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많이 해… 지금은 아이폰 앱 개발 등”
⊙ “해외 파견 IT 기술자들,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7~18시간 노동”
⊙ “75 지도국은 1년에 2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여”
⊙ “번 돈의 평균 80%는 회사에 바치고 10~15% 자신이 가져가”
⊙ “금성학원·금성제1중학교 출신 영재 200명, 김일성대와 김책공대로 진학”
⊙ “해외 나온 후 김씨 정권의 위선을 봤다”
⊙ “북한에 있을 때부터 빌 게이츠처럼 스타트업 하는 것이 꿈”
⊙ “해외 파견 IT 기술자들,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7~18시간 노동”
⊙ “75 지도국은 1년에 2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여”
⊙ “번 돈의 평균 80%는 회사에 바치고 10~15% 자신이 가져가”
⊙ “금성학원·금성제1중학교 출신 영재 200명, 김일성대와 김책공대로 진학”
⊙ “해외 나온 후 김씨 정권의 위선을 봤다”
⊙ “북한에 있을 때부터 빌 게이츠처럼 스타트업 하는 것이 꿈”
- 북한이 해외로 파견한 IT 인력들을 묘사한 그림이다. 사진=조선일보
지난 5월 23일 한국과 미국 양국은 북한의 IT(정보기술) 인력을 이용한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북한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그 총책임자 김상만을 제재(制裁)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 IT 기술자들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의 IT 일감 수주를 통해 벌어들이는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 밑천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정부는) 이 밖에도 북한 해커들의 해외 외화벌이 활동에 직접 관여한 북한의 기관 3곳과 개인 7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핵·미사일 실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자금줄이 막히자 IT 기술자들을 양성, 해외로 파견했다. 이들은 국적과 신분을 숨기고 해외에서 휴대전화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IT 관련 일들을 하면서 달러를 벌어들였다.
기자는 지난 7월 미국 출장 중 IT 기술자로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중 탈북한 김진명(가명)씨를 만났다. 그동안 해외에 파견된 IT 기술자들이 탈북(脫北)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북한의 IT 기술자가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에 대한 정보는 현재 공개된 바 없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최고 인재들로 구성된 김일성대 금성반
― 먼저 본인 소개를 해주시죠.
“북한의 금성학원 컴퓨터반을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 ‘금성반’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군수공업 분야에 배치받아 해외로 나오게 됐습니다. 해외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 원래 금성학원은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래는 그랬죠. 그 전에는 금성제1중학교로 불리다가 2003년 7월부터 금성학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어요. 그러다 다시 분리해 다양한 특기생들을 키워내는 곳으로 확장됐죠. 대표적으로 수학부와 컴퓨터학부 같은 부서가 추가되어 다양한 인재 양성 학교로 자리 잡았어요.”
― 수학부와 컴퓨터학부를 새로 추가한 이유가 있나요.
“2001년경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러시아에서 IT 분야에 대해 많은 영감(靈感)을 받은 것 같아요. 돌아와서는 갑자기 IT 인재들을 양성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어요. 이후 전국의 제1중학교(북한의 수재학교)들에서 시험을 봐서 인재들을 뽑았어요. 물론 아무나 시험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전교 몇 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었죠. 여기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을 뽑아 금성학원 컴퓨터학부와 금성제1중학교로 보냈습니다.”
― 금성학원과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나요.
“두 학교 학생들은 다른 데 갈 수 없습니다. 오직 김일성종합대학교(김대)와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에만 갈 수 있습니다. 두 학교에는 IT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반이 따로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금성학원을 졸업하고 김대 금성반으로 곧바로 갔습니다.”
― 금성반은 하나의 학부 개념인가요.
“특설 학부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고 금성학원과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만 갈 수 있는 특별반입니다.”
― IT 인재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 특별반을 만든 거군요.
“네. 여기는 다른 학과들처럼 4년제가 아니라 2년 반이면 졸업할 수 있게 만든 특설반입니다.”
― 학생들은 보통 몇 명 정도 되나요.
“해마다 다릅니다. 한 해에 금성학원에서 100명, 금성제1중학교에서 100명이 졸업을 하는데 200명 중에서 김대와 김책공대로 나눠 가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북한 최고의 IT 인재들이 여기로 모인다고 보면 됩니다.”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와 컴퓨터만 배워”
― 그런데 왜 학기가 2년 반밖에 안 되죠.
“어린 학생들을 빨리 교육시켜 해외로 내보내 돈벌이를 하려는 북한의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릴수록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빨리 교육시켜 내보내는 거라고 봅니다.”
― 2년 반 동안 모든 과목을 압축해서 배운다고 보면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북한 대학에는 다양한 과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체 경제학, 철학, 사회학 등 여러 과목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은 배우지 않습니다. 오직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와 컴퓨터에 관해서만 배웁니다. 그러니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 2년 반 후 졸업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사실 그다음부터는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힘 있는 기관들의 싸움이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해 돈벌이가 IT밖에 없으니 기관들이 IT로 다 몰리는 거죠. 그렇다 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인기는 대단한 거죠. 우리가 선택해서 가는 것은 아닙니다.”
― 주로 어떤 기관들이 힘이 있다고 보면 되나요.
“인민무력부(현 국방성), 총정치국, 정찰총국 등 군(軍) 관련 기관들이 힘이 있죠. 힘 있는 기관들에서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에게 자기들 기관으로 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힘 있는 기관으로 가려고 하죠. 그곳에 가면 자신의 미래가 보장되니 학생들은 기회만 되면 다 가려고 하죠.”
― 군에서 인재들을 가장 먼저 뽑아 가는 거네요.
“네. 그리고 당(黨) 산하 기관 회사들에서 학생들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 당 산하 기관들은 어떤 곳이 있습니까.
