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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한반도

미국 내에서 나오는 ‘韓日 우호적 핵무장 허용론’

韓日 등 우호적 동맹의 핵무장을 許하라!

글 : 김승영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 국제공생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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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으로부터 미국 보호하고 동맹 신뢰 유지에 도움
⊙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 린드, 프레스 등 전략통들 주장… 트럼프 집권 시 현실화 가능성
⊙ 한국, 잠재적 핵 능력 확보하는 데도 몇 년 걸려
⊙ 냉전 초기 英佛 양국의 핵무장처럼 韓日 핵무장도 中北 견제 지원 효과
⊙ 美 군사력 압도적인 시대 지나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방어에 주력해야
⊙ 중국의 대만 침략과 북한 남침 동시 진행 시, 미국은 대만 방어 우선

金昇泳
1960년생. 서울대 불어교육과 졸업. 美컬럼비아대 석사(국제안보정책), 터프스대 플레처 외교-법률대학원 박사(국제관계) / 《조선일보》 외교·통일 담당 기자·뉴욕특파원, 영국 애버딘대학 정치학과 조교수,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 부교수 역임. 現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 국제공생학부 교수(20세기 미국–동아시아 국제정치사)
북한이 1월 12일 시험 발사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미국에서는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의 핵무장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핵(核)무기 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전략가들 사이에 한일(韓日) 양국의 핵무장을 우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미국 본토의 도시들을 타격할 정도로 고도화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북핵(北核) 위협을 억제하고 뉴욕이나 LA 같은 미국 도시들을 파멸적인 북핵 공격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편이 냉전(冷戰) 시절 영국과 프랑스 양국의 핵무장으로 소련을 견제하는 데 미국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부족한 국방 예산의 한계 안에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핵무장론의 근거
 
  이들 전략가들도 우선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인 확장 억제를 통해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외교 노력 등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하지만 북한이 작년 12월 시험 발사에 성공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등을 완성할 경우에 대비,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 중 한 가지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근거는 이렇다. 한일 양국 등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들이 자체의 핵무기로 직접 동아시아 지역 안에서 북핵 억지력을 행사하게끔 하는 편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에만 의존하는 방식보다 북핵 도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핵우산에 의한 미국의 확장 억제 이행이 앞으로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또 소련의 핵무기만 대응하면 되던 냉전 시절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의 대등한 두 핵 강국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의 핵 미사일로부터도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해야 하는 새로운 전략 환경의 전개가 관련 논의를 촉발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나 중국의 핵 공격을 차단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 구축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할 대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따를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방어망을 빠져나오는 미사일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의 핵 공격으로부터 미국이나 동맹국들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핵 비확산이라는 원칙론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 핵 보유나 준(準)핵 보유 국가로의 이전을 ‘우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등장한 것이다.
 
 
  美 국방 예산 한계가 이유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이 같은 의견을 전직 정책 입안가의 입장에서 가장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제시한 전략가는 트럼프 정권 당시인 2018년 채택된 미국 〈국방전략문서(NDS)〉 기안을 주도했던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戰力)기획 담당 부차관보이다. 다트머스대 정치학과의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도 2021년 10월부터 같은 주장을 펴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 역시 작년 12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유사한 입장을 시사(示唆)했다.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에서 대외정책 연구팀장을 맡고 있는 오핸런 박사는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한다 해서 동아시아 안보가 파탄 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이 그런 결정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과거 인도나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개발한 후 취했던 대응 이상의 제재를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의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오핸런 박사는 “현 단계에서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하지만 개인 연구자의 입장에서 한국이 그런 선택을 한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전력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콜비 전 부차관보와 오핸런 박사 등 전략통들은 미국의 국방예산의 한계를 백악관이나 정치인들보다 훨씬 민감하게 파악하고 있다. 특히 콜비 전 부차관보는 최근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우선 대응하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전개되는 중국의 도전을 대응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대만 유사시 美 승리 보장 어려워”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 사진=제니퍼 린드 페이스북
  워싱턴에서 1급 전략통들로 꼽히는 콜비와 오핸런 두 인사는 현재 미국의 국방 예산이나 전력 상황은 냉전 이후 미국의 군사력이 정점(頂點)에 달했던 1999년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콜비는 2022년 10월 외교 전문 계간지인 《포린어페어》지 기고를 통해 “중국은 지난 25년간 매년 6~10%씩 국방 예산을 늘려왔는데 최근 경기 둔화에도 군비 증가를 계속해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매년 수백 척의 함정을 건조해 배치하는 데 비해 미 해군은 중국의 해양 진출 대응에 필수적인 해군 함정과 장거리 대함(對艦) 미사일 등의 군비를 오히려 줄여왔다. 미 육군과 공군도 대만 방어에 필요한 무기와 부품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콜비는 중국이 기회가 보이면 대만 침공을 결행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유사시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만의 승리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동남 지역의 해안에 밀집 배치한 미사일 전력으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戰團)의 접근을 차단하는 전략을 완성해가고 있다.
 
