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심층정보] 김정은 등장 이후 집단餓死 사태 발생한 황해도 곡창지대 : 월간조선

2011년 12월 김정일(金正日)이 사망한 후 최근까지 북한 황해남도 주민 2만여명이 집단적으로 굶어 죽었다는 얘기는 과연 사실일까? 황해남도 지역은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다른 지역보다 식량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아사자(餓死者)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작년 7월 탈북(脫北)해 한국에 들어온 최영철(가명)씨는 “식량이 부족한 건 맞지만 그보다 주민 수탈(收奪)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결함이 근본 원인”이라며 “체제가 민주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곡창지대에서 대량으로 굶어 죽는 주민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영철씨는 황해남도 해주시 인민위원회 지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업무상 황해남도 연안군·배천군·청단군·벽성군·강령군·옹진군 등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를 돌아다니며 주민들로부터 쌀을 포함한 각종 농산물을 거둬들이는 일을 해 왔다. 최씨는 《월간조선》과 북한개혁방송(대표 김승철)이 공동으로 진행한 ‘탈북자 심층인터뷰’에서 곡창지대 주민이 굶어 죽는 역설적이고도 괴기한 상황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히 설명했다.

최씨는 “특히 올해 3~4월에 죽은 사람이 아주 많다”며 “해주시 인근 ○○군 ○○리에서 300명이 굶어 죽었고 12살 미만의 어린이와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많이 죽었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 시체(屍體)를 드럼통에 쓸어 담아 야산(野山)에 내다 묻은 일이 흔했다고 한다. 최씨는 이 같은 최신 정보를 북한 해주지역에 있는 지인(知人)들에게서 직접 전해 들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4월 김일성(金日成) 출생 10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의 군사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벌였다. 지난 6월에는 ‘소년단 창립 66주년’을 맞아 북한 전역에서 소년단원 2만명을 선발해 평양으로 데려와 먹을 것을 주고 평양 시내를 구경시켰다. 함경도 지역 소년단원의 경우 비행기까지 동원해 평양으로 수송했다. 김정은 체제 구축을 위한 ‘쇼’였다.

이런 지상(地上) 최대의 ‘쇼’를 벌이는 데 들어간 돈과 식량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무기·마약·위조달러 거래와 주민 수탈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 교수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민주적인 국가에서는 집단아사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한 나라, 한 지방 주민이 집단적으로 굶어 죽는 아사(餓死)사태는 독재체제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아마티아 센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북한 김정은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굶어 죽는 북한 주민을 살려낼 방법이 따로 없다. 유일한 방법은 체제전환, 곧 민주주의 정부로의 전환만이 가능할 것이다.

탈북자 최씨는 “북한 사람들은 태아 때부터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를 봐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둘 다 죽었다. 신(神)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김정은한테는 큰 타격이다. 북한 사람들은 이제 김정은을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 대장님은 천재적이다’ ‘3살 때부터 총 쏘고 운전했다’며 선전하는데 지나친 선전이 김정은에게 독(毒)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는 “북한 정권은 배고픔을 악용해 정치하는 집단”이라며 “사람이나 짐승이나 굶주림은 못 참는다. 주민들의 배고픔이 체제붕괴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했다.

다음은 최씨의 증언을 일괄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황해도는 지금이 ‘고난의 행군’ 시기

독일 의사 폴러첸이 2001년 황해도 해주의 한 고아원을 방문해 굶주린 어린아이들을 촬영했다.

황해남도 해주시에 식량배급이 끊기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처음에는 한두 달 간격으로, 곧이어 다섯 달 간격으로 배급이 끊기더니 6~7년 전부터는 아예 없어졌다. 배급이 끊긴 후에는 후보지(候補地)에 콩이나 강냉이를 조금씩 심어 자체 공급하곤 했다. 후보지란 전쟁 등 유사시에 공장, 기관 등이 대피하기 위해 만든 장소로 여기에 농사를 짓는다.

황해도 연안군·태천군, 특히 연선지구(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으로 DMZ 북측 지역)는 정말로 먹을 것이 없다. 남한에 와서 놀란 것은 개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개구리 울음 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북한에는 개구리까지 다 잡아 먹어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내가 살던 북한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그곳의 삶은 너무나 참혹하다. 봄철이 되면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학교를 못 간다. 그러니 울매(산에 나는 초목의 일종) 뿌리를 캐 먹고, 파뿌리 캐 먹고, 쑥을 뜯어 먹는다. 풀과 풀뿌리를 너무 많이 캐 먹으면 풀독(毒) 때문에 부어 오르는데 너무 부어 얼굴과 목의 경계가 없어진다.