“조선컴퓨터센터가 있고, 75 지도국 같은 데서 뽑아 갑니다. 조선컴퓨터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313총국이라고도 합니다. 이 기관들은 당 산하 군수공업부 산하 기관들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1만 달러에 팔아넘기는 것”
― 또 다른 기관도 있나요.
“국가정보화국 같은 경우는 내각 산하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 평양정보센터(PIC) 등이 있습니다. PIC는 평양 보통강구역 경흥동에 본사를 두는 기업소로서, 조선컴퓨터센터와 쌍벽을 이루는 북한의 중추적인 컴퓨터 종합운영 기관입니다.”
― 공식적으로 이들이 북한에서 가장 큰 컴퓨터 관련 회사인가요.
“네. 북한 주민들이 아는 공식적인 큰 기관들이죠. 군에서 학생들을 선발해 가고 나면 나머지 기관들에서 데려가야 하는데 인원이 없어 학생들을 데려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 수가 200명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데려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꼼수가 발생하는 거죠.”
― 어떤 꼼수요.
“학생들에게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 가격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학생들이 졸업하면 대학교 학생간부과에서 이들의 거처를 정해줍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의 경우 간부과를 통해야만 학생들을 데려갈 수 있겠죠. 처음엔 기관들이 간부과 사람들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잘 보이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점차 IT 기술자들의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이들(간부과)이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거죠.”
― 1인당 얼마씩 내야 되나요.
“2018년까지만 해도 5000달러였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18년 이후 1인당 1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아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올랐을 겁니다.”
― 이런 사실을 학생들은 아나요.
“당연히 모르죠. 이건 뭐 과거 노예들을 팔고 사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1명당 1만 달러에 팔아넘기는 거죠.”
“10명씩 한 조로 묶어 해외로 파견”
― 보통 기관들에서 몇 명 정도를 뽑아 갑니까.
“기관마다 다르죠. 군부에서 뽑아 갈 때는 3~5명 정도 뽑아 갑니다. 물론 과거 초기에는 많이 뽑아 갔어요. 1년에 150명씩 데려가다 보니 해당 기관에 ‘금성반’ 중대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많이 뽑아 가지 않습니다.”
― 해당 인원들을 모두 해외로 파견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2~3명 선발해 거기에 인원을 더 추가해 한 개 조(組)로 묶어 해외로 파견합니다. 이렇게 소규모로 뽑아 가는 사람들은 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적은 인원이 나갑니다. 금성반에서 공부한 사람은 100% 해외로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 다른 기관들은 몇 명 정도가 한 조인가요.
“대부분 10명씩 한 조로 묶어 해외로 파견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한 조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한 조에 10명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 IT 기술자들 평균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다들 나이가 어립니다. 북한은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 2년 반을 공부하고 바로 해외로 나가니까 대부분 19세에서 20세의 젊은 청년들이죠.”
― 해외로 파견되기 전 다른 교육은 받지 않나요.
“받지 않고 바로 나갑니다.”
“심한 경우 40~50명 한 집에 살아”
― 인원을 가장 많이 파견한 기관은 어딥니까.
“아무래도 국방 관련 분야가 제일 많습니다. 해외 파견된 북한 IT 기술자들은 대부분 그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제일 많이 나가 있는 국가는 어딥니까.
“중국과 러시아죠. 다른 국가도 있는데 두 국가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 해외로 파견되면 어디서 생활하나요.
“대부분 집을 빌려 생활합니다.”
― 그럼 10명이 한 집에서 생활하나요?
“급이 높고 힘 있는 기관은 3~5명 정도가 한 집에서 생활하고, 보통은 10명이 한 집에서 거주합니다. 힘이 없는 경우는 40~50명이 한 집에서 살기도 합니다.”
― 그 인원이 어떻게 한 집에서 살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무력부(현 국방성) 61부 같은 경우 한 개 팀이 10명 정도씩 나옵니다. 그런데 한 개 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팀이 나오다 보니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3층짜리 집을 하나 빌렸는데 43명이 그 집에서 거주합니다. 3층짜리 집에 남자들만 43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 보니 인적이 드문 외딴곳으로 집을 구하죠. 이렇게 여러 팀이 나와 한곳에 모여 살면서 한 개 기지를 만들어 활동합니다.”
― 그게 가능합니까.
“원래는 불가능하죠.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비좁고 불편해도 당에서 같이 살라고 하는데 살아야죠.”
“감금 상태로 하루 18시간 일해”
― 해외로 파견된 IT 기술자들의 생활환경은 어떤가요.
“일단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각자 버는 돈이 있으니. 제일 스트레스받는 것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7~18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하루에 17~18시간을 일합니까.
“기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 규정상 하루에 14시간이 의무 작업 시간입니다. 이것도 많은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대체로 17~18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많이 하는 사람은 20시간도 합니다.”
― 사람이 하루 20시간씩 일하고 살 수 있나요.
“그럼 어쩝니까. 돈벌이는 힘들지, 국가에 바쳐야 하는 돈은 있으니 해야죠.”
― 매일 17~18시간씩 일하나요.
“보통 금요일까지 그렇게 일하고 토요일은 생활총화를 합니다. 안 하고 쉬는 기지들도 있는데 해외 나와 있으니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면서 대부분 생활총화를 하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12~14시간 정도 일합니다.”
― 그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2~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자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루 14시간이 기본 업무 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외 산책 시간도 있고,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짜놓긴 했지만 지키겠습니까?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는 거죠.”
―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일을 하지 못하면 제재가 굉장히 심합니다. 한 달 계획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한 달 동안 의자 없이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해야 합니다. 미치는 거죠. 짧은 시간도 아니고 하루에 17~18시간을 서서 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한 벌이죠.”
“극심한 스트레스로 동료 찔러 죽이기도”
― 다른 벌도 있나요.
“그리고 대부분 기지에는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식사 당번을 정하는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 식사당번을 시킵니다. 이 사람들은 하루 세끼 40명 가까운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부족한 자기 근무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을 하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사건 사고도 자주 일어납니다.”