  특히 콜비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처럼 민주주의의 확산 등 가치(價値)동맹을 주창하며 미국의 공약과 부담을 확대시키는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보다는 대만과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 스스로 국방에 적극적인 기존의 동맹국들, 그리고 인도와 베트남 같은 우호국들과 강력히 연대(連帶)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침공이나 세력권 확대를 견제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시에 한일 양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이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정학적(地政學的)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식해야 하며, 역외(域外) 균형자(Cornerstone Balancer)로서 결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미국을 도와 기여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핵 공유
 
대릴 프레스 다트머스대 교수. 사진=다트머스대
  구체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트머스대학의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두 교수가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이들은 2021년 10월 《워싱턴포스트》와 지난해 4월 《포린어페어》 기고를 통해 자신들의 제안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의 비약적인 증강에 맞서 효과적인 억지력을 확보하고 한미동맹이 상호 신뢰성의 위기에 빠지는 사태를 막으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교수는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射距離)와 신뢰도,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강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미국 도시들을 북한의 수소폭탄 공격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다가 미국이 제대로 확장 억제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예측했다.
 
  당장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외교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므로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 공동 관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共有) 체제를 만드는 방법도 대안의 하나로 제의했다. 그러나 핵 공유를 해도 결국은 미국이 한국 측에 전술핵 사용결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한국이 단독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당연히 미국의 태도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핵 공유 방식으로는 대북(對北) 억지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두 교수는 우려했다.
 
  따라서 두 교수는 1960년대 초 영국·프랑스 양국의 핵무장 때처럼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북핵을 억지하고 한미동맹이 상호 신뢰성의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는 해법이라고 제의했다.
 
  북한은 이미 1992년 남북 비핵화 합의와 1994년 제네바 미북 합의뿐 아니라 수많은 유엔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해왔다. 때문에 한국은 실존적 위협에 맞설 자위(自衛) 차원에서 핵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두 교수는 강조한다. 그들은 국제법을 준수해온 한국의 핵무장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가 원전(原電)용 핵연료(저농축우라늄)의 전면 공급 중단과 같은 대대적인 경제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산–랜드 보고서
 
2023년 7월 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나토식 핵 공유와 유사한 방식은 작년 10월 발표된 아산정책연구소와 미국의 랜드(RAND)연구소 공동보고서에서도 제의됐다. 이 보고서는 단계적으로 먼저 한국 내 전술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고, 두 번째 단계로는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미국 핵무기의 일부를 북한을 겨냥토록 제의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해체 대상인 미국의 전술핵무기 B61폭탄 100여 기(基)를 현대화하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대신 미국은 이들 전술핵들을 미국 영토 안에 보관하면서 신속히 한국에 배치하는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인 네 번째 단계에서는 미국이 제한된 핵무기(약 8~12기)를 한국에 전개해 한국 내 핵무기 저장시설에 배치한다는 건의였다.
 
