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거 정국을 지켜보면서 경교장을 지키던 김구는 제헌국회 개원과 더불어 활동을 개시했다. 그것은 4월 30일의 남북공동성명에서 밝힌 전조선정치회의를 추진하는 일이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전국정치회의의 추진기구로 4월에 결성한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統一獨立運動者協議會)를 확대 개편하고자 했으나 이 기구 결성을 주동했던 유림(柳林)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북한도 정부를 수립하기로 하고 6월 26일부터 7월 5일까지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평양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김구와 김규식을 비롯한 제1차 협의회에 참석했던 많은 남쪽 인사들은 불참했다. 이때부터 북한과 두 김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7월 20일에는 국회에서 정·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이승만은 참석의원 196명 가운데 180표의 압도적 다수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부통령에는 이시영(李始榮)이 당선되었다. 대통령 취임식은 7월 24일에 중앙청 광장에서 거행되었다. 이승만은 취임사에서 “좋은 시계 속처럼 돌아가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북협상파들은 7월 21일에 김구를 주석으로, 김규식을 부주석으로 하는 통일독립촉진회(統一獨立促進會)를 새로 결성했다.
1. 제2차 南北指導者協議會를 거부하고
1948년 4월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협상에 다녀온 이후 총선거 정국을 지켜보면서 정중동의 태도를 보이고 있던 김구는 제헌국회의 개원과 때를 같이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그것은 4월 30일의 남북지도자 연석회의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전국정치회의를 소집하기 위하여 한국독립당과 민족자주연맹의 행동통일기구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김구는 5월 28일에 한국독립당 상무위원회를 열고 6월 1일에 열리는 민족자주연맹과의 회담에 참석할 대표로 자신을 비롯한 엄항섭(嚴恒燮), 조시원(趙時元), 김의한(金毅漢), 유동붕(柳東鵬) 5명을 선정했다. 민족자주연맹쪽에서도 김규식(金奎植)을 비롯하여 유석현(劉錫鉉), 원세훈(元世勳), 김붕준(金朋濬), 배성룡(裵成龍)을 대표로 선정했다.
統一獨立運動者協議會를 확대 강화하기로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제1차 회의는 6월 1일 오후에 경교장에서 열렸다. 남북협상을 실현시키는 데 노고가 많았던 민족자주연맹의 권태양(權泰陽)도 옵서버로 참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회의에 한독당의 핵심 간부들인 조소앙(趙素昻), 조완구(趙琬九), 조경한(趙擎韓) 등이 빠진 것은 남북협상을 계기로 당내 분열이 심상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다섯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행동통일기구의 설치문제와 관련하여 4월 3일에 결성한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확대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구를 창설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1)
6월 3일에 경교장에서 열린 제2차 회의에는 한독당에서 김학규(金學奎), 민족자주연맹에서 여운홍(呂運弘)이 추가로 출석했다. 이날 회의는 대책위원 6명을 선정하여 이들에게 협의를 위임했다. 대책위원들의 회의는 6월 4일에 열렸다. 민족자주연맹쪽에서 양 김을 중심으로 단일당을 결성하자는 제의도 있었으나, 결국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거나 같은 협의체 기구로 추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2)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김구와 김규식은 6월 7일에 다음과 같이 단결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통일이 없이는 독립이 있을 수 없고 독립이 없이는 우리는 살 수 없다.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려면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민족단결뿐이다. 그러나 현시에 우리 조국이 미-소 양국에 분단 점령을 당하고 있는 이상 국제협조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제협조에 노력하였고 앞으로 이 노력을 계속할 결심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얻은 교훈에 의하여 국제협조의 노력도 공고한 민족단결이 있은 뒤에야 주효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인식하였다.”
이처럼 민족단결을 강조한 성명서는 남북협상의 성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자평했다.
“국제 제약하의 난사업인 남북협상 공작이 단번에 만족할 성과를 거두리라고 당초부터 믿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나, 외력 없이 우리의 손으로 평화스러운 자주민족통일적 조국건설공작이 제일보를 내디디었던 것은 우리 전도에 새로운 희망을 부여한 것이다.”
성명서는 그러면서 현 단계의 조국 실정은 “우리의 통일공작이 모든 애국동포의 열렬한 지지하에 추진되는 반면에 반통일, 남북분단공작이 추진되고 있다”고 규정하고, 앞으로의 과제로 (1) 통일독립운동을 목적한 기구를 강화 확대할 것, (2) 상술한 기구를 통하여 통일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을 일반국민에게 철저히 침투시킬 것, (3) 조국의 재건과 민족의 복리는 평화로운 건설에서만 성공될 것이므로 야만적 파괴와 테러와 잔인한 동족살해를 배격할 것, (4) 우리의 통일운동을 강화, 확대함으로써 우리의 일치한 사상을 국제여론에 반영시킬 것을 제시했다.3)
韓獨黨은 5·10선거에 참가한 당원은 제명했다고
두 김의 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6월 10일에 경교장에서 또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처럼 잇달아 연석회의가 열린 것은 두 정파의 의견일치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날의 회의에서는 통일독립운동기구의 설립문제뿐만 아니라 9월에 파리에서 열릴 유엔총회에 대표를 파견하는 문제도 검토되었으나, 구체적인 결론은 보지 못했다.4) 한독당은 이어 6월 12일에는 5·10선거에 참가한 당원에 대하여는 이미 제명 조치를 했다고 성명했다.
“남부에서나 북부에서나를 막론하고 단독적으로 정부형태를 취하여 1국내에 양국 주권을 수립하려는 기도에 대하여서는 이를 철저히 거절하는 바이다. 이 같은 본당의 주장은 이번 남북회담을 통하여 더욱이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이번 선거에 참가한 본당원에 대하여는 본당으로서 이미 엄중한 처분을 하였고 또 그들 자신도 즉시로 본당과 관계를 탈리(脫離)하였다.”5)
제헌국회의 헌법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두 김을 비롯한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대표 12명은 6월 15일 오후에 경교장에서 제5차 연석회의를 열고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개편 확충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하고 작업을 서둘렀다.6) 그리하여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중앙협의회는 6월 17일에 간부회의를 열고 (1) 협의회의 조직강화와 기구개혁 및 공작추진에 관한 건, (2) 전국정치회의 소집에 관한 건, (3) 유엔총회에 대표파견에 관한 건 등을 안건으로 하여 전체회의를 6월 27일에 소집하기로 결의했다.7)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무정부주의자 그룹을 대표한 중경임시정부 국무위원이었고, 귀국한 뒤에는 조소앙에 이어 국민의회 의장으로 활동했으며,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창설에 주동적 역할을 했던 독립노농당(獨立勞農黨) 당수 유림(柳林)에 의하여 제동이 걸렸다. 이때의 상황을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방금 국회에서는 조속히 중앙정부를 수립하고 가을에 파리에서 개최될 유엔총회에서 우리 정부의 정식 승인을 획득하려고 만방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이때에 좌익계열은 물론 김구씨와 김규식씨를 비롯한 반정부파에서도 유엔총회에 그들의 대표를 파견하여 현 국회에서 수립될 정부는 타당치 못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운동이 최근에 이르러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은 김구, 김규식씨를 비롯한 중간파 인사들이 과반 평양회의에서 귀경한 이래 통일추진 문제를 다각적으로 강구하여 왔으나 단시일에 그 성공은 불가능하며 근근 신생정부가 탄생케 됨에 따라 반정부태도로 최후적 투쟁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동 공작은 단순히 중간파만의 단독적 행동이 아니라 남북공산파와의 연락하에 진행되고 있다 한다.
한편 과반 독립노농당에서는 남북협상파들은 공산당 제5열에 등록하였다고 비난하고 협상추진파와 일체 관계를 끊었거니와 근로대중당에서도 협상추진파와 반대파가 대립되어 지난 14일 민독당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던 중간정당 단체회합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8)
南北협상파는 ‘共産黨 제5열’이라고 柳林이 비판
유림은 남북협상에 참가했던 두 김이 서울에 돌아온 다음 남북협상에 참가했던 인사들에 대하여 “공산당 제5열” 운운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는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연석회의에도 참석을 거부하고 국민의회 의장도 사퇴하는 등으로 두 김의 노선과 배치되는 태도를 취해 왔다. 6월 27일의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대회개최에 관한 세칙협의를 위해 24일에 모인 진헌식(陳憲植), 조시원, 김붕준, 여운홍, 유림의 5자 회합에서 유림은 “양 김씨를 비롯한 남북협상파를 주동으로 하는 ‘통협’에는 독립노농당 계열은 참가하지 않는다”면서 두 김의 주석 및 부주석 추대를 반대했다.9)
유림쪽의 주장은 “양 김씨는 평양회의에서 신탁통치를 지지하였으니, 그러한 사람들이 협의회의 헤게모니를 잡는다면 우리는 그러한 사람과 같이 일하기 어렵다. 그리고 양 김씨쪽에서는 협의회를 전국정치회의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려고 하나 협의회의 근본이념은 혁명세력의 재정비에 있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두 김쪽의 반론은 “자당 세력의 신장을 위하여 민족통일의 대의에 위반함은 독립노선에서의 이탈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류가 존재할 것을 미리 예측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그 포섭에 끝까지 노력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엄중한 사선〔篩選: 체로 거름〕을 기다려 공고한 단결로써 이를 전국정치회의 소집, 유엔에의 대표파견을 목표로 배전의 노력과 매진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10)
그러나 이때는 이미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북한정권 수립을 위한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의 소집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으므로 4월의 남북협상 때에 결의한 전국정치회의 소집문제는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륵사를 둘러보고 뱃놀이하며 대책 숙의해
유림에 의하여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전국대표자회의가 유산된 것은 두 김에게, 특히 김구에게 여간 큰 충격이 아니었다.
김구는 6월 24일에 김규식과 함께 경기도 여주로 나들이를 했다. 두 사람은 흰 모시두루마기 차림이었다. 그곳에서 신륵사(神勒寺)와 석문사(釋文寺)를 둘러보고 이틀 밤을 묵으면서 두 사람이 흉금을 터놓고 앞으로의 일을 상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수행원도 김구쪽의 엄항섭과 선우진(鮮于鎭), 김규식쪽의 송남헌(宋南憲) 세 사람만 대동했다.11)
여주로 떠나기에 앞서 김구는 기자들을 만났다. 한 기자가 “전번에 인천에서 기자에게 이 박사와 합할 때가 있으리라고 말씀했는데, 그때는 어느 때인가”고 묻자 김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머지않아서 국내외 정세가 더욱 핍절(逼切)히 우리 민족을 통일의 길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그때는 반쪽 정부는 무용하게 될 것이다. 이때야말로 이 박사는 물론이요 전민족이 합하지 아니하면 안될 것이다.”12)
이처럼 이 무렵 남북협상파들은 이승만이 주도하는 남한 단독정부는 일시적인 정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13)
일행은 6월 25일에 신륵사를 구경하고 한강 상류에서 뱃놀이도 했다. 점심때가 되어 배를 강가에 댄 뒤 동네에서 개를 잡아 개장국을 먹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개장국을 먹지 않고 대신에 닭을 먹었다. 일행은 예정대로 6월 26일에 서울로 돌아왔다.14)
두 김은 여주에 머물면서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대표회의를 소집하는 대신에 새로운 기구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리하여 7월 8일에 열린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연석회의에서는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대표회의 소집을 중지하고 새로운 통일기구로 통일독립촉진회(통촉)를 결성하기로 결정했다. 발기준비위원으로는 김붕준, 여운홍, 엄항섭, 이두산(李斗山), 조헌식(趙憲植), 배성룡을 선출하고 임시사무소는 민족자주연맹 본부에 설치했다.15)
“平壤에서 제2차 南北指導者協議會 열자”
김구와 김규식의 이러한 뜨악한 행보는 실은 6월 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조선 제정당사회단체 지도자협의회(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와 무관하지 않았다. 5월 31일에 제헌국회가 개원되자 북조선로동당은 6월 2일에 정치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남로당 정치위원들도 참석하여 연합회의의 성격을 띠었다. 회의에서는 남한에서 단독정부가 수립되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4월 말에 북조선인민회의 특별회의가 통과시킨 헌법초안 수정안에 근거하여 남북한 전체의 통일적인 최고 입법기관을 건설하기 위한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북조선민주주의 민족통일전선도 이튿날 확대중앙위원회를 열고 총선거 실행을 위한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다. 이 확대중앙위원회에는 이 무렵 평양에 체류하던 남쪽 민족전선 대표들도 참가했다.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에는 김구와 김규식 등 남한의 지도급 인사들의 참석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하여 김일성(金日成)과 김두봉(金枓奉)은 6월 5일에 북로당 대남연락부의 최광호(崔光鎬)와 김광일(金光日)을 남파시켜 두 사람 명의의 초청장을 남쪽 인사들에게 전달하게 했다. 초청장은 서울에서 활동하던 북한공작원 성시백(成始伯)을 통하여 김구와 김규식 및 조소앙과 유교계의 대표 김창숙(金昌淑), 사회민주당의 여운홍, 독립노농당의 유림, 근로인민당의 장건상(張建相) 등에게 전달되었다. 김구와 김규식에게 보낸 편지는 “해주에서 급속한 회담을 가지고자 하니 해주까지 월북할 것을 요망한다”는 내용이다.
洪命憙를 서울로 보내 협의하게 하라고 회답
이에 대해 김구와 김규식은 “현재의 여건이 4월달 입북 때와는 변화가 많고 서신만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으니 홍명희(洪命憙)로 하여금 남하케 하여 그 편에 요건을 상의하기를 요망한다”는 회답을 했다.16)
김구와 김규식의 회신은 1주일 뒤에 평양에 도착했다. 두 사람의 회신을 놓고 북한인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홍명희는 서울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밝혔고, 남로당 지도부도 홍명희를 서울에 파견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명희를 남쪽인사들의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로당 지도부는 그의 안전을 우려하여 반대했다.
홍명희를 서울로 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북로당 지도부는 6월 20일에 다시 김일성과 김두봉 명의의 편지를 밀사를 통하여 김구와 김규식에게 보냈다. “정세가 4월과 달리 급변했다. 변화된 정세는 남북의 제정당사회단체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투쟁을 요구한다. 남북의 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를 다시 열어 통일적 입법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통일선거를 실시하는 문제를 토의하고자 한다. 협의회의 토의를 거쳐 통일선거를 실시하여 정부를 수립하고자 하니 두분 선생께서도 이에 적극 호응해 주기를 요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북쪽의 밀사편에 답신을 보냈다. 답신 내용은 “국토 양단과 민족분열을 막자고 4월에 평양회담을 가졌고, 그 회담에서 앞으로도 계속 통일을 모색하자고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이남에서 단정이 수립되니 이북에서도 단정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민족분열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책망이었다.17)
兩金 참석 포기하고 회의 열어
김구와 김규식의 회신을 받은 북로당 지도부는 두 사람이 불참하더라도 제2차 지도자협의회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김구와 김규식뿐만 아니라 여운홍, 장건상, 유림, 김창숙 등 남쪽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의 회의참가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회의는 예정대로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성시백을 통하여 북로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던 안우생(安偶生), 박건웅(朴建雄), 권태양 등 김구와 김규식의 몇몇 측근들은 제2차 지도자협의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38선을 넘어 6월 27일께 평양에 도착했다.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1주일 동안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지도자협의회에는 북한의 모든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 4월의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다가 평양에 잔류한 이남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 및 비밀리에 38선을 넘은 일부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회의 장소로 처음에는 남쪽에서 참석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해주로 예정했으나 남쪽 참석자 수가 적을 것이 확실하자 평양으로 바꾸었다.