― 주로 어떤 사고들이 일어나나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거는 서로 다툰다든지, 스트레스 때문에 저처럼 탈북을 하는 이들도 있고,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자는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인 사례도 있습니다.”
― 자는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요.
“네. 어디라고는 말은 못 하지만 한 기지에서 하루 17~18시간을 착취당하다 보니 계속 언급하듯이 잠잘 시간이 부족해요. 먹는 것보다 잠이 더 그리울 수가 있죠. 그런데 40명의 사람이 군대처럼 일렬로 누워 잠을 자는데 피곤하다 보니 코를 심하게 고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하루에 2시간밖에 잠잘 시간이 없는데 코골이 때문에 잠을 못 자게 되니 화가 나서 칼로 동료를 찌른 거죠. 내가 만약 편하다고 하면 코 고는 사람들을 보고 ‘아, 피곤했구나’고 동정심이 생길 텐데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예민해지고 화가 나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잠을 못 자고 하면 온전한 사람도 정신병에 걸리죠. 코로나19 때 정말 다양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나요.
“제가 아는 한은 없습니다. 모 기지에서 한번 자살 소동이 있었는데 그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짝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사건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 정말 상황이 열악하네요.
“열악하죠. 아까 말한 러시아 3층 집의 경우 화장실이 3개 있는데 3개로 43명이 사용하고자 하면 이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죠. 거기에 밖에도 나가지 못하지, 가족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니 가족도 그립지, 편지나 전화라도 할 수 있으면 괜찮을 텐데 그것조차 허락이 안 되니 더 미칠 노릇이죠.”
― 보통 몇 년씩 해외에 체류하나요.
“원래 원칙은 2년에 한 번씩 북한으로 들어가 정신 재무장을 하고 다시 나오게 됩니다. 들어가서 사상학습도 받고 다양한 재교육을 받고 나가죠. 그런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 왜 잘 안 지켜지나요.
“비용 때문이죠. 만약 한 사람이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비행기, 기차표 값만 해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한꺼번에 몇십 명씩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들겠는지. 그러다 보니 기지들에서 잘 안 보내려고 하죠. 그리고 사람들도 한 번 들어가면 주변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니까 잘 안 가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오가는 것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못 들어간 경우도 있고요. 한 5~6년씩 못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휴가로 10일씩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휴가도 연차가 쌓여야 갈 수 있습니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 달러 벌어”
― 1인당 한 달에 얼마 정도씩 법니까.
“천차만별입니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도 있고, 못 버는 사람은 아예 벌이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 누가 한 달에 얼마 벌었는지 공개합니까.
“전체 공개는 하지 않지만 같은 기지에서는 공개합니다. 일종의 채찍 효과를 보기 위해서죠. 못 버는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죠.”
―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기본이라고 봅니까.
“기지마다 다른데 평균 한 달에 3만 달러를 벌면 그래도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습니다.”
― 아예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게 되겠네요.
“그렇죠. 이렇게 차이가 크다 보니 기지 안에서도 착취가 이뤄집니다. 10만 달러 버는 사람이 지금 하는 일이 끝나기 전에 다른 일거리가 들어오면 벌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일을 끝내고 나면 수입의 절반을 자기가 가져가는 거죠. 하청(下請)의 재하청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1~2년 정도 지나면 대체로 어느 정도는 수입이 있습니다.”
―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합니까.
“사람과 시기마다 다릅니다. 예전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아이폰 앱 개발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일을 하죠. 많은 기술자가 미국의 휴대전화회사 ‘애플’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솔직히 돈이 되는 일은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 이런 내용을 북한에서 가르쳐줍니까.
“아니요. 북한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나와서 일을 못 합니다. 해외 파견되면 나와서 모두 다시 배우게 됩니다. 젊고 감각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라 금방 배웁니다.”
“번 돈의 50% 상금으로 주기도”
― 그렇게 벌어 북한 당국에 얼마를 바치나요.
“이것도 기지마다 다릅니다. 북한법상 해외 나가 막일하는 노동자들 빼고 한 달 생활비를 200유로씩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지들에서는 상금제도를 도입해 사람들에게 더 주는 곳도 있습니다.”
― 상금제도는 어떤 겁니까.
“상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으니 회사마다 자기들 모델을 만듭니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모델은 내가 만약 이번 달에 1만 달러를 벌면 여기서 10%, 2만 달러를 벌면 20%, 3만 달러 30% 이렇게 해서 5만 달러를 벌면 50%까지 주는 곳도 있습니다. 6만 달러부터는 다 50%를 줍니다. 이런 곳은 일할 맛이 나죠. 이걸 노리고 상금제도를 만든 거죠. 수익이 없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다 잘 버는 곳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습니다. 많이 벌수록 회사가 손해니까. 평균 80%는 바치고 10~15%를 자신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회사가 80%를 가져간다고 북한 정권에 다 바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절반은 회사가 가지고 나머지 절반을 바칩니다.”
― 100%를 빼앗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힘 있는 군 단위의 경우 그렇습니다. 그러고는 2~3년 열심히 일하면 북한 조선노동당에 입당(入黨)시켜주겠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어린 나이에 나오다 보니 군대에 가지 않고 입당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해외 나와 입당까지 하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죠.”
― 입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권력으로 가려는 욕심이 있으면 굉장히 중요하죠. 권력 의지가 없어도, 한국에서 입사 원서 넣을 때 대학 졸업장을 제출하는 것 정도로 보면 됩니다.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취직하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졸업장처럼….”
― 실제로 북한 정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은 많지는 않네요.
“한 개 단위로 놓고 보면 그렇지만 이런 단위들이 수십 개가 있습니다. 제일 큰 단위가 75 지도국인데 이들은 1년에 2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입니다. 다른 석탄 수출, 마약 이런 거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는 인건비도 많지 않아서 나름 괜찮은 수입입니다.”
