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심층정보] 주민들은 필름사진기를 쓸까 디지털카메라를 쓸까 : 월간조선

2011년 10월 북한을 탈출해 올해 초 한국에 들어온 최명식(25)씨. 평안남도 남포 출신인 그는 중학교(한국의 고교) 졸업 후 5년 동안 사진사로 일했다. 《월간조선》과 ‘북한개혁방송’이 공동으로 진행한 ‘탈북자 심층인터뷰’에서 최씨는 “북한에서도 2009~2010년 사이에 필름사진기를 대신해 수자식 사진기(이하 디지털카메라)가 급격히 대중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사는 중국에서 만든 일본 브랜드 제품을 많이 사용하며, 사진관을 직접 운영하는 사람은 상당한 돈을 번다고 한다. 개인용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사진관에서 인화를 하며, 사진 크기는 5호(8.5×12.7㎝), 5호의 두 배 크기인 7호 그리고 15×21㎝인 8호 등이 있다고 한다. 최씨는 “남한처럼 결혼식이나 경조사가 있을 때는 기념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진사는 북한에서 선호 직업

―사진사가 되려면 별도의 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사진관에 들어가 배우면 됩니다. 제가 아는 분이 사진사였는데 수입이 굉장했어요. 그래서 저도 사진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지요.”

―사진사는 대부분 개인 사진관을 갖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월급제 사진사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지요. 사진관을 직접 운영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대개 북한에는 편의봉사기관(은덕원)에 사진관이 있는데요.

“저도 은덕원에 적(籍)을 두고 일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명의 사진사가 있어요. 사진관에 고용돼 일하면 개인적으로 손님을 받아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먼저 들어온 사람이 새로 들어온 사람한테 텃세를 많이 부리죠.”

―단속을 하지는 않습니까.

“걸리지 않으면 됩니다.”

―은덕원에 취직하기는 쉽습니까.

“아는 사람에게 부탁했지요. 소개비(뇌물)로 100달러 정도 들었어요.”

최씨에 따르면, 남포의 경우 사진관이 50여개 있다고 한다. 사진사 수는 이보다 더 많고 한 동네에 한 개 이상의 사진관이 있다고 한다.

―카메라는 주로 어떤 것을 썼습니까.

“수입품이었어요. 사진기에는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돼 있었는데 중국에서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제는 필름사진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디지털사진기를 씁니다. 디지털카메라가 훨씬 비싸지요.”

―카메라 중에는 어떤 회사 제품을 썼습니까.

“사진사들은 캐논을 많이 사용합니다. 개인이 직접 구입해 갖는 경우가 많고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큰 사진기(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는 적습니다. 일반인들은 중국산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최명식씨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메모리카드의 용량은 4GB짜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8GB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포토샵 7.0, HP 프린터 사용

북한에서 1~2월은 사진사들에게 대목이다. 설날, 대보름, 김정일 생일이 있어 손님이 몰리기 때문이다. 사진은 평양 시내에서 열린 김정일 생일 기념무도회에서 시민들이 춤을 추는 장면.

―언제부터 디지털카메라가 사용됐나요.

“2008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09~2010년 사이에 필름카메라 자리를 디지털카메라가 장악했지요. 1~2년 사이에 확 바뀌었어요. 디지털카메라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손처리(포토샵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처럼 북한에서도 디지털 사진을 포토샵 처리해요. 주로 사진관에서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수정해 줍니다.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많이 이용해요. 물론 돈을 더 내야 합니다.”

―보통 사진을 인화할 때 크기는 어느 정도입니까.

“증명사진을 빼고 제일 작은 크기가 5호입니다. 8.5×12.7㎝이지요. 그 위에는 5호의 두 배 크기인 7호가 있고, 15×21㎝인 8호도 있어요. 그 위에는 결혼식 때 많이 사용하는 A4호와 B4호가 있습니다. 가격은 5호가 북한 돈으로 200원, 7호는 300~400원 정도 해요. 북한에서 200원은 남한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2만원에 해당할 정도로 큰 돈입니다. 그런데 작년 북한을 탈출하기 직전에 사진값이 많이 올랐어요. 5호는 500원, 7호는 1000원, 8호는 2000원, A4호는 5000원, B4호는 1만원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값이 부족한 손님에게는 필름카메라로 찍어서 흑백으로 현상해 주기도 합니다.”

