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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김철진의 평양실록 ⑤ 북한 군인들의 생활

오죽하면 군대를 토벌대라 부르겠나?

정리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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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들 영양상태가 안 좋아 오전에만 훈련, 오후에는 실내에서 사상교육
⊙ 장교들 식량이 모자라면 병사들 식량에서 충당
⊙ 김정은 친위대인 974 부대원, 13년간 휴가·편지 왕래 못해

[편집자 주]
종전 61년 후, 그 세월 동안 평양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김철진씨는 북한의 당과 군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남으로 넘어온 탈북자다. 평양에서 그가 직접 목격한 갖가지 사건들에 대한 그의 증언을 《월간조선》이 입수해 연재한다. 이는 후일 통일 한국이 써 나갈 새로운 대한민국 현대사의 사초로 활용될 수 있을 터다. 사실적인 기록을 위해 읽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북한말 표현을 고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9월 9일 평양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서 군인들이 행진을 벌이는 모습.
  ‘선군’은 북한 체제의 기본 패러다임이나 다름없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먼저 북한 군대의 실태를 파악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징병제다. 남자라면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17~18세가 되면 반드시 모두 입대해야 한다. 장애인은 예외다.
 
  매해 3월이 되면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한다. 그런 후 각 도, 시, 군에 있는 인민무력부 대열보충국 산하 군사동원부가 입대자 명단을 검토한다. 실질적인 입대는 5월 초부터 시작한다. 7월이 되면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나가지 못했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초모(招募), 즉 징집을 시작한다.
 
 
  여성도 대학 가려면 군대 가야 해
 
  원래는 신체검사에서 키와 시력을 따져 보았다. 그러던 게 2011년도부터 대폭 바뀌었다. 입대할 수 있는 병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95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 일명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되니 일어난 일이다. 2011년부터는 시력이 안 좋고 키가 작아도 무조건 군대에 들어가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여성들의 입대도 마찬가지다. 원래 여성은 징집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2011부터는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여성이 대학에 가려면 꼭 군대를 가야 한다. 군대에서 5년 복무를 마친 후 추천을 받아 대학에 갈 수 있다. 이 조치가 시행되자 평양에 살면서 딸을 둔 간부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10년간 군복무를 한다. 여자는 하전사의 경우는 5년, 군관은 7년이다. 몇 군데 예외인 곳이 있다.
 
  김정일의 친위부대, 이제는 김정은의 친위부대가 된 974 부대는 13년을 복무해야 한다. 974 부대원은 최고 지도자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키는 부대인만큼 규율이 엄격하다. 한번 입대하면 원칙적으로 13년간 휴가 한 번 못 간다. 집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도 금지다. 일반 사병들에게 지급되는 군사우편엽서가 974 부대에는 아예 공급조차 안 된다. 제대한 후엔 대학에 갈 수 있다.
 
  기술부대도 복무 기간이 다르다. 기술부대에 들어가면 초기 복무사관이라는 명칭으로 하전사 복무를 10년간 한 후, 이후에는 특별한 정년 없이 계속 복무한다.
 
  2011년에 군복무 연한을 고칠 때, 원래는 10년이 아닌 13년으로 복무 기간을 정했었다. 그러자 인민무력부 쪽에서 강하게 반대를 했다. 반대의 이유는 분명했다.
 
  “지나치게 오래 군복무를 하게 하면 부대의 규율을 바로잡기 힘들다. 지금 인민들이 북한의 군대는 인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재산을 훔치고 강도짓하면서 사는 토벌대라고 규탄하는 형편인데 그렇게 오래 군복무를 할 이유가 있냐.”
 
  이후 10년으로 복무 연한이 바뀌었다.
 
  일반 사병으로 입대를 하면 각 사단에 있는 신병대대에서 훈련을 받는다. 일반 부대는 3개월간 신병훈련을 받고, 기술부대와 특수부대는 6개월간 신병훈련을 받는다. 전에는 하루종일 훈련이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오전에만 훈련을 한다. 입대하는 군인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실내에서 정치상학(政治上學)이 진행된다. 정치상학은 일종의 사상교육이다.
 
 
  옥수수로 끼니 때워야
 
  훈련을 마친 신병들은 각 사단 대열부에서 군인선서를 한다. 그런 후, 사단 산하 각 중대들에 분산 배치된다. 부대에 배치되면 소대 단위로 병영생활을 한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치는 젊은이들을 잘 먹이고 입혀야 할 테지만, 북한에서는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인들에게 음식과 피복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지 오래다.
 
