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文人, 옛 잡지를 거닐다 ⑨ 김동리·채만식·이무영의 부모 이야기 : 월간조선

작가에게 유년체험은 작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시든, 소설이든 작가들의 초기작을 들여다보면 대개가 가족과 고향을 기반하고 있다. 한국 현대소설의 지평을 넓힌 김동리(金東里·1913~1995), 채만식(蔡萬植·1902~1950), 이무영(李無影·1908~1960) 역시 마찬가지다.

김동리의 초기작 〈무녀도〉의 작품배경은 경북 경주다.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대결이 이 소설의 갈등구조인데, 소설 행간마다 부모의 불화와 어머니가 매달렸던 기독교가 스며 있다.

김동리는 1913년 11월 24일 경주시 성전리 186번지에서 아버지 김임수(金壬守), 어머니 허임순(許任順)의 5남매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임수는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경상도 방언으로 ‘아주 여문 구두쇠’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장날이 되면 이 장 저 장을 떠돌며 장사를 했는데 점점 큰돈을 만지게 됐다. 40대 중반 이후 술로써 세월을 보내기 시작했고 주사가 무척 심했다. 어린 김동리에게까지 술찌끼를 권해 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됐다는 기록도 있다. 이 지경이 되자 참을 수 없었던 어머니 허임순은 기독교 신앙에 매달린다.

김동리의 어머니 허임순.

1940년 《조광》 7월호에 실린 김동리의 〈역여고인(亦如古人)〉에는 술과 부모의 불화, 어머니의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절절하게 담겨 있다. 먼저 아버지의 술주정에 대한 회상이다. 김동리는 ‘내가 열 살 전후부터 봬온 당신의 생활은 아마도 술에 사람이 먹히는 그러한 시기인 듯하다’고 썼다.

〈…세상에 술을 경계하는 말에 처음은 사람이 술을 먹고 다음엔 술이 술을 먹고 나중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중략) 술을 잡수시되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쯤 취하도록 잡수신다든가 혹은 하루 중에도 낮이면 낮, 밤이면 밤에 잡수신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삼백예순날에 언제나 새벽부터 새벽까지 한정이었다. 술을 잡수시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시고, 술을 잡수시기 때문에 밤이 느지막해야 눈을 붙이시는 것이었다.…〉 (p231, 《조광》, 7월호)

아버지가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날이 잦아지자 어머니는 ‘예수교’를 믿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신앙은 남편의 주정에 대한 반항이었다.

〈…어머님께서는 술을 가리켜 ‘마귀의 음식’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예수(基督)에 대한 은은한 반감이 가실 날이 없었으니 밤중에 술에 취해 돌아오시면 으레 어머니를 상대로 ‘예수 잡자, 너구리 잡자’ 하는 유(類)의 조롱을 거는 것이었다.…〉(p232)

‘예수 잡자, 너구리 잡자’는 아내의 신앙에 대한 조롱이었다. 예수는 ‘여우’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 ‘야시’와 비슷하게 발음된다. 어머니의 입교는 아버지와의 불화를 일으켰고 자연히 집안 분위기도 우울했다고 한다.

‘예수 잡자, 너구리 잡자’

김동리 어머니가 다니던 경주교회 모습(1993년). 〈무녀도〉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어머니 허임순은 어떤 경우라도 남편에게 항거하는 법이 없었다. 조롱을 당하거나 때로 매질을 당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입도 떼는 일이 없었고, 몸도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 온갖 조롱과 매질을 다 받으셨다. 그러나 마음속으론 단 일보(一步)도 사양하시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극(極)에서 극까지의 항거였다. 이 무저항주의 전술의 가장 영롱한 체계는 기독(基督)에서 보는 바이나 그것은 내 어머님과 같은 경우이든, 혹은 저 인도의 간디와 같은 경우이든, 현실적으로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싸우려는 데는 이러한 지구(持久)전술보다 더 영악하고 철저한 방법은 없을 것이리라고 생각한다.…〉(p232)

이런 종교적 갈등문제가 나중 〈무녀도〉의 바탕이 된다. 〈무녀도〉에서 그려진 혈육 간의 갈등과 경주에 기독교가 전파된 모습은 모두 어머니 허임순을 바라보며 유년시절 체험한 것이다. 김동리는 늘 주정과 싸움을 하던 부모를 보며 자의식을 키웠다.

