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석탄 반입 주도한 A씨, 간첩으로 의심 받아… “北을 조선이라 지칭”
⊙ 김씨와 A씨, ‘10만 달러 대여금’ 놓고 원색적인 말다툼
⊙ A씨가 진술 번복하자 집요하게 캐묻는 서울세관 조사관
⊙ 김○○ 측 변호인 “북한산 석탄 반입의 진짜 배후 누구인지 분명!”
⊙ 김씨와 A씨, ‘10만 달러 대여금’ 놓고 원색적인 말다툼
⊙ A씨가 진술 번복하자 집요하게 캐묻는 서울세관 조사관
⊙ 김○○ 측 변호인 “북한산 석탄 반입의 진짜 배후 누구인지 분명!”
- 2018년 8월 7일 경북 포항신항에 정박한 진룽(Jin Long)호 앞에 하역한 러시아산 석탄. 진룽호는 문제가 됐던 북한산 석탄 반입에 관계된 선박이다. 사진=조선DB
2018년 여름,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사건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속 기소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석탄 수출입업체 R글로벌 대표 김○○(여·46세)씨가, 올해 초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산이라고 인정하면 되는데, 혼자만 러시아산이라고 주장한다는 이유로 구속됐다’는 게 김씨 측 입장이다.
김씨는 함께 기소된 네 명 중 유일하게 관련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특가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나머지 두 명은 불구속 기소, 한 명은 별건(別件)으로 구속된 상태다.
《월간조선》은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입수해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57세)의 경우,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A씨가 기존 진술 일부를 번복한 사실도 확인했다. 별건으로 구속된 B씨(46세)는 김씨가 ‘북한산 석탄임을 알면서도 국내로 반입했다’고 진술하면서 A씨에게도 북한산 석탄 반입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당초 검찰은 2018년 11월, 이 세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한 달여 후, 검찰은 김씨에게만 해당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 세 사람이 북한산 석탄 반입에 있어 공범(共犯)으로 적시돼 있다.
‘공범 3인’의 실체와 범죄사실

김○○씨는 중앙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러시아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에서 노문학(露文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러시아어 통·번역을 하다가 2008년 석탄 수출입업체 R글로벌을 설립했다. R글로벌은 러시아산 석탄을 국내로 수입해 국내 업체에 판매해왔다.
A씨는 서울 중동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진그룹과 미국계 식품회사 등에서 근무한 뒤, 2008년 A글로벌을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A씨는 부인 명의의 A글로벌, 본인 명의의 A에너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법인 모두 실질적으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A글로벌은 석탄 등을 수입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이며, A에너지는 수입한 석탄을 국내 업체에 판매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A씨는 식품 중개업에도 손을 댔는데, 인도산 옥수수와 밀가루, 말레이시아산 팜유와 식용유를 중국에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A씨는 2012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 무렵부터 북한산 물품을 취급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경북 포항시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리점은 수출업체나 수입업체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선박을 섭외할 경우 운송 선박의 수배, 용선 계약의 체결, 선박 입출항 절차의 대행 등 운송주선 업무를 담당한다.
세 사람이 북한산 석탄 반입에 처음 손을 댄 시점은 2017년 2월부터다. 당시 상황을 검찰 공소장에서 옮겨본다.
〈1. 피고인 A, 피고인 김○○, 피고인 B의 공동 범행
피고인 A는 중국 소재 대북 무역업체인 홍콩성윤투자 주식회사(이하 홍콩성윤)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중,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로 홍콩성윤이 북한에서 취득한 석탄 등 광물을 곧바로 중국으로 반입하기 어려워지자 자신이 홍콩성윤을 도와 북한산 광물을 일단 북한에서 러시아로 반입하여 그곳에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고 다른 선박에 환적하는 등 원산지 세탁을 거쳐 다시 중국이나 대한민국 등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법으로 북한산 광물을 유통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피고인 A는 2017. 2.경 러시아 사정에 밝은 피고인 김○○에게 위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하였고, 피고인 김○○는 2017. 3.경 그 요청을 받아 들여 북한산 광물을 운반하는 선박이 러시아 나후드카항(港)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피고인 A에게 그곳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를 소개해주며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와 업무연락을 하고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이에 피고인 김○○는 북한산 광물에 대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직접 마련하기 어렵자 선박 용선 중개업자인 피고인 B에게 이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인 B는 그 요청을 수락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 사람은 서로 공모해 총 여덟 차례에 걸쳐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들의 범죄행위를 공소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면 ‘표-1’과 같다.
북한에서 반출된 석탄을 러시아로 반입해 그곳에서 환적한 뒤, 한국으로 들여오는 수법을 썼다. 표-1에 제시된 8건의 범죄행위 중 1번 건과 2번 건은 세 사람이 함께 공모한 것이며 나머지는 A씨와 B씨, 김씨와 B씨가 각각 연루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A씨 휴대전화엔 무엇이 담겼나?
공소장에 기재된 홍콩성윤이란 회사는 북한산 석탄을 취득한 업체로, A씨는 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업체 명의로 석탄을 구입했다. 표-1에 기재된 범죄행위 중 1, 2, 3, 5번이 홍콩성윤과 관련이 있다. 특히 북한산 선철 반입(표-1의 3번)과 관련해서도 홍콩성윤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 역할을 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2017년 11월 29일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A씨는 홍콩성윤의 모(母)회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다고 했다. A씨는 “홍콩성윤의 대표는 누군지 모르고 모회사의 대표 ‘김영춘’(조선족)과 연락하는 사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어지는 A씨의 진술이다.
〈제가 원래는 북한과 직접 거래를 했던 사람인데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조치로 대북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정부가 제게 소개한 사람이 김영춘 사장입니다. 김영춘 사장은 중국 국영기업인 ‘금호’와 손잡고 대북 사업을 크게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본인의 입으로 말했듯 A씨는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7년 12월 6일 대구세관 조사 당시 그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사업차 두 번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문답이다.
〈문: 김○○의 진술에 따르면 피의자는 수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하였는데 사실이 아닌가요.
답: 2번 갔다 온 것이 다입니다.
문: 정▲▲(김○○이 운영하는 R글로벌의 직원) 또한 피의자(A씨)가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는 것을 보고 간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일반적인 한국인들과 달리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 조선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홍콩성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 그쪽에서 조선이라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고, 대북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선으로 지칭을 합니다.〉
검찰 수사기록엔 이 사건 관련성은 알 수 없으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도 등장한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4·27 남북정상(개성공단) 배후 부지 활용 제안 건 04.01.18.docx’란 MS 워드 파일을 확보했다. 개성공단 배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다룬 문서로 보인다. 2018년 9월 13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작성한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자.
〈문: 박경철 총경리는 누구인가요.
답: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인 정○○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대북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휴대폰으로 이 문서를 보내주면서 검토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문: 정○○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나요.