제2차 지도자협의회의 주제는 “남조선 단독선거 실시와 관련하여 우리 조국에 조성된 정치정세와 조국통일을 위한 장래 투쟁대책에 관한 문제”였다.18)
金日成, 朴憲永, 洪命憙, 李英이 보고연설
6월 29일의 첫날 회의에서는 북조선민족전선을 대표하여 김일성이 “남조선 단독선거와 관련하여 우리 조국에 조성된 정치정세와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대책에 관한 보고”라는 연설을 했다. 김일성은 이 연설에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실시할 강력한 정치경제적 토대인 북조선 인민정권과 위대한 민주개혁들을 가지고 있으며 인민정권하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직접 체험하고 정권을 직접 운영하고 민주개혁의 혜택과 승리를 직접 조직하고 체험한 그 인민들에게서 이 권리를 빼앗아낼 어떠한 힘이든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리는 조국의 통일과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는 우리의 편에 있습니다”19) 하고 역설했다.
김일성에 이어 남조선 민족전선을 대표하여 박헌영이 “남조선에서 진행된 단선과 관련하여 조성된 남조선 정치정세와 통일조선을 위한 투쟁정책에 관한 보고”라는 연설을 했다. 홍명희는 민주독립당을 대표하여, 이영(李英)은 근로인민당을 대표하여 어슷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20)
2일째 회의와 3일째 회의는 토론에 할애되었으나 토론과정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참석자들은 “왜 홍명희를 서울로 보내어 김구와 김규식 두 지도자가 지도자협의회에 참가하도록 설득하지 않았는가”, “홍명희가 김구와 김규식을 만났더라면 두분 선생이 지도자협의회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인민공화국 수립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지는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로당 관계자들은 홍명희의 안전뿐만 아니라 그가 지도자협의회를 준비하는 남쪽 중간파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평양을 비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21)
最高人民會議 구성하여 朝鮮中央政府 수립하겠다고
마지막 날인 7월 5일 회의는 “조선의 통일을 위하여 투쟁하는 남북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 결정서는 (1) 남조선의 국회와 그것을 토대로 조직될 정부를 모두 “반인민적 반민주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특히 정부를 미제의 ‘괴뢰’로 간주한다는 것, (2) 곧 남북에서 선거를 실시하여 “조선최고인민회의를 창설하고, 남북조선대표자들로써 조선중앙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는 것, (3) “조선최고인민회의와 조선중앙정부는 조선으로부터 외국군대를 즉시 동시에 철거하도록 할 것”이라는 것 등을 선언했다.22) 이 결정서에서 제시된 통일방안은 4월 30일의 공동성명이 천명한 통일방안과는 차이가 있었다.23)
회의는 이 ‘결정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조선통일을 위하여 투쟁하는 남조선제정당사회단체 지도자들 간에 협약된 조선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절차에 관한 협정”을 채택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1) 대의원의 선거는 남과 북이 같이 인구비례의 원칙에 따라 실시하되 인구 5만명에 대해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고, (2) 남조선의 경우에는 도(시)별로 선거를 실시하여 뽑은 대표들로써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를 열고 거기서 대의원을 선출한다는 것이었다.24)
슈티코프가 레베데프에게 회의진행 지시해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도 4월의 남북지도자 때와 마찬가지로 슈티코프(Terentii F. Stykov)와 레베데프(Nikolai G. Lebedev)에 의해서 주도되었던 것은 《레베데프 일기》의 기록으로도 확연하다. 슈티코프는 7월 2일에 레베데프에게 (1)정치정세에 대한 결정서와 (2)선거 실시 절차에 대한 합의서의 내용뿐만 아니라 (3)제2차 지도자협의회에 대한 보도자료 문제까지 지시하고 있다.25) 이때의 《레베데프 일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의 하나는 김규식이 6월에 북한 당국에 편지를 보내어 남한에서 실시된 총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남한 국회에도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는 사실이다. 김규식은 6월 23일에 북한으로 보낸 편지에서 김구와 자신이 해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이승만과 대한민국 국회 및 유엔위원단 등과 협의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4김회담을 열 것과 북한에서 100명의 대표를 남한으로 보내어 통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6) 북한은 김규식의 편지에 대한 항의편지를 작성하여 김규식에게 발송했는데, 그 편지는 박헌영이 작성한 것이었다고 《레베데프 일기》는 써 놓았다. 그리고 김규식에게 보낸 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27)
지도자협의회가 끝나고 7월 7일에는 남한 대표들만 따로 모여 남조선대의원선거 지도위원회(위원장 박헌영, 부위원장 홍명희와 이영)와 그 산하에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 선거실무진행분과위원회(대표 이승엽)와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 소집사무진행분과위원회(대표 김원봉)의 두 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7월 14일까지 도(시)선거위원회와 군(구)선거위원회를 조직하고 입후보자 등록을 받았다. 그리하여 7월 15일부터 남한 전역은 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할 대의원 선거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서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남한 전역은 지하선거와 검거가 되풀이하는 혼란을 겪었다.28)
“兩金氏는 北에 가서 託治贊成한 책임져야”
유림은 7월 8일에 두 김을 맹렬히 비난하는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는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기함’이라는 강령 아래 모인 협의기구이므로 주권국가가 아닌 헌법을 준비하여 인민공화국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여 신탁통치 반대자들을 반동으로 규정하고 삼상결정 옹호를 호소한 사람들이 전권(專權)으로 이 기구를 지배한다면 협의회는 통일탁치운동협의회로 변질될 것이다. 개인본위로 조직하면 하나의 당파는 될지언정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들의 합작기구는 아니 될 것이며, 민주주의 요소보다 전체주의 경향이 농후하게 될 것이다. 나는 자주와 민주를 조건으로 하는 통일운동자이므로 신탁통치와 독재를 주장하는 공산당 영역의 확대를 환영할 의무가 없으며, 협의회를 변질시키거나 파괴하려는 의도를 달게 받아들일 자유가 없다. 민족자주연맹이 삼상결정을 거부한다고 선언한 것을 나는 듣지 못했다. 공산당이 새삼스레 삼상결정 옹호를 강조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오는 유엔총회에서 소련이 평양회의의 서명자명단을 들고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담보할 수 있겠는가. …”
성명서는 김구와 김규식이 공산당을 수단으로 선택하더라도 자기는 최후까지 항쟁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가 죽든지 살든지 통일운동을 해야 할 것이나 무원칙한 행동은 혼란과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신탁통치를 반대하여 오던 사람들이 평양에 가서 신탁통치에 서명한 책임을 양 김씨가 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이 민족 지도자이며 이번에 남조선을 대표한 자이며 서명자들을 감독할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양 김씨가 그것을 원했다고 믿고 싶지 않으나 객관적으로 신탁통치 주장자의 승리를 조장하였으니, 그들이 대내 대외로 적당한 태도표시가 있기 전에는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그들의 수중에 바치기를 원치 않는다. 보살은 아귀를 구하기 위하여 지옥에 들어갈 수 있으나 범부 중생은 보살을 따라 지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양 김씨는 공산당을 수단으로 선택하여 포용할지라도 나는 무명 소졸이라 부지중에 공산당 5열에 징용되지 않도록 부단히 경각심을 가지고 싶다.”
그러면서 유림은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못 박았다.
“나는 통일운동을 통하여 사세(私勢)를 확충하려는 심사도 없고 허구선전으로 모략중상하려는 모든 파렴치한 행위를 개의치 아니하나,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최후까지 항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모든 것은 동포들의 혁명도의와 애국양심의 판단에 맡긴다.”29)
劉馭萬 중국공사에게 속내 털어놓아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 뉴스가 남한에 알려진 것은 7월 10일에 있었던 김구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그나마 북쪽의 제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자신이 홍명희를 연락위원으로 서울로 보내라는 회답을 며칠 전에 보냈다는 간단한 언급이었다.30) 그제서야 북한방송도 회의경과를 자세히 보도했다.31)
김구는 한없는 분노와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이제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때의 그의 심경은 7월 11일 오전에 경교장을 방문한 유엔위원단 의장인 중국대표 유어만(劉馭萬) 공사와 나눈 대화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면담은 11시부터 1시간 이상 계속되었다.32)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유어만은 먼저 김구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존경해 왔다고 말하고, 오늘은 정직한 사람과 정직한 사람 사이의 대화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구는 고개만 끄덕였다.
유어만은 장개석(蔣介石)의 비서로서 임시정부를 도왔던 오철성(吳?城)이 김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사관에 보관하고 있고 왕세걸(王世杰) 외교부장도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개석도 김구에게 직접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외교부장이 오늘의 면담에 대한 자기의 보고를 받고 나서 쓰도록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어만은 “저는 세 통의 편지가 같은 메시지를 선생께 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생께서 이 박사와 협력하시도록 당부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유어만은 이승만, 김구, 김규식 세 사람이 협력하여 남한정부를 수호하는 데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共産主義 신봉할 생각이라면 그렇다고 말해 달라”
유어만은 김구의 아들 김신(金信)과는 친구라면서 자기 말이 듣기 거북하더라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만 만약 선생께서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가담하실 생각이라면 그렇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우리는 정적으로서 헤어지고 다시는 서로 만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자 김구는 엄숙한 표정으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나는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요. 사실은 내가 마음먹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측근한테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서 지금 공사에게 털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로만 말씀드리지요. 머지않아 모든 것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공사를 포함하여 친구들이 좋아하든 않든. 기다려 주겠지요?”
유어만은 말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 도움이 될 만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이 박사에게 선생과의 협조 가능성을 타진할 때마다 그분의 한결같은 대답은 ‘만일 그가 나와 함께 일할 생각이 있다면 나는 절반 이상 양보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이 박사께서 선생에게 부통령직을 제의하실 생각이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물러 나오곤 했습니다.”
유어만은 자기가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김구로서는 못마땅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새로 수립되는 정부에서 그런 자리를 맡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익진영의 단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어만은 또 김구가 평양에 다녀온 것은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나를 자기네의 협력자로 봐요. 내가 영사에게 이야기했듯이 모든 사람들이 내 입장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남한정부에 참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사도 알다시피 이 박사는 한민당의 포로가 되어, 말하자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내가 만약 정부에 들어가면 피할 수 없는 갈등이 벌어져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내가 바깥에 있는 것이 나아요. 나는 더러운 정치싸움에 말려들기 싫습니다.”
이 말을 받아 유어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오히려 바깥에 계시는 것보다는 정부에 들어가셔야 할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박사는 선생의 오랜 동지인 신익희(申翼熙), 이범석(李範奭), 이청천(李靑天)씨 같은 분들을 휘하에 두고 있습니다. 선생께서 참여하셔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지 않으시면 모든 것이 한민당 뜻대로 되고 말 것입니다. 이 박사가 국익을 위하여 그렇게 하고 싶어도 혼자서 그 정당을 제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선생께서 정부에 들어가셔서 그들을 견제하면 이 박사에게 힘이 될 것이고 만약 포기하신다면 한민당이 이 박사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인데, 선생께서도 한민당이 국가의 운명을 견제 없이 전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中國과 美國만이 한국을 도울 수 있다고
김구는 정치싸움 등 이미 한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구나 나는 한 특정 정당의 비방 캠페인에 의하여 반미주의자로 알려졌어요. 나는 중국과 미국만이 한국을 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이웃나라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요. 우리의 국가건설을 위해서는 미국의 원조가 필요한데, 내가 정부안에 있으면 미국인들의 동정심에 찬물을 끼얹어 국가이익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유어만은 이승만도 한때 반미주의자로 비난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김구의 말을 부정했다.
김구는 이어 중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한국정부 승인 전망에 대하여 유어만의 견해를 묻고 나서 매우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내가 남북한지도자회의에 갔던 동기의 하나는 북한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비록 공산주의자들이 앞으로 3년 동안 북한군의 확장을 중지하고, 그동안 남한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공산군의 현재 수준에 대응할 만한 병력을 건설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소련인들은 비난을 받지 않고 아주 손쉽게 그 병력을 남한으로 투입시키고 한순간에 여기에서 정부가 수립되고 인민공화국이 선포될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미-소 양 주둔군이 철수하더라도 내전은 있을 수 없다고 장담한 4월 30일의 공동성명 내용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었다. 김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유어만은 소련인들이 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그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영문으로 작성된 위의 대화록은 이화장의 이승만문서에 들어 있는데, 그것은 유어만이 작성하여 이승만에게 전달한 것이 틀림없다.
제2차 指導者協議會 비판하는 共同聲明 발표
김구와 김규식은 마침내 7월 19일에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구가 유어만 공사에게 마음먹고 있는 것이 있다면서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이 공동성명이었다.
“통일이 없으면 독립이 없고 독립이 없으면 우리가 멸망한다는 것은 천경지위〔天經地緯: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진리나 법칙〕이다. 우리가 지난 11월에 유엔의 한국문제에 대한 결의를 지지한 것도 우리 조국의 통일독립을 전제로 한 까닭이요 그 내용이 우리에게 만족하여 지지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련이 북한에 입경을 거절한 이유로 금년 2월 26일의 유엔소총회 결의는 우리 조국 분열을 내포한 결의이므로 우리가 남북협상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로 미-소 양군 철퇴후 남북협상에 참가하였던 정당 사회단체의 주동으로서 전국정치회의를 소집하야 자주민주의 통일적 임시정부를 수립하기로 굳게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신문보도에 의하면 평양에서 소위 제2차 남북협상을 행하였다 한다. 이것을 보는 우리는 괴이치 아니할 수 없다. 그 회의가 일방의 독단일 뿐 아니라 그 참가단체로 보더라도 제1차 협상에 남한을 대표하여 참가한 정당 사회단체 41개에 비하여 과연 요요무문〔寥寥無聞: 남에게 알려짐이 없음〕이었다. 그래도 이것이 민의에 의한 통일이라 주장하면서 인민회의라는 것을 통하여 그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헌법에 의하여 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국기까지 바꾸었다. 물론 시기와 지역과 수단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지언정 반조각 국토 위에 국가를 세우려는 의도는 일반인 것이다. 이로부터 남한과 북한은 상호 경쟁적으로 국토를 분열하여 동족상잔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진정한 애국동포들과 더불어 민주적 자주통일의 국가를 건립하려는 그 노선을 더욱 굳게 지키며 최후까지 노력할 것을 천하에 정중하게 성명한다.
끝으로 북한에 대하여 희망하는 것은 그들이 … 이번의 과오를 시정하고 남북협상의 결과로 발표된 4월 30일 공동성명에 제정(提定)된 대로 실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홍명희 선생이 신속히 귀경하여 최근에 전변된 북조선 정세를 우리에게 알려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33)
이 성명으로 두 김과 북한과의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 《경향신문》은 이 공동성명에 대한 통단 사설을 통하여 “양 거두의 이같은 성명이야말로 정부조직을 앞둔 정계에 일대 충격을 준 것은 물론 양씨에 대한 세간의 시시비비의 비난과 오해를 일소하기에 족하였다”라고 논평했다.34)
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던 날 오전에 김구는 기자들을 만났다.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김구는 “한국의 애국자로서는 이에 대한 의견은 다 같을 것이니 물을 것도 없다”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새로운 정세를 맞아 김구가 정부수립 작업에 참여하는지의 여부는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었다. 그에 대하여 묻자 김구는 “이런 말을 운위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고 일언지하에 부인했다. 그리고 9월에 열릴 파리 유엔총회에 통일독립촉성회의 대표를 파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용의만은 있다”라고 애매하게 대답했다.35) 그만큼 그는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엔총회에 대표를 파견하는 문제에 대하여 김구가 이처럼 무르춤해진 것은 이승만이 7월 12일의 기자회견에서 그것은 “망령에 불과하다”고 드세게 비난한 점도 감안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승만은 남북협상파가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에 대표를 파견한다는 설이 있다면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엔소총회의 결의를 반대하고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를 반대한 그들이 유엔에 대표를 파견한다는 것은 망령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부터의 유엔대표는 우리 정부에서 선출한 대표만이 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어떠한 위대한 인물이나 어떠한 큰 단체라도 우리 대한민국의 대표는 될 수 없는 것이다.”36)
이승만은 두 김이 유엔총회에 대표를 보내어 남한정부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말이 몹시 거슬렸던 것이다.