아버지 김임수는 술을 가장 좋아했지만 그다음으로 어린아이를 좋아했다. 아무리 술에 취해 한바탕 싸움판이 벌어져도 어린 손자(孫子) 앞에선 화가 금방 풀렸다.

〈…(아버지는) 건넌방이나 어디서 어린 손주놈만 하나 압바빠빠하고 기어 들어오면 화는 어느덧 흐흐흐흐 하는 웃음으로 변하시어 어린놈을 무르팍에다 끌어올려 앉히시고는 당신이 잡숫고 남기신 술찌끼를 어린놈의 입에 넣어주시면서 “오냐, 오냐 네가 고인(古人)이다. 네가, 고인(古人)이야!” 하시는 것이었다.…〉(p233)

문학평론가 이정숙에 따르면, 어머니 허임순은 타고난 총명함과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고 한다. 처음 남편에게 제물 장사를 권한 것도 어머니였다. 김동리의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조카들과 함께 교회 주일학교에 다녔는데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다녔다. 동리가 이후 미션스쿨인 대구 계성(啓星)학교에 입학한 것도 모두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술독에 빠져 헤매다 아들이 계성학교에 입학하던 1926년 57세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비단옷 한 번 입지 못한 아버지

1940년 《조광》 6월호에는 소설가 채만식의 〈어머니의 슬픈 기원(祈願)〉이 실렸다. 매일 새벽녘 정화수를 떠놓고 북두칠성을 향해 치성드리는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허리는 굽고 머리는 센 호호노인(老人)이 치아도 없어 합죽한 입술을 입안에 소리로 고요히 아득한 밤의 별만 가득한 밤하늘을 우러러 아무 사념(邪念) 없이 한갓 심중의 간독한 소원을 기원 올리고 있는 그 경건스런 모습이 선연히 눈에 밟히오.…〉 (p210, 6월호)

채만식은 1902년 7월 21일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서 아버지 채규섭(蔡奎燮)과 어머니 한양 조씨 조우섭(趙又燮) 사이의 6남매 중 5남으로 태어났다. 호는 백릉(白菱)이다.

채만식은 성실하게 부를 쌓은 아버지, 그리고 자식에게 지극한 어머니 아래서 어려움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다. 채만식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맏형수 이선하(李宣河)로부터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집에서 마련한 서당에 출입하며 6~7년간 한학(漢學)을 배웠다.

〈…사실 우리 집은 퍽도 가난했었다 하오. 오죽하면 내 조부께서는 평생에 명주 등속의 비단옷이란 걸 한 번도 입지를 못하셨다오. (중략) 그 일이 못내 한이 되어 내 가친은 후일 가세가 조금 넉넉하던 시절에도 극히 검소하게 일상을 지내셨을 뿐 아니라 특히 명주 등속의 비단옷이라곤 일체 몸에 두르지를 않으려 드셨소.…〉(p211)

아버지 채규섭은 자신의 어린 시절 끼니는 굶었어도 서당에 빠지지 않았고 월사금(月謝金)을 못 내 구박과 눈치를 받아 이 서당, 저 서당을 옮겨다녀야 했지만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서 우리가 공부를 게을리한다 치면 ‘노상 나는 궁하다, 궁하다 못해 이 서당 저 서당 돌아다니면서 피눈물 섞어 동냥 글을 배우기도 했는데 너희들은 독서당(獨書堂)을 앉혀두고 아무 부족할 게 없이 해주건만 어찌하여 공부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단 말이냐’고 걱정을 하시곤 하셨소.…〉(p211)

채만식은 배움의 열망이 컸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고향을 떠나 1918년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고 1922년 도일(渡日), 와세다대 예과(3년)에 입학해 문학을 전공했다.

