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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北 단체 ‘자유조선’ 조직원 크리스토퍼 안 보석 허가 판결로 본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 전말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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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기록에 드러난 북한대사관 직원의 거짓 증언들… 폭력·감금은 없었다
⊙ FBI, “북한이 크리스토퍼 안 생명 위협하고 있다는 정황 포착”
⊙ LA 연방지법 로젠블루스 판사, “안씨는 북한 정권의 명백한 살해 표적”
⊙ 안씨 변호인, “김한솔 도피 도운 사실 알려진 후 北의 살해 위험 더 커졌다”
⊙ 크리스토퍼 안, 《월간조선》에 석방 소감 “얼른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 안씨는 습격사건 가담자 7명 중 유일한 구속수감자, 나머지의 행방은?
  지난 7월 10일,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 회원인 크리스토퍼 안(Christopher Ahn)의 석방이 결정됐다. 그는 지난 2월 22일, 이른바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안 된 4월 18일, 가담자 7명 중 유일하게 체포·기소됐다. LA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그는 4월과 6월에 보석(保釋)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안씨의 변호인 노익환(Ekwan E. Rhow), 임나은(Naeun Rim)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보낸 건 그즈음이었다. 재판 진행상황과 안씨의 근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석방 판결은 이들 변호사와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는 동안 극적으로 이뤄졌다. 결정 당일 크리스토퍼 안은 변호인을 통해 《월간조선》에 “매우 기쁘고 하루라도 빨리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만 기다린다”는 소감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기적에 가까운 판결”
 
  이번 재판은 스페인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법원이 그를 스페인으로 송환할지 결정하는 동안 구금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었다.
 
  노익환 변호사는 “미국의 국제 송환 사건에서 보석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이어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 그동안 크리스토퍼 안이 국가와 가정, 그리고 사회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면서 “그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정받은 것이 우리로서는 가장 기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석방에 대한 안씨의 소감을 묻자 노 변호사는 “의뢰인 또한 이번 판결에 대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특히 법원에 수많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직접 법정에 나서준 가족과 친지들에게 매우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안씨에게 총 6가지 혐의를 씌웠다.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다. 중차대한 죄명(罪名)이다. 미국 연방검찰청 존 룰레지안(John J. Lulejian) 검사는 안씨를 기소하며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이며 지역사회에도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가 가담한 사건 이름도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이다. ‘위험한 인물’인 그는 어떻게 석방에 이르렀을까. 그간의 재판기록과 변호사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그날, 대사관에서는 무슨 일이?
 
미 해병대 근무 당시 안씨의 모습.
  〈미북(美北) 2차 정상회담을 5일 앞둔 지난 2월 22일, 오전 8시. 뉴욕 JFK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마드리드 아돌포수아레스공항에 착륙한다. 그곳에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한 남성이 내린다. 에이드리언 홍(Adrian Hong)인데, 안씨와 습격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모처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나서 오후 5시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간다.
 
  “소윤석 경제참사를 만나러 왔습니다.”
 
  홍씨가 대사관 초인종을 누르고 말한다. 대사관 직원 S씨가 나와 그를 경내로 안내하며 “벤치에 앉아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대사관 밖에서는 6명의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자유조선 회원들이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핵심 멤버인 크리스토퍼 안이다. 대사관 직원이 소 참사를 부르러 간 사이, 홍씨가 일행에게 대문을 열어주어서 이들은 모두 대사관 안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작전’을 수행한다. 가방에서 ‘마체테’라 불리는 면이 넓은 칼과 쇠몽둥이, 권총, 결박용 케이블, 호신용 스프레이 등을 꺼낸다. 그 후 S씨 등 대사관 직원 3명을 케이블로 묶은 뒤 회의실로 끌고 간다. 이어 소 참사를 위협해 화장실과 지하실로 끌고 다니며 탈북을 종용한다. 소 참사는 “나는 이 정권을 배신할 수 없다”며 저항한다. 일당은 그를 결박하고 머리에 가방을 뒤집어씌워 눈을 가린다. 대사관 건물 안에는 소 참사의 아내와 8세 아들이 침실 문을 잠근 채 피신해 있다. 꼭대기 층에 있던 직원 S씨의 아내는 아래층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담을 뛰어넘어 도망친다. 그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다. 일당은 대사관 직원들을 지하실과 회의실에 감금해놓고 자료를 뒤진다. USB 10여 개, 컴퓨터 2대, 하드 드라이브 2개를 챙긴 후, 오후 9시40분에 대사관을 떠난다. 5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이후 북한 학생 3명이 대사관에 와서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자, 담을 넘어 들어가서 묶여 있던 대사관 직원들을 구해주고 경찰에 신고한다. 홍씨는 2월 27일 뉴욕에서 FBI 요원을 만나 대사관에서 가져온 자료를 넘겨준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FBI 요원과 접촉한다.〉
 