답: 동향이라고 하였습니다.〉
‘박경철’은 중국의 자동차 회사 서광자동차그룹 총경리(해당 회사의 총책임자 격)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북한의 ‘정치국 간부 명단’도 확보했다. 명단의 출처에 대해 A씨는 “홍콩성윤의 김영춘으로부터 받아서 갖고 있던 것”이라며 “대북사업을 하려면 북한 서열도 알고 있어야 하고 수시로 서열이 바뀌기 때문에 참고하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관련성’이 있는 A씨에 대해 김○○씨는 어떤 인상을 갖고 있었을까.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훑어보면 A씨에 대한 강한 불신이 묻어나온다. 2017년 11월 27일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일부다.
〈문: A를 언제부터 알게 되었나요.
답: A글로벌의 대표이사인 A는 올여름 즈음 A글로벌의 이사인 김■■과 함께 경주에 있는 R글로벌 사무실로 왔었습니다. 그때 처음 인사했습니다. 김■■은 2~3년 전 한 번 거래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문: A와 김■■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A글로벌이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나오는데 러시아에 하역할 수 있는 부두를 봐달라며 찾아왔었습니다.
문: 그래서 그들의 북한산 물건을 러시아에 하역하게 해주었는가요.
답: 제가 뭔 능력이 있어서 해주겠습니까.
문: A의 국적은 어떻게 되는가요.
답: ‘한국’ 아니에요.
문: 북한에서 국내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모두 A를 통해야만 받는가요.
답: 그건 모릅니다. 아무튼 A가 북한산 물건을 취급하는 것으로 압니다. A는 사고(思考)가 다른 사람입니다. 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등. 그래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 A가 북한에 들어간 사실이 있는가요.
답: 예. 예전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씨는 일곱 번에 걸친 세관과 검찰 조사에서 ‘러시아산 석탄인 줄 알았지 북한산 석탄인 줄은 몰랐다’며 A씨에게 속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일관되게 이어갔다. R글로벌은 설립 시부터 2017년 A씨와 만나기 전까지,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했을 뿐, 북한산 석탄을 반입해 판매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홍콩성윤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회사”라며 “(홍콩성윤과) 거래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씨나 R글로벌이 홍콩성윤과 직접 거래한 기록은 당국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와 (北 석탄인 줄) 모른다고 진술하니 할 말 없어”
북한산 석탄의 선박 중개 및 하역을 담당했던 B씨가 바라보는 두 사람은 어땠을까. 우선 B씨는 ‘김씨가 북한산 석탄인 줄 알고 반입에 가담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2018년 7월 20일 대구세관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B씨와 조사관들이 나눈 문답이다.
〈문: 피의자는 금일 당관에 출석하기 전 A나 김○○과 연락한 사실이 있나요.
답: A와는 연락을 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김○○ 사장과는 한 번씩 통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김○○ 사장과 통화하였습니다.
문: 김○○ 사장과 연락 당시 어떤 말을 주고받았나요.
답: 김○○ 사장은 저와 거래를 하여 반입한 무연탄이 북한산인지 몰랐고, 러시아산 무연탄으로 알고 거래를 했으니 본인은 전혀 몰랐다는 말을 했습니다.
문: 김○○이 피의자에 대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줄 것을 회유하거나 사실이 있나요.
답: 없습니다. 북한탄일 줄 모르고 저와 거래했다는 입장만 전달하였고, 대구세관 조사 시에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하면서 북한탄인 줄 알았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문: 그러면 김○○의 그러한 진술은 사실인가요.
답: (한숨을 쉬며 한참을 고민한 뒤) 김○○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제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김○○ 사장이 북한산(北韓産) 탄인 것을 알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와서 모른다고 진술하니깐 할 말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B씨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 석탄으로 위장하는 데 따른 허위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관여했다. 김씨가 분담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A씨와 B씨의 진술이 엇갈리므로 B씨의 진술을 중심으로 김씨의 역할을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A씨는 북한산 석탄을 반출해 러시아로 반입했다. 그런 다음 러시아 부두(나후드카 등)에서 환적 과정을 통해 러시아 밖으로 반출시켰다. 이때 김○○씨는 러시아에서 반출하는 과정을 담당했다. 즉, 석탄 환적 및 해당 선박의 출항 수속을 도와준 것이다. 일종의 행정적인 업무를 한 것이다. B씨는 해당 석탄을 러시아 밖으로 반출하기 위한 용선(傭船) 중개 작업을 했다. 동시에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 석탄’으로 위조한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해 A씨에게 건넸다.
B씨는 ‘A씨가 북한산 석탄임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씨 역시 그 사실을 인지(認知)했을 거란 요지의 주장도 했다.
공소장에는 ‘김씨가 A씨에게 러시아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를 소개해주며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와 업무연락을 하고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기로 하였다’는 취지의 기술이 있다. 김씨 측은 “원산지증명서 위조에 김○○는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B씨가 법정에서 “원산지증명서는 자신이 위조해 제공했다”는 요지의 증언을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A씨와 김씨 틀어진 계기는 ‘북한산 선철’ 때문
세 사람이 ‘유기적인 공모관계’를 이어가다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는 북한산 선철 때문이었다. 특히 김씨와 A씨의 사이가 극도로 악화됐다. 공소장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피고인 김○○는 2017. 4.경 홍콩성윤과 피고인 김○○가 운영하는 ㈜A글로벌에서 홍콩성윤에 러시아산 코킹콜을 공급하면, 홍콩성윤은 그 대가로 ㈜A글로벌에 북한산 선철을 공급한다는 취지의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홍콩성윤은 위 교환계약에 따라 2017. 7. 18.경 북한 청진항에서 쿤펭호에 북한산 선철 2010톤을 선적하여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으로 반입하고, 피고인 김○○는 피고인 B에게 위 선철을 대한민국으로 운송할 선박 및 선철에 대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피고인 김○○는 그 무렵 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북한산 선철 2010톤을 싱쾅5호에 환적하여 마산항으로 운송되도록 조치하고…〉
김○○씨 측은 북한산 석탄 반입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선철이 북한산임을 김씨도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A씨가 북한으로 보낼 코킹콜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요청해 김씨가 이를 알아봤다고 한다. 2018년 7월 3일 대구세관에서 이뤄진 김씨의 피의자 신문 내용 중 일부다.
〈문: 피의자는 A와 공모하여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을 추진한 사실이 있나요.
답: 예. 러시아 업체를 통해 추진하였습니다.
