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건의 ‘내가 살던 평양’ ① 북한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의 성장배경 : 월간조선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는 2006년 3월 평양시 중구역 종로동 소재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4월 평양시 만경대구역 금성동에 있는 금성학원 전문부(한국의 전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예술영재 전문학교인 금성학원에는 전문부 외에도 소학반(초등학교)과 중학반(중·고등학교)도 있다. 금성학원 중학반의 2002년 이전 명칭은 금성제1고등중학교(금성1고중), 현재의 금성제1중학교는 2002년까지 금성제2고등중학교(금성2고중)로 불렸다.

1990년대 후반 기자가 다녔던 중학교에서 도보로 15∼20분을 가면 금성2고중에 도착할 수 있다. 여학생이 70∼80% 정도였던 금성2고중에는 평양 출신 학생만 입학할 수 있었으며 학생 대부분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중앙당) 간부의 자녀이거나 평양시 ‘상류층’ 집안의 자녀였다.

금성2고중 여학생들은 빼어난 미모와 몸매를 자랑했으며, 교복까지도 맵시 있게 입을 줄 알았다. ‘음악 하는 여자’, ‘간부집 딸’, ‘상류층 아가씨’ 등이 이들을 가장 잘 특징지을 수 있는 표현이다. 현재까지도 이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금성2고중 여학생들과 사귀는 것은 평양시내 사춘기 남학생들의 ‘최대 로망’이었다.

중학생 시절 기자는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금성2고중 근처에 있는 만수대예술극장 앞 분수공원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 이 분수공원은 서울의 홍대앞과 같이 평양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연애명소다. 금성2고중 여학생들도 끼리끼리 모여 이 분수공원에 자주 놀러 왔다. 당시 소위 ‘명문학교’를 다녔던 기자도 금성2고중 여학생들을 만나려고 이곳을 ‘뻔질나게’ 찾았다.

우리는 금성2고중 여학생들을 만나러 갈 때면 “금성 여자애들 걸치러 가자”고 말했다. ‘걸치다’라는 용어는 문자 그대로 ‘가로질러 걸리다’ 또는 ‘어떤 물체를 다른 물체에 얹어 놓다’라는 의미로 ‘이어지다’, ‘맞닿다’ 등과 비슷한 표현이다. 서울 식으로 하면 ‘헌팅’이나 ‘꼬신다’의 의미랄까.

한국의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만큼 평양에서 인기가 많은 ‘금성2고중 여자애들’과 이래저래 엮였던 경험이 있는 기자로서는 “금성2고중에 대해 대충은 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2002년까지는 금성제2고등중학교로 불렸고 현재는 금성제1중학교로 불리는 리설주의 모교는 말 그대로 귀족학교다.

2012년에 촬영한 금성제1중학교(원안). 사진 우측의 기와 모양 건물은 인민대학습당, 왼쪽 신도시는 최근 새로 건설된 창전거리다.

파격 공연과 함께 등장한 20대 ‘퍼스트레이디’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은 지난 7월 6일 노동당과 군부의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평양에서 새로 창단한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했다. 다음 날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관람한 모란봉악단 공연 영상을 내보냈다. 평양에서만 방영되는 ‘만수대’ 채널과는 달리 조선중앙TV는 지방의 일반 주민도 시청할 수 있는 TV채널이다.

이날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한 모란봉악단 공연 영상은 그동안 ‘자본주의 황색바람 차단’을 고집해 왔던 북한 당국의 문화정책에 비춰 봤을 때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늘씬한 여성 연주자들은 북한 가요 외에도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가인 ‘Gonna Fly Now’와 ‘My Way’ 등 ‘자본주의 대표곡들’도 연주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월 16일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한 평양음악대학 교원(교수)과 학생들의 반응을 전했는데, 이 대학의 최단 교수는 “우리 인민의 구미에 맞는 민족 고유의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신 김정은 동지의 말씀을 다시금 깊이 새겨 보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받아들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북한의 문화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서구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연주자들의 의상과 미국 곡들까지 무대에 올린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파격적인 공연의 막 뒤에 북한의 20대 퍼스트레이디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 영상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공연 무대에 오른 곡들과 록키가 등장하는 배경화면에 놀라기도 했지만, 김정은의 옆자리에 앉은 묘령의 여인이 누구인지에 많은 관심을 두기도 했다. 북한은 당시 이 여성의 얼굴은 공개했지만, 이 여성이 누구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혹자는 이 신원 미상의 여인이 모란봉악단 관계자라는 추정도 내놨으며, 많은 사람은 그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유일신(神)인 최고지도자 바로 옆에 앉아서 관람석 팔걸이에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의 친인척밖에는 없다는 것이 이 주장의 근거였다.