  여기까지, 이 모든 정황은 지난 4월 12일 작성된 크리스토퍼 안의 검찰 기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 그간 언론에 알려진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은 3월 31일, 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엄중한 테러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대사관 불법 침입과 점거, 강탈 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며,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향후 대처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의 진실
 
미 해병대 근무 당시 안씨의 모습.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그날’을 돌이켜본다. 먼저 임나은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금번 보석 판결에서 중요한 건 법원에서 이것이 통상적인 송환사건이 아닌,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법원에서는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혐의가 대부분 다른 증거 없이 북한 외교관들의 진술에만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특수한 상황’이라는 건, 범죄인 인도 요청은 스페인에서 했지만 안씨에 대한 혐의는 모두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나 외교적 의무가 없는 북한 당국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뜻한다. 실제로 앞서 기소장에서 언급된 내용 등 그간 밝혀진 혐의는 모두 북한 외교관들의 진술에 기초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이들의 진술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 어떤 문제점입니까.
 
  “우선 누가, 언제 포박됐고 언제 풀려났는지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입니다. 또 스페인 경찰이 기록한 모든 증인의 진술이 당시 대사관 최선임자였던 상무공사의 통역을 받고 한국어로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변호인단은 ‘보석허가청구서’에서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독재 정권 아래 있는 그들은 신변 노출의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할 동기가 큰 사람들이므로 진술의 신빙성이 적다.” 재판부는 이를 타당하다고 봤다.
 
  임나은 변호사는 이어 “북측이 자유조선 일행이 북한대사관을 떠났다는 시간 이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스페인 경찰의 북한대사관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현장 왜곡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감금,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증인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음에도 일체의 의료기록이나 현장에서 찍은 부상자 사진이 없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 또한 “폭력 등이 있었다는 주장을 한 사람은 북한대사관 내 북한인들 외에는 없었다”며 “특히 상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이나 의료기록, 북한대사관 관계자 외 다른 인물들의 증언 등 믿을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그날 유일한 부상자는 도망치려고 하다가 스스로 다친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의 부연 설명이다.
 
  “안씨에 대한 폭력 의혹은 증거도 없지만 신빙성도 없습니다. 우선 그는 폭력을 비롯한 어떤 전과도 없으며, 재판부에 제출된 의료기록에 따르면 사건 당일 안씨의 오른손은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2018년 12월과 201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다쳤고, 사건 발생 2주 뒤인 3월 ‘호전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날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심하게 제지했다면 손에 반드시 흔적이 남았을 것입니다.”
 
  ― 칼, 호신용 스프레이, 쇠몽둥이 등 무기를 소지했다는 것도 일방적 주장입니까.
 
  “당일 북한대사관 정문에서 찍힌 안씨의 모습을 보면, 손에는 선글라스 외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작은 배낭을 메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기습 공격을 계획한 사람이 꽉 잠근 가방에 무기를 넣고 등에 메고 있을까요.”
 
  ‘보석허가결정문’에서 또한 “그날 그들이 칼 등을 소지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를 구비하거나 더군다나 사용했다는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고 명시했다.
 
 
  북한대사관을 찾은 ‘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날 북한대사관을 찾은 걸까. 또 다른 인물의 얘기를 참고해보자. 지난 6월 14일, 폭스뉴스에 기고문을 게재한 익명의 탈북민이다. 이 청년은 기고문을 통해 스스로를 “자유조선의 일원이며 당시 사건에 가담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이다.
 
