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貴州省 遵義는 長征 중 毛澤東이 공산당 黨權장악한 도시
⊙ 紅軍이 즐겨 마셨던 遵義의 董酒는 중국 8대 名酒의 하나, 제조법은 기밀로 지정
⊙ 충칭 江津의 元帥酒는 이곳 출신 녜룽전 원수를 기념하는 술
牟鍾赫
⊙ 44세. 중국 정법대 경제법학과 졸업.
⊙ 방송 저널리스트, 취재 코디네이터.
⊙ 현재 충칭에서 기업투자·경영컨설턴트로 활동 중.
⊙ 紅軍이 즐겨 마셨던 遵義의 董酒는 중국 8대 名酒의 하나, 제조법은 기밀로 지정
⊙ 충칭 江津의 元帥酒는 이곳 출신 녜룽전 원수를 기념하는 술
牟鍾赫
⊙ 44세. 중국 정법대 경제법학과 졸업.
⊙ 방송 저널리스트, 취재 코디네이터.
⊙ 현재 충칭에서 기업투자·경영컨설턴트로 활동 중.
- 쭌이시 중심 홍군거리에는 홍군을 맞아 물과 술을 내놓은 주민 형상의 조각상이 있다.
1934년 10월 16일 중국 장시(江西)성 남부 위두(于都)현을 가로지르는 강변에 일단의 병사들이 집결했다. 사방이 어두워지자 이들은 작은 배 800척으로 부교를 설치한 뒤 강을 건넜다. 5일 동안 야간에만 8만6000여 명의 대군이 도강(渡江)했다. 공산당, 소비에트정부, 홍군 1·3·5·8·9군단 등 중국 공산세력이 근거지를 버리고 기나긴 도망 행렬에 나선 것이다. 훗날 중국 역사는 이를 장정(長征)의 서막이라 미화했다.
강을 건넌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휴대 가능한 모든 화기와 탄약, 말과 소가 끄는 수레에 실린 식량과 생활용품, 거액의 군자금과 문서 상자 등 막대한 물자를 가져갔다. 비록 함께 나서질 못했지만, 매일 밤 수많은 주민이 나와 떠나는 가족·친척을 배웅했다. 장정에 참가한 병사 중 소비에트 정부의 수도였던 루이진(瑞金) 출신은 3만5000명, 위두는 1만6000명이었다. 당시 루이진(23만명)과 위두(22만명)의 인구에 비춰볼 때 엄청난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국민당군의 저지선을 돌파한 홍군은 11월 27일 광시(廣西)자치구 동북부 상강(湘江)에 도착했다. 다음 날 새벽부터 5일간 국민당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상강을 건넜지만,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중국인민해방군전사(戰史)》를 살펴보면, 2만명이 죽거나 다쳤고 6000명이 포로가 됐으며 2만여 명이 실종(실제로는 도주)했다. 남은 병력이 3만여 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엄청난 전력 손실을 입었다. 치욕스런 패배에 당 총수였던 보구(博古)가 자살하려던 것을 저우언라이(周恩來)가 겨우 말렸다.
상강을 건넌 뒤에도 홍군의 시련은 끝나질 않았다. 국민당군의 추격을 피해 먀오얼산(苗儿山)을 넘어야 했다. 먀오얼산은 광시에서 가장 높은 해발 2141m로 산세가 아주 험준하다. 홍군은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절벽 길을 꼬박 사흘을 굶은 채 걸었다. 적지 않은 말과 병사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어렵게 구이저우(貴州)성에 들어서 소수민족 거주지를 통과한 뒤, 1935년 1월 7일 국민당군으로 위장해 쭌이(遵義)를 무혈 점령했다.
마오쩌둥이 黨權과 軍權을 장악한 쭌이
쭌이에서 중국공산당의 역사가 바뀌었다. 중앙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려 마오쩌둥(毛澤東)이 당권과 군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마오는 죽을 때까지 권력을 내려놓질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상하이(上海)에서 창당한 뒤 코민테른의 지시로 국공합작에 들어갔다. 국민당은 1925년 쑨원(孫文)이 죽자, 장제스(蔣介石)가 군사령관을 맡았다. 1926년 7월 국민혁명군은 당시 군웅할거(群雄割據)하던 군벌을 토벌하기 위해 북벌에 들어가, 반년 만에 중국 중부와 상하이를 점령했다.
그러나 장제스는 노동자를 학살하고 공산당원과 국민당 좌파를 숙청한 4·12사건을 일으켰다. 이에 공산당은 지하로 숨어 무장투쟁을 벌였다. 그 첫 행보가 1927년 8월 1일 주더(朱德)가 주동해 일으킨 난창(南昌)봉기다. 이 봉기는 실패했지만, 훗날 공산당은 이날을 기념해 인민해방군 건군일로 삼았다. 9월에는 후난(湖南)성 농촌에서 마오쩌둥이 추수폭동을 벌였다. 몇몇 소도시를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국민당군의 공격을 받아 진압됐다. 마오는 600명의 잔존 병사를 이끌고 징강산(井岡山)에 들어가 유격전에 돌입했다.
징강산은 장시성 서부에 넓게 퍼져 있다. 최고 해발이 1779m, 평균 해발이 1000m에 불과하지만, 산림이 울창하고 동굴이 많아 유격전을 펼치기 안성맞춤이었다. 마오는 먼저 암약하던 화적떼를 수하로 거두고 지주의 땅을 빼앗아 농민에게 나눠줬다. 어느 정도 세력을 키우자, 국민당군이 장악하지 못했던 장시 남부 전역을 점령했다. 1931년 공산당은 루이진을 수도로 소비에트공화국을 설립했다. 이때 공이 큰 마오가 국가주석이 됐다.
당시 소비에트는 인구수가 1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컸다. 이는 소련이 코민테른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코민테른의 영향력이 커지자, 마오는 권력에서 밀려났다. 모스크바 유학을 다녀온 보구, 당서기인 저우언라이, 코민테른이 파견한 군사고문 오토 브라운 등 3인단이 실권을 잡았다. 한편 북벌을 완수하고 국민당 내분을 종식한 장제스는 공산당 토벌에 나섰다. 홍군은 국민당군의 4차례 공격을 물리쳤지만, 5차 공격에서는 대패했다. 이에 3인단은 소비에트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의 홍군과 합류하는 장정을 결정했다.