  아산-랜드 보고서는 이 같은 단계를 밟아가면서 한미 양국은 핵무기 운용 지침을 제정하고, 이를 정기적인 전략기획용 모의 연습(Table-top exercise·TTX)을 통해 점검하며, 한미연합사령부의 분쟁대응기획(conflict planning)의 초점을 기존의 재래식 전력 중심에서 핵전력까지 포함한 통합 운용으로 이전하도록 건의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국이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미국 전술핵을 단계적으로 일부 재배치해 북핵 억지력을 명확히 확보해나가자는 의견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작년 4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 따라 핵협의그룹(NCG)을 설치해 확장 억제의 강화 방안 등을 협의해오고 있다. 하지만 아산-랜드 보고서 수준까지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등의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작년 7월과 12월 양국 국가안보실(NSC) 고위 인사들 간의 두 차례 회의와 수차례 실무급 회의를 통해 전략 정보 공유 방법과 위기 시 핵 협의 절차, 핵 및 재래식 전력의 통합 운영하방식 등을 협의해온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한미 NCG가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 등의 방안까지 협의해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계 군사·안보 전략가인 콜비는 누구?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 담당 부차관보. 사진=퍼블릭 도메인
  이처럼 여러 방안이 제의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우호적 핵 확산’ 허용을 정책 대안의 한 가지로 고려해야 한다고 가장 논리적으로 주장한 전문가가 콜비 전 부차관보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던 윌리엄 콜비의 손자인 그는 하버드대와 예일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후 20년 이상 국방·정보·외교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미 의회와 싱크탱크 등에서 전략통으로 성장해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국방부 부차관보로 근무했다. 그때 그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중장기 전력 형성을 담당하면서 4년마다 채택되는 〈국방전략문서(NDS)〉 기안을 주도했다. 중국을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한 이 전략 문서의 핵심 내용은 민주당 정부에서 입안된 2022년판 〈NDS〉에서도 그 틀이 유지되고 있다.
 
  공화당계 전략가인 콜비는 민주당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웨스 미첼 전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와 함께 ‘마라톤 이니셔티브’라는 네트워크형 연구소를 운영하며 자신의 전략 구상을 열정적으로 설파해왔다. 그는 자기가 국내외 미디어 인터뷰 등 전략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에 대해 “미국민들뿐 아니라 동맹국의 지도자와 국민들도 극적으로 변화된 국제안보 환경을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콜비는 미중(美中)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건의에 초점을 맞춘 《거부전략: 대국 간 분쟁 시기를 맞은 미국의 국방전략》이라는 책을 2021년 예일대 출판부를 통해 발간했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에 담긴 건의들은 냉전 초기 대(對)소련 봉쇄 전략을 입안했던 조지 케넌이나 폴 니츠의 저술과 건의에 필적할 정도의 통찰력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작년 가을 국내에서도 번역된 이 책은 미국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올인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에 반대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국, 입장 분명히 해야”
 
  최근까지 강연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혀온 콜비의 주장들은 미국의 국방 예산의 한계와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기여 등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해온 도널드 트럼프식 대외노선과도 보완적인 측면이 강하다. 공화당계 군사·안보전략가인 그는 올해 연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나 다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다시 국방부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고위급으로 복귀해 핵심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 콜비가 밝혀온 전략의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현재의 미국은 1999년 당시처럼 세계 유일의 초(超)강대국이 아니며, 150년 만에 처음으로 거의 대등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이라는 대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며 최대한 국력의 낭비와 분산을 막고 중국에 대한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
 
  2.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안보와 자유에 대한 가장 크고 위험한 도전은 중국의 패권(覇權) 추구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추구는 미국과 동맹 및 우방국들의 자유와 안전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3. 유럽 역시 미국의 안보에 중요하지만, 유럽 지역에는 영국·독일·프랑스 등의 유능한 동맹국들이 있어 반드시 미국이 주도하지 않아도 독자적 노력으로 러시아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
 
  4.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친미(親美)국가들을 각각 시차를 두면서 외교·경제·군사적으로 각개 공략해 반중연대(反中連帶)를 격파해가는 ‘순차적이며 집중적인 전략(Focused sequential strategy)’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의 동맹국들과 대만, 그리고 인도·베트남 등의 우호국들과 연대해서 중국의 패권 장악을 거부하는 전략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5. 미국은 군사적으로 결정적인 역외 균형자로서 역할을 수행해갈 수 있음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우방들이 신뢰하게끔 이 지역에서 핵무기 및 재래식 전력에서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6. 미중경쟁의 구도 아래서 한국은 어느 쪽을 택하고 있는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동맹과 중립 사이를 오가다가는 우크라이나처럼 군사 침공을 당하게 될 위험이 높아진다.
 
