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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외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을까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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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전 청와대 특보,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는 것”
⊙ 美 국무부, “미국 외교의 중심은 인권”
⊙ 경제성장 계속되며 중국의 사회권은 신장됐지만, 자유권은 여전히 억제…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에선 인권 침해 중
⊙ 11년간 북한인권법 통과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총리는 “북한인권법은 외교적 결례이자 내정간섭”이라 발언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이다.”
 
  지난 5월 17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한 발언이다. 숭실평화통일연구원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공동주최한 ‘바이든 시대 동북아 전망과 한국의 역할’ 심포지엄에서였다. 문 이사장은 “북(北)은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고 본다. 그러면 대화로 나오기 상당히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답변은 단호했다.
 
  “미국은 외교의 중심에 인권을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소리(VOA)가 국무부 대변인실에 문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묻자 나온 논평이다. 논평엔 의미 심장한 표현이 나온다.
 
  “미국은 생각이 같은 협력국들과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함께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지나고 있는 한국은 ‘생각이 같은 협력국’에 속할까, 그렇지 않을까.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 다시 집권한 미국 민주당의 인권외교는 정말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정확히 18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국제기구의 의제가 됐다. 2003년 4월 제59차 유엔 인권위원회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듬해 국제엠네스티는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냈다. 그해 미국 상하 양원은 북한인권법안을 제정했다. 이후 유엔 같은 다자(多者)기구에서 북한 인권을 두고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가장 지독한 종교박해국’
 
2018년 7월 27일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아 파주 판문점을 방문한 북측 관광객들이 남측 판문점을 바라보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인다. 사진=조선DB
  현실은 어떨까. ‘가장 지독한 종교박해국’. 지난 5월 12일 미국 국무부는 《2020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한 이래, 북한의 종교 자유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바티칸 연설에서 북한을 두고 ‘가장 지독한 종교박해국 중 하나’로 지목한 발언을 인용했다.
 
  다시 국제기구로 돌아온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까. 과거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나라의 인권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중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은 거의 유사하다.
 
  미국은 1961년 제정한 대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에서 ‘인권 침해’가 무엇인지 규정해놨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지속적이고 대규모적인 인권 침해 행위는 고문,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인격 모독적 대우 및 형벌, 기소나 재판 없이 장기간 구금, 납치, 비밀장소에 감금, 기타 생명, 자유 및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외원조법은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목적을 이렇게 규정했다.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목적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이 모든 국가에 의해 확고히 준수되도록 하는 것이다.’
 
 
  천안문 사태 계기로 인권 지적
 
  미국은 30년 이상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왔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주목의 대상이긴 했다. 미국 국무부는 1977년부터 각국의 인권 관련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때부터 중국의 인권 상황을 보고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부터 미국 정부와 의회는 본격적으로 중국 인권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1990년 12월, 미 국무부 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내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했다. 1991년 3월엔 미국 의회 대표단이 석방된 정치범들의 명단을 제출하고 비폭력적인 정치범을 사면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후 미국 의회는 반체제 인사 구금,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탄압,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소수민족 박해, 인터넷을 포함한 여론 검열, 탈북자 강제 북송 등에 대해 여러 번 결의안을 의결했다.
 
  중국은 심하게 반발했다. ‘주권 침해’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권보고서를 두고 ‘패권주의의 새로운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의 인권 침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1999년부터는 《미국 인권 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미국 내 인권 침해 상황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미국의 인권 문제 제기를 이렇게 묘사한다.
 
  〈미국은 자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다른 국가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의 눈을 뜨며,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양 눈을 부릅뜬다.〉
 
  그러면 중국은 자국의 인권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중국 국무원은 1991년 처음으로 자국의 인권 상황을 정리한 백서인 《중국의 인권상황》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중국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미국 등 서구와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중국의 인권상황》 전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인권 문제는 국제적인 성격도 띠지만 주요하게는 국가 주권의 범위 안의 문제’. 서구에서는 인권을 두고 ‘천부 인권’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받은 보편적인 권리라는 뜻이다.
 
  중국은 다르다. 국가와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제약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개인의 권리보다 우위에 둔다. 개개인의 인권을 논할 때에도,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강조한다.
 
 
  자유권과 사회권
 
  사실 인권을 간단하게 정의하긴 힘들다. 인권은 오랜 역사를 거쳐 보편적 지위를 획득해왔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과 1966년 통과된 국제인권규약을 통해 보편성을 확립해왔다.
 
  인권은 크게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자유권은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뜻한다.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정립됐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인권이라고 하면 흔히 자유권을 의미한다. 사회권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의미한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자유권이 국가의 축소를 의미한다면, 사회권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선 사회권을 자유권보다 우위에 둔다.
 
