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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북한요지경

북한의 불륜

마다라스, 8·3부부를 아십니까?

글 : 장원재  장원재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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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간부의 애인을 ‘마다라스’(매트리스)라고 지칭… 시집도 잘 가
⊙ 정치적 문제는 엄격하지만, 性的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대
⊙ 장거리 장사하는 남녀 사이에 불륜 관계 형성되면 ‘8·3부부’
평양거리의 모습.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그곳에도 불륜은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불륜(不倫)의 왕국이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여자 생각한다”는 속담은 남북 공통이지만, 북한 속담은 한걸음 더 나간다. “소변에 거품만 생겨도 아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탈북민들에게 “북한에도 불륜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그것도 조선말이라고 하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불륜이 만연하다는 뜻이다. 북한 사회의 거의 모든 불륜은 경제적 이해관계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없어지지 않는다. 불륜의 형태는 ‘권력형’과 ‘민간형’으로 나뉜다.
 
  ‘권력형 불륜’은 전통적 유형이다. 당(黨)비서·지배인·기사장 등 당 간부들은 자기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마다 소파가 있고 방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다. 당 간부 주변에는 미혼 여성들이 많다. 통계원·경리원·교환수·연구실 관련 직원 등이다. 전산화가 미비하니 서류 작성 등을 수기(手記)로 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업무 처리에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인적 구성 자체가 하나의 당 간부를 미혼 여성 여럿이 보좌하는 구도인 셈이다.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잡으면 휘두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북한 당 간부는 실질적인 권력이 몰리는 자리다. 인허가권이 그 손에 있고 인사권·성분조사 등 주민들의 현재와 미래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있으니 뇌물도 따른다. 당 간부 주변의 미혼 여성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 간부 눈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당 간부의 선택을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생활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마다라스’
 
  당 간부의 애인을 지칭하는 속어는 ‘마다라스’(매트리스의 일본식 발음)다. “저거 누구 마다라스다”라는 표현은 북한 아줌마들의 일상 표현이다.
 
  누군가의 ‘마다라스’가 되면, 관계를 맺은 간부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의 태도가 즉시 변한다. ‘마다라스’의 심기를 건드리면 베갯머리 송사를 통해 윗선에서 바로 보복의 칼날이 날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다라스’가 이간질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다라스’들에게는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마다라스’의 힘은 민간까지 뻗어간다. 당 간부와 개인적인 연줄이 있다는 것은 ‘소파’에서 은밀한 부탁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 간부의 권력과 그에 따르는 뇌물경제의 이익을 일부 공유(共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다라스’를 통하면 청탁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다라스’뿐 아니라, 불륜과 관련한 또 다른 명구(名句)가 있다. ‘여자의 거대한 ××에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도자기 속 송곳과 불륜은 숨길 수 없다지만, 요즘은 불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마다라스’라고 소문이 나면 최근에는 오히려 시집을 잘 가는 경우가 많다. 관계 당사자인 당 간부가 신랑감을 소개하기도 한다. 일종의 장기적인 입막음 보험(保險)이다. 소개받은 남자도 그렇고 그런 사실을 다 알지만, ‘마다라스’ 생활을 어느 정도 했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으로 부(富)를 깔았다는 뜻이다. 현역(?) 때보다야 영향력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스폰서 간부가 현직에 있는 한 어느 정도의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까지는 그렇게 살았다 치고, 결혼 이후에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괜찮다’며 장가를 든다.
 
 
  ‘스폰서형 불륜’도 등장
 
  권력진화형 불륜은 초급 당 간부보다 윗선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불륜의 대상이 사외(社外)라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스폰서형 불륜’이다. 생활비를 보조하고 장기간 관계를 갖는 형태다. 평양의 경우, 지방에서 유학 온 대학생 등이 대상이다.
 
  아무리 최고위직이라도 북한에서는 부부가 아니면 숙박업소에 묵는 것이 불가능하다. 투숙하려면 공식적인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는 것도 이중의 걸림돌이다. 그래서 애용하는 밀회(密會) 장소가 있다. 사우나 내부의 개인 목욕탕이다. 공식적으로는 목욕하러 다녀간 것이고 동행자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우나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다. 물론 사우나 측과도 뇌물로 서로 끈끈하게 엮여 있어야 뒤탈이 없다.
 

  그렇다면 바람 든 남편을 아내들은 왜 징치(懲治)하지 않는가. 당 간부인 남편이 ‘마다라스’를 두고 부화(附和·‘불륜’의 북한식 용어) 사건을 일으키면, 당위원회에 정식으로 신소(伸訴)가 가능하다.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한바탕 난리굿을 할 수도 있다. 고발하면 처벌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단 걸리면 처벌 수위가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실상이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 법 일꾼들과의 친소(親疎)관계, 뒷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잘못도 중범죄로 일이 커질 수 있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주택(住宅) 문제다. 북한의 주택은 공식적으로는 모두 직장과 연계된 사택이다. 그래서 남편이 해임철직(解任撤職)이 되면 직장만 잃는 것이 아니라 살던 집도 내놓아야 한다. ‘바람피우는 게 중요하냐, 생계유지가 중요하지’라는 말이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떠도는 배경이다.
 