  “자유조선은 북한 내부 반체제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탈북자들의 탈북을 돕는 단체다. 그날 북한대사관 방문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습격(raid)이나 공격(attack)이 아니었다. 우리는 대사관 내부의 누군가로부터 탈출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간 것이다. 우리는 작전에 앞서 ‘아무도 해치지 말라’는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기로 했다. 다만, 북한 측이 설치한 함정이나 매복 공격에 대처할 최소한의 준비를 했을 뿐이다.”
 
  이 청년은 이어 “만일 ‘습격’을 하러 갔다면 왜 본인들의 여권을 들고 갔으며, 버젓이 이웃들이 걸어 다니는 대낮에 정문으로 들어갔겠느냐”면서 “그리고 굳이 5시간씩 머물 필요도 없었을 거다. 시간이 오래 걸린 건 대화와 설득의 과정이 길었기 때문이고, 외교관들이 결정적으로 선을 넘지 못해 결국 그날 탈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유조선은 ‘자유조선을 위한 자유’라는 홈페이지를 새로 개설해 관련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안과 에이드리언 홍은 북한대사관 관리들이 살인적인 정권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 자유와 인권 투사들이다. 망명하려던 북한 관리들은 스페인 경찰들이 북한대사관을 둘러싸자 탈출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안과 에이드리언 홍은 미국으로 돌아와 FBI에게 중요한 북한 자료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유조선과 ‘자유조선을 위한 자유’의 대표 계정으로 몇 차례 메일을 보내봤지만, 회신은 받지 못했다.
 
 
  안씨, 北에 살해 위협 받다
 
  이번 보석 판결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재판부에서 ‘특수한 상황’ 중 하나로 ‘북한의 위협’을 꼽았다는 점이다. 이는 변호인단이 꾸준히 주장한 부분이지만, 검찰 측은 “증거가 없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로젠블루스 판사는 보석을 허가하며 “FBI는 북한이 안씨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The FBI has confirmed tha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has threatened his life)”며 “안씨는 북한 정권의 명백한 살해 표적(He is apparently the target of a dictatorship’s efforts to murder him)”이라고 밝혔다. 결정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그는 독재 정권의 암살 타깃이 분명하기 때문에 법원은 그를 구속하기 힘들다(The Court can hardly detain the Relator because he is apparently the target of a dictatorship’s efforts to murder him).”
 
  ― 변호인단이 주장했던 바를 재판부에서 인정한 셈인데요, 재판부가 “북이 크리스토퍼 안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근거자료는 무엇이었습니까. FBI의 공증(公證) 같은 게 있었습니까.
 
  “별도로 제출된 문서는 없습니다. 다만, 심리 과정 중 미국 정부 측에서 직접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북측의 위협을 사실로 인정했고, 그 때문에 재판부 역시 이를 사실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의뢰인의 증언만으로 생명의 위협을 당했다는 걸 인정했다는 겁니까. 어떤 증언 내용이었습니까.
 
  “구체적인 증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 생명의 위협이 있다면 구금돼 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습니까.
 
  “해당 지역에서 피의자들이 수감되는 구치소는 단 한 곳인데, 이곳에서는 피의자들이 각종 흉기로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무엇보다 안씨의 목숨을 노리는 북한 요원이 범죄를 가장해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호인단은 법원에 안씨를 지키기 위해 거주 장소가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할 예정입니다.”
 
  재판부에서는 이 의문에 대해서 “제3자로부터의 위험이 누군가를 구금할 수 있다면, 공모자에 대해 증언할 용의가 있는 경범죄자들은 결코 감옥에서 풀려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도운 사실 알려지고 위협 더 커져
 
자유조선 홈페이지에 공개된 김한솔과 크리스토퍼 안의 모습.
  변호인은 “특히 김한솔을 도왔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의뢰인은 더 큰 위험에 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석허가청구서’에 적힌 변호인의 주장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토퍼 안은 평범한 미국인이었다. 정확한 증거를 기다리지 않고 보도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 때문에 그의 이름은 ‘스페인 북한대사관을 공격한 일당 중 한 명’으로 연일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같은 언론의 광란 속에서 안씨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조카 김한솔을 안전지대로 탈출하도록 도운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 될 사안이다. 북한의 후계구도는 전통적인 군주제와 매우 흡사한데, 장남인 김정남은 유력한 후계자였다. 김정은에게는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였다. 2017년, 김정은은 그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정했고,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대낮에 버젓이 살해당했다. 그런 김정남의 아들이 김한솔이다. 북한은 안씨를 붙잡아서 고문해 김한솔의 행방과 관련한 정보를 빼내거나, 그게 아니라도 단순히 정권을 난처하게 만든 보복으로 살해하는 데 모든 동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즉 안씨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이는 FBI 요원도 확인한 ‘사실’이다.”
 
