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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사이다 〈2〉 올 여름 ‘따거’ 성룡을 탐하다!

성룡이 장만옥과 베드신을 한다면…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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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역 없는 고난도 스턴트신을 찍는 ‘따거’ 영화… 무더위 케이블 채널 점령
⊙ 왜 성룡 영화에 열광할까… 죽기 살기로 하는 액션 때문
⊙ 2009년작 〈대병소장〉 통해 액션이 아닌 감정 연기 보여줘
〈대병소장(大兵小將)〉(2009).
  “성룡 없는 나의 어린 시절은 상상할 수 없고, 성룡 없는 홍콩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성룡 없는 세상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다.”(영화감독 펑더룬·馮德倫)
 
  지난 여름 거의 매일 성룡(成龍·청룽) 영화를 지겹도록 봤다. 이미 오래 전 본 것들이지만 무더위 특선인지 몇몇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아침저녁으로 틀어댔다.
 
  성룡 영화는 중간부터 봐도 어색하지 않다. 스크린을 따라 그와 걷다 보면, 어수선한 사건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따거(大哥·큰 형님)’의 영웅담은 난타전으로 막을 내린다. 얼마 전 개봉한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처럼 스토리를 한 번 놓치면 이해하기 힘든 할리우드 대작들과 다르다.
 
  한때 성룡 영화는 액션 영화의 최고봉이었다. 40대 이상 중년들이라면 〈사형도수〉(1978), 〈취권〉(1978), 〈쾌찬차〉(1984),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의 첫 두 편(1985, 1988), 〈프로젝트A〉 두 편(1983, 1987), 〈용형호제〉(1987), 〈비룡맹장〉 (1988)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고 본 기억이 있다. 설날, 추석 같은 명절 때마다 성룡은 한국의 극장가를 ‘강제’ 장악했다. 공중파 TV 역시 ‘명절 특선 영화’란 이름으로 그를 소환했다.
 
  이번 추석 역시 성룡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9월 1일 개봉한 영화 〈스킵트레이스 : 합동수사〉는 성룡이 홍콩 경찰로 등장, 마카오 범죄 조직을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다이하드 2〉 등 액션 작품을 주로 선보인 할리우드 감독 레니 할린이 성룡과 손을 잡았다.
 
  성룡은 맨몸 액션의 달인인 조니 녹스빌과 호흡을 맞춰 영화를 ‘코믹 액션 어드벤처’로 완성한다. 스토리가 빈약한 부분은 속도감 있는 ‘성룡표(表)’ 액션으로 채워 넣었다. 성룡의 외줄 매달리기, 급류타기, 몽골 씨름판에서 ‘패대기 굴욕’이 이어진다.
 
 
  “그저 죽기 살기로 할 뿐이다”
 
젊은 시절 성룡이 출연한 영화 〈취권〉(1978) 포스터.
  성룡은 언제나처럼 대역 없이 고난도 스턴트신을 연출한다.
 
  영화 속 그는 바닥에 ‘쿵’ 나가떨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선다. 영화 〈프로젝트A〉에서 건물 시계탑에 매달렸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지금 봐도 오싹하다. 〈폴리스 스토리〉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맨몸으로 땅바닥, 대리석에 곤두박질쳐도 앙다문 표정이 전부다. 그걸 대역 없이 찍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관객이 성룡을 진짜 ‘영웅’이라 생각할 무렵, 그러니까 영화가 끝나 자막이 올라갈 즈음, 엔딩 크레딧과 함께 ‘NG 장면 모음’이 흘러나온다. 그 장면은 묘한 울림을 준다. 다치고 아파하는 모습을 통해 잘 포장된 ‘따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성룡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액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죽기 살기로 할 뿐이다.”
 
  영화 〈용소야〉(1982)에서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위해 무려 2900회나 반복 촬영, 이 부문(촬영 최다 반복) 기네스북에 올랐다. 성룡의 완벽주의 액션 미학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2012년에는 ‘가장 많은 스턴트를 하고도 생존한 배우’로 다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성룡의 액션 영상에 열광할까.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처럼 보통의 액션물은 하나의 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각도로 촬영한 액션신을 편집, 마치 굴비를 엮듯 한 장면으로 엮는다. 슬로 비디오까지 곁들여.
 
  성룡 액션물은 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하나의 영상이 펼쳐진다. 격투신도 마찬가지다. 속전속결로 끝나는 법이 없다. 성룡은 조각 난 퍼즐을 완성하듯 격투의 기승전결을 모두 보여준다.
 
  화려한 격투와 몸을 안 사리는 액션이 전부가 아니다. 코믹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액션과 액션 사이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드는 코믹 ‘브리지 플롯’(Bridge Plot·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는 중간 장면)은 관객을 성룡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유인물이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벨소리’만으로 침을 질질 흘리듯.
 
  올 여름 봤던 성룡 영화 중 〈대병소장(大兵小將)〉(2009)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성룡 혼자서 제작·주연·각본·무술감독까지 1인 4역을 한 이 영화는 병역기피 의혹으로 국내 입국이 금지된 유승준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었다. 유승준에 대한 비호감 때문인지 국내 흥행은 ‘그다지’였다.
 
 
  성룡에게서 무협 액션을 거세한다면…
 
영원한 ‘따거’ 성룡. 그는 대역 없이 고난도 스턴트신을 연출한다.
  성룡표 액션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성룡의 내면 연기가 두드러졌다고 할까. 간간이 선사하는 성룡의 부산스런 액션은 그저 조그만 웃음을 유발하는 보조물이었다. 춘추전국시대 말기, 줄행랑치는 어리바리 양나라 병사의 모습이나 손톱 밑이 새까맣고 진흙에 봉두난발한 분장도 어색하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성룡의 관록이 느껴졌다.
 
  성룡을 대신해 영화 〈색, 계〉(2007)에서 탕웨이의 연인으로 출연했던 왕리홍이 차분하고 힘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굳이 액션이 아니더라도 ‘정적(靜的)인’ 성룡 영화가 통하리란 가능성을 〈대병소장〉이 보여줬다고 할까.
 
  ‘만약’이란 전제를 깔고, 〈대병소장〉처럼 성룡이 무협 액션을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무협 영화가 만들어 내는 탈(脫) 일상의 환상에서 우리를, 관객을 화들짝 깨어나게 할 수 있을까. 영웅의 용맹과 지략, ‘운빨’까지 완벽히 거세한 채 비운의 한 남자로 연기 변신을 한다면 어떨까. 관능적인 탕웨이나 중년의 장만옥과 노골적인 베드신을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성룡의 변신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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