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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시론

안보전문기자 이정훈의 담대한 전망

폭풍군단, 집단 탈영으로 북한민주혁명 길 열릴 수도

글 :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milh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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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벽 구축, 경의선 폭파, 무인기 소동, ‘두 적대적 국가’ 주장, 우크라이나 파병은 ‘북핵 실패’의 결과
⊙ 김정은, 한미 동시에 빨아먹으려다가 ‘하노이 노딜’로 실패하고서도 미국과 러시아 상대로 같은 짓 되풀이
⊙ 북한의 대전차구 구축, 경의선 차단 등은 국군의 북진 걱정한 것
⊙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비행했다고 주장한 천리마구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있을 것
⊙ 김정은, 트럼프에게 두 번 당하면 권력 유지 어려울 것
김정은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만났지만,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남북을 잇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깊이는 각각 3m와 5m, 폭은 10m 정도인 대전차구(對戰車溝)를 파고, 이 구덩이에서 나온 흙으로 그 북쪽에 높이 11m, 길이는 100m가 넘는 토산(土山)을 쌓고, 겨울이 코 앞인데도 나무를 심었다.
 
  대전차구는 전차가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해자(垓子)다. K-2 흑표 전차는 몸체 길이가 7.5m이니 폭이 10m인 대전차구를 건널 수 없다. 흑표 전차의 최대 등판(登板) 각도는 31도인데 토산의 각도는 이보다 높은 것으로 보여, 역시 전차의 진입을 막는 용도로 보인다.
 
  그러나 유사시가 되면 무소용이 된다. 우리 공병의 교량전차가 달려와 대전차구 위에 22m 길이의 철제 다리를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토산은 그 다리를 건너간 불도저가 밀어 30도 이하로 만들면 그만이고, 그때 나무도 다 뿌리째 밀려 나가게 된다.
 
  우리 군(軍)은 유사시 인민군이 토산의 흙으로 대전차구를 메워 남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만의 하나’에 대비한 염려로 보아야 한다. 북한이 이 시설을 만든 것은 그들의 공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북진(北進)을 염려해서일 것이다.
 
  이 공사를 하기 전 북한은 그 북쪽에서 두 도로를 폭파해 없앴고, 방벽(防壁)을 설치하고 지뢰를 뿌렸는데, 이것도 우리의 북진에 대비한 것이 확실하다.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 파괴하고 레일 밑의 침목을 빼 역시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폭풍군단
 
김정은은 2017년 8월 백령도 등 서해 도서 탈취 훈련을 한 특수작전군 부대를 시찰했다. 사진=연합뉴스
  역지사지(易地思之).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폭풍군단 산하의 경보병여단(우리의 특전사여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한 김정은을, 그의 처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민군은 국군보다 부대를 적게 편성한다. 평시 우리의 상비사단 병력은 8900명 정도이나 인민군 사단은 5000명 남짓이다. 김정은이 파병한 1만2000여 명은 2개 사단 병력을 능가한다.
 
  폭풍군단은 특수전 부대라 사단이 아니라 여단 편제를 한다. 우리 특전사도 그러해서 이들은 여단-대대-지역대-중대(팀이라고도 한다)로 편제돼 있다. 1개 특전여단은 1000여 명 정도다.
 
  폭풍군단도 비슷할 텐데 1만2000여 명을 파병했으니, 이는 12개 여단이 된다. 여단 두 개를 한 개 사단으로 볼 수 있으니, 이는 여섯 개 사단이 된다. 김정은은 병력 면에서는 두 개지만, 전투력에서는 여섯 개 사단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이다.
 

  우리 군은 육군 차원에선 특전사, 군단 차원에선 특공연대, 사단 차원에선 수색대대라는 특수전 부대를 두고 있다. 인민군은 이들을 묶어 ‘특수작전군’을 만들었는데, 특수작전군 가운데 지상전 부대를 폭풍군단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의 심리전(心理戰)이 강화됐으니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우리는 특전사를 대규모 시위에 대비한 충정작전 부대로 지정했었다. 북한에서도 심각한 폭동이 일어나면 폭풍군단 예하 부대를 동원할 것이다.
 