마오쩌둥이 부활한 계기
처음 장정에 나설 때 마오쩌둥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3인단은 말라리아에 걸렸던 마오를 남겨두자니 찜찜해 어쩔 수 없이 데려갔다. 마오는 들것에 줄곧 실려 지내다가 힘겹게 쭌이에 도착했다. 쭌이 입성 후 1주일간 휴식을 취한 당·정·군 지도자들은 1월 15일에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모두 20인이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보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보구는 5차 진지전의 전술과 상강전투의 결과에 대한 긴 변명을 늘어놓았다. 뒤이어 나선 저우언라이는 그간의 패배가 3인단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벌어졌다며 자아비판을 했다. 곧바로 장원톈(張聞天)이 일어나 2시간에 걸쳐 보구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오토 브라운의 무능을 질타했다. 장원톈은 본래 모스크바 유학파였지만, 의회격인 인민위원회 주석을 맡은 뒤 마오와 접촉이 잦았다. 장정 후에는 병을 앓아 마오와 들것 동지로 친밀해졌다. 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왕자샹(王稼祥)도 3인단을 비난하고 마오를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 냈다.
다음 날 회의에서는 마오가 발언에 나섰다. 마오는 중국 역사와 고사를 인용하며 “보구와 브라운은 중국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본래 마오는 국민당군의 토벌전을 유격전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홍군은 군사력이 월등한 국민당군의 4차례 공격을 기민한 유격전술로 대응해 승리했다. 하지만 5차 공격에서 국민당군은 진지를 구축하며 천천히 진격하는 전술을 펼쳤다. 3인단도 같은 진지전으로 맞대응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마오는 이런 전술 실패와 상강 패배를 지적하며 “중국에는 중국에 걸맞은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이에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했다.
결국 회의 3일째 되는 날 다음과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먼저 마오의 주장이 정확했음을 인정했다. 마오를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으로 선출하고 3인단을 해체했다. 마지막으로 저우언라이가 군사지휘권을 행사토록 하되, 마오가 보조를 취하도록 했다. 이는 마오의 완벽한 승리이자 화려한 부활이었다.
쭌이 체류중 소독약 대신 쓴 둥주
사실 쭌이회의 전까지 마오쩌둥은 당권을 단 한 번도 장악한 적이 없었다. 이전까지 공산당 내에서는 저우언라이의 위상이 훨씬 높았고, 3인단 성립 후에는 보구가 총수였다. 그러나 쭌이회의 이후 마오는 1976년 숨을 거둘 때까지 당권을 움켜쥐었다. 1938년에는 ‘당이 총을 지휘한다. 군이 당을 넘보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黨指揮槍, 而決不容許槍指揮党)’는 원칙을 수립해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도 꿰찼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裏面出政權)’는 현실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마오가 거둔 또 다른 성과는 코민테른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이다. 소비에트 시기 코민테른의 간섭은 아주 극심했다. 코민테른의 지시에 따라 25살의 보구가 당 총수가 되고 오토 브라운이 군권을 행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오는 브라운에게 책임을 물어 코민테른의 권력을 무력화시켰다. 보구, 왕밍(王明) 등 모스크바 유학파를 권력 핵심에서 제거했다. 그 뒤 마오는 소련의 지시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독자노선을 걸었다.
쭌이회의 결정에 따라 홍군은 쓰촨(四川)으로 가기로 했다. 쭌이를 떠나 투청(土城)을 거쳐 쓰촨에 진입하려 했으나, 츠쉐이허(赤水河)에서 국민당군과 마주쳤다. 츠쉐이허는 윈난(雲南)에서 발원해 쓰촨과 구이저우를 가로지른다.
양군은 1월 28일부터 10여 일간 강을 사이에 두고 공방전을 펼쳤다. 홍군은 사상자가 너무 많아 쭌이로 되돌아왔다. 그 후로 한 달여간 부상자를 치료하고 병력을 보충했다. 3월 21일 홍군은 재출발해 마오타이(茅臺)진에서 도강전에 성공해 윈난으로 향했다.
홍군이 쭌이에 두 차례 체류하는 동안 아주 요긴하게 썼던 술이 있다. 바로 쭌이의 명주 둥주(董酒)다. 평소 공산당 지도자들은 군대 내 음주를 엄격히 금지해 군기를 잡았으나, 쭌이에 갓 입성했을 때는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줄 필요가 있었다. 이에 쭌이에서 가장 인기 있던 청씨(程氏)양조장의 둥주를 사들여 잔치를 벌였다. 술맛이 좋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자, 병사들은 지휘관 몰래 사 마셨다. 츠쉐이허에서 되돌아왔을 때는 부상자를 치료하는 데 소독약이 부족하자 둥주를 대용해 썼다.
중국 8대 명주로 선정되기도
둥주라는 명칭은 둥궁쓰(董公寺)라는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둥궁쓰는 쭌이 도심에서 6km 떨어져 있다. 본래 명대에 세워진 작은 암자를 17세기 지방관 둥셴충(董顯忠)이 돈을 내어 중건하자, 승려들이 고마운 마음에 사찰 이름을 둥궁쓰로 바꾸었다. 둥궁쓰 일대에서 1000여 년 전부터 술을 빚었지만, 바이주(白酒) 방식으로 제조한 것은 청대 초기부터다. 청대 말에 이르러서는 10여 개의 양조장이 성업했고, 그중 청씨양조장이 가장 규모가 크고 기술이 뛰어났다.
1920년대 후계자 청밍쿤(程明坤)은 다른 지방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귀향한 뒤 청씨양조장의 전통에다 다른 지방의 제조기술을 더해 새로운 양조법을 개발했다. 청밍쿤은 무엇보다 누룩 제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쌀 누룩에는 100가지 약초를, 밀 누룩에는 동물성 약재를 가미해 각기 다른 구덩이에 넣어 발효시켰다.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두 누룩을 배합해 술을 제조했다. 총 130여 가지의 약초와 약재로 만든 약향형(藥香型) 바이주 둥주를 창조한 것이다.
둥주는 한때 명맥이 끊겼었다.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서자 청씨 가문은 양조장 문을 닫아 버렸다. 기존의 민간 양조장을 강제 통합해 국영 술공장으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본래 청씨 가문은 누룩 제조법을 절대 남에게 가르치질 않았다. 아들에게만 전수할 뿐 딸은 작업장 근처에 얼씬거리질 못하게 했다. 지방 명주가 사라진 것을 아쉽게 여긴 쭌이시 정부가 여러 차례 청씨 가문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1957년 청씨 가문은 이를 받아들여 둥주술공장의 문을 열었다.
다시 시장에 나온 둥주는 곧 옛 명성을 회복했다. 뿐만 아니라 1963년에 열린 제2회 전국 술품평회(評酒會)에서 중국 8대 명주로 선정됐다. 그 뒤 열린 3회부터 5회까지 술품평회에서도 국가명주의 반열에 올랐다.