리설주 배경 놓고 정보 혼선

《조선대백과사전》에 실린 금성1고중(위)과 금성2고중.

북한에서 김일성(金日成)의 본처 김정숙이 사망한 1949년 이후 60여 년 동안 영부인을 일반에 공개한 적은 1994년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김성애(金聖愛·김일성의 후처)의 모습을 비춘 것 외에는 없었다는 것도 이 여성이 김여정이라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였다.

이 젊은 여성은 모란봉악단 공연 영상이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인 7월 8일 북한 TV에 또 등장했다. 이날은 김일성 사망 18주년으로, 김정은은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할아버지의 시신에 참배했다. 조선중앙TV가 내보낸 영상에서는 이 젊은 여성이 뒷줄에 서 있는 다른 고위간부들과 달리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절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는 같은 달 15일 오전 김정은이 이 여성과 함께 평양 창전거리에 새로 지은 경상유치원을 방문한 영상을 내보냈는데, 이 여성은 유치원 어린이에게 뽀뽀를 하는 등 거리낌 없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정은과 다정한 미소도 주고받는 등 이 여성의 자연스러운 행동은 세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때부터 우리 정보 당국도 이 여성이 김정은의 부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 여성이 김정은의 부인이라는 사실은 며칠 후 북한 매체가 스스로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25일 김정은이 새로 건설된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한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원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다”고 전했다. 많은 의혹을 낳았던 미모의 여성이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란 사실이 밝혀지고 그의 실명이 공개되자 한국에서는 리설주의 출신배경에 대해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북한전문가는 리설주가 청진시 수남구역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으며 그의 부친은 대학교수이고 모친은 의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사실 김정은의 장인이 청진의 한 대학 교수이고 장모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주장은 작년 10월 한 대북 인터넷 매체가 가장 먼저 내놨다. 이후 여러 가지 추측과 주장들이 합쳐지고 다듬어져 김정은 부인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된 이후 “북한 퍼스트레이디는 청진 출신이고, 대학교수와 산부인과 의사 사이에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김일성大 출신 가능성은 ‘제로’

지난 8월 29일 김정은과 함께 동부전선 시찰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와 인민무력부 청사 앞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살펴보고 있는 리설주. 이날 그녀는 미국 티파니의 열쇠 목걸이(약 480만원)와 스위스 모바도 손목시계(약 120만원) 등을 착용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국정원은 리설주의 출신배경에 대해 그가 김일성대 출신이라는 주장과 모순되는 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리설주의 실명이 공개된 바로 다음 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리설주는 1989년생이며 평범한 가정 출신에 평양시 중구에 있는 금성제2중학교를 졸업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리설주가 지난 2005년 8월 31일∼9월 5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리설주가 예술계 영재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국정원의 입장이다.

조선중앙TV는 2005년 8월 31일 “남조선의 인천에서 진행되는 제16차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할 금성학원 오정훈 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청년학생협력단이 오늘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리설주가 포함된 청년학생협력단 단장인 오정훈 금성학원 원장은 2001년 5월 당시 금성제1고등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뒤 현재까지 금성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인민교원, 노력영웅, 교수, 박사다. 오정훈이 이끈 청년학생협력단에는 금성학원뿐 아니라 평양음악대학, 평양무용학원의 여대생들과 금성제1중학교와 창전중학교 등에서 성악과 무용을 전공하는 여학생들도 포함됐다.

예술영재학교 출신의 리설주가 김일성대에 진학했다는 것은 분명한 모순이다. 김일성대에는 예술 관련 학과가 없으며, 따라서 예술영재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김일성대에 입학할 수 없다. 물론 예술영재학교 출신도 몇 년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현직생’이란 카테고리로 분류돼 김일성대에 입학할 수는 있으나 리설주가 현직생으로 김일성대를 다녔을 확률은 현재로선 ‘제로(0)’다.