2.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大統領으로
온 국민의 관심사인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는 7월 20일에 열린 제33차 국회에서 시행되었다.
선거 직전의 국회 내 세 정파의 움직임을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국회 내의 동향 및 항간에 이미 유포되고 있듯이 대통령에는 이승만 박사가 확실시라 하며, 부통령에는 이시영(李始榮), 오세창(吳世昌), 김구(金九)씨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여 국회의 승인을 받을 것이나 물망 중의 인물은 신익희, 김성수(金性洙), 조소앙(趙素昻)씨 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 19일까지의 국회 내 각파의 동향은 다음과 같다.
○ 한국민주당계 = 19일 오전 11시에 중앙청 제1회의실에 독촉국민회 계열을 포함한 약 50명이 회동하고 사전 협의한 바 있으며, 따로 한민당원은 하오 2시에 당회의실에서 회합하고 협의한 결과 대통령에 이승만 박사, 부통령에 이시영씨를 지명 투표하기로 하였다 하며, 국무총리에는 김성수씨를 추천 공작중이라 한다.
○ 무소속구락부 = 17, 18, 19 연 3일간 회합하고 대통령에 이 박사, 부통령에 김구씨를 추대하고 국무총리에는 조소앙씨를 추천하기로 하였다 한다.
○ 독촉국민회계 = 대통령에는 이 박사, 부통령에는 이시영씨를 추대하기로 하였다 하며, 국무총리에는 신익희씨를 추대할 것이라 한다.
이로 보아 대통령에는 이 박사, 부통령에는 이시영씨가 유력시되나 절대 다수표는 독점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일부에서 서재필(徐載弼) 박사, 김구씨 등에게도 분산투표가 예상되는 까닭이라 한다. 그리고 정·부통령 선출 후에는 국무총리 임명이 주목되는 바인데, 국회 내의 3파세력의 각자 추천인물이 미묘한 관계와 그러한 점을 고려하는 이 박사의 태도는 규지할 수 없는바 예측키 곤란하다. 여하간에 국제정세로나 특히 국내정세로 보아서라도 불원간 북조선에서도 정부수립 기도설이 전해지고 있는 이때에 남북통일 자주독립을 지향하여 명실상부히 유능한 인물의 등장이 긴요한 만큼 국회의원의 금일의 투표 여하는 중차대하다 할 것이다. …”37)
180표의 압도적 다수로 大統領에 당선돼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선거결과는 이승만의 압승이었다. 대통령 선거는 오전 10시25분부터 1시간가량 무기명투표로 진행되었는데, 재적의원 198명 가운데 196명이 출석하여 투표에 참가했다. 개표결과 180표라는 압도적 다수로 이승만이 당선되었다. 김구는 13표로 차점이었다. 그 밖에 안재홍(安在鴻)이 2표, 서재필이 1표였는데, 서재필은 미국 국적을 가졌으므로 그의 표는 무효라는 서우석(徐禹錫) 의원의 긴급동의에 따라 만장일치로 무효로 처리되었다.38)
부통령 선거는 오후 2시부터 실시되었다. 부통령 선거에 앞서 이승만은 국회의장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부통령에는 누가 당선되기를 희망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미 이시영으로 낙점해 놓고 있으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나로서는 그것을 결정할 수 없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오세창, 이시영씨가 좋다고 하였는데, 최근에 와서는 조만식(曺晩植)씨 설도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만식씨를 매우 존경한다. 씨는 히틀러 독재하에 있던 전시 독일에서 반히틀러 운동을 한 뉴멜 같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본다. 그러나 씨를 부통령으로 모시는 것은 씨 자신을 위하여 위험천만이라고 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역설하지 못하는 것이며, 만일 실패하는 경우에는 안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러자 기자들은 대통령 선거 때에 김구의 표가 나왔던 사실을 들면서 “부통령에 김구씨가 나오게 되면 합작할 의사가 있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승만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대답을 했다.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김구씨의 태도는 아직 동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의사가 맞는 사람이 일치단결하는 데서 정부가 공고히 되는 것이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서로 의사가 맞지 않으면 정부는 자연적으로 흔들려지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서는 김구씨가 불원간 태도표명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구씨는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미국사람이 우리 정부에 간섭할 것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지금 우리 정부 수립하는 데 미국은 조금도 간섭하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사람이 우리 정부에 간섭한다면 나 자신도 그것을 반대한다.”
이어서 그는 “그렇다면 김구 국무총리설도 낭설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국무총리를 준다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퉁명스럽게 일축했다.39)
制憲國會 안에 金九 지지세력 적지 않아
부통령 투표 때에는 한 의원이 더 출석하여 197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개표결과는 이시영 113표, 김구 65표, 조만식 10표, 오세창 5표, 장택상(張澤相) 3표, 서상일(徐相日) 1표로 최고득점이 출석의원의 3분의 2가 되지 못하여 헌법 규정에 따라 재투표를 실시했다. 재투표 결과 이시영이 20표가 더 늘어난 133표의 최고 득표로 부통령에 당선되었다. 차점인 김구는 62표로 2차 투표에서도 3표밖에 줄지 않았다. 김구의 정부참가 거부에도 불구하고 국회 안에 그의 지지세력이 3분의 1 가까이 있었던 셈이다. 이구수(李龜洙)가 1표, 무효표가 1표였다.40)
이시영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서면 오락가락하는 민족적 정기를 상실한 그릇된 사람들을 선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의미심장한 의견을 피력했다.41)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대표적인 두 신문이 각각 다음과 같이 논평한 것은 우익진영 간의 여론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민당계의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박사의 대통령 당선은 그 인망으로 보거나 국내 정국의 귀추로 보아 당연한 일이며 대외적인 신망으로 보아 국제적으로도 다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도 박사에게 중임이 낙착될 것은 이미 예측한 것 같으며 또 미-소가 세계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정세하에서 박사 이외에 인물이 없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여하간 우리는 우리의 자율적인 의사를 가지고 대통령을 선출하야 정부수립을 앞둔 박사로부터 국민의 공복이 될 것을 우리는 또한 들었다. 대통령 취임 후에 있어서도 일생을 갖은 압제와 폭압에 굴하지 않고 고절(苦節)을 지키던 그 위대한 정신을 살려서 여생을 독립완수에 헌신하기를 바란다.”42)
한편 김구에게 호의적인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국회가 남조선만으로 성립된 거기에도 무한한 적요〔寂寥: 적적하고 고요함〕를 느끼거니와 김구, 김규식씨 등 커다란 정치세력의 불참이 국회의 또한 적요감을 주었다. 부득이 남북이 미-소 외교전의 결과로 갈리지 않을 수 없다면 남(南)은 남만으로라도 자주적 질서를 육성하여 앞으로 북과의 평화적 통일을 전제하야 모다 뭉칠 수 없겠는가 하는 것이 오늘 남조선의 대다수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오늘 초대 대통령으로 추천된 이 박사는 오랫동안 태평양을 격하여 있었다 하지만 국권회복에 노심분투하던 분 중 어느 분보다도 당연히 합력되었어야 할 김구, 김규식 양씨를 위시하야 오늘 국회에 불참한 일파와 한자리에서 신국가의 구상을 토론치 못하게 된 것을 이 박사 자신이 누구보다도 적적히 여길 것을 접어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국내 국제의 다단한 관계를 생각할 때에 지금 착수될 정부조직에 있어서 이 박사의 고심도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니, 이것이 또한 오늘 국민의 가슴에 서린 어설픈 느낌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초대 대통령의 중임을 맡은 이 박사야말로 난국타개에 더 큰 분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43)
이승만은 이화장의 작은 별채를 조각본부로 정하고 조각작업에 착수했다. 이화장은 7월 21일 아침부터 인성만성했다. 오전 9시에 통위부장 유동열(柳東說)과 해안경비대 사령부의 손원일(孫元一)이 방문한 데 이어, 9시30분에는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 10시에는 하지 사령관, 10시30분에는 신익희와 대법원장 김용무(金用茂), 11시5분에는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金活蘭)이 차례로 이화장을 방문했다. 하지는 노블(Harold Noble)과 제이컵스(Joseph E. Jacobs) 두 정치고문을 대동하고 와서 30분 동안 요담을 나누고 돌아갔는데, 하지가 이승만의 사저를 방문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의정부에서 요양 중이던 이시영은 오후 1시15분에 이화장을 방문했다. 오후 4시10분쯤에는 하지의 경제고문 번스(Arther C. Bunce) 박사가 방문했고, 오후 5시에는 유어만 공사가 방문했다.44)
金九를 주석, 金奎植을 부주석으로 統一獨立促進會 결성
통일독립촉진회의 발기 겸 결성대회는 7월 21일 정오에 소공동의 연무관(硏武館)에서 개최되었다. 김구와 김규식이 임석한 가운데 70여개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인 대의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아 개회사를 한 김붕준이 임시의장에 피선되어 대회를 진행했다. 조헌식(趙憲植)의 경과보고에 이어 두 김의 치사가 있은 다음 엄항섭의 국내외 정세보고가 있었고, 권태양이 강령과 규약을 낭독하고 통과시켰다. 강령은 (1) 통일독립운동자의 총역량집결을 기함, (2)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도모함, (3) 민족강토의 일체 분열공작을 방지함이었다. 규약 수정에 관해서는 새로 선출되는 중앙집행위원회에 일임했다.
회의는 토의사항으로 들어가서 전국정치회의 소집문제와 유엔총회에 대표 파견문제를 상정했으나 역시 중앙집행위원회에 일임했고, 미국, 소련, 영국, 중국, 프랑스와 유엔총회에 “통일자주독립의 조속한 완수에 귀국의 원조와 협조를 요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배성룡이 낭독하여 의결했다. 회의는 이어 임원선거에 들어가서 주석에 김구, 부주석에 김규식을 추대하고 중앙감찰위원을 선출한 뒤 오후 4시쯤에 폐회했다.
그런데 이날 김구와 김규식이 한 치사 내용에는 눈여겨볼 만한 차이가 있었다. 김구의 치사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현하 우리 환경을 싸고도는 정세는 대단히 악독하고 험악한 바 있다. 일제가 물러간 오늘날의 현상은 어떠냐. 남북에 외국군은 주둔하여 있고 민족의 유혈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여 앞으로 열릴 유엔총회에서 저울질을 받게 되었다. 조국의 운명이 외국사람들의 손에 좌우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슬픈 일이냐. 탐관오리, 모리간상, 친일역배, 악질반동배들이 발호하고 있음은 통곡할 일이다.
민족의 통일독립만이 우리 민족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 민족은 우리 자신이 살려야 하겠다. 친소 친미보다 우리는 먼저 우리 조국을 친하고 우리 자신이 통일한 연후에 비로소 친소도 할 수 있고 친미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의미에서 먼저번 평양회담도 해 보았다. 그런데 최근 평양에서 또하나의 정부를 세운다 하니 이는 그들의 배신적 행위이므로 우리 애국통일독립운동자들은 희생을 각오하고 통일을 위하여 싸워야 하겠다.”
이처럼 김구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강행한 것을 “배신적 행위”라고 비판했으나, 남한의 정부수립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金奎植은 새 政府에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으나 잘되기 바라
김규식은 남한에 설립되는 정부에 반대도 하지 않고 참가도 하지 않지만 잘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말할 흥취도 나지 않는다. 우리가 나라를 잃은 것이 40년인데 그것이 통일 못돼서 그렇게 된 것이었고, 그동안 갖은 고초를 다하여 해방이 되었는데 이 해방도 남의 덕분으로 된 것이다. 유감인 것은 우리가 북에서 발표한 공동커뮤니케이션의 제안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북에서 정부를 세우느니 하는 말이 들리는 까닭이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북조선에 있는 동포들도 엄정하게 성명한 글발에 대해서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바라기를 우리는 얼마든지 식구가 많든지 적든지 우선 남쪽에 있는 동포들이 통일이 되어서 우리 독립을 쟁취하는 데 필세(畢世)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제 남조선 국회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었는데, 나는 과거의 나의 성명과 같이 반대도 안하고 참가도 아니하는 동시에 그것이나마도 잘되어 나가기를 바라며, 그것이 정부가 아무렇든 간에 외국인의 군정부보다는 낫게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북에서 또하나 정부가 선다면 그 북정부와 남정부가 한데 합하여 우리가 살길을 얻기 바란다. 여러분은 앞으로 속히 다같이 중간이고 좌이고 우이고 할 것 없이 문자 그대로 통일을 완수하여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해 내기를 바란다.”45)
김규식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미군정부의 미국인들과 계속적인 접촉과 그들의 설득에 따른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내가 願하는 것이 民意와 같은 것이다”
독립정부의 첫 조각을 앞두고 정파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고 덥적이는 것이 이승만은 여간 못마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요구를 숫제 무시할 만한 수중의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특유의 저돌적인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하기로 결심했다. 믿는 것은 ‘민의’, 곧 민중의 지지였다. 그는 7월 22일에 이화장에서 국무총리 인선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무총리는 아직 지정한 사람은 없으나 발표될 때에는 다 놀랄 것이다. 각 정당 사회단체가 다 소망대로 되기를 기대하는 중에도 이번에 여러 가지로 발표되고 낭설이 유행되었으나 나의 생각에는 이와 같이 되지 않을 것으로 모든 사람이 다 놀랄 것으로 본다. 내가 또 믿는 것은 모든 정당과 단체가 자기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자기들의 믿는 사람이 정당한 자리에 앉아야 나라일이 잘될 줄 알고 기대하는 것뿐이니, 어쨌든지 자기들의 의외의 사람이 나서 일이 잘될 줄 믿게 되는 때에는 일심으로 복종할 줄 안다.”
그리고 국무위원의 각파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민의와 같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정부수립은 남의 조직된 나라와 달라서, 어떤 정당이 득세하거나 승리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요 오직 이것은 국권을 회복해서 새로 국가를 건설하는 정부이므로 정당이나 파당주의를 초월해서 오직 민의를 따라서 세워야만 될 것이다. 만일 우리 민의가 나의 뜻하는 바와 근본적으로 달라서 딴 길로 나아간다면 나는 극력 충고해서 만회하기를 도모할 것이다.
내가 귀국 후로 체험한 민의는 전적으로 나의 뜻과 같으며 나의 원하는 것이 민의와 같으므로, 우리의 부강 전진이 용이하게 될 것을 믿고 많은 자신과 흥분을 가지고 용감스러이 나아갈 것이다. 그러하니 민족 전체는 다 지지 추대해서 국가의 위신을 존중히 여길 줄 믿는 바이다. 앞으로 국무위원 조직이 발표될 때에는 낙심 낙망할 사람이 얼마는 없지 않을 것이다.”46)
그것은 좌고우면 끝에 결단한 이승만의 책략이었다.