1983년에는 새 칭호까지 획득했다. 중국정부는 “둥주의 양조기술과 배합방법은 과학기술 기밀보호 항목에 속한다”며 “대외에 참관은 허용하되 소개하거나 사진 찍는 것은 철저히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그 뒤 둥주는 ‘국밀(國密)’이라 불리며 지명도가 더욱 높아졌다.
외국 기자의 취재조차 거부한 둥주 제조사
실제 2011년 1월 필자가 마오타이주를 취재하기 위해 쭌이를 방문했을 때 둥주주식회사에도 취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둥주의 생산기술과 배합과정은 중앙정부의 규정에 따라 누설할 수 없기에 외국 기자의 취재를 허락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지난 3월 중순에도 방문 취재를 요청했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4월 1일 4년 만에 다시 쭌이를 찾은 자리에서는 둥주 판매상만 만나야 했다.
쭌이는 홍군이 머물렀을 때처럼 지금도 구이저우성 제2의 도시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3년 인구는 614만명에 달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1584억 위안(약 27조7200억원)을 기록했다. 둥주뿐만 아니라 마오타이주, 시주(習酒), 전주(珍酒) 등 수많은 명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외지 관광객이 쭌이를 찾는 목적은 쭌이회의장을 보기 위해서다. 그곳이 홍색관광(공산혁명 관련 유적지를 찾아보는 여행)의 대표적인 명소이기 때문이다.
쭌이회의장은 회색 기와와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2층 건물이다. 지금은 회의가 열렸던 2층으로 올라갈 수 없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올라가면서 계단이 붕괴될 우려가 있어 금지됐다. 필자가 찾아간 날도 아침 이른 시간인데 불구하고 광둥(廣東)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이미 와 있었다. 회의장 맞은편에는 지난 1월 15일 쭌이회의 80주년을 기념해 재개관한 거대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새로 연 기념관은 면적이 1만5198m²에 달해 이전보다 4배나 더 커졌다.
무엇보다 창당부터 장정이 끝날 때까지 중국공산당과 홍군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물과 사진, 자료, 기록화 등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했다. 예전과 달리 보구, 왕밍, 장궈타오(張國燾) 등 마오쩌둥과 경쟁했던 당내 인사들을 객관적으로 소개했다. 장정에 참여했던 중대장 이상 홍군 지휘관의 사진과 행적을 전시한 공간도 눈에 띄었다. 고난의 장정을 마치고 살아남은 이들이 뒷날 국공내전과 공산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다.
장진에서 찾은 녜룽전의 발자취
그렇다면 장정을 이끌고 공산혁명을 완수한 홍군의 주요 지도자들은 누구일까. 쭌이에서 북쪽으로 2시간 반 떨어진 충칭(重慶)시 장진(江津)에서 그중 한 명을 만날 수 있다. 1899년 장진에서 태어난 녜룽전(聶榮臻)이 그 주인공이다. 녜는 1919년 장진중학을 졸업한 뒤 일하면서 공부하는 근공검학(勤工儉學) 학생으로 뽑혀 프랑스로 갔다. 1922년 벨기에 노동대학에 들어가 화공기술을 전공하면서 공산주의에 물들었다. 이에 1924년 소련으로 건너가 모스크바 동방노동자대학에서 수학했다.
이듬해 귀국한 녜는 한때 황푸(黃埔)군관학교에서 정치교관으로 일했고, 북벌시기 군내 공산당 조직에서 활동했다. 1927년에는 난창봉기와 광저우(廣州)봉기를 이끌었으나 패퇴하여 홍콩으로 피신했다. 1931년 장시 소비에트공화국으로 가서 홍군 1군단의 정치위원이 됐다. 장정이 끝나고 1937년 제2차 국공합작이 시작되면서, 녜는 팔로군(八路軍) 진찰기(晋察冀)군구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재편성된 인민해방군에서는 제5야전군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1946년에 국공내전이 재발하자, 녜는 화북(華北)지역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1949년 건국 후에는 한동안 총참모장을 지내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의 후방지원을 담당했다. 1955년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10대 원수의 반열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국무원 부총리에 임명됐고, 군 현대화와 핵무기·인공위성 개발을 전담했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 ‘중국 우주개발의 대부’로 손꼽히는 과학자 첸쉐썬(錢學森)을 줄곧 후원한 막후 실력자가 바로 녜룽전이었다.
그러나 녜도 문화대혁명의 광풍을 피해 가질 못했다. 홍위병들에게 끌려 다니며 얻어맞는 등 온갖 굴욕을 당했다. 문혁이 끝나자 1977년 복권한 뒤 1987년 퇴직할 때까지 병기 현대화에 온힘을 쏟았다. 1992년에 숨을 거두자 유언에 따라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위성기지 옆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주취안기지는 중국의 첫 위성 둥팡훙(東方紅)을 발사했고,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를 쏘아 올린 중국 우주개발의 요람이다. 주취안기지에 묻힌 고위급 지도자는 녜가 유일하다.
중국군 10대 元帥
앞서 거론한 10대 원수가 누구인지 알기 전 중국군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중국군은 공산당에 소속되어 당 지도자가 이끄는 당의 군대다. 공산당은 초창기 노동자와 농민을 조직해 홍군을 만들었다. 홍군은 공산혁명을 수행해 지금의 사회주의정권을 수립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중국군을 인민해방군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홍군과 같은 배경에서 출발한 국민당군인 국부군(國府軍)은 대만으로 건너간 뒤 중화민국 국군으로 재편됐다.
인민해방군이 당의 군대라는 원칙은 지금도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 군 내에는 당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당서기가 최고 수장이다. 당서기는 지휘관의 임면권, 부대의 운용과 병력배치 등 전권을 행사한다. 개혁개방 이후 7대 군구(지역통합군사령부)는 사령관이 당서기를 겸임하지만, 집단군(우리의 군단) 이하 부대는 지휘관 외에 정치위원이 맡기도 한다. 당위원회에는 중앙위원회와 기율검사위원회에서 파견한 간부가 있어 당에 의한 군의 통제와 지휘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군은 당과 군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현재 군 통수권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니고 있고, 그 수장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이다. 중앙군사위 위원 11명과 군부 주요인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205인)에 소속되어 있다. 시 주석과 판창룽(范長龍)·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중앙정치국(25인)의 일원이다. 이 중앙정치국이 중국 권력의 최고 핵심기구이고,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당권과 군권이 나뉘게 되면 어찌 될까. 개혁개방 후 그런 일이 두 차례 발생했다. 1980년대 당 총서기는 후야오방(胡耀邦)과 자오쯔양(趙紫陽)이 수행했고, 중앙군사위 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맡았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후진타오(胡錦濤)가 당권을, 장쩌민(江澤民)이 군권을 장악했다. 이론상으로 군지휘관은 당 총서기에게 충성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군권을 움켜쥔 중앙군사위 주석에게 복종했다. 이는 1989년 덩이 군대를 동원해 자오를 축출한 톈안먼(天安門)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사회주의정권 성립 후 한동안 인민해방군에는 계급이 없었다. 창군 이래 공산당 지도자들은 ‘혁명동지’라는 유대감을 앞세워 계급을 두질 않았다. 단지 총사령관, 군장(軍長·군단장), 사장(師長·사단장), 여장(旅長·여단장), 단장(團長·연대장), 영장(營長·대대장), 연장(連長·중대장) 등을 두어 지휘권을 구분했다. 하지만 군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군인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며, 지휘체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 1955년 9월 계급제도를 마련했다.
