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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북한요지경

‘마약의 나라’ 북한

주민의 30%가 마약 상복

글 : 장원재  배나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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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 “마약 생산은 美 제국주의와 싸우는 새로운 방법”
⊙ 함흥은 ‘두부 만드는 집보다 마약 제조집이 더 많다’ ‘주민의 60%가 마약 제조에 관여’
⊙ 마약은 가정상비약, 미용치료제, 선물, 뇌물 등으로 활용
⊙ 국내 유통 마약 중 최소 30~40%가 북한산일 것으로 추정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학 연극학 박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진행. 現 배나TV대표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배우란 무엇인가》 등
2013년 12월 18일 울산지검 특별수사부는 탈북자로 구성된 필로폰 밀수조직을 적발했다. 사진=뉴시스
  북한은 ‘마약의 나라’다. 미국 국무부의 2017년 〈국제마약통제보고서〉는 “필로폰이 북한 내 비교적 광범위한 지역에서 생산·소비되고 있으며, 대부분 독립적인 범죄조직이 그 공급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각계각층에서 마약을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의 국경지대에서 생산과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 전체 주민의 30%가 마약을 상복한다는 보고도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이관형 연구원의 조사결과다. 그는 “전(全) 세계 유통 아편의 80~90%를 생산하는 아프가니스탄도 주민의 3~4%가 마약을 하는데, 30%가 마약을 상용한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치다. 참고로 한국은 0.2%, 중국은 0.5%가 마약 사용자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과장이 아니다.
 
  북한에서 수의사·축산공무원으로 일했던 조현씨, 신경내과 의사이자 위생방역소 공무원으로 일했던 최정훈씨. 두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마약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에서 마약을 안 해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있다. 북한 주민의 26.6%는 마약을 치료제로, 26.4%는 마약을 각성제 혹은 가벼운 환각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위 두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진통제나 감기약을 드신 적이 있습니까?’ 혹은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를 드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몇 %가 ‘그렇다’고 답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확산
 
  북한에 마약이 범람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책임이다. 1990년 1월 8일, 김일성이 지시했다.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백도라지를 많이 심어 외화벌이를 하라.”
 
  금수산 경리부 당(黨)위원회가 〈백도라지(양귀비) 농장을 맡는 것에 대한 교시 전달〉이라는 문건을 내려보내 북한 전역에 당국이 관리하는 양귀비 농장이 생겼다. ‘백도라지’는 김일성이 만든 이름이다. 양귀비를 양귀비라 할 수 없으니 슬쩍 돌려서 말한 것이다.
 
  김일성도 마약이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은 모르지 않았다. 그는 “마약 생산은 미(美) 제국주의와 싸우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했다. 마약을 퍼뜨려 자본주의 나라 국민을 타락시키고 자기는 마약 밀수출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북한산 마약이 ‘고난의 행군’ 이후 내부에서 대량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나라 국민들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 타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 주체가 당국에서 민간으로 확산되며 마약 소비층이 불 번지듯 늘어났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양귀비는 북한 주민에게 친숙한 물질이다. 전국적으로 재배한 아편은 실제로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 청진 나남제약, 함흥 흥남제약 공장에는 아편만 관리하는 특수직장, 이른바 1직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편진을 수출했고, 나중에는 기술이 늘어 모르핀·헤로인을 가공생산해 외국에 팔았다. 아편꽃·아편대 등 나머지 부산물로는 설사약 등 대중약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고난의 행군’ 전후, 각 도(道) 수의사업방역소에 ‘약초를 캐서라도 진료하라’ ‘자체적으로 약을 생산하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사람 먹을 약도 없던 시절이다. 수의방역소 텃밭의 50%가 아편 재배에 할당되었다. 수의사 자격증이 있고 가축 치료에 종사한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자기 집 마당에 양귀비를 심어도 단속하지 않았다. 여기서 나온 아편은 가축뿐 아니라 사람을 위한 설사약·진통제로도 쓰였다.
 
  2000년대 초 국제사회 통제 후 마약 합성 기술이 주민에게 이전되었다. 북한에서는 정식으로 만든 제품은 ‘중앙제품’, 민간이 제조한 제품은 ‘8·3’이라고 한다. ‘8·3’이란 1984년 8월 3일 시작된 “자투리 자재를 이용해 추가로 상품을 만들자”는 ‘8·3 인민소비품 창조운동’에서 나온 말이다. 돈을 내고 소속 직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자체 활동을 통해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8·3노동자’, 이들이 만든 물품을 ‘8·3제품’이라고 한다.
 
 
  산업화한 마약 제조
 
  모든 물건과 마찬가지로, 마약도 8·3제품이 있다. 모르핀은 북한 장마당 어디에서든 구입할 수 있다. 중앙제품은 앰풀병이 깨끗하고 병입(甁入)도 기계로 한다. 8·3제품은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다. 하지만 시장의 승자는 8·3제품이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다. 중앙제품은 마약 함유량이 정량이지만, 8·3제품은 정밀측정이 불가능하니 함유량을 더 넣어 강한 약효(?)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약효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경쟁원리가 작동한다. 민간 제조 마약은 효능에 따라 A급, B급, C급으로 나뉜다. A급 판정을 받으면 그 제조자가 만든 약의 가격이 오른다.
 
  마약이 워낙 전국적으로 퍼지다 보니, 순도와 품질을 판별해주는 감별사도 있다. 감별사는 본인이 샘플(?)을 가지고 공짜로 마약을 하고, 제조자가 갖다 준 마약을 팔기도 한다. 이른바 ‘소분(小分)집’이다. 아편, 모르핀, 헤로인을 모두 파는 마약 소매상이다. 1회 흡입량으로 나누어 파는 가게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현장판매 이외에 전화주문, 배달도 한다.
 
