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공동위원회(美蘇共同委員會)는 1947년 7월 초 평양회의에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여운형(呂運亨)은 7월 19일에 미군정부(美軍政府) 민정관 존슨의 관저로 가던 길에 암살되었다. 이승만(李承晩)과 김구(金九)는 공동으로 한국민족대표자대회를 소집했다.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는 통합에 합의했으나, 임시정부법통론(法統論)과 조기총선론(早期總選論)이 맞서 무산되었다.
이승만 내외는 8월 18일에 마포장(麻浦莊)으로 이사했다. 휑뎅그렁한 빈 집을 이승만은 손수 대패질을 하면서 수리했다.
미국정부는 7월 23일에 3부조정위원회(SWNCC)의 하부기관으로 한국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특위가 작성한 보고서 「SWNCC 176/30」은 모스크바협정에 의한 한국문제 처리를 폐기하고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시킬 것을 공식화했다.
9월 26일에 트루먼 대통령특사로 서울에 온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1주일 동안 머물면서 많은 한국인사들을 만났다. 유엔총회는 9월 23일에 한국독립문제를 총회의제로 채택했다.
1. 美蘇의 선전장으로 끝난 美蘇共同委員會
1947년 6월 25일에 남조선 과도정부 입법의원 회의실에서 열린 미소공동위원회 대표단과 남한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 400여명의 회합식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이윽고 모스크바협정에 따른 임시정부가 발족하는 듯한 환상에 젖게 했다. 미군정부는 6월 18일에 그동안의 미소공위 진전 상황과 이날의 회합식을 알리는 전단을 남한 전역에 공중 살포했었다. 회합식은 고려교향악단의 애국가와 미소양국 국가 연주를 포함하여 한시간도 걸리지 않은 상견례 자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도하 신문들은 “역사를 꾸미는 백악관 대 ‘홀’에 4백여 대표 표정도 결연”, “조·미·소 3국 대표 백악관 내서 인사를 교환”, “인민정권 창건의 역사적 회의 개막” 등의 표제로 대서특필했다. ‘백악관’이란 입법의원이 있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미소공위 대표단과 북한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의 회합식은 7월 1일의 평양인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소련쪽 수석대표 슈티코프(Terentii F. Shtykov)는 6월 26일에 평양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서울을 떠나면서 “속개된 미소공위는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장담했다.1)
브라운 美國 대표단장이 曺晩植 만나
미국대표단의 평양방문 일정 가운데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대표단장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이 소련군사령부에 강력히 요청하여 7월 1일에 조만식(曺晩植)과 회견한 일이었다. 조만식은 미국대표단이 타고 간 특별열차를 방문하여 브라운을 만났다.2) 브라운은 조만식에게 먼저 신탁통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조만식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조만식은 미국만의 신탁통치가 가장 바람직하나 미소양국에 의한 신탁통치가 불가피하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브라운은 주로 북한의 상황과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견해를 물었는데, 조만식은 이승만과 김구가 미소공위의 성사를 위해 미국대표단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큰 유감이라고 대답했다. 조만식은 이미 5월 하순에도 밀사를 통하여 하지에게 이승만의 반탁활동이 미소공위 사업을 방해할까 우려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조만식은 또 총선거나 임시정부수립 이전에 남한에도 토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만식은 남한에 내려가서 정치활동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3)
신탁통치를 반대하다가 소련군에 의해 고려호텔에 연금되어 있는 조만식이 어떤 상황인식에서 이러한 말을 했는지, 또는 자유로운 의사표시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놀라운 의식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일방적인 성명발표로 장군멍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미소공위는 7월 2일에 평양에서 열린 37차 회의에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양쪽은 협의대상 단체의 명부작성 문제를 토의하기 시작하면서 1년 전에 미소공위가 결렬될 때와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으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소련대표는 정당이나 사회단체가 아닌 상공회의소 같은 단체, 중앙에 본부가 없는 지방단체 및 공개적 조직적으로 모스크바 협정을 반대하는 단체, 구체적으로 반탁투쟁위원회 산하의 15개 단체는 협의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대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이 아니었다. 미국대표는 양쪽이 합의한 대로 「공동성명 제5호」에 서명한 단체는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튿날의 회의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었다. 미소공위가 평양에서 열린 것은 7월 3일까지뿐이었다.
미소양국 대표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망이 보이지 않자 미소공위는 한국인들에게 자기쪽의 정당성을 알리는 선전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미소 양쪽이 합의사항을 공동성명으로 발표하기로 했었는데, 7월 16일에 브라운 미국대표단장이 7월 2일부터 7월 14일까지의 회의내용을 알리면서 소련쪽 주장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는 단독성명을 발표했다.4) 그러자 슈티코프 소련대표단장도 7월 21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운의 성명과 다른 별도의 내용을 발표했다.5) 브라운이 7월 31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그 뒤의 회의진행 상황을 밝히자,6) 슈티코프도 8월 2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소련의 입장을 강조했다.7)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공위가 결렬되지 않고 10월 20일까지나 계속된 것은 소련대표단이 미소공위의 결렬이 소련에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슈티코프는 그의 《일기》에 미소공위가 결렬되는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유 다섯가지를 적어 놓았는데, 그 가운데는 미소공위 동안에 크게 성장한 남한의 좌익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어 그들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어 있다.8)
근로인민당 당수 呂運亨이 암살돼
미소양국 대표 사이에 장군멍군이 계속되고 있던 7월 19일에 근로인민당(勤勞人民黨) 당수 여운형(呂運亨)이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45년 12월에 있었던 한국민주당 수석총무 송진우(宋鎭禹)의 암살에 이은 해방정국의 두번째 정치테러였다. 여운형은 이날 미군정부의 민정관 존슨(E. A. J. Johnson)의 초청을 받고 그의 관사로 가는 중이었다. 미군정부는 남조선 과도정부를 설립하고 나서 과도정부내 우익세력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진보적인 세력과 중간좌파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여운형에게 중요한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해 놓고 있는 참이었다.9)
1946년 12월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원도 원주로 내려가 요양하다가 1947년 1월에 상경한 여운형은 미소공위 재개에 맞추어 인민당 우파와 사회로동당 해체 때에 남로당에 합류하지 않은 동지들을 규합하여 근로인민당 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 5월 24일과 25일에 열린 근로인민당 결당대회는 여운형을 중앙위원회 위원장, 백남운(白南雲)과 장건상(張建相)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10)
이 무렵의 남한의 정세에 관한 소련정보문서에는 여운형의 동향이 여러 군데에서 언급되어 있다. 5월 4일자로 된 정보문서는 좌익진영 내부에서 발생한 위험의 하나로 ‘구 인민당과 사회로동당 구성원들과 남조선로동당 내부의 기회주의자들의 동요’와 ‘그리고 그들의 남조선로동당을 탈당하여 여운형의 정당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문서는 최근에 열린 민주주의민족전선 대표자회의에서 여운형이 “미소공위가 조속히 열리지 않기 때문에 미군정청과 지나치게 강하게 투쟁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또 “남조선로동당은 미군정청과 투쟁하는 정당이다. 나는 미군정청과 협력하는 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러한 식으로 여운형은 반동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남조선로동당과 투쟁하고 있다. 그는 남조선로동당에 가입해 있는 구 인민당 구성원들과 사회로동당 구성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문화 학생조직들 속으로도 침투하려고 시도한다.”11)
또한 4월 17일자 정보문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믿고 있는 여운형은 좌우합작 노선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며, 김규식(金奎植)과의 접촉을 중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조선의 통일과 민주역량의 성장에 대한 기대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는 반동진영의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그들은 그에게서 합작노선의 실행을 끌어내려고 한다.”12)
여운형은 이러한 입장에서 하지의 협조를 요청했다. 4월 24일자 소련정보문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여운형은 하지에게 그는 김규식과 함께 좌우합작을 위한 운동을 강화할 것이며, 이러한 방향에서 자신은 새로운 정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그에게 협력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는 여운형의 발언에 만족을 표명했다.”
이 문서는 또 “여운형이 창립한 사회로동당 지도부는 민주주의민족전선의 좌우합작 5원칙에 반대하고 좌우합작위원회의 7원칙에 동조하기로 결정했다”고도 했다.13)
4월 26일에 남로당 부위원장 이기석(李基錫)은 여운형을 방문하여 “당신이 이승만과 협력하려는 것이 사실인가?” 하고 물었다. 여운형은 부인했으나, 이기석은 “이미 그러한 견해가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당신은 좀더 신중히 행동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운형은 “어제 저녁에 김규식을 만나 이승만을 어떻게 타도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했다”고 응수했다.14)
“金奎植과 만나 李承晩 타도 협의했다”
위의 기술들은 모두 미소공위가 속개되기 직전의 상황을 보고한 것인데, 소련군사령부나 남로당으로서는 이러한 여운형의 행보가 달가울 턱이 없었다.
여운형은 일찍부터 정치테러의 대상이 되어 왔다. 3월 16일 밤에는 여운형의 집에 사제폭탄이 투척되었으나 여운형은 집에 없었다. 이 폭탄테러에 대해 여운형의 동생 여운홍(呂運弘)은 폭탄테러가 좌파의 소행이라고 말하고 측근인 이정구와 이상백(李相佰)은 남로당의 지시에 따라 일어났다고 말했으며, 여운형 자신은 어떤 조직을 의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한다.15)
여운형의 암살범은 평양에서 월남한 한지근(韓智根)이라는 열아홉 살 난 청년으로 밝혀졌다. 그는 송진우의 암살범으로 투옥된 한현우(韓賢宇)의 집에 기식하고 있었다. 범인은 한현우의 지시를 받았다고도 하고,16) 또 공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17) 배후에서 암살을 지시한 세력이 어떤 그룹이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에서 활동한 여운형의 차녀 여연구(呂?九)는 여운형을 암살한 것은 종파분자들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헌영(朴憲永) 그룹이었다는 뜻이다.18)
하지는 7월 23일에 여운형의 피살과 관련하여 “여운형씨의 참화는 조선정계의 비참한 현상을 여지없이 말하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언론기관, 청년단체, 법률시행기관, 정치지도자들의 맹성을 촉구하는 긴 성명서를 발표했다.19)
여운형의 장례식은 8월 3일에 서울운동장에서 ‘인민장’으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20)
대의원선거 하여 민족대표자대회 열어
남한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 미소공위 양국 대표 간의 회합식이 열렸던 6월 25일에 이승만과 김구는 공동명의로 독촉국민회 각 도지부장 앞으로 미소공위 대책을 협의할 민족대표를 선거하여 7월 9일까지 상경시키라고 지시하면서 「선거에 관한 조례」까지 작성하여 보냈다. 「조례」에 따르면 선거는 인구 10만명에 1명씩 200명을 부락-면-군 단위의 3단계로 시행하는 간접선거였다. 그것은 1946년의 과도입법의원 의원선거 때에 실시했던 선거방법과 비슷했다. 조례는 이러한 대표회의를 소집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정당이나 사회단체 대표는 그들이 소속한 단체의 대표는 될지언정 일반 민중의 대표는 될 수 없으며, 또 그들은 모스크바협정을 지지한다는 「공동성명 제5호」에 서명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가 그저 앉았으면 세인 이목에 우리가 다 신탁통치를 접수하려는 줄 알게” 될 것이므로, “민중의 대표자로 대의원을 선거하여” 대책을 강구하려는 것이라는 것이었다.21)
이 민족대표자대회도 6월 23일의 전국적인 신탁통치 반대시위를 제의했던 전주의 목사 배은희(裵恩希)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이때에 실시된 선거의 실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배은희는 “미군정의 감시가 심한 데다가 좌익들의 방해공작이 맹렬하여 이중삼중의 애로를 겪었다”고 술회했다. 그리하여 선거운동자들이 이곳저곳에서 피투성이가 되는 참상이 빚어졌고, 전라남도 순창(淳昌)군에서는 선거운동을 하던 두 청년이 좌익의 손에 희생되기까지 했다고 한다.22)
‘테니스코트의 맹세’를 한 제3계급 平民會議처럼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7월 10일 오후 2시부터 독촉국민회 회의실에 200여명의 대의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회의를 개회했다. 이승만과 김구의 치사에 이어 의장단과 이번 회의의 토의사항을 분담하여 처리할 각 분과위원을 선출했다. 의장에는 배은희, 부의장에는 명제세(明濟世)와 박순천(朴順天)이 선출되었다. 각 분과위원회에서는 (1) 미소공위에 제출된 각 정당 및 사회단체의 답신안, (2) 민주독립정부 수립의 기본이 되는 정강과 정책, (3) 부일협력자처단법, 토지개혁법 등 입법의원을 통과한 주요 법률, (4) 북한실정 등을 검토하여 전체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23) 그만큼 민족대표자대회는 의욕과 사명감에 차 있었다. 그것은 7월 11일에 한국독립당이 “이승만 박사와 김구 주석의 영도하에 성립된 남북통일 전민족대표자대회는 진정한 3천만 반탁국민총의의 집결체인 권리주체요 프랑스혁명 때에 유명한 ‘테니스코트의 맹세’를 한 제3계급 평민회의의 역할 이상의 대회로서, 자율적 법통임시정부 수립의 민족과업을 완수할 줄 믿는다”는 요지의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도 느낄 수 있다.24)
민족대표자대회는 7월 12일의 회의에서 민주독립정부 수립 문제를 토의하는 과정에서 임시정부법통론을 주장하는 한독당계와 총선거에 의한 정부 수립을 주장하는 독촉국민회계가 논란을 벌이다가 국민의회와 통합할 것을 결의하고, 교섭위원 31명을 선출했다. 의장 배은희, 부의장 명제세, 서기국장 이종현(李宗鉉) 등이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趙素昻)을 방문하여 통합을 교섭한 결과 국민의회도 13일에 긴급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민족대표자대회와 통합하기로 결의했다. 그리하여 7월 14일에는 국민의회 상임위원과 국민대표대회 교섭위원의 연석회의가 열려 구체적인 통합방법을 토의했다. 김구는 15일 회의에 참석하여 정부수립에 관해 이승만과 자신 사이에는 의견 차이가 없고, 자신은 2인자라면서 이승만을 따르자고 말했다.25)
하지는 李承晩을 형무소에 보낼 수도 있다고
한국민족대표자대회가 열리고 있는 7월 16일에 하지 장군이 마셜(George C. Marshall) 국무장관에게 보낸 보고전문은 이 무렵의 이승만에 대한 하지의 반감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보여준다.
“이승만은 지난 며칠 동안 옛 중경(重慶)그룹을 기반으로 한 임시정부의 선언을 주도하는 듯한 활동에 열중했다. 그 내용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기자들은 그의 활동 이야기를 취재도 하지 않았다. 미국 기자들은 이승만의 활동을 미국 신문에 보도함으로써 그의 명성을 증대시키기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이승만과 추종자들은 이곳 한국인 사이에서 큰 평판을 얻고 있고, 지역 수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제이컵스(Joseph E. Jacobs)는 국무부 훈령 142호의 선에 따라 그와 다시 이야기해 보겠지만 지금껏 하지를 위시하여 미국 신문기자들에 이르기까지 이곳에 있는 모든 미국인들이 온갖 방법으로 되풀이하여 설득했다. 그는 아집에 빠져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웨드마이어(Albert C. Wedemeyer)는 떠나기 전에 한국문제의 요점을 잘 파악하고 와야 할 것이다. 웨드마이어가 도착할 때까지 이승만이 형무소 밖에 있다면 그는 웨드마이어의 말을 들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하지는 이승만의 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국무장관의 성명발표를 거듭 요청했다.26)
백악관은 7월 12일에 2차대전 때에 중국 전구 사령관으로 활동했던 웨드마이어 중장을 트루먼(Harry S. Truman) 대통령의 특사로 한국과 중국에 파견한다고 발표하여 한국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가 이승만의 수감 운운한 것은 이승만과 김구가 요인암살을 포함한 정치테러 계획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이때까지도 믿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月刊朝鮮》2012년 1월호, <美蘇共委再開로 위기 맞아> 참조).