‘눈물’ 이야기로 시작한 大統領 취임사
대한민국 초대 정·부통령 취임식은 7월 24일 오전 10시15분부터 11시15분까지 한시간 동안 중앙청 광장에서 거행되었다. 국회의원 전원을 비롯하여 과도정부 부처장, 국방 및 해안경비대원, 각 정당 사회단체 대표, 그리고 유엔위원단, 하지 중장과 딘(William F. Dean) 군정장관을 비롯한 미군정부 간부 등 외국 내빈들이 다수 참석했다. 취임식은 국회 제34차 본회의에서 거행하는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의 취임선서식으로 진행되었다. 국민의례에 이어 국회부의장 신익희의 개회사가 있은 다음 이승만은 헌법 제54조의 규정에 따라 “나 이승만은 국헌을 준수하며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며 국가를 보위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에게 엄숙히 선서한다”라고 선서하고 선서문에 서명했다.
뒤이어 있은 이승만의 취임사는 조각인선 문제로 눈코 뜰 사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승만 자신이 특유의 문장력을 한껏 발휘하여 직접 작성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감동적인 수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일흔네 살이었다.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하나님의 은혜와 동포의 애호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를 받는 나로는 일변 감격한 마음과 일변 감당키 어려운 책임을 지고 두려운 생각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기쁨이 극하면 웃음이 변하여 눈물이 된다는 것을 글에서 보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요사이 나에게 치하하러 오는 남녀동포가 모두 눈물을 씻으며 고개를 돌립니다. 각처에서 축전 오는 것을 보면 모두 눈물을 금하기 어렵다 합니다. 나는 본래 나의 감상으로 남에게 촉감될 말을 하지 않기로 매양 힘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목석간장이 아닌만치 나도 뼈에 맺히는 눈물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40년 전에 잃었던 나라를 다시 찾는 것이요 죽었던 민족이 다시 사는 것이 오늘 이에서 표명되는 까닭입니다.”
政府樹立의 두가지 原則 강조
이승만은 먼저 5·10선거가 민주적으로 실시되었고 그러한 선거를 통하여 구성된 국회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성공적으로 제정했다고 국회의원들을 치하했다.
“이번 우리 총선거의 대성공을 모든 우방들이 칭찬하기에 이른 것은 우리 애국남녀가 단순한 애국성심으로 각각 직책을 다한 연고입니다. 그 결과로 국회성립이 또한 완전무결한 민주제도로 조직되어 2, 3개당이 그 안에 대표가 되었고, 무소속과 좌익색채로 지목받는 대의원이 또한 여럿이 있게 된 것입니다. 기왕 경험으로 추측하면 이 많은 국회의원 중에서 사상충돌로 분쟁분열을 염려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종종 극렬한 쟁논이 있다가도 필경 표결될 때에는 다 공정한 자유의견을 표시하야 순리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헌법제정과 정부조직법을 다 민의대로 종다수 통과된 후에는 아무 이의없이 다 일심으로 복종하게 되므로 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내에 원만히 처결하여 오늘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니, 국회의원 일동과 전문위원 여러분의 애국성심을 우리가 다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이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인선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낭설이 유포되고 있다고 말하고, 며칠 안으로 결정하여 발표할 때에는 “여론상 추측과는 크게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부조직의 원칙을 두가지로 설명했다.
“우리가 정부를 조직하는데 제일 중대히 주의할 바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일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 것입니다. 둘째는 이 기관이 견고히 서서 흔들리지 아니해야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사회상 명망이나 정당 단체의 세력이나 또 개인 사정상 관계로나를 다 초월하고 오직 기능있는 일꾼들이 함께 모여 앉아서 국회에서 정하는 법률을 민의대로 준행해 나갈 그 사람끼리 모여서 한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니, 우리는 그분들을 물색하는 중입니다. 어떤 분들은 인격이 너무 커서 작은 자리에 채울 수 없는 이도 있고 혹은 작아서 큰 자리를 채울 수 없는 이도 있으나 참으로 큰 사람은 능히 큰 자리에도 채울 수 있고 작은 자리에도 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은 자리 차지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참 큰 인물들이 있어서 무슨 책임을 맡기든지 대소와 고하를 구별치 않고 작은데서 성공해서 차차 큰 자리에 오르기를 도모하는 분들이 많아야 우리의 목적이 속히 도달될 것입니다.
이런 인격들이 함께 책임을 분담하고 일해 나가면 우리 정부 일이 좋은 시계 속처럼 잘 돌아가는 중에서 이적을 많이 나타낼 것이요, 세계의 신앙과 동정이 날로 증진될 것입니다. 그런즉 우리가 수립하는 정부는 어떤 부분적이나 어떤 지역을 한하지 않고 전민족의 뜻대로 전국을 대표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任永信을 특별히 거명하면서 칭찬해
이승만은 이어 “내집을 내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필경은 남이 주인노릇을 하게 된다”면서 그의 지론인 민중이 주인의식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정부승인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하는 바는 승인을 얻는 데 있지 않고 먼저 국권을 공고히 세우는 데 있나니, 모든 우방이 기대하는 바를 저버리지 아니하고 우리가 잘만 해 나가면 우리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도우며 후원할 것이니, 이것도 또한 우리가 일 잘하기에 달린 것입니다. 9월에 파리에서 개최하는 유엔총회에 파견할 우리 대표단은 특별히 긴중한 책임을 가지니만치 가장 외교상 적합한 인물을 택하여 파견할 터인데, 아직 공포는 아니하였으나 몇몇 고명한 인격으로 대략 내정되고 있으니, 정부조직 후에 조만간 완전 공포될 것입니다.”
이승만은 취임사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유엔본부가 있는 레이크 석세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영신(任永信)에 대하여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칭찬함으로써 조각작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추측을 빚어냈다.
일부 신문에는 임영신이 이승만이 출마했던 동대문 갑구의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곧 귀국한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로 임영신이 당수로 있는 여자국민당은 7월 23일에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임영신을 동대문 갑구의 보궐선거에 출마시키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47)
共産黨에 대한 으름장 빼놓지 않아
이승만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으름장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북 동포중 공산주의자들에게 권고하노니, 우리 조국을 남의 나라에 부속하자는 불충한 사상을 가지고 공산당을 빙자하야 국권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우리 전민족이 원수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나니, 남의 선동을 받아 제 나라를 결딴내고 남의 도움을 받으려는 반역의 행동을 버리고 남북의 정신통일로 우리 강토를 회복해서 조상의 유업을 완전히 보호하여 가지고 우리끼리 합하여 공산이나 무엇이나 민의를 따라 행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기왕에도 누누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공산당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매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이므로, 이북의 공산주의자들은 이것을 절실히 깨닫고 일제히 회심개과(悔心改過)해서 우리와 같이 같은 보조를 취하여 하루바삐 평화적으로 남북을 통일해서 정치와 경제상 모든 복리를 다같이 누리게 하기를 바라며 부탁합니다.
만일에 시종 깨닫지 못하고 분열을 주장해서 남의 괴뢰가 되기를 감심할진대 종차는 천의와 인심이 결코 방임치 않을 것입니다.”
이승만은 이렇게 국가보안법 제정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승만은 대외정책의 기본방침을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대외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와 친선해서 평화를 증진하며 외교통상에 균평한 이익을 같이 누리기를 절대 도모할 것입니다. 교제상 만일 친소(親疎)에 구별이 있다면 이 구별은 우리가 시작하는 것이 아니요 타동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나라이든지 우리에게 친선히 한 나라는 우리가 친선히 대우할 것이요 친선치 않게 우리를 대우하는 나라는 우리도 친선히 대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 40년간에 우리가 국제상 상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은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일인들의 선전만을 듣고 우리를 판단해 왔었지만 지금부터는 우리 우방들의 도움으로 우리가 우리 자리를 찾게 되었은즉 우리가 우리말도 할 수 있고 우리일도 할 수 있나니, 세계 모든 나라들은 남의 말을 들어 우리를 판단하지 말고 우리 하는 일을 보아서 우리의 가치를 우리의 중량 대로만 정해 주는 것을 우리가 요청하는 바이니, 우리 정부와 민중은 외국의 선전을 중요히 여겨서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각국 남녀에게 우리의 실정을 알려주어서 피차의 양해를 얻어야 정의(情誼)가 상통하여 교제가 친밀할 것이니, 이것이 우리의 복리만 구함이 아니요 세계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입니다.”
이승만은 끝으로 새나라를 건설하는 데는 새백성이 아니고는 될 수 없다는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새나라를 건설하는 데는 새로운 헌법과 새로운 정부가 다 필요하지만 새백성이 아니고는 결코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부패한 백성으로 신성한 국가를 이루지 못하나니, 이런 민족이 날로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행동으로 구습을 버리고 새길을 찾아서 날로 분발 전진하여야 지나간 40년 동안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회복해서 세계문명국에 경쟁할 것이니, 나의 사랑하는 삼천만 남녀는 이날부터 더욱 분투용진해서 날로 새로운 백성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국가를 만년 반석위에 세우기로 결심합시다.”48)
就任式날 오후부터 집무 시작해
이승만은 취임식이 거행된 바로 그날 오후부터 집무를 시작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중앙청 3층의 200호실로 정해졌다. 부통령실은 미군정장관실로 결정되었다.
이승만이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안건은 「대한민국정부와 미국정부 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안이었다. 그것은 1945년 12월부터 미군정부가 접수하여 관리해 오던 귀속재산〔구 일본정부 및 일본인 소유의 재산〕의 소유권을 한국정부에 이양하는 중요한 협정이었다. 이승만은 이 협정문을 같이 검토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의 최순주(崔淳周)와 백두진(白斗鎭), 식산은행의 장봉호(張鳳鎬) 세 사람을 오후 2시까지 대통령 집무실로 오라고 불렀다. 최순주는 미국 유학생으로서 아는 사이였으나 다른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
네 사람은 회의용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국문과 영문으로 된 전문 14조의 협정문과 보충협정이 있고 부속문서도 있어서 상당한 분량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그 중요한 문서를 즉석에서 검토하기란 세 은행가의 능력에는 부치는 일이었다. 장봉호가 이승만에게 이 문서를 빌려주시면 가지고 돌아가서 잘 연구하여 내일 의견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이 문서는 외부에 내보낼 수 없다면서 이 자리에서 몇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잘 보고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세 사람은 세 시간이나 진땀을 뺐다.
백두진이 한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협정문 제9조에 미국무부 해외물자청산위원회(Office of Foreign Liquidation Commissioner)로부터 공여된 물자대금에서 미국정부가 한국 내에서 필요한 토지 및 건물의 매수 가격을 뺀 금액에 대하여 1년에 2%의 이자를 붙여 원(圓)화로 변제하기로 되어 있는 조항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의하여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그 조항은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협정안은 아마도 7월 21일 오후에 이화장을 방문한 하지의 경제고문 번스가 가져온 것인 듯한데, 그랬다면 이승만은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 협정안을 직접 검토한 것이 틀림없었다.
별로 긴 토론은 없었고, 세 은행가는 이 짧은 시간에 저희들이 무슨 책임있는 말을 하기에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물러났다.49)
이승만은 이때부터 재임기간 내내 예산이나 경제정책, 특히 달러의 운용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꼼꼼히 챙겼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밝았다.50)⊙
1) 《朝鮮日報》1948년 6월2일자, <兩金氏昨日會談> ;《서울신문》1948년 6월2일자, <“行統”機構擴張, 兩金氏參席下具體化>.
2) 《朝鮮日報》1948년 6월6일자, <統一運動具體案完成>. 3) <統一獨立機構强化에 對한 兩金先生共同聲明>, 嚴恒燮編,《金九主席最近言論集》, 三一出版社, 1948, pp.45 ~46. 4) 《東亞日報》1948년 6월12일자, <兩金氏等會合>. 5) 《朝鮮日報》1948년 6월13일자, <兩主權은 拒絶>. 6) 《서울신문》1948년 6월16일자, <陣營의 再編成>. 7) 《朝鮮日報》1948년 6월18일자, <全政會議召集案上程>.
8) 《東亞日報》1948년 6월19일자, <協商派共黨과 合作>. 9) 《서울신문》1948년 6월26일자, <統協會議는 無期延期>. 10) 《京鄕新聞》1948년 6월26일자, <「統獨」의 意見不合致로 兩金氏와 柳氏態度注目>. 11) 《京鄕新聞》1948년 6월26일자, <兩金氏靜養旅行> ; 선우진 지음, 최기영 엮음,《백범선생과 함께한 나날들》, 푸른역사, 2009, p.206. 12) 《朝鮮日報》1948년 6월25일자, <祖國危機打開策, 統一政府樹立에 있다>. 13) 宋南憲 證言. 14) 선우진 지음, 최기영 엮음, 앞의 책, pp.206~207 ;《朝鮮日報》1948년 6월29일자, <旅行中의 兩金氏 26日歸京>.
15) 《朝鮮日報》1948년 7월10일자, <“統協”案은 抛棄하고 統一獨立促進會로>. 16)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 선인, 2010, pp.338~339 ; 宋南憲,《解放三年史 1945-1948(Ⅱ)》, 까치, 1985, p.565. 17)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 위의 책, pp.340~344.
18) 김학준,《북한의 역사 제2권 1946년1월~1948년9월》,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p.1007. 19) 國史編纂委員會 編,《北韓關係史料集 (32)》, 1999, pp.77~78. 20) 김학준, 앞의 책, p.1009. 21)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 앞의 책, p.344. 22) 김학준, 앞의 책, p.1011. 23) 서중석,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4,pp.102~103. 24) 주22)와 같음. 25)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7.2), 나모커뮤니케이션, 2007, p.200.
26) 도진순,《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p.301. 27)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7.2, 7.5), p.201. 28) 도진순, 앞의 책, pp.306~307. 29) 《京鄕新聞》1948년 7월10일자, <贊託에 署名한 兩金氏, 統協領導權 없다>. 30) 《朝鮮日報》1948년 7월11일자, <二次南北會談, 北朝鮮에서 提案>. 31) 《朝鮮日報》1948년 7월13일자, <南北指導者會議, 六月二十九日부터 一週日間開催>.
32) 《朝鮮日報》는 약 2시간반 동안 회담했다고 보도했다.《朝鮮日報》1948년 7월13일자, <劉中國公使, 金九氏要談>.
33) 《京鄕新聞》1948년 7월20일자, <本然의 姿態로 도라간 兩金氏> ;《朝鮮日報》1948년 7월20일자, <統一路線堅持>. 34) 《京鄕新聞》1948년 7월21일자, <社說: 兩金氏聲名의 意義重大>. 35) 《京鄕新聞》1948년 7월20일자, <政府樹立에 出馬說否定>. 36) 《東亞日報》1948년 7월20일자, <八·一五까지는 行政移讓>.
37) 《朝鮮日報》1948년 7월20일자, <注目되는 今日正副大統領選擧>. 38) 《서울신문》1948년 7월21일자, <大統領에 李博士>.
39) 《東亞日報》1948년 7월21일자. <一週日內에 組閣>. 40) 《京鄕新聞》1948년 7월21일자. <副統領에 李始榮氏>. 41) 《東亞日報》1948년 7월22일자. <오락가락하는 사람들 善導>. 42) 《東亞日報》1948년 7월21일자, <社說: 初代大統領李承晩博士>. 43) 《朝鮮日報》1948년 7월21일자, <社說: 初代大統領에 李博士>. 44) 《東亞日報》1948년 7월22일자, <「內閣의 産室」 梨花莊> ;《朝鮮日報》1948년 7월22일자, <梨花莊에 組閣本部>.