  그러므로 같은 조약을 두고도 다른 해석이 나온다. 1966년 체결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의 1조 1항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자결권을 가진다. 이 권리에 기초하여 모든 사람은 그들의 정치적 지위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또한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발전을 자유로이 추구한다.〉
 
  이를 두고 중국은 ‘민족적 자결권’으로 해석한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의 1조 1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모든 인민은, 호혜의 원칙에 입각한 국제경제협력으로부터 발생하는 의무 및 국제법상의 의무에 위반하지 아니하는 한, 그들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그들의 천연의 부와 자원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민은 그들의 생존수단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이를 두고서는 민족적 생존권이라 해석하는 식이다.
 
 
 
‘인권 지적은 和平演邊’

 
  중국은 타국의 인권을 지적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규정한다. 1991년 인권백서에서 이렇게 규정했다.
 
  〈중국은 서로 국가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은 인권 문제를 들어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간섭’ 행위로 규정한다. ‘화평연변(和平演邊)’이라는 것이다. 천안문 사태 직후 덩샤오핑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기타 여러 서방 국가는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해 화평연변을 획책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한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포연이 없는 세계대전을 치르는 것이다. 우리는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는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이기기 위해 과거엔 무기를 들고, 원자탄을 이용했으나 전 세계인의 반대에 봉착하자 현재는 화평연변의 방식을 획책하고 있다.”
 
  중국의 보수세력 사이에서 쓰이던 이 말은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에서 개혁개방을 강조한 이후엔 널리 쓰이지 않았다.
 
  시진핑 정권이 출범한 후 이런 추세는 바뀌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중국몽(中國夢)을 집정 이념으로 제시했다. 2049년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를 완성하겠다는 중국의 꿈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제시된 게 언론 통제다. 타국의 문화가 중국에 침투하는 걸 막아 ‘문화 안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시주석판 화평연변이다.
 
 
  중국의 아킬레스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4월 27일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해 인민해방군의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이 인권 문제에 민감한 것은 사실 이유가 있다. 중국 내에 존재하는 분리주의 세력과 민주화 세력 때문이다. 지난 5월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0년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인구는 14억1178만명인데, 이 중 한족 인구는 12억8631만명이다. 인구의 91.11%다. 소수민족은 1억2547만명으로 8.89%를 차지한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족보다 소수민족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10년 조사와 비교해 한족 인구는 4.93%, 소수민족 인구는 10.26% 증가했다.
 
  소수민족은 중국의 국경지대에 몰려서 살고 있다. 이들이 정치화되고, 고도의 자치 혹은 분리를 요구하는 것을 중국 정부가 고도로 경계하는 이유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강제 북송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줘 버리면, 중국 국경지대의 소수민족이 국경을 넘어 탈출해도 소환을 요구할 근거가 약해진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들을 제압하고 있다. 인권 문제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 이들 외에도 아직 봉기하지 않은 잠재적 저항 세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화 세력과 파룬궁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UN) 유럽본부 건물 정면에 2013년 10월 22일(현지 시각) ‘중국인권—유엔이여 티베트를 위해 일어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티베트 자유를 위한 학생기구’ 회원들은 이날 중국 인권을 다루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분회를 앞두고 이 현수막을 기습적으로 내걸었다. 사진=뉴시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잠재적인 민주화 세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반체제 인사들을 가혹하게 다뤄왔다. 중국 ‘민주화 세력의 아버지’로 불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는 2017년 사망할 때까지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베이징경기장을 설계하기도 한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의 사회문제를 고발하다가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후 탈세를 이유로 체포됐지만, 국제사회의 잇따른 요구 끝에 석방됐다.
 
  1999년부터는 파룬궁도 탄압하고 있다. 파룬따파(法輪大法)라고도 하는 파룬궁은 기공을 바탕으로 한 심신수련법이다. 중국의 리훙즈(李洪志)가 창시했다. 1999년쯤에 파룬궁 수련인은 중국 정부 추정으로 약 7000만명에 달했다. 중국 공산당원 수와 비등해졌다. 중국 정부는 파룬궁을 사교(邪敎)로 규정했다. 수련은 금지됐다.
 
  중국 정부가 파룬궁을 왜 탄압하는지를 두고 몇 가지 해석이 있다. 그중 하나가 통치의 정당성 문제다. 파룬궁 이념엔 유교와 도교가 결합된 세계관이 배경으로 흐른다. 명·청(明淸) 시대 이전부터 이어온 중국의 전통적 가치관이자 통치관이다. 중국 공산당은 전혀 다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유물론이 공산당의 통치 이념이다. 보통의 중국인에겐 파룬궁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의 빠른 확산을 일종의 반체제 혹은 분리주의 움직임으로 인식한 이유다.
 