  재판부에서는 이 주장도 받아들였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씨는 ‘어떤 한 사람(김한솔)’이 북한으로부터 성공적으로 숨는 것을 도운 일종의 ‘지하철도조직(남북전쟁 전 노예의 탈출을 도운 비밀조직)’에 참여했다. 안씨의 군사훈련과 결합하면, 이 기술은 그가 도망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 김한솔 도피를 도운 사실이 알려졌다는 상황을 헤아렸다.
 
 
  크리스토퍼 안은 앞으로?
 
스페인 북한대사관 전경. 사진=BBC 영상 캡처
  안씨는 이르면 7월 중 석방 절차를 모두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보석금은 130만 달러(약 13억원)다. 동생, 어머니, 처가 등에서 담보를 서기로 했다. 보석 허가와는 별개로 스페인으로 송환될지 여부 결정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안씨는 한동안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만일 이 과정에서 안씨가 도주할 경우, 가족들은 보석금을 잃게 된다. 그의 측근들은 도주 우려는 ‘기우(杞憂)’라고 일축했다. 변호인은 “지역사회에서 안씨는 가족에게 깊이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17세 때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어린 나이에 동생에게 아버지 노릇 하면서 가장(家長)이 됐다. 아픈 노모와 100세가 다 된 할머니를 오랫동안 정성으로 보살펴왔다. 그런 그가 도망을 쳐서, 가족의 재산을 잃게 할 리가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어 “무엇보다 안씨는 언론이 이 사건에 대한 스페인의 수사를 공표하고, FBI가 심문을 위해 그를 방문한 후에도 도주하지 않았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도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된 유일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나이로 올해 38세인 안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다. 19세 때 군에 입대해 미 해병대원이 됐다. 제4해병사단, 제14해병연대 5대대 소속 중사(sergeant)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복무했다. 제대 후에는 민간 보훈단체(Vets for Freedom)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운영국장까지 맡았다. 봉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접하고 ‘뭔가 해야겠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가졌다고 한다. 탈북자들을 구출하는 일에 발벗고 나선 배경이다. 보석허가청구서에 첨부된 수십 장의 탄원서에서 그의 지인들은 일제히 그를 ‘정의로운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의 아내 그레이스 안(Grace Ahn)의 탄원서 중 일부다.
 
  “남편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에게 항상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작년 겨울은 특히 추웠는데, 집 앞의 노숙자들에게 일일이 담요를 덮어주고 가게에서 마분지를 사서 바람막이를 만들어줄 정도다. 남편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살겠다고 맹세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 그가 체포되기 얼마 전, FBI가 그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도 그는 은신하지 않고 끝까지 가족의 곁을 지켰다.”
 
 
  에이드리언 홍은 지금?
 
대사관 습격 사건은 자유조선 회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크리스토퍼 안은 이번 사건 관계자 중 유일하게 행방이 알려진 인물이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에이드리언 홍과 나머지 일행은 현재 도피 중으로 알려졌다. 홍씨 소식을 듣기 위해 그의 변호인이자, 자유조선의 법률대리인인 리 월로스키(Lee S. Wolosky) 변호사에게 연락해봤지만, 답신은 받지 못했다.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앞서 4월 22일 CNN에 출연해 “북한의 암살단이 홍씨와 다른 사람들을 해하기 위해 파견됐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면서 “홍씨는 현재 암살단을 피하기 위해 은신 중이며, 나 또한 소재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월로스키는 이날 당시 기소상태였던 크리스토퍼 안에 대해 “그는 미국의 영웅”이라면서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로스앤젤레스의 구금시설에 갇히는 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멕시코 국적의 에이드리언 홍은 2004년 비영리단체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북한해방)를 창립하며 북한 체제 변혁 운동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구출했으며, 그때 구출한 이들과 함께 자유조선을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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