45) 《서울신문》1948년 7월22일자, <“統一獨立만이 우리의 活路”>.
46) 《서울신문》1948년 7월23일자, <總理發表하면 놀랠 사람>.
47) 《朝鮮日報》1948년 7월25일자, <任女史近近歸國>.
48) 《東亞日報》1948년 7월25일자, <祖國을 萬年磐石에>. 49) 白斗鎭,《白斗鎭回顧錄》, 大韓公論社, 1975, pp.80~81. 50) 전 총무처장 韓東錫 證言.
김구와 김규식은 전국정치회의의 추진기구로 4월에 결성한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統一獨立運動者協議會)를 확대 개편하고자 했으나 이 기구 결성을 주동했던 유림(柳林)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북한도 정부를 수립하기로 하고 6월 26일부터 7월 5일까지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평양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김구와 김규식을 비롯한 제1차 협의회에 참석했던 많은 남쪽 인사들은 불참했다. 이때부터 북한과 두 김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7월 20일에는 국회에서 정·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이승만은 참석의원 196명 가운데 180표의 압도적 다수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부통령에는 이시영(李始榮)이 당선되었다. 대통령 취임식은 7월 24일에 중앙청 광장에서 거행되었다. 이승만은 취임사에서 “좋은 시계 속처럼 돌아가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북협상파들은 7월 21일에 김구를 주석으로, 김규식을 부주석으로 하는 통일독립촉진회(統一獨立促進會)를 새로 결성했다.
1. 제2차 南北指導者協議會를 거부하고
1948년 4월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협상에 다녀온 이후 총선거 정국을 지켜보면서 정중동의 태도를 보이고 있던 김구는 제헌국회의 개원과 때를 같이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그것은 4월 30일의 남북지도자 연석회의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전국정치회의를 소집하기 위하여 한국독립당과 민족자주연맹의 행동통일기구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김구는 5월 28일에 한국독립당 상무위원회를 열고 6월 1일에 열리는 민족자주연맹과의 회담에 참석할 대표로 자신을 비롯한 엄항섭(嚴恒燮), 조시원(趙時元), 김의한(金毅漢), 유동붕(柳東鵬) 5명을 선정했다. 민족자주연맹쪽에서도 김규식(金奎植)을 비롯하여 유석현(劉錫鉉), 원세훈(元世勳), 김붕준(金朋濬), 배성룡(裵成龍)을 대표로 선정했다.
統一獨立運動者協議會를 확대 강화하기로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제1차 회의는 6월 1일 오후에 경교장에서 열렸다. 남북협상을 실현시키는 데 노고가 많았던 민족자주연맹의 권태양(權泰陽)도 옵서버로 참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회의에 한독당의 핵심 간부들인 조소앙(趙素昻), 조완구(趙琬九), 조경한(趙擎韓) 등이 빠진 것은 남북협상을 계기로 당내 분열이 심상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오후 2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다섯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행동통일기구의 설치문제와 관련하여 4월 3일에 결성한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확대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구를 창설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1)
6월 3일에 경교장에서 열린 제2차 회의에는 한독당에서 김학규(金學奎), 민족자주연맹에서 여운홍(呂運弘)이 추가로 출석했다. 이날 회의는 대책위원 6명을 선정하여 이들에게 협의를 위임했다. 대책위원들의 회의는 6월 4일에 열렸다. 민족자주연맹쪽에서 양 김을 중심으로 단일당을 결성하자는 제의도 있었으나, 결국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거나 같은 협의체 기구로 추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2)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김구와 김규식은 6월 7일에 다음과 같이 단결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통일이 없이는 독립이 있을 수 없고 독립이 없이는 우리는 살 수 없다.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려면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민족단결뿐이다. 그러나 현시에 우리 조국이 미-소 양국에 분단 점령을 당하고 있는 이상 국제협조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제협조에 노력하였고 앞으로 이 노력을 계속할 결심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얻은 교훈에 의하여 국제협조의 노력도 공고한 민족단결이 있은 뒤에야 주효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인식하였다.”
이처럼 민족단결을 강조한 성명서는 남북협상의 성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자평했다.
“국제 제약하의 난사업인 남북협상 공작이 단번에 만족할 성과를 거두리라고 당초부터 믿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나, 외력 없이 우리의 손으로 평화스러운 자주민족통일적 조국건설공작이 제일보를 내디디었던 것은 우리 전도에 새로운 희망을 부여한 것이다.”
성명서는 그러면서 현 단계의 조국 실정은 “우리의 통일공작이 모든 애국동포의 열렬한 지지하에 추진되는 반면에 반통일, 남북분단공작이 추진되고 있다”고 규정하고, 앞으로의 과제로 (1) 통일독립운동을 목적한 기구를 강화 확대할 것, (2) 상술한 기구를 통하여 통일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을 일반국민에게 철저히 침투시킬 것, (3) 조국의 재건과 민족의 복리는 평화로운 건설에서만 성공될 것이므로 야만적 파괴와 테러와 잔인한 동족살해를 배격할 것, (4) 우리의 통일운동을 강화, 확대함으로써 우리의 일치한 사상을 국제여론에 반영시킬 것을 제시했다.3)
韓獨黨은 5·10선거에 참가한 당원은 제명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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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金九)와 김규식(金奎植)을 공산당(共産黨)의 ‘제5열’이라고 비판한 유림(柳林). |
“남부에서나 북부에서나를 막론하고 단독적으로 정부형태를 취하여 1국내에 양국 주권을 수립하려는 기도에 대하여서는 이를 철저히 거절하는 바이다. 이 같은 본당의 주장은 이번 남북회담을 통하여 더욱이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이번 선거에 참가한 본당원에 대하여는 본당으로서 이미 엄중한 처분을 하였고 또 그들 자신도 즉시로 본당과 관계를 탈리(脫離)하였다.”5)
제헌국회의 헌법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두 김을 비롯한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대표 12명은 6월 15일 오후에 경교장에서 제5차 연석회의를 열고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개편 확충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하고 작업을 서둘렀다.6) 그리하여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중앙협의회는 6월 17일에 간부회의를 열고 (1) 협의회의 조직강화와 기구개혁 및 공작추진에 관한 건, (2) 전국정치회의 소집에 관한 건, (3) 유엔총회에 대표파견에 관한 건 등을 안건으로 하여 전체회의를 6월 27일에 소집하기로 결의했다.7)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무정부주의자 그룹을 대표한 중경임시정부 국무위원이었고, 귀국한 뒤에는 조소앙에 이어 국민의회 의장으로 활동했으며,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창설에 주동적 역할을 했던 독립노농당(獨立勞農黨) 당수 유림(柳林)에 의하여 제동이 걸렸다. 이때의 상황을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방금 국회에서는 조속히 중앙정부를 수립하고 가을에 파리에서 개최될 유엔총회에서 우리 정부의 정식 승인을 획득하려고 만방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이때에 좌익계열은 물론 김구씨와 김규식씨를 비롯한 반정부파에서도 유엔총회에 그들의 대표를 파견하여 현 국회에서 수립될 정부는 타당치 못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운동이 최근에 이르러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은 김구, 김규식씨를 비롯한 중간파 인사들이 과반 평양회의에서 귀경한 이래 통일추진 문제를 다각적으로 강구하여 왔으나 단시일에 그 성공은 불가능하며 근근 신생정부가 탄생케 됨에 따라 반정부태도로 최후적 투쟁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동 공작은 단순히 중간파만의 단독적 행동이 아니라 남북공산파와의 연락하에 진행되고 있다 한다.
한편 과반 독립노농당에서는 남북협상파들은 공산당 제5열에 등록하였다고 비난하고 협상추진파와 일체 관계를 끊었거니와 근로대중당에서도 협상추진파와 반대파가 대립되어 지난 14일 민독당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던 중간정당 단체회합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8)
南北협상파는 ‘共産黨 제5열’이라고 柳林이 비판
유림은 남북협상에 참가했던 두 김이 서울에 돌아온 다음 남북협상에 참가했던 인사들에 대하여 “공산당 제5열” 운운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는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연석회의에도 참석을 거부하고 국민의회 의장도 사퇴하는 등으로 두 김의 노선과 배치되는 태도를 취해 왔다. 6월 27일의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대회개최에 관한 세칙협의를 위해 24일에 모인 진헌식(陳憲植), 조시원, 김붕준, 여운홍, 유림의 5자 회합에서 유림은 “양 김씨를 비롯한 남북협상파를 주동으로 하는 ‘통협’에는 독립노농당 계열은 참가하지 않는다”면서 두 김의 주석 및 부주석 추대를 반대했다.9)
유림쪽의 주장은 “양 김씨는 평양회의에서 신탁통치를 지지하였으니, 그러한 사람들이 협의회의 헤게모니를 잡는다면 우리는 그러한 사람과 같이 일하기 어렵다. 그리고 양 김씨쪽에서는 협의회를 전국정치회의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려고 하나 협의회의 근본이념은 혁명세력의 재정비에 있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두 김쪽의 반론은 “자당 세력의 신장을 위하여 민족통일의 대의에 위반함은 독립노선에서의 이탈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류가 존재할 것을 미리 예측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그 포섭에 끝까지 노력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엄중한 사선〔篩選: 체로 거름〕을 기다려 공고한 단결로써 이를 전국정치회의 소집, 유엔에의 대표파견을 목표로 배전의 노력과 매진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10)
그러나 이때는 이미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북한정권 수립을 위한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의 소집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으므로 4월의 남북협상 때에 결의한 전국정치회의 소집문제는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륵사를 둘러보고 뱃놀이하며 대책 숙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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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6월 25일에 신륵사(新勒寺)를 둘러보고 기념촬영한 김구(金九)와 김규식(金奎植). |
김구는 6월 24일에 김규식과 함께 경기도 여주로 나들이를 했다. 두 사람은 흰 모시두루마기 차림이었다. 그곳에서 신륵사(神勒寺)와 석문사(釋文寺)를 둘러보고 이틀 밤을 묵으면서 두 사람이 흉금을 터놓고 앞으로의 일을 상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수행원도 김구쪽의 엄항섭과 선우진(鮮于鎭), 김규식쪽의 송남헌(宋南憲) 세 사람만 대동했다.11)
여주로 떠나기에 앞서 김구는 기자들을 만났다. 한 기자가 “전번에 인천에서 기자에게 이 박사와 합할 때가 있으리라고 말씀했는데, 그때는 어느 때인가”고 묻자 김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머지않아서 국내외 정세가 더욱 핍절(逼切)히 우리 민족을 통일의 길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그때는 반쪽 정부는 무용하게 될 것이다. 이때야말로 이 박사는 물론이요 전민족이 합하지 아니하면 안될 것이다.”12)
이처럼 이 무렵 남북협상파들은 이승만이 주도하는 남한 단독정부는 일시적인 정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13)
일행은 6월 25일에 신륵사를 구경하고 한강 상류에서 뱃놀이도 했다. 점심때가 되어 배를 강가에 댄 뒤 동네에서 개를 잡아 개장국을 먹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개장국을 먹지 않고 대신에 닭을 먹었다. 일행은 예정대로 6월 26일에 서울로 돌아왔다.14)
두 김은 여주에 머물면서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대표회의를 소집하는 대신에 새로운 기구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리하여 7월 8일에 열린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연석회의에서는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 대표회의 소집을 중지하고 새로운 통일기구로 통일독립촉진회(통촉)를 결성하기로 결정했다. 발기준비위원으로는 김붕준, 여운홍, 엄항섭, 이두산(李斗山), 조헌식(趙憲植), 배성룡을 선출하고 임시사무소는 민족자주연맹 본부에 설치했다.15)
“平壤에서 제2차 南北指導者協議會 열자”
김구와 김규식의 이러한 뜨악한 행보는 실은 6월 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조선 제정당사회단체 지도자협의회(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와 무관하지 않았다. 5월 31일에 제헌국회가 개원되자 북조선로동당은 6월 2일에 정치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남로당 정치위원들도 참석하여 연합회의의 성격을 띠었다. 회의에서는 남한에서 단독정부가 수립되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4월 말에 북조선인민회의 특별회의가 통과시킨 헌법초안 수정안에 근거하여 남북한 전체의 통일적인 최고 입법기관을 건설하기 위한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북조선민주주의 민족통일전선도 이튿날 확대중앙위원회를 열고 총선거 실행을 위한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다. 이 확대중앙위원회에는 이 무렵 평양에 체류하던 남쪽 민족전선 대표들도 참가했다.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에는 김구와 김규식 등 남한의 지도급 인사들의 참석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하여 김일성(金日成)과 김두봉(金枓奉)은 6월 5일에 북로당 대남연락부의 최광호(崔光鎬)와 김광일(金光日)을 남파시켜 두 사람 명의의 초청장을 남쪽 인사들에게 전달하게 했다. 초청장은 서울에서 활동하던 북한공작원 성시백(成始伯)을 통하여 김구와 김규식 및 조소앙과 유교계의 대표 김창숙(金昌淑), 사회민주당의 여운홍, 독립노농당의 유림, 근로인민당의 장건상(張建相) 등에게 전달되었다. 김구와 김규식에게 보낸 편지는 “해주에서 급속한 회담을 가지고자 하니 해주까지 월북할 것을 요망한다”는 내용이다.
洪命憙를 서울로 보내 협의하게 하라고 회답
이에 대해 김구와 김규식은 “현재의 여건이 4월달 입북 때와는 변화가 많고 서신만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으니 홍명희(洪命憙)로 하여금 남하케 하여 그 편에 요건을 상의하기를 요망한다”는 회답을 했다.16)
김구와 김규식의 회신은 1주일 뒤에 평양에 도착했다. 두 사람의 회신을 놓고 북한인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홍명희는 서울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밝혔고, 남로당 지도부도 홍명희를 서울에 파견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명희를 남쪽인사들의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로당 지도부는 그의 안전을 우려하여 반대했다.
홍명희를 서울로 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북로당 지도부는 6월 20일에 다시 김일성과 김두봉 명의의 편지를 밀사를 통하여 김구와 김규식에게 보냈다. “정세가 4월과 달리 급변했다. 변화된 정세는 남북의 제정당사회단체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투쟁을 요구한다. 남북의 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를 다시 열어 통일적 입법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통일선거를 실시하는 문제를 토의하고자 한다. 협의회의 토의를 거쳐 통일선거를 실시하여 정부를 수립하고자 하니 두분 선생께서도 이에 적극 호응해 주기를 요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김구와 김규식은 북쪽의 밀사편에 답신을 보냈다. 답신 내용은 “국토 양단과 민족분열을 막자고 4월에 평양회담을 가졌고, 그 회담에서 앞으로도 계속 통일을 모색하자고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이남에서 단정이 수립되니 이북에서도 단정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민족분열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책망이었다.17)
兩金 참석 포기하고 회의 열어
김구와 김규식의 회신을 받은 북로당 지도부는 두 사람이 불참하더라도 제2차 지도자협의회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김구와 김규식뿐만 아니라 여운홍, 장건상, 유림, 김창숙 등 남쪽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의 회의참가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회의는 예정대로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성시백을 통하여 북로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던 안우생(安偶生), 박건웅(朴建雄), 권태양 등 김구와 김규식의 몇몇 측근들은 제2차 지도자협의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38선을 넘어 6월 27일께 평양에 도착했다.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1주일 동안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지도자협의회에는 북한의 모든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 4월의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다가 평양에 잔류한 이남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 및 비밀리에 38선을 넘은 일부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회의 장소로 처음에는 남쪽에서 참석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해주로 예정했으나 남쪽 참석자 수가 적을 것이 확실하자 평양으로 바꾸었다.