  병사들의 식량 중 90% 이상이 옥수수다. 그마저도 양이 부족해 한 끼에 채 200g도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1년도를 예로 들면, 평양시 부대들과 호위국, 특수 병종들에게만 옥수수가 제대로 공급됐다. 1군단, 2군단, 5군단의 경우엔 옥수수가 아닌 감자를 공급했다. 하루 한 끼에 감자 3알씩, 하루 두 번 끼니가 나갔다. 군인 한 명이 하루에 먹는 음식이 감자 6알이 다였다는 얘기다.
 
  이러니 어디고 할 것 없이 군부대에는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살아야 하니 부대 주변 주민들에게서 강제로 식량을 거두어들이면서 식량을 충당하는 형편이다.
 
  공군사단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괜찮다. 비행장 주변에 작물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콩을 심어서 군인들에게 콩비지를 공급하고 있다. 콩 때문인지 공군에서는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군인들이 비교적 적게 나온다.
 
  식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데 피복이 충분할 리가 없다. 원래는 2년에 한 번씩 동복과 하복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군화는 6개월에 한 번 주도록 되어 있지만, 현재는 1년에 한 켤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다. 어쩌다 군화가 내려오면, 대열을 세워 놓고 중대장과 중대 정치지도원이 ‘신발 검열’을 한다. 신발의 상태가 제일 안 좋은 군인들에게 군화를 우선적으로 준다.
 
  이 모든 상황에서 예외인 부대가 있다. 바로 친위대인 974 부대이다. 974 부대원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과 상관없이 하루 세 끼 쌀밥을 먹는다.
 
 
  오전에만 훈련, 오후엔 사상학습
 
지난 2012년 1월 김정은이 ‘오중흡 7연대’ 칭호를 받은 공군 제354군부대를 시찰했다.
  식량 사정이 안 좋으니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전에만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정치상학과 문화생활 활동이 진행된다. 밭을 일구는 등 자체적으로 식량을 마련하는 활동도 한다.
 
  한 해에 두 번 전군을 대상으로 한 동원 훈련을 실시한다. 3월 1일부터 한달간 하는 하기 훈련, 12월 1일부터 한달 동안 진행하는 동기 훈련이 그것이다.
 
  그 외에는 최고사령부 작전지시에 따라 부대별로 천리강행군 훈련이나, 자기 부대의 전술 사명에 따른 별도의 훈련을 한다. 이러한 훈련에는 총참모부에서 파견한 강평원들이 감시 목적으로 함께한다.
 
  2000년부터는 ‘오중흡 7연대’ 쟁취운동을 시작했다. 각 부대에서는 칭호를 쟁탈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그 결과 병사들이 쓰러지거나 탈영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군인도 한국의 군인처럼 월급을 받는다. 예전에는 일반 병사들에게 매월 30원, 특수부대 병사들에게 매월 50원을 주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진 후에는 병사들에게 80원, 특수부대 병사들에게는 120원을 주도록 했다. 그러나 이 돈이 병사들에게 가는 일은 없다. 중대에서 모아서 중대 차원에서 식량을 사는 등에 쓰고 있다.
 
  병사들에게는 별도의 휴가가 없다. 무슨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5년 이상 부대 생활을 잘한 병사들에게 ‘표창휴가’를 주는 게 전부다. 표창휴가를 받으면 보통 자신의 집에 가서 부대에 필요한 식량과 물자를 구입해 온다. 이때 무조건 군관 한 명이 동행한다. 5년 만에 받은 휴가에 상관이 동행하다니, 한국 군인은 상상도 못할 일일 터다.
 
  표창휴가 증서를 가지고 가면 경무부, 남한의 헌병대에서 외출을 허가해 준다. 경무관들에게 담배나 술을 바쳐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오중흡 7연대

 
  오중흡은 김일성 아래에서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한 걸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일성이 이끄는 빨치산 부대가 일본군의 공격으로 대패할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사령부를 구한 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부대의 지휘관이 바로 오중흡이었다. 오극렬 전 인민무력부장이 오중흡의 조카다. 북한에서는 사상적으로 뛰어난 부대를 선정해 ‘오중흡 7연대’ 칭호를 부여한다. 일종의 칭호 쟁탈 경쟁인 셈이다.
 