 
  “한국군, 북한 위협 대응이 우선”
 
  콜비는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정상회담에도 불구,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중국은 한국에 대해 군사적 강압이나 그 이상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2월 2일 VOA 방송에 출연한 콜비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대규모로 대만으로 투입되지는 않겠지만 “탄약이나 병참 지원이 필요해지면 반드시 한반도에서 이동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군은 구조상 대만 방어에 직접 기여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한국군은 북한이라는 큰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콜비는 “만일 중국이 ‘우주적 주사위’를 던져 미국과 전쟁을 시작한다면,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한반도에서 북한이 충돌을 일으키도록 유도할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미국의 우선순위는 중국에 대한 군사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 배치되는 미군이 주로 중국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이 이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은 유연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 방어에 집중하다가 대만해협에서 패배하는 것을 “미국 국민들은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미국과 일본, 대만이 패배하게 되면 중국이 지배하는 지역 안으로 미국이 군사력을 투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도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같은 대담에 출연한 마크 케네디 윌슨센터 연구소장은 “한국도 미국처럼 대중(對中) 경제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화웨이폰 등 최근 중국 제품이 채택한 첨단 기술이 한국에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대중 첨단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제공격·MD 구축 모두 한계
 
한국 핵무장 허용론이 나오는 것은 사드 등 기존의 미사일 방어(MD)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사진=미 국방부
  콜비는 이날 대담 도중 “적들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 정세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전쟁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중국의 도전에 대응할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은 더욱 나빠졌다”면서 “제가 한국이라면 지금 우크라이나에 무엇을 제공하는 것을 매우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을 가진 콜비 전 부차관보가 어떤 논리로 한일 양국 등 동맹국들에 대한 핵무장 허용을 정책 옵션 가운데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지 살펴보자.
 
  그는 저서에서 만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전쟁과 북한의 남침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 미국은 대만 방어를 우선시해야 하지만, 미중전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국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의 남침에 대응할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핵 공갈로 한국이나 일본을 위협해 저항 의지를 꺾으려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 상황이 벌어져도 북한이 미국의 도시들을 공격할 능력을 갖춘 경우 미국은 북한의 대미(對美) 공격을 우려해 확장 억지 공약의 즉각 집행을 주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가정도 미국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자국의 도시들을 북한 핵미사일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이기적 고려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동맹국인 한일 양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끔 허용하는 것을 앞으로 정책 대안 가운데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고 콜비는 지적한다. 콜비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다른 대책으로는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방안과 미사일 방어망(MD)을 구축하는 방식이 있다.
 
  선제공격은 미국 스스로 침략국가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부담이 높다. 실제로 결행해도 미처 파괴하지 못한 북한 핵무기들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핵 위협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MD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미국과 동맹국이 모두 부담해야 하지만, 핵미사일 공격이 있을 경우, 필연적으로 소수(少數)의 미사일은 MD방어체계를 뚫고 들어와 미국이나 동맹국의 도시가 타격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MD체계를 배치해야 하는데 다른 전력 형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적 간여도 강조
 
  2021년 저서를 출간할 당시 콜비는 북핵 대응과 관련, 당분간은 외교와 경제 제재 등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정책 대안들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핵무기의 비축 규모와 운반 수단인 장거리 미사일의 완성을 최대한 방해 지연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의 향상이 실현되지 않게끔 미사일 기술과 소재 관련 협력을 중국이 제한하도록 유도하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 관여를 통해 북한의 고립감을 해소시켜 평양 당국의 핵무장 동기를 줄여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이상의 조치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콜비는 한국이나 일본, 또는 두 동맹국 모두에 핵무기가 우호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정책 대안의 한 가지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이나 일본이 독자적이거나 준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 도시들에 대한 핵 공격으로 위협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를 포기토록 유도하려는 북한의 노림수를 차단할 수 있게 된다. 또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보복할 수 있는 자체적 핵 수단을 보유하게 되지만, 경제력이 빈약한 북한은 한일 양국으로부터의 보복 핵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그는 분석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도 물론 이 같은 ‘우호적인 핵 확산’ 허용이 동북아에서 진행되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논란과 반향을 부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을 고려하면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리의 방어망은 충분”
 