제2차 지도자협의회의 주제는 “남조선 단독선거 실시와 관련하여 우리 조국에 조성된 정치정세와 조국통일을 위한 장래 투쟁대책에 관한 문제”였다.18)
金日成, 朴憲永, 洪命憙, 李英이 보고연설
6월 29일의 첫날 회의에서는 북조선민족전선을 대표하여 김일성이 “남조선 단독선거와 관련하여 우리 조국에 조성된 정치정세와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대책에 관한 보고”라는 연설을 했다. 김일성은 이 연설에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실시할 강력한 정치경제적 토대인 북조선 인민정권과 위대한 민주개혁들을 가지고 있으며 인민정권하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직접 체험하고 정권을 직접 운영하고 민주개혁의 혜택과 승리를 직접 조직하고 체험한 그 인민들에게서 이 권리를 빼앗아낼 어떠한 힘이든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리는 조국의 통일과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는 우리의 편에 있습니다”19) 하고 역설했다.
김일성에 이어 남조선 민족전선을 대표하여 박헌영이 “남조선에서 진행된 단선과 관련하여 조성된 남조선 정치정세와 통일조선을 위한 투쟁정책에 관한 보고”라는 연설을 했다. 홍명희는 민주독립당을 대표하여, 이영(李英)은 근로인민당을 대표하여 어슷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20)
2일째 회의와 3일째 회의는 토론에 할애되었으나 토론과정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독당과 민족자주연맹의 참석자들은 “왜 홍명희를 서울로 보내어 김구와 김규식 두 지도자가 지도자협의회에 참가하도록 설득하지 않았는가”, “홍명희가 김구와 김규식을 만났더라면 두분 선생이 지도자협의회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인민공화국 수립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지는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로당 관계자들은 홍명희의 안전뿐만 아니라 그가 지도자협의회를 준비하는 남쪽 중간파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평양을 비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21)
最高人民會議 구성하여 朝鮮中央政府 수립하겠다고
마지막 날인 7월 5일 회의는 “조선의 통일을 위하여 투쟁하는 남북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 결정서는 (1) 남조선의 국회와 그것을 토대로 조직될 정부를 모두 “반인민적 반민주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특히 정부를 미제의 ‘괴뢰’로 간주한다는 것, (2) 곧 남북에서 선거를 실시하여 “조선최고인민회의를 창설하고, 남북조선대표자들로써 조선중앙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는 것, (3) “조선최고인민회의와 조선중앙정부는 조선으로부터 외국군대를 즉시 동시에 철거하도록 할 것”이라는 것 등을 선언했다.22) 이 결정서에서 제시된 통일방안은 4월 30일의 공동성명이 천명한 통일방안과는 차이가 있었다.23)
회의는 이 ‘결정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조선통일을 위하여 투쟁하는 남조선제정당사회단체 지도자들 간에 협약된 조선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절차에 관한 협정”을 채택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1) 대의원의 선거는 남과 북이 같이 인구비례의 원칙에 따라 실시하되 인구 5만명에 대해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고, (2) 남조선의 경우에는 도(시)별로 선거를 실시하여 뽑은 대표들로써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를 열고 거기서 대의원을 선출한다는 것이었다.24)
슈티코프가 레베데프에게 회의진행 지시해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도 4월의 남북지도자 때와 마찬가지로 슈티코프(Terentii F. Stykov)와 레베데프(Nikolai G. Lebedev)에 의해서 주도되었던 것은 《레베데프 일기》의 기록으로도 확연하다. 슈티코프는 7월 2일에 레베데프에게 (1)정치정세에 대한 결정서와 (2)선거 실시 절차에 대한 합의서의 내용뿐만 아니라 (3)제2차 지도자협의회에 대한 보도자료 문제까지 지시하고 있다.25) 이때의 《레베데프 일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의 하나는 김규식이 6월에 북한 당국에 편지를 보내어 남한에서 실시된 총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남한 국회에도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는 사실이다. 김규식은 6월 23일에 북한으로 보낸 편지에서 김구와 자신이 해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이승만과 대한민국 국회 및 유엔위원단 등과 협의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4김회담을 열 것과 북한에서 100명의 대표를 남한으로 보내어 통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6) 북한은 김규식의 편지에 대한 항의편지를 작성하여 김규식에게 발송했는데, 그 편지는 박헌영이 작성한 것이었다고 《레베데프 일기》는 써 놓았다. 그리고 김규식에게 보낸 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27)
지도자협의회가 끝나고 7월 7일에는 남한 대표들만 따로 모여 남조선대의원선거 지도위원회(위원장 박헌영, 부위원장 홍명희와 이영)와 그 산하에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 선거실무진행분과위원회(대표 이승엽)와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 소집사무진행분과위원회(대표 김원봉)의 두 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7월 14일까지 도(시)선거위원회와 군(구)선거위원회를 조직하고 입후보자 등록을 받았다. 그리하여 7월 15일부터 남한 전역은 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할 대의원 선거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서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남한 전역은 지하선거와 검거가 되풀이하는 혼란을 겪었다.28)
“兩金氏는 北에 가서 託治贊成한 책임져야”
유림은 7월 8일에 두 김을 맹렬히 비난하는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는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기함’이라는 강령 아래 모인 협의기구이므로 주권국가가 아닌 헌법을 준비하여 인민공화국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여 신탁통치 반대자들을 반동으로 규정하고 삼상결정 옹호를 호소한 사람들이 전권(專權)으로 이 기구를 지배한다면 협의회는 통일탁치운동협의회로 변질될 것이다. 개인본위로 조직하면 하나의 당파는 될지언정 이념을 달리하는 집단들의 합작기구는 아니 될 것이며, 민주주의 요소보다 전체주의 경향이 농후하게 될 것이다. 나는 자주와 민주를 조건으로 하는 통일운동자이므로 신탁통치와 독재를 주장하는 공산당 영역의 확대를 환영할 의무가 없으며, 협의회를 변질시키거나 파괴하려는 의도를 달게 받아들일 자유가 없다. 민족자주연맹이 삼상결정을 거부한다고 선언한 것을 나는 듣지 못했다. 공산당이 새삼스레 삼상결정 옹호를 강조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오는 유엔총회에서 소련이 평양회의의 서명자명단을 들고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가 담보할 수 있겠는가. …”
성명서는 김구와 김규식이 공산당을 수단으로 선택하더라도 자기는 최후까지 항쟁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가 죽든지 살든지 통일운동을 해야 할 것이나 무원칙한 행동은 혼란과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신탁통치를 반대하여 오던 사람들이 평양에 가서 신탁통치에 서명한 책임을 양 김씨가 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이 민족 지도자이며 이번에 남조선을 대표한 자이며 서명자들을 감독할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양 김씨가 그것을 원했다고 믿고 싶지 않으나 객관적으로 신탁통치 주장자의 승리를 조장하였으니, 그들이 대내 대외로 적당한 태도표시가 있기 전에는 통일독립운동자협의회를 그들의 수중에 바치기를 원치 않는다. 보살은 아귀를 구하기 위하여 지옥에 들어갈 수 있으나 범부 중생은 보살을 따라 지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양 김씨는 공산당을 수단으로 선택하여 포용할지라도 나는 무명 소졸이라 부지중에 공산당 5열에 징용되지 않도록 부단히 경각심을 가지고 싶다.”
그러면서 유림은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못 박았다.
“나는 통일운동을 통하여 사세(私勢)를 확충하려는 심사도 없고 허구선전으로 모략중상하려는 모든 파렴치한 행위를 개의치 아니하나,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최후까지 항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모든 것은 동포들의 혁명도의와 애국양심의 판단에 맡긴다.”29)
劉馭萬 중국공사에게 속내 털어놓아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 뉴스가 남한에 알려진 것은 7월 10일에 있었던 김구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그나마 북쪽의 제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자신이 홍명희를 연락위원으로 서울로 보내라는 회답을 며칠 전에 보냈다는 간단한 언급이었다.30) 그제서야 북한방송도 회의경과를 자세히 보도했다.31)
김구는 한없는 분노와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이제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때의 그의 심경은 7월 11일 오전에 경교장을 방문한 유엔위원단 의장인 중국대표 유어만(劉馭萬) 공사와 나눈 대화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면담은 11시부터 1시간 이상 계속되었다.32)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유어만은 먼저 김구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존경해 왔다고 말하고, 오늘은 정직한 사람과 정직한 사람 사이의 대화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구는 고개만 끄덕였다.
유어만은 장개석(蔣介石)의 비서로서 임시정부를 도왔던 오철성(吳?城)이 김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사관에 보관하고 있고 왕세걸(王世杰) 외교부장도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개석도 김구에게 직접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외교부장이 오늘의 면담에 대한 자기의 보고를 받고 나서 쓰도록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어만은 “저는 세 통의 편지가 같은 메시지를 선생께 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생께서 이 박사와 협력하시도록 당부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유어만은 이승만, 김구, 김규식 세 사람이 협력하여 남한정부를 수호하는 데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共産主義 신봉할 생각이라면 그렇다고 말해 달라”
유어만은 김구의 아들 김신(金信)과는 친구라면서 자기 말이 듣기 거북하더라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만 만약 선생께서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가담하실 생각이라면 그렇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우리는 정적으로서 헤어지고 다시는 서로 만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자 김구는 엄숙한 표정으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나는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요. 사실은 내가 마음먹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측근한테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서 지금 공사에게 털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로만 말씀드리지요. 머지않아 모든 것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공사를 포함하여 친구들이 좋아하든 않든. 기다려 주겠지요?”
유어만은 말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 도움이 될 만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이 박사에게 선생과의 협조 가능성을 타진할 때마다 그분의 한결같은 대답은 ‘만일 그가 나와 함께 일할 생각이 있다면 나는 절반 이상 양보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이 박사께서 선생에게 부통령직을 제의하실 생각이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물러 나오곤 했습니다.”
유어만은 자기가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김구로서는 못마땅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새로 수립되는 정부에서 그런 자리를 맡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익진영의 단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어만은 또 김구가 평양에 다녀온 것은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나를 자기네의 협력자로 봐요. 내가 영사에게 이야기했듯이 모든 사람들이 내 입장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남한정부에 참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사도 알다시피 이 박사는 한민당의 포로가 되어, 말하자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내가 만약 정부에 들어가면 피할 수 없는 갈등이 벌어져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내가 바깥에 있는 것이 나아요. 나는 더러운 정치싸움에 말려들기 싫습니다.”
이 말을 받아 유어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오히려 바깥에 계시는 것보다는 정부에 들어가셔야 할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박사는 선생의 오랜 동지인 신익희(申翼熙), 이범석(李範奭), 이청천(李靑天)씨 같은 분들을 휘하에 두고 있습니다. 선생께서 참여하셔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지 않으시면 모든 것이 한민당 뜻대로 되고 말 것입니다. 이 박사가 국익을 위하여 그렇게 하고 싶어도 혼자서 그 정당을 제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선생께서 정부에 들어가셔서 그들을 견제하면 이 박사에게 힘이 될 것이고 만약 포기하신다면 한민당이 이 박사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인데, 선생께서도 한민당이 국가의 운명을 견제 없이 전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中國과 美國만이 한국을 도울 수 있다고
김구는 정치싸움 등 이미 한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구나 나는 한 특정 정당의 비방 캠페인에 의하여 반미주의자로 알려졌어요. 나는 중국과 미국만이 한국을 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이웃나라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요. 우리의 국가건설을 위해서는 미국의 원조가 필요한데, 내가 정부안에 있으면 미국인들의 동정심에 찬물을 끼얹어 국가이익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유어만은 이승만도 한때 반미주의자로 비난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김구의 말을 부정했다.
김구는 이어 중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한국정부 승인 전망에 대하여 유어만의 견해를 묻고 나서 매우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내가 남북한지도자회의에 갔던 동기의 하나는 북한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비록 공산주의자들이 앞으로 3년 동안 북한군의 확장을 중지하고, 그동안 남한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공산군의 현재 수준에 대응할 만한 병력을 건설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소련인들은 비난을 받지 않고 아주 손쉽게 그 병력을 남한으로 투입시키고 한순간에 여기에서 정부가 수립되고 인민공화국이 선포될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미-소 양 주둔군이 철수하더라도 내전은 있을 수 없다고 장담한 4월 30일의 공동성명 내용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었다. 김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유어만은 소련인들이 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그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영문으로 작성된 위의 대화록은 이화장의 이승만문서에 들어 있는데, 그것은 유어만이 작성하여 이승만에게 전달한 것이 틀림없다.
제2차 指導者協議會 비판하는 共同聲明 발표
김구와 김규식은 마침내 7월 19일에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구가 유어만 공사에게 마음먹고 있는 것이 있다면서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이 공동성명이었다.
“통일이 없으면 독립이 없고 독립이 없으면 우리가 멸망한다는 것은 천경지위〔天經地緯: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진리나 법칙〕이다. 우리가 지난 11월에 유엔의 한국문제에 대한 결의를 지지한 것도 우리 조국의 통일독립을 전제로 한 까닭이요 그 내용이 우리에게 만족하여 지지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련이 북한에 입경을 거절한 이유로 금년 2월 26일의 유엔소총회 결의는 우리 조국 분열을 내포한 결의이므로 우리가 남북협상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로 미-소 양군 철퇴후 남북협상에 참가하였던 정당 사회단체의 주동으로서 전국정치회의를 소집하야 자주민주의 통일적 임시정부를 수립하기로 굳게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신문보도에 의하면 평양에서 소위 제2차 남북협상을 행하였다 한다. 이것을 보는 우리는 괴이치 아니할 수 없다. 그 회의가 일방의 독단일 뿐 아니라 그 참가단체로 보더라도 제1차 협상에 남한을 대표하여 참가한 정당 사회단체 41개에 비하여 과연 요요무문〔寥寥無聞: 남에게 알려짐이 없음〕이었다. 그래도 이것이 민의에 의한 통일이라 주장하면서 인민회의라는 것을 통하여 그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헌법에 의하여 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국기까지 바꾸었다. 물론 시기와 지역과 수단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지언정 반조각 국토 위에 국가를 세우려는 의도는 일반인 것이다. 이로부터 남한과 북한은 상호 경쟁적으로 국토를 분열하여 동족상잔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진정한 애국동포들과 더불어 민주적 자주통일의 국가를 건립하려는 그 노선을 더욱 굳게 지키며 최후까지 노력할 것을 천하에 정중하게 성명한다.