문: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 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답: (한참을 생각한 후) A가 북한 쪽에 코킹콜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러시아산 코킹콜을 구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저는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A글로벌 측의 재촉이 계속되었고, 지속적으로 러시아산 코킹콜과 북한산 선철을 맞바꾸기로 희망하였습니다. 북한산 선철의 러시아 반입이 지연되었고, 어찌되었건 북한산 선철을 받고 러시아 업체인 ‘코엘끌레르치’라는 업체를 통해서 북한에 코킹콜을 준 것은 맞습니다.〉
참고로 코킹콜(coking coal)은 코크스를 만드는 원료이다. 코킹콜은 기름이 섞인 점결탄(粘結炭)으로 이 코킹콜을 스팀으로 쪄내면 휘발 성분이 날아가면서 코크스가 된다. 제철소에서는 이 코크스를 이용해 선철을 녹여 제련(製鍊)한다. 김씨는 북한산 선철 2010t을 수입하면서 그 대가로 코킹콜 4000t을 러시아로 반출, 그곳에서 북한 선박이 실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선철과 ‘물물교환’하기로 했던 코킹콜, 알고 보니…
그러나 북한으로 넘어간 코킹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에서 코킹콜에 대한 성분검사를 한 결과, 코킹콜이 아닌 그보다 질이 낮은 PCI탄[Pulverized Coal Injection·미분탄(微粉炭)]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항구에서 선적에 착오가 발생, 코킹콜이 아닌 PCI탄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다. 선철의 실제 소비처인 북한 금속공업성은 홍콩성윤을 통해 A씨에게 항의했고, 홍콩성윤과 거래하고 있던 A씨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2018년 7월 5일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일부다.
〈문: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 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보세요.
답: 홍콩성윤이 북한 측과 협의하여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을 추진하였고, 홍콩성윤이 저를 통해 러시아산 코킹콜 납품업자를 알아봐 달라고 해 저는 친분이 있던 김○○를 추천해줬습니다… 김○○는 북한으로부터 선철 2010t을 전달받고 북한으로 코킹콜 4000t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북한 쪽에서 김○○가 보내온 코킹콜의 품질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를 확인한 결과 김○○가 북한으로 보낸 것은 코킹콜이 아닌 반(半)무연탄인 PCI탄이었으며, 이때 김○○이 홍콩성윤으로 송부한 SGS 검사서 또한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어 더 이상의 거래는 진행되지 못하였고…. (하략)〉
김○○씨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김씨는 선철 수입 과정에서 A씨에게 러시아 업체를 소개만 해줬을 뿐, 실제 거래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밀반입해 들여온 선철을 국내 업체에 판매할 때, ‘김씨의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됐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2018년 7월 5일 대구세관 조사에서 A씨는 “김○○이 홍콩성윤으로 송부한 SGS 검사서 또한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더 이상의 거래는 진행되지 못하였고 현재 그 건으로 관련하여 소송 중에 있다”고 밝혔다. 코킹콜이 PCI탄으로 둔갑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가 김씨를 고소한 것이다.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국제 공인 검사기관이다.
소송으로 가기 전, 두 사람은 ‘합의서’와 ‘차용증’을 작성했다. 합의서는 A씨의 회사 A에너지와 김씨의 회사 R글로벌, 그리고 A씨와 석탄 거래 관계에 있는 홍콩성윤 ‘3자’ 간에 작성됐다. 합의서의 요지는, 문제가 된 PCI탄을 러시아 리바지아항(港)으로 반품을 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비용을 R글로벌이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R글로벌은 A에너지에 10만 달러를 대여금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A씨의 회사 A에너지와 김씨의 회사 R글로벌 간에 차용증이 작성됐다. 차용증에는 ‘선철 대금과 상계처리할 수도 있다’고 써 있다. 북한이 PCI탄을 문제 삼으며 선철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손해를 본 A에너지가 10만 달러를 R글로벌에 ‘대여금조’로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두 문서를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2018년 7월 3일 피의자 진술조서의 일부다.
〈(A씨, 홍콩성윤 관계자 등이) 저희 사무실을 찾아와 무작정 버티고 있어서 그 당시 저희는 이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작성해준 것입니다… 저희가 처리할 것이 아니고 러시아 업체가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으나 A씨의 회사에서는 물고 늘어질 업체가 저희밖에 없어서 2일 동안 저희 업체를 찾아와 물고 늘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작성해준 것입니다.〉
김씨는 A씨가 “돈을 빌릴 목적으로 차용증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통관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니 얼마나 무례하냐. 그래서 (A씨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양아치 같은 행동을…”
“상욕 못 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그러나 상황이 또 달라졌다. 김○○씨는 차용증과 합의서에 기재된 변제 기일(2017년 10월 20일)이 임박했음에도 PCI탄을 반품받지 못하자, A씨에게 빌려간 10만 달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2017년 10월 18일 두 사람의 통화 기록을 보면, 10만 달러를 둘러싸고 두 사람이 벌인 격렬한 말다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사기록에 편철된 원문 그대로 옮긴다.
〈A: 글쎄 내가 빌린 거는 인정하는데 그 용도가 어딘가는 김 사장님이 잘 아시잖아요.
김○○(이하 김): 그 용도는 제가 알 수가 없잖아요. 사장님이 뭐 빌려가서 어디에 썼든, 중국에 줬든 그거는 사장님 몫이고.
A: 사장님 그러시면은 저희는 진짜로 이거는 실수한 거까지 몇 번 했는데 능력이 안 돼요.
김: 그러면 언제 갚으실 건데요.
A: 사장님 아니, 그러니까 제가 선철값 받으면 상환할게요. 그걸을 책임지고.
김: 사장님 그거는 사장님 이거는 사장님 아시죠. 잘못됐다는 거.
A: 뭐가 잘못됐어요. 사장님?
김: 저희가 지금 탄도 안 받은 상황에서 어떻게 선철값을 주면 사장님 그건 억지입니다.
A: 사장님, 그게 뭐가 억지예요. 사장님 자꾸 이러시면은 나 진짜로, 우리 변호사 얘기 그대로 하면은 그거를 왜 나보고 하냐는 저기래요. 지금 나 그렇지만 그거 이런 거 저런 거까지 해서 내가 안고 갈려는 거예요. 나 솔직하게 말해서 사장님, 사장님 그 말씀 하시니까 말씀 드릴게요. 사장님.
김: 사장님 그걸 가지고 저희한테 그 어떤 것도 협박은 해서는 안 되구요, 사장님.
A: 사장님, 이거 협박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장님.
김: 사장님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아니죠. 사장님,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A: 내가 무슨 협박을 해요?
(중략)
김: 아니,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구요. 사장님께서 필요해서 돈을 빌려 갔으면.
A: 돈을 빌려가더라도 빌려간 용도가 뭐인지를.
김: 아니 생돈 아니 공짜돈 준 거 아니잖아요. 사장님, 어떻게 남의 업체 돈 십만불을 쓰시고 안 낸다고 하십니까.
(중략)
A: 그럼 사장님 내가 돈 떼먹은 걸로 아니까 법적인 조치하세요. 사장님, 그럼 나도 나 식대로 할 테니까. 사장님, 사람이 진짜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 겁니다.
(중략)
김: …저희는 관여 안 됐으니까 맘대로 하세요. 예, 어떻게 그렇게 양아치 같은 행동을 하십니까.
A: 사장님, 양아치, 사장님 나라고 상욕 못 하고 개욕 못 해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후 앞서 언급한 대로, A씨는 김씨의 회사 R글로벌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선철이 유엔 제재 품목으로 묶인 것은 금년(2018년-기자 註)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에 그 물품이 금수(禁輸) 품목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 품목에 선철이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제재 위반은 아니란 얘기였다. 그로 인해 김○○씨와 A씨에게는 ‘대외협력법’ 위반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기자는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던 중, A씨가 일부 진술을 번복했음을 확인했다(표-2 참조). 2017년 11월 29일 서울세관 조사에서 그는, 러시아 석탄을 구입하기 위해 러시아의 CKC사와 연락을 취한다며 김○○씨가 ‘연락책’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문답이다.