집안의 몰락과 소설 〈탁류〉

의지가 굳은 아버지의 착실한 내조자였던 어머니 조우섭은 ‘부지런하고 샘 많으며 일손 얌전하게’ 살림을 키웠다. 그러나 한순간에 전 재산이 날아가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수리조합이 나면 공짜로 (땅을) 빼앗긴다는 낭설이 떠돌자 부랴부랴 헐가방매(歇價放賣)를 해버리곤 그 뒤 지가가 일약 20~30배로 폭등하는 통에 그만 울화가 북받쳐 내 가친은 토혈을 다 하셨다. 금굴제(金堀堤) 방죽 밑에 옥답 기십 마지기는 나의 기억에 없는 것이지만,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과녁터’니 ‘범의재’니 용정리(龍汀里)니 화등리(禾登里)니 계남리(鷄南里)니 이렇게 각 처에 꽤 많은 전답이 있었소.…〉(p212)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아버지 채규섭은 군산에서 미두(米豆)사업에 손을 댔다가 몰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만식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몰락하는 지주의 모습, 그리고 도시 및 농촌 빈민상은 실제 겪은 경험의 산물이었다. 군산을 배경으로 식민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그린 소설 〈탁류〉의 제목이 암시하듯 처음 맑던 강물이 탁하게 변한 것은 일제의 탄압과 수탈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내 어머니는 당신 스스로 ‘실패한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계시오. 젊어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도 크지 못하나마 성세를 이뤄 여섯 자녀들을 길러냈지만 그 여섯 자녀들은 지금에 하나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가 없고 그것이 즉 어머니로서의 실패라는 것이오. ‘실패한’ 내 어머니는 항상 가슴이 아프고 자나깨나 우리들 여섯 남매가 걱정이오.…〉(p213)

채만식이 죽기 전 머물렀던 전북 익산시 마동 269번지 집.

그렇게 어머니 조우섭은 ‘밤마다 비가 오건 눈이 날리건 하루도 결함이 없이 첫닭이 우는 시각에 북두칠성을 우러러 복을 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채만식은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은 탓인지 우리 6남매는 하나도 어머니의 원축대로 복을 누리지를 못한 채 한결같이 불우하다’고 썼다.

이 글을 쓴 1940년은 채만식의 나이가 39세가 되던 해다. 창씨개명을 끝내 거부했던 그가 일제에 협력하는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부터다. 내적 방황을 겪던 채만식은 1944년 농사나 짓겠다며 고향으로 낙향했다.

이듬해 1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광복이 되자 다시 서울로 이사했지만 1946년 다시 낙향하고 말았다. 1947년 어머니마저 별세할 무렵 채만식은 이미 폐결핵에다 빈곤과 실의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생애를 바쳐 기르고 가르치고 복을 빌어주고 하셨건만 그러나 그 기원이 이뤄지지를 않아 끝끝내 불우하고 고생스런 우리 여섯 남매를 차마 못 잊어 어떻게 눈을 감으시려는지. 이루지 못할 ‘슬픈 기원’의 내 어머니 그이를 하늘만큼 기쁘게 해드릴 무엇이 없을까.…〉(p214)

안타깝게도 채만식은 1950년 6월 11일 오전 11시에 지병인 폐결핵으로 영면했다.

이무영과 농민소설

충북 음성읍 ‘오리골’ 이무영의 생가.

〈제1과 제1장〉과 〈흙의 노예〉를 쓴 소설가 이무영은 1908년 1월 14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 ‘오리골’에서 아버지 이덕여(李德汝)와 어머니 개성 인(印)씨 사이의 10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이무영은 몰락해 가는 농민의 삶을 그린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인 1937년 아버지 이덕여는 평생을 두고 일군 토지를 빼앗기자 “땅 찾아!”라는 말만 남기고 양잿물을 먹고 자결했다고 한다. 그런 아픔을 소설 속에 그대로 담았다. 소설 〈흙의 노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찾아, 땅” 정신은 멀쩡한 모양이었다. 그는 혀가 헤어져서 말은 못하나 연방 손으로 머리 밑의 궤짝을 일으켰다. ‘휴지’가 들어 있는 오동나무로 짠 장방형의 궤짝이었다.

전화를 해서 공의(公醫)가 달려온 것은 이튿날 오후였다. 그러나 그때 김 영감은 이미 그럴 필요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공의는 손을 댈 여지가 없다고 했다. 김 영감이 숨을 거둔 것은 그날 밤중이다.…〉

장례식은 5일장으로 치러졌고 이때부터 이무영은 서울과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선친의 죽음이 직접적 계기가 됐던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이 농촌으로 내려가 현장감 있는 농민문학에 천착하게 만들었다. 결국 1939년 기자직을 그만두고 경기도 군포로 내려갔다.