기자는 리설주가 인천을 방문했던 2005년 당시의 사진을 보고 그가 예술영재학교 출신이 맞다고 확신했다. 사진에서 리설주는 검은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모습이었는데 저고리 왼쪽 가슴 위에 김일성 배지와 학교 배지를 달고 있었다. 북한에서 배지가 있는 학교는 대학을 제외하고는 영재학교뿐이다. 북한의 대학들은 자기 대학 이름이나 로고가 새겨진 배지를 각자 제작해 학생들이 달고 다니도록 했다. 대학생이 아님에도 학교 배지를 단 중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과학영재학교나 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이다.

기자가 중학교에 다녔던 1990년대 후반 평양에서 배지를 가진 학교는 평양제1고등중학교, 동평양제1고등중학교, 창덕학교와 같은 과학영재학교와 금성제1고등중학교(만경대구역 금성동 소재), 금성제2고등중학교(중구역 종로동 소재)와 같은 예술영재학교뿐이었다. 같은 계열의 학교인 금성제1고등중학교(금성1고중)와 금성제2고등중학교(금성2고중)는 학교 배지의 모양이 거의 같다.

금성제1중학교는 귀족학교

리설주가 처음 공개석상에 나타났던 지난 7월 6일 모란봉악단 공연에선 짧은 미니스커트와 ‘킬힐’ 등 파격적 의상의 단원들과 ‘미키 마우스’, ‘곰돌이 푸’ 등 미국의 디즈니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리설주가 달았던 학교 배지는 ‘금성’ 계열 학교의 배지다. 또 과학영재학교 여학생들에게는 한국을 방문하는 응원단이나 청년학생협력단에 선발될 수 있는 자격을 전혀 주지 않는다. 이로부터 16세의 나이(중학교 재학 나이)에 학교 배지를 달고 나타났던 리설주는 예술영재학교 출신일 수밖에 없다.

한편 국정원이 밝힌 내용 중에서 리설주가 예술영재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은 맞지만 ‘금성제2중학교’라는 학교 이름은 정확하지 않다. 리설주가 중학교에 다녔다는 2005년 당시 ‘금성제2중학교’라는 이름의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현재도 북한에는 이러한 명칭을 가진 학교가 없다. 현재 평양에 있는 예술영재 중학교는 금성제1중학교(과거의 금성2고중)와 금성학원(과거의 금성1고중) 2곳뿐이다.

이 두 학교는 원래 금성고등중학교에서 갈라져 나온 학교다. 금성고등중학교의 전신인 금성중학교는 남산고급중학교 이후 최초로 북한에 세워진 특수학교다. 김정일(金正日)이 다녔던 남산고급중학교가 북한의 고위간부 자제들을 위한 귀족학교였다면 금성중학교는 예술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한 최초의 특수학교였던 것이다.

금성중학교는 1966년 11월 1일 학생들의 과외교육 기관인 평양학생소년궁전(중구역 종로동 소재)의 부속학교로 세워졌다. 학교는 창설 초기 평양학생소년궁전 내부에 자리를 잡고 예술적 재능이 있는 평양시내 학생들을 입학시켜 중등교육을 했다.

1974년 4월 중구역 종로고등중학교와 통합하고 그곳으로 위치를 옮겼다가 1982년 2월 평양학생소년궁전 후면에 새로 지은 학교청사로 다시 옮겼다. 초기에는 중등교육기관으로 창설됐던 금성고등중학교는 1982년에는 인민반(4년), 중등반(5년), 전문부(당시 4년제)를 병설해 3개의 학교와 13년제의 학제를 가진 종합학교로 발전했다.

‘금성’은 김일성의 청년 시절 별명이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할 때 금성(金星)처럼 민족의 앞날을 비추는 영웅이란 의미에서 인민들이 그를 금성으로 불렀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북한은 1974년 청년 간부를 양성하는 기존 사로청대학의 명칭도 김일성의 청년 시절 별명을 붙여 ‘금성정치대학’으로 바꾸기도 했다.

국정원의 실수

최초로 김일성의 별명을 붙인 금성중학교는 그 위상이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수령’에 대한 충성심 역시 모든 학교의 모범이었다. 금성고등중학교 교원(교사)과 학생들은 1982년 4월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맞으며 《대를 이어 길이 전하렵니다》란 제목의 덕성문예집을 제작해 김일성에게 선물로 올렸다.