―북한 주민은 언제 사진을 가장 많이 찍습니까.

“아무래도 명절 때 많이 찍지요. 사진사 입장에서는 설날이 대목입니다. 연이어 대보름이 있고, 조금 지나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국경일이 있지요.”

―혹시 전문가용인 DSLR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

“본 적은 있습니다.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고요. 돈 있는 사진사는 고급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주로 결혼식 장면을 촬영할 때 이걸 써요.”

최명식씨는 “결혼식 주인공을 촬영하더라도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처럼 자세를 취해 상반신만 나오는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며 “설령 그렇게 찍었더라도 사진관에서 인화를 해 주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잘못했다가 걸리면 당국으로부터 혼이 난다는 것이다. 초상화 형식은 오로지 김일성, 김정일만 가능하다고 한다. 최씨에 따르면, 사진관 홍보용 사진이나 일반 광고용 사진은 모델의 자세도 검열 대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광고모델이 손가락으로 ‘승리’를 의미하는 ‘V’자나 ‘♡’표시를 했다면 단속에 걸린다. 젊은 남녀가 팔을 쳐들어 하트를 그리는 모습도 단속 대상이어서 사진을 인화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단속하는 조직이 따로 있습니까.

“감독대라는 곳에서 이 일을 하는데 보안서, 보위부 소속은 아니고 도시 환경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단속원들은 ‘이거 우리식이 아닌데 어디서 날날이처럼 이런 사진을 내거느냐’고 소리쳐요. ‘♡’ 표시를 하는 것을 사진관 앞에 걸었다가 단속에 걸려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돈을 많이 줬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인화합니까. 개인 사진관에 인화기계가 있습니까.

“HP(휴렛패커드) 제품을 주로 씁니다. 사진 인화가 잘돼 인기가 많습니다. 이 기계는 3만 달러짜리라고 하는데 일반 문서를 인쇄할 수도 있지만 가격이 안 맞아 인쇄는 잘 안 해 줍니다. 내가 아는 사진사는 HP 중고 제품을 250달러에 산 적이 있습니다.”

평양 유명 건물·외국을 배경으로 사진 조작

북한의 결혼축하카드. 영어를 병기한 것이 이채롭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포토샵을 통해 보정한다고 했는데 사진사들이 미국산(産) 포토샵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합니까.

“중국에서 들어오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고 일본에서 판매되는 정품이 원산을 거쳐 들어오기도 합니다. 저는 포토샵 7.0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정말 인기가 많습니다. 얼굴이나 옷, 배경까지 다 바꿀 수 있으니까요. 저는 노트북을 갖고 있었는데 포토샵을 설치해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손님들에게 돈을 더 받고 수정작업을 해 줬습니다. 물론 웃돈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젊은 애들이 사진 일을 많이 하고 싶어합니다.”

―사진 뒷배경으로 어떤 걸 선호합니까.

“화려한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멋있는 풍경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북한에는 평양을 제외하고 멋있는 건물이 별로 없는데 외국 배경이나 평양의 좋은 건물을 배경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흑백사진을 천연색 사진으로 해 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컴퓨터 작업을 하는 데 불편하지 않던가요.

“사람은 환경에 따라 적응하기 마련입니다. 낮에 직장에서 일할 때 노트북을 충전해 집에 가져가서 씁니다. 두 시간 정도 작업할 수 있지요.”

―일반 주민들도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있습니까.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직접 찍은 사진은 어떻게 인화합니까.

“사진관에 가져오지요. 초창기에는 손님들에게 ‘평양에서 인화해 온다’며 거짓말을 쳐서 비싸게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합니다. 사진사들이 많으니까요.”

―북한에서 사진관을 직접 운영하면 잘사는 편에 속합니까.

“물론입니다. 잘나가는 식당을 운영해도 사진관 하는 사람만큼은 못 벌 겁니다.”

―사진관에 고용된 사진사들은 대략 얼마씩 버나요.