〈문: R글로벌 김○○ 사장이 누구이며 연락책 역할이 무엇인가요.
답: CKC사는 러시아의 석탄 중개업체입니다. 러시아의 메이저 공급업체로부터 석탄을 받아 우리 회사와 같이 석탄을 필요로 하는 곳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중개업체의 일입니다… 러시아에서 석탄이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대리점이 하는데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아르마’라는 러시아 업체입니다. 아르마와 연락하는 한국 내 사람이 R글로벌의 김○○ 사장인데, 김○○ 사장은 러시아 언어를 잘합니다.
우리 회사가 금년에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석탄은 총 3건인데 그중 2건이 CKC와 관련이 있고, 나머지 한 건인 조개탄을 수입한 것은 CKC와 관련이 없습니다.〉
A씨는 담배를 피우고 온 뒤 돌연 말을 바꿨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3건은 모두 북한산 석탄이 맞습니다. 러시아의 CKC사는 제가 모르는 업체입니다. 제가 아는 것은 러시아 ‘아르마’라는 에이전트이고, 아르마는 R글로벌의 김○○ 사장이 알려준 곳입니다.〉
조사관이 “갑자기 진술을 번복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3건이 모두 북한산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A씨는 A4 용지에 그림을 그리며 수입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요지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석탄을 운반하는 것은 홍콩성윤이 담당하고 ▲러시아 내부에서 이뤄지는 일은 김○○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건 A씨 자신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A씨는 수출 신고서에 ‘수출자’로 기재된 ‘Hong Kong Coal Energy Ltd.’사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업체이고 김○○이 알려준 회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진술에서 ‘Hong Kong Coal Energy Ltd.’사에 대해 “김○○이 아니라 러시아의 ‘아르마’사가 소개해준 것”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뒤집었다. 2018년 2월 1일 서울세관 조사에서도 또 말을 바꿨다. 이번엔 ‘Hong Kong Coal Energy Ltd.가 “홍콩성윤의 자회사”라고 말한 것이다. A씨의 설명이다.
〈중국업체들은 금융 문제 때문에 홍콩에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본 건도 같은 목적으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고 홍콩성윤의 김영춘 사장이 중국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10월 11일 북한 원산항에서 러시아 홈스크항을 거쳐 포항항으로 반입된 무연탄 5000t(표-1의 5번)에 대해서도 A씨는 말을 바꿨다. 2018년 2월 1일 서울세관 조사에서 “전회 진술에서는 (5000t이) 전량 북한산이라고 말씀드렸으나 사실은 북한 석탄과 러시아산 석탄을 섞은 것”이라고 했다. 조사관이 “번복하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러시아 ‘소피아’사가 섞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세관에서 소피아사로 발송한 이메일 건 때문에 홍콩성윤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알아본 결과 포항항으로 반입한 5000톤도 북한산과 러시아산이 섞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관이 “섞는 공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냐”고 묻자 그는 “공정에 대한 자료를 소피아사에 요청하였으나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사관이 재차 “오늘 진술에서 섞는 공정을 거쳤다고 하는 건 근거가 부족하지 않냐”고 파고 들자 “홈스크 항구에서 선적하는 석탄은 북한산과 러시아산과 섞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관은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섞는 공정을 거친 것이 저한테 유리한 점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소피아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그대로 답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피의자의 진술은 허위이네요”
이후 조사관은 A씨를 상대로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한다. 조사관은 전날인 2018년 1월 31일, 서울세관에서 조사를 받은 A씨의 부하 직원이자 A글로벌의 이사 김■■에 대해 물었다. 김■■으로부터 “조사받은 내용을 보고받았냐”는 질문이었다. A씨는 “오늘 아침에 잠깐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지는 문답이다.
〈문: 보고받은 내용이 어떤 것인가요.
답: 특별한 내용은 없고, 어제 20시까지 세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문: 본 건 ‘조개탄 4119톤(표-1의 1번)’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나요.
답: 오늘 아침에 8시20분경에 김■■ 이사를 회사 사무실에서 만나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는데, 주로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것이고 김■■ 이사가 어제 조사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길게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 김■■ 이사는 본 건 조개탄 4119톤에 대해 처음에는 A씨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로, “북한산 석탄 가루를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공정을 거쳤다고 했으나, 세관이 보여준 증거자료를 열람한 이후 진술을 번복하여 이와 같은 자료를 보니 러시아에서 성형 공정을 거쳤다고 할 수는 없겠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런 중요한 사항을 사장(A씨)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답: 김■■ 이사가 오늘 아침에 3건에 대해 세관 조사를 받았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하략)
문: 피의자(A씨)가 답변한 내용 외에 A글로벌이 콩기름, 옥수수, 밀가루, 쌀, 팜유, 설탕 등을 중국 업체를 통해 북한에 공급한 것에 대해서는 김■■ 이사에게 물어봤는데, 이에 대한 보고를 받았나요.
답: 예, 그런 부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문: 그럼, 오늘 아침에 30분가량 보고를 받으면서 대부분 회사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했고, 김■■ 이사가 어제 세관에 조사받은 내용은 간략하게 보고 받았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허위이네요.
답: 대부분 회사 업무 얘기를 한 것은 맞습니다. 또한 조사관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김■■ 이사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문: 다시 묻겠습니다. 김■■ 이사가 본 건 성형탄 4119톤에 대해 어제 세관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하여 어떤 보고를 하였나요.
답: 조개탄 4119톤에 대해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가공을 거쳤는지 여부에 대해 세관에서 조사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문: 세관 조사관이 김■■ 이사에게 열람해준 서류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나요
답: 예, 김■■ 이사가 세관에서 어떤 서류를 봤는지에 대한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어떤 서류인지 볼 수 있을까요?
문: 김■■ 이사가 세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열람한 서류는 피의(被疑)업체 입장에서는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되는 중요한 사항인데, 피의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본직(本職)이 생각하기에 성형탄 4119톤을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가공을 거쳤다고 주장해야 피의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가공을 거친 것이 맞는가요.
답: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공정을 거친 것이 맞습니다. 러시아 소피아사가 그렇게 말을 했고 저도 성형 공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김○○씨는 “러시아산 석탄과 북한산 석탄을 서로 혼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냐”는 검찰 측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러시아산 석탄은 휘발성이 높아서 북한산과 섞일 경우 제철소에 들어가는 가탄제(加炭劑)로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는 A씨의 설명과는 상반된다.