1987년 2월에는 김정일의 45회 생일을 맞아 《주체예술의 미래를 키워주시어》란 제목의 덕성실기집을 출판해 김정일에게 선물로 올렸다. 금성고등중학교에서 만든 《덕성문예집》과 《덕성실기집》은 한동안 북한 전역의 학교에서 학생교양 자료로 사용됐다.

금성고등중학교는 1974년 ‘천리마학교’의 칭호를, 1987년 4월에는 ‘김일성훈장’과 ‘영예의 2중붉은기학교’ 칭호를 받았다. 이후 금성고등중학교는 1990년 9월 1일 금성1고중과 금성2고중으로 갈라졌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맞으며 만경대구역에 새로 건설된 광복거리에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이 세워지면서 평양에 두 개의 소년궁전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성1고중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부속학교로, 금성2고중은 평양학생소년궁전의 부속학교로 개편됐다. 기존에 금성고등중학교에 있던 인민반과 전문부(2∼3년제)는 금성1고중에 속해 만경대구역에 새로 지어진 학교 청사로 이사 가고 금성2고중은 6년제 고등중학교로 남았다.

북한은 2002년 9월 과거 5∼6년제였던 대학의 학제를 모두 4년제로 바꿨으며, 초등교육기관인 ‘인민학교(4년제)’를 ‘소학교’로, 중등교육기관인 ‘고등중학교(6년제)’를 ‘중학교’로 명칭을 바꾸는 등 교육시스템을 일부 개편했다. 즉 과거의 평양제1고등중학교는 ‘평양제1중학교’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교육시스템 개편에 따라 중구역에 있는 순수 중등교육기관인 금성2고중은 ‘금성제1중학교’로, 만경대구역에 있는 종합학교 형식의 금성1고중은 ‘금성학원’으로 학교 명칭이 달라졌다.

금성학원은 북한의 예술영재 전문학교로, 학교는 현재 소학반(한국의 초등학교)과 중학반(한국의 중고등학교), 전문부(한국의 전문대), 컴퓨터수재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리설주가 졸업한 중학교는 과거의 금성2고중(현재의 금성제1중학교)으로 국정원은 이 학교의 명칭을 ‘금성제2중학교’라고 밝히는 실수를 했다. 아니, 실수가 아니라 금성중학교로부터 금성학원으로 이어져 내려온 이 학교의 46년 역사를 국정원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예술·정보기술 인재 육성의 거점”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응원단으로 참가한 리설주의 모습.

같은 뿌리를 가진 이 두 학교의 이름이 바뀐 것은 최근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중앙TV는 올해 4월 2일 북한 학교들의 개학 소식을 전하며 “새 학년도를 맞이한 오늘 창덕학교, 평양제1중학교, 금성학원, 금성제1중학교를 비롯한 시 안의 중학교들에서도 개학모임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평양시내 대표적인 영재학교의 이름을 밝힌 것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엘리트 교육기관인 금성제1중학교와 금성학원은 2000년대 이후에도 북한 당국의 많은 관심과 지원 속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김정일의 지시로 2000년대 들어 이 두 학교에는 ‘컴퓨터수재반’이 꾸려졌고 컴퓨터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평양의 상류층이 이 두 학교의 컴퓨터수재반에 자녀를 보냈다.

북한 당국은 2009년 3월 30일 금성학원에 컴퓨터수재반을 위한 새로운 교사와 기숙사를 지어 줬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열린 준공식 소식을 전하며 “연건축면적 약 8000㎡에 달하는 교사와 기숙사에는 교실과 호실, 식당 등이 최상의 수준에서 훌륭히 꾸려져 있다”며 “당의 은정 속에 교사와 기숙사가 일떠섬으로써 나라의 정보산업을 떠메고 나갈 인재들을 더 잘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금성학원을 “나라의 예술 및 정보기술 인재 후비(後備·앞날을 대비해 준비하는 사람) 육성의 거점”이라고 자랑한다.

금성제1중학교도 최근에 와서 새롭게 리모델링됐다. 2009년 9월 11일 조선중앙방송은 금성제1중학교에 교사와 기숙사가 새로 건설된 소식을 전하며 “연건축면적 5400㎡에 달하는 교사와 기숙사에는 교실과 강당 호실 식당이 최상의 수준에서 꾸려져 있다. 준공식이 10일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은 금성제1중학교와 금성학원에 똑같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같은 뿌리를 가진 두 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오래 전부터 미묘한 갈등이 존재해 왔다.