장성은 원수(元帥), 대·상·중·소장(將)을 뒀다. 영관은 4단계로 대·상·중·소교(校)로, 위관은 5단계로 대·상·중·소·준위(尉)로 나눴다. 하사관은 상·중·하사(士)로, 사병은 상등병과 열병(列兵)으로 구분했다.
이때 원수로 임명된 10명이 주더, 펑더화이(彭德懷), 린뱌오(林彪), 류보청(劉伯承), 허룽(賀龍), 천이(陳毅), 뤄룽환(羅榮桓), 쉬샹첸(徐向前), 예젠잉(葉劍英) 그리고 녜룽전이다. 이들은 모두 홍군 사령관을 역임했거나 국공내전에서 5개 야전군의 사령관과 정치위원을 지냈다.
본래 군부에서는 덩샤오핑도 원수로 추천했다. 덩은 제2야전군의 정치위원으로, 사령관인 류보청과 함께 중부와 서남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51년 티베트 점령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덩은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중앙군사위 위원 등 당·정·군의 요직을 꿰차고 있어서 제외됐다. 문혁이 끝난 뒤 덩이 마오쩌둥의 후계자였던 화궈펑(華國鋒)을 제치고 대권을 잡은 것은 군 출신으로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매운 요리를 즐겨 먹는 충칭인들
흥미로운 점은 10대 원수 중 녜룽전과 류보청은 충칭, 주더와 천이는 쓰촨 동부 출신이라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고향도 쓰촨 동부다. 충칭은 1997년 직할시로 분리되기 이전까지 쓰촨성에 속했다.
이곳에서 혁명가가 많이 배출된 데는 독특한 지역사와 지리문화적 환경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충칭과 쓰촨 동부는 과거 파(巴)국의 영역이었다. 파국은 기원전 2000년경 5개 씨족 연합체로 처음 등장했다. 기원전 11세기경에는 서주(西周)의 제후국으로 국가 체계를 갖췄다.
춘추전국시대 파국은 쓰촨 중부의 촉(蜀)국, 후난(湖南)·후베이(湖北)의 초(楚)국과 쟁패하면서 성장했다. 두 나라와 끊임없는 전투를 치러야 했기에 호전적인 군사문화가 파국을 지배했다. 오늘날 내려져 오는 파국 유물의 대다수가 병기와 관련 있을 정도다. 한때 한자와 전혀 다른 상형문자를 창제할 정도로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지만, 촉국과 초국의 협공을 받아 쇠퇴했다. 결국 파국은 316년 진시황 대군의 침략을 받아 멸망했다.
촉국은 청두 일대의 드넓은 평야 위에서 풍성한 산물을 영위했다. 청두 평원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3시간 달려도 터널이 없을 만큼 기복이 없다. 크고 작은 개천이 많아 땅은 비옥하다. 이 하늘이 내린 곳간(天府之國)의 풍요로움과 여유 덕분에 중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시인들이 줄지어 태어났다. 한대(漢代) 부(賦)를 대표하는 사마상여(司馬相如), 당대 시선(詩仙) 이백(李白), 송대 최고의 문장가 소동파(蘇東坡), 20세기 저명한 문인이자 사학자 궈모뤄(郭沫若) 등은 모두 촉국의 후예다.
이에 반해 파국은 산과 언덕이 많은 악조건 위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충칭시는 전체 면적의 90%가 산지인 ‘산의 도시(山城)’다. 양쯔강(長江)과 자링강(嘉陵江)이 합류해서 다리가 많은 ‘교량의 도시(橋城)’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 사이에 크고 작은 강이 흘러 안개가 자주 끼는 ‘안개의 도시(霧都)’다. 여름에는 40℃에 가까운 무더위가 지속되고 겨울에는 햇빛을 보기 힘들다. 거주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주민들은 투지가 넘치고 끈기 있다. 한국의 83%에 달하는 면적에 3375만명(2014년)이 몰려 살지만,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질 않는다.
이런 기질은 음식문화와도 관련 있다. 파국의 후예는 무더운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얼얼하고 매운 요리를 먹고 땀을 흘려 기력을 유지했다. 우리에게 ‘중경신선로’로 잘 알려진 마라훠궈(麻辣火鍋)가 대표적이다. 매운 요리를 즐겨 먹어서인지 충칭인은 외향적이고 직선적이다. 성격이 ‘솔직하고 시원시원한(耿直爽快)’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이 같은 파국의 후예가 불굴의 의지로 공산혁명을 성공시키고 뚝심 있게 개혁개방을 밀고 나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녜룽전 기리는 元帥酒
장진에서 생산되는 라오바이간(老白乾)은 전형적인 충칭의 술이다. 이 술은 1908년 문을 연 훙메이(宏美)양조장을 모태로 한 청향형(淸香型) 소곡주(小麯酒)다. 향이 맑고 맛이 부드럽다. 소곡주는 크기가 작은 쌀 누룩으로 빚은 술을 일컫는다. 충칭과 쓰촨 대부분의 바이주가 향이 짙고 깊은 농향형(濃香型) 대곡주인 현실과 차별된다. 장진 라오바이간은 첫맛이 강렬하다. 흡사 베이징의 얼궈터우주(二鍋頭酒)를 연상케 하지만, 뒷맛은 훨씬 부드럽고 은은하다.
훙메이양조장은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선 뒤 다른 양조장과 통폐합해 장진술공장(酒廠)으로 설립됐다. 1955년 봄 녜룽전은 32년 만에 고향을 찾아 오랜만에 라오바이간을 마신 뒤 “양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장진을 벗어나 베이징에서도 맛보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에 부응하듯 1961년 장진술공장은 지장(幾江)이라는 새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지장주는 착실한 성장을 거듭해 1993년에는 쓰촨 7대 명주 반열에 올라섰다.