하지는 이날 저녁에 이승만을 관저로 초청하여 제이컵스와 셋이서 장시간 회담했는데, 이튿날 찾아온 기자에게 이승만은 마셜 국무장관이 보낸 전보를 중심으로 의견교환을 했고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7월 17일 저녁에는 랭던(William R. Langdon) 부부와 제이컵스를 돈암장으로 초대하여 만찬을 베풀었다.27)
立法議員들도 대거 국민대표자대회로 몰려
7월 17일 오후에 열린 민족대표자대회는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과 신익희(申翼熙)를 비롯한 20여명의 입법의원들이 참가하여 한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입법의원 48명이 개인 자격으로 민족대표자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날 참석한 입법의원들 대부분은 민선의원들이었고 관선의원들도 더러 있었다.
회의는 8월 1일에 제2차 민족대표자대회를 소집하여 총선거 실시에 관한 방책을 수립하기로 결의하고, 대회준비위원으로 민족대표자대회에서 의장단과 서기국장을 비롯한 11명, 입법의원에서 김도연(金度演) 등 15명, 국민의회에서 상무위원 전원을 선출했다. 회의는 하지 장군에 다음 4개항을 요청하기로 결의하고 폐회했다.
(1) 보통선거 실시의 선포를 하지 중장에게 요청할 것.
(2) 민정장관을 민선으로 하도록 하지 중장에게 요청할 것.
(3) 총선거 실시에서 하지 중장의 협조를 요청할 것.
(4) 미소공위는 어느 때에 종결될 것인가 하지 중장에게 질문할 것.28)
민족대표자대회에 합류한 한국독립당의 서울시당부 위원장 신익희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면서 7월 20일에 한독당을 탈당했다.29)
미소공위의 정돈상태가 계속되면서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의 통합문제는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민의회는 통합교섭을 시작하면서 통합조건으로 민족대표자대회는 국민의회에 포섭될 것,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은 국민의회의 자격 심사를 받을 것 등 3개항을 제시했고 민족대표자대회는 이를 수락하고 대의원 명부까지 제출했다. 그리하여 원만하게 진전되는 듯하던 통합작업은 총선거냐 임시정부 법통이냐의 문제로 양쪽의 의견이 맞서 무산되었다.
제2차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8월 1일 오후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회의에는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 200여명 이외에 입법의원 40여명이 자진해서 참석했다. 이승만은 격려사를 통하여 전민족의 대동단결로써 자율적 정부를 수립하여 민족독립을 전취할 것을 강조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대표자대회가 허명무실한 정부조직보다는 미군정부 당국의 협조를 얻어 자율정부의 기반으로서 총선거의 준비공작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은 입법의원을 통과한 보통선거법의 조기 실시를 군정부에 요청하라고 말했다. “허명무실한 정부조직”이란 임시정부 법통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김구는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의 통합협상 경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통합이 안 된 것이 결코 분열이 아니며,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는 서로 형제적 관계로서 반탁의 기치아래 대동단결할 수 있고, 또 이번 회의는 통합을 위한 가장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30)
국민의회와의 통합문제는 8월 3일의 회의부터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논의되었다. 국민의회와의 연석회의가 계속되었으나 성과가 없었다. 마침내 민족대표자대회는 8월 9일에 국민의회에 포섭된 대의원들에게 소환장을 전달했다. 국민의회도 상임위원회를 열어 선후책을 강구하느라 부심했는데, 8월 11일에는 김구가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과 함께 돈암장을 방문하여 이승만과 요담했으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31)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의 이러한 길항은 미소공위가 결렬될 것이 확실시되는 국면전환을 반영한 것이었다. 8월 8일과 9일에 연달아 발표된 브라운의 성명과 9일에 있었던 슈티코프의 기자회견은 미소공위가 이른바 ‘의사표시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 끝에 드디어 파국에 이르렀음을 드러내 보였다. 브라운의 성명에 대해 한국민주당, 조선민주당, 대한노총 등 15개 우익단체로 구성된 임정수립대책협의회는 브라운의 성명은 “소련이 모스크바협정의 기본정신을 망각하고 협정의 일언일구에 구애하여 조선정부수립의 사명을 이행치 못하는데 대한 한 비판인 동시에 우리 3천만 민중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철두철미 대변해 준 것으로서 감사 감격을 마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독촉국민회 선전부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건투하는 브라운 소장 이하 미국대표단에 대하여 거족적 사의를 표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32)
슈티코프는 미소공위가 열리고 있는 기간의 일을 그의 일기에 자세히 적어 놓았는데, 8월 9일자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샤브신이 김규식은 여운형의 사망 이후에 우경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하다. 그는 또한 남조선(단독)정부의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다. 대통령에는 이승만이, 국무총리에는 장덕수(張德秀)가 내정되었다고 한다. 이 정보에는 김구와 김규식 및 일부 우익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라 한다.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대해 북조선의 신문들에 게재할 기사를 준비하기로 약속하다.”33)
샤브신(Anatolii I. Shabshin)의 이러한 정보는 미소공위 결렬 이후의 남한의 정치변화에 대한 좌익 정파들의 전망을 반영한 것이었다.
좌익검거 비판하자 내정간섭이라고 반격
8월 11일 밤부터 12일에 걸쳐 수도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일제히 좌익인사들의 검거에 나섰다. 장건상, 이여성(李如星), 백남운 등 근로인민당 간부들을 비롯하여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 전국농민조합총연맹(전농), 여성동맹 등 좌익 단체 간부들을 포함하여 12일 밤 11시전까지 체포된 사람은 327명에 이르렀다.34) 허헌(許憲) 등 남로당 간부들은 모두 피신했다. 이보다 앞서 8월 4일에는 방송을 통하여 공산주의 선전활동을 하던 남로당원 등 서울 중앙방송국 직원 14명이 검거되었다.35) 수도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은 8월 18일의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방송을 통한 남조선 적화음모와 8월 15일을 기하여 경기도 일대에서 폭동을 일으키며 미군정부를 파괴하려는 음모가 발각되었다고 말했다.36)
슈티코프는 5월 20일에 열린 미소공위 54차 회의에서 좌익인사들의 검거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정상상태를 회복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으나, 브라운은 그것은 미소공위의 업무 밖의 사항이라고 일축했다.37)
하지는 8월 25일에 슈티코프가 미군정부의 좌익검거 선풍에 대해 22일의 기자회견에서 “미소공위사업을 방해하는 처사”라고 비난한 것을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는 슈티코프의 성명은 “미소공위 부진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번 검거는 미군점령지역 안의 정부 및 법과 질서의 파괴를 기도한 선동적 행동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박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행동은 북조선의 신문 및 방송국에 의하여 종용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38)
미소공위의 결렬이 확실해지자 임시정부 법통문제는 잠시 “잠복한 상태”로 두고 공동행동을 취했던 이승만 그룹과 임시정부 진영의 알력이 다시 표출되었다. 그리하여 8월 23일에 소집된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국민의회와의 통합교섭은 포기하고 독자적인 정부수립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39)
능숙한 대패질로 문짝도 고쳐
이승만과 하지의 불화설이 알려지면서 돈암장의 소유주 장진섭(張震燮)이 집을 비워 달라고 말했다. 윤치영(尹致暎)은 장진섭의 태도를 보고 염량세태(炎凉世態: 권세가 있을 때에는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를 탓하며 곧 새집을 물색했다고 했으나,40) 장진섭은 이미 1945년 10월에 이승만이 측근들에 둘러싸여 자신 등 2,000만원을 제공한 경제인들을 멀리한다고 불평하는 편지를 이승만에게 보내기도 했었다.41) 장진섭은 이승만이 거처하는 방에 물건을 들여놓기까지 하면서 집을 비워 줄 것을 재촉했다고 한다.
이승만 큰누이의 손자 우제하(禹濟夏) 등이 나서서 서울 장안을 다 뒤지다시피 했으나 가회동의 최승희(崔承喜) 집과 북아현동의 조(趙)아무개의 집밖에 없었다. 윤치영은 가회동 윤치호(尹致昊)의 집을 주선했다. 그러나 우제하는 이승만이 윤치호의 집으로 가면 윤척(尹戚)들에게 업힌 인상을 준다고 극구 반대했다. 그리하여 결국 미군정부에 부탁하여 마포(지금의 용산구 청암동 164번지)에 있는 휑뎅그렁한 집을 얻었다. 한강변의 언덕바지에 위치한 이 집은 일본점령기에 다나카(田中) 정무총감이 여름별장으로 썼던 집이었다. 미군이 진주한 뒤에는 미군 대령이 잠시 쓰다가 오래 비워두었기 때문에 손볼 데가 많았다. 청부업자를 시켜 고장 난 난방시설을 고치고 집수리를 하게 했으나, 막상 이사를 하려니까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영문 타이핑 담당인 황규면(黃圭冕) 비서가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날라야 했다.
이승만은 8월 18일에 이 집으로 이사했다.42) 이때부터 이 집은 마포장(麻浦莊)으로 불리게 되었다.
힘들여 풀 뽑고는 “이놈, 나한테 졌지, 졌어”
마포장의 식구는 단출했다. 돈암장 초기에 20명가량 되던 비서진은 이승만의 도미를 계기로 대폭 줄였고, 마포장으로 옮긴 뒤에는 비서라고 이기붕(李起鵬), 윤석오(尹錫五), 황규면 세 사람뿐이었다.
이승만 내외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삿짐도 다 풀지 않았다. 이승만은 문짝이 잘 맞지 않고 공사도 날림인 것을 보고 혀를 차며 비서들에게 말했다.
“내가 한 것만도 못하구먼. 저 밖에 있는 나무 궤짝 좀 끄르게.”
그 궤짝 안에는 이승만이 미국에서 쓰던 대패, 톱, 끌, 망치, 칼 등 갖은 연장이 가득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이승만은 망치로 대패를 톡톡 치며 맞추었다. 맞지 않는 문짝을 떼어서는 자를 대어 줄을 긋고 대패질을 한 다음 손잡이까지 고쳤다. 여간 능숙한 솜씨가 아니었다.
이승만은 정원수도 부지런히 다듬었다. 고목은 잘라서 도끼질을 했다. 1년 넘게 비워 두어서 무성히 자란 정원의 풀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손수 뽑았다. 억센 풀을 힘주어 뽑고 나서는 “이놈, 나한테 졌지, 졌어”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흐뭇해했다. 이렇게 하여 무성하던 잡초를 한 달 만에 다 뽑았다.
집은 휑뎅그렁하고 스산해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마포장은 전망이 좋았다. 이승만의 마포장 생활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는 이 무렵에 한시를 많이 지었다. 아침이면 밤새 지은 시를 내놓고 윤석오에게 강평을 하라고 했다.
이승만은 처음에 마포장을 평원정(平遠亭)으로 명명했는데, “평원정”이라는 시도 지었다.
移家何事住江頭
來訪人人問不休.
須向西南窓外望
五湖烟月滿山秋.
어찌하여 집을 옮겨 강가에 산단 말가
찾아오는 사람마다 묻기를 멈추지 않네.
서남쪽을 향하여 창밖을 바라보소
강안개 속에 달이 뜨니 온 산이 가을이로다.
이승만은 “오호인월 만산추” 하고 소리 내어 읊조리곤 했다.43)
李承晩이 직접 작성한 정부수립성명
이 무렵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정부수립 성명’이라는 이승만의 친필문서가 보존되어 있는데, 이 문서는 그가 얼마나 정부수립을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성명서는 먼저 “미소공동위원회의 선언과 미국무성의 지휘로 하지 중장이 발표한 바 독립민주정부를 수립키로 목적한 것을 실시키 위하야 우선 과도정부를 자에 공포함”이라고 선언하고, 그 과도정부는 북한에 소련이 설립한 정부나 남조선에 미국인이 설립한 군정부와 민정부 및 그 밖의 여러 종류의 행정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총선거 방법과 규정을 수정하야 정식 정부를 하루속히 건설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천명했다. 또한 이 과도정부는 미소양국의 치안상 직무나 군정상 행령(行令)을 간섭하지 않을 것이나, “우리의 정치상 내정에 관한 문제와 총선거를 진행하는 모든 사무에는 다른 나라의 간섭을 절대 거절하기로” 하고, 대외적으로는 “유엔에 참가권을 도모”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도정부의 진행절차는 (1) 총선거법안을 수정하고 (2) 총선거 실시를 감시하여 정식 입법원을 소집하고 민국헌장(民國憲章)을 제정하여 그 헌장에 따라 정식 정부를 수립하고 (3) 정식 정부가 수립된 뒤에는 자동적으로 해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립된 정식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이승만은 (1) 38선 철폐와 미소주둔군 철수 등 9개항을 적어 놓았는데, 그 가운데는 (4) “파괴, 분열, 반역 등 분자”를 제재하기 위한 법률의 제정, (5) “친일분자와 외국인을 의지하여 국권을 방해하는 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원의 설치, (9) “토지를 공평하게 분배하여 대지주의 소유를 소작인이 경작하게 하되, 공정가격에 의하여 피차 간에 다대한 손실이 없게 하는” 토지개혁의 실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44)
“美國과 협조하여 총선거 실시해야”
이승만은 총선거 준비를 서둘렀다. 8월 25일에 열린 민족대표자대회 제21차 회의에 참석한 이승만은 지금 한인들은 대개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바라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또 우익진영 안에서도 미군과 협조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한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우리는 미군과 협조하여 하루바삐 총선거를 실시하도록 해야 하고, “만약에 한미합작으로 잘 안되든지 또 지연되든지 할 때에는 우리는 단독으로라도 총선거를 하도록 해서, 조속한 기일 안에 자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45) 우익진영 안에서도 미군과 협조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한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란 임시정부법통론을 주장하는 한독당 중심의 임시정부 그룹을 지칭한 말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승만은 8월 26일에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들과 각 애국단체대표들이 합석한 자리에서 총선거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27일에는 민족대표자대회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은 미국은 한국문제 해결을 위하여 첫째로 소련과 협의하여 좌우합작정부를 수립하는 방안, 둘째로 남한에 정부를 수립하여 미국의 원조로 몇 해 동안 관할한 뒤에 완전히 독립시키는 방안, 셋째로 총선거로 국회를 구성하여 민의대로 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놓고 토의 중인데, 전민족이 대동단결로 총선거를 조속히 실행하기로만 방책을 정하고 촉진해야 된다는 것이었다.46)
“金主席과 나는 한성계통 임시정부 유지해와”
9월 1일 오후에 창덕궁 인정전에서 열린 국민의회의 제43차 임시대회에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을 반영하여 300여명의 대의원들이 참집했다. 김구의 치사와 경과보고에 이어 통과된 ‘긴급제의안’은 이승만이 주장하는 입법의원의 보통선거법에 의한 총선거안은 “38선을 존속시키고 조국을 영구 양분할 남조선 단독정부의 노선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므로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또 국민의회는 이승만을 주석, 김구를 부주석으로 각각 다시 선출했다.
그러나 격분한 이승만은 9월 3일에 국민의회의 긴급건의안을 반박하는 긴 메시지를 국민의회에 보냈다. 이승만은 먼저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자신과 김구가 같이 소집한 것임을 강조했다.
“국민의회에서 국권회복을 촉성키 위하여 개회하신 이때에 내가 진참치 못하게 되는 것을 유감으로 여긴다. 여러분 아시는 바와 같이 김주석과 나는 미소공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민의대로 정부수립을 최중 최급의 문제로 알고 민족대표자대회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내외정세가 순응되어 미군정과 협동으로 하루빨리 성공될 수 있는 희망이 보이므로, 우리 민족 전체의 통일 단결로써 총선거를 실행하여 국권 회복하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승만은 임시정부의 법통론과 관련해서는 그의 지론인 한성정부(漢城政府) 법통론을 새삼 거론하면서, 지금 임시정부법통론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는다고 다음과 같이 잘라 말했다.