  2019년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에는 분리주의와 민주화 요구가 중첩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한 이유다. 중국 정부의 약한 고리 2개가 한곳에서 만났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신경 쓰지 않고 중국은 시위 현장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그동안 다자기구들이 중국 인권 문제를 지적해왔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각 국가의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해 발표한다. 국가별 인권 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UPR)이다. 인권위는 중국의 인권 상황을 검토해 2009년, 2013년, 2018년에 발표해왔다. 홍콩과 신장위구르, 티베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은 국제사회의 이런 노력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북한의 ‘우리식 인권’
 
2019년 4월 30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탈북자 가족,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연 후 중국대사관에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우편함에 넣었다.
  북한도 인권에 대해 중국과 유사한 관점을 갖고 있다. 바로 ‘우리식 인권’이다. 1995년 《로동신문》 6월24일자에 등장한 표현이다. 북한 헌법은 개인의 권리를 이렇게 규정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한다.〉(제63조)
 
  개인의 권리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위에 두는 게 바로 ‘우리식 인권’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전체’라는 표현이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규약’은 실질적으로 헌법보다 상위인 규범이다. ‘전체’에는 노동당 규약과 수령의 교시를 따르는 이들만이 포함된다. 반혁명분자나 민족반역자들에게는 인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2013년 장성택 처형이나,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도 북한 정권 입장에선 인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민족반역자들에겐 인권 같은 건 없다는 게 ‘우리식 인권’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 상대주의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COI)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2014년 2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우리식 인권’은 타국의 인권 지적을 주권 침해로 본다. 《로동신문》 2001년 3월2일자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각이한 전통과 민족성,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발전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개 나라의 인권 기준과 보장 형태도 해당 나라의 실정에 따라 서로 다르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미국(2004년)과 일본(2006년)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북한은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두고는 ‘완전한 반북한법’이라고 비난했다. 2009년 10월 3일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유엔 사무국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출했다. 그러자 “선택적으로 특정국에 대해 인권이라는 미명하에 내정간섭을 하는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반발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보고서를 냈다. 그러자 북한은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이 인권 문제를 지적당하자 《중국의 인권상황》을 낸 것과 유사한 반응이다.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엔 이런 대목이 있다.
 
  〈인권은 내정 문제이고 국권이 보장되는 조건하에서의 인권이며, 내정간섭의 대상이 되거나 내정간섭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될 수 없다.〉
 
  북한 역시 중국처럼 자유권보다 사회권을 중시한다. 북한은 1981년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 사회권)’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자유권)’에 가입했다.
 
  규약에 가입하면 5년에 한 번씩 국가보고서를 내야 한다. 북한은 1994년 이후로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그러자 유엔인권위가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북한은 내정간섭이라며 B규약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인권이사회는 조약에 탈퇴 조문이 없기 때문에 탈퇴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줬다.
 
  북한이 자유권 침해 지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응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UPR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 자국의 인권 현황과 자국이 스스로 한 인권 관련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다른 회원국과 함께 검토하는 제도다. 한 주기인 4년 6개월 동안 전체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검토한다. UPR은 인권이사회의 47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실무그룹이 진행한다. 실무그룹은 심사 대상 국가를 주제로 3시간30분 동안 회의를 연다. ‘상호 대화(interactive dialogue)’다.
 
 
  北, 여성과 장애인 인권 강조
 
  1주기 UPR 기간 중인 2009년 12월 7일 북한에 대한 상호 대화가 열렸다. 북한에 제시한 167개의 인권 권고를 제기했다. 북한대표부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방북 허용, 사형제 유보 및 공개처형 중단, 강제송환 탈북자 처벌 중단, 주민들의 국내외 이동의 자유 보장, 아동 군사훈련 중단 등 50개 권고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수용 거부를 밝혔다. 자유권에 해당하는 권고들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특정 부문에서는 조금씩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관한 부분이다. 제2차 UPR을 위해 스스로 제출한 보고서에 여성의 사회 진출 장려를 강조해놨다. 2014년 기준으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 여성 비율이 20%가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는 ‘북한장애자보호전략’을 수립하고, 아동의 권리를 위해서는 아동질병통합관리확장전략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제3차 UPR을 위한 국가보고서를 보면, 부모가 없는 ‘꽃제비’들을 위한 시설 40여 곳을 지었다고 밝혔다.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8년 12월 유엔에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를 제출했다. 북한이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를 제출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17년 5월엔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Catalina Devandas-Aguilar)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 보고서가 이례적인 건 북한이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미비한 점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여성, 아동, 장애인의 인권은 변화를 줘도 체제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문이다. 인권 문제에 신경을 쓰는 정권이라며 대내외에 홍보할 수도 있다.
 