끝으로 북한에 대하여 희망하는 것은 그들이 … 이번의 과오를 시정하고 남북협상의 결과로 발표된 4월 30일 공동성명에 제정(提定)된 대로 실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홍명희 선생이 신속히 귀경하여 최근에 전변된 북조선 정세를 우리에게 알려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33)
이 성명으로 두 김과 북한과의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 《경향신문》은 이 공동성명에 대한 통단 사설을 통하여 “양 거두의 이같은 성명이야말로 정부조직을 앞둔 정계에 일대 충격을 준 것은 물론 양씨에 대한 세간의 시시비비의 비난과 오해를 일소하기에 족하였다”라고 논평했다.34)
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던 날 오전에 김구는 기자들을 만났다.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김구는 “한국의 애국자로서는 이에 대한 의견은 다 같을 것이니 물을 것도 없다”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새로운 정세를 맞아 김구가 정부수립 작업에 참여하는지의 여부는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었다. 그에 대하여 묻자 김구는 “이런 말을 운위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고 일언지하에 부인했다. 그리고 9월에 열릴 파리 유엔총회에 통일독립촉성회의 대표를 파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용의만은 있다”라고 애매하게 대답했다.35) 그만큼 그는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엔총회에 대표를 파견하는 문제에 대하여 김구가 이처럼 무르춤해진 것은 이승만이 7월 12일의 기자회견에서 그것은 “망령에 불과하다”고 드세게 비난한 점도 감안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승만은 남북협상파가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에 대표를 파견한다는 설이 있다면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엔소총회의 결의를 반대하고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를 반대한 그들이 유엔에 대표를 파견한다는 것은 망령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부터의 유엔대표는 우리 정부에서 선출한 대표만이 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어떠한 위대한 인물이나 어떠한 큰 단체라도 우리 대한민국의 대표는 될 수 없는 것이다.”36)
이승만은 두 김이 유엔총회에 대표를 보내어 남한정부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말이 몹시 거슬렸던 것이다.
2.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大統領으로
온 국민의 관심사인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는 7월 20일에 열린 제33차 국회에서 시행되었다.
선거 직전의 국회 내 세 정파의 움직임을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국회 내의 동향 및 항간에 이미 유포되고 있듯이 대통령에는 이승만 박사가 확실시라 하며, 부통령에는 이시영(李始榮), 오세창(吳世昌), 김구(金九)씨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여 국회의 승인을 받을 것이나 물망 중의 인물은 신익희, 김성수(金性洙), 조소앙(趙素昻)씨 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 19일까지의 국회 내 각파의 동향은 다음과 같다.
○ 한국민주당계 = 19일 오전 11시에 중앙청 제1회의실에 독촉국민회 계열을 포함한 약 50명이 회동하고 사전 협의한 바 있으며, 따로 한민당원은 하오 2시에 당회의실에서 회합하고 협의한 결과 대통령에 이승만 박사, 부통령에 이시영씨를 지명 투표하기로 하였다 하며, 국무총리에는 김성수씨를 추천 공작중이라 한다.
○ 무소속구락부 = 17, 18, 19 연 3일간 회합하고 대통령에 이 박사, 부통령에 김구씨를 추대하고 국무총리에는 조소앙씨를 추천하기로 하였다 한다.
○ 독촉국민회계 = 대통령에는 이 박사, 부통령에는 이시영씨를 추대하기로 하였다 하며, 국무총리에는 신익희씨를 추대할 것이라 한다.
이로 보아 대통령에는 이 박사, 부통령에는 이시영씨가 유력시되나 절대 다수표는 독점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일부에서 서재필(徐載弼) 박사, 김구씨 등에게도 분산투표가 예상되는 까닭이라 한다. 그리고 정·부통령 선출 후에는 국무총리 임명이 주목되는 바인데, 국회 내의 3파세력의 각자 추천인물이 미묘한 관계와 그러한 점을 고려하는 이 박사의 태도는 규지할 수 없는바 예측키 곤란하다. 여하간에 국제정세로나 특히 국내정세로 보아서라도 불원간 북조선에서도 정부수립 기도설이 전해지고 있는 이때에 남북통일 자주독립을 지향하여 명실상부히 유능한 인물의 등장이 긴요한 만큼 국회의원의 금일의 투표 여하는 중차대하다 할 것이다. …”37)
180표의 압도적 다수로 大統領에 당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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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大統領) 선거 개표상황판과 이승만(李承晩)의 대통령 당선을 알리는 《조선일보(朝鮮日報)》호외. |
부통령 선거는 오후 2시부터 실시되었다. 부통령 선거에 앞서 이승만은 국회의장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부통령에는 누가 당선되기를 희망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미 이시영으로 낙점해 놓고 있으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나로서는 그것을 결정할 수 없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오세창, 이시영씨가 좋다고 하였는데, 최근에 와서는 조만식(曺晩植)씨 설도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만식씨를 매우 존경한다. 씨는 히틀러 독재하에 있던 전시 독일에서 반히틀러 운동을 한 뉴멜 같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본다. 그러나 씨를 부통령으로 모시는 것은 씨 자신을 위하여 위험천만이라고 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역설하지 못하는 것이며, 만일 실패하는 경우에는 안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러자 기자들은 대통령 선거 때에 김구의 표가 나왔던 사실을 들면서 “부통령에 김구씨가 나오게 되면 합작할 의사가 있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승만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대답을 했다.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김구씨의 태도는 아직 동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의사가 맞는 사람이 일치단결하는 데서 정부가 공고히 되는 것이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서로 의사가 맞지 않으면 정부는 자연적으로 흔들려지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서는 김구씨가 불원간 태도표명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구씨는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미국사람이 우리 정부에 간섭할 것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지금 우리 정부 수립하는 데 미국은 조금도 간섭하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사람이 우리 정부에 간섭한다면 나 자신도 그것을 반대한다.”
이어서 그는 “그렇다면 김구 국무총리설도 낭설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국무총리를 준다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퉁명스럽게 일축했다.39)
制憲國會 안에 金九 지지세력 적지 않아
부통령 투표 때에는 한 의원이 더 출석하여 197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개표결과는 이시영 113표, 김구 65표, 조만식 10표, 오세창 5표, 장택상(張澤相) 3표, 서상일(徐相日) 1표로 최고득점이 출석의원의 3분의 2가 되지 못하여 헌법 규정에 따라 재투표를 실시했다. 재투표 결과 이시영이 20표가 더 늘어난 133표의 최고 득표로 부통령에 당선되었다. 차점인 김구는 62표로 2차 투표에서도 3표밖에 줄지 않았다. 김구의 정부참가 거부에도 불구하고 국회 안에 그의 지지세력이 3분의 1 가까이 있었던 셈이다. 이구수(李龜洙)가 1표, 무효표가 1표였다.40)
이시영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서면 오락가락하는 민족적 정기를 상실한 그릇된 사람들을 선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의미심장한 의견을 피력했다.41)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대표적인 두 신문이 각각 다음과 같이 논평한 것은 우익진영 간의 여론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민당계의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박사의 대통령 당선은 그 인망으로 보거나 국내 정국의 귀추로 보아 당연한 일이며 대외적인 신망으로 보아 국제적으로도 다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도 박사에게 중임이 낙착될 것은 이미 예측한 것 같으며 또 미-소가 세계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정세하에서 박사 이외에 인물이 없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여하간 우리는 우리의 자율적인 의사를 가지고 대통령을 선출하야 정부수립을 앞둔 박사로부터 국민의 공복이 될 것을 우리는 또한 들었다. 대통령 취임 후에 있어서도 일생을 갖은 압제와 폭압에 굴하지 않고 고절(苦節)을 지키던 그 위대한 정신을 살려서 여생을 독립완수에 헌신하기를 바란다.”42)
한편 김구에게 호의적인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국회가 남조선만으로 성립된 거기에도 무한한 적요〔寂寥: 적적하고 고요함〕를 느끼거니와 김구, 김규식씨 등 커다란 정치세력의 불참이 국회의 또한 적요감을 주었다. 부득이 남북이 미-소 외교전의 결과로 갈리지 않을 수 없다면 남(南)은 남만으로라도 자주적 질서를 육성하여 앞으로 북과의 평화적 통일을 전제하야 모다 뭉칠 수 없겠는가 하는 것이 오늘 남조선의 대다수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오늘 초대 대통령으로 추천된 이 박사는 오랫동안 태평양을 격하여 있었다 하지만 국권회복에 노심분투하던 분 중 어느 분보다도 당연히 합력되었어야 할 김구, 김규식 양씨를 위시하야 오늘 국회에 불참한 일파와 한자리에서 신국가의 구상을 토론치 못하게 된 것을 이 박사 자신이 누구보다도 적적히 여길 것을 접어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국내 국제의 다단한 관계를 생각할 때에 지금 착수될 정부조직에 있어서 이 박사의 고심도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니, 이것이 또한 오늘 국민의 가슴에 서린 어설픈 느낌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초대 대통령의 중임을 맡은 이 박사야말로 난국타개에 더 큰 분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43)
이승만은 이화장의 작은 별채를 조각본부로 정하고 조각작업에 착수했다. 이화장은 7월 21일 아침부터 인성만성했다. 오전 9시에 통위부장 유동열(柳東說)과 해안경비대 사령부의 손원일(孫元一)이 방문한 데 이어, 9시30분에는 한민당 위원장 김성수, 10시에는 하지 사령관, 10시30분에는 신익희와 대법원장 김용무(金用茂), 11시5분에는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金活蘭)이 차례로 이화장을 방문했다. 하지는 노블(Harold Noble)과 제이컵스(Joseph E. Jacobs) 두 정치고문을 대동하고 와서 30분 동안 요담을 나누고 돌아갔는데, 하지가 이승만의 사저를 방문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의정부에서 요양 중이던 이시영은 오후 1시15분에 이화장을 방문했다. 오후 4시10분쯤에는 하지의 경제고문 번스(Arther C. Bunce) 박사가 방문했고, 오후 5시에는 유어만 공사가 방문했다.44)
金九를 주석, 金奎植을 부주석으로 統一獨立促進會 결성
통일독립촉진회의 발기 겸 결성대회는 7월 21일 정오에 소공동의 연무관(硏武館)에서 개최되었다. 김구와 김규식이 임석한 가운데 70여개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인 대의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아 개회사를 한 김붕준이 임시의장에 피선되어 대회를 진행했다. 조헌식(趙憲植)의 경과보고에 이어 두 김의 치사가 있은 다음 엄항섭의 국내외 정세보고가 있었고, 권태양이 강령과 규약을 낭독하고 통과시켰다. 강령은 (1) 통일독립운동자의 총역량집결을 기함, (2)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도모함, (3) 민족강토의 일체 분열공작을 방지함이었다. 규약 수정에 관해서는 새로 선출되는 중앙집행위원회에 일임했다.
회의는 토의사항으로 들어가서 전국정치회의 소집문제와 유엔총회에 대표 파견문제를 상정했으나 역시 중앙집행위원회에 일임했고, 미국, 소련, 영국, 중국, 프랑스와 유엔총회에 “통일자주독립의 조속한 완수에 귀국의 원조와 협조를 요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배성룡이 낭독하여 의결했다. 회의는 이어 임원선거에 들어가서 주석에 김구, 부주석에 김규식을 추대하고 중앙감찰위원을 선출한 뒤 오후 4시쯤에 폐회했다.
그런데 이날 김구와 김규식이 한 치사 내용에는 눈여겨볼 만한 차이가 있었다. 김구의 치사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현하 우리 환경을 싸고도는 정세는 대단히 악독하고 험악한 바 있다. 일제가 물러간 오늘날의 현상은 어떠냐. 남북에 외국군은 주둔하여 있고 민족의 유혈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여 앞으로 열릴 유엔총회에서 저울질을 받게 되었다. 조국의 운명이 외국사람들의 손에 좌우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슬픈 일이냐. 탐관오리, 모리간상, 친일역배, 악질반동배들이 발호하고 있음은 통곡할 일이다.
민족의 통일독립만이 우리 민족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 민족은 우리 자신이 살려야 하겠다. 친소 친미보다 우리는 먼저 우리 조국을 친하고 우리 자신이 통일한 연후에 비로소 친소도 할 수 있고 친미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의미에서 먼저번 평양회담도 해 보았다. 그런데 최근 평양에서 또하나의 정부를 세운다 하니 이는 그들의 배신적 행위이므로 우리 애국통일독립운동자들은 희생을 각오하고 통일을 위하여 싸워야 하겠다.”
이처럼 김구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2차 남북지도자협의회를 강행한 것을 “배신적 행위”라고 비판했으나, 남한의 정부수립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金奎植은 새 政府에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으나 잘되기 바라
김규식은 남한에 설립되는 정부에 반대도 하지 않고 참가도 하지 않지만 잘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말할 흥취도 나지 않는다. 우리가 나라를 잃은 것이 40년인데 그것이 통일 못돼서 그렇게 된 것이었고, 그동안 갖은 고초를 다하여 해방이 되었는데 이 해방도 남의 덕분으로 된 것이다. 유감인 것은 우리가 북에서 발표한 공동커뮤니케이션의 제안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북에서 정부를 세우느니 하는 말이 들리는 까닭이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북조선에 있는 동포들도 엄정하게 성명한 글발에 대해서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바라기를 우리는 얼마든지 식구가 많든지 적든지 우선 남쪽에 있는 동포들이 통일이 되어서 우리 독립을 쟁취하는 데 필세(畢世)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제 남조선 국회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었는데, 나는 과거의 나의 성명과 같이 반대도 안하고 참가도 아니하는 동시에 그것이나마도 잘되어 나가기를 바라며, 그것이 정부가 아무렇든 간에 외국인의 군정부보다는 낫게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북에서 또하나 정부가 선다면 그 북정부와 남정부가 한데 합하여 우리가 살길을 얻기 바란다. 여러분은 앞으로 속히 다같이 중간이고 좌이고 우이고 할 것 없이 문자 그대로 통일을 완수하여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해 내기를 바란다.”45)
김규식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미군정부의 미국인들과 계속적인 접촉과 그들의 설득에 따른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내가 願하는 것이 民意와 같은 것이다”
독립정부의 첫 조각을 앞두고 정파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고 덥적이는 것이 이승만은 여간 못마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요구를 숫제 무시할 만한 수중의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특유의 저돌적인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하기로 결심했다. 믿는 것은 ‘민의’, 곧 민중의 지지였다. 그는 7월 22일에 이화장에서 국무총리 인선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무총리는 아직 지정한 사람은 없으나 발표될 때에는 다 놀랄 것이다. 각 정당 사회단체가 다 소망대로 되기를 기대하는 중에도 이번에 여러 가지로 발표되고 낭설이 유행되었으나 나의 생각에는 이와 같이 되지 않을 것으로 모든 사람이 다 놀랄 것으로 본다. 내가 또 믿는 것은 모든 정당과 단체가 자기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자기들의 믿는 사람이 정당한 자리에 앉아야 나라일이 잘될 줄 알고 기대하는 것뿐이니, 어쨌든지 자기들의 의외의 사람이 나서 일이 잘될 줄 믿게 되는 때에는 일심으로 복종할 줄 안다.”
그리고 국무위원의 각파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민의와 같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정부수립은 남의 조직된 나라와 달라서, 어떤 정당이 득세하거나 승리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요 오직 이것은 국권을 회복해서 새로 국가를 건설하는 정부이므로 정당이나 파당주의를 초월해서 오직 민의를 따라서 세워야만 될 것이다. 만일 우리 민의가 나의 뜻하는 바와 근본적으로 달라서 딴 길로 나아간다면 나는 극력 충고해서 만회하기를 도모할 것이다.
내가 귀국 후로 체험한 민의는 전적으로 나의 뜻과 같으며 나의 원하는 것이 민의와 같으므로, 우리의 부강 전진이 용이하게 될 것을 믿고 많은 자신과 흥분을 가지고 용감스러이 나아갈 것이다. 그러하니 민족 전체는 다 지지 추대해서 국가의 위신을 존중히 여길 줄 믿는 바이다. 앞으로 국무위원 조직이 발표될 때에는 낙심 낙망할 사람이 얼마는 없지 않을 것이다.”46)
그것은 좌고우면 끝에 결단한 이승만의 책략이었다.