북한 당국이 과거의 금성2고중 명칭에 있던 숫자를 1로 바꿔 ‘금성제1중학교’로 이름을 단 것은 이 학교가 과거의 금성중학교, 즉 금성 계열 학교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금성제1중학교의 바로 옆, 중구역 종로동 장대재 언덕에는 평양학생소년궁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평양학생소년궁전은 1963년 9월 북한에서 최초로 세워진 ‘소년궁전’으로, 이를 본보기로 이후 북한의 각 도, 시, 군 소재지에 학생 과외교양기관인 소년궁전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최초 평양학생소년궁전의 부속학교로 설립됐던 금성중학교가 ‘조상’이라면 금성제1중학교(과거 금성2고중)는 ‘적자(嫡子)’, 1990년에 갈라져 나온 금성학원(과거 금성1고중)은 ‘서자(庶子)’인 셈이다. 금성제1중학교의 교원·학생들은 2003년에 금성고등중학교의 적통(嫡統)을 이어받은 자부심을 담아 《장대재의 푸른 하늘》이란 제목의 작품집을 제작하기도 했다.

같은 계열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하는 ‘금성학교’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월 1일 공개한 김정은과 리설주가 평양 창전거리의 ‘해맞이식당’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팝콘을 먹는 리설주가 팔에 낀 클러치백 브랜드는 프랑스 크리스천 디오르(약 18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성학원 학생들이 ‘서자’ 소리를 들으면 분명히 싫어할 테지만, 실제로 기자가 1990년대 후반에 만났던 금성2고중 학생들은 금성1고중 학생을 ‘촌놈’이라 부르며 매우 깔보곤 했다. 금성1고중이 평양시 변두리의 만경대구역에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금성2고중 학생들이 금성1고중 학생을 무시한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금성1고중은 전국의 영재들이 입학할 수 있는 학교로 지방 출신의 예능(음악, 미술, 서예 등) 영재들도 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금성1고중의 후신인 금성학원은 북한의 중앙급(級) 예술영재학교로 지방 출신 학생들도 많이 입학시키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2011년 4월 1일 금성학원의 새 학년도 개학소식을 전하면서 이 학교에 입학한 지방 출신 학생의 부모를 인터뷰해 내보냈다.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 청송 3동에서 사는 고성옥은 “지방의 평범한 노동자 집안의 딸인 우리 류경이가 온 세상이 다 아는 금성학원에 입학했으니 그 고마움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구역에 남은 금성2고중은 평양시급(級) 예술영재학교로 평양시내 학생들에게만 입학 자격을 줬고, 재학생 대부분은 평양시 중구역, 보통강구역, 모란봉구역, 평천구역 등 학교 주변 지역 출신이었다. 이 지역들은 평양의 ‘강남지역’이라 할 수 있는 서(西)평양지구에서도 간부, 사업가, 돈 많은 재일교포가 끼리끼리 모여 사는 부자동네다.

중구역 창광동에는 한국의 청와대 격인 중앙당 간부들이 모여 산다. 중앙당 간부들의 아파트가 밀집된 창광거리는 평양의 ‘얼굴’이다. 또 중구역 동흥동에는 군 장성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가 있다. 보통강구역 신원동, 경흥동 등에는 북한에서의 시장 확대와 중국과의 교역 등으로 많은 돈을 번 신흥부자와 사업가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모란봉구역과 평천구역에는 일본의 친척들이 송금한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재일교포들이 주로 모여 산다.

그래서 대부분이 간부나 부자 등 ‘상류층’ 집안의 자녀인 금성2고중 학생들은 지방 출신과 평양시 ‘중산층’ 출신 학생이 대부분인 금성1고중 학생을 깔봤다. 물론 금성1고중 학생들은 생활수준의 차이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금성2고중 학생을 싫어했고 “우리는 중앙급 학교지만 너희는 시급 학교”라는 식으로 자기 위안을 했다.

매일 우유 마시고 쌍꺼풀 수술도 해

금성2고중 학생들은 ‘귀족의식’에 젖어 있다. 금성2고중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베토벤, 쇼팽, 차이콥스키 등을 공부했으며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알리 맥그로우, 라이언 오닐 주연의 1970년대 미국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제곡) 같은 명곡들을 매일 연습곡으로 삼았다. 성악을 전공한 학생들 역시 부모들이 외국에서 들여온 외국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기량을 쌓았다.