어린아이들은 개구리를 좋아한다. 봄철에는 올챙이나 작은 개구리를 잡아 감자 순, 풀 등을 넣어 죽을 끓여 먹는다. 이것도 세 번 이상 먹으면 메스꺼워 먹지 못한다. 어린아이들은 이 음식을 먹다가 독이 올라 시름시름 앓다가 죽기도 한다. 이렇게 죽을 경우, 북한에서는 “굶어 죽었다”고 하지 않고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까지 굶어 죽은 사람에 포함시키면 50% 정도는 더 늘어날 것이다.

황해남도에서도 산골에 속하는 신원군·태탄군·안악군·신천군 지역은 굶어 죽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왜냐하면 야산이나 산속에 화전(火田) 식으로 밭을 일구어 먹을 것을 자급하기 때문이다.

황해도 지역은 6월이 가장 힘들다. 감자도 안 나고 밀보리도 안 난다. 이때 5~12살 아이들이 막 쓰러져 나간다. 보통 한 개 리(里-남한의 면단위와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음)에서 1년에 15~20명 정도가 죽는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어른까지 포함하면 보통 한 해 30~40명은 죽을 것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는 더 많았다.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제일 많이 죽는다. 30~40대 성인(成人)은 바다에 나가서 조개를 잡거나 강도짓이라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와 노인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황해도에서는 지금이 ‘고난의 행군’ 시기이다. ‘고난의 행군’이란 1995~ 1998년의 기간으로 김일성 사망 후 발생한 식량난으로 300여만명이 굶어 죽은 사건을 말한다. 1995년 당시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황해도 사람들은 굶어 죽지 않았고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그런데 오히려 아주 어렵다. 약 4~5년 전부터 힘들기 시작했는데 남한에서 비료와 쌀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당 간부들은 더 많은 양을 군량미 명목으로 수탈해 갔다.

올 봄 황해도에서 농민들이 많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작년에 작황이 나빠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민들이 갖고 있던 것을 바싹 조였기(강제로 뺏어갔기) 때문이다. 황해남도 농민들은 해마다 자신들이 생산한 식량을 당과 군, 보위부, 보안서, 검찰소 간부들에게 빼앗긴다. 당과 군 간부들은 농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징수(徵收)해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농작물을) 뺏기지 않으려고 집안 곳곳에 몰래 숨겨 놓는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당의 감시가 심해졌다. 과거에 비해 훨씬 심해졌다. 올해로 예정됐던 김일성 탄생 100주년, 강성대국 선포 등 대형 국가행사가 있어 엄청 심하게 뺏어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주민들이 먹을 것 없이 겨울을 버티다가 결국 이번 봄(춘궁기)에 집단으로 죽었다.

총 들고 논 지키는 북한 군인들

2005년 5월 31일 평양시 락랑구역 정백협동농장에서 노병들이 모내기하는 농장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볍씨 종자가 모자라 모내기를 촘촘히 하지 못하고 있다.

황해남도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4군단의 경우, 지금쯤 군량미가 떨어져 밥 한 끼에 감자 6~8알로 해결할 것이다. 아침과 점심은 감자로 때우고 저녁은 국수나 강냉이밥을 먹을 것이다. 감자밭은 요즘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주민들은 감자밭을 지키느라 잠을 못 잘 것이다. 왜냐하면 군인들이 밤에 몰래 와 도둑질해 가기 때문이다. 군대도 도둑질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 중대장이나 소대장이 밤마다 부하들에게 감자를 훔쳐 오라고 시킨다.

야밤에 텃밭에 있는 감자를 캐다가 죽은 군인들도 적지 않다. 군인인 줄도 모르고 밭주인이 쇠스랑(농기구)으로 찍어 죽이는 것이다. 군인이 죽으면 군인이 소속된 부대가 복수를 한다고 떼로 몰려와 그 집을 죽탕(폭행)내기도 한다.