― 일을 하고 돈을 받을 때 가상화폐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무조건 달러로 받기 때문에 편리하죠.”
― 오프라인으로 회사에 직접 취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오프라인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들에 취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대부분 미국 기업 일을 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기업들에 취업했는데 요즘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 왜 그렇죠.
“간단하죠. 뭐 적대적 관계나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돼서 안 하는 겁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받아서 정권에 바치고 나면 나한테 남는 게 없어요. 그러니 돈을 많이 주는 미국 기업 일을 하는 거죠.”
― 근데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네, 가능하죠. 암시장 같은 곳에 가면 돈을 주고 미국 사람으로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어요. 미국인으로 위장한 다음 중국이나 러시아에 사는 미국인인 것처럼 하고 취업을 합니다. 아니면 유럽 사람으로도 위장합니다. 해당 국가의 사람 정보를 도용해 이력만 바꾸면 끝납니다.”
“돈 안 되는 한국 기업과는 거래 안 해”
― 최근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IT 분야 외화벌이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은 제재가 가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은행 문제니까 북한이 돈을 받아 중국은행 쪽으로 대부분 옮기는데 미국이나 한국이 미국 회사에서 돈이 나가 중국은행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만 잘 차단한다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국제사회가 석탄 수출이나 이런 것보다 돈이 적어 지금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작정하고 추적하면 IT 쪽도 얼마 못 갈 겁니다.”
― 현재 IT 기술자들이 파견된 나라는 어디 어디입니까.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2개 팀, 말레이시아에 2~3개 팀, 유럽,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오스, 두바이, 몽골에도 있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최근에 제재가 심해지고 코로나19 등으로 다 철수를 하면서 요즘은 중국, 러시아, 라오스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총 인원은 몇 명 정도입니까.
“2000~3000명 정도 나와 있다고 보면 됩니다.”
― 한국 정부 등에서 북한 IT 인력과 관련해 주의보를 발령한 것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 미국이 먼저 했죠. 이런 것들이 나오면 정보를 전체 기지에 돌립니다. 조심하라고. 그런데 뭐 한국에서 나온 거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곳이 별로 없으니까요. 돈이 안 되니 안 하는 거죠.”
― 북한의 IT 인력들까지 완벽하게 대북제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쉬운 방법은 북한 IT 기술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회사들에서 조심하면 됩니다. 실제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니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가상사설망)을 차단하면 영향이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100% 막지는 못하지만, 북한 기술자들이 일을 못 하면 돈이 줄어들 것이고 미국의 눈을 피해 다음 대상을 찾겠죠.”
― 100% 차단은 안 됩니까.
“네. 100% 차단은 안 돼도 IT 인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을 망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10만 달러를 벌어들이다가 제재로 인해 5000달러밖에 못 번다고 생각하면 북한 정권은 더는 IT를 유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없는 거죠. 오히려 1000~2000명의 인력을 먹여 살리려면 더 손해가 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유지할 이유가 없어져 철수를 시킬 겁니다. 100%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규모를 줄이면서 옥죌 수는 있습니다.”
“해커들은 미림대학 출신들”
― IT 기술자로 파견됐다가 해커로 전향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있긴 하죠. 사실 해킹은 굉장한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이 비슷하잖아요.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죠. 그리고 북한이 해킹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나와 있는 방식으로 하는 거라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IT 기술자로 나온 이들에게 해커 일을 시키지는 않아요.”
― 왜 안 시키나요.
“돈이 안 되니까요. 해킹을 통해 은행을 털어 돈을 많이 벌 수는 있지만 해킹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메일을 던져 그중 하나 얻어걸리는 것을 통해 해킹하는 것인데 우연적인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수입 모델이 정해져 있는 회사에서는 위험을 감소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해외 서버를 관리하기 위해 나와 있는 단위들과 돈 벌려는 계획이 없는 곳에서는 해킹 쪽으로 시도해보라고 지시를 하죠. 우리 쪽에서도, 한다고 해도 3000명 중 4~5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요즘 북한의 해커들은 해외에 없습니다. 거의 다 북한 내부에서 활동합니다.”
― 북한 해킹 인력들도 금성반에서 뽑아 갑니까.
“과거에는 몇 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해킹 관련해서는 대부분 미림대학 졸업생들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IT 기술자 중 여성도 있나요.
“여자는 없습니다. 다 남자입니다. 과거에 여성들도 시도했었습니다. 디자인 관련해서 여성 인력들을 키웠는데 결국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중단시켰죠.”
― 그럼 금성학원에서부터 여성들은 없는 건가요.
“네. 없습니다. 그리고 아까처럼 한 집에 43명씩 사는데 거기 여성이 한두 명 끼어 있으면 서로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런 측면에서도 여성들은 교육하지 않죠.”
“자유를 얻고 싶어 탈북”
―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뭡니까.
“저는 다른 것을 떠나 딱 한 가지 이유에서 탈북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나와 돈도 벌었고, 북한에 돌아가면 잘살 수 있었는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자유는 없었습니다.”
― 해외에 있으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는 많이 접하죠?
“상대적으로 많이 접합니다. 물론 단속을 하지만 몰래 정보들을 찾아보죠.”
― 처음 나와 찾아봤던 정보는 뭡니까.
“김일성·김정일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 어땠습니까.
“충격이었죠. 뭐 물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김씨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느끼게 됐죠. 그리고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을 암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항상 꿈이 있었다”
― 김씨 정권에 대해 어떤 실망감이 들었나요.
“김씨 정권의 위선(僞善)을 봤습니다. 북한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인데 ‘쪽잠과 줴기밥(주먹밥)’이라는 노래입니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참 많이 불렀습니다. 물론 북한 매체에서 많이 선전도 하고 했으니. 이 노래는 김정일이 인민들을 생각하면서 차에서 쪽잠을 자고 줴기밥을 끼니로 하면서 현지 지도의 길을 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처음 접하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점차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죠.”