일반 북한 주민은 꿈도 못 꾸는 우유를 매일 마시며 성장한 금성2고중 여학생들은 대부분 피부가 하얗고 키가 늘씬했다. ‘자연미인’이 대부분이지만, 쌍꺼풀 수술을 한 여학생도 많았다. 이들은 질 좋은 옷감으로 몸에 딱 맞게 지은 교복을 맵시 있게 입고 다녔으며 방과 후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놀러 다녔다.

장신구 착용을 금지하는 학교생활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면 이들은 부모나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귀걸이와 목걸이를 걸고 소파에 기대어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나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로 외국영화를 즐겨 보곤 했다. 같은 부류의 친구들과 함께 외화식당(외화로만 결제하는 식당)에 밥 먹으러 가거나 볼링 하러 가는 것도 이들의 여가활동 중의 일부였다.

리설주는 2000년 즈음에 이 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 리설주가 이 학교에 한창 다니고 있던 2002년에 금성2고중은 금성제1중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따라서 그에게는 ‘금성2고중’이란 이름이 익숙했을 것이다. 아마도 인천에서 리설주를 만났던 사람들은 ‘금성2고중’이 ‘금성제2중학교’의 줄임말인 줄 알았던 것 같다.

리설주는 2006년 3월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그가 인천에 청년학생협력단 일원으로 왔던 2005년 9월 당시 중학교 6학년이었기 때문이다. 금성제1중학교를 졸업한 리설주는 그해 4월 만경대구역에 있는 금성학원 전문부로 진학했다. 2007년 5월 중앙일보 기자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이 금성학원을 방문했을 때 리설주는 이미 금성학원 전문부 학생이었다. 이들 방문객이 리설주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사람들 등 뒤로 ‘금성학원’이란 학교의 팻말이 보인다.

이후 리설주는 2008년이나 2009년쯤 금성학원 전문부를 졸업하고 나서 2009년에 새로 창단한 은하수관현악단에 전속 가수로 소속돼 김정일과 김정은이 관람하는 무대에도 나섰고, 김정은의 눈에 들어 하루아침에 북한 최고의 여성으로 부상했다. 예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는 북한에서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또 상류층 자녀가 대부분인 금성제1중학교와 같은 ‘귀족학교’를 졸업한 리설주는 평양의 상류층 출신일 수밖에 없다.

‘평범하지 않은’ 집안 출신

국정원이 밝힌 것처럼 리설주가 ‘평범한 집안의 출신’이라면 그는 아마도 중학생 시절 귀족학교가 아닌 금성1고중(현재 금성학원 중학반)을 다녔을 것이다. 물론 ‘평범하다’는 기준이 장성택(張成澤)이나 최룡해(崔龍海) 같은 핵심 권력 엘리트를 제외한 중앙기관 간부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면 기자는 국정원의 발표에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

리설주가 일각의 주장처럼 청진 출신이라면 평양 출신만 입학 가능한 금성2고중에 입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의 부친이 대학교수이고 모친이 의사라면 리설주는 금성2고중 같은 귀족학교는 고사하고 중산층 출신도 입학할 수 있는 금성1고중에도 다니기 어려웠을 것이다.

많은 남한 사람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북한을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교수와 의사가 한국처럼 중상류층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노동당의 ‘지식인 혁명화’ 방침으로 엄격한 조직생활을 강요당해 장사는 꿈도 못 꾸고 오로지 국가가 주는 월급과 식량 배급에만 의존하는 북한의 대학교수와 의사의 생활수준은 그야말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평양의 지식층들은 배급이라도 받지만, 지방대학 교수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다. 2001년 경제개선조치 이후 박사 학위를 가진 대학교수의 월급이 당시 북한 돈 4000원 정도였는데, 시장에서 쌀 1㎏이 1000원을 넘었다. 한 달 봉급으로 쌀 4㎏을 사는 게 전부인 생활이 이어지니 지방대 교수들은 궁핍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박사 학위가 있는 청진의 한 여교수가 오전에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오후에는 시장에서 국수 장사를 했다”는 등의 증언은 이미 많은 탈북자를 통해 한국 사회에 알려졌다. 또 많은 북한의 의사들은 환자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유엔기구들에서 북한 병원에 무상 지원한 약품들을 시장으로 빼돌려 팔아먹으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혹시라도 교수의 아내가 장사 능력이 탁월하거나 젊은 교수가 장가를 잘 간다거나 하면 그 가정은 그런대로 중상류층으로 도약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남편이 교수이고 부인이 의사라면 그 가정은 정말 답이 없다. 현재까지도 북한 지식인들의 생활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귀하게 고이 자라 거침없는 행동

