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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美北정상회담 결렬 그 후

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후의 북한

“ ‘朝美회담이 뭔가 틀어진 모양’이라고 쉬쉬하는 분위기”

글 : 장원재  배나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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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담하러 출발할 때는 선전 많이 하더니, 어떻게 마무리됐다는 얘기 없어”
⊙ “평양 농업일군 회의, 각자 알아서 숙소를 정하라고 하고 선물도 거의 없어”
⊙ 핵무기에 대해 나이 든 세대는 “싼값에 넘기면 절대 안 된다”, 젊은 세대는 “인민들 다 죽고 나면 핵무기가 무슨 소용이냐”
김정은은 베트남까지 가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오늘도 북(北)으로 전화가 간다. 방해 전파를 뚫고서 간다. 돈의 힘이다. 북의 가족에게 송금(送金)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돈을 보내는 사람들은 가족들의 ‘목소리’를 원한다. ‘얼마를 받았다’는 육성(肉聲) 없이는 전달 여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급전(急錢)이 필요하다’며 북의 가족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
 
  통화에 이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브로커와 접촉해서 북한의 주소를 알려준다. 주로 중국 국적의 조선족인 브로커는 현금을 들고 북한으로 간다. 현지에 도착해 찾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면 한국으로 전화를 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중국 전화기를 쓴다. 통화가 되자마자 간단히 ‘접선 성공’ 사실만을 알리고 전화를 끊는다. 통화료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개 전파 추적을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곧바로 이번에는 한국에 있는 송금자가 전화를 건다. 직접 통화하며 가족임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브로커의 중국 계좌로 온라인 송금을 한다. 입금을 확인한 브로커는 수수료 30%를 제하고 북의 가족에게 현금을 지급한다.
 
  수수료에는 중국에서 북한까지의 여비, 직접 현금을 운반하며 국경을 통과하는 위험수당 등이 모두 들어 있다. 예전에는 북한 돈으로 거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100% 달러나 위안화다. 송금 수수료는 최근 들어 40%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북한의 감시와 단속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수수료가 비싸기는 해도 신원 확인 후 돈을 보내니 떼일 염려가 없어서 좋다’며 선(先)확인 후(後)송금 방식을 선호한다.
 
  다른 용도로 국제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탈북 브로커, 밀수업자, 비공식 통신원 등이다. 중국산 ‘선불 칩’을 충전하면 전화번호가 바뀐다고 한다. 그들은 그렇게 단속을 피하며 외부와 접촉한다. 그들에게는 국제 정세 같은 ‘외부 정보’가 곧 돈이다. 경제 동향을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전화기를 타고 들어간 외부 정보는 장마당을 매개로 북한 전역에 널리 퍼진다. ‘소문’은 북한의 공식 매체에 실리는 ‘기사’를 압도한다. 소문이 기사보다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통화하는 중에 북한 내부 사정도 실시간으로 밖으로 흘러나온다. 《데일리 NK》 등 북한 전문 매체가 북한 각 지역의 쌀값과 환율 등을 보도할 수 있는 이유다.
 
 
  “이번에는 큰 기대 안 했다”
 
  미북(美北)정상회담 후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과 통화한 사람들의 증언을 모으면 북한 내부의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조미(朝美·미북) 회담이 결렬된 것은 알고 있나.
 
  “모른다. 알려주지 않으니까.”
 
  ― 소문이 돌지 않나.
 
  “뭔가 사달이 난 모양이라고 짐작은 한다. 회담하러 평양을 출발할 때는 텔레비전이고 신문이고 선전을 많이 했다. 남(베트남)에 가서 미국 대통령 만나 밥 먹고 회의하는 사진이 신문에 쭉 났다(2월 27일 회담 후 《로동신문》이 1, 2면에 걸쳐 사진 18장을 싣고 미북회담 소식을 대서특필함). 그런데 회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다는 얘기는 없고, 며칠 후 남 수상하고 친선을 다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래서 다들 ‘조미회담이 뭔가 틀어진 모양’이라고 쉬쉬하는 분위기다.”
 
  ― 주민들이 실망한다는 뜻인가.
 
  “그렇지도 않다. 이번에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년에 남쪽 대통령 만나고 미국 대통령 만났을 때만 해도 당장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 집집마다 돼지고기 사다가 잔치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남쪽 대통령은 여러 번 만났잖은가. 그때만 해도 ‘일이 잘 풀려가나 보다’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거진 1년이 지나도록 우리 같은 백성들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다. ‘이러려면 뭐하러 회담을 하냐’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 최근 들어 살기가 어려워졌나.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 쌀값이나 환율에 큰 변동이 있나.
 
  “우리가 알기로는 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고난의 행군 때도 소문은 흉흉했지만, 쌀값이 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사이에 두 배가 되고, 그 다음 날에는 또 두 배가 되고…. 서서히 진행된 것이 아니라 단방에 문제가 터지면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사정이 나빠졌다. 지금 쌀값과 환율은 큰 변동이 없지만 밀가루, 식용기름, 설탕은 몇 배가 올랐다. 그래서 불안하다.”
 
  ― 장마당 분위기는 어떤가.
 