“상해임시정부로 말할지라도 전 민족이 다 봉대하는 바요 김주석과 나로는 특히 책임이 중대하니만치 한성계통(漢城系統)으로 유지하여 온 것이니 의문이 없으나, 오직 국제관계로 인하여 이것만을 고집치 말고 아직 잠복하였다가 정부를 수립하여 계통을 전임(傳任)키로 할 것이며, 따라서 임시정부가 입국하기 전에 결의한 바가 있어 국민에게 맡겨 공결대로 준행하기로 할 것이니, 이것이 시세에 적합할 뿐 아니라 또한 원칙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해외에서 근 30년을 두고 분투노력하여 지켜 왔으니 지금 이 정부 외에 다른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라 할진대 이는 법리적 해석이 아니다. 원래 내지에서 피를 흘리고 그 임시정부를 수립한 민중에게 주권이 있는 것이니, 민중이 무슨 방법으로든지 조처할 권리가 있은즉, 해외에서 계통을 지켜 온 우리로는 민중의 공의를 따라 정부를 세워서 계통을 전하는 것이 합법이요 순리이다.”
“한 道, 한 郡만으로도 정부 세울 수 있어”
남한만의 총선거로는 분단국가를 고착시키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말로 반박했다.
“남북이 통일해서 총선거를 하기 전에 남조선에서만 총선거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는 언론이 있으나, 이는 사세(事勢)를 떠나서 건국대업의 전도를 막는 공담일 뿐이다. 우리 현상으로 삼팔선 이남은 고사하고 다만 한 도(道)나 한 군(郡)으로만이라도 정부를 세워서 그 정부명의로 국제상에 참가하여 언론권을 가져야 우리가 우방들의 협조를 얻어 남북통일을 촉성할 기회가 있을 것인데, 이것을 아니하고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앉아서 남들이 우리를 대신하여 통일시켜 주기를 바라고 앉았다면 어불성설이다.”
미국인들과 협조할 필요없이 자율적으로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국민의회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비판했다.
“우리가 그 정신만은 절대 찬성하는 바이나 사세에 들어서는 참고할 점이 없지 아니하다. 당초에 우리 힘으로 왜적을 타도하고 정권을 회복하였으면 타국의 간섭이 없을 것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못하므로 미국이 우리 정권을 장악하게 된 경우에서, 절대 맹목적으로 단독 행동을 고집하면 사세에도 어렵고 우방의 동정도 잃을 것이니, 고립무원으로 야심을 가진 타국인을 대립하기에 더욱 고위(孤危)할 것이다. 하물며 미국이 우리 독립을 반대하여 압박 정책을 쓴다면 우리는 죽기로써 항거하기를 주저치 않을 것이나, 만국 전체가 우리 독립을 절대 주장하는 터이니, 우리 독립을 주장하는 우방과 합작 않을 이유도 없거니와 우리가 합작하자는 것은 총선거 진행에 협의적으로 하자는 것이니, 총선거로 국회만 성립된 후에는 국권이 우리 손에 있는 것인즉, 이것을 하기에 도움되는 것은 즉 독립을 돕는 것이니 거절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
이승만은 끝으로 자신은 김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므로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 주석과 나는 이러한 양해와 결심이 공고하므로 공사간에 의점(疑點)이 조금도 없으나, 오직 중국에서 수십년 동안을 임시정부 옹대로 사생을 같이하던 동지들과 노선이 갈리기를 차마 못하는 후의로 김 주석이 마음에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중이니, 그 심법[心法: 마음쓰는 법]과 곤란을 절실히 양해하는 나로서는 더욱 경애하는 바이니, 공연한 오해로 사실이 아닌 풍설이 있을지라도 신청(信聽)치 말기를 바라며, 다만 여러분께서 애국성심만을 위하여 전민족의 통일로 총선거를 하루바삐 진행하여 국가 운명을 누란에서 구원하며 민족정세를 구학(丘壑·언덕과 골짜기)에서 구제하도록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47)
그것은 임시정부법통론만 고집하는 국민의회 그룹으로부터 김구를 분리시켜 자신과 공동보조를 취하게 하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내 보이는 으름장이었다.
“나는 정부 밖에서 정부 옹호하는 일 할 터”
이승만은 이어 9월 16일에는 국민의회 주석직 유임을 거부하는 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 조직되었다는 정부에 내가 주석 책임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니, 나의 고충을 여러분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나는 남한만으로라도 총선거를 행하야 국회를 세워 이 국권회복의 토대가 생겨서(야) 남북통일을 역도(力圖)할 수 있을 유일한 방식으로 믿는 터이므로, 누구나 이 주의와 위반되시는 이가 있다면 나는 합동만을 위하야 이 주의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어 그는 김구에 대해서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를 지켜 오던 몇몇 동지와 갈리기를 차마 못하는 관계로 심리상 고통을 받으시는 중이니” 일반동포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의회 그룹과의 결별을 거듭 촉구했다.
이승만은 이어 총선거로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자신은 “정부 밖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책임”을 자담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총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남북을 영영 나누자는 것이 아니요, 남한만이라도 정부를 세워서 국제상에 발언권을 얻어 우리의 힘으로 통일을 촉성할 문로를 열자는 것이며, 만일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다면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지마는 아무 다른 방식이 없는 경우에는 이것이 유일한 방식이니, 전 민족이 다 합심해서 이것을 촉진하는 것이 가할 것이다. 총선거에 대하야 나는 개인적 무슨 욕망을 두지 않는 터이요, 또한 나는 자초로 평민의 권위를 존중히 여기므로, 정부 밖에서 정부를 엄호하는 책임을 자담하는 것이 나의 원하는 바이니, 일반동포는 나의 고충을 양해하기 바란다.”48)
이 무렵은 이승만은 측근에게도 김구가 조완구(趙琬九), 조경한(趙擎韓), 엄항섭(嚴恒燮) 등 임시정부 인사들과 결별하지 못하는 태도에 대해 “다 썩은 동아줄, 이걸 못 끊어, 이걸 못 끊는단 말이야” 하고 안타까워했다.49)
2. 4大國會議 거부되자 유엔總會로
미소공위의 결렬이 확실해지자 하지는 7월 18일에 합동참모본부에 새로운 대한정책 방향을 건의하는 전보를 쳤다. 그것은 (1) 미소공위가 실패하면 그 사실을 지체없이 선언하고 이후의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2) 미소공위 결렬 이후 신속하게 남한 자치정부를 수립하고 가리오아(GARIOA: Government Relief In Occupied Areas) 이상의 원조를 제공해야 하며, (3) 주한미군사령부의 전투부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50) 가리오아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의 예산법 1항에 따라 독일, 일본, 한국 등 미국점령지역의 기아, 질병, 사회불안 등을 방지하여 사회안정과 경제부흥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공된 물자원조였다.
對韓정책의 기본문서가 된 SWNCC 176/30
새로운 대한정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미국정부가 취한 조치는 7월 23일에 3부조정위원회(SWNCC·State-War-Navy Coordinating Committee)의 하부기관으로 한국에 대한 특별위원회(Ad Hoc Committee on Korea)를 설치한 것이었다. 한국특위는 국무부의 동북아시아국 부국장 앨리슨(John M. Allison)과 전쟁부(육군부)의 두푸이(Trevor N. Dupuy) 중령, 해군부의 허머(H. R. Hummer) 대위로 구성되었다. 앨리슨은 7월 29일에 한국문제 처리방안의 요지를 정리한 비망록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소련이 8월 5일 이전에 미소공위를 파탄시키는 경우 즉시 모스크바협정에 규정된 4대국(미국, 소련, 영국, 중국)회의를 소집하여 4대국으로 하여금 미소 양점령지역에서 인구비례에 따른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임시한국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부와 경제원조의 내용을 협의하며, 그 정부와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외국군대는 철수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련이 4대국회의를 거부할 경우에는 문제를 유엔에 상정한다는 것이었다.51)
이 비망록의 내용은 8월 6일에 3부조정위원회가 채택한 「한국에 관한 특별위원회 보고서: 한국에서의 미국의 정책(SWNCC 176/30)」52)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 뒤의 미국의 대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기초적 정책문서가 된 이 「SWNCC 176/30」은 모스크바협정에 의한 한국문제 처리를 폐기하고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시킬 것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한정책사상 중요한 문서이다.53)
한국문제를 위한 4대국회의 제안
마셜 미국무장관은 8월 12일에 몰로토프(Viacheslav M. Molotov) 소련 외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어 모스크바협정의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하여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4대강국이 즉시 논의할 수 있도록 8월 21일까지의 미소공위의 회의보고서를 제출하게 하자고 제의했다.54) 몰로토프는 답신에서 미소공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마셜의 제의를 수락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보고서 작성을 위한 미소공위가 다시 열렸으나, 회의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는 마침내 8월 20일에 제2차 미소공위의 경과보고서 요약을 마셜 국무장관에게 타전했는데, 미국대표단의 마지막 결론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소련정부가 미소공위 소련대표단에게 1946년에 미소공위 대표단장이 목표로 천명한 것과 다른 정책들을 따르라고 지시하지 않는 한, 그리고 지시할 때까지는, 미소공위를 매개로 한국독립의 성공적인 진전을 초래할 어떠한 협정도 작성하기가 불가능하다.”55)
그것은 하지 자신이 트루먼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미소양국의 직접 교섭에 의한 한국문제 처리가 불가능한 것임을 공식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애치슨(Dean Acheson)의 후임으로 새로 미국무차관에 임명된 러베트(Robert A. Lovett)는 8월 26일에 몰로토프에게 한국문제를 토의하기 위하여 9월 8일부터 워싱턴에서 4대국회의를 열자고 제의하고,56) 영국과 중국에도 통보했다. 영국과 중국은 미국의 제의를 수락했으나 소련은 거부했다. 몰로토프는 9월 4일에 마셜에게 보낸 답신에서 미국이 4대국회의를 일방적으로 소집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4대국회의가 모스크바협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4대국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57) 미국무부는 몰로토프의 그러한 반응을 예상하고 몰로토프가 회신을 보내오기 전부터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시킬 준비를 시작했다.58)
中國과 韓國에 웨드마이어 사절단이 파견돼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한국에 대한 다음 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때인 8월 26일에 웨드마이어 사절단이 서울에 도착했다. 태평양전쟁 끝 무렵에 미육군 중국전구사령관 겸 장개석(蔣介石)의 참모장으로 임명되어 중경에서 활동했던 웨드마이어는 중국 사정에 밝았다. 미국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웨드마이어 사절단을 구상하게 된 것은 국민정부군과 중공군 사이의 내전이 점점 격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군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중국에 대한 군사적 및 경제적 원조를 확대하고 중국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반면에 국무부의 입장은 국민당 정부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요 신문의 논조도 국민당 정부의 개혁 이전에 장개석에 대한 원조를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특사자격의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7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한달 동안 중국에 체류했다가 맥아더 사령관과의 회담을 위하여 하룻밤을 도쿄(東京)에서 묵고 서울로 온 것이었다.
웨드마이어가 미국을 떠나기에 앞서 워싱턴의 임병직(林炳稷), 스태거스(Staggers), 윌리엄스(Jay Jerom Williams), 올리버(Robert T. Oliver) 등 한국위원회 멤버들은 그에게 한국문제에 관한 비망록을 보냈다.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등에 게재된 내용이었으나, 두가지 새로운 항목이 있었다. 하나는 현재 38도선 이북의 주민 가운데 80퍼센트 가량이 이승만 박사를 지지하고 있고 따라서 그들은 반공주의자들이며, 또 많은 지도적 북한지도자들이 남한정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정부가 전 한국을 통치할 책임을 지는데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지와 그의 국무부 고문관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하지는 과거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이미 한국 국민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올리버 등은 자기들의 건의는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 플랜에 나타나 있는 미국정책”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59) 이처럼 이승만은 하지 사령관의 경질을 주장하고 있었다.
“李承晩과 金九는 공산주의에 대한 방파제”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8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내내 하지를 비롯한 미군정부 당국자들로부터 현황설명을 들었다. 하지는 만일 트루먼 행정부가 군정부 관리들을 계속 유지시키고자 한다면 그들을 강력히 지원해 주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하루빨리 퇴진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당국자들이 현지사령관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를 면직시키고 그들이 지지할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는 또 미국이 만일 미소공위의 실패로 말미암아 남한만을 상대해야 할 때에는 남한지역에서 공산당의 활동을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모스크바협정은 이미 사문화되었고, 미국이 한국 공산주의자들을 상대로 하는 한 좌우합작의 성공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승만과 김구 등의 극우진영에 대한 하지의 평가가 흥미롭다. 하지는 “비록 그들이 누구보다도 우리의 노력에 많은 방해를 해 왔으나”, 이들 극우파들은 앞으로 활용가치가 많기 때문에 미국은 우호적으로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과 김구는 이미 전 한국민중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지배하고 있으며, 또 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방파제”라고 했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미군정부가 《현재 남한의 경제사정》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남한의 경제는 자립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다.60)
웨드마이어는 이틀 동안의 미군정부 당국자들과의 회합과 8월 31일의 부산방면 시찰을 제외하고는 체류기간 대부분을 한국인들과의 면담으로 보냈다. 면담자들도 정치인뿐만 아니라 관료, 종교인, 언론인, 청년단체와 노동단체 지도자 등 다양했다.
웨드마이어와의 회담에서 김구는 행정권이 빨리 한국인에게 이양되어야 한다는 것과 38도선 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또 현재의 과도정부가 법집행을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는 좌우분열의 책임은 좌익에 있고 우익은 정치적 통일을 지향해 왔으며, 중간파는 좌익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은 우익인사들 가운데 가장 논리정연하게 우익의 행동노선을 설명했다. 그는 총선거는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고, 국회에서 민주적 원칙에 따라 헌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방문 때에 국무부 점령지역 담당 차관보 힐드링(John R. Hilldring)이 자기에게 6개항의 정책을 주었다고 말하고, 하지는 정책의 세부에 너무 얽매여 정책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먼저 남한정부를 수립한 뒤에 38도선을 철폐해야 하며, 남한정부는 법률상의 정식 정부가 될 것이나, 최종적으로 또한번의 총선거에 의하여 남한정부가 수립될 때까지의 과도정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소련이 남한만의 총선거를 비판하면 이미 북한에는 러시아인들의 지휘아래 한국인들이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대응논리로 응수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61)
힐드링이 자기에게 6개항의 정책을 주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였다. 6개항의 정책을 미국정부에 제의한 것은 이승만 자신이었고, 이에 대해 힐드링은 긍정적인 방응을 보였는데, 그것이 밀약설로 과장되게 선전되는 바람에 이승만은 부인하는 담화까지 발표했었다(《月刊朝鮮》2011년 12월호, <訪美外交로 國內政派들 제압> 참조).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9월 3일에 서울을 떠났다. 김포비행장에는 하지 중장을 비롯하여 안재홍(安在鴻), 김규식 등 남조선과도정부와 입법의원의 간부들, 그리고 이승만, 김구 등 많은 인사들이 나와서 배웅했다.62)
“李承晩과 金九는 폭력으로 美國노력 방해해”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9월 6일부터 하와이에 머물면서 트루먼 대통령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9월 19일에 제출되었다.
보고서의 한국부분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에서 미국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저해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서술내용이다. 주된 요인은 한국이 38선에 의하여 분할되어 있고 한국에 관한 모스크바협정 수행에 소련이 협력하지 않는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군점령지역 안의 방해요인은 (1) 이승만과 김구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는 극우 세력, (2) 극좌세력, (3) 국가경찰의 활동 세가지라고 했다. 극우세력의 상황에 대하여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승만 박사와 김구의 지배아래 있는 극우세력은 단순히 비협력적 태도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태도로 모스크바협정을 수행하는 미국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극우세력은 폭력적 전술을 행사하는 산하의 청년단의 지지를 받으면서 중도세력 및 비공산주의 좌익세력의 정치활동을 견제하기 위하여 협박수단을 구사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를 영향력과 능력을 가진 중도파 한국인이 행정에 참여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행동하고 있다.”63)
이러한 서술은 말할 나위도 없이 하지를 비롯한 미군정부 당국자들의 현황설명에 입각한 것이었다.