매해 봄이 되면 협동농장에 알곡 생산계획이 하달된다. 예를 들면 리(里) 단위의 농업협동농장에 “○○협동농장의 농경지가 100정보(1정보는 3000평)이니까 1정보당 6t씩 총 600t을 생산하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수확량은 절대 달성할 수 없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높은 목표치를 내려보낸다. 그러고는 가을이 되면 생산량이 계획량에 못 미치니까 수확물을 모두 가져간다. 군량미가 부족한 판인데 농민들한테까지 분배할 것이 없다. 그래서 농사 짓는 사람이 굶어 죽는 것이다.

중앙에서 배분한 계획량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협동농장 1정보에서 생산한 쌀 6t 중에서 70%가 군량미이고 10%는 일반 노동자, 20%는 농민 몫이다. 그런데 실제로 가을에 수확한 알곡량이 많아야 4t, 적으면 2t에 불과하다. 중앙에서 계획한 양 6t보다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식량을 주지 않는다. 농민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면 수확하기 전에 ‘평뜨기’(3.3㎡에 대한 단위당 수확고 판정)를 한다. 평뜨기를 하면 정확한 수확량(t)이 나온다. 국가 계획으로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졌다 해도 가을에 접어들면 평뜨기를 해 실제 수확고를 중앙에 보고한다. 이것을 토대로 수매양정성(收買糧政省)에서 군량미를 배분한다.

황해남도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특수기관들이 가장 먼저 와 수확한 알곡을 접수해 간다. 호위국(김정은 경호부대), 대남연락소(간첩훈련 및 파견기관), 공군사령부, 잠수함부대, 국가안전보위부, 지하철도 총국 등 힘센 기관이 모두 가져가니까 전연군단(DMZ에 배치된 군단)은 가지고 갈 것이 없다.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면 전연군단 소속 군대가 농촌에 직접 나온다. 벼를 수확하기 전부터 군인이 “이 논의 벼는 우리 것이다”라며 총을 들고 벌판을 지키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협동농장에서 수확한 벼를 탈곡할 때는 군인들이 탈곡장을 둘러싸고 엄하게 감시한다. 탈곡이 끝나면 볏짚으로 둥그렇게 묶은 보관터를 만들고 그곳에 벼를 5t, 10t 단위로 저장한다. 당연히 군인들이 경비를 선다.

“고기 좀 가져다 놔, 그럼 눈감아 주지”

북한에선 농민은 농사만 짓고 처분권은 군부대가 갖는 그야말로 선군정치 체제이다. 가을만 되면 협동농장의 논과 탈곡장 등 농촌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군부대끼리 식량 쟁탈전을 벌이고 또 농장원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도둑질을 서슴지 않는다.

황해남도에는 51사단이 있는데 이 부대는 인민군대 후방총국이다. 후방총국은 쌀·고기·소금 등 일체의 식량공급을 담당한다. 51사단은 “○○부대는 연안군 ○○리로 나가라”며 식량배정 지역을 할당한다. 하지만 협동농장은 한정돼 있고 군부대는 많아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협동농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군부대는 협동농장의 작업반 1~5번이 관장하는 논을 차지한다. 두 번째로 도착한 부대는 6~10번의 논을 차지하고 경비를 선다. 그런데 세 번째 군부대가 들어오면 자신들이 가져갈 논이 없게 된다. 이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총격전까지는 아니어도 서로 주먹으로 치고받는 일은 많다. 이런 사태가 험악해지게 되면 군 검찰인 경무대에서 나와 조사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로 싸우면서 논에서 수확한 벼를 모조리 가져가기 때문에 농민들은 가을에 받아야 할 배분량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어떻게 식량을 마련하겠는가. 방법은 훔쳐 먹는 수밖에 없다. 올해 황해도 지역 농민들이 대량으로 굶어 죽은 것은 훔쳐 놓은 식량을 모두 빼앗겼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2호 창고(전쟁식량 창고)란 것이 있다. 농민들이 먹고 일할 수 있도록 2호 창고에 있는 식량을 미리 꾸어주는 것이다. 군당 책임비서는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에 식량을 꿔주면서 “이자는 안 받을 테니 1대1로 갚으라”라고 제안한다. 그러면 협동농장 측은 농사일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1일 200~300t의 통강냉이를 준다. 농민들이 마지못해 농사를 짓다 보니 모내기도, 김매기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가을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벼를 수확하고 탈곡할 때 벼 한 줌이라도 몰래 가져가려고 야단이다. 벼이삭이 누렇게 되면 마구 베어다가 먹는다. “가을 논의 벼는 벼락 맞은 소고기”라는 말이 있다. 주인이 누구든 상관없이 몰래 베어 먹는다. 가을 벼는 다른 식료품이나 생필품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기도 하다.