‘눈물’ 이야기로 시작한 大統領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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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7월 24일에 중앙청 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취임식(大統領就任式)에서 취임사를 하는 이승만(李承晩). |
뒤이어 있은 이승만의 취임사는 조각인선 문제로 눈코 뜰 사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승만 자신이 특유의 문장력을 한껏 발휘하여 직접 작성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감동적인 수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일흔네 살이었다.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하나님의 은혜와 동포의 애호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를 받는 나로는 일변 감격한 마음과 일변 감당키 어려운 책임을 지고 두려운 생각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기쁨이 극하면 웃음이 변하여 눈물이 된다는 것을 글에서 보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요사이 나에게 치하하러 오는 남녀동포가 모두 눈물을 씻으며 고개를 돌립니다. 각처에서 축전 오는 것을 보면 모두 눈물을 금하기 어렵다 합니다. 나는 본래 나의 감상으로 남에게 촉감될 말을 하지 않기로 매양 힘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목석간장이 아닌만치 나도 뼈에 맺히는 눈물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40년 전에 잃었던 나라를 다시 찾는 것이요 죽었던 민족이 다시 사는 것이 오늘 이에서 표명되는 까닭입니다.”
政府樹立의 두가지 原則 강조
이승만은 먼저 5·10선거가 민주적으로 실시되었고 그러한 선거를 통하여 구성된 국회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성공적으로 제정했다고 국회의원들을 치하했다.
“이번 우리 총선거의 대성공을 모든 우방들이 칭찬하기에 이른 것은 우리 애국남녀가 단순한 애국성심으로 각각 직책을 다한 연고입니다. 그 결과로 국회성립이 또한 완전무결한 민주제도로 조직되어 2, 3개당이 그 안에 대표가 되었고, 무소속과 좌익색채로 지목받는 대의원이 또한 여럿이 있게 된 것입니다. 기왕 경험으로 추측하면 이 많은 국회의원 중에서 사상충돌로 분쟁분열을 염려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종종 극렬한 쟁논이 있다가도 필경 표결될 때에는 다 공정한 자유의견을 표시하야 순리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헌법제정과 정부조직법을 다 민의대로 종다수 통과된 후에는 아무 이의없이 다 일심으로 복종하게 되므로 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내에 원만히 처결하여 오늘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니, 국회의원 일동과 전문위원 여러분의 애국성심을 우리가 다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이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인선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낭설이 유포되고 있다고 말하고, 며칠 안으로 결정하여 발표할 때에는 “여론상 추측과는 크게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부조직의 원칙을 두가지로 설명했다.
“우리가 정부를 조직하는데 제일 중대히 주의할 바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일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 것입니다. 둘째는 이 기관이 견고히 서서 흔들리지 아니해야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사회상 명망이나 정당 단체의 세력이나 또 개인 사정상 관계로나를 다 초월하고 오직 기능있는 일꾼들이 함께 모여 앉아서 국회에서 정하는 법률을 민의대로 준행해 나갈 그 사람끼리 모여서 한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니, 우리는 그분들을 물색하는 중입니다. 어떤 분들은 인격이 너무 커서 작은 자리에 채울 수 없는 이도 있고 혹은 작아서 큰 자리를 채울 수 없는 이도 있으나 참으로 큰 사람은 능히 큰 자리에도 채울 수 있고 작은 자리에도 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은 자리 차지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참 큰 인물들이 있어서 무슨 책임을 맡기든지 대소와 고하를 구별치 않고 작은데서 성공해서 차차 큰 자리에 오르기를 도모하는 분들이 많아야 우리의 목적이 속히 도달될 것입니다.
이런 인격들이 함께 책임을 분담하고 일해 나가면 우리 정부 일이 좋은 시계 속처럼 잘 돌아가는 중에서 이적을 많이 나타낼 것이요, 세계의 신앙과 동정이 날로 증진될 것입니다. 그런즉 우리가 수립하는 정부는 어떤 부분적이나 어떤 지역을 한하지 않고 전민족의 뜻대로 전국을 대표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任永信을 특별히 거명하면서 칭찬해
이승만은 이어 “내집을 내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필경은 남이 주인노릇을 하게 된다”면서 그의 지론인 민중이 주인의식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정부승인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하는 바는 승인을 얻는 데 있지 않고 먼저 국권을 공고히 세우는 데 있나니, 모든 우방이 기대하는 바를 저버리지 아니하고 우리가 잘만 해 나가면 우리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도우며 후원할 것이니, 이것도 또한 우리가 일 잘하기에 달린 것입니다. 9월에 파리에서 개최하는 유엔총회에 파견할 우리 대표단은 특별히 긴중한 책임을 가지니만치 가장 외교상 적합한 인물을 택하여 파견할 터인데, 아직 공포는 아니하였으나 몇몇 고명한 인격으로 대략 내정되고 있으니, 정부조직 후에 조만간 완전 공포될 것입니다.”
이승만은 취임사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유엔본부가 있는 레이크 석세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영신(任永信)에 대하여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칭찬함으로써 조각작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추측을 빚어냈다.
일부 신문에는 임영신이 이승만이 출마했던 동대문 갑구의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곧 귀국한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로 임영신이 당수로 있는 여자국민당은 7월 23일에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임영신을 동대문 갑구의 보궐선거에 출마시키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47)
共産黨에 대한 으름장 빼놓지 않아
이승만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으름장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북 동포중 공산주의자들에게 권고하노니, 우리 조국을 남의 나라에 부속하자는 불충한 사상을 가지고 공산당을 빙자하야 국권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우리 전민족이 원수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나니, 남의 선동을 받아 제 나라를 결딴내고 남의 도움을 받으려는 반역의 행동을 버리고 남북의 정신통일로 우리 강토를 회복해서 조상의 유업을 완전히 보호하여 가지고 우리끼리 합하여 공산이나 무엇이나 민의를 따라 행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기왕에도 누누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공산당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매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이므로, 이북의 공산주의자들은 이것을 절실히 깨닫고 일제히 회심개과(悔心改過)해서 우리와 같이 같은 보조를 취하여 하루바삐 평화적으로 남북을 통일해서 정치와 경제상 모든 복리를 다같이 누리게 하기를 바라며 부탁합니다.
만일에 시종 깨닫지 못하고 분열을 주장해서 남의 괴뢰가 되기를 감심할진대 종차는 천의와 인심이 결코 방임치 않을 것입니다.”
이승만은 이렇게 국가보안법 제정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승만은 대외정책의 기본방침을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대외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와 친선해서 평화를 증진하며 외교통상에 균평한 이익을 같이 누리기를 절대 도모할 것입니다. 교제상 만일 친소(親疎)에 구별이 있다면 이 구별은 우리가 시작하는 것이 아니요 타동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나라이든지 우리에게 친선히 한 나라는 우리가 친선히 대우할 것이요 친선치 않게 우리를 대우하는 나라는 우리도 친선히 대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 40년간에 우리가 국제상 상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은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일인들의 선전만을 듣고 우리를 판단해 왔었지만 지금부터는 우리 우방들의 도움으로 우리가 우리 자리를 찾게 되었은즉 우리가 우리말도 할 수 있고 우리일도 할 수 있나니, 세계 모든 나라들은 남의 말을 들어 우리를 판단하지 말고 우리 하는 일을 보아서 우리의 가치를 우리의 중량 대로만 정해 주는 것을 우리가 요청하는 바이니, 우리 정부와 민중은 외국의 선전을 중요히 여겨서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각국 남녀에게 우리의 실정을 알려주어서 피차의 양해를 얻어야 정의(情誼)가 상통하여 교제가 친밀할 것이니, 이것이 우리의 복리만 구함이 아니요 세계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입니다.”
이승만은 끝으로 새나라를 건설하는 데는 새백성이 아니고는 될 수 없다는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새나라를 건설하는 데는 새로운 헌법과 새로운 정부가 다 필요하지만 새백성이 아니고는 결코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부패한 백성으로 신성한 국가를 이루지 못하나니, 이런 민족이 날로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행동으로 구습을 버리고 새길을 찾아서 날로 분발 전진하여야 지나간 40년 동안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회복해서 세계문명국에 경쟁할 것이니, 나의 사랑하는 삼천만 남녀는 이날부터 더욱 분투용진해서 날로 새로운 백성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국가를 만년 반석위에 세우기로 결심합시다.”48)
就任式날 오후부터 집무 시작해
이승만은 취임식이 거행된 바로 그날 오후부터 집무를 시작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중앙청 3층의 200호실로 정해졌다. 부통령실은 미군정장관실로 결정되었다.
이승만이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안건은 「대한민국정부와 미국정부 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안이었다. 그것은 1945년 12월부터 미군정부가 접수하여 관리해 오던 귀속재산〔구 일본정부 및 일본인 소유의 재산〕의 소유권을 한국정부에 이양하는 중요한 협정이었다. 이승만은 이 협정문을 같이 검토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의 최순주(崔淳周)와 백두진(白斗鎭), 식산은행의 장봉호(張鳳鎬) 세 사람을 오후 2시까지 대통령 집무실로 오라고 불렀다. 최순주는 미국 유학생으로서 아는 사이였으나 다른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
네 사람은 회의용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국문과 영문으로 된 전문 14조의 협정문과 보충협정이 있고 부속문서도 있어서 상당한 분량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그 중요한 문서를 즉석에서 검토하기란 세 은행가의 능력에는 부치는 일이었다. 장봉호가 이승만에게 이 문서를 빌려주시면 가지고 돌아가서 잘 연구하여 내일 의견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이 문서는 외부에 내보낼 수 없다면서 이 자리에서 몇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잘 보고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세 사람은 세 시간이나 진땀을 뺐다.
백두진이 한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협정문 제9조에 미국무부 해외물자청산위원회(Office of Foreign Liquidation Commissioner)로부터 공여된 물자대금에서 미국정부가 한국 내에서 필요한 토지 및 건물의 매수 가격을 뺀 금액에 대하여 1년에 2%의 이자를 붙여 원(圓)화로 변제하기로 되어 있는 조항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의하여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그 조항은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협정안은 아마도 7월 21일 오후에 이화장을 방문한 하지의 경제고문 번스가 가져온 것인 듯한데, 그랬다면 이승만은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 협정안을 직접 검토한 것이 틀림없었다.
별로 긴 토론은 없었고, 세 은행가는 이 짧은 시간에 저희들이 무슨 책임있는 말을 하기에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물러났다.49)
이승만은 이때부터 재임기간 내내 예산이나 경제정책, 특히 달러의 운용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꼼꼼히 챙겼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밝았다.50)⊙
1) 《朝鮮日報》1948년 6월2일자, <兩金氏昨日會談> ;《서울신문》1948년 6월2일자, <“行統”機構擴張, 兩金氏參席下具體化>.
2) 《朝鮮日報》1948년 6월6일자, <統一運動具體案完成>. 3) <統一獨立機構强化에 對한 兩金先生共同聲明>, 嚴恒燮編,《金九主席最近言論集》, 三一出版社, 1948, pp.45 ~46. 4) 《東亞日報》1948년 6월12일자, <兩金氏等會合>. 5) 《朝鮮日報》1948년 6월13일자, <兩主權은 拒絶>. 6) 《서울신문》1948년 6월16일자, <陣營의 再編成>. 7) 《朝鮮日報》1948년 6월18일자, <全政會議召集案上程>.
8) 《東亞日報》1948년 6월19일자, <協商派共黨과 合作>. 9) 《서울신문》1948년 6월26일자, <統協會議는 無期延期>. 10) 《京鄕新聞》1948년 6월26일자, <「統獨」의 意見不合致로 兩金氏와 柳氏態度注目>. 11) 《京鄕新聞》1948년 6월26일자, <兩金氏靜養旅行> ; 선우진 지음, 최기영 엮음,《백범선생과 함께한 나날들》, 푸른역사, 2009, p.206. 12) 《朝鮮日報》1948년 6월25일자, <祖國危機打開策, 統一政府樹立에 있다>. 13) 宋南憲 證言. 14) 선우진 지음, 최기영 엮음, 앞의 책, pp.206~207 ;《朝鮮日報》1948년 6월29일자, <旅行中의 兩金氏 26日歸京>.
15) 《朝鮮日報》1948년 7월10일자, <“統協”案은 抛棄하고 統一獨立促進會로>. 16)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 선인, 2010, pp.338~339 ; 宋南憲,《解放三年史 1945-1948(Ⅱ)》, 까치, 1985, p.565. 17)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 위의 책, pp.340~344.
18) 김학준,《북한의 역사 제2권 1946년1월~1948년9월》,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p.1007. 19) 國史編纂委員會 編,《北韓關係史料集 (32)》, 1999, pp.77~78. 20) 김학준, 앞의 책, p.1009. 21)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 앞의 책, p.344. 22) 김학준, 앞의 책, p.1011. 23) 서중석,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4,pp.102~103. 24) 주22)와 같음. 25)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7.2), 나모커뮤니케이션, 2007, p.200.
26) 도진순,《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p.301. 27) 전현수 편역,《레베제프 일기》(1948.7.2, 7.5), p.201. 28) 도진순, 앞의 책, pp.306~307. 29) 《京鄕新聞》1948년 7월10일자, <贊託에 署名한 兩金氏, 統協領導權 없다>. 30) 《朝鮮日報》1948년 7월11일자, <二次南北會談, 北朝鮮에서 提案>. 31) 《朝鮮日報》1948년 7월13일자, <南北指導者會議, 六月二十九日부터 一週日間開催>.
32) 《朝鮮日報》는 약 2시간반 동안 회담했다고 보도했다.《朝鮮日報》1948년 7월13일자, <劉中國公使, 金九氏要談>.
33) 《京鄕新聞》1948년 7월20일자, <本然의 姿態로 도라간 兩金氏> ;《朝鮮日報》1948년 7월20일자, <統一路線堅持>. 34) 《京鄕新聞》1948년 7월21일자, <社說: 兩金氏聲名의 意義重大>. 35) 《京鄕新聞》1948년 7월20일자, <政府樹立에 出馬說否定>. 36) 《東亞日報》1948년 7월20일자, <八·一五까지는 行政移讓>.
37) 《朝鮮日報》1948년 7월20일자, <注目되는 今日正副大統領選擧>. 38) 《서울신문》1948년 7월21일자, <大統領에 李博士>.
39) 《東亞日報》1948년 7월21일자. <一週日內에 組閣>. 40) 《京鄕新聞》1948년 7월21일자. <副統領에 李始榮氏>. 41) 《東亞日報》1948년 7월22일자. <오락가락하는 사람들 善導>. 42) 《東亞日報》1948년 7월21일자, <社說: 初代大統領李承晩博士>. 43) 《朝鮮日報》1948년 7월21일자, <社說: 初代大統領에 李博士>. 44) 《東亞日報》1948년 7월22일자, <「內閣의 産室」 梨花莊> ;《朝鮮日報》1948년 7월22일자, <梨花莊에 組閣本部>.
45) 《서울신문》1948년 7월22일자, <“統一獨立만이 우리의 活路”>.
46) 《서울신문》1948년 7월23일자, <總理發表하면 놀랠 사람>.
47) 《朝鮮日報》1948년 7월25일자, <任女史近近歸國>.
48) 《東亞日報》1948년 7월25일자, <祖國을 萬年磐石에>. 49) 白斗鎭,《白斗鎭回顧錄》, 大韓公論社, 1975, pp.80~81. 50) 전 총무처장 韓東錫 證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