웨드마이어 보고서는 한국 상황에 대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한국의 정치, 경제 및 심리적인 정세는 농업지대인 남한을 공업화된 북한으로부터 분리하고 있는 북위 38도선의 인위적인 경계선 때문에 크게 불리한 영향을 받고 있다. 남한의 경제상태는 위험하다. 농업은 쇠퇴해 있고 그 밖의 자원도 빈약하다.
남한에서의 자립경제의 건설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미국의 원조에는 최소한의 자본투자를 포함하는 동시에 구제의 관점에서 주로 지원에 필요한 품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 공산주의 앞잡이들은 남한에서 불안한 정세를 조성하여 혼란을 야기시키려 하고 있다. 극우 우익 그룹의 테러와 방해 활동이 이러한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소공동위원회는 지금까지 두번 암초에 부딪쳐 아무런 성공의 희망이 없기 때문에 4개국의 신탁통치하에서 기능할 한국임시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적당한 매개기관은 이제 유엔이라고 생각된다.
소련이 북한으로부터 점령군을 철수하는 경우 미국은 남한을 계속 점령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소련군이 주둔하지 않더라도 소련이 만들어 놓은 괴뢰정권과 그 군대가 공산주의의 목적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한 경우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미군의 통제하에서, 그리고 미국인 장교의 지도하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병력을 지닌 한국지원병부대(Korean Scout Force)를 건설하는 일은 미군과 소련군이 한국에서 철수한 뒤 남한에 공산정권이 강제적으로 수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64)
‘극비문서’로 처리된 웨드마이어 보고서
웨드마이어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권고’항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미국은 모스크바협정에 따라 한국임시정부의 조속한 수립을 위하여 계속 노력하는 동시에 남한의 정치, 경제, 군사 상황에 관하여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한국으로부터의 미국의 철수는 소련도 이에 상응하는 철수를 실시한다는 협정에 근거하여 실시해야 하는 동시에,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많은 안전보장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안전보장조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군사원조를 남한에 제공하고, 또 이 군사원조의 제공에 관해서는 다음의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1) 한국 국가경찰과 한국 연안경비대에 대하여 무기와 장비를 계속해서 미국이 제공할 것.
(2)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현재의 경찰 대신에 충분한 병력을 가지고 미국인을 장교로 한 한국지원병부대를 설치할 것.
(3) 한국에 있는 미군은 계속해서 주둔할 것.
(4) 기술전문가와 전술부대의 훈련에 관하여 조언할 것.”65)
웨드마이어는 뒷날 그의 회고록에서 “내가 이러한 권고를 한 목적은 한국에서의 소련의 파괴활동을 방지하는데 있었다. 한편 위대한 애국자인 이승만의 지도아래 한국인들은 한국 전역을 완전히 통치할 필요조건을 확립했다”라고 적었다.66) 그러나 이러한 서술은 위에서 본 웨드마이어 보고서의 내용과는 동이 뜬 것이었다.
그런데 마셜 장관은 국무부 관리들의 건의에 따라 이 웨드마이어 보고서의 공포를 금지했다. 극동국장 버터워스(William W. Betterworth)는 웨드마이어에게 특정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웨드마이어가 받아들이지 않자 이 보고서를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극비 문서’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국무부관리들은 공산군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하여 국민정부에 군사원조와 정신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웨드마이어의 주장이 공표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67)
46대 6으로 유엔총회에 상정돼
미국정부는 마침내 한국문제 처리의 마지막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국무부 차관 러베트는 9월 16일에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미국정부가 한국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몰로토프 소련 외무장관에게 통보하라고 훈령하고, 그 사본을 영국정부와 중국정부에 전달했다.68) 이 통보에서 국무부는 미소공위를 통한 교섭이 한국의 독립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또 4개국회의를 소련이 거부했기 때문에 유엔에 의한 문제해결이 남은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이튿날 미국의 유엔대표 오스틴(Warren R. Austin)은 리(Trygue Lie)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국의 독립 문제를 유엔총회의 의제로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고, 마셜 장관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하여 한국독립 문제를 유엔이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69)
소련은 물론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1945년의 모스크바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련의 유엔 대표 그로미코(Andrei A. Gromyco)는 한국문제를 유엔으로 이관시키는 것은 비합법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총회 본회의는 한국문제를 총회의제로 채택할 것인가를 제1정치위원회가 토의하여 보고하게 했다. 제1정치위원회는 9월 21일에 한국문제를 총회의제로 포함시키도록 건의하기로 12대 2의 투표로 결의했다. 반대한 두 나라는 소련과 폴란드였다. 총회는 9월 23일에 제1정치위원회의 보고를 접수하기로 41대 6의 투표로 결의했다. 여섯 나라는 회의 불참국이었다.70) 이렇게 하여 한국독립 문제는 이제 유엔의 과제로 넘어갔다.
유엔총회의 결의에 대한 소련의 반응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미소공위의 9월 26일 회의에서 나타났다. 소련대표단장 슈티코프가 “만일 미국대표가 1948년 초까지 전 미국 군대를 철수시키는데 동의한다면 소련군은 미국과 동시에 조선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소련 대표는 성명한다”고 선언한 것이다.71)
슈티코프의 성명은 한국독립 문제의 유엔상정 뉴스와 맞물려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군정부로서도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는 참모회의에서 “이 제의는 우리가 한국에 온 이래로 가장 부담스러운 선전책동이다. 그것은 광범한 파급효과를 가졌고,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약소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72)
“蘇聯의 北韓점유는 국제적 폭력이다”
슈티코프의 제의에 대한 김구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과 정당들의 촌평이 신문지면을 메우고 있는 가운데 이승만은 소련군만 철수해야 한다는 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소 양군을 동시 철퇴하자는 소련의 제의를 우리는 의외로 알지 않는다. 그 배후의 의도도 우리는 잘 안다. 파괴된 정의와 인도에 대하여 세계여론이 분기한다면 그 세력을 소련으로서도 전연 무시치 못할 것은 잘 알았던 바이다. 약소한 우방의 반부를 하등의 이유나 권리없이 점유함은 막심한 국제적 폭행이다. 세계평화를 진정하게 희구한다면 문명한 국가들은 중세기적 비행은 단연 금기하고 세력보다 공론을 중히 해야 할 것이다. 40년 전 서양제국이 일본을 허하여 한국을 강점케 하던 때에 나는 이런 말을 하였거니와 다시 반복하여 말하노니, 총검을 가지고 선인(善人)을 협박하는 강도를 좌시하면 같은 총검이 좌시하던 사람에게도 가는 날이 있으리라고 한 것이다. 미국은 1941년 12월 7일에 진주만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치 말라고 능히 경고하는 바이다.”
소련의 북한점령이 “하등의 이유나 권리없이” 자행되었다는 말은 소련의 대일참전은 일본이 항복의사를 밝힌 뒤였으므로 한국의 해방에 기여한 것이 없고, 따라서 소련군의 한국점령은 부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철수는 소련군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이어 철군문제를 총선거의 시급성과 결부시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적국을 포함한 모든 다른 피점령국가들은 총선거로 각자의 정부를 조직하였음에 반하여, 과거 2년 동안을 두고 한국인은 남한에 있어서도 정부 건립을 위하여 총선거를 시행하도록 용허되지 않았다. 한국민족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참경에 빠져 있음은 아무나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으리라. 이런 정세에 처하여 한인들은 미국점령지에서라도 총선거를 행하여 정부를 조직키로 필경 결심하게 된 것이다. 미군정부의 협력이 속히 있다면 협력 있이 해도 좋고, 가망이 없다면 협력 없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양주둔군을 동시 철퇴하자는 소련의 제안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고상한 표방과 같이 과연 한국이 통일 민주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성의가 있다면 우리의 자유선택의 정부를 세울 수 있도록 북한에서 즉시 또는 무조건으로 철퇴하기를 우리는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외국이나 외국군이 우리에게 둘러씌우는 것은 무엇이고 안 받을 작정이다. 일보 진하여 소련이 미국과 협동하여 한족의 주권을 엄격히 존중함을 서언하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이승만은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당분간 군대를 철수시켜서는 안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또 한편으로 미국에 요청하는 바는 우리 총선거를 통한 민의에 의하여 정부를 세우고, 군정에서 북한에 있는 한인적군부대(韓人赤軍部隊)를 해산하고 우리의 국방군이 사용할 충분한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여 달라는 것이다. 정권을 인수할 때까지는 치안에 필요한 근소한 군대만을 독립국가로서의 우리의 권리에 간섭함이 없이 계속 주둔함이 가할 것이다. 한국 분단의 책임을 미국이 적어도 일부 진다고 생각되는 이상, 외국 분점에 의하여 발생된 혼란을 정돈할 시간을 우리가 가질 때까지는 미국이 빠져나감이 불가하며 또 빠져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73)
이 성명에 대해 하지는 참모회의에서 이승만은 소련인들은 물러가고 미국은 남아서 자기의 보디가드를 하라는 재미있는 성명을 냈다고 비아냥거렸다.74)⊙
1) 《朝鮮日報》1947년 6월27일자, <슈中將平壤歸還>. 2) 《東亞日報》1947년 7월5일자, <曺晩植氏 브少將列車中會議>.
3) <브라운이 하지에게: 조만식 회견기>(1947.7.2), 정용욱,《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pp.410~411. 4) 《朝鮮日報》1947년 7월17일자, <美蘇共委難關에 逢着>. 5) 《朝鮮日報》1947년 7월22일자, <共委協議對象에 對한 美蘇間의 相異點>. 6) 《朝鮮日報》1947년 8월2일자, <名簿作成方式에 對한 美提案을 蘇拒否>. 7) 《朝鮮日報》1947년 8월3일자, <反託鬪爭中止한다면 協議에 參加함을 容認>. 8) 전현수 옮김,《쉬띄꼬프일기 1946~1948》, 국사편찬위원회, 2004, pp.128~129.
9) E. A. Johnson, American Imperialism in the Image of Peer Gynt: Memoirs of a Professor- Bureaucrat,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71, pp.167~168 ; 이정식,《여운형: 시대와 사상을 초월한 융화주의자》,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pp.625~627. 10) 《朝鮮日報》1947년 5월28일자, <勤勞人民黨中央委員會> ; 심지연,《人民黨硏究》,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1991, pp.158~174. 11) <꼬르뜨꼬브와 레베제브가 소련 원수 메레츠꼬브 동지와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5월4일>, 전현수 편역,《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1946~1947》, 국사편찬위원회, 2003, pp.312~313. 12) <샤닌과 레베제브가 소련 원수 메레츠꼬브 동지 및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미군정청의 활동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4월12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49. 13) <남조선정세에 대하여, 1947년 4월24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70. 14) <레베제브가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5월15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44.
15) <샤닌이 소련 원수 메레츠꼬브 동지와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여운형과 그 지지자들의 활동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3월31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37. 16) 정병준,《몽양 여운형 평전》, 한울, 1995, p.479. 17) 《東亞日報》1974년 2월5일자, <夢陽암살 共犯있다>, 2월7일자, <呂運亨씨 암살사건 極右단체서 권총入手>. 18) 이정식, 앞의 책, p.635. 19) 《朝鮮日報》1947년 7월24일자, <狂信的黨爭中止하라>. 20)《東亞日報》1947년 8월5일자, <故呂運亨氏永訣式執行>. 21) <美蘇共委對策代議員選擧에 關한 條例>,《梨花莊所藏 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五) 建國期文書 3 》, 延世大學校出版部, 1998, pp. 429~432. 22) 裵恩希,《나는 왜 싸웠나》, 一韓圖書, 1955, p.75. 23) 《東亞日報》1947년 7월11일자, <反託對策을 討議, 民族代表者大會盛況>, 7월12일자, <韓族代表大會, 部署決定코 續開> ; 康晉和 編,《大韓民國建國十年誌》, 建國紀念事業會, 1956, p.291. 24) 《東亞日報》1947년 7월13일자, <新政治機構組織等, 重大問題를 討議>.
25)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14(1947.7.24). 26) Hodge to Marshall, Jul. 16,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p.703~704. 27) 《東亞日報》1947년 7월19일자, <마長官某種電文으로 李博士-하中將重要會談>. 28) 《東亞日報》1947년 7월19일자, <總選擧의 旗幟下에 民族陣大同團結>. 29) 《東亞日報》1947년 7월20일자, <申翼熙氏韓獨黨脫黨>.
30) 《東亞日報》1947년 8월3일자, <美軍政의 協調얻어 總選擧로 政府樹立>. 31) 《東亞日報》1947년 8월12일자, <民代·國議決裂, 打開策을 講究>. 32) 《東亞日報》1947년 8월10일자, <自主獨立爲해 反託은 當然>. 33) 전현수 옮김,《쉬띄꼬프일기》, p.139. 34) 《朝鮮日報》1947년 8월13일자, <左翼要人을 檢擧>. 35) 《東亞日報》1947년 8월6일자, <赤化宣傳을 圖謀, 南勞黨系放送員被檢>. 36) 《東亞日報》1947년 8월19일자, <軍政破壞의 陰謀>. 37) 전현수 옮김,《쉬띄꼬프일기》, pp.146~147 ;《京鄕新聞》1947년 8월24일자, <左翼彈壓에 蘇聯側抗議>. 38) 《朝鮮日報》1947년 8월26일자, <南朝鮮은 美軍權限內>.
39) 康晉和 編, 앞의 책, p.1292. 40) 윤치영, <나의 이력서(45)>,《한국일보》1981년 9월12일자. 41) <張震燮書翰內容報告>,《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五) 建國期文書 3 》, pp.104~113. 42) 《東亞日報》1947년 8월19일자, <李博士宅移轉>. 43) 尹錫五, <景武臺四季 麻浦莊①>,《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中央日報·東洋放送, 1977, pp.49~51 ; 이수웅 옮김,《이승만 한시선》, 배재대학교출판부, 2007, p.158.
44) <政府樹立聲明>,《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五) 建國期文書 3 》, pp.60~66. 45) 《朝鮮日報》1947년 8월26일자, <美軍協調下選擧, 李博士演說>. 46) 《朝鮮日報》1947년 8월29일자, <總選擧早速實施, 李博士멧세-지>.
47) 《東亞日報》1947년 9월4일자, <民衆公議로 政府를 樹立>.
48) 《東亞日報》1947년 9월17일자, <國議主席을 拒否>. 49) 尹錫五 證言, 孫世一,《李承晩과 金九》, 一潮閣, 1970, pp.275~276 ; 尹錫五, <景武臺四季 麻浦莊②>, 앞의 책, p.56. 50) 정용욱, 앞의 책, pp.417~418. 51) “Memorandum by Allison”, Jul. 29, 1947, FRUS, 1947, vol.Ⅵ, pp.734~736. 52) “Report the Ad Hoc Committee on Korea”, Aug. 4, 1947, FRUS, 1947, vol.Ⅵ, pp.738~741. 53) 정용욱, 앞의 책, p.420. 54) Marshall to Embassy in Moscow, Aug. 11, 1947, FRUS, 1947, vol.Ⅵ, pp.748~749. 55) Hodge to Marshall, Aug. 20, 1947, FRUS 1947, vol.Ⅵ, p.760.
56) Lovett to Embassy in Moscow, Aug. 26, 1947 및 “United States Proposals Regarding Korea”, FRUS, 1947, vol.Ⅵ, pp.771~774. 57) Molotov to Marshall, Sept. 4, 1947, FRUS, 1947, vol.Ⅵ, pp.779~781. 58) Lovett to Jacobs, Sept. 2, 1947, FRUS, 1947, vol.Ⅵ, p.776. 59)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84. 60) 차상철,《해방전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지식산업사, 1991, pp.160~161.
61) 정용욱, 앞의 책, p.451. 62) 《朝鮮日報》1947년 9월4일자, <웨特使昨朝歸國>. 63) “Report to the President on China-Korea, September 1947, Submitted by A. C. Wedemeyer”, FRUS, 1947, vol.Ⅵ, pp.801~802.