― 미국에서 살아보니 어떻습니까.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죠.”
― 대부분 북한 출신은 한국으로 오던데요.
“그렇죠. 근데 저는 처음부터 미국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탈북은 한순간에 결정해서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몇 년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으로 한국 관련해서 찾아보고 했는데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생겼습니다.”
― 어떤 실망감이죠?
“북한 출신들에 대한 차별이나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면서 미국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통계를 보게 됐는데 북한 출신들의 경제 상황이 일반 국민의 절반도 못 되더라고요. 물론 개인이 일하지 않아 그런 것도 있지만….”
― 앞으로 꿈은 뭡니까.
“저는 항상 꿈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부터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빌 게이츠처럼요. 금성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선생님들이 빌 게이츠 얘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그때 알고 나도 빌 게이츠처럼 스타트업을 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동안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핵·미사일 실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자금줄이 막히자 IT 기술자들을 양성, 해외로 파견했다. 이들은 국적과 신분을 숨기고 해외에서 휴대전화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IT 관련 일들을 하면서 달러를 벌어들였다.
기자는 지난 7월 미국 출장 중 IT 기술자로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중 탈북한 김진명(가명)씨를 만났다. 그동안 해외에 파견된 IT 기술자들이 탈북(脫北)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북한의 IT 기술자가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에 대한 정보는 현재 공개된 바 없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최고 인재들로 구성된 김일성대 금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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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금성학원. 사진=연합뉴스 |
“북한의 금성학원 컴퓨터반을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 ‘금성반’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군수공업 분야에 배치받아 해외로 나오게 됐습니다. 해외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 원래 금성학원은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래는 그랬죠. 그 전에는 금성제1중학교로 불리다가 2003년 7월부터 금성학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어요. 그러다 다시 분리해 다양한 특기생들을 키워내는 곳으로 확장됐죠. 대표적으로 수학부와 컴퓨터학부 같은 부서가 추가되어 다양한 인재 양성 학교로 자리 잡았어요.”
― 수학부와 컴퓨터학부를 새로 추가한 이유가 있나요.
“2001년경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러시아에서 IT 분야에 대해 많은 영감(靈感)을 받은 것 같아요. 돌아와서는 갑자기 IT 인재들을 양성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어요. 이후 전국의 제1중학교(북한의 수재학교)들에서 시험을 봐서 인재들을 뽑았어요. 물론 아무나 시험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전교 몇 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었죠. 여기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을 뽑아 금성학원 컴퓨터학부와 금성제1중학교로 보냈습니다.”
― 금성학원과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나요.
“두 학교 학생들은 다른 데 갈 수 없습니다. 오직 김일성종합대학교(김대)와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에만 갈 수 있습니다. 두 학교에는 IT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반이 따로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금성학원을 졸업하고 김대 금성반으로 곧바로 갔습니다.”
― 금성반은 하나의 학부 개념인가요.
“특설 학부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고 금성학원과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만 갈 수 있는 특별반입니다.”
― IT 인재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 특별반을 만든 거군요.
“네. 여기는 다른 학과들처럼 4년제가 아니라 2년 반이면 졸업할 수 있게 만든 특설반입니다.”
― 학생들은 보통 몇 명 정도 되나요.
“해마다 다릅니다. 한 해에 금성학원에서 100명, 금성제1중학교에서 100명이 졸업을 하는데 200명 중에서 김대와 김책공대로 나눠 가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북한 최고의 IT 인재들이 여기로 모인다고 보면 됩니다.”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와 컴퓨터만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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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금성학원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어린 학생들을 빨리 교육시켜 해외로 내보내 돈벌이를 하려는 북한의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릴수록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빨리 교육시켜 내보내는 거라고 봅니다.”
― 2년 반 동안 모든 과목을 압축해서 배운다고 보면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북한 대학에는 다양한 과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체 경제학, 철학, 사회학 등 여러 과목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은 배우지 않습니다. 오직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와 컴퓨터에 관해서만 배웁니다. 그러니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 2년 반 후 졸업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사실 그다음부터는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힘 있는 기관들의 싸움이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해 돈벌이가 IT밖에 없으니 기관들이 IT로 다 몰리는 거죠. 그렇다 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인기는 대단한 거죠. 우리가 선택해서 가는 것은 아닙니다.”
― 주로 어떤 기관들이 힘이 있다고 보면 되나요.
“인민무력부(현 국방성), 총정치국, 정찰총국 등 군(軍) 관련 기관들이 힘이 있죠. 힘 있는 기관들에서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에게 자기들 기관으로 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힘 있는 기관으로 가려고 하죠. 그곳에 가면 자신의 미래가 보장되니 학생들은 기회만 되면 다 가려고 하죠.”
― 군에서 인재들을 가장 먼저 뽑아 가는 거네요.
“네. 그리고 당(黨) 산하 기관 회사들에서 학생들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 당 산하 기관들은 어떤 곳이 있습니까.
“조선컴퓨터센터가 있고, 75 지도국 같은 데서 뽑아 갑니다. 조선컴퓨터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313총국이라고도 합니다. 이 기관들은 당 산하 군수공업부 산하 기관들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1만 달러에 팔아넘기는 것”
― 또 다른 기관도 있나요.
“국가정보화국 같은 경우는 내각 산하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 평양정보센터(PIC) 등이 있습니다. PIC는 평양 보통강구역 경흥동에 본사를 두는 기업소로서, 조선컴퓨터센터와 쌍벽을 이루는 북한의 중추적인 컴퓨터 종합운영 기관입니다.”
― 공식적으로 이들이 북한에서 가장 큰 컴퓨터 관련 회사인가요.
“네. 북한 주민들이 아는 공식적인 큰 기관들이죠. 군에서 학생들을 선발해 가고 나면 나머지 기관들에서 데려가야 하는데 인원이 없어 학생들을 데려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 수가 200명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데려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꼼수가 발생하는 거죠.”