변호인 측 의견
김○○씨가 운영했던 R글로벌의 〈기업신용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 회사는 현재 ‘폐업’ 상태임을 확인했다. 김씨가 거주했던 부산의 아파트도 강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에 반해 A씨의 두 회사는 ‘살아 있는 등기’, 즉 존속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이 당국에 정식 등록된 대북 사업가라고 주장했다. 그간의 대북 거래가 불법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동종(同種)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과거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점을 감안하면, A씨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시각이다. 그가 진술을 번복한 것 역시 석연치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 재판 중인 사안이라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이에 대한 사법 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A씨 측 변호인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씨의 재판은 진행 중인 걸로 알지만, A씨 재판은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며 “현 시점에서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한 적이 없다. 10년 넘게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전문으로 해왔던 김씨가 갑자기 위험한 북한산 석탄을 취급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김씨 측 변호인의 말이다.
“세관과 검찰은 김○○씨에게 북한산 석탄 수입을 자백하도록 1년 넘게 수사했습니다. 피고인 김씨가 아니라고 끝까지 버티자, A와 B의 일방적인 진술에 근거해 피고인 김씨가 북한산 석탄 수입의 주범으로 몰아 구속하고 재판을 받게 하고 있죠. 김씨의 다른 여죄(餘罪)도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산 석탄을 반입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을 왜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김씨 변호인은 “북한산 석탄 반입·반출의 주범이라고 할 A씨는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다”며 “김씨의 구속 이후에도 북한산 석탄 반입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 걸로 보아 북한산 석탄 반입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분명해 보인다. A씨를 대한민국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
구속 기소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석탄 수출입업체 R글로벌 대표 김○○(여·46세)씨가, 올해 초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산이라고 인정하면 되는데, 혼자만 러시아산이라고 주장한다는 이유로 구속됐다’는 게 김씨 측 입장이다.
김씨는 함께 기소된 네 명 중 유일하게 관련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특가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나머지 두 명은 불구속 기소, 한 명은 별건(別件)으로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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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이 입수한 총 800여 장에 달하는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 수사기록 일부. 사진=《월간조선》 |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57세)의 경우,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A씨가 기존 진술 일부를 번복한 사실도 확인했다. 별건으로 구속된 B씨(46세)는 김씨가 ‘북한산 석탄임을 알면서도 국내로 반입했다’고 진술하면서 A씨에게도 북한산 석탄 반입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당초 검찰은 2018년 11월, 이 세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한 달여 후, 검찰은 김씨에게만 해당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 세 사람이 북한산 석탄 반입에 있어 공범(共犯)으로 적시돼 있다.
‘공범 3인’의 실체와 범죄사실

김○○씨는 중앙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러시아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에서 노문학(露文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러시아어 통·번역을 하다가 2008년 석탄 수출입업체 R글로벌을 설립했다. R글로벌은 러시아산 석탄을 국내로 수입해 국내 업체에 판매해왔다.
A씨는 서울 중동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진그룹과 미국계 식품회사 등에서 근무한 뒤, 2008년 A글로벌을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A씨는 부인 명의의 A글로벌, 본인 명의의 A에너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법인 모두 실질적으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A글로벌은 석탄 등을 수입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이며, A에너지는 수입한 석탄을 국내 업체에 판매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A씨는 식품 중개업에도 손을 댔는데, 인도산 옥수수와 밀가루, 말레이시아산 팜유와 식용유를 중국에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A씨는 2012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 무렵부터 북한산 물품을 취급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경북 포항시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리점은 수출업체나 수입업체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선박을 섭외할 경우 운송 선박의 수배, 용선 계약의 체결, 선박 입출항 절차의 대행 등 운송주선 업무를 담당한다.
세 사람이 북한산 석탄 반입에 처음 손을 댄 시점은 2017년 2월부터다. 당시 상황을 검찰 공소장에서 옮겨본다.
〈1. 피고인 A, 피고인 김○○, 피고인 B의 공동 범행
피고인 A는 중국 소재 대북 무역업체인 홍콩성윤투자 주식회사(이하 홍콩성윤)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중,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로 홍콩성윤이 북한에서 취득한 석탄 등 광물을 곧바로 중국으로 반입하기 어려워지자 자신이 홍콩성윤을 도와 북한산 광물을 일단 북한에서 러시아로 반입하여 그곳에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고 다른 선박에 환적하는 등 원산지 세탁을 거쳐 다시 중국이나 대한민국 등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법으로 북한산 광물을 유통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피고인 A는 2017. 2.경 러시아 사정에 밝은 피고인 김○○에게 위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하였고, 피고인 김○○는 2017. 3.경 그 요청을 받아 들여 북한산 광물을 운반하는 선박이 러시아 나후드카항(港)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피고인 A에게 그곳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를 소개해주며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와 업무연락을 하고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이에 피고인 김○○는 북한산 광물에 대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직접 마련하기 어렵자 선박 용선 중개업자인 피고인 B에게 이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인 B는 그 요청을 수락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 사람은 서로 공모해 총 여덟 차례에 걸쳐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들의 범죄행위를 공소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면 ‘표-1’과 같다.
북한에서 반출된 석탄을 러시아로 반입해 그곳에서 환적한 뒤, 한국으로 들여오는 수법을 썼다. 표-1에 제시된 8건의 범죄행위 중 1번 건과 2번 건은 세 사람이 함께 공모한 것이며 나머지는 A씨와 B씨, 김씨와 B씨가 각각 연루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A씨 휴대전화엔 무엇이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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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3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작성한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등장한다. 사진=검찰 수사기록 |
2017년 11월 29일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A씨는 홍콩성윤의 모(母)회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다고 했다. A씨는 “홍콩성윤의 대표는 누군지 모르고 모회사의 대표 ‘김영춘’(조선족)과 연락하는 사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어지는 A씨의 진술이다.
〈제가 원래는 북한과 직접 거래를 했던 사람인데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조치로 대북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정부가 제게 소개한 사람이 김영춘 사장입니다. 김영춘 사장은 중국 국영기업인 ‘금호’와 손잡고 대북 사업을 크게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본인의 입으로 말했듯 A씨는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7년 12월 6일 대구세관 조사 당시 그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사업차 두 번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문답이다.
〈문: 김○○의 진술에 따르면 피의자는 수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하였는데 사실이 아닌가요.
답: 2번 갔다 온 것이 다입니다.
문: 정▲▲(김○○이 운영하는 R글로벌의 직원) 또한 피의자(A씨)가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는 것을 보고 간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일반적인 한국인들과 달리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 조선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홍콩성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 그쪽에서 조선이라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고, 대북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선으로 지칭을 합니다.〉
검찰 수사기록엔 이 사건 관련성은 알 수 없으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도 등장한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4·27 남북정상(개성공단) 배후 부지 활용 제안 건 04.01.18.docx’란 MS 워드 파일을 확보했다. 개성공단 배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다룬 문서로 보인다. 2018년 9월 13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작성한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자.
〈문: 박경철 총경리는 누구인가요.
답: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인 정○○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대북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휴대폰으로 이 문서를 보내주면서 검토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문: 정○○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나요.
