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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우 교수의 기절초풍 법의학야화 〈4〉 귀 길이와 수명, 7cm의 비밀

글 : 박의우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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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우
1952년생. 고려대 의대 졸업. 고려대대학원 법의학 석·박사 / 육군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
일본 도호대학 및 기타사토대학 의학부 연구교수 역임. 현 대검찰청 법의학 자문위원,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교수 / 《풀면서 배우는 법의학》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감정입문(역서)》 《독살(역서)》 외 출간
  필자는 오래 전부터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귀를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있다. 그런 습관이 있다 보니, 그다지 허물이 없는 사이에는 갑자기 상대방의 귀를 자로 재 보기도 하여 상대방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한다. 귀의 길이에 관한 이러한 관심이 필자의 전공인 법의학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변사체의 해부 때 연령과 귀의 길이를 대조하다 보면 늘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느껴 왔었다.
 
  그렇다면 귀가 길다는 것이 오래 산다는 것〔장수〕에 대한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즉, 귀가 길면 오래 살까, 오래 살면 귀가 길어질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의학적으로 귀의 성장은 늦어도 20세 이전에 완성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귀의 길이가 고정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귀는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단지, 고령자의 경우에는 피부와 피하조직의 탄력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귀가 약간 늘어나서 실제로도 귀의 길이가 약간 길어진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239구의 변사체를 대상으로 귀 길이 측정
 
〈그림1〉 이개장-안면장 지수
  옛말에도 ‘귀가 부처님 귀’라는 등으로 귀가 잘생기고 길면 부유하고 장수한다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사법해부의 대상이 되는 변사체를 대상으로 실제로 귀의 길이와 수명과는 과연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어 연구해 보기로 했다. 변사체는 신원이 분명하고, 사망일자가 밝혀지면 그 사람의 수명은 이미 알 수 있기 때문에, 사망의 종류(자연사, 외인사 등의 구분)와 사인을 규명하면 귀의 측정을 통해 여러 가지 연관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착상이었다.
 
  필자와 6인의 공동연구자는 2005년경 연구에 착수했다. 단순히 귀의 길이만을 측정해서는 의문을 해소하는 데 약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평소 필자는 스스로 귀의 길이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짧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실제로 측정해 본 결과 7cm로서 그다지 짧은 편은 아니었다. 이는 연구결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필자의 얼굴이 크기 때문에 귀가 작게(짧게) 느껴졌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얼굴의 길이만이 아니라 신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키가 매우 큰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과는 얼굴이나 귀의 길이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귀의 길이와 얼굴의 길이와의 비율을 계산함으로써 따로 신장과의 관계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림2〉 연령별 이개장-안면장 지수 분포도(오른쪽 귀)와 〈그림3〉 연령별 이개장-안면장 지수 분포도(왼쪽 귀)
  사람의 얼굴은 턱밑에서부터 눈썹까지로서 이마는 얼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얼굴의 길이에 대한 귀의 길이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를 ‘이개장-안면장 지수’(그림1에서 a/b)로 하여, 사망의 종류와 사인을 규명할 수 있었던 239구의 변사체를 대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를 그래프로 표시한 것은 〈그림2〉 〈그림3〉과 같다.
 
 
  귀 길이와 수명, 상관성 나타나
 
2006년 5월 필자 박의우 교수를 비롯한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교수와 국과수 법의학과 법의관들이 239구의 변사체를 대상으로 귀의 길이와 수명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 〈법의부검 시체에서 이개장의 법의학적 검토〉를 《대한법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사진=박의우 교수
  측정 결과를 통하여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양측 ‘이개장-안면장 지수’와 ‘수명’과의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성이 있었다. ‘사망의 종류’와의 관련성에 있어서는, ‘자살과 사고사’보다는 ‘병사와 타살’의 경우에 상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사망의 종류와의 관련성에 대한 결과는 이 연구와 관련된 또 한 가지의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명이란 것은 외부의 요인이 작용하지 않고 사망하는 소위 ‘병사(자연사)’로 해석해야 타당할 것인데, 자살과 사고사 및 타살까지도 전부 포함하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당연히 생길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결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병사와 타살’에서 특히 상관성이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를 해석하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과 뜻하지 않은 ‘사고사’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반면, ‘병사’와 ‘타살’은 본인의 의지와 조절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엄밀히 분석하자면, 병으로 인하여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도 생활습관병처럼 평소의 습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조기에 병에 걸렸다면, 예방을 소홀히 한 인적인 요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병은 생활습관처럼 후천적인 요소만이 아니고 선천적인 혹은 유전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간단히 결론 내릴 성격은 아닌 것이다.
 
  타살의 경우에는 살해당한 사람의 부주의 또는 음주 등의 요인으로 인해 타인에게 위험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게 되는 사건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묻지마 범죄’처럼 어느 누구도 타인의 돌발적인 행위를 예상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죽음도 드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성격이 있다.
 
  이와는 달리, 자살과 사고사의 경우에는 사망자 스스로에 의한 인적요인이 조금은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성격이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의 최근 저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에서 강조한 바 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귀
 
8cm가 넘는 긴 귀를 소유한 국내외 명사들. 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문국진 고려대의대 명예교수(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그러면 성인이 된 후에 자신의 귀를 자나 깨나 끊임없이 잡아 당겨서 귀를 길게 한다거나, 성형수술을 하여 귀를 길게 하면 과연 수명이 길어질까 하는 의문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부정적이다.
 
  ‘이개장-안면장 지수’라고 표현한 것은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연구를 통하여 간단하고 손쉽게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치를 알면 편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은 귀의 길이가 6cm 이하면 상당히 짧은 편이며, 8cm 이상이면 매우 길다고 할 수 있다. 7cm 내외의 경우, 보통 정도는 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1911~2004) 대통령은 사진상으로 보아도 8cm가 족히 넘어 보이고, 1924년생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총리도 긴 귀를 가졌다. 1920년 평남 대동에서 출생한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 김형석(金亨錫) 연세대 명예교수도 97세로 장수하고 계신다. 대한민국 법의학자 1호이신 필자의 은사 문국진(文國鎭) 고려대의대 명예교수도 1925년생으로 왕성한 강연과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의 귀는 정확히 7cm로서 길지도 짧지도 않아 장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치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조금은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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