 
  국군의 입체고속기동전
 
  인민군은 육군 항공사령부의 지원을 받는 우리 7기동군단의 진격도 염려해야 한다. 우리는 공군과 육군 포병을 동원해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은 후 항공사와 7기동군단의 아파치 공격헬기를 출격시켜 우리의 예상 진격로를 쓸어버릴 수 있다. 그 직후 두 부대의 수리온 수송헬기가 7기동군단 직속의 강습대대와 2신속대응사단 부대원을 태우고 가 인민군 후방에 강하시키게 된다.
 
  그때 수기사나 8기동사단, 11기동사단이 전차 부대를 돌격시켜 인민군 방어선을 뚫어버리면, 장갑차 부대가 따라 들어와 전과를 확대하고 장갑차에서 내린 보병 부대가 산개해 후방 차단을 한 강습대대 및 신속대응사단 부대와 함께 인민군을 섬멸하게 된다. 전격전(電擊戰)의 진수인 ‘입체고속기동전’을 펼치는 것이다.
 
  10월 12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전시정원 편제대로 완전 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0월) 13일 20시까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하고, 각종 작전 보장 사업을 완료하라’고 한 것은 우리 포병과 화력전(火力戰)을 펼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틀어막은 것은 항공사와 결합한 7기동군단의 진격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살고 싶은데 죽어야 하는 김정은의 운명
 
  핵심 부대를 파병한 만큼 북한은 노출된 허점을 보강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1965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에 육군 2개 사단(맹호·백마)과 해병대 1개 여단(청룡)을 파병했다. 미국이 우리 처지에서는 전투력이 월등히 좋은 2개 주한미군 사단을 베트남으로 차출하려고 했기에, 박 대통령은 한국군 파병을 단행한 것이다.
 
  당시 주한미군 부대는 유지됐음에도 전력(戰力) 공백이 발생했기에 북한의 도발을 당했다. 1968년 폭풍군단의 전신인 124군 부대원들이 서울로 침투해 박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를 일으켰다. 그해 10월 30일에는 6·25 전쟁 때의 지리산 빨치산처럼 울진과 삼척을 해방구(解放區)로 만들려는 인민군 유격대의 침투를 허용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반(反)우크라이나 세력에게 비밀리에 무기를 제공해 게릴라전을 하게 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미국도 저항 세력에게 무기와 정보를 제공해 반소(反蘇) 게릴라 활동을 하게 했다. 러시아 파병이 장기화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북한에서는 우리의 심리전에 동조하는 세력이 일어날 수 있다. 이들을 우리가 지원할 수 있으니 김정은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수소폭탄까지 개발했다고 한 북한은 유사시 제1격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인데 때문에 한미(韓美)도 유사시 제1격으로 북핵(北核)과 김정은 제거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다. 살기 위해 핵을 만들어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제일 먼저 제거 대상이 됐다는 것이 김정은에게는 난제이자 두려움이 된다.
 
  핵은 사용 후는 물론이고 사용 전에도 결정적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도 여러 차례 전술핵 사용을 거론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화성포-19형 등을 쏴 공포를 조장하면서 자기방어를 한다. 변죽을 울리는 것이다.
 
 
  한국 무인기가 천리마구역을 비행했다면…
 
북한 국방성은 지난 10월 19일 평양 상공에 침투한 한국군 무인기 잔해라는 것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28일 북한 국방성이 “10월 8일 23시25분30초 백령도에서 리륙하여 우리 공화국의 령공에 침범한 한국 군사깡패들의 무인기는 (중략) 남포시 천리마구역(옛 지명 강선) 상공을 거쳐 우리 수도 상공에 침입하였다는 것이 해명되였다”고 발표한 것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13일 《로동신문》 등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김정은이 생산 현장을 돌아보며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자만하지 말고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 분리능(能)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 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며, 원심분리기 시설 앞에 있는 김정은 사진을 게재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천리마구역에 있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안에 김정은이 방문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0년 북한이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불러 보여준 농축 시설은 평안북도 영변에 있는 것이 확실한데, 영변보다는 강선의 시설이 훨씬 더 크다. 영변이 연구용이라면 강선은 본격 생산용이다.
 