64) Albert C. Wedemeyer, Wedemeyer Report!, Henry Holt & Company, 1958, p. 477. 65) ibid, p.479. 66) ibid., pp.395~396. 67) ibid., pp.396~397 ;《朝鮮日報》1947년 10월22일자, <웨特使報告發表保留>. 68) Lovert to Embassy in Moscow, Sept. 16, 1947, FRUS, 1947, vol.Ⅵ, p.790. 69) 《東亞日報》1947년 9월19일자, <朝鮮問題UN上程>.
70) FRUS, 1947, vol.Ⅵ, p.792. 71) 《朝鮮日報》1947년 9월27일자, <朝鮮人政府自立爲해 蘇同時撤退用意>. 72) 駐韓美軍情報參謀部軍事課, <史官記狀>, (1947.9.30), 鄭容郁 編,《解放直後政治社會史資料集(一)》, 다락방, 1994, p.313. 73) 《東亞日報》1947년 10월1일자, <美蘇兩國은 協同하야 朝鮮主權尊重을 誓言하라>. 74) <史官記狀>(1947.10.5), 鄭容郁 編, 앞의 책, p.323.
여운형(呂運亨)은 7월 19일에 미군정부(美軍政府) 민정관 존슨의 관저로 가던 길에 암살되었다. 이승만(李承晩)과 김구(金九)는 공동으로 한국민족대표자대회를 소집했다.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는 통합에 합의했으나, 임시정부법통론(法統論)과 조기총선론(早期總選論)이 맞서 무산되었다.
이승만 내외는 8월 18일에 마포장(麻浦莊)으로 이사했다. 휑뎅그렁한 빈 집을 이승만은 손수 대패질을 하면서 수리했다.
미국정부는 7월 23일에 3부조정위원회(SWNCC)의 하부기관으로 한국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특위가 작성한 보고서 「SWNCC 176/30」은 모스크바협정에 의한 한국문제 처리를 폐기하고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시킬 것을 공식화했다.
9월 26일에 트루먼 대통령특사로 서울에 온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1주일 동안 머물면서 많은 한국인사들을 만났다. 유엔총회는 9월 23일에 한국독립문제를 총회의제로 채택했다.
1. 美蘇의 선전장으로 끝난 美蘇共同委員會
1947년 6월 25일에 남조선 과도정부 입법의원 회의실에서 열린 미소공동위원회 대표단과 남한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 400여명의 회합식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이윽고 모스크바협정에 따른 임시정부가 발족하는 듯한 환상에 젖게 했다. 미군정부는 6월 18일에 그동안의 미소공위 진전 상황과 이날의 회합식을 알리는 전단을 남한 전역에 공중 살포했었다. 회합식은 고려교향악단의 애국가와 미소양국 국가 연주를 포함하여 한시간도 걸리지 않은 상견례 자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도하 신문들은 “역사를 꾸미는 백악관 대 ‘홀’에 4백여 대표 표정도 결연”, “조·미·소 3국 대표 백악관 내서 인사를 교환”, “인민정권 창건의 역사적 회의 개막” 등의 표제로 대서특필했다. ‘백악관’이란 입법의원이 있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미소공위 대표단과 북한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의 회합식은 7월 1일의 평양인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소련쪽 수석대표 슈티코프(Terentii F. Shtykov)는 6월 26일에 평양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서울을 떠나면서 “속개된 미소공위는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장담했다.1)
브라운 美國 대표단장이 曺晩植 만나
미국대표단의 평양방문 일정 가운데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대표단장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이 소련군사령부에 강력히 요청하여 7월 1일에 조만식(曺晩植)과 회견한 일이었다. 조만식은 미국대표단이 타고 간 특별열차를 방문하여 브라운을 만났다.2) 브라운은 조만식에게 먼저 신탁통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조만식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조만식은 미국만의 신탁통치가 가장 바람직하나 미소양국에 의한 신탁통치가 불가피하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브라운은 주로 북한의 상황과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견해를 물었는데, 조만식은 이승만과 김구가 미소공위의 성사를 위해 미국대표단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큰 유감이라고 대답했다. 조만식은 이미 5월 하순에도 밀사를 통하여 하지에게 이승만의 반탁활동이 미소공위 사업을 방해할까 우려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조만식은 또 총선거나 임시정부수립 이전에 남한에도 토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만식은 남한에 내려가서 정치활동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3)신탁통치를 반대하다가 소련군에 의해 고려호텔에 연금되어 있는 조만식이 어떤 상황인식에서 이러한 말을 했는지, 또는 자유로운 의사표시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놀라운 의식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일방적인 성명발표로 장군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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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蘇共委代表團과 南韓의 政黨 및 社會團體代表들과의 會合式을 보도한 신문지면. |
미소양국 대표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망이 보이지 않자 미소공위는 한국인들에게 자기쪽의 정당성을 알리는 선전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미소 양쪽이 합의사항을 공동성명으로 발표하기로 했었는데, 7월 16일에 브라운 미국대표단장이 7월 2일부터 7월 14일까지의 회의내용을 알리면서 소련쪽 주장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는 단독성명을 발표했다.4) 그러자 슈티코프 소련대표단장도 7월 21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운의 성명과 다른 별도의 내용을 발표했다.5) 브라운이 7월 31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그 뒤의 회의진행 상황을 밝히자,6) 슈티코프도 8월 2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소련의 입장을 강조했다.7)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공위가 결렬되지 않고 10월 20일까지나 계속된 것은 소련대표단이 미소공위의 결렬이 소련에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슈티코프는 그의 《일기》에 미소공위가 결렬되는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유 다섯가지를 적어 놓았는데, 그 가운데는 미소공위 동안에 크게 성장한 남한의 좌익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어 그들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어 있다.8)
근로인민당 당수 呂運亨이 암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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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동 로터리를 지나가고 있는 呂運亨의 장례 행렬. |
1946년 12월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원도 원주로 내려가 요양하다가 1947년 1월에 상경한 여운형은 미소공위 재개에 맞추어 인민당 우파와 사회로동당 해체 때에 남로당에 합류하지 않은 동지들을 규합하여 근로인민당 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 5월 24일과 25일에 열린 근로인민당 결당대회는 여운형을 중앙위원회 위원장, 백남운(白南雲)과 장건상(張建相)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10)
이 무렵의 남한의 정세에 관한 소련정보문서에는 여운형의 동향이 여러 군데에서 언급되어 있다. 5월 4일자로 된 정보문서는 좌익진영 내부에서 발생한 위험의 하나로 ‘구 인민당과 사회로동당 구성원들과 남조선로동당 내부의 기회주의자들의 동요’와 ‘그리고 그들의 남조선로동당을 탈당하여 여운형의 정당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문서는 최근에 열린 민주주의민족전선 대표자회의에서 여운형이 “미소공위가 조속히 열리지 않기 때문에 미군정청과 지나치게 강하게 투쟁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또 “남조선로동당은 미군정청과 투쟁하는 정당이다. 나는 미군정청과 협력하는 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러한 식으로 여운형은 반동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남조선로동당과 투쟁하고 있다. 그는 남조선로동당에 가입해 있는 구 인민당 구성원들과 사회로동당 구성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문화 학생조직들 속으로도 침투하려고 시도한다.”11)
또한 4월 17일자 정보문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믿고 있는 여운형은 좌우합작 노선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며, 김규식(金奎植)과의 접촉을 중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조선의 통일과 민주역량의 성장에 대한 기대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는 반동진영의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그들은 그에게서 합작노선의 실행을 끌어내려고 한다.”12)
여운형은 이러한 입장에서 하지의 협조를 요청했다. 4월 24일자 소련정보문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여운형은 하지에게 그는 김규식과 함께 좌우합작을 위한 운동을 강화할 것이며, 이러한 방향에서 자신은 새로운 정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그에게 협력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는 여운형의 발언에 만족을 표명했다.”
이 문서는 또 “여운형이 창립한 사회로동당 지도부는 민주주의민족전선의 좌우합작 5원칙에 반대하고 좌우합작위원회의 7원칙에 동조하기로 결정했다”고도 했다.13)
4월 26일에 남로당 부위원장 이기석(李基錫)은 여운형을 방문하여 “당신이 이승만과 협력하려는 것이 사실인가?” 하고 물었다. 여운형은 부인했으나, 이기석은 “이미 그러한 견해가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당신은 좀더 신중히 행동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운형은 “어제 저녁에 김규식을 만나 이승만을 어떻게 타도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했다”고 응수했다.14)
“金奎植과 만나 李承晩 타도 협의했다”
위의 기술들은 모두 미소공위가 속개되기 직전의 상황을 보고한 것인데, 소련군사령부나 남로당으로서는 이러한 여운형의 행보가 달가울 턱이 없었다.
여운형은 일찍부터 정치테러의 대상이 되어 왔다. 3월 16일 밤에는 여운형의 집에 사제폭탄이 투척되었으나 여운형은 집에 없었다. 이 폭탄테러에 대해 여운형의 동생 여운홍(呂運弘)은 폭탄테러가 좌파의 소행이라고 말하고 측근인 이정구와 이상백(李相佰)은 남로당의 지시에 따라 일어났다고 말했으며, 여운형 자신은 어떤 조직을 의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한다.15)
여운형의 암살범은 평양에서 월남한 한지근(韓智根)이라는 열아홉 살 난 청년으로 밝혀졌다. 그는 송진우의 암살범으로 투옥된 한현우(韓賢宇)의 집에 기식하고 있었다. 범인은 한현우의 지시를 받았다고도 하고,16) 또 공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17) 배후에서 암살을 지시한 세력이 어떤 그룹이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에서 활동한 여운형의 차녀 여연구(呂?九)는 여운형을 암살한 것은 종파분자들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헌영(朴憲永) 그룹이었다는 뜻이다.18)
하지는 7월 23일에 여운형의 피살과 관련하여 “여운형씨의 참화는 조선정계의 비참한 현상을 여지없이 말하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언론기관, 청년단체, 법률시행기관, 정치지도자들의 맹성을 촉구하는 긴 성명서를 발표했다.19)
여운형의 장례식은 8월 3일에 서울운동장에서 ‘인민장’으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20)
대의원선거 하여 민족대표자대회 열어
남한의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 미소공위 양국 대표 간의 회합식이 열렸던 6월 25일에 이승만과 김구는 공동명의로 독촉국민회 각 도지부장 앞으로 미소공위 대책을 협의할 민족대표를 선거하여 7월 9일까지 상경시키라고 지시하면서 「선거에 관한 조례」까지 작성하여 보냈다. 「조례」에 따르면 선거는 인구 10만명에 1명씩 200명을 부락-면-군 단위의 3단계로 시행하는 간접선거였다. 그것은 1946년의 과도입법의원 의원선거 때에 실시했던 선거방법과 비슷했다. 조례는 이러한 대표회의를 소집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정당이나 사회단체 대표는 그들이 소속한 단체의 대표는 될지언정 일반 민중의 대표는 될 수 없으며, 또 그들은 모스크바협정을 지지한다는 「공동성명 제5호」에 서명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가 그저 앉았으면 세인 이목에 우리가 다 신탁통치를 접수하려는 줄 알게” 될 것이므로, “민중의 대표자로 대의원을 선거하여” 대책을 강구하려는 것이라는 것이었다.21)
이 민족대표자대회도 6월 23일의 전국적인 신탁통치 반대시위를 제의했던 전주의 목사 배은희(裵恩希)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이때에 실시된 선거의 실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배은희는 “미군정의 감시가 심한 데다가 좌익들의 방해공작이 맹렬하여 이중삼중의 애로를 겪었다”고 술회했다. 그리하여 선거운동자들이 이곳저곳에서 피투성이가 되는 참상이 빚어졌고, 전라남도 순창(淳昌)군에서는 선거운동을 하던 두 청년이 좌익의 손에 희생되기까지 했다고 한다.22)
‘테니스코트의 맹세’를 한 제3계급 平民會議처럼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7월 10일 오후 2시부터 독촉국민회 회의실에 200여명의 대의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회의를 개회했다. 이승만과 김구의 치사에 이어 의장단과 이번 회의의 토의사항을 분담하여 처리할 각 분과위원을 선출했다. 의장에는 배은희, 부의장에는 명제세(明濟世)와 박순천(朴順天)이 선출되었다. 각 분과위원회에서는 (1) 미소공위에 제출된 각 정당 및 사회단체의 답신안, (2) 민주독립정부 수립의 기본이 되는 정강과 정책, (3) 부일협력자처단법, 토지개혁법 등 입법의원을 통과한 주요 법률, (4) 북한실정 등을 검토하여 전체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23) 그만큼 민족대표자대회는 의욕과 사명감에 차 있었다. 그것은 7월 11일에 한국독립당이 “이승만 박사와 김구 주석의 영도하에 성립된 남북통일 전민족대표자대회는 진정한 3천만 반탁국민총의의 집결체인 권리주체요 프랑스혁명 때에 유명한 ‘테니스코트의 맹세’를 한 제3계급 평민회의의 역할 이상의 대회로서, 자율적 법통임시정부 수립의 민족과업을 완수할 줄 믿는다”는 요지의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도 느낄 수 있다.24)
민족대표자대회는 7월 12일의 회의에서 민주독립정부 수립 문제를 토의하는 과정에서 임시정부법통론을 주장하는 한독당계와 총선거에 의한 정부 수립을 주장하는 독촉국민회계가 논란을 벌이다가 국민의회와 통합할 것을 결의하고, 교섭위원 31명을 선출했다. 의장 배은희, 부의장 명제세, 서기국장 이종현(李宗鉉) 등이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趙素昻)을 방문하여 통합을 교섭한 결과 국민의회도 13일에 긴급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민족대표자대회와 통합하기로 결의했다. 그리하여 7월 14일에는 국민의회 상임위원과 국민대표대회 교섭위원의 연석회의가 열려 구체적인 통합방법을 토의했다. 김구는 15일 회의에 참석하여 정부수립에 관해 이승만과 자신 사이에는 의견 차이가 없고, 자신은 2인자라면서 이승만을 따르자고 말했다.25)
하지는 李承晩을 형무소에 보낼 수도 있다고
한국민족대표자대회가 열리고 있는 7월 16일에 하지 장군이 마셜(George C. Marshall) 국무장관에게 보낸 보고전문은 이 무렵의 이승만에 대한 하지의 반감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보여준다.
“이승만은 지난 며칠 동안 옛 중경(重慶)그룹을 기반으로 한 임시정부의 선언을 주도하는 듯한 활동에 열중했다. 그 내용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기자들은 그의 활동 이야기를 취재도 하지 않았다. 미국 기자들은 이승만의 활동을 미국 신문에 보도함으로써 그의 명성을 증대시키기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이승만과 추종자들은 이곳 한국인 사이에서 큰 평판을 얻고 있고, 지역 수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제이컵스(Joseph E. Jacobs)는 국무부 훈령 142호의 선에 따라 그와 다시 이야기해 보겠지만 지금껏 하지를 위시하여 미국 신문기자들에 이르기까지 이곳에 있는 모든 미국인들이 온갖 방법으로 되풀이하여 설득했다. 그는 아집에 빠져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웨드마이어(Albert C. Wedemeyer)는 떠나기 전에 한국문제의 요점을 잘 파악하고 와야 할 것이다. 웨드마이어가 도착할 때까지 이승만이 형무소 밖에 있다면 그는 웨드마이어의 말을 들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하지는 이승만의 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국무장관의 성명발표를 거듭 요청했다.26)
백악관은 7월 12일에 2차대전 때에 중국 전구 사령관으로 활동했던 웨드마이어 중장을 트루먼(Harry S. Truman) 대통령의 특사로 한국과 중국에 파견한다고 발표하여 한국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가 이승만의 수감 운운한 것은 이승만과 김구가 요인암살을 포함한 정치테러 계획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이때까지도 믿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月刊朝鮮》2012년 1월호, <美蘇共委再開로 위기 맞아> 참조).