  아편, 모르핀과 마찬가지로 헤로인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모르핀은 앰풀로 팔고, 헤로인은 가루로 판다. 민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마약은 아편, 모르핀, 헤로인과 출발물질이 다른 필로폰이다. 운반도 쉽고, 제조과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며 이익도 가장 많이 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필로폰 가격은 1g(10회 사용분)에 1만7000원이다. 한국에서 같은 분량 거래가격은 31만~60만원이다. 필로폰 1g이면 식량 30kg을 구입할 수 있다.
 
  초기에는 중국에서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재료인 염산에페드린을 수입했다. 국제사회 단속 이후에는 자체 대체물질을 개발해 가격을 낮추고 효과를 높였다. 그렇게 만든 자력갱생 간고분투형 마약이 바로 얼음, ‘빙두(氷豆)’다.
 
  돈주가 3000~5000달러를 투자하고 약대생에게 제조를, 보안원(경찰)에게 뒷배를 맡겨 기업형으로 제조하는 곳도 많다. 함흥은 ‘두부 만드는 집보다 마약을 제조하는 집이 더 많다’는 말이 있고, ‘주민의 60%가 마약 제조에 관여한다’는 말도 있다. 60%가 전부 마약제조자라는 것은 아니다. 원료공급자, 1차 판매자, 지방 대상 판매자, 망책, 보조 망책 등을 모두 합한 관련 산업(?) 종사자 총합이 그 정도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한동안은 ‘얼음’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아편이 다시 유행이라고 한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가정상비약이자 기능성 물질
 
  한편 북한에서 마약이 범람하는 이유는 의약 대체용품으로 마약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관형 연구원에 따르면, 다른 나라는 마약 A를 마약 B로 대체하지만 북한은 병치료(아편), 진통제(필로폰)로 마약을 쓴다. 북한에서 아편은 가정상비약이다. 설사나 복통, 치통, 신경통, 대장염, 부인병에는 아편 달인 물을 마시거나 진액을 불에 달궈 흡입한다. 마약인 줄은 알지만 ‘중독 안 된다, 중독이 되어도 끊으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계속 복용한다. 가히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시골에서는 역삼(대마초)으로 쌈을 싸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며, 씨를 볶아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마약이 상비약(?)을 넘어 다른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이른바 ‘기능성 물질’로 진화한 것이다. 일단 젊은 여성들 사이에 미용치료제로도 널리 쓰인다. 예뻐진 여성을 보고 “한 코 했누나”라고 농질을 하는 것은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잠을 쫓는 데 특효가 있다고 알려진 탓에 장거리 운전기사, 2~3일 연착하는 기차 안에서 도둑으로부터 짐을 지켜야 하는 달리기 장사꾼들도 ‘얼음’을 한다. 국경지대 경비군인도 필로폰 투약 후 근무를 서는 경우가 많다. 밤샘하는 상가(喪家)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자영업 한증탕(사우나), 비법(非法) 도박장, 매춘업소는 마약 소비의 온상이다. 도핑이 없어 체육경기 선수들도 마약을 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이 에리사의 라이벌이던 1975년, 1977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우승자 박영순(朴英順·1956~1987)의 사인(死因)이 ‘마약남용’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마약 최대 소비층은 업무처리량이 많은 상류층 간부들과 보안원, 사법일꾼들로 중독자가 상당하다는 보고가 있다. 단속한 마약 일부를 자신들이 자체 소비하기 때문이다.
 
  마약은 북한에서 ‘쌀보다 구하기 쉽다’. 생일선물, 결혼식 부조, 승진용 뇌물로도 마약이 최고다. 마약이 유행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환금성(換金性)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인플레가 심하던 1990년대 동구권에서, 말보로, 던힐 등 담배는 화폐처럼 쓰였다. 북한 국돈(국내 화폐)은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는 유통량이 충분하지 않다. 부족한 유통량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에서 외화처럼 쓰이는 물건이 두 가지 있다. 휘발유표와 마약이다. 마약이 곧 화폐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 다른 쓰임새도 있다. 과거에는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가 북한 남자에게 신분의 상징이었다. 국산 담배를 양담배 곽에 넣고 다니는 것은 북한 남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허세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에는 기준이 ‘어떤 마약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당(全黨), 전군(全軍), 전민(全民)’이 약을 하는 것이다. ‘얼음 때문에 망할 것’이라는 탄식은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 널리 퍼진 위기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중국과 국내로 확산
 
  북한산 마약은 북한 내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지금도 대한민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그래서 문제다. 윤상현 의원은 2012년 국회에서 “2010년 국내 적발 외국산 필로폰 8200g 중 57.3%가 중국에서 반입되었다. 이 중 상당량이 북한산으로 추정된다”고 발언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 사범도 매년 증가 추세다. 매년 1만2000~1만6000명 정도가 검거된다. 제조, 밀수, 판매, 운반, 흡입 등을 저지른 범죄자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 마약 중 최소 30~40%를 북한산으로 본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의 마약중독자 수는 1990년대 중반 44명에서 2010년 2100명으로 급증했다. 중국 전역의 마약중독자 70%는 헤로인 중독자지만, 지린성은 90%가 필로폰 중독자다. 북한 마약이 널리 퍼진 결과다.
 
  중국으로 밀수입된 북한산 마약의 상당량이 한국으로 반입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따라서 북한 마약 문제는 통일 후의 문제이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 후 단속비용, 사후(事後) 수습비용을 생각한다면 경로 차단, 교육, 생활조건 개선, 교육 등 1차, 2차 가동 프로그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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