― 어떤 꼼수요.
“학생들에게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 가격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학생들이 졸업하면 대학교 학생간부과에서 이들의 거처를 정해줍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의 경우 간부과를 통해야만 학생들을 데려갈 수 있겠죠. 처음엔 기관들이 간부과 사람들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잘 보이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점차 IT 기술자들의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이들(간부과)이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거죠.”
― 1인당 얼마씩 내야 되나요.
“2018년까지만 해도 5000달러였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18년 이후 1인당 1만 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아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올랐을 겁니다.”
― 이런 사실을 학생들은 아나요.
“당연히 모르죠. 이건 뭐 과거 노예들을 팔고 사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1명당 1만 달러에 팔아넘기는 거죠.”
“10명씩 한 조로 묶어 해외로 파견”
― 보통 기관들에서 몇 명 정도를 뽑아 갑니까.
“기관마다 다르죠. 군부에서 뽑아 갈 때는 3~5명 정도 뽑아 갑니다. 물론 과거 초기에는 많이 뽑아 갔어요. 1년에 150명씩 데려가다 보니 해당 기관에 ‘금성반’ 중대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많이 뽑아 가지 않습니다.”
― 해당 인원들을 모두 해외로 파견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2~3명 선발해 거기에 인원을 더 추가해 한 개 조(組)로 묶어 해외로 파견합니다. 이렇게 소규모로 뽑아 가는 사람들은 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적은 인원이 나갑니다. 금성반에서 공부한 사람은 100% 해외로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 다른 기관들은 몇 명 정도가 한 조인가요.
“대부분 10명씩 한 조로 묶어 해외로 파견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한 조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한 조에 10명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 IT 기술자들 평균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다들 나이가 어립니다. 북한은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 2년 반을 공부하고 바로 해외로 나가니까 대부분 19세에서 20세의 젊은 청년들이죠.”
― 해외로 파견되기 전 다른 교육은 받지 않나요.
“받지 않고 바로 나갑니다.”
― 인원을 가장 많이 파견한 기관은 어딥니까.
“아무래도 국방 관련 분야가 제일 많습니다. 해외 파견된 북한 IT 기술자들은 대부분 그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제일 많이 나가 있는 국가는 어딥니까.
“중국과 러시아죠. 다른 국가도 있는데 두 국가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 해외로 파견되면 어디서 생활하나요.
“대부분 집을 빌려 생활합니다.”
― 그럼 10명이 한 집에서 생활하나요?
“급이 높고 힘 있는 기관은 3~5명 정도가 한 집에서 생활하고, 보통은 10명이 한 집에서 거주합니다. 힘이 없는 경우는 40~50명이 한 집에서 살기도 합니다.”
― 그 인원이 어떻게 한 집에서 살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무력부(현 국방성) 61부 같은 경우 한 개 팀이 10명 정도씩 나옵니다. 그런데 한 개 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팀이 나오다 보니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3층짜리 집을 하나 빌렸는데 43명이 그 집에서 거주합니다. 3층짜리 집에 남자들만 43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 보니 인적이 드문 외딴곳으로 집을 구하죠. 이렇게 여러 팀이 나와 한곳에 모여 살면서 한 개 기지를 만들어 활동합니다.”
― 그게 가능합니까.
“원래는 불가능하죠.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비좁고 불편해도 당에서 같이 살라고 하는데 살아야죠.”
“감금 상태로 하루 18시간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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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컴퓨터를 하는 학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단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각자 버는 돈이 있으니. 제일 스트레스받는 것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7~18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하루에 17~18시간을 일합니까.
“기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 규정상 하루에 14시간이 의무 작업 시간입니다. 이것도 많은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대체로 17~18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많이 하는 사람은 20시간도 합니다.”
― 사람이 하루 20시간씩 일하고 살 수 있나요.
“그럼 어쩝니까. 돈벌이는 힘들지, 국가에 바쳐야 하는 돈은 있으니 해야죠.”
― 매일 17~18시간씩 일하나요.
“보통 금요일까지 그렇게 일하고 토요일은 생활총화를 합니다. 안 하고 쉬는 기지들도 있는데 해외 나와 있으니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면서 대부분 생활총화를 하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12~14시간 정도 일합니다.”
― 그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2~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자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루 14시간이 기본 업무 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외 산책 시간도 있고,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짜놓긴 했지만 지키겠습니까?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는 거죠.”
―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일을 하지 못하면 제재가 굉장히 심합니다. 한 달 계획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한 달 동안 의자 없이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해야 합니다. 미치는 거죠. 짧은 시간도 아니고 하루에 17~18시간을 서서 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한 벌이죠.”
― 다른 벌도 있나요.
“그리고 대부분 기지에는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식사 당번을 정하는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 식사당번을 시킵니다. 이 사람들은 하루 세끼 40명 가까운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부족한 자기 근무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을 하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사건 사고도 자주 일어납니다.”
― 주로 어떤 사고들이 일어나나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거는 서로 다툰다든지, 스트레스 때문에 저처럼 탈북을 하는 이들도 있고,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자는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인 사례도 있습니다.”
― 자는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요.
“네. 어디라고는 말은 못 하지만 한 기지에서 하루 17~18시간을 착취당하다 보니 계속 언급하듯이 잠잘 시간이 부족해요. 먹는 것보다 잠이 더 그리울 수가 있죠. 그런데 40명의 사람이 군대처럼 일렬로 누워 잠을 자는데 피곤하다 보니 코를 심하게 고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하루에 2시간밖에 잠잘 시간이 없는데 코골이 때문에 잠을 못 자게 되니 화가 나서 칼로 동료를 찌른 거죠. 내가 만약 편하다고 하면 코 고는 사람들을 보고 ‘아, 피곤했구나’고 동정심이 생길 텐데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예민해지고 화가 나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잠을 못 자고 하면 온전한 사람도 정신병에 걸리죠. 코로나19 때 정말 다양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나요.