  한국의 무인기가 천리마구역에 들어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시설을 살펴봤다는 뜻이 된다. 북한은 강선농축공장이 한미연합군의 1차 목표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 무인기가 ‘천리마구역 상공을 거쳐갔다’는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보유한 최고의 방공무기는 S-300인데, 이란이 보유한 네 기의 S-300은 F-35A 스텔스기를 동원한 이스라엘 공군의 공격에 맥없이 파괴됐다. 러시아군은 더 신형인 S-400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을 받아 일부가 파괴됐다.
 
  한국 공군이 S-300을 뚫을 수 있는 F-35A를 40대,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는 F-35B를 40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에는 부담이 된다. 무인기도 스텔스 성능이 있는데 미국은 중형인 리퍼 무인기도 동원할 수 있다. 북한의 핵 시설은 이러한 무기에 의해 1격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 살고 싶다면 김정은은 다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의 약점을 파고든 북한
 
  11월 9일 러시아는 푸틴이 두마로 불리는 러시아 하원이 비준한 상호방위가 들어가 있는 북·러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11월 12일 김정은의 정령(政令)으로 이 조약이 비준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 조약의 효력 발효를 공개한 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구 때문일 수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초 나토(NATO)가 지원한 기동무기를 동원해 무리한 반격을 했다가 러시아군이 뿌려 놓은 살포 지뢰에 걸려 큰 실패를 했다. 이에 올해 작전을 바꿔 러시아와 직접 싸우지 않고 러시아가 지뢰를 매설하지 않은 국경선을 넘어 러시아의 쿠르스크주(州) 일부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반격을 가하기에는 힘이 달렸다. 반격을 하려면 병력과 물자를 동원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은 북한뿐이었기에 푸틴은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즉 북·러 동반자 조약 발효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러시아의 약점과 아쉬운 점을 정확히 파악해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국적의 젊은 남성은 1년간 의무 복무(육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의무병(義務兵)으로 구성된 부대는 전투력이 약하다. 이들이 희생되면 어머니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에, 푸틴은 의무병 부대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자원자로 구성된 부대와 PMC라고 하는 민간군사기업 구성원을 투입했다.
 
  PMC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위험한 전투가 많았던 돈바스 전선에 투입됐던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이었다. 2023년 프리고진이 의문사(疑問死)를 당하면서 떠오른 것이 공화국의 자원자 조직이다. 러시아를 구성하는 24개 공화국은 군대는 없지만 자치권은 갖고 있기에 경찰은 있다. 이러한 공화국에서 무장경찰 조직을 자원자로 꾸며 보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체첸 공화국의 수장이 자원자로 꾸며 보낸 무장경찰대 ‘아흐마트’다.
 
 
  주체를 포기한 주체의 나라
 
  푸틴은 러시아 여론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소수(少數)민족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려고 한다. 그런데 동반자 조약을 근거로 북한군을 불러들이면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기 때문에 불렀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으니, 폭풍군단원들을 몽골계와 튀르크계가 다수(多數)인 부랴트공화국과 사하공화국인들로 위장시켰다. 주체의 나라에 주체를 포기하게 한 것이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바보라서 주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김씨 조부자(祖父子) 3대가 추진한 핵개발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이들이 30여 년에 걸쳐 핵개발에 전력한 것은 ‘대가(代價)’라고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을 개발하면 미국과 수교(修交)해 안보를 보장받고 경제를 발전시킨다,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어 한반도 공산화 계기를 잡는다, 천년 숙적(宿敵)이라 사사건건 북한에 개입하지만 미국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없이 궤를 맞췄던 중국의 간섭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등등.
 
  그런데 수폭까지 완성한 지금 김정은은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원자력은 체코로 돈을 벌러 가는데, 북한의 핵은 한미연합군의 공습에 대비해 깊이 숨어들어야 한다.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만큼 국가 전략으로서 북핵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설은 없다.
 