장진술공장도 중화라오쯔하오(中華老字號)의 명예를 수여받았다. 중화라오쯔하오는 중국정부가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이나 브랜드에 부여하는 칭호다. 하지만 금세기 초까지 장진술공장의 술은 ‘서민술’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에 야심차게 내놓은 중급술이 ‘진장진(金江津)’, 고급술이 ‘원수주(元帥酒)’다. 량샤오친(梁小琴·여) 장진술공장 홍보팀장은 “진장진은 송대(宋代)부터 술을 빚었던 장진의 전통을 담은 의미에서, 원수주는 녜룽전 원수를 기리는 뜻에서 출시했다”고 말했다.
원수주라는 브랜드는 다른 주류업체에서도 내놓았다. 전주가 론칭한 ‘대원수’, 우링주(武陵酒)가 출시한 ‘원수주’ 등 현재 네 종류의 술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군대에 공급되는 특공주(特供酒)에 원수라는 표지를 붙인 술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특공은 당·정·군 고위층에게만 특별 공급하는 제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10대 원수의 고향에서 생산되는 원수주 브랜드는 장진술공장의 것이 유일하다.
필자가 장진을 방문한 자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녜룽전기념관의 한 관계자는 “녜 원수는 1955년 이후 단 한 번도 장진을 찾질 않았다. 고향 발전을 위해 도로를 놓거나 건물을 세우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일도 없다. 그저 고향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을 초청해 베이징 구경을 시켜 주거나 장진 출신 대학생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 대학의 학비는 모두 면제였다.
이런 녜의 행동거지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각별히 아끼는 마음은 인간 본연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무릇 위정자라면 고향의 발전보다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또한 녜는 죽은 뒤 자신이 터를 정하고 조성한 주취안위성기지 옆에 묻혔다. 이에 반해 다른 원수들은 베이징의 파바오산(八寶山)혁명릉원이나 태어난 고향에 안장됐다. 파바오산릉원은 중국공산당 고위급 지도자만 묻힐 수 있는 공동묘지다.
녜룽전이라고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나 그는 생전에 공평무사(公平無私)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문혁의 고난 속에서도 핵무기와 인공위성의 자력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의 무남독녀인 녜리(聶力)도 군에 입대해 병기 개발부서에서 일했고, 사위는 핵무기 개발에 종사한 과학자다. 국적과 이념을 뛰어넘어 이런 녜의 마음가짐과 열정은 우리의 지도자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강을 건넌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휴대 가능한 모든 화기와 탄약, 말과 소가 끄는 수레에 실린 식량과 생활용품, 거액의 군자금과 문서 상자 등 막대한 물자를 가져갔다. 비록 함께 나서질 못했지만, 매일 밤 수많은 주민이 나와 떠나는 가족·친척을 배웅했다. 장정에 참가한 병사 중 소비에트 정부의 수도였던 루이진(瑞金) 출신은 3만5000명, 위두는 1만6000명이었다. 당시 루이진(23만명)과 위두(22만명)의 인구에 비춰볼 때 엄청난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국민당군의 저지선을 돌파한 홍군은 11월 27일 광시(廣西)자치구 동북부 상강(湘江)에 도착했다. 다음 날 새벽부터 5일간 국민당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상강을 건넜지만,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중국인민해방군전사(戰史)》를 살펴보면, 2만명이 죽거나 다쳤고 6000명이 포로가 됐으며 2만여 명이 실종(실제로는 도주)했다. 남은 병력이 3만여 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엄청난 전력 손실을 입었다. 치욕스런 패배에 당 총수였던 보구(博古)가 자살하려던 것을 저우언라이(周恩來)가 겨우 말렸다.
상강을 건넌 뒤에도 홍군의 시련은 끝나질 않았다. 국민당군의 추격을 피해 먀오얼산(苗儿山)을 넘어야 했다. 먀오얼산은 광시에서 가장 높은 해발 2141m로 산세가 아주 험준하다. 홍군은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절벽 길을 꼬박 사흘을 굶은 채 걸었다. 적지 않은 말과 병사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어렵게 구이저우(貴州)성에 들어서 소수민족 거주지를 통과한 뒤, 1935년 1월 7일 국민당군으로 위장해 쭌이(遵義)를 무혈 점령했다.
마오쩌둥이 黨權과 軍權을 장악한 쭌이
쭌이에서 중국공산당의 역사가 바뀌었다. 중앙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려 마오쩌둥(毛澤東)이 당권과 군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마오는 죽을 때까지 권력을 내려놓질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상하이(上海)에서 창당한 뒤 코민테른의 지시로 국공합작에 들어갔다. 국민당은 1925년 쑨원(孫文)이 죽자, 장제스(蔣介石)가 군사령관을 맡았다. 1926년 7월 국민혁명군은 당시 군웅할거(群雄割據)하던 군벌을 토벌하기 위해 북벌에 들어가, 반년 만에 중국 중부와 상하이를 점령했다.
그러나 장제스는 노동자를 학살하고 공산당원과 국민당 좌파를 숙청한 4·12사건을 일으켰다. 이에 공산당은 지하로 숨어 무장투쟁을 벌였다. 그 첫 행보가 1927년 8월 1일 주더(朱德)가 주동해 일으킨 난창(南昌)봉기다. 이 봉기는 실패했지만, 훗날 공산당은 이날을 기념해 인민해방군 건군일로 삼았다. 9월에는 후난(湖南)성 농촌에서 마오쩌둥이 추수폭동을 벌였다. 몇몇 소도시를 점령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국민당군의 공격을 받아 진압됐다. 마오는 600명의 잔존 병사를 이끌고 징강산(井岡山)에 들어가 유격전에 돌입했다.
징강산은 장시성 서부에 넓게 퍼져 있다. 최고 해발이 1779m, 평균 해발이 1000m에 불과하지만, 산림이 울창하고 동굴이 많아 유격전을 펼치기 안성맞춤이었다. 마오는 먼저 암약하던 화적떼를 수하로 거두고 지주의 땅을 빼앗아 농민에게 나눠줬다. 어느 정도 세력을 키우자, 국민당군이 장악하지 못했던 장시 남부 전역을 점령했다. 1931년 공산당은 루이진을 수도로 소비에트공화국을 설립했다. 이때 공이 큰 마오가 국가주석이 됐다.
