 시스템
 
올즈와 밀너의 실험에서 전기 자극은 실험용 쥐에게는 일종의 보상이었다.
  뇌 과학자들이 동기와 충동의 근원 연구 중 실험동물의 자진 전기 자극 추구를 유도한 실험은 획기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1953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올즈(J. Olds)와 밀너(P. Milner)는 쥐의 뇌 여러 곳을 전기로 자극, 쾌감을 느끼는 부위, 쾌락중추(pleasure center)를 밝혀냈다.
 
  다음에는 발판을 만들어 쥐가 밟으면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도록 했다. 쥐는 처음에는 우연히 발판을 누르다가 곧 반복해서 발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쥐는 발판을 누르는 데 너무 열중해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지도 않아 지쳐 쓰러지고서야 발판 누르기를 멈췄다.
 
  전기 자극으로 인한 쾌감은 쥐가 발판을 누르는 특정 행동을 스스로 강화하는 보상(reward)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부위를 보상-강화(reward-reinforcement) 시스템이라 불렀다.
 
  1963년 히스(R. G. Heath)는 수면발작과 간질을 앓는 두 남자의 뇌 중격과 중뇌의 덮개에 직접 전기 자극을 한 실험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 성적 쾌감을 보고했다.
 
  1970년대 이 보상-강화 회로는 뇌의 매우 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뇌의 배 쪽 덮개 영역(VTA·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시작하여 안쪽 앞뇌 다발과 옆면 시상하부(MFB-LH)를 통하여 가장 중요한 측위 신경핵(NA·Nucleus Accumbens)에 도달하는 경로, 중뇌에서 감정 학습과 습관을 담당하는 변연계에 이르는 경로, 중뇌에서 앞뇌의 내측까지 도달하는 경로가 있으며, 이들 경로는 모두 뇌의 가운데 부분에 있고 이 신경계의 대표적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971년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 수의학과의 신경생물학자 야크 판크세프(Jaak Panksepp)는 생쥐 중뇌의 배 쪽 덮개 영역을 자극하는 실험을 했다. 쥐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냄새를 맡고 먹이를 찾는 것처럼 행동을 하였다. 이 부위는 새로운 무엇을 찾고 원하는 일반적인 욕망과 관련이 있는 뇌 조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자극하면 먹고, 마시고, 갉는 등의 행동과 이 행동이 조금씩 변하는 현상이 있어 과거의 보상 시스템의 개념으로는 이 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이 시스템을 탐색/기대(seeking/expectancy) 시스템이라고 하였고 프로이트의 동기-욕동에 해당되므로 욕망 시스템이라고도 하였다.
 
 
  탐색/기대 행동과 리비도
 
탐색/기대 시스템을 밝혀낸 야크 판크세프.
  런던 대학의 신경정신분석학자인 마크 솜스는 프로이트의 리비도를 성적 욕동의 좁은 개념이 아닌 일반적인 욕동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탐색/기대 행동이 리비도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솜스는 “판크세프는 프로이트가 심리학으로 찾아낸 것을 신경과학자로서 발견하였다”고 말했다.
 
  탐색/기대 시스템은 뇌 안의 대부분의 동기와 충동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열정적 기대, 욕망, 다행감의 근원이 되는 시스템이며, 적극적으로 세상과 접촉하여 생존에 필요한 물질과 지적인 영역을 탐색하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위협과 위험을 극복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화재를 진압하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수의 경우, 그의 성격과 정서의 긍정적이고 유쾌한 부분이 역경과 생명 위협의 두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욕구적 행동을 담당하지만 새로운 일상적인 활동을 흥미로운 추구 대상으로 만들어 인간의 창의성, 추상적 사고와 논리의 비약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지면 의욕이 사라져 권태와 우울이 올 수 있으며, 너무 기능이 항진되면 조증과 망상 상태가 올 수 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한 욕망, 권태와 관련되고, 니체가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고 주장한 ‘힘의 의지(will to power)’에 상응하는 뇌신경 시스템이다.
 
  또한 판크세프는 감정을 만드는 뇌의 신경구조를 밝혀냈다. 판크세프는 그동안 포유류의 감정은 그 실체를 몰랐고, 외부에서 전달되는 감각, 감정의 정보를 대뇌 겉질에서 해석해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이론이 우세하였으나 선천적으로 대뇌가 없는 무뇌아의 경우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므로 이론이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뇌 수도관 주위 회백질(periaqueductal gray)을 중심으로 뇌간 깊숙한 곳에 걸쳐 있는 감정의 신경핵이 선천적으로 존재하며 여기서 7가지 1차 감정인 탐색, 공포, 불안, 분노, 성욕, 돌보기, 놀기(seek, fear, panic/grief/anxiety, rage, lust, care, play)를 느낀다고 하였다.
 
  1차 감정은 출생 후 감정 학습과 인지발달에 의해 2차 감정, 3차 감정으로 분화한다고 했다. 평소 깨어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이 감정들은 행동에도 영향을 주므로 행동의 기본 정서-감정 체계라고도 하는데, 앞서 말한 탐색/기대 시스템은 이 7가지 감정 중 하나이다.
 
  이 감정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말한 사람의 기본 감정들이다. 데카르트도 사람은 놀람, 사랑, 증오, 욕구, 기쁨, 슬픔의 6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예기(禮記)》에서 인간에겐 자연적 감정인 칠정(七情)-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欲)이 있다고 한 것도 판크세프의 7개 감정과 매우 유사하다. 이렇게 보면 선조들이 말하던 감정들을 뇌 과학이 실체를 증명한 셈이다.
 
 
  원함과 좋아함(Wanting/Liking)
 
  재미있는 것은 탐색/기대 신경은 동물이 음식을 찾고 있을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동물이 음식을 찾고 먹기 시작하면 갑자기 신경의 활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상을 기대할 때가 보상을 받을 때보다 더 반응이 활발하다는 것은 이 시스템의 목적은 탐색 그 자체라는 것을 의미하며, 그동안 끝없는 욕망의 개념을 가진 철학자와 사람들의 상식을 확인해 주었다.
 
  최근엔 원함(wanting)과 좋아함(liking)은 뇌에서 담당하는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쥐에게서 도파민을 차단했더니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찾으러 다니지는 않았다. 그러나 입에 음식을 넣어주자 즐기는 표정이나 행동을 보였다.
 
  ‘좋아함’ 신경만 차단하면 맛있는 음식을 덜 맛있는 것으로 느끼고 훨씬 적게 먹는다. 좋아함과 관계된 신경전달물질은 오피오이드(opioid)이다. 오피오이드란 엔도르핀(endorphin) 같은 내분비 물질과 모르핀(morphine) 등과 같은 합성 마약(아편 제제)을 총칭하는 말이다.
 
  텔레비전 광고는 유혹이 많다. 전에는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광고에 의해서 유도되거나 부모, 사회에 의해 강요된 욕망이 많다. 그래서 실제로 그 상품을 구입하고 나면 잠깐 즐기다가 금방 시들해진다. 이는 원함과 좋아함의 신경 체계가 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경정신과학은 프로이트의 본성 이론의 개념을 실증적 사실로 밝히고 일부는 수정하였다. 욕망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주도하는 탐색/기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며, 탐색 그 자체가 목적인 시스템이다. ‘원하는 것’이라 표현되는 욕망과 달리 대상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은 오피오이드 신경 시스템이 결정한다.
 
  감정의 뇌 과학에서는 탐색, 공포, 불안, 분노, 성욕, 돌보기, 놀기의 7가지 감정이 타고난, 중뇌에서 발생하는 기본 감정임이 확인되었고, 정신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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