답: 동향이라고 하였습니다.〉
‘박경철’은 중국의 자동차 회사 서광자동차그룹 총경리(해당 회사의 총책임자 격)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북한의 ‘정치국 간부 명단’도 확보했다. 명단의 출처에 대해 A씨는 “홍콩성윤의 김영춘으로부터 받아서 갖고 있던 것”이라며 “대북사업을 하려면 북한 서열도 알고 있어야 하고 수시로 서열이 바뀌기 때문에 참고하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관련성’이 있는 A씨에 대해 김○○씨는 어떤 인상을 갖고 있었을까.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훑어보면 A씨에 대한 강한 불신이 묻어나온다. 2017년 11월 27일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일부다.
〈문: A를 언제부터 알게 되었나요.
답: A글로벌의 대표이사인 A는 올여름 즈음 A글로벌의 이사인 김■■과 함께 경주에 있는 R글로벌 사무실로 왔었습니다. 그때 처음 인사했습니다. 김■■은 2~3년 전 한 번 거래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문: A와 김■■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A글로벌이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나오는데 러시아에 하역할 수 있는 부두를 봐달라며 찾아왔었습니다.
문: 그래서 그들의 북한산 물건을 러시아에 하역하게 해주었는가요.
답: 제가 뭔 능력이 있어서 해주겠습니까.
문: A의 국적은 어떻게 되는가요.
답: ‘한국’ 아니에요.
문: 북한에서 국내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모두 A를 통해야만 받는가요.
답: 그건 모릅니다. 아무튼 A가 북한산 물건을 취급하는 것으로 압니다. A는 사고(思考)가 다른 사람입니다. 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등. 그래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 A가 북한에 들어간 사실이 있는가요.
답: 예. 예전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씨는 일곱 번에 걸친 세관과 검찰 조사에서 ‘러시아산 석탄인 줄 알았지 북한산 석탄인 줄은 몰랐다’며 A씨에게 속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일관되게 이어갔다. R글로벌은 설립 시부터 2017년 A씨와 만나기 전까지,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했을 뿐, 북한산 석탄을 반입해 판매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홍콩성윤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회사”라며 “(홍콩성윤과) 거래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씨나 R글로벌이 홍콩성윤과 직접 거래한 기록은 당국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와 (北 석탄인 줄) 모른다고 진술하니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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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0일 오후 김재일 관세청 조사감시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문: 피의자는 금일 당관에 출석하기 전 A나 김○○과 연락한 사실이 있나요.
답: A와는 연락을 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김○○ 사장과는 한 번씩 통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김○○ 사장과 통화하였습니다.
문: 김○○ 사장과 연락 당시 어떤 말을 주고받았나요.
답: 김○○ 사장은 저와 거래를 하여 반입한 무연탄이 북한산인지 몰랐고, 러시아산 무연탄으로 알고 거래를 했으니 본인은 전혀 몰랐다는 말을 했습니다.
문: 김○○이 피의자에 대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줄 것을 회유하거나 사실이 있나요.
답: 없습니다. 북한탄일 줄 모르고 저와 거래했다는 입장만 전달하였고, 대구세관 조사 시에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하면서 북한탄인 줄 알았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문: 그러면 김○○의 그러한 진술은 사실인가요.
답: (한숨을 쉬며 한참을 고민한 뒤) 김○○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제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김○○ 사장이 북한산(北韓産) 탄인 것을 알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와서 모른다고 진술하니깐 할 말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B씨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 석탄으로 위장하는 데 따른 허위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관여했다. 김씨가 분담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A씨와 B씨의 진술이 엇갈리므로 B씨의 진술을 중심으로 김씨의 역할을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A씨는 북한산 석탄을 반출해 러시아로 반입했다. 그런 다음 러시아 부두(나후드카 등)에서 환적 과정을 통해 러시아 밖으로 반출시켰다. 이때 김○○씨는 러시아에서 반출하는 과정을 담당했다. 즉, 석탄 환적 및 해당 선박의 출항 수속을 도와준 것이다. 일종의 행정적인 업무를 한 것이다. B씨는 해당 석탄을 러시아 밖으로 반출하기 위한 용선(傭船) 중개 작업을 했다. 동시에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 석탄’으로 위조한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해 A씨에게 건넸다.
B씨는 ‘A씨가 북한산 석탄임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씨 역시 그 사실을 인지(認知)했을 거란 요지의 주장도 했다.
공소장에는 ‘김씨가 A씨에게 러시아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를 소개해주며 선박대리점 및 상하역업체와 업무연락을 하고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기로 하였다’는 취지의 기술이 있다. 김씨 측은 “원산지증명서 위조에 김○○는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B씨가 법정에서 “원산지증명서는 자신이 위조해 제공했다”는 요지의 증언을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 사람이 ‘유기적인 공모관계’를 이어가다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는 북한산 선철 때문이었다. 특히 김씨와 A씨의 사이가 극도로 악화됐다. 공소장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피고인 김○○는 2017. 4.경 홍콩성윤과 피고인 김○○가 운영하는 ㈜A글로벌에서 홍콩성윤에 러시아산 코킹콜을 공급하면, 홍콩성윤은 그 대가로 ㈜A글로벌에 북한산 선철을 공급한다는 취지의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홍콩성윤은 위 교환계약에 따라 2017. 7. 18.경 북한 청진항에서 쿤펭호에 북한산 선철 2010톤을 선적하여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으로 반입하고, 피고인 김○○는 피고인 B에게 위 선철을 대한민국으로 운송할 선박 및 선철에 대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피고인 김○○는 그 무렵 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북한산 선철 2010톤을 싱쾅5호에 환적하여 마산항으로 운송되도록 조치하고…〉
김○○씨 측은 북한산 석탄 반입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선철이 북한산임을 김씨도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A씨가 북한으로 보낼 코킹콜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요청해 김씨가 이를 알아봤다고 한다. 2018년 7월 3일 대구세관에서 이뤄진 김씨의 피의자 신문 내용 중 일부다.
〈문: 피의자는 A와 공모하여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을 추진한 사실이 있나요.
답: 예. 러시아 업체를 통해 추진하였습니다.
문: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 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답: (한참을 생각한 후) A가 북한 쪽에 코킹콜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러시아산 코킹콜을 구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저는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A글로벌 측의 재촉이 계속되었고, 지속적으로 러시아산 코킹콜과 북한산 선철을 맞바꾸기로 희망하였습니다. 북한산 선철의 러시아 반입이 지연되었고, 어찌되었건 북한산 선철을 받고 러시아 업체인 ‘코엘끌레르치’라는 업체를 통해서 북한에 코킹콜을 준 것은 맞습니다.〉
참고로 코킹콜(coking coal)은 코크스를 만드는 원료이다. 코킹콜은 기름이 섞인 점결탄(粘結炭)으로 이 코킹콜을 스팀으로 쪄내면 휘발 성분이 날아가면서 코크스가 된다. 제철소에서는 이 코크스를 이용해 선철을 녹여 제련(製鍊)한다. 김씨는 북한산 선철 2010t을 수입하면서 그 대가로 코킹콜 4000t을 러시아로 반출, 그곳에서 북한 선박이 실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선철과 ‘물물교환’하기로 했던 코킹콜,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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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들어간 콕스탄(코킹콜)이 PCI탄인 것으로 확인되자 북한 금속공업성이 A씨 측에 보내온 성분분석표. 사진=검찰 수사기록 |
〈문: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 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보세요.