1940년 《조광》 6월호에 실린 이무영의 〈잊었던 어머니〉는 본격적인 농민문학을 하겠다며 시골로 내려간 이듬해 쓴 글이다. 쫓기던 도시생활에서 물러나 군포에 정착하니 문득 ‘잊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는 내용이다. 이무영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직접 고향에 내려갔다.

〈…나는 귀지(貴誌·《조광》을 의미)의 편집 선생의 알선으로 실로 오래간만에 어머니 품을 떠난 지 만 20년 만에 내 마음속에서 어머님을 찾은 것입니다.…〉(p204, 6월호)

이무영이 태어난 해는 일제의 조선 강점 직전으로 항일의병들의 무장항쟁이 격화되던 시기였다고 한다. 어머니 인씨는 산달이 다가오자 충북 음성읍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벽촌 ‘오리골’에 가서 이무영을 낳았다.

〈…고향을 말할 때는 일곱 살부터 자라난 충주를 들지만, 기실 나는 음성 태생입니다. 지금부터 33년 전 명치(明治) 41년이니까 그해가 어떤 해인지 짐작할 겁니다. 정월십사일이니까 추울 때겠습니다. 어머님은 만삭이 되신 몸으로 피란을 가셨습니다. 음성읍에서 약 10리쯤 되는 ‘오리골’이라는 산촌에 가서 그때 돈으로 백 냥을 주고 남이 사는 집을 사서 나를 낳으셨습니다. 옥양목(玉洋木)이 그해 처음으로 났었는데 그것으로 기저귀를 해주셨고 화약소리에 놀란다고 멍석을 가져다가 문을 가렸습니다.…〉 (p205)

무영의 어머니는 번잡한 읍내를 벗어나 산촌으로 가 그를 낳았고 애지중지 길렀던 것이다.

기자직 그만두고 경기 군포로 내려가

이무영의 어머니는 착한 농부 아내의 전형으로 화술이 좋고 재담도 잘했는데 훗날 그는 “소설가가 된 것이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인씨는 아들이 부모 곁에 머물며 농사를 짓고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음성을 떠나 상경(上京), 1920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다. 동급생 중에는 훗날 선구적 서양화가가 된 오지호(吳之湖)와 현대무용의 개척자인 조택원(趙澤元)이 있다.

〈…열두 살에 나는 고학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갖은 일을 다 했습니다. 이공탄(二孔炭)도 밤을 새서 팔아보았고 보인(普仁)약방의 인단(仁丹)도 팔았고 ‘겐마잇빵’도 팔았습니다. 열여덟에 동경에 가서는 일일삼리(一日三厘)로 며칠 연명도 했습니다.…〉(p206)

이무영은 1920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도중에 그만두고, 1925년 일본 세이조중학교(成城中學校)에 입학, 학업보다는 일본작가 가토(加藤武雄)의 집에서 기숙하며 4년간 문학수업을 받았다.

1929년 귀국한 뒤 교사와 잡지사, 신문사 기자로 많은 소설과 희곡을 발표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선 농촌에 내려가 보다 현장감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이무영은 오랜 고민 끝에 1939년 《동아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경기도 군포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 〈제1과 제1장〉과 〈흙의 노예〉〈농민〉 등을 썼다. 그의 귀농은 잊고 살았던 부모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켰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몇 번이고 어머님의 주무시는 얼굴을 보았습니다. 머리도 많이 하얘지시고 온 얼굴에 주름입니다. 어려서 그렇게나 안달을 하던 젖꼭지를 생각해 봅니다. 어머님의 팔을 베고 가슴으로 가슴으로 파고들던 어릴 때 시절을. 어머님의 젖꼭지는 지금은 아주 말라붙었을 겝니다. (중략) 이제부터는 어머님을 모시기로 마음에 작정했습니다. 내일 아침 나의 계획을 말씀할 때의 그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서 눈 속이 뜨거워졌습니다.…〉(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