  때문에 김정은은 최선을 다한 ‘지략 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민족 공화국을 동원해야 하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수용해 폭풍군단원을 몽골계와 튀르크계가 많은 부랴트와 사하공화국 사람으로 둔갑시켜 자원 출병하게 한 것이다. 주체를 버린 만큼 챙길 것은 챙기려 했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의 함의
 
  북한이 러시아로 하여금 하원이 동반자 조약을 비준하고 푸틴이 서명한 것을 공개하게 한 것은, 유사시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유사시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는 북핵만으로는 북한을 지킬 수 없으니 그래도 미국에 맞설 수 있는 핵을 가진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한을 지켜보자며, 1만2000여 명의 젊은이를 러시아인 소수민족 자원자로 위장해 파병하고 그 약속을 공개하라고 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이 남북한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바꾼 것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정전 상태인 한 국가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바꿔놓으면, 유사시 북한은 한미의 작전을 침략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도발로 한미가 강력히 대응하면 이를 침략으로 규정해 러시아에 연대(連帶)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주체의 중점을 자존심에서 실리(實利)로 옮겼을 수 있다.
 
  11월 5일에 있었던 미국 대선(大選)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미국 내 주요 언론과 이를 베낀 한국 언론은 해리스의 당선을 기대했지만, 냉정한 이들은 트럼프의 압승을 예상했다. 북한도 미국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도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조기 휴전을 거론했다. 김정은은 이것과 더불어 너무 오래돼 성능이 의심스러운 북한 무기를 사가고 병력 모집에 쩔쩔매는 러시아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오래된 무기를 처분하고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받아 신무기를 만들자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의 방어 능력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러·우 전쟁 조기 휴전을 주장했으니, 그는 절박한 푸틴을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푸틴을 도와줘 뭔가를 받아내려면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에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하노이 노딜의 추억
 
  그리고 트럼프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전(停戰)협상이 진행되면 철군을 하는 깜짝쇼를 해, 대미 관계도 개선해 보자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파병하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적대시할 테니 그가 당선되기 전에 파병해 푸틴으로부터 크게 챙기고, 트럼프가 미국을 이끌 때 철군을 해 또 한 번 챙겨보자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빨리 끝내려 하니 김정은은 인민군 희생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이전에 러시아의 유일한 동맹국이었던 벨라루스가 개전(開戰) 초기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를 통해 키이우로 침공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이후로는 푸틴의 압력을 교묘히 거절한 것에도 주목했을 수 있다.
 
  이 전쟁이 러시아에 불리한 구도로 정전되더라도 김정은은 러시아는 망하지 않는다고 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이 정전되면 러시아는 복구사업을 하는데, 참전을 한 북한이 유일하게 러시아에 초청되는 나라가 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은 러시아와 미국을 동시에 빨아먹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8년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과 트럼프의 미국을 동시에 빨아먹으려다가 2019년 하노이 노딜을 당해 실패한 적이 있다. 김정은이 그때의 실패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김정은이 아니라 트럼프가 결정한다. 트럼프가 노선을 바꾸면 김정은의 도박은 2019년처럼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반자 조약 발효를 발표한 푸틴도 얼마든지 노선을 바꿀 수 있다.
 
  폭풍군단을 희생시켜 미국과 러시아를 모두 빨아먹으려는 김정은의 도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떠오르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한반도의 국제정치를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해 종전(終戰)선언을 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김정은은 문재인이 못 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북한 민주혁명의 기회 온다
 
  1991년의 소련 붕괴는 1979년 소련이 친소(親蘇) 공산 세력을 돕는 쪽으로 아프간 내전을 종식시켜 평화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특별군사작전을 펼침으로써 시작된 측면이 있다. 그 즉시 미국이 반소 세력을 지원해 이 내전은 장기화됐다. 친소 세력의 집권을 도와준 후 철군하려고 했던 소련의 계획이 어긋난 것이다. 이로 인해 소련의 경제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련은 아프간 개입을 결정한 브레즈네프가 죽고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가 권력을 쥐었어도 철군을 결심하지 못했다. 소련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이 된 후 철군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고르바초프는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만났는데, 레이건은 노딜을 선언하며 협상장을 떠났다. 이러한 미국은 소련의 ICBM을 무력화(無力化)하는 SDI(전략방위구상)도 추진했다.
 