하지는 이날 저녁에 이승만을 관저로 초청하여 제이컵스와 셋이서 장시간 회담했는데, 이튿날 찾아온 기자에게 이승만은 마셜 국무장관이 보낸 전보를 중심으로 의견교환을 했고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7월 17일 저녁에는 랭던(William R. Langdon) 부부와 제이컵스를 돈암장으로 초대하여 만찬을 베풀었다.27)
立法議員들도 대거 국민대표자대회로 몰려
7월 17일 오후에 열린 민족대표자대회는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과 신익희(申翼熙)를 비롯한 20여명의 입법의원들이 참가하여 한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입법의원 48명이 개인 자격으로 민족대표자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날 참석한 입법의원들 대부분은 민선의원들이었고 관선의원들도 더러 있었다.
회의는 8월 1일에 제2차 민족대표자대회를 소집하여 총선거 실시에 관한 방책을 수립하기로 결의하고, 대회준비위원으로 민족대표자대회에서 의장단과 서기국장을 비롯한 11명, 입법의원에서 김도연(金度演) 등 15명, 국민의회에서 상무위원 전원을 선출했다. 회의는 하지 장군에 다음 4개항을 요청하기로 결의하고 폐회했다.
(1) 보통선거 실시의 선포를 하지 중장에게 요청할 것.
(2) 민정장관을 민선으로 하도록 하지 중장에게 요청할 것.
(3) 총선거 실시에서 하지 중장의 협조를 요청할 것.
(4) 미소공위는 어느 때에 종결될 것인가 하지 중장에게 질문할 것.28)
민족대표자대회에 합류한 한국독립당의 서울시당부 위원장 신익희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면서 7월 20일에 한독당을 탈당했다.29)
미소공위의 정돈상태가 계속되면서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의 통합문제는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민의회는 통합교섭을 시작하면서 통합조건으로 민족대표자대회는 국민의회에 포섭될 것,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은 국민의회의 자격 심사를 받을 것 등 3개항을 제시했고 민족대표자대회는 이를 수락하고 대의원 명부까지 제출했다. 그리하여 원만하게 진전되는 듯하던 통합작업은 총선거냐 임시정부 법통이냐의 문제로 양쪽의 의견이 맞서 무산되었다.
제2차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8월 1일 오후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회의에는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 200여명 이외에 입법의원 40여명이 자진해서 참석했다. 이승만은 격려사를 통하여 전민족의 대동단결로써 자율적 정부를 수립하여 민족독립을 전취할 것을 강조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대표자대회가 허명무실한 정부조직보다는 미군정부 당국의 협조를 얻어 자율정부의 기반으로서 총선거의 준비공작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은 입법의원을 통과한 보통선거법의 조기 실시를 군정부에 요청하라고 말했다. “허명무실한 정부조직”이란 임시정부 법통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김구는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의 통합협상 경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통합이 안 된 것이 결코 분열이 아니며, 국민의회와 민족대표자대회는 서로 형제적 관계로서 반탁의 기치아래 대동단결할 수 있고, 또 이번 회의는 통합을 위한 가장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30)
국민의회와의 통합문제는 8월 3일의 회의부터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논의되었다. 국민의회와의 연석회의가 계속되었으나 성과가 없었다. 마침내 민족대표자대회는 8월 9일에 국민의회에 포섭된 대의원들에게 소환장을 전달했다. 국민의회도 상임위원회를 열어 선후책을 강구하느라 부심했는데, 8월 11일에는 김구가 국민의회 의장 조소앙과 함께 돈암장을 방문하여 이승만과 요담했으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31)
민족대표자대회와 국민의회의 이러한 길항은 미소공위가 결렬될 것이 확실시되는 국면전환을 반영한 것이었다. 8월 8일과 9일에 연달아 발표된 브라운의 성명과 9일에 있었던 슈티코프의 기자회견은 미소공위가 이른바 ‘의사표시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 끝에 드디어 파국에 이르렀음을 드러내 보였다. 브라운의 성명에 대해 한국민주당, 조선민주당, 대한노총 등 15개 우익단체로 구성된 임정수립대책협의회는 브라운의 성명은 “소련이 모스크바협정의 기본정신을 망각하고 협정의 일언일구에 구애하여 조선정부수립의 사명을 이행치 못하는데 대한 한 비판인 동시에 우리 3천만 민중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철두철미 대변해 준 것으로서 감사 감격을 마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독촉국민회 선전부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건투하는 브라운 소장 이하 미국대표단에 대하여 거족적 사의를 표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32)
슈티코프는 미소공위가 열리고 있는 기간의 일을 그의 일기에 자세히 적어 놓았는데, 8월 9일자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샤브신이 김규식은 여운형의 사망 이후에 우경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하다. 그는 또한 남조선(단독)정부의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다. 대통령에는 이승만이, 국무총리에는 장덕수(張德秀)가 내정되었다고 한다. 이 정보에는 김구와 김규식 및 일부 우익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라 한다.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대해 북조선의 신문들에 게재할 기사를 준비하기로 약속하다.”33)
샤브신(Anatolii I. Shabshin)의 이러한 정보는 미소공위 결렬 이후의 남한의 정치변화에 대한 좌익 정파들의 전망을 반영한 것이었다.
좌익검거 비판하자 내정간섭이라고 반격
8월 11일 밤부터 12일에 걸쳐 수도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일제히 좌익인사들의 검거에 나섰다. 장건상, 이여성(李如星), 백남운 등 근로인민당 간부들을 비롯하여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 전국농민조합총연맹(전농), 여성동맹 등 좌익 단체 간부들을 포함하여 12일 밤 11시전까지 체포된 사람은 327명에 이르렀다.34) 허헌(許憲) 등 남로당 간부들은 모두 피신했다. 이보다 앞서 8월 4일에는 방송을 통하여 공산주의 선전활동을 하던 남로당원 등 서울 중앙방송국 직원 14명이 검거되었다.35) 수도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은 8월 18일의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방송을 통한 남조선 적화음모와 8월 15일을 기하여 경기도 일대에서 폭동을 일으키며 미군정부를 파괴하려는 음모가 발각되었다고 말했다.36)
슈티코프는 5월 20일에 열린 미소공위 54차 회의에서 좌익인사들의 검거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정상상태를 회복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으나, 브라운은 그것은 미소공위의 업무 밖의 사항이라고 일축했다.37)
하지는 8월 25일에 슈티코프가 미군정부의 좌익검거 선풍에 대해 22일의 기자회견에서 “미소공위사업을 방해하는 처사”라고 비난한 것을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는 슈티코프의 성명은 “미소공위 부진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번 검거는 미군점령지역 안의 정부 및 법과 질서의 파괴를 기도한 선동적 행동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박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행동은 북조선의 신문 및 방송국에 의하여 종용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38)
미소공위의 결렬이 확실해지자 임시정부 법통문제는 잠시 “잠복한 상태”로 두고 공동행동을 취했던 이승만 그룹과 임시정부 진영의 알력이 다시 표출되었다. 그리하여 8월 23일에 소집된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국민의회와의 통합교섭은 포기하고 독자적인 정부수립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39)
능숙한 대패질로 문짝도 고쳐
이승만과 하지의 불화설이 알려지면서 돈암장의 소유주 장진섭(張震燮)이 집을 비워 달라고 말했다. 윤치영(尹致暎)은 장진섭의 태도를 보고 염량세태(炎凉世態: 권세가 있을 때에는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를 탓하며 곧 새집을 물색했다고 했으나,40) 장진섭은 이미 1945년 10월에 이승만이 측근들에 둘러싸여 자신 등 2,000만원을 제공한 경제인들을 멀리한다고 불평하는 편지를 이승만에게 보내기도 했었다.41) 장진섭은 이승만이 거처하는 방에 물건을 들여놓기까지 하면서 집을 비워 줄 것을 재촉했다고 한다.
이승만 큰누이의 손자 우제하(禹濟夏) 등이 나서서 서울 장안을 다 뒤지다시피 했으나 가회동의 최승희(崔承喜) 집과 북아현동의 조(趙)아무개의 집밖에 없었다. 윤치영은 가회동 윤치호(尹致昊)의 집을 주선했다. 그러나 우제하는 이승만이 윤치호의 집으로 가면 윤척(尹戚)들에게 업힌 인상을 준다고 극구 반대했다. 그리하여 결국 미군정부에 부탁하여 마포(지금의 용산구 청암동 164번지)에 있는 휑뎅그렁한 집을 얻었다. 한강변의 언덕바지에 위치한 이 집은 일본점령기에 다나카(田中) 정무총감이 여름별장으로 썼던 집이었다. 미군이 진주한 뒤에는 미군 대령이 잠시 쓰다가 오래 비워두었기 때문에 손볼 데가 많았다. 청부업자를 시켜 고장 난 난방시설을 고치고 집수리를 하게 했으나, 막상 이사를 하려니까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영문 타이핑 담당인 황규면(黃圭冕) 비서가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날라야 했다.
이승만은 8월 18일에 이 집으로 이사했다.42) 이때부터 이 집은 마포장(麻浦莊)으로 불리게 되었다.
힘들여 풀 뽑고는 “이놈, 나한테 졌지, 졌어”
마포장의 식구는 단출했다. 돈암장 초기에 20명가량 되던 비서진은 이승만의 도미를 계기로 대폭 줄였고, 마포장으로 옮긴 뒤에는 비서라고 이기붕(李起鵬), 윤석오(尹錫五), 황규면 세 사람뿐이었다.
이승만 내외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삿짐도 다 풀지 않았다. 이승만은 문짝이 잘 맞지 않고 공사도 날림인 것을 보고 혀를 차며 비서들에게 말했다.
“내가 한 것만도 못하구먼. 저 밖에 있는 나무 궤짝 좀 끄르게.”
그 궤짝 안에는 이승만이 미국에서 쓰던 대패, 톱, 끌, 망치, 칼 등 갖은 연장이 가득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이승만은 망치로 대패를 톡톡 치며 맞추었다. 맞지 않는 문짝을 떼어서는 자를 대어 줄을 긋고 대패질을 한 다음 손잡이까지 고쳤다. 여간 능숙한 솜씨가 아니었다.
이승만은 정원수도 부지런히 다듬었다. 고목은 잘라서 도끼질을 했다. 1년 넘게 비워 두어서 무성히 자란 정원의 풀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손수 뽑았다. 억센 풀을 힘주어 뽑고 나서는 “이놈, 나한테 졌지, 졌어”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흐뭇해했다. 이렇게 하여 무성하던 잡초를 한 달 만에 다 뽑았다.
집은 휑뎅그렁하고 스산해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마포장은 전망이 좋았다. 이승만의 마포장 생활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는 이 무렵에 한시를 많이 지었다. 아침이면 밤새 지은 시를 내놓고 윤석오에게 강평을 하라고 했다.
이승만은 처음에 마포장을 평원정(平遠亭)으로 명명했는데, “평원정”이라는 시도 지었다.
移家何事住江頭
來訪人人問不休.
須向西南窓外望
五湖烟月滿山秋.
어찌하여 집을 옮겨 강가에 산단 말가
찾아오는 사람마다 묻기를 멈추지 않네.
서남쪽을 향하여 창밖을 바라보소
강안개 속에 달이 뜨니 온 산이 가을이로다.
이승만은 “오호인월 만산추” 하고 소리 내어 읊조리곤 했다.43)
李承晩이 직접 작성한 정부수립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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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承晩이 직접 작성한 “政府樹立聲明”. |
그렇게 수립된 정식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이승만은 (1) 38선 철폐와 미소주둔군 철수 등 9개항을 적어 놓았는데, 그 가운데는 (4) “파괴, 분열, 반역 등 분자”를 제재하기 위한 법률의 제정, (5) “친일분자와 외국인을 의지하여 국권을 방해하는 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원의 설치, (9) “토지를 공평하게 분배하여 대지주의 소유를 소작인이 경작하게 하되, 공정가격에 의하여 피차 간에 다대한 손실이 없게 하는” 토지개혁의 실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44)
“美國과 협조하여 총선거 실시해야”
이승만은 총선거 준비를 서둘렀다. 8월 25일에 열린 민족대표자대회 제21차 회의에 참석한 이승만은 지금 한인들은 대개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바라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또 우익진영 안에서도 미군과 협조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한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우리는 미군과 협조하여 하루바삐 총선거를 실시하도록 해야 하고, “만약에 한미합작으로 잘 안되든지 또 지연되든지 할 때에는 우리는 단독으로라도 총선거를 하도록 해서, 조속한 기일 안에 자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45) 우익진영 안에서도 미군과 협조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한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란 임시정부법통론을 주장하는 한독당 중심의 임시정부 그룹을 지칭한 말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승만은 8월 26일에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들과 각 애국단체대표들이 합석한 자리에서 총선거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27일에는 민족대표자대회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은 미국은 한국문제 해결을 위하여 첫째로 소련과 협의하여 좌우합작정부를 수립하는 방안, 둘째로 남한에 정부를 수립하여 미국의 원조로 몇 해 동안 관할한 뒤에 완전히 독립시키는 방안, 셋째로 총선거로 국회를 구성하여 민의대로 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놓고 토의 중인데, 전민족이 대동단결로 총선거를 조속히 실행하기로만 방책을 정하고 촉진해야 된다는 것이었다.46)
“金主席과 나는 한성계통 임시정부 유지해와”
9월 1일 오후에 창덕궁 인정전에서 열린 국민의회의 제43차 임시대회에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을 반영하여 300여명의 대의원들이 참집했다. 김구의 치사와 경과보고에 이어 통과된 ‘긴급제의안’은 이승만이 주장하는 입법의원의 보통선거법에 의한 총선거안은 “38선을 존속시키고 조국을 영구 양분할 남조선 단독정부의 노선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므로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또 국민의회는 이승만을 주석, 김구를 부주석으로 각각 다시 선출했다.
그러나 격분한 이승만은 9월 3일에 국민의회의 긴급건의안을 반박하는 긴 메시지를 국민의회에 보냈다. 이승만은 먼저 한국민족대표자대회는 자신과 김구가 같이 소집한 것임을 강조했다.
“국민의회에서 국권회복을 촉성키 위하여 개회하신 이때에 내가 진참치 못하게 되는 것을 유감으로 여긴다. 여러분 아시는 바와 같이 김주석과 나는 미소공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민의대로 정부수립을 최중 최급의 문제로 알고 민족대표자대회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내외정세가 순응되어 미군정과 협동으로 하루빨리 성공될 수 있는 희망이 보이므로, 우리 민족 전체의 통일 단결로써 총선거를 실행하여 국권 회복하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승만은 임시정부의 법통론과 관련해서는 그의 지론인 한성정부(漢城政府) 법통론을 새삼 거론하면서, 지금 임시정부법통론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는다고 다음과 같이 잘라 말했다.
“상해임시정부로 말할지라도 전 민족이 다 봉대하는 바요 김주석과 나로는 특히 책임이 중대하니만치 한성계통(漢城系統)으로 유지하여 온 것이니 의문이 없으나, 오직 국제관계로 인하여 이것만을 고집치 말고 아직 잠복하였다가 정부를 수립하여 계통을 전임(傳任)키로 할 것이며, 따라서 임시정부가 입국하기 전에 결의한 바가 있어 국민에게 맡겨 공결대로 준행하기로 할 것이니, 이것이 시세에 적합할 뿐 아니라 또한 원칙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해외에서 근 30년을 두고 분투노력하여 지켜 왔으니 지금 이 정부 외에 다른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라 할진대 이는 법리적 해석이 아니다. 원래 내지에서 피를 흘리고 그 임시정부를 수립한 민중에게 주권이 있는 것이니, 민중이 무슨 방법으로든지 조처할 권리가 있은즉, 해외에서 계통을 지켜 온 우리로는 민중의 공의를 따라 정부를 세워서 계통을 전하는 것이 합법이요 순리이다.”
“한 道, 한 郡만으로도 정부 세울 수 있어”
남한만의 총선거로는 분단국가를 고착시키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말로 반박했다.