답: 홍콩성윤이 북한 측과 협의하여 북한산 선철과 러시아산 코킹콜의 물물교환을 추진하였고, 홍콩성윤이 저를 통해 러시아산 코킹콜 납품업자를 알아봐 달라고 해 저는 친분이 있던 김○○를 추천해줬습니다… 김○○는 북한으로부터 선철 2010t을 전달받고 북한으로 코킹콜 4000t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북한 쪽에서 김○○가 보내온 코킹콜의 품질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를 확인한 결과 김○○가 북한으로 보낸 것은 코킹콜이 아닌 반(半)무연탄인 PCI탄이었으며, 이때 김○○이 홍콩성윤으로 송부한 SGS 검사서 또한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어 더 이상의 거래는 진행되지 못하였고…. (하략)〉
김○○씨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김씨는 선철 수입 과정에서 A씨에게 러시아 업체를 소개만 해줬을 뿐, 실제 거래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밀반입해 들여온 선철을 국내 업체에 판매할 때, ‘김씨의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됐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2018년 7월 5일 대구세관 조사에서 A씨는 “김○○이 홍콩성윤으로 송부한 SGS 검사서 또한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더 이상의 거래는 진행되지 못하였고 현재 그 건으로 관련하여 소송 중에 있다”고 밝혔다. 코킹콜이 PCI탄으로 둔갑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가 김씨를 고소한 것이다.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국제 공인 검사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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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회사 ‘A에너지’와 김씨의 회사 ‘R글로벌’ 간에 작성한 차용증 사본. 사진=검찰 수사기록 |
R글로벌은 A에너지에 10만 달러를 대여금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A씨의 회사 A에너지와 김씨의 회사 R글로벌 간에 차용증이 작성됐다. 차용증에는 ‘선철 대금과 상계처리할 수도 있다’고 써 있다. 북한이 PCI탄을 문제 삼으며 선철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손해를 본 A에너지가 10만 달러를 R글로벌에 ‘대여금조’로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두 문서를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2018년 7월 3일 피의자 진술조서의 일부다.
〈(A씨, 홍콩성윤 관계자 등이) 저희 사무실을 찾아와 무작정 버티고 있어서 그 당시 저희는 이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작성해준 것입니다… 저희가 처리할 것이 아니고 러시아 업체가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맞으나 A씨의 회사에서는 물고 늘어질 업체가 저희밖에 없어서 2일 동안 저희 업체를 찾아와 물고 늘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작성해준 것입니다.〉
김씨는 A씨가 “돈을 빌릴 목적으로 차용증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통관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니 얼마나 무례하냐. 그래서 (A씨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또 달라졌다. 김○○씨는 차용증과 합의서에 기재된 변제 기일(2017년 10월 20일)이 임박했음에도 PCI탄을 반품받지 못하자, A씨에게 빌려간 10만 달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2017년 10월 18일 두 사람의 통화 기록을 보면, 10만 달러를 둘러싸고 두 사람이 벌인 격렬한 말다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사기록에 편철된 원문 그대로 옮긴다.
〈A: 글쎄 내가 빌린 거는 인정하는데 그 용도가 어딘가는 김 사장님이 잘 아시잖아요.
김○○(이하 김): 그 용도는 제가 알 수가 없잖아요. 사장님이 뭐 빌려가서 어디에 썼든, 중국에 줬든 그거는 사장님 몫이고.
A: 사장님 그러시면은 저희는 진짜로 이거는 실수한 거까지 몇 번 했는데 능력이 안 돼요.
김: 그러면 언제 갚으실 건데요.
A: 사장님 아니, 그러니까 제가 선철값 받으면 상환할게요. 그걸을 책임지고.
김: 사장님 그거는 사장님 이거는 사장님 아시죠. 잘못됐다는 거.
A: 뭐가 잘못됐어요. 사장님?
김: 저희가 지금 탄도 안 받은 상황에서 어떻게 선철값을 주면 사장님 그건 억지입니다.
A: 사장님, 그게 뭐가 억지예요. 사장님 자꾸 이러시면은 나 진짜로, 우리 변호사 얘기 그대로 하면은 그거를 왜 나보고 하냐는 저기래요. 지금 나 그렇지만 그거 이런 거 저런 거까지 해서 내가 안고 갈려는 거예요. 나 솔직하게 말해서 사장님, 사장님 그 말씀 하시니까 말씀 드릴게요. 사장님.
김: 사장님 그걸 가지고 저희한테 그 어떤 것도 협박은 해서는 안 되구요, 사장님.
A: 사장님, 이거 협박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장님.
김: 사장님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아니죠. 사장님,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A: 내가 무슨 협박을 해요?
(중략)
김: 아니,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구요. 사장님께서 필요해서 돈을 빌려 갔으면.
A: 돈을 빌려가더라도 빌려간 용도가 뭐인지를.
김: 아니 생돈 아니 공짜돈 준 거 아니잖아요. 사장님, 어떻게 남의 업체 돈 십만불을 쓰시고 안 낸다고 하십니까.
(중략)
A: 그럼 사장님 내가 돈 떼먹은 걸로 아니까 법적인 조치하세요. 사장님, 그럼 나도 나 식대로 할 테니까. 사장님, 사람이 진짜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 겁니다.
(중략)
김: …저희는 관여 안 됐으니까 맘대로 하세요. 예, 어떻게 그렇게 양아치 같은 행동을 하십니까.
A: 사장님, 양아치, 사장님 나라고 상욕 못 하고 개욕 못 해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후 앞서 언급한 대로, A씨는 김씨의 회사 R글로벌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선철이 유엔 제재 품목으로 묶인 것은 금년(2018년-기자 註)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에 그 물품이 금수(禁輸) 품목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 품목에 선철이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제재 위반은 아니란 얘기였다. 그로 인해 김○○씨와 A씨에게는 ‘대외협력법’ 위반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기자는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던 중, A씨가 일부 진술을 번복했음을 확인했다(표-2 참조). 2017년 11월 29일 서울세관 조사에서 그는, 러시아 석탄을 구입하기 위해 러시아의 CKC사와 연락을 취한다며 김○○씨가 ‘연락책’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문답이다.

〈문: R글로벌 김○○ 사장이 누구이며 연락책 역할이 무엇인가요.
답: CKC사는 러시아의 석탄 중개업체입니다. 러시아의 메이저 공급업체로부터 석탄을 받아 우리 회사와 같이 석탄을 필요로 하는 곳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중개업체의 일입니다… 러시아에서 석탄이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대리점이 하는데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아르마’라는 러시아 업체입니다. 아르마와 연락하는 한국 내 사람이 R글로벌의 김○○ 사장인데, 김○○ 사장은 러시아 언어를 잘합니다.