  콜비가 저서 등을 통해 이 같은 제의를 한 지 2년 반 이상이 지났지만 외교적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작년 12월 18일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핵무기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실질적인 대북제재를 주도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안보리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등으로 인한 상임이사국들 사이의 대립으로 기능 부전(不全) 상태다. 뿐만 아니라 대중 반도체 공급망 봉쇄로 인한 마찰 등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영향력을 요청할 수 있는 지렛대도 사라진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100만 발 이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의 로켓 기술을 이전받아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완성해가고 있다. 김정은은 작년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연설을 통해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북한의 화성-18호 ICBM 발사 성공과 김정은의 위협에 대해 로버스 수퍼 전 미 국방부 핵·미사일 방어 담당 부차관보는 “이제 북한은 사실상 핵무장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12월 30일 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CBM 위협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억지 방식뿐 아니라 실제 적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찾아내 사전에 파괴하는 선제공격, 미사일이 비행하는 동안의 요격, 미사일 방어체계 등의 방식들을 연동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까지 미국은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발사를 시작하면 미국도 대응 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수퍼 전 부차관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는 공격과 방어, 보복 위협의 조합”이라며 따라서 “우리의 방어망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대국 간 핵무기 경쟁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태안보담당 부차관. 사진=조선DB
  이날 같은 대담에 출연한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안보담당 부차관은 좀 다른 분석을 내놨다. 롤리스는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정상회담 당시의 합의로 한·미·일 3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 미사일 정보 공유를 시작한 단계”라며 “시급히 미사일 방어망 체계의 통합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권유했다. 한·미·일 세 나라가 미사일 방어망 통합을 위해 필요한 요격 미사일 발사 플랫폼은 물론, 센서의 업그레이드, 요격미사일의 공동 개선 등을 서둘러 함께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또 북한이 “한국은 전술핵 탄도미사일의 타당한 표적”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 대해 “한정된 주한미군 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기존의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뿐 아니라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군 자체의 사드체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대량파괴무기 비확산 문제를 맡았던 앤서니 루지에로 전 국장은 작년 12월 16일 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핵 문제를 이미 닥쳐온 대국 간 핵무기 경쟁의 틀 안에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고 미국은 전례 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핵으로 무장한 두 경쟁국을 억지해야 하는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억지해야 할 상황에 처한 적이 없었다. 냉전 때는 러시아만 상대하면 됐다. 지금은 불량 정권인 북한이 핵을 보유했고, 이란도 곧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 네 나라의 핵 프로그램이 미국과 동맹국, 각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동에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현재 상태에 만족”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장.
  백악관 근무 당시 대북제재도 전담했던 루지에로 전 국장은 북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실질적인 경제제재를 취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김정은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두 전쟁으로 인해 북한과는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입장에 방점(傍點)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이 2025년에서 2029년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일 차기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 동결 정도를 수용하며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할 경우를 우려했다. 그러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과 중동 국가들이 “미국이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를 보호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 루지에로는 “앞으로 다가오는 20년 동안 미국은 동맹국들이 핵무장의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그들과 대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핵무기 확산의 새 국면을 맞고 있는 미국의 고민을 시사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대응 문제는 콜비 전 부차관보가 한일 양국 등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제시한 근거이기도 하다. 작년 10월 발간된 아산-랜드 연구소의 보고서도 중국의 핵무기가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中 재래식 전력, 주변 국가들 압도
 
  콜비는 저서에서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중국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대만·한국·일본·호주 등 주변 국가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들은 미국이 핵무기로 중국을 공격, 자국 영토가 중국에 정복당하는 사태를 막아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선제 핵 공격을 받고도 미 본토에 보복 공격을 가할 충분한 핵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들의 대중 핵 공격 요청을 수용하지 못하고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미국의 핵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이 예상되거나 실제 벌어지게 될 경우, 중국은 하나씩 하나씩 동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을 반중연대에서 잘라내 이탈시키거나 실제 전쟁을 통해 정복해나갈 수 있다.
 