가을철이면 해주시(市)나 기타 도시 지역 사람들은 돼지·술·담배·빵 등을 들고 농촌으로 몰려간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벼를 주고 식료품과 담배를 구입한다. 거래는 물물교환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1㎏에 벼(정미하지 않은) 10㎏으로 교환하는데 벼 5단(1단이 대략 2㎏)을 주면 돼지고기 1㎏을 먹을 수 있다. 농민들은 이때다 하면서 평소 먹지 못한 것들을 사정없이 바꿔 먹는다.

물론 모든 논에 군인들이 경비를 선다. 하지만 군인들도 이때가 아니면 돈을 벌 기회가 없기 때문에 돈만 주면 누가 얼마를 가져가든지 눈감아 준다. 혹 누가 볏단을 훔쳐 가다가 잡히더라도 “고기 좀 가져다 놔. 그럼 눈감아 주지” 하고 봐주는 식이다.

해주 출신 탈북자가 전하는 황해도發反체제 사건들

꽃다발 위장 폭발물·해골바가지·만경대 사립문 사건

집단아사(餓死) 사태가 발생한 해주지역은 반(反)체제 의식이 강하다. “장군님을 받들어 모시자”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 반대다. 해주에서는 살인사건도 적지 않다. 정치적 성격을 띠는 사건은 보위부가 별도로 처리한다.

일요일마다 해주운동장에서 군중심판을 연다. 대략 30~4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중 한두 명은 살인범이다.

총살은 공개적으로 한다. 지난 3월 28일 도(道) 무역국장과 보험과장이 총살당했다. 보통 총살하기 일주일 전 포고문을 시내 곳곳에 붙인다. 당과 행정기관을 동원해 주민들을 총살 현장에 의무적으로 참석시킨다. 소학교, 중학교 학생까지 참여해야 한다. 과거에 공개총살할 때 5만~6만명이 모인 경우도 있었다.

해주시에는 1년에 3~4차례 공개총살이 자행된다. 대개 2명을 대상으로 처형시키지만 많으면 3~4명, 적으면 1명을 총살시키기도 한다.

해주에는 반체제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2010년 7월 8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김일성 사망을 추도하는 날이었는데 김일성 동상이 있는 공원에서 꽃다발로 가장한 폭발물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보위부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원에 간 시간과 누구랑 같이 갔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일부에서는 폭탄이 아니라 일반 꽃다발이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꽃다발은 실제 폭발물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상한 유언비어들이 아주 크게 돌았다.

2010년 9월에는 해골바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해주 시내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 3대 위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화강석으로 세운 것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글씨를 새겨 놓은 것이다. 여기에 해골바가지가 매달려 있었다.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어린 소년들이었다.

이 사건 외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에 돌을 던져 박살낸 사건도 있었다.

재작년에 발생한 ‘만경대 사립문’ 사건은 북한 전역에 퍼졌다. 평양 외곽에 있는 만경대는 김일성의 생가(生家)로, 북한 최고의 성지(聖地)로 여겨진다. 그런데 남한의 안기부로부터 사주를 받은 김책공대 학생이 만경대 생가의 사립문을 일부 떼냈다는 것이다. 김책공대 학생은 안기부로부터 7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사전에 3만5000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일이 발각돼 변사체가 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인민보안상이 해임됐다고 한다.

반체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적질 못하는 게 머저리, 잡히는 게 반푼이”

2008년 3월 19일 촬영한 사진. 남한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한 쌀이 북한군 최전방 부대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이때는 군대고 백성이고 한마음이 되어 도둑질한다. 이런 식으로 논에서 수확한 벼가 사라지는 양이 절반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논 1정보당 실질 수확량 2~4t 중에서 약 2.5t 정도가 사라진다. 황해도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이 가을 수확기에 몰래 감추는 벼의 양은 대략 1.5~2t이다. 이렇게 훔친 벼 중에서 검찰소·군대·당·보안서 등이 실시하는 각종 검열로 회수되는 양이 30% 정도 된다.

협동농장의 반장들이나 관리원들도 “도적질 못하는 게 머저리, 잡히는 게 반푼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만 아니면 개인적으로 해먹을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해먹으라고 한다. 그래야 다음 해에 농사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에서 배급을 안 줘도 이런 식으로 먹고산다.