  이로 인해 미소 간의 격차가 커지자 고르바초프는 미국의 주장을 수용해 양국의 핵무기를 줄이는 START 협상에 응하고, 아프간은 물론 동유럽에 파병한 소련군도 철수시켰으나 너무 늦어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무너지는 혁명을 맞았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미국이 북한에 손을 벌리는 러시아를 상대로 조기(早期) 휴전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측도 당선 후에는 조금씩 말을 바꾸고 있다.
 
  한데 이러한 변화 위에 타고 있는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 때도, 파병을 할 때도 대(對)우크라이나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보낼 수 있다는 말만 거듭했다.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는 트럼프 측과 합의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가 트럼프에게는 좋은 취임 선물이 된다. 이러한 선물은 향후 윤 정부가 미국과 할 방위비 분담금 획정 협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럼프를 향한 깜짝 선물은 김정은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보낼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선물이 있은 후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파병 인민군 철수는 깜짝 선물이 아니라 후퇴가 될 수 있다. 러·우 전쟁 정전 후 러시아가 군비를 견디지 못해 흔들린다면 24개 공화국은 독립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때가 북한 민주혁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 된다.
 
 
  대북 공작의 방향 바꿔야
 
  요인(要人) 귀순에 초점을 맞췄던 우리의 대북(對北) 공작의 방향을 바꿀 필요도 있다. 조선로동당 비서인 황장엽과 김정남(김정은의 이복형)의 이종사촌인 이한영 등을 데려왔지만 북한은 끄떡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독은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바꿨기에 통일을 할 수 있었다. 서독의 민주화 공작에 동조한 젊은이들이 라이프치히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면서 서독은 통일의 기회를 잡았다.
 
  이런 점에서 다시 볼 것이 폭풍군단 요원들이다. 공산국가인 북한은 계급을 타파했다고 하지만 엄격한 계층을 유지하고 있다. 소작농 출신으로 공산주의에 적극 참여한 주민은 핵심계층으로 여기고 지주 출신으로 공산주의에 반대한 주민은 적대계층으로 본다. 그 중간 세력은 왔다 갔다 한다며 동요계층으로 본다.
 
  인민군은 최전방 지역 서쪽에서부터 4·2·5·1군단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전연(前緣·전방)군단이다. 북한은 이러한 전연군단엔 핵심계층의 젊은이들만 보내고 있다. 그래야 적개심을 갖고 국군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요계층이나 적대계층의 청년들은 후방군단에 입대시킨다. 북한에서 살아가려면 조선로동당의 당원이 돼야 하는데, 전연군단 제대자들의 30% 정도가 조선로동당원이 된다. 후방군단 제대자들이 당원이 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문제는 폭풍군단도 후방군단이라는 사실이다. 특수전부대는 침투를 해야 하니 전선을 맡지 말아야 한다. 전선을 맡지 않았기에 폭풍군단에는 동요계층이지만 몸이 좋은 젊은이들을 주로 배치한다. 인민군도 후방군단일수록 군기(軍紀)가 엉망인데 폭풍군단만 좋다고 한다. 최정예를 뽑아 강하게 양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러시아군으로 위장했기에 러시아군의 지휘를 받는다. 러시아군 지휘부는 월(月) 2000달러를 받고 온 이 이민족 군대를 위험한 작전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다. 이들과 러시아군 지휘부를 연결하는 것은 통역관이다. 팀장이 아니라 통역관이 이들에 대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게 될 것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민족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김정은, 너무 엉성하게 위험한 도박 참여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이 공개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력. 이들이 탈영, 귀순하면 북한 체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사진=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북한은 정예부대인데도 폭풍군단의 경우 신병을 주로 뽑아 파병했다고 한다. 그래야 명령에 복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눈으로 전쟁을 보고 민족갈등을 느끼고 총알받이로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들은 표변할 수 있다. 집단 탈영을 해 우크라이나로 귀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온다면 우리는 동요계층을 흔들 수 있는 좋은 심리전 자료를 얻게 된다. 경의선 동해선 봉쇄로 국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대북심리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생연후(我生然後)에 살타(殺他)’라고 했다. 싸울 때 완벽하게 가드를 올린 후 펀치를 날려야 한다. 김정은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너무 엉성하게 위험한 도박에 참여한 것 같다. 트럼프에게 두 번 당하면 그는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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