  콜비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한국·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 동맹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재래식 전력으로 중국의 공격에 맞서지 못하고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게 되면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이 중국에 핵 공격을 가하면서 항전(抗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중국도 이들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러면 주한·주일미군 등도 중국의 핵무기 공격에 피해를 입게 된다.
 
  일단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이 중국의 핵 공격을 받게 되면 미국 역시 자체 핵무기를 사용해 중국을 공격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된다. 콜비는 이 같은 전쟁 시나리오는 실제 벌어지지 않더라도 미국이 중국에 대해 주저 없이 핵무기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감히 중국과 중국의 준(準)동맹국(북한·러시아 등)들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전면전을 시작할 가능성을 낮추는 전쟁 억지 효과를 동반한다고 분석했다. 콜비는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냉전 시절 미국이 우방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장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만 포기·한국 중립화 제안도 나와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7월 19일 부산에 입항한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가 권유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도 같은 논리에 기초해 있다. 전차군단 등 옛 소련 및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에 맞서서 미국이 서유럽을 방어할 때 영국·프랑스 두 우방국의 핵무장이 전쟁억지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경험을 미국의 전략가들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입안가로 활동했던 콜비는 이 같은 전략을 대단히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늘 “최대한 다른 노력들을 기울여보고 나서 최후의 수단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전제를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콜비의 저서에 담긴 건의 등에 대해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반드시 중국과의 전쟁까지 각오하며 미국 편에 남아 있으리란 섣부른 전제를 깔고 있지 않으냐는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워싱턴 전략가 특유의 비도덕적인 가상 시나리오라는 비판도 나왔다. 앤드루 크레피너비치 박사나 호주의 휴 화이트 박사 등 일부 전략가들은 미국이 승산이 낮은 대만을 아예 포기하고 한국의 중립화를 지지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제의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콜비의 건의들은 아직까지 민주당인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제법과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를 중시하는 바이든 외교팀은 여전히 한국의 핵무장론을 강하게 경계해왔다. 대신 작년 4월 워싱턴 정상회담에 따라 시작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진행하면서 미국 핵잠수함들의 부산 기항(寄港) 등의 방식으로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정도의 대응으로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에 대응해오고 있다.
 