  성분 좋아야 장교 될 수 있어
 
  군관(장교)들의 생활은 어떨까. 군관이 되려면 일단 성분이 좋아야 한다. 각 부대의 정치부가 그 후보를 고른다. 일반 병사로 6년 이상 복무한 병사 중, 가정 배경이 좋은 사람들을 골라 추천하는데, 이들은 각 군사교육기관으로 흩어져 교육을 받는다.
 
  강건군관학교, 최현군관학교는 두 곳 모두 4년제 기관이다. 이곳을 졸업하면 소위 계급을 받고, 소대장으로 복무할 수 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군관학교 재학 4년 내내 최우등 성적을 받으면 졸업 후 바로 중위가 된다.
 
  개천군사기술종합대학, 정주포군관학교, 김책공군대학, 리광공병대학, 리제순군관학교, 평양미림대학, 함경남도 마전군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 등은 기술부대와 기계화부대로 갈 군 간부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각 병종별 군사학교를 졸업하면 중위 계급을 받고 해당 부대에 배치된다.
 
  평양국방대학 졸업생들은 중위 계급을 받는데, 이 중 최우등 졸업생들은 상위 계급을 받는다. 군부대 내에서 활동할 정치일꾼은 김정일정치군사대학으로 간다.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동에 있다. 졸업 후에는 중위가 되고, 중대 정치지도원 직분을 받는다.
 
  군관 임명권은 군 관련 기관의 정치국이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총정치국 간부부, 국가안전보위부 정치국 간부부, 인민보안부 정치국 간부부, 제2자연과학원 당위원회 간부부다. 이 기관에서 임명할 수 있는 최고 계급은 대좌다. 소장부터 장성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만 임명된다.
 
  군관 임명권을 갖고 있는 기관의 공통점은 대학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안전보위부의 산하 대학으로 평양기술대학이 있다. 평양기술대학은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다. 인민보안부는 평양시 순안구역에 위치한 보안부 정치대학을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다. 평양국방대학은 제2자연과학원의 산하 대학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의 군사교육기관이 아닌 일반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도 군관이 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임명권이 있는 기관에서 가정 배경이 좋고 실력이 있는 졸업생을 골라 군관으로 뽑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군과 관련 없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이라도 당위원회의 추천을 받으면 군관이 될 수 있다.
 
  군관으로 복무하다 연대장이나 정치위원 이상 간부가 되려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재직반에 들어가야 한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은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다. 여기를 나오지 못하면 대대장이나 연대 참모급의 자리로 승진하기 힘들다. 더 위로 못 올라가고 나이가 들면 제대해야 한다.
 
  근무지도 중요하다. 중앙 군부대에서 복무하면 승진하기가 쉽다. 1년에 한 번씩 승진하기도 한다. 야전부대에서는 승진이 힘들다. 군관으로 복무하다 제대해 예비역이 되면, 1년에 한 번씩 보름 동안 해당 훈련소에 가서 조별로 교육을 받는다. 그 후에는 교도대나 노농적위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된다.
 
 
  장교 식량 모자라면 병사 식량 빼앗아와
 
지난 2009년 9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일의 모습.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미곡협동농장을 방문해 제대군관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독신인 군관은 합숙소를 배정받을 수 있다. 군정 지휘관들은 병사들과 함께 훈련에 참가하고 군관들은 따로 훈련을 진행한다.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제2자연과학원에 다니는 사람들 중 80% 이상은 살림주택 아파트를 배정받아 생활한다. 살림주택 아파트는 각 기관에서 별도로 소유하고 있다. 야전군의 군관들은 부대 주위에 있는 군관 사택을 배정받는다.
 
  군관들의 식량 사정은 일반 병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군관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정상적으로 배급을 받는다. 소장 이상의 계급부터는 원래 받는 월급에 더해 가족생활비로 2000원을 더 받는다. 배급은 해당 부대 지구에 위치한 군상공급소에서 받는다. 1년에 한 번 받는 군관식량 및 부식물 공급카드를 들고 가면 식량과 부식물을 주는 식이다.
 
  현재까지 북한에서는 아무리 식량 사정이 어려워도 군관들에게만은 거의 정상적으로 식량을 공급해 줬다. 만약 식량이 모자라면 병사들에게 공급할 식량을 집으로 가져가는 게 보통이다. 사실 군의 핵심 요직에 있는 정치 일꾼이나 간부부, 대열부 간부들은 중앙당에 있는 이들보다 훨씬 더 넉넉한 생활을 누린다. 뇌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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