“남북이 통일해서 총선거를 하기 전에 남조선에서만 총선거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는 언론이 있으나, 이는 사세(事勢)를 떠나서 건국대업의 전도를 막는 공담일 뿐이다. 우리 현상으로 삼팔선 이남은 고사하고 다만 한 도(道)나 한 군(郡)으로만이라도 정부를 세워서 그 정부명의로 국제상에 참가하여 언론권을 가져야 우리가 우방들의 협조를 얻어 남북통일을 촉성할 기회가 있을 것인데, 이것을 아니하고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앉아서 남들이 우리를 대신하여 통일시켜 주기를 바라고 앉았다면 어불성설이다.”
미국인들과 협조할 필요없이 자율적으로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국민의회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비판했다.
“우리가 그 정신만은 절대 찬성하는 바이나 사세에 들어서는 참고할 점이 없지 아니하다. 당초에 우리 힘으로 왜적을 타도하고 정권을 회복하였으면 타국의 간섭이 없을 것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못하므로 미국이 우리 정권을 장악하게 된 경우에서, 절대 맹목적으로 단독 행동을 고집하면 사세에도 어렵고 우방의 동정도 잃을 것이니, 고립무원으로 야심을 가진 타국인을 대립하기에 더욱 고위(孤危)할 것이다. 하물며 미국이 우리 독립을 반대하여 압박 정책을 쓴다면 우리는 죽기로써 항거하기를 주저치 않을 것이나, 만국 전체가 우리 독립을 절대 주장하는 터이니, 우리 독립을 주장하는 우방과 합작 않을 이유도 없거니와 우리가 합작하자는 것은 총선거 진행에 협의적으로 하자는 것이니, 총선거로 국회만 성립된 후에는 국권이 우리 손에 있는 것인즉, 이것을 하기에 도움되는 것은 즉 독립을 돕는 것이니 거절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
이승만은 끝으로 자신은 김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므로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 주석과 나는 이러한 양해와 결심이 공고하므로 공사간에 의점(疑點)이 조금도 없으나, 오직 중국에서 수십년 동안을 임시정부 옹대로 사생을 같이하던 동지들과 노선이 갈리기를 차마 못하는 후의로 김 주석이 마음에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중이니, 그 심법[心法: 마음쓰는 법]과 곤란을 절실히 양해하는 나로서는 더욱 경애하는 바이니, 공연한 오해로 사실이 아닌 풍설이 있을지라도 신청(信聽)치 말기를 바라며, 다만 여러분께서 애국성심만을 위하여 전민족의 통일로 총선거를 하루바삐 진행하여 국가 운명을 누란에서 구원하며 민족정세를 구학(丘壑·언덕과 골짜기)에서 구제하도록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47)
그것은 임시정부법통론만 고집하는 국민의회 그룹으로부터 김구를 분리시켜 자신과 공동보조를 취하게 하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내 보이는 으름장이었다.
“나는 정부 밖에서 정부 옹호하는 일 할 터”
이승만은 이어 9월 16일에는 국민의회 주석직 유임을 거부하는 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 조직되었다는 정부에 내가 주석 책임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니, 나의 고충을 여러분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나는 남한만으로라도 총선거를 행하야 국회를 세워 이 국권회복의 토대가 생겨서(야) 남북통일을 역도(力圖)할 수 있을 유일한 방식으로 믿는 터이므로, 누구나 이 주의와 위반되시는 이가 있다면 나는 합동만을 위하야 이 주의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어 그는 김구에 대해서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를 지켜 오던 몇몇 동지와 갈리기를 차마 못하는 관계로 심리상 고통을 받으시는 중이니” 일반동포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의회 그룹과의 결별을 거듭 촉구했다.
이승만은 이어 총선거로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자신은 “정부 밖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책임”을 자담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총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남북을 영영 나누자는 것이 아니요, 남한만이라도 정부를 세워서 국제상에 발언권을 얻어 우리의 힘으로 통일을 촉성할 문로를 열자는 것이며, 만일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다면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지마는 아무 다른 방식이 없는 경우에는 이것이 유일한 방식이니, 전 민족이 다 합심해서 이것을 촉진하는 것이 가할 것이다. 총선거에 대하야 나는 개인적 무슨 욕망을 두지 않는 터이요, 또한 나는 자초로 평민의 권위를 존중히 여기므로, 정부 밖에서 정부를 엄호하는 책임을 자담하는 것이 나의 원하는 바이니, 일반동포는 나의 고충을 양해하기 바란다.”48)
이 무렵은 이승만은 측근에게도 김구가 조완구(趙琬九), 조경한(趙擎韓), 엄항섭(嚴恒燮) 등 임시정부 인사들과 결별하지 못하는 태도에 대해 “다 썩은 동아줄, 이걸 못 끊어, 이걸 못 끊는단 말이야” 하고 안타까워했다.49)
2. 4大國會議 거부되자 유엔總會로
미소공위의 결렬이 확실해지자 하지는 7월 18일에 합동참모본부에 새로운 대한정책 방향을 건의하는 전보를 쳤다. 그것은 (1) 미소공위가 실패하면 그 사실을 지체없이 선언하고 이후의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2) 미소공위 결렬 이후 신속하게 남한 자치정부를 수립하고 가리오아(GARIOA: Government Relief In Occupied Areas) 이상의 원조를 제공해야 하며, (3) 주한미군사령부의 전투부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50) 가리오아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의 예산법 1항에 따라 독일, 일본, 한국 등 미국점령지역의 기아, 질병, 사회불안 등을 방지하여 사회안정과 경제부흥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공된 물자원조였다.
對韓정책의 기본문서가 된 SWNCC 176/30
새로운 대한정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미국정부가 취한 조치는 7월 23일에 3부조정위원회(SWNCC·State-War-Navy Coordinating Committee)의 하부기관으로 한국에 대한 특별위원회(Ad Hoc Committee on Korea)를 설치한 것이었다. 한국특위는 국무부의 동북아시아국 부국장 앨리슨(John M. Allison)과 전쟁부(육군부)의 두푸이(Trevor N. Dupuy) 중령, 해군부의 허머(H. R. Hummer) 대위로 구성되었다. 앨리슨은 7월 29일에 한국문제 처리방안의 요지를 정리한 비망록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소련이 8월 5일 이전에 미소공위를 파탄시키는 경우 즉시 모스크바협정에 규정된 4대국(미국, 소련, 영국, 중국)회의를 소집하여 4대국으로 하여금 미소 양점령지역에서 인구비례에 따른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임시한국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부와 경제원조의 내용을 협의하며, 그 정부와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외국군대는 철수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련이 4대국회의를 거부할 경우에는 문제를 유엔에 상정한다는 것이었다.51)
이 비망록의 내용은 8월 6일에 3부조정위원회가 채택한 「한국에 관한 특별위원회 보고서: 한국에서의 미국의 정책(SWNCC 176/30)」52)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 뒤의 미국의 대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기초적 정책문서가 된 이 「SWNCC 176/30」은 모스크바협정에 의한 한국문제 처리를 폐기하고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시킬 것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한정책사상 중요한 문서이다.53)
한국문제를 위한 4대국회의 제안
마셜 미국무장관은 8월 12일에 몰로토프(Viacheslav M. Molotov) 소련 외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어 모스크바협정의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하여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4대강국이 즉시 논의할 수 있도록 8월 21일까지의 미소공위의 회의보고서를 제출하게 하자고 제의했다.54) 몰로토프는 답신에서 미소공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마셜의 제의를 수락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보고서 작성을 위한 미소공위가 다시 열렸으나, 회의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는 마침내 8월 20일에 제2차 미소공위의 경과보고서 요약을 마셜 국무장관에게 타전했는데, 미국대표단의 마지막 결론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소련정부가 미소공위 소련대표단에게 1946년에 미소공위 대표단장이 목표로 천명한 것과 다른 정책들을 따르라고 지시하지 않는 한, 그리고 지시할 때까지는, 미소공위를 매개로 한국독립의 성공적인 진전을 초래할 어떠한 협정도 작성하기가 불가능하다.”55)
그것은 하지 자신이 트루먼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미소양국의 직접 교섭에 의한 한국문제 처리가 불가능한 것임을 공식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애치슨(Dean Acheson)의 후임으로 새로 미국무차관에 임명된 러베트(Robert A. Lovett)는 8월 26일에 몰로토프에게 한국문제를 토의하기 위하여 9월 8일부터 워싱턴에서 4대국회의를 열자고 제의하고,56) 영국과 중국에도 통보했다. 영국과 중국은 미국의 제의를 수락했으나 소련은 거부했다. 몰로토프는 9월 4일에 마셜에게 보낸 답신에서 미국이 4대국회의를 일방적으로 소집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4대국회의가 모스크바협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4대국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57) 미국무부는 몰로토프의 그러한 반응을 예상하고 몰로토프가 회신을 보내오기 전부터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관시킬 준비를 시작했다.58)
中國과 韓國에 웨드마이어 사절단이 파견돼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한국에 대한 다음 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때인 8월 26일에 웨드마이어 사절단이 서울에 도착했다. 태평양전쟁 끝 무렵에 미육군 중국전구사령관 겸 장개석(蔣介石)의 참모장으로 임명되어 중경에서 활동했던 웨드마이어는 중국 사정에 밝았다. 미국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웨드마이어 사절단을 구상하게 된 것은 국민정부군과 중공군 사이의 내전이 점점 격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군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중국에 대한 군사적 및 경제적 원조를 확대하고 중국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반면에 국무부의 입장은 국민당 정부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요 신문의 논조도 국민당 정부의 개혁 이전에 장개석에 대한 원조를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특사자격의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7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한달 동안 중국에 체류했다가 맥아더 사령관과의 회담을 위하여 하룻밤을 도쿄(東京)에서 묵고 서울로 온 것이었다.
웨드마이어가 미국을 떠나기에 앞서 워싱턴의 임병직(林炳稷), 스태거스(Staggers), 윌리엄스(Jay Jerom Williams), 올리버(Robert T. Oliver) 등 한국위원회 멤버들은 그에게 한국문제에 관한 비망록을 보냈다.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등에 게재된 내용이었으나, 두가지 새로운 항목이 있었다. 하나는 현재 38도선 이북의 주민 가운데 80퍼센트 가량이 이승만 박사를 지지하고 있고 따라서 그들은 반공주의자들이며, 또 많은 지도적 북한지도자들이 남한정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정부가 전 한국을 통치할 책임을 지는데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지와 그의 국무부 고문관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하지는 과거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이미 한국 국민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올리버 등은 자기들의 건의는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 플랜에 나타나 있는 미국정책”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59) 이처럼 이승만은 하지 사령관의 경질을 주장하고 있었다.
“李承晩과 金九는 공산주의에 대한 방파제”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8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내내 하지를 비롯한 미군정부 당국자들로부터 현황설명을 들었다. 하지는 만일 트루먼 행정부가 군정부 관리들을 계속 유지시키고자 한다면 그들을 강력히 지원해 주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하루빨리 퇴진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당국자들이 현지사령관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를 면직시키고 그들이 지지할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는 또 미국이 만일 미소공위의 실패로 말미암아 남한만을 상대해야 할 때에는 남한지역에서 공산당의 활동을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모스크바협정은 이미 사문화되었고, 미국이 한국 공산주의자들을 상대로 하는 한 좌우합작의 성공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승만과 김구 등의 극우진영에 대한 하지의 평가가 흥미롭다. 하지는 “비록 그들이 누구보다도 우리의 노력에 많은 방해를 해 왔으나”, 이들 극우파들은 앞으로 활용가치가 많기 때문에 미국은 우호적으로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과 김구는 이미 전 한국민중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지배하고 있으며, 또 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방파제”라고 했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미군정부가 《현재 남한의 경제사정》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남한의 경제는 자립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다.60)
웨드마이어는 이틀 동안의 미군정부 당국자들과의 회합과 8월 31일의 부산방면 시찰을 제외하고는 체류기간 대부분을 한국인들과의 면담으로 보냈다. 면담자들도 정치인뿐만 아니라 관료, 종교인, 언론인, 청년단체와 노동단체 지도자 등 다양했다.
웨드마이어와의 회담에서 김구는 행정권이 빨리 한국인에게 이양되어야 한다는 것과 38도선 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또 현재의 과도정부가 법집행을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는 좌우분열의 책임은 좌익에 있고 우익은 정치적 통일을 지향해 왔으며, 중간파는 좌익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은 우익인사들 가운데 가장 논리정연하게 우익의 행동노선을 설명했다. 그는 총선거는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고, 국회에서 민주적 원칙에 따라 헌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방문 때에 국무부 점령지역 담당 차관보 힐드링(John R. Hilldring)이 자기에게 6개항의 정책을 주었다고 말하고, 하지는 정책의 세부에 너무 얽매여 정책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먼저 남한정부를 수립한 뒤에 38도선을 철폐해야 하며, 남한정부는 법률상의 정식 정부가 될 것이나, 최종적으로 또한번의 총선거에 의하여 남한정부가 수립될 때까지의 과도정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소련이 남한만의 총선거를 비판하면 이미 북한에는 러시아인들의 지휘아래 한국인들이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대응논리로 응수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61)
힐드링이 자기에게 6개항의 정책을 주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였다. 6개항의 정책을 미국정부에 제의한 것은 이승만 자신이었고, 이에 대해 힐드링은 긍정적인 방응을 보였는데, 그것이 밀약설로 과장되게 선전되는 바람에 이승만은 부인하는 담화까지 발표했었다(《月刊朝鮮》2011년 12월호, <訪美外交로 國內政派들 제압> 참조).
웨드마이어 사절단은 9월 3일에 서울을 떠났다. 김포비행장에는 하지 중장을 비롯하여 안재홍(安在鴻), 김규식 등 남조선과도정부와 입법의원의 간부들, 그리고 이승만, 김구 등 많은 인사들이 나와서 배웅했다.62)
“李承晩과 金九는 폭력으로 美國노력 방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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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에서 보고서를 작성중인 웨드마이어 使節團(왼쪽에서 세 번째가 웨드마이어 장군). |
보고서의 한국부분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에서 미국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저해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서술내용이다. 주된 요인은 한국이 38선에 의하여 분할되어 있고 한국에 관한 모스크바협정 수행에 소련이 협력하지 않는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군점령지역 안의 방해요인은 (1) 이승만과 김구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는 극우 세력, (2) 극좌세력, (3) 국가경찰의 활동 세가지라고 했다. 극우세력의 상황에 대하여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승만 박사와 김구의 지배아래 있는 극우세력은 단순히 비협력적 태도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태도로 모스크바협정을 수행하는 미국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극우세력은 폭력적 전술을 행사하는 산하의 청년단의 지지를 받으면서 중도세력 및 비공산주의 좌익세력의 정치활동을 견제하기 위하여 협박수단을 구사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를 영향력과 능력을 가진 중도파 한국인이 행정에 참여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행동하고 있다.”63)
이러한 서술은 말할 나위도 없이 하지를 비롯한 미군정부 당국자들의 현황설명에 입각한 것이었다.
웨드마이어 보고서는 한국 상황에 대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한국의 정치, 경제 및 심리적인 정세는 농업지대인 남한을 공업화된 북한으로부터 분리하고 있는 북위 38도선의 인위적인 경계선 때문에 크게 불리한 영향을 받고 있다. 남한의 경제상태는 위험하다. 농업은 쇠퇴해 있고 그 밖의 자원도 빈약하다.
남한에서의 자립경제의 건설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미국의 원조에는 최소한의 자본투자를 포함하는 동시에 구제의 관점에서 주로 지원에 필요한 품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 공산주의 앞잡이들은 남한에서 불안한 정세를 조성하여 혼란을 야기시키려 하고 있다. 극우 우익 그룹의 테러와 방해 활동이 이러한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소공동위원회는 지금까지 두번 암초에 부딪쳐 아무런 성공의 희망이 없기 때문에 4개국의 신탁통치하에서 기능할 한국임시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적당한 매개기관은 이제 유엔이라고 생각된다.