  일부 전 미 국무부 관계자들이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시작할 경우 한미동맹은 위기를 맞게 되고 한국 경제도 즉각적인 경제제재로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냉철히 분석해보면 이 같은 한국 핵 반대론자들은 콜비가 제시한 한일 등 동맹국에 대한 ‘우호적 핵 확산론’의 근거나 필요성에 대한 다른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방 예산상의 한계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확장 억제만으로는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를 미국과 한일 양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경우 풀어야 할 군사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콜비가 제시한 ‘우호적 핵 확산 허용’ 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면, 북한의 6·25 남침 직후 트루먼 행정부가 긴급 집행했던 〈국가안보정책문서 68호(NSC68)〉처럼 대대적으로 국방예산을 증액해 미국이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을 모두 준전시(準戰時) 수준으로 늘려가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타국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이나 경제 사정, 그리고 고립주의적 색채가 짙은 다수당인 공화당 측의 분위기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화되고 있는 중국-러시아 접근과 북-러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이라 1970년대 데탕트 시기처럼 미국이 중-러 분리를 추진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트럼프의 예측 불허 선택 가능성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경우, 김정은과의 ‘빅 딜’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연합뉴스
  이 같은 사정들 때문에 결국에는 ‘콜비 구상’처럼 소수의 신뢰 가능한 우방국에 핵무기 확산을 허용하는 방안이 차기 미국 행정부 등에서 현실적인 대안의 한 가지로 검토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한미동맹 자체를 폄하하는 트럼프의 인식과 콜비식 현실주의가 결합해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방위비 분담 요구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두 번째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마크 에스퍼의 2022년 회고록에는 문재인 정권의 친중(親中)·친북(親北) 노선과 사드 기지 홀대 등을 보고받은 트럼프가 주한 미 지상군을 당장 철수시키자고 나섰지만 겨우 만류했다는 사정들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올 연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주한미군 재편 등을 놓고 한미 관계가 다시 마찰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쯤이면 중국과 러시아가 강화된 북한의 핵 능력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간 핵군축 협상을 응원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안보리 제재를 거부하면서 한반도와 주변 해역, 한반도 유사시 지원기지인 일본 내 미군기지 등에 미국의 핵무기 반입을 저지하려는 북한의 외교 공세를 지원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김정은과의 ‘빅 딜’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예측불허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미국이 한국의 핵 공유나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노선을 택하면서 한미동맹을 재조정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은 한미 핵협의 그룹과 한·미·일 공조를 계속해야 하겠지만, 최대한 잠재적인 핵무장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준비들을 갖춰 나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잠재적 핵 능력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사진=조선DB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과 외교장관을 역임했던 송민순 전 장관은 2023년 1월현재 일본이 확보한 수준으로 몇 달 안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출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과장 시절부터 ‘자주외교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한미동맹에만 모든 운명을 맡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주일대사를 역임했던 신각수 전 외교차관도 작년 초부터 같은 제의를 해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대표도 같은 건의를 2022년 자신의 저서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와 칼럼 등을 통해 밝혀왔다.
 
  그러나 국내 정계나 여론에서 높아지는 핵무장론에 비해 잠재적인 핵 능력을 갖춰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67년 12월 이후 비핵 3원칙(핵무기의 제조·보유·반입 금지)을 천명해온 데다 미국 등과의 원자력 외교의 성공으로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의 권리를 확보했다. 우주로켓과 인공위성 기술의 발전도 거듭해왔다. 일본은 결정만 하면 신속하게 핵무장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말 원자탄 피폭(被爆) 경험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의 영향으로 국내 여론이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해협의 위기 등으로 인해 2022년 12월부터 5년 내 국방 예산을 두 배로 증액기로 했다. 적국의 미사일 공격이 임박해 보일 경우 적 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도입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잠재적 핵무장 능력 확보, 수년 걸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핵무기 보유가 아닌 잠재적인 핵무장 능력을 확보하는 데만도 수년의 시일이 걸린다고 한다. 결정만 하면 금방 핵무장이 가능할 것 같은 국내 일각의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좌파 정부는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우파 정부는 미국 측 눈치 보느라 핵 잠재력 확보에 나서지 못해왔다. 현직에 있는 고위 공직자들은 곧 다가올 개각(改閣)이나 인사 개편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라 누구도 불편한 얘기를 먼저 꺼내려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확보하는 첫 번째 방식은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얻는 플루토늄 추출이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이 시도하다 포기했던 핵 재처리 공장은 바로 건설을 시작하는 순간 핵무기 개발로 의심받게 돼 경제제재를 부르게 되기 때문에 핵비확산기구(NPT) 회원국인 한국 입장에선 불가능한 선택이다. 또 경제적 타당성도 낮고 고위험 시설인 재처리공장 건설을 수용할 지방자치단체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핵물질 확보를 위한 다른 방식은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우라늄에 대한 농축이다. 총 25기(基)나 되는 국내 원전들은 저농도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천연우라늄을 농축하는 기술은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기술로 연계되기 때문에 한국은 저농도 우라늄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요 전력의 30%를 원전이 생산하는 현실이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농축 기술 및 관련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명백한 경제적 이유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같은 이유로 작년부터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용히 가능한 범위 안에서’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사진=조선DB
  한미원자력 협정이 우라늄 농축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농축에 사용되는 천연우라늄을 미국에서 수입하거나 미국발 원천 기술이 포함된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저촉되는 일이 없다고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말한다.
 