  불륜도 돈이 있어야 한다.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민간에도 돈 있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적 이야기는 엄금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19금(禁)에 관대한 북한 사회의 문화도 불륜을 부추긴다.
 
  민간 불륜은 장사와 연결된다. 작은 장사는 몰라도, 밀수 등 큰 장사는 여자 혼자 하기가 불가능하다. 큰 장사는 북한에서 거의 다 비법(非法)이다. 그래서 물건을 나르고 국경을 넘나들고 기타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려면 여러 사람이 협조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북한에는 여자 운전사가 없다. 돈이 생기고, 생사를 같이하는 모험을 겪다 보면 남녀 사이에 동지애가 생긴다. ‘오늘이라도 단속반이나 군인들에게 잡히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피차간의 마음을 헐하게 만든다. 유혹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장거리 장사도 불륜의 온상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에서는 기차가 연착하는 일이 다반사다. 전기가 끊기는 일이 많아, 열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모르는 남녀가 옆자리에 앉아 사흘이고 일주일이고 길동무를 하다 보면 신변잡기부터 온갖 이야기가 다 오가게 마련이다. 죽이 맞으면 장사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요즘 개성에 담배가 좋다니 같이 합시다”라는 식으로 의기투합하고 주소를 교환한다. 아는 인맥 누구를 통해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물건 조달과 판매망을 상호 점검하며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같이 장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8·3부부’가 되는 것이다.
 
 
  ‘8·3부부’
 
  8·3이란 무엇인가. 1984년 8월 3일에 김정일이 평양시 경공업 제품 전시장 현지지도를 했다. 그때 폐기물 및 부산물을 이용한 인민소비품 생산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라는 지시를 했다. 전문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이외에 가내수공업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겉으로는 폐품 활용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기존 공장 제품의 질과 양이 모두 문제가 많았고 개선책도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다. 북한식으로, 곧바로 ‘8·3 인민소비품 창조 운동’이라는 관제 데모가 일어난 건 덤이다. 8·3 인민소비품, 8·3 제품은 가내수공업 개인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말한다.
 
  8·3부부란 ‘민간에서 만들어낸 부부’라는 북한식 은어(隱語)다. 8·3부부들의 밀회공간은 대기(待期)집이다. 북한 기차는 운행 중 문제뿐 아니라 연착도 잦다. 몇 시간 늦는 것이 아니라 사흘 나흘씩 늦게 온다. 언제 온다는 기약도 없고 사전 안내도 없다. 기차를 놓치면 다음 기차가 언제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역에서 가까운 집에 짐을 부려놓고 며칠을 묵다가 기차가 오면 바로 달려가 올라타야 한다.
 
  장사꾼들이 역 대합실이나 광장에서 노숙하다 보니 절도와 강력사건 등 온갖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다 숙박업소를 찾을 수도 없다. 그런 시설이 태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장사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거의 다 비법(非法) 비사회주의(非社會主義)이기 때문이다. 숙박업소가 있다 해도 정식으로 숙박업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북한의 모든 기차역마다 여러 군데 생겨난 대기집이다. 대기집은 일종의 민간 불법 숙박업소다. 모든 대기집은 보안원을 끼고 하고, 윗선에서 단속을 할 수도 없다. 그 많은 사람을 다 단속하자니 장마당 경제가 마비될 것이요, 장마당 경제가 마비되면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대기집은 창고 등을 개조한 넓은 방에 머릿수대로 돈을 받고 사람들을 받는다. 큰 방 가운데 선을 긋고 남자구역, 여자구역만 나누고 잠을 재운다. 그런데 돈이 있어 보이는 8·3부부는 묵는 곳이 다르다. ‘대기집 윗방’이라는 독립 공간이다. 일반실(?)에 비해 숙박료가 몇 곱절 비싸지만, 8·3부부는 이런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유능한 대기집 운영자가 되려면, 찾아온 고객 중 누가 윗방 손님일지 얼른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모든 행태의 상당 부분이 북한 사회의 비정상성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하기야 김씨 왕조부터가 공공연한 불륜 애호가였으니 해결책도 난망(難望)이다. 윗물이 맑지 않은데, 당 간부들이 맑기를 바라는 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어쩌면 김씨 왕조 자체가 특권층의 불륜을 조장하거나 눈감으며 거대한 이익공동체적 집단세력(利益共同體的 集團勢力)으로 진화(進化)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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