  “물건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다만 남쪽 제품이나 일제 물품들이 거의 사라졌다. 남쪽 제품은 중국제보다 비싼 대신 품질이 좋고 고급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구할 수가 없다.”
 
  ― 2018년 농사가 흉작인 것은 알고 있나.
 
  “안다. 작년 전국 농업일군 열성자회의(평양, 2018년 12월 24~25일)에 다녀온 사람한테 말을 들었다. 엄격한 비판과 총화가 있었다고 한다.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많이 모자랐다는 것이 토론 주제였다고 한다.(註·정보기관에서 퇴직 때까지 북한 업무를 담당한 김정봉 한동대 석좌교수는 ‘2018년 북한에 흉년이 들어 농업 생산량이 2017년에 비해 3.4%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공업 생산이 아니라 농업 생산이 3%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라고 진단한다. 금년도 부족분이 150만t 정도로 당장 올여름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회의 내용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 그것이 뭔가.
 
  “예년에는 평양 농업일군 열성자회의에 참석하면, 당국에서 참석자 모두 호텔에 재워주고 회의 후에는 선물도 한아름 줘서 보냈다. 다녀온 얘기 듣고, 선물 구경도 하고, 받아온 술을 나눠 먹는 게 큰 낙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한테 각자 알아서 숙소를 정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척이며 친구들한테 이틀 밤만 재워달라고 사정하느라 면이 깎였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물도 거의 없었다. 참석자들이 ‘나라 사정이 이 정도로 어려운 건가’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요즘 들어 강연제강에서 ‘자력갱생’ ‘간고분투’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고난의 행군’ 때 늘 듣던 말이다.”
 
 
  핵무기에 대해 세대 간 시각차
 
김정은의 귀환을 보도한 3월5일자 《로동신문》.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소식은 빠지고, 베트남 방문에 대해서만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 미북회담에서 기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남쪽이나 미국에서 쌀이나 물건을 지원해주는 것인가.
 
  “아니다. 어차피 외국에서 도와주는 물건이 있어도 백성들한테 차례질 일은 없다. 다만, ‘경제제재가 풀리면 장사를 좀 더 마음놓고 편하게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는 했다. 경제제재만 풀려도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이번에 우리가 미국한테 당하고 중국한테도 속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이 중국이랑 공화국(북한)을 한패로 엮어서 손을 보려고 하는데, 우리가 왜 못 빠져나왔는가. 정세 판단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일 때문에 외교일군들이 많이 상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돈다.”
 
  ―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물론이다. 경제제재 때문에 우리가 어렵게 산다는 건 모두 안다.”
 
  ― 핵무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 생각이 다르다. 나이 든 세대는 사회주의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김일성 시대에는 배급도 잘 나왔고, 잘살았다,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하기에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 있는 것이다. 김정일·김정은 시대를 산 젊은 세대는 수뇌부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 먹고살기가 어려웠으니까. 나이 든 세대는 ‘우리가 어떻게 만들고 지킨 핵무기인데, 더 고생하면 고생했지 싼값에 넘기면 절대 안 된다’ 하고, 젊은 세대는 ‘인민들이 다 죽고 나면 핵무기가 무슨 소용이냐’ 한다.”
 
  ― 북한에도 세대 간 의견 차이가 심한가.
 
  “나이 든 분들은 어떻게든 사회주의를 지키자는 거고, 젊은 세대는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지, 사회주의든 개혁개방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김정은의 오판
 
  미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 쪽에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외화 사정이 최근 들어 급속히 나빠졌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정봉 한동대 석좌교수의 분석이다.
 
  “유엔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북한의 매년 수출액은 평균 약 30억 달러, 수입액은 약 40억 달러였다. 40억 달러어치 물품을 수입하면, 풍족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북한 장마당도 그런대로 돌아가고 대량 아사(餓死)도 막을 수 있다. 적자(赤字) 폭 10억 달러는 조총련의 상납이나 벌목공, 무기 수출, 해외 식당 등을 통해 그럭저럭 메워왔다. 문제는 2017년부터다. 수입액은 약간 줄어 37억7000만 달러인데, 수출액은 16억5000만 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20억 달러 적자가 난 것이다. 2018년에는 사정이 더 안 좋다. 3/4분기까지의 수출액이 1억5000만 달러다. 연말까지 합산해봐야 2억 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2017년 수입이 반 토막이 났는데도 북한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수입 물량이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김정은이 나머지 비자금을 풀고, 군(軍)부대나 각급 기관의 비상창고를 열어가며 버틴 것이 아닌지 추측한다. 있는 돈을 다 써가며 물건을 수입, 수입 물량을 줄이지 않았기에 장마당에서 상품이 사라지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곧 현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오판했는지도 모른다.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철도 차량기지 건설, 선박블록공장 건설, 제2의 개성공단인 해주공단 조성 등 당장 거액의 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광범위하게 오갔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에 ‘한국이 건설비를 전액 부담하는 평양-신의주 간 고속철도 건설’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정봉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의 외환보유고는 지금 거의 바닥이 났다. 선물정치를 통해 측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유사시 외국에서 식량을 들여올 비상금조차 부족하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미북회담에서 미국이 자신 있게 판을 걷은 배경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지금 북한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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