  일단 농축 기술을 확보하고 나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농도까지 순도를 높이는 데는 문제가 없으므로 핵 잠재력 확보에 기여하게 된다. 천 전 수석은 반드시 평화적 목적의 농축임을 천명한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으면서 투명하고 적법하게 추진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북한·이란 등 우라늄 농축을 시도한 나라들이 모두 초기 수년간은 실패를 거듭한 사례를 볼 때 당장 시작해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미사일 기술은 한국형 3축(軸)체계 등을 개발하면서 현무 시리즈 등이 큰 진전을 보였다. 앞으로 미사일에 핵탄두를 부착하는 탄두 소형화 기술 등을 축적하는 등의 잠재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라늄 농축 문제 등과 관련해 한 전직 인사는 오히려 미국 측 관계자들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애써 문의하지 마라”고 충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나 언론이 문의해오면 핵 확산 방지를 주도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목소리 높여 반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실정임을 헤아리고 한국의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국가적 판단이 설 경우 조용히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련 기술들을 확보해나가라는 시사인 셈이다.
 
 
  주변국 자극·포퓰리즘 삼가야
 
2017년 9월 5일 보수단체가 개최한 정부의 핵무장 결단 촉구 집회. 잠재적 핵 역량을 갖추는 과정에서 포퓰리즘은 자제해야 한다. 사진=조선DB
  우리 정부가 잠재적인 핵무장 역량을 실질적으로 확보해나가려면 정권 차원의 기획력과 관리 능력,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초 일방적인 주한미군 철군에 대응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 아래 오원철 당시 제2경제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추진했던 예도 참고가 될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의 부상(浮上)을 이끌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외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말은 부드럽게 하되 실력으로 뒷받침해야 한다(Speak Softly but Carry A Big Stick)”고 말하곤 했다.
 
  잠재적 핵 역량을 최소한 일본만큼이라도 확보해두려면, 외교·안보 분야뿐 아니라 과학기술 및 관련 산업 정책들을 빠른 시일 안에 체계적으로 입안해 조용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발언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인 대중운동들은 자제해야 한다.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인내심 있게 추진하는 노력을 정부와 여야(與野) 정치권이 함께 기울여야만 가능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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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1917    (2024-01-22) 찬성 : 5   반대 : 0
가장 현실적인 분석인 듯. 한국 일본 공동 핵무장은 북조선 중국 러시아 정권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주면서 동시에 조중러 정권의 내부 당위성을 부각시켜주는 역할도 겸할 수 있을 듯. 미국 입장에서 책임 방어 구역에 대한 실질적 방어능력을 구현하고 국방비용을 한국 일본에 부담시킴으로서 미국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이 전략을 트럼프가 선택할 가능성이 클 듯. 다만 한일 공동 핵무장에 앞서 이승만정권이 시작한 독도 수역 강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 역대 왕조가 무시해온 돌섬 독도는 수천년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적 강역이 결코 아니었으며 이승만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중국 북조선이 독도를 강점해도 대한민국은 할 말이 없을 듯. 김대중 정권이 한일 합의했던 독도 공동수역화로 복귀하는 것이 조중러의 독도 침탈 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해결방안일 듯.
한일 공동 핵보유는 탈중국이 기본 전제가 되는 점에서 일본은 기본 조건 충족이 되나 대만보다 못한 한국의 탈중국 수준과 친중 반일 좌파 세력 집권기간 한미동맹 한일관계를 부정했던 사실로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되는 점이 문제가 될 듯.
1500년전 중국 경제에 예속된 백제와 고구려가 중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내부 친중 좌파세력의 모반으로 중국군에 멸망당한 반면, 중동아랍, 인디아. 동남아시아와 직교역으로 탈중국한 신라는 한반도를 침공한 역대 최강 중국군 기마군단 30만명을 몰살시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역사는 6.25때도 반복되었고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는 만큼 친중 반일 좌파세력의 반민족 대량학살 범죄를 경계하고 한국의 정치 수준을 대만 레벨로 높이는 노력이 필요할 듯. 대만 국민은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탈중국을 선택한 것이 이번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당선이며 향후 아시아 국가 국민들의 탈중국 트렌드를 미리 보여준 사건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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