“제가 아는 한은 없습니다. 모 기지에서 한번 자살 소동이 있었는데 그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짝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사건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 정말 상황이 열악하네요.
“열악하죠. 아까 말한 러시아 3층 집의 경우 화장실이 3개 있는데 3개로 43명이 사용하고자 하면 이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죠. 거기에 밖에도 나가지 못하지, 가족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니 가족도 그립지, 편지나 전화라도 할 수 있으면 괜찮을 텐데 그것조차 허락이 안 되니 더 미칠 노릇이죠.”
― 보통 몇 년씩 해외에 체류하나요.
“원래 원칙은 2년에 한 번씩 북한으로 들어가 정신 재무장을 하고 다시 나오게 됩니다. 들어가서 사상학습도 받고 다양한 재교육을 받고 나가죠. 그런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 왜 잘 안 지켜지나요.
“비용 때문이죠. 만약 한 사람이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비행기, 기차표 값만 해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한꺼번에 몇십 명씩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들겠는지. 그러다 보니 기지들에서 잘 안 보내려고 하죠. 그리고 사람들도 한 번 들어가면 주변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니까 잘 안 가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오가는 것이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못 들어간 경우도 있고요. 한 5~6년씩 못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휴가로 10일씩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휴가도 연차가 쌓여야 갈 수 있습니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 달러 벌어”
― 1인당 한 달에 얼마 정도씩 법니까.
“천차만별입니다.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도 있고, 못 버는 사람은 아예 벌이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 누가 한 달에 얼마 벌었는지 공개합니까.
“전체 공개는 하지 않지만 같은 기지에서는 공개합니다. 일종의 채찍 효과를 보기 위해서죠. 못 버는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죠.”
―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기본이라고 봅니까.
“기지마다 다른데 평균 한 달에 3만 달러를 벌면 그래도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습니다.”
― 아예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게 되겠네요.
“그렇죠. 이렇게 차이가 크다 보니 기지 안에서도 착취가 이뤄집니다. 10만 달러 버는 사람이 지금 하는 일이 끝나기 전에 다른 일거리가 들어오면 벌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일을 끝내고 나면 수입의 절반을 자기가 가져가는 거죠. 하청(下請)의 재하청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1~2년 정도 지나면 대체로 어느 정도는 수입이 있습니다.”
― 1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합니까.
“사람과 시기마다 다릅니다. 예전에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아이폰 앱 개발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일을 하죠. 많은 기술자가 미국의 휴대전화회사 ‘애플’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솔직히 돈이 되는 일은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 이런 내용을 북한에서 가르쳐줍니까.
“아니요. 북한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나와서 일을 못 합니다. 해외 파견되면 나와서 모두 다시 배우게 됩니다. 젊고 감각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라 금방 배웁니다.”
“번 돈의 50% 상금으로 주기도”
― 그렇게 벌어 북한 당국에 얼마를 바치나요.
“이것도 기지마다 다릅니다. 북한법상 해외 나가 막일하는 노동자들 빼고 한 달 생활비를 200유로씩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지들에서는 상금제도를 도입해 사람들에게 더 주는 곳도 있습니다.”
― 상금제도는 어떤 겁니까.
“상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으니 회사마다 자기들 모델을 만듭니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모델은 내가 만약 이번 달에 1만 달러를 벌면 여기서 10%, 2만 달러를 벌면 20%, 3만 달러 30% 이렇게 해서 5만 달러를 벌면 50%까지 주는 곳도 있습니다. 6만 달러부터는 다 50%를 줍니다. 이런 곳은 일할 맛이 나죠. 이걸 노리고 상금제도를 만든 거죠. 수익이 없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다 잘 버는 곳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습니다. 많이 벌수록 회사가 손해니까. 평균 80%는 바치고 10~15%를 자신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회사가 80%를 가져간다고 북한 정권에 다 바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절반은 회사가 가지고 나머지 절반을 바칩니다.”
― 100%를 빼앗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힘 있는 군 단위의 경우 그렇습니다. 그러고는 2~3년 열심히 일하면 북한 조선노동당에 입당(入黨)시켜주겠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어린 나이에 나오다 보니 군대에 가지 않고 입당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해외 나와 입당까지 하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죠.”
― 입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권력으로 가려는 욕심이 있으면 굉장히 중요하죠. 권력 의지가 없어도, 한국에서 입사 원서 넣을 때 대학 졸업장을 제출하는 것 정도로 보면 됩니다.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취직하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졸업장처럼….”
― 실제로 북한 정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은 많지는 않네요.
“한 개 단위로 놓고 보면 그렇지만 이런 단위들이 수십 개가 있습니다. 제일 큰 단위가 75 지도국인데 이들은 1년에 2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입니다. 다른 석탄 수출, 마약 이런 거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는 인건비도 많지 않아서 나름 괜찮은 수입입니다.”
― 일을 하고 돈을 받을 때 가상화폐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무조건 달러로 받기 때문에 편리하죠.”
― 오프라인으로 회사에 직접 취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오프라인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들에 취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대부분 미국 기업 일을 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기업들에 취업했는데 요즘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 왜 그렇죠.
“간단하죠. 뭐 적대적 관계나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돼서 안 하는 겁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받아서 정권에 바치고 나면 나한테 남는 게 없어요. 그러니 돈을 많이 주는 미국 기업 일을 하는 거죠.”
― 근데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네, 가능하죠. 암시장 같은 곳에 가면 돈을 주고 미국 사람으로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어요. 미국인으로 위장한 다음 중국이나 러시아에 사는 미국인인 것처럼 하고 취업을 합니다. 아니면 유럽 사람으로도 위장합니다. 해당 국가의 사람 정보를 도용해 이력만 바꾸면 끝납니다.”