이렇게 가을에 훔친 벼를 잘 지켜 내야 1년을 살 수 있다. 때문에 농장원들은 벼를 숨기기 위해 온갖 방법과 수단을 총동원한다. 북한 가정집은 방안에 구들장이 있는데 구들 밑을 크게 파고 비닐로 습기를 방지한 후 그 안에 벼를 넣어 흙으로 덮은 다음 그 위에 구들을 놓고 장판을 덮는다. 또 이불장에도 벼를 몰래 숨겨 놓는다. 이불장 한가운데 수확한 낟알을 넣고 겉을 솜으로 싸 이불을 만든 후 보관하기도 한다. 어떤 집에서는 돼지우리 밑을 파고 벼를 묻거나 김장독에 넣어 두고 그 위에 김치를 놓기도 한다.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다 동원한다.

국가에서도 농장원들이 도둑질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은 그대로 놔 둔다. 그러다 어떤 빌미를 씌워 벼를 강제로 빼앗아 간다. 세대마다 1t 이상씩 갖고 있는데 이것을 회수하는 온갖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집집마다 뒤지면 이미지가 좋지 않으니까 먼저 정치사업을 내건다. 그런 후 30~50㎏씩 내놓지 않으면 가택(家宅)수사에 들어간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는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도둑질을 많이 한 사람이 애국자가 된다. 식량이 부족할 때 정부에서 1인당 50㎏씩 내놓으라고 요구할 때 성심껏 잘 내면 그 사람은 열성분자가 되는 것이다. 평소 고지식하고 착해서 도둑질을 못한 사람은 낼 것이 없으므로 당에 충성하지 않는 나쁜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린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전당, 전민이 다 도둑놈’일 수밖에 없다.

해마다 가을 수확기가 되면 북한 당국은 농민들이 훔쳐 간 벼를 찾겠다고 나선다. 1개 리에 담당보안원 1명이 있고 군(軍) 보안서에도 1명이 있는데 이들은 농민들이 숨겨 놓은 벼를 목표량만큼 찾아내야 한다. 단속반을 동원해 구들장을 뜯고, 돼지우리를 들춰 숨겨 둔 벼를 빼앗아 간다. 북한 당국도 식량배급을 하지 못한 사정을 감안해 마구잡이로 수색을 하지는 않는다. 당 기관에서 영장을 발급받아 가택수사를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봄철에도 이런 저런 ‘그루빠(팀)’라고 해서 검열 조직이 많지만 가을에는 훔쳐 간 벼를 찾고 빼앗기 위한 검열조직이 훨씬 늘어난다. 도당(道黨) 차원에서는 ‘식량수호 그루빠’를, 인민위원회(행정기관)에서는 ‘48상무’를 조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검찰소, 보안서도 별도로 식량 찾기와 빼앗기를 위한 별도의 조직을 둔다. 그루빠 조직원들은 자신들도 해 보았던 일이라 검열 대상자를 보면 ‘저 집에는 벼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챈다.

준엄한 가을, 피 어린 가을

군량미가 모자라는 북한 군부대는 농민들에게서 식량을 강탈하거나 자체적으로 밭을 일궈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숨기는 자와 찾으려는 자 사이의 대결은 굉장히 살벌하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가을만 되면 ‘준엄한 가을’ ‘피 어린 가을’이라고 한다. 훔친 사람들은 그것을 지켜 내야만 하고 국가에서는 그것을 뺏으려고 한다. 농민들은 훔친 벼를 어떻게든 보존하고 사수해야 한다. 여기에 이듬해 생존이 달려 있다. 지키면 삶이요, 빼앗기면 죽음이다.

북한 당국은 가을철에는 개인이 일정한 양 이상의 쌀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한다. 김일성이 죽고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가을에 쌀 2㎏ 이상을 들고 다니는 게 금지돼 있다. 시내는 물론 산길이나 들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 검열을 당할지 모른다. 추석 명절을 다른 지역에서 보내기 위해 햅쌀 2㎏을 소지하려면 우선 협동농장 작업반장한테 ‘2㎏을 가지고 떠난다’고 수표(허락)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보안원과 양정사업소에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 후에야 다른 군(郡)으로 넘어갈 수 있다. 타 도(道)로 넘어갈 때에도 승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벼를 훔치는 사람은 농민들만이 아니다. 보안서와 검찰소, 보위부 사람들도 역시 벼를 훔쳐 착복한다. 협동농장의 간부들은 오히려 농민들보다 더 많은 양의 벼를 착복한다.