“하기 나름이지요. 명절기간이면 많이 벌고, 봄이나 가을에 결혼식이나 행사가 많을 때 돈 좀 만집니다. 모내기 기간에는 별로 못 벌어요. 저의 경우 작년 1~2월에 450달러를 벌었어요. 많이 번 겁니다. 결혼식 촬영도 돈이 되지요. 한번에 100달러 이상을 남깁니다.”

金日成 동상 앞에서 결혼 사진 촬영

북한의 신혼부부들은 김일성 동상 앞에서 결혼 기념촬영을 한다.

―결혼식 사진은 주로 어떤 장면을 많이 찍습니까.

“결혼 사진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신부집을 먼저 찾아가 찍습니다. 그 다음에 신랑 가족들을 찍지요. 그 다음에 김일성(金日成) 동상이나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가 촬영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그런 후 결혼 당일 장면을 촬영합니다. 결혼식을 집에서 할 때는 신부집과 신랑집을 주로 찍습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예식을 올릴 때는 신랑신부 입장 사진, 큰상 받는 사진, 결혼 주례사 장면 그리고 노래하고 노는 사진을 주로 찍습니다. 남한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 장면도 최근 들어 찍기 시작했습니다. 식장에 입장할 때는 남한과 달리 신랑신부가 같이 들어오고, 그 옆에 들러리 각 한 명씩, 그 뒤에 양가(兩家) 부모가 따라 들어옵니다. 요즘은 야외사진을 찍을 때 동영상 촬영도 많이 합니다.”

―CD(콤팩트디스크)와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중 어느 것을 많이 씁니까.

“중국산 CDR(콤팩트디스크레코드)을 주로 사용합니다. 용량은 대략 1~2시간짜리가 많아요. 사진관에서 사진첩과 동영상 편집까지 해 줍니다.”

―돈벌이가 꽤 되겠군요.

“동영상 편집은 대부분 평양에 있는 사진관에 의뢰합니다. 지방에는 CDR 단속이 심해서요. 기술적으로도 평양이 뛰어납니다.”

―동영상 CD를 제작하는 데 비용은 얼마입니까.

“100달러가 넘어요. 그래도 평생 한 번이니까 신혼부부들이 많이 해요.”

―일반 가정집에 DVD 플레이어가 대부분 보급돼 있습니까.

“TV가 있는 집은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됩니다. 플레이어에는 USB(휴대형저장장치)를 꽂을 수도 있는데 USB에 남한 노래나 남한 드라마를 담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한 노래인지도 모르고 즐겨 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05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남한 방송이 한동안 잡혔습니다. 저녁 무렵 북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찌지직’ 하더니 조금 있다가 남한 방송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몇 달 동안 남한방송이 잡혔고 이 소식이 당국에 들어갔는지,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TV를 가져오라더니 주파수를 다시 고정해 버리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아예 안 나왔습니다.”

아파트 물사정 나빠 우물 만들기도

―컴퓨터 검열은 지금도 여전히 실시합니까.

“남한 영화를 언제, 몇 분 동안 봤는지를 적발하는 특수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것을 컴퓨터에 설치해 돌리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검열하기 전에 돈을 주고 단속을 피하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은 휴대하기 좋고 검열을 피하기도 좋은 노트북을 선호합니다.”

―북한에 있을 때 단독주택에 살았습니까, 아파트에 살았습니까.

“못사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파트 2층에 살았는데 남한의 아파트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전기와 수돗물이 형편없습니다. 물이 제대로 안 나오니까 아파트에는 우물이 따로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모아 우물을 파는 겁니다. 그런데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수질이 안 좋아요. 이 물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돗물이 나올 때면 아파트에는 전투가 벌어집니다. 서로 물을 받으려고요.”

최씨는 “주민들의 삶이 이처럼 어려워도 교육열만큼은 남한과 비슷하다”고 했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이나 당간부 자제들은 대부분 과외를 받습니다. 과외비로 한 달에 쌀 20~30kg을 주는데 과외선생은 현직 교사들이 많고 대학 교수들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중국어(中國語) 열풍이 불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대학생들이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