“돈 안 되는 한국 기업과는 거래 안 해”
― 최근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IT 분야 외화벌이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은 제재가 가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은행 문제니까 북한이 돈을 받아 중국은행 쪽으로 대부분 옮기는데 미국이나 한국이 미국 회사에서 돈이 나가 중국은행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만 잘 차단한다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국제사회가 석탄 수출이나 이런 것보다 돈이 적어 지금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작정하고 추적하면 IT 쪽도 얼마 못 갈 겁니다.”
― 현재 IT 기술자들이 파견된 나라는 어디 어디입니까.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2개 팀, 말레이시아에 2~3개 팀, 유럽,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오스, 두바이, 몽골에도 있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최근에 제재가 심해지고 코로나19 등으로 다 철수를 하면서 요즘은 중국, 러시아, 라오스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총 인원은 몇 명 정도입니까.
“2000~3000명 정도 나와 있다고 보면 됩니다.”
― 한국 정부 등에서 북한 IT 인력과 관련해 주의보를 발령한 것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 미국이 먼저 했죠. 이런 것들이 나오면 정보를 전체 기지에 돌립니다. 조심하라고. 그런데 뭐 한국에서 나온 거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곳이 별로 없으니까요. 돈이 안 되니 안 하는 거죠.”
― 북한의 IT 인력들까지 완벽하게 대북제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쉬운 방법은 북한 IT 기술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회사들에서 조심하면 됩니다. 실제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니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가상사설망)을 차단하면 영향이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100% 막지는 못하지만, 북한 기술자들이 일을 못 하면 돈이 줄어들 것이고 미국의 눈을 피해 다음 대상을 찾겠죠.”
― 100% 차단은 안 됩니까.
“네. 100% 차단은 안 돼도 IT 인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을 망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10만 달러를 벌어들이다가 제재로 인해 5000달러밖에 못 번다고 생각하면 북한 정권은 더는 IT를 유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없는 거죠. 오히려 1000~2000명의 인력을 먹여 살리려면 더 손해가 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유지할 이유가 없어져 철수를 시킬 겁니다. 100%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규모를 줄이면서 옥죌 수는 있습니다.”
“해커들은 미림대학 출신들”
― IT 기술자로 파견됐다가 해커로 전향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있긴 하죠. 사실 해킹은 굉장한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이 비슷하잖아요.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죠. 그리고 북한이 해킹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나와 있는 방식으로 하는 거라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IT 기술자로 나온 이들에게 해커 일을 시키지는 않아요.”
― 왜 안 시키나요.
“돈이 안 되니까요. 해킹을 통해 은행을 털어 돈을 많이 벌 수는 있지만 해킹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메일을 던져 그중 하나 얻어걸리는 것을 통해 해킹하는 것인데 우연적인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수입 모델이 정해져 있는 회사에서는 위험을 감소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해외 서버를 관리하기 위해 나와 있는 단위들과 돈 벌려는 계획이 없는 곳에서는 해킹 쪽으로 시도해보라고 지시를 하죠. 우리 쪽에서도, 한다고 해도 3000명 중 4~5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요즘 북한의 해커들은 해외에 없습니다. 거의 다 북한 내부에서 활동합니다.”
― 북한 해킹 인력들도 금성반에서 뽑아 갑니까.
“과거에는 몇 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해킹 관련해서는 대부분 미림대학 졸업생들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IT 기술자 중 여성도 있나요.
“여자는 없습니다. 다 남자입니다. 과거에 여성들도 시도했었습니다. 디자인 관련해서 여성 인력들을 키웠는데 결국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중단시켰죠.”
― 그럼 금성학원에서부터 여성들은 없는 건가요.
“네. 없습니다. 그리고 아까처럼 한 집에 43명씩 사는데 거기 여성이 한두 명 끼어 있으면 서로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런 측면에서도 여성들은 교육하지 않죠.”
“자유를 얻고 싶어 탈북”
―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뭡니까.
“저는 다른 것을 떠나 딱 한 가지 이유에서 탈북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나와 돈도 벌었고, 북한에 돌아가면 잘살 수 있었는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자유는 없었습니다.”
― 해외에 있으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는 많이 접하죠?
“상대적으로 많이 접합니다. 물론 단속을 하지만 몰래 정보들을 찾아보죠.”
― 처음 나와 찾아봤던 정보는 뭡니까.
“김일성·김정일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 어땠습니까.
“충격이었죠. 뭐 물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김씨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느끼게 됐죠. 그리고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을 암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항상 꿈이 있었다”
― 김씨 정권에 대해 어떤 실망감이 들었나요.
“김씨 정권의 위선(僞善)을 봤습니다. 북한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인데 ‘쪽잠과 줴기밥(주먹밥)’이라는 노래입니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참 많이 불렀습니다. 물론 북한 매체에서 많이 선전도 하고 했으니. 이 노래는 김정일이 인민들을 생각하면서 차에서 쪽잠을 자고 줴기밥을 끼니로 하면서 현지 지도의 길을 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처음 접하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점차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죠.”
― 미국에서 살아보니 어떻습니까.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죠.”
― 대부분 북한 출신은 한국으로 오던데요.
“그렇죠. 근데 저는 처음부터 미국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탈북은 한순간에 결정해서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몇 년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으로 한국 관련해서 찾아보고 했는데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생겼습니다.”
― 어떤 실망감이죠?
“북한 출신들에 대한 차별이나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면서 미국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통계를 보게 됐는데 북한 출신들의 경제 상황이 일반 국민의 절반도 못 되더라고요. 물론 개인이 일하지 않아 그런 것도 있지만….”
― 앞으로 꿈은 뭡니까.
“저는 항상 꿈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부터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빌 게이츠처럼요. 금성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선생님들이 빌 게이츠 얘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그때 알고 나도 빌 게이츠처럼 스타트업을 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