소련이 북한으로부터 점령군을 철수하는 경우 미국은 남한을 계속 점령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소련군이 주둔하지 않더라도 소련이 만들어 놓은 괴뢰정권과 그 군대가 공산주의의 목적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한 경우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미군의 통제하에서, 그리고 미국인 장교의 지도하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병력을 지닌 한국지원병부대(Korean Scout Force)를 건설하는 일은 미군과 소련군이 한국에서 철수한 뒤 남한에 공산정권이 강제적으로 수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64)
‘극비문서’로 처리된 웨드마이어 보고서
웨드마이어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권고’항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미국은 모스크바협정에 따라 한국임시정부의 조속한 수립을 위하여 계속 노력하는 동시에 남한의 정치, 경제, 군사 상황에 관하여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한국으로부터의 미국의 철수는 소련도 이에 상응하는 철수를 실시한다는 협정에 근거하여 실시해야 하는 동시에,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많은 안전보장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안전보장조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군사원조를 남한에 제공하고, 또 이 군사원조의 제공에 관해서는 다음의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1) 한국 국가경찰과 한국 연안경비대에 대하여 무기와 장비를 계속해서 미국이 제공할 것.
(2)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현재의 경찰 대신에 충분한 병력을 가지고 미국인을 장교로 한 한국지원병부대를 설치할 것.
(3) 한국에 있는 미군은 계속해서 주둔할 것.
(4) 기술전문가와 전술부대의 훈련에 관하여 조언할 것.”65)
웨드마이어는 뒷날 그의 회고록에서 “내가 이러한 권고를 한 목적은 한국에서의 소련의 파괴활동을 방지하는데 있었다. 한편 위대한 애국자인 이승만의 지도아래 한국인들은 한국 전역을 완전히 통치할 필요조건을 확립했다”라고 적었다.66) 그러나 이러한 서술은 위에서 본 웨드마이어 보고서의 내용과는 동이 뜬 것이었다.
그런데 마셜 장관은 국무부 관리들의 건의에 따라 이 웨드마이어 보고서의 공포를 금지했다. 극동국장 버터워스(William W. Betterworth)는 웨드마이어에게 특정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웨드마이어가 받아들이지 않자 이 보고서를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극비 문서’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국무부관리들은 공산군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하여 국민정부에 군사원조와 정신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웨드마이어의 주장이 공표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67)
46대 6으로 유엔총회에 상정돼
미국정부는 마침내 한국문제 처리의 마지막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국무부 차관 러베트는 9월 16일에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미국정부가 한국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몰로토프 소련 외무장관에게 통보하라고 훈령하고, 그 사본을 영국정부와 중국정부에 전달했다.68) 이 통보에서 국무부는 미소공위를 통한 교섭이 한국의 독립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또 4개국회의를 소련이 거부했기 때문에 유엔에 의한 문제해결이 남은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이튿날 미국의 유엔대표 오스틴(Warren R. Austin)은 리(Trygue Lie)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국의 독립 문제를 유엔총회의 의제로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고, 마셜 장관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하여 한국독립 문제를 유엔이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69)
소련은 물론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1945년의 모스크바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련의 유엔 대표 그로미코(Andrei A. Gromyco)는 한국문제를 유엔으로 이관시키는 것은 비합법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총회 본회의는 한국문제를 총회의제로 채택할 것인가를 제1정치위원회가 토의하여 보고하게 했다. 제1정치위원회는 9월 21일에 한국문제를 총회의제로 포함시키도록 건의하기로 12대 2의 투표로 결의했다. 반대한 두 나라는 소련과 폴란드였다. 총회는 9월 23일에 제1정치위원회의 보고를 접수하기로 41대 6의 투표로 결의했다. 여섯 나라는 회의 불참국이었다.70) 이렇게 하여 한국독립 문제는 이제 유엔의 과제로 넘어갔다.
유엔총회의 결의에 대한 소련의 반응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미소공위의 9월 26일 회의에서 나타났다. 소련대표단장 슈티코프가 “만일 미국대표가 1948년 초까지 전 미국 군대를 철수시키는데 동의한다면 소련군은 미국과 동시에 조선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소련 대표는 성명한다”고 선언한 것이다.71)
슈티코프의 성명은 한국독립 문제의 유엔상정 뉴스와 맞물려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군정부로서도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는 참모회의에서 “이 제의는 우리가 한국에 온 이래로 가장 부담스러운 선전책동이다. 그것은 광범한 파급효과를 가졌고,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약소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72)
“蘇聯의 北韓점유는 국제적 폭력이다”
슈티코프의 제의에 대한 김구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과 정당들의 촌평이 신문지면을 메우고 있는 가운데 이승만은 소련군만 철수해야 한다는 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소 양군을 동시 철퇴하자는 소련의 제의를 우리는 의외로 알지 않는다. 그 배후의 의도도 우리는 잘 안다. 파괴된 정의와 인도에 대하여 세계여론이 분기한다면 그 세력을 소련으로서도 전연 무시치 못할 것은 잘 알았던 바이다. 약소한 우방의 반부를 하등의 이유나 권리없이 점유함은 막심한 국제적 폭행이다. 세계평화를 진정하게 희구한다면 문명한 국가들은 중세기적 비행은 단연 금기하고 세력보다 공론을 중히 해야 할 것이다. 40년 전 서양제국이 일본을 허하여 한국을 강점케 하던 때에 나는 이런 말을 하였거니와 다시 반복하여 말하노니, 총검을 가지고 선인(善人)을 협박하는 강도를 좌시하면 같은 총검이 좌시하던 사람에게도 가는 날이 있으리라고 한 것이다. 미국은 1941년 12월 7일에 진주만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치 말라고 능히 경고하는 바이다.”
소련의 북한점령이 “하등의 이유나 권리없이” 자행되었다는 말은 소련의 대일참전은 일본이 항복의사를 밝힌 뒤였으므로 한국의 해방에 기여한 것이 없고, 따라서 소련군의 한국점령은 부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철수는 소련군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이어 철군문제를 총선거의 시급성과 결부시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적국을 포함한 모든 다른 피점령국가들은 총선거로 각자의 정부를 조직하였음에 반하여, 과거 2년 동안을 두고 한국인은 남한에 있어서도 정부 건립을 위하여 총선거를 시행하도록 용허되지 않았다. 한국민족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참경에 빠져 있음은 아무나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으리라. 이런 정세에 처하여 한인들은 미국점령지에서라도 총선거를 행하여 정부를 조직키로 필경 결심하게 된 것이다. 미군정부의 협력이 속히 있다면 협력 있이 해도 좋고, 가망이 없다면 협력 없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양주둔군을 동시 철퇴하자는 소련의 제안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고상한 표방과 같이 과연 한국이 통일 민주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성의가 있다면 우리의 자유선택의 정부를 세울 수 있도록 북한에서 즉시 또는 무조건으로 철퇴하기를 우리는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외국이나 외국군이 우리에게 둘러씌우는 것은 무엇이고 안 받을 작정이다. 일보 진하여 소련이 미국과 협동하여 한족의 주권을 엄격히 존중함을 서언하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이승만은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당분간 군대를 철수시켜서는 안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또 한편으로 미국에 요청하는 바는 우리 총선거를 통한 민의에 의하여 정부를 세우고, 군정에서 북한에 있는 한인적군부대(韓人赤軍部隊)를 해산하고 우리의 국방군이 사용할 충분한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여 달라는 것이다. 정권을 인수할 때까지는 치안에 필요한 근소한 군대만을 독립국가로서의 우리의 권리에 간섭함이 없이 계속 주둔함이 가할 것이다. 한국 분단의 책임을 미국이 적어도 일부 진다고 생각되는 이상, 외국 분점에 의하여 발생된 혼란을 정돈할 시간을 우리가 가질 때까지는 미국이 빠져나감이 불가하며 또 빠져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73)
이 성명에 대해 하지는 참모회의에서 이승만은 소련인들은 물러가고 미국은 남아서 자기의 보디가드를 하라는 재미있는 성명을 냈다고 비아냥거렸다.74)⊙
1) 《朝鮮日報》1947년 6월27일자, <슈中將平壤歸還>. 2) 《東亞日報》1947년 7월5일자, <曺晩植氏 브少將列車中會議>.
3) <브라운이 하지에게: 조만식 회견기>(1947.7.2), 정용욱,《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pp.410~411. 4) 《朝鮮日報》1947년 7월17일자, <美蘇共委難關에 逢着>. 5) 《朝鮮日報》1947년 7월22일자, <共委協議對象에 對한 美蘇間의 相異點>. 6) 《朝鮮日報》1947년 8월2일자, <名簿作成方式에 對한 美提案을 蘇拒否>. 7) 《朝鮮日報》1947년 8월3일자, <反託鬪爭中止한다면 協議에 參加함을 容認>. 8) 전현수 옮김,《쉬띄꼬프일기 1946~1948》, 국사편찬위원회, 2004, pp.128~129.
9) E. A. Johnson, American Imperialism in the Image of Peer Gynt: Memoirs of a Professor- Bureaucrat,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71, pp.167~168 ; 이정식,《여운형: 시대와 사상을 초월한 융화주의자》,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pp.625~627. 10) 《朝鮮日報》1947년 5월28일자, <勤勞人民黨中央委員會> ; 심지연,《人民黨硏究》,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1991, pp.158~174. 11) <꼬르뜨꼬브와 레베제브가 소련 원수 메레츠꼬브 동지와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5월4일>, 전현수 편역,《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1946~1947》, 국사편찬위원회, 2003, pp.312~313. 12) <샤닌과 레베제브가 소련 원수 메레츠꼬브 동지 및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미군정청의 활동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4월12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49. 13) <남조선정세에 대하여, 1947년 4월24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70. 14) <레베제브가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남조선 정세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5월15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44.
15) <샤닌이 소련 원수 메레츠꼬브 동지와 쉬띄꼬브 대장동지에게 보낸 여운형과 그 지지자들의 활동에 대한 정보자료, 1947년 3월31일>,《소련군정문서, 남조선 정세보고서》, p.237. 16) 정병준,《몽양 여운형 평전》, 한울, 1995, p.479. 17) 《東亞日報》1974년 2월5일자, <夢陽암살 共犯있다>, 2월7일자, <呂運亨씨 암살사건 極右단체서 권총入手>. 18) 이정식, 앞의 책, p.635. 19) 《朝鮮日報》1947년 7월24일자, <狂信的黨爭中止하라>. 20)《東亞日報》1947년 8월5일자, <故呂運亨氏永訣式執行>. 21) <美蘇共委對策代議員選擧에 關한 條例>,《梨花莊所藏 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五) 建國期文書 3 》, 延世大學校出版部, 1998, pp. 429~432. 22) 裵恩希,《나는 왜 싸웠나》, 一韓圖書, 1955, p.75. 23) 《東亞日報》1947년 7월11일자, <反託對策을 討議, 民族代表者大會盛況>, 7월12일자, <韓族代表大會, 部署決定코 續開> ; 康晉和 編,《大韓民國建國十年誌》, 建國紀念事業會, 1956, p.291. 24) 《東亞日報》1947년 7월13일자, <新政治機構組織等, 重大問題를 討議>.
25) CIC Weekly Information Bulletin, no.14(1947.7.24). 26) Hodge to Marshall, Jul. 16,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p.703~704. 27) 《東亞日報》1947년 7월19일자, <마長官某種電文으로 李博士-하中將重要會談>. 28) 《東亞日報》1947년 7월19일자, <總選擧의 旗幟下에 民族陣大同團結>. 29) 《東亞日報》1947년 7월20일자, <申翼熙氏韓獨黨脫黨>.
30) 《東亞日報》1947년 8월3일자, <美軍政의 協調얻어 總選擧로 政府樹立>. 31) 《東亞日報》1947년 8월12일자, <民代·國議決裂, 打開策을 講究>. 32) 《東亞日報》1947년 8월10일자, <自主獨立爲해 反託은 當然>. 33) 전현수 옮김,《쉬띄꼬프일기》, p.139. 34) 《朝鮮日報》1947년 8월13일자, <左翼要人을 檢擧>. 35) 《東亞日報》1947년 8월6일자, <赤化宣傳을 圖謀, 南勞黨系放送員被檢>. 36) 《東亞日報》1947년 8월19일자, <軍政破壞의 陰謀>. 37) 전현수 옮김,《쉬띄꼬프일기》, pp.146~147 ;《京鄕新聞》1947년 8월24일자, <左翼彈壓에 蘇聯側抗議>. 38) 《朝鮮日報》1947년 8월26일자, <南朝鮮은 美軍權限內>.
39) 康晉和 編, 앞의 책, p.1292. 40) 윤치영, <나의 이력서(45)>,《한국일보》1981년 9월12일자. 41) <張震燮書翰內容報告>,《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五) 建國期文書 3 》, pp.104~113. 42) 《東亞日報》1947년 8월19일자, <李博士宅移轉>. 43) 尹錫五, <景武臺四季 麻浦莊①>,《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中央日報·東洋放送, 1977, pp.49~51 ; 이수웅 옮김,《이승만 한시선》, 배재대학교출판부, 2007, p.158.
44) <政府樹立聲明>,《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五) 建國期文書 3 》, pp.60~66. 45) 《朝鮮日報》1947년 8월26일자, <美軍協調下選擧, 李博士演說>. 46) 《朝鮮日報》1947년 8월29일자, <總選擧早速實施, 李博士멧세-지>.
47) 《東亞日報》1947년 9월4일자, <民衆公議로 政府를 樹立>.
48) 《東亞日報》1947년 9월17일자, <國議主席을 拒否>. 49) 尹錫五 證言, 孫世一,《李承晩과 金九》, 一潮閣, 1970, pp.275~276 ; 尹錫五, <景武臺四季 麻浦莊②>, 앞의 책, p.56. 50) 정용욱, 앞의 책, pp.417~418. 51) “Memorandum by Allison”, Jul. 29, 1947, FRUS, 1947, vol.Ⅵ, pp.734~736. 52) “Report the Ad Hoc Committee on Korea”, Aug. 4, 1947, FRUS, 1947, vol.Ⅵ, pp.738~741. 53) 정용욱, 앞의 책, p.420. 54) Marshall to Embassy in Moscow, Aug. 11, 1947, FRUS, 1947, vol.Ⅵ, pp.748~749. 55) Hodge to Marshall, Aug. 20, 1947, FRUS 1947, vol.Ⅵ, p.760.
56) Lovett to Embassy in Moscow, Aug. 26, 1947 및 “United States Proposals Regarding Korea”, FRUS, 1947, vol.Ⅵ, pp.771~774. 57) Molotov to Marshall, Sept. 4, 1947, FRUS, 1947, vol.Ⅵ, pp.779~781. 58) Lovett to Jacobs, Sept. 2, 1947, FRUS, 1947, vol.Ⅵ, p.776. 59)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84. 60) 차상철,《해방전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 지식산업사, 1991, pp.160~161.
61) 정용욱, 앞의 책, p.451. 62) 《朝鮮日報》1947년 9월4일자, <웨特使昨朝歸國>. 63) “Report to the President on China-Korea, September 1947, Submitted by A. C. Wedemeyer”, FRUS, 1947, vol.Ⅵ, pp.801~802.
64) Albert C. Wedemeyer, Wedemeyer Report!, Henry Holt & Company, 1958, p. 477. 65) ibid, p.479. 66) ibid., pp.395~396. 67) ibid., pp.396~397 ;《朝鮮日報》1947년 10월22일자, <웨特使報告發表保留>. 68) Lovert to Embassy in Moscow, Sept. 16, 1947, FRUS, 1947, vol.Ⅵ, p.790. 69) 《東亞日報》1947년 9월19일자, <朝鮮問題UN上程>.
70) FRUS, 1947, vol.Ⅵ, p.792. 71) 《朝鮮日報》1947년 9월27일자, <朝鮮人政府自立爲해 蘇同時撤退用意>. 72) 駐韓美軍情報參謀部軍事課, <史官記狀>, (1947.9.30), 鄭容郁 編,《解放直後政治社會史資料集(一)》, 다락방, 1994, p.313. 73) 《東亞日報》1947년 10월1일자, <美蘇兩國은 協同하야 朝鮮主權尊重을 誓言하라>. 74) <史官記狀>(1947.10.5), 鄭容郁 編, 앞의 책, p.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