우리 회사가 금년에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석탄은 총 3건인데 그중 2건이 CKC와 관련이 있고, 나머지 한 건인 조개탄을 수입한 것은 CKC와 관련이 없습니다.〉
A씨는 담배를 피우고 온 뒤 돌연 말을 바꿨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3건은 모두 북한산 석탄이 맞습니다. 러시아의 CKC사는 제가 모르는 업체입니다. 제가 아는 것은 러시아 ‘아르마’라는 에이전트이고, 아르마는 R글로벌의 김○○ 사장이 알려준 곳입니다.〉
조사관이 “갑자기 진술을 번복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3건이 모두 북한산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A씨는 A4 용지에 그림을 그리며 수입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요지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석탄을 운반하는 것은 홍콩성윤이 담당하고 ▲러시아 내부에서 이뤄지는 일은 김○○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건 A씨 자신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A씨는 수출 신고서에 ‘수출자’로 기재된 ‘Hong Kong Coal Energy Ltd.’사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업체이고 김○○이 알려준 회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진술에서 ‘Hong Kong Coal Energy Ltd.’사에 대해 “김○○이 아니라 러시아의 ‘아르마’사가 소개해준 것”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뒤집었다. 2018년 2월 1일 서울세관 조사에서도 또 말을 바꿨다. 이번엔 ‘Hong Kong Coal Energy Ltd.가 “홍콩성윤의 자회사”라고 말한 것이다. A씨의 설명이다.
〈중국업체들은 금융 문제 때문에 홍콩에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본 건도 같은 목적으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고 홍콩성윤의 김영춘 사장이 중국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10월 11일 북한 원산항에서 러시아 홈스크항을 거쳐 포항항으로 반입된 무연탄 5000t(표-1의 5번)에 대해서도 A씨는 말을 바꿨다. 2018년 2월 1일 서울세관 조사에서 “전회 진술에서는 (5000t이) 전량 북한산이라고 말씀드렸으나 사실은 북한 석탄과 러시아산 석탄을 섞은 것”이라고 했다. 조사관이 “번복하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러시아 ‘소피아’사가 섞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세관에서 소피아사로 발송한 이메일 건 때문에 홍콩성윤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알아본 결과 포항항으로 반입한 5000톤도 북한산과 러시아산이 섞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관이 “섞는 공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냐”고 묻자 그는 “공정에 대한 자료를 소피아사에 요청하였으나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사관이 재차 “오늘 진술에서 섞는 공정을 거쳤다고 하는 건 근거가 부족하지 않냐”고 파고 들자 “홈스크 항구에서 선적하는 석탄은 북한산과 러시아산과 섞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관은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섞는 공정을 거친 것이 저한테 유리한 점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소피아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그대로 답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피의자의 진술은 허위이네요”
이후 조사관은 A씨를 상대로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한다. 조사관은 전날인 2018년 1월 31일, 서울세관에서 조사를 받은 A씨의 부하 직원이자 A글로벌의 이사 김■■에 대해 물었다. 김■■으로부터 “조사받은 내용을 보고받았냐”는 질문이었다. A씨는 “오늘 아침에 잠깐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지는 문답이다.
〈문: 보고받은 내용이 어떤 것인가요.
답: 특별한 내용은 없고, 어제 20시까지 세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문: 본 건 ‘조개탄 4119톤(표-1의 1번)’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나요.
답: 오늘 아침에 8시20분경에 김■■ 이사를 회사 사무실에서 만나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는데, 주로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것이고 김■■ 이사가 어제 조사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길게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 김■■ 이사는 본 건 조개탄 4119톤에 대해 처음에는 A씨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로, “북한산 석탄 가루를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공정을 거쳤다고 했으나, 세관이 보여준 증거자료를 열람한 이후 진술을 번복하여 이와 같은 자료를 보니 러시아에서 성형 공정을 거쳤다고 할 수는 없겠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런 중요한 사항을 사장(A씨)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답: 김■■ 이사가 오늘 아침에 3건에 대해 세관 조사를 받았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하략)
문: 피의자(A씨)가 답변한 내용 외에 A글로벌이 콩기름, 옥수수, 밀가루, 쌀, 팜유, 설탕 등을 중국 업체를 통해 북한에 공급한 것에 대해서는 김■■ 이사에게 물어봤는데, 이에 대한 보고를 받았나요.
답: 예, 그런 부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문: 그럼, 오늘 아침에 30분가량 보고를 받으면서 대부분 회사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했고, 김■■ 이사가 어제 세관에 조사받은 내용은 간략하게 보고 받았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허위이네요.
답: 대부분 회사 업무 얘기를 한 것은 맞습니다. 또한 조사관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김■■ 이사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문: 다시 묻겠습니다. 김■■ 이사가 본 건 성형탄 4119톤에 대해 어제 세관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하여 어떤 보고를 하였나요.
답: 조개탄 4119톤에 대해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가공을 거쳤는지 여부에 대해 세관에서 조사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문: 세관 조사관이 김■■ 이사에게 열람해준 서류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나요
답: 예, 김■■ 이사가 세관에서 어떤 서류를 봤는지에 대한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어떤 서류인지 볼 수 있을까요?
문: 김■■ 이사가 세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열람한 서류는 피의(被疑)업체 입장에서는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되는 중요한 사항인데, 피의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본직(本職)이 생각하기에 성형탄 4119톤을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가공을 거쳤다고 주장해야 피의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가공을 거친 것이 맞는가요.
답: 러시아 현지에서 성형 공정을 거친 것이 맞습니다. 러시아 소피아사가 그렇게 말을 했고 저도 성형 공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김○○씨는 “러시아산 석탄과 북한산 석탄을 서로 혼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냐”는 검찰 측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러시아산 석탄은 휘발성이 높아서 북한산과 섞일 경우 제철소에 들어가는 가탄제(加炭劑)로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는 A씨의 설명과는 상반된다.
변호인 측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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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글로벌 〈기업신용분석보고서〉. 우측 상단에 ‘휴폐업’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NICE평가정보 보고서 캡처 |
A씨는 자신이 당국에 정식 등록된 대북 사업가라고 주장했다. 그간의 대북 거래가 불법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동종(同種)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과거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점을 감안하면, A씨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시각이다. 그가 진술을 번복한 것 역시 석연치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 재판 중인 사안이라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이에 대한 사법 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A씨 측 변호인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씨의 재판은 진행 중인 걸로 알지만, A씨 재판은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며 “현 시점에서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한 적이 없다. 10년 넘게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전문으로 해왔던 김씨가 갑자기 위험한 북한산 석탄을 취급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김씨 측 변호인의 말이다.
“세관과 검찰은 김○○씨에게 북한산 석탄 수입을 자백하도록 1년 넘게 수사했습니다. 피고인 김씨가 아니라고 끝까지 버티자, A와 B의 일방적인 진술에 근거해 피고인 김씨가 북한산 석탄 수입의 주범으로 몰아 구속하고 재판을 받게 하고 있죠. 김씨의 다른 여죄(餘罪)도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산 석탄을 반입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을 왜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김씨 변호인은 “북한산 석탄 반입·반출의 주범이라고 할 A씨는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다”며 “김씨의 구속 이후에도 북한산 석탄 반입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 걸로 보아 북한산 석탄 반입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분명해 보인다. A씨를 대한민국 정부가 보호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