당시 소비에트는 인구수가 1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컸다. 이는 소련이 코민테른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코민테른의 영향력이 커지자, 마오는 권력에서 밀려났다. 모스크바 유학을 다녀온 보구, 당서기인 저우언라이, 코민테른이 파견한 군사고문 오토 브라운 등 3인단이 실권을 잡았다. 한편 북벌을 완수하고 국민당 내분을 종식한 장제스는 공산당 토벌에 나섰다. 홍군은 국민당군의 4차례 공격을 물리쳤지만, 5차 공격에서는 대패했다. 이에 3인단은 소비에트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의 홍군과 합류하는 장정을 결정했다.
마오쩌둥이 부활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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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에 나서기 직전 홍군 1군단(아래)과 공산당 지도자들. 왼쪽부터 보구, 저우언라이, 장원톈, 마오쩌둥, 주더, 왕자샹, 오토 브라운. |
다음 날 회의에서는 마오가 발언에 나섰다. 마오는 중국 역사와 고사를 인용하며 “보구와 브라운은 중국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본래 마오는 국민당군의 토벌전을 유격전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홍군은 군사력이 월등한 국민당군의 4차례 공격을 기민한 유격전술로 대응해 승리했다. 하지만 5차 공격에서 국민당군은 진지를 구축하며 천천히 진격하는 전술을 펼쳤다. 3인단도 같은 진지전으로 맞대응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마오는 이런 전술 실패와 상강 패배를 지적하며 “중국에는 중국에 걸맞은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이에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했다.
결국 회의 3일째 되는 날 다음과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먼저 마오의 주장이 정확했음을 인정했다. 마오를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으로 선출하고 3인단을 해체했다. 마지막으로 저우언라이가 군사지휘권을 행사토록 하되, 마오가 보조를 취하도록 했다. 이는 마오의 완벽한 승리이자 화려한 부활이었다.
쭌이 체류중 소독약 대신 쓴 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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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쭌이회의기념관 내 전시된 위두허 도강 전 가족과 이별하는 홍군 병사들의 기록화. |
마오가 거둔 또 다른 성과는 코민테른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이다. 소비에트 시기 코민테른의 간섭은 아주 극심했다. 코민테른의 지시에 따라 25살의 보구가 당 총수가 되고 오토 브라운이 군권을 행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오는 브라운에게 책임을 물어 코민테른의 권력을 무력화시켰다. 보구, 왕밍(王明) 등 모스크바 유학파를 권력 핵심에서 제거했다. 그 뒤 마오는 소련의 지시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독자노선을 걸었다.
쭌이회의 결정에 따라 홍군은 쓰촨(四川)으로 가기로 했다. 쭌이를 떠나 투청(土城)을 거쳐 쓰촨에 진입하려 했으나, 츠쉐이허(赤水河)에서 국민당군과 마주쳤다. 츠쉐이허는 윈난(雲南)에서 발원해 쓰촨과 구이저우를 가로지른다.
양군은 1월 28일부터 10여 일간 강을 사이에 두고 공방전을 펼쳤다. 홍군은 사상자가 너무 많아 쭌이로 되돌아왔다. 그 후로 한 달여간 부상자를 치료하고 병력을 보충했다. 3월 21일 홍군은 재출발해 마오타이(茅臺)진에서 도강전에 성공해 윈난으로 향했다.
홍군이 쭌이에 두 차례 체류하는 동안 아주 요긴하게 썼던 술이 있다. 바로 쭌이의 명주 둥주(董酒)다. 평소 공산당 지도자들은 군대 내 음주를 엄격히 금지해 군기를 잡았으나, 쭌이에 갓 입성했을 때는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줄 필요가 있었다. 이에 쭌이에서 가장 인기 있던 청씨(程氏)양조장의 둥주를 사들여 잔치를 벌였다. 술맛이 좋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자, 병사들은 지휘관 몰래 사 마셨다. 츠쉐이허에서 되돌아왔을 때는 부상자를 치료하는 데 소독약이 부족하자 둥주를 대용해 썼다.
중국 8대 명주로 선정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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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부가 둥주의 양조기술과 배합방법은 과학기술 기밀보호항목으로 지정하며 보낸 통지문. |
1920년대 후계자 청밍쿤(程明坤)은 다른 지방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귀향한 뒤 청씨양조장의 전통에다 다른 지방의 제조기술을 더해 새로운 양조법을 개발했다. 청밍쿤은 무엇보다 누룩 제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쌀 누룩에는 100가지 약초를, 밀 누룩에는 동물성 약재를 가미해 각기 다른 구덩이에 넣어 발효시켰다.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두 누룩을 배합해 술을 제조했다. 총 130여 가지의 약초와 약재로 만든 약향형(藥香型) 바이주 둥주를 창조한 것이다.
둥주는 한때 명맥이 끊겼었다.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서자 청씨 가문은 양조장 문을 닫아 버렸다. 기존의 민간 양조장을 강제 통합해 국영 술공장으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본래 청씨 가문은 누룩 제조법을 절대 남에게 가르치질 않았다. 아들에게만 전수할 뿐 딸은 작업장 근처에 얼씬거리질 못하게 했다. 지방 명주가 사라진 것을 아쉽게 여긴 쭌이시 정부가 여러 차례 청씨 가문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1957년 청씨 가문은 이를 받아들여 둥주술공장의 문을 열었다.
다시 시장에 나온 둥주는 곧 옛 명성을 회복했다. 뿐만 아니라 1963년에 열린 제2회 전국 술품평회(評酒會)에서 중국 8대 명주로 선정됐다. 그 뒤 열린 3회부터 5회까지 술품평회에서도 국가명주의 반열에 올랐다.
1983년에는 새 칭호까지 획득했다. 중국정부는 “둥주의 양조기술과 배합방법은 과학기술 기밀보호 항목에 속한다”며 “대외에 참관은 허용하되 소개하거나 사진 찍는 것은 철저히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그 뒤 둥주는 ‘국밀(國密)’이라 불리며 지명도가 더욱 높아졌다.
외국 기자의 취재조차 거부한 둥주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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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당의 역사를 뒤바꾼 중앙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던 쭌이회의장. |
쭌이는 홍군이 머물렀을 때처럼 지금도 구이저우성 제2의 도시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3년 인구는 614만명에 달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1584억 위안(약 27조7200억원)을 기록했다. 둥주뿐만 아니라 마오타이주, 시주(習酒), 전주(珍酒) 등 수많은 명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외지 관광객이 쭌이를 찾는 목적은 쭌이회의장을 보기 위해서다. 그곳이 홍색관광(공산혁명 관련 유적지를 찾아보는 여행)의 대표적인 명소이기 때문이다.