확실한 것은 리설주가 금성2고중에 입학했다는 2000년경 지방대 교수와 의사들의 생활은 위에서 말한 그대로라는 것이다. ‘머리에 먹물만 든’ 저소득층인 교수·의사 부부가 자녀를 평양의 중학교에, 그것도 돈이 많이 드는 예술계 특수학교에 보냈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경천동지할 일이다. 기자는 평양에서 대학을 다닐 때 김일성대, 김책공업대학, 평양의학대학 등에 다니던 지방대 교수나 의사의 자녀가 대학생활 용돈이 없어 열등감을 느끼다 못해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간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여기서 잠깐,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 한 가지 짚어 줘야 할 부분이 있다. 위에서 청진 출신의 고성옥이란 여성의 딸 류경이 작년 4월 평양 금성학원에 입학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를 소개한 바 있다. 고성옥은 자신들이 ‘노동자 집안’이라고 말했다. 아마 꼼꼼한 독자라면 “대학교수나 의사의 자녀도 엄두를 못 내는 예술계 특수학교에 노동자의 딸이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한 데가 북한이다.

지방에서는 일반 공장·기업소에 노동자로 적을 두고 중국과의 교역이나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무늬만 ‘노동자’인 이들 중에는 사람들을 고용해 사업하는 실질적인 사장님도 있고, 엄청난 달러를 모은 부자도 많다. 물론 이들은 공장에 적을 둔 대가로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공장에 상납해야 한다.

북한에서 장사하는 자유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사실 ‘노동자’만의 특권이다. 그러니 장사할 자유도 없는 교수나 의사들이 장사하는 ‘노동자’보다 더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은 북한에서는 당연한 이치다. 오히려 리설주가 교수나 의사의 자녀가 아니라 지방의 돈 많은 ‘노동자’의 자녀라는 주장이 나왔다면 그편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리설주가 상류층 출신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행동거지와 패션감각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북한 매체에 10여 차례 공개된 리설주는 최고지도자 옆에서 ‘일자바지’를 입고 팔을 앞뒤로 내흔들며 걷거나 스스럼없이 남편의 팔짱을 끼는 등 그 행동에 거침이 없다. 그의 표정에서는 북한의 중산층 출신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의 그늘 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리설주는 ‘귀한 집’에서 고이 자란 사람처럼 인상이 밝고 긍정적인 마음의 소유자처럼 보인다. 2005년 인천을 찾았을 때 리설주는 당찬 모습도 보여줬다.

화려해진 패션에 김일성 배지도 실종

리설주의 패션감각도 북한의 기준에서는 수준급이다. 열쇠모양 장식이 달린 목걸이나 브로치를 착용한 모습, 명품 가방을 자연스레 끼고 다니는 모습은 그의 가정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최근 리설주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도 달지 않고 등장했다. 그는 첫 등장 이후 얼마 동안은 김일성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옷차림이 점점 더 밝아지고 화려해지면서 그의 왼쪽 가슴에서 김일성 배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기자가 평양에 살 때 좀 ‘노는’ 여성들이 김일성 배지를 달면 패션이 망가진다며 화려한 옷을 입을 때 일부러 배지를 떼고 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다. 그들은 청년동맹 단속반에 걸리면 한 번쯤 사상비판 받을 각오를 하고 김일성 배지 없이 평양 시내를 활보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나, 북한에서 가장 파워 있는 여성으로 지목돼 왔던 김경희(金敬姬)까지도 항상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다녔다. 김일성 배지를 떼고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리설주야말로 북한 최고의 파워우먼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아무리 퍼스트레이디라고는 하지만, 그의 행동거지나 패션 등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리설주가 평양의 귀족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올해 7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외국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의 개인적인 작품일 수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세계 명곡과 외국영화를 경험한 ‘감각 있는’ 리설주가 뒤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 본다.

기자는 상류층 출신인 북한판 ‘내조의 여왕’ 리설주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며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변화되는 상상을 해 본다. 북한 주민들에게 리설주가 한 가닥 희망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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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건의 ‘내가 살던 평양’ ① 북한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의 성장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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