황해남도에서 100t을 수확했다 치면 이 중에서 반장, 리당비서, 관리위원장, 군당비서, 농장원 등이 도둑질해 사라진 양이 수확량의 절반인 50t에 달한다. 나머지 50t은 국가가 가져간다. 국가에서 가져가는 벼의 대부분은 군량미로 사용된다.

가을이면 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착복해 먹을 수 있다. 리 간부들, 리당비서 같은 사람은 1년에 30~40t씩 감춰 놓는다. 이런 사람들은 집에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협동농장의 장부에 올려 놓고 농장 정미소나 탈곡장, 창고 등에 감춰 둔다. 협동농장의 작업반장은 실무 권한을 갖고 있어 기본적으로 30~40t씩 처리한다. 작업반장은 군당에 있는 웬만한 과장보다 권한이 세다. 분조장은 힘이 없어 반장이 생각해 주면 해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다.

협동농장 간부들이 벼를 착복해 먹는 방법은 따로 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가마니를 쓴다. 여름에 노인들을 시켜 가마니를 짜는데 볏짚으로 짜는 가마니 1개당의 표준 무게는 2.5㎏이다. 그런데 그중에는 가마니 1장의 무게가 3.5~4㎏ 정도 나가는 것들이 있다. 이런 가마니를 사용하면 한 가마니당 1.5㎏의 벼를 적게 넣어도 된다. 이렇게 빼돌린 벼를 반장이나 관리위원장이 착복하는 것이다.

또 군부대나 양식준비위원회 간부들도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 농장의 벼 수확과 탈곡을 책임지고 일하는 간부들과 “너희도 먹고 나도 먹자”는 식으로 미리 짜고 벼를 밀반출해 착복한다. 협동농장의 반장들은 자기 차로 빼내면 감시에 걸리기 때문에 군량미를 수송하러 나온 군용트럭에 실어 빼돌린다. 작업반장이나 관리위원장, 리당비서, 군당비서 등 힘 있는 간부들은 이렇게 빼돌린 쌀을 군 양정사업소의 창고에 넣어 두거나 군부대 검찰과 짜고 군부대 내부 창고나 검찰소 건물에 갖다 놓아 은밀하게 보관한다. 군부대는 보안서가 함부로 단속을 못하기 때문이다.

반장이나 관리원장, 당비서, 군당 간부들, 인민위원회 간부들과 군당기관, 검찰소, 보안서 등 권력기관 책임자급 간부들과 핵심부서 간부들은 북한에서 굉장히 잘산다. 옛날 지주(地主)도 그렇게는 못 살았을 정도로 잘산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리당비서나 관리위원장은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의 생산품·여자·재산 모두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내 것이라고 해도 그런 사람들이 내놔라 하면 내놓아야 하는 곳이 북한이다.

弱肉强食의 사회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한 탈북자의 그림. 소의 똥에 섞인 낟알을 주워 먹었던 북한 주민을 채찍질하려던 간수가 그를 물구나무 세운 후 배를 발로 차서 토하게 하고 있다.

북한에서 농업 생산량이 높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노동자나 농민은 생산권만 있고 처분권이 없다. 생산의욕이 바닥인 것이다. 둘째, 충분한 비료와 기름이 없다. 셋째, 종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6~7년 전만 해도 1정보에 볍씨 종자(種子) 150㎏을 줬다. 그런데 국가에서 주는 볍씨 종자가 점점 줄어들어 작년에는 80㎏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가가 협동농장에 직접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너희 협동농장이 옹진군에 가서 벼종자 30t을 실어 가라’는 식이다.

종자를 실으러 가면 기름만 드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에게 밥과 술을 먹여야 하고 담배도 사 줘야 한다. 그러니 종자를 팔아 이것저것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종자가 모자라 모내기를 한 논과 안 한 논이 구분이 안될 정도다. 4년 전만 해도 평당 120주(포기)가 들어갔는데 요즘 협동농장 논에는 평당 30~40주밖에 안 들어간다. 이런 식의 엉터리 농사가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북한 농촌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어렵게 생산한 곡식을 가을이면 농민은 살기 위해 볏단을 빼돌리고 군부대와 당간부들은 자기 배 채우려고 농민 식량을 빼앗아 간다. 짐승들처럼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강탈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