쭌이회의장은 회색 기와와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2층 건물이다. 지금은 회의가 열렸던 2층으로 올라갈 수 없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올라가면서 계단이 붕괴될 우려가 있어 금지됐다. 필자가 찾아간 날도 아침 이른 시간인데 불구하고 광둥(廣東)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이미 와 있었다. 회의장 맞은편에는 지난 1월 15일 쭌이회의 80주년을 기념해 재개관한 거대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새로 연 기념관은 면적이 1만5198m²에 달해 이전보다 4배나 더 커졌다.
무엇보다 창당부터 장정이 끝날 때까지 중국공산당과 홍군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물과 사진, 자료, 기록화 등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했다. 예전과 달리 보구, 왕밍, 장궈타오(張國燾) 등 마오쩌둥과 경쟁했던 당내 인사들을 객관적으로 소개했다. 장정에 참여했던 중대장 이상 홍군 지휘관의 사진과 행적을 전시한 공간도 눈에 띄었다. 고난의 장정을 마치고 살아남은 이들이 뒷날 국공내전과 공산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다.
장진에서 찾은 녜룽전의 발자취
그렇다면 장정을 이끌고 공산혁명을 완수한 홍군의 주요 지도자들은 누구일까. 쭌이에서 북쪽으로 2시간 반 떨어진 충칭(重慶)시 장진(江津)에서 그중 한 명을 만날 수 있다. 1899년 장진에서 태어난 녜룽전(聶榮臻)이 그 주인공이다. 녜는 1919년 장진중학을 졸업한 뒤 일하면서 공부하는 근공검학(勤工儉學) 학생으로 뽑혀 프랑스로 갔다. 1922년 벨기에 노동대학에 들어가 화공기술을 전공하면서 공산주의에 물들었다. 이에 1924년 소련으로 건너가 모스크바 동방노동자대학에서 수학했다.
이듬해 귀국한 녜는 한때 황푸(黃埔)군관학교에서 정치교관으로 일했고, 북벌시기 군내 공산당 조직에서 활동했다. 1927년에는 난창봉기와 광저우(廣州)봉기를 이끌었으나 패퇴하여 홍콩으로 피신했다. 1931년 장시 소비에트공화국으로 가서 홍군 1군단의 정치위원이 됐다. 장정이 끝나고 1937년 제2차 국공합작이 시작되면서, 녜는 팔로군(八路軍) 진찰기(晋察冀)군구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재편성된 인민해방군에서는 제5야전군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1946년에 국공내전이 재발하자, 녜는 화북(華北)지역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1949년 건국 후에는 한동안 총참모장을 지내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의 후방지원을 담당했다. 1955년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10대 원수의 반열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국무원 부총리에 임명됐고, 군 현대화와 핵무기·인공위성 개발을 전담했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 ‘중국 우주개발의 대부’로 손꼽히는 과학자 첸쉐썬(錢學森)을 줄곧 후원한 막후 실력자가 바로 녜룽전이었다.
그러나 녜도 문화대혁명의 광풍을 피해 가질 못했다. 홍위병들에게 끌려 다니며 얻어맞는 등 온갖 굴욕을 당했다. 문혁이 끝나자 1977년 복권한 뒤 1987년 퇴직할 때까지 병기 현대화에 온힘을 쏟았다. 1992년에 숨을 거두자 유언에 따라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위성기지 옆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주취안기지는 중국의 첫 위성 둥팡훙(東方紅)을 발사했고,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를 쏘아 올린 중국 우주개발의 요람이다. 주취안기지에 묻힌 고위급 지도자는 녜가 유일하다.
중국군 10대 元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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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9월 계급 수여식에 참석한 인민해방군 장성들. 앞줄 왼쪽부터 녜룽전, 쉬샹첸이다. |
인민해방군이 당의 군대라는 원칙은 지금도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 군 내에는 당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당서기가 최고 수장이다. 당서기는 지휘관의 임면권, 부대의 운용과 병력배치 등 전권을 행사한다. 개혁개방 이후 7대 군구(지역통합군사령부)는 사령관이 당서기를 겸임하지만, 집단군(우리의 군단) 이하 부대는 지휘관 외에 정치위원이 맡기도 한다. 당위원회에는 중앙위원회와 기율검사위원회에서 파견한 간부가 있어 당에 의한 군의 통제와 지휘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군은 당과 군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현재 군 통수권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니고 있고, 그 수장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이다. 중앙군사위 위원 11명과 군부 주요인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205인)에 소속되어 있다. 시 주석과 판창룽(范長龍)·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중앙정치국(25인)의 일원이다. 이 중앙정치국이 중국 권력의 최고 핵심기구이고,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당권과 군권이 나뉘게 되면 어찌 될까. 개혁개방 후 그런 일이 두 차례 발생했다. 1980년대 당 총서기는 후야오방(胡耀邦)과 자오쯔양(趙紫陽)이 수행했고, 중앙군사위 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맡았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후진타오(胡錦濤)가 당권을, 장쩌민(江澤民)이 군권을 장악했다. 이론상으로 군지휘관은 당 총서기에게 충성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군권을 움켜쥔 중앙군사위 주석에게 복종했다. 이는 1989년 덩이 군대를 동원해 자오를 축출한 톈안먼(天安門)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사회주의정권 성립 후 한동안 인민해방군에는 계급이 없었다. 창군 이래 공산당 지도자들은 ‘혁명동지’라는 유대감을 앞세워 계급을 두질 않았다. 단지 총사령관, 군장(軍長·군단장), 사장(師長·사단장), 여장(旅長·여단장), 단장(團長·연대장), 영장(營長·대대장), 연장(連長·중대장) 등을 두어 지휘권을 구분했다. 하지만 군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군인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며, 지휘체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 1955년 9월 계급제도를 마련했다.
장성은 원수(元帥), 대·상·중·소장(將)을 뒀다. 영관은 4단계로 대·상·중·소교(校)로, 위관은 5단계로 대·상·중·소·준위(尉)로 나눴다. 하사관은 상·중·하사(士)로, 사병은 상등병과 열병(列兵)으로 구분했다.
이때 원수로 임명된 10명이 주더, 펑더화이(彭德懷), 린뱌오(林彪), 류보청(劉伯承), 허룽(賀龍), 천이(陳毅), 뤄룽환(羅榮桓), 쉬샹첸(徐向前), 예젠잉(葉劍英) 그리고 녜룽전이다. 이들은 모두 홍군 사령관을 역임했거나 국공내전에서 5개 야전군의 사령관과 정치위원을 지냈다.