  북한은 2016년 〈UN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협력을 위한 유엔전략계획 2017~2021〉을 채택했다. 유엔전략계획 2017~2021은 4가지 우선순위를 설정했다. ▲식량 및 영양 안보 ▲사회개발서비스 ▲복원력과 지속 가능성 ▲데이터와 개발 관리다.
 
  이것은 사회권 규약(A규약)과도 관련되어 있다. 사회권 규약은 건강권, 식량권, 근로권, 교육권, 사회보장권 등을 규정했다. 김정은 정권이 사회권 신장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다.
 
 
  中, 경제 발전하며 사회권 신장
 
  사실 사회권은 경제가 발전하고 1인당 소득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신장된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세계 무역 체제에 안착한 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기준으로 GDP 14조7300억 달러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1인당 GDP는 2000년 959달러에서 2019년 1만504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며 사회권의 하나인 건강권이 신장됐다. 영아사망률을 예로 들 수 있다. 2000년 1000명당 27명에서 2020년 1000명당 8.1명으로 감소했다.
 
  미국은 천안문 사태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의 ‘최혜국(most favores nation)’ 대우를 유지할지 여부를 중국 내 인권 문제와 연계해 활용해왔다. 그러다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아무 조건 없이 최혜국 대우를 1년 연장해줬다. 이후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이 무역과 관련한 방법으로 중국 인권 문제에 개입할 굵직한 지렛대를 상실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 스스로 포기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 결과, 적어도 중국의 사회권은 올라갔다.
 
  북한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북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선결 요건이 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경제 제재에 갇혀 있다. 여기에 대해 한국 내부에서부터 입장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사실 대북 정책 자체에 대해 합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두고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11년 만인 2016년에야 통과됐다. 북한과의 경제적 협력과 인권 문제 지적을 투트랙으로 가져간다는 식의 합의는커녕 인권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데 11년이 걸렸단 얘기다.
 
 
  북한인권법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
 
2014년 1월 북한인권학생연대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가면을 쓴 채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사진=조선DB
  민주당은 북한인권법 통과에 반대해왔다. 북한 인권 문제엔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걸 감안해줘야 한다거나,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북한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북한인권법을 두고 “외교적 결례이자 내정간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념적으로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4년 《포린어페어》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아시아는 굳건하게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문화적 유상이 아니라 권위주의적인 지배자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다. … 문화가 반드시 우리의 숙명인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우리의 숙명이다.〉
 
  리콴유 당시 싱가포르 총리가 《포린어페어》지와 대담하며 ‘아시아적 공동체 의식의 특수성’을 강조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중국을 보면 사회권과 자유권이 균형 있게 신장되어야 진정한 인권 신장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회권이 신장되고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에선 인권 탄압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가정을 해보자. 남남갈등이 해소되고 미국의 지원 아래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면 북한의 사회권뿐만 아니라 자유권도 신장될까.
 
 
  한반도 통일 노리는 북한
 
  일단 북한은 중국과 차이가 있다. 소수민족이나 영토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남한이라는 존재가 있다. 독일 분단 시절, 동독은 서독을 아예 다른 민족으로 치부했다. 이념이 다르므로 다른 민족이 됐다는 논리였다. 북한은 다르다.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철거하고 조국 통일을 하기 위해 투쟁하겠다’, 북한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조선노동당 규약에 나오는 표현이다.
 
  지난 6월 1일 《한겨레》는 북한 조선노동당이 규약을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8차 당대회 기간 중인 2021년 1월 9일 수정됐다. 수정 사항을 보도하며 ‘북한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을 삭제했다’고 분석했다.
 
  수정 전후를 비교해보자.
 
  (이전)〈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
 
  (수정 후)〈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원 원장은 수정 전후가 결국 같은 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말하는 ‘사회의 자주화’란, 남한혁명을 방해하는 외세(미국)를 축출하고 민족자주권을 쟁취하는 것으로 ‘민족해방’혁명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적 발전’은, 파쇼독재라고 규정한 남한 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권을 수립하자는 것으로, 이른바 북한식 ‘(인민)민주주의혁명’을 뜻한다. 따라서 바뀐 표현은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과 다름없다.”
 
 
  북한 내 자유권 신장엔 의문
 
  새로운 규약에는 이런 대목이 추가됐다.
 
  〈조선로동당은 전 조선의 애국적민주력량과의 통일 전선을 강화하며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 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 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 자존심과 애국적 열의를 불러일으켜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도의, 혹은 적어도 남한 주도가 아닌 한반도 통일을 국가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한에 동조하거나 탈북하려는 주민들을 북한은 ‘공화국 적대자’로 분류해왔다. 북한의 경제가 발전해 사회권이 신장된다 해도, 중국처럼 반체제 세력을 억압하느라 자유권은 억압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다시 고민해보자. 바이든 정권의 인권외교는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회권 신장으로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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