본래 군부에서는 덩샤오핑도 원수로 추천했다. 덩은 제2야전군의 정치위원으로, 사령관인 류보청과 함께 중부와 서남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51년 티베트 점령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덩은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중앙군사위 위원 등 당·정·군의 요직을 꿰차고 있어서 제외됐다. 문혁이 끝난 뒤 덩이 마오쩌둥의 후계자였던 화궈펑(華國鋒)을 제치고 대권을 잡은 것은 군 출신으로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매운 요리를 즐겨 먹는 충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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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촨성 광안(廣安)에 보존된 덩샤오핑의 생가. 대다수 공산당 지도자들은 중농(中農) 이상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
이곳에서 혁명가가 많이 배출된 데는 독특한 지역사와 지리문화적 환경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충칭과 쓰촨 동부는 과거 파(巴)국의 영역이었다. 파국은 기원전 2000년경 5개 씨족 연합체로 처음 등장했다. 기원전 11세기경에는 서주(西周)의 제후국으로 국가 체계를 갖췄다.
춘추전국시대 파국은 쓰촨 중부의 촉(蜀)국, 후난(湖南)·후베이(湖北)의 초(楚)국과 쟁패하면서 성장했다. 두 나라와 끊임없는 전투를 치러야 했기에 호전적인 군사문화가 파국을 지배했다. 오늘날 내려져 오는 파국 유물의 대다수가 병기와 관련 있을 정도다. 한때 한자와 전혀 다른 상형문자를 창제할 정도로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지만, 촉국과 초국의 협공을 받아 쇠퇴했다. 결국 파국은 316년 진시황 대군의 침략을 받아 멸망했다.
촉국은 청두 일대의 드넓은 평야 위에서 풍성한 산물을 영위했다. 청두 평원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3시간 달려도 터널이 없을 만큼 기복이 없다. 크고 작은 개천이 많아 땅은 비옥하다. 이 하늘이 내린 곳간(天府之國)의 풍요로움과 여유 덕분에 중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시인들이 줄지어 태어났다. 한대(漢代) 부(賦)를 대표하는 사마상여(司馬相如), 당대 시선(詩仙) 이백(李白), 송대 최고의 문장가 소동파(蘇東坡), 20세기 저명한 문인이자 사학자 궈모뤄(郭沫若) 등은 모두 촉국의 후예다.
이에 반해 파국은 산과 언덕이 많은 악조건 위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충칭시는 전체 면적의 90%가 산지인 ‘산의 도시(山城)’다. 양쯔강(長江)과 자링강(嘉陵江)이 합류해서 다리가 많은 ‘교량의 도시(橋城)’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 사이에 크고 작은 강이 흘러 안개가 자주 끼는 ‘안개의 도시(霧都)’다. 여름에는 40℃에 가까운 무더위가 지속되고 겨울에는 햇빛을 보기 힘들다. 거주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주민들은 투지가 넘치고 끈기 있다. 한국의 83%에 달하는 면적에 3375만명(2014년)이 몰려 살지만,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질 않는다.
이런 기질은 음식문화와도 관련 있다. 파국의 후예는 무더운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얼얼하고 매운 요리를 먹고 땀을 흘려 기력을 유지했다. 우리에게 ‘중경신선로’로 잘 알려진 마라훠궈(麻辣火鍋)가 대표적이다. 매운 요리를 즐겨 먹어서인지 충칭인은 외향적이고 직선적이다. 성격이 ‘솔직하고 시원시원한(耿直爽快)’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이 같은 파국의 후예가 불굴의 의지로 공산혁명을 성공시키고 뚝심 있게 개혁개방을 밀고 나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녜룽전 기리는 元帥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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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 도심에 세워진 녜룽전기념관 앞의 녜룽전 원수상.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세웠다. |
훙메이양조장은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선 뒤 다른 양조장과 통폐합해 장진술공장(酒廠)으로 설립됐다. 1955년 봄 녜룽전은 32년 만에 고향을 찾아 오랜만에 라오바이간을 마신 뒤 “양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장진을 벗어나 베이징에서도 맛보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에 부응하듯 1961년 장진술공장은 지장(幾江)이라는 새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지장주는 착실한 성장을 거듭해 1993년에는 쓰촨 7대 명주 반열에 올라섰다.
장진술공장도 중화라오쯔하오(中華老字號)의 명예를 수여받았다. 중화라오쯔하오는 중국정부가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이나 브랜드에 부여하는 칭호다. 하지만 금세기 초까지 장진술공장의 술은 ‘서민술’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에 야심차게 내놓은 중급술이 ‘진장진(金江津)’, 고급술이 ‘원수주(元帥酒)’다. 량샤오친(梁小琴·여) 장진술공장 홍보팀장은 “진장진은 송대(宋代)부터 술을 빚었던 장진의 전통을 담은 의미에서, 원수주는 녜룽전 원수를 기리는 뜻에서 출시했다”고 말했다.
원수주라는 브랜드는 다른 주류업체에서도 내놓았다. 전주가 론칭한 ‘대원수’, 우링주(武陵酒)가 출시한 ‘원수주’ 등 현재 네 종류의 술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군대에 공급되는 특공주(特供酒)에 원수라는 표지를 붙인 술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특공은 당·정·군 고위층에게만 특별 공급하는 제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10대 원수의 고향에서 생산되는 원수주 브랜드는 장진술공장의 것이 유일하다.
필자가 장진을 방문한 자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녜룽전기념관의 한 관계자는 “녜 원수는 1955년 이후 단 한 번도 장진을 찾질 않았다. 고향 발전을 위해 도로를 놓거나 건물을 세우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일도 없다. 그저 고향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을 초청해 베이징 구경을 시켜 주거나 장진 출신 대학생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 대학의 학비는 모두 면제였다.
이런 녜의 행동거지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각별히 아끼는 마음은 인간 본연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무릇 위정자라면 고향의 발전보다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또한 녜는 죽은 뒤 자신이 터를 정하고 조성한 주취안위성기지 옆에 묻혔다. 이에 반해 다른 원수들은 베이징의 파바오산(八寶山)혁명릉원이나 태어난 고향에 안장됐다. 파바오산릉원은 중국공산당 고위급 지도자만 묻힐 수 있는 공동묘지다.
녜룽전이라고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나 그는 생전에 공평무사(公平無私)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문혁의 고난 속에서도 핵무기와 인공위성의 자력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의 무남독녀인 녜리(聶力)도 군에 입대해 병기 개발부서에서 일했고, 사위는 핵무기 개발에 종사한 과학자다. 국적과 이념을 뛰어넘어 이런 녜의 마음가짐과 열정은 우리의 지도자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