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북한의 “3~4분 내 초토화” 협박은 어떤 형태의 도발일까 : 월간조선

지난 4월부터 북한의 공갈협박이 도를 넘었다. 지난 4월 23일에는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육두문자(肉頭文字)를 섞어가며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방법으로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도발대상도 정부는 물론 언론까지 지목하고 있다. 저질(低質) 육두문자야 저들이 늘상 쓰는 욕설이라 하더라도 너무 고약하고, 내용으로만 봐도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임에 다름 아니다.

김정은, 강력한 대남침략역량 물려받아

그 이유와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오랜 굶주림과 핍박으로 분노가 심장에 내연(內燃)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겨우 28세의 어린 지도자를 내세워 3대 세습을 정착시키려니 그 어려움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국제사회의 비웃음도 마음에 걸리고, 10년 햇볕정책에 잘못 길들여진 북한이니 차제에 한국에다 지원을 강요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어린 지도자의 3대 세습’이라는 난제를 눈앞에 둔 북한이, 임계점(臨界點)에 다다른 북한주민의 분노를 긴장으로 억압하면서, ‘광명성 3호’로 악화된 국제사회의 압박을 모면하고 발사 실패로 실추된 체면을 세우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교란하고 우리의 대북정책을 ‘햇볕정책’으로 바꿔보려는 깡패외교(brinkmanship)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실제 도발도 분명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공갈협박과 도발은 서로 이어져야 효과가 있는 북한 ‘깡패외교’의 핵심 구성요소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북한이 살아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북한체제는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먹고살 수가 없고,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기 전에는 항구적 체제위기를 벗어날 길도 없게 돼 있다.

적화통일을 하겠다면서 한국에 “미안하지만 도와달라”고 손을 벌릴 수도 없고, 한미연합사가 버티고 있는데 전면 남침한다고 해서 이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핵과 군사도발, 간접침략 같은 다양한 도발수단을 잘 조합해서, 한편으로는 깡패외교로 공갈을 쳐서 식량이든 에너지든 경제지원을 강요하고, 그것으로 한국사회를 교란하며 적화통일의 기회를 엿보아 온 것이 햇볕정책 10년간 북한이 살아온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 기본 틀을 바꾸지 않는 한, 도발은 계속될 것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金正日)에게서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대남(對南) 침략역량을 물려받았다. 196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심어놓은 친북좌익 세력만도 결코 만만치 않고 그 외에 핵에다 다양한 재래식 군사력, 사이버전 능력, 그리고 심리전 등 김정은은 매우 체계화되고 치명적인 침략역량을 물려받은 것이다.

북한이 도발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장차 북한이 핵 국가로 자리를 잡는 날에는, 특히 가장 강력한 억제력인 한미연합사마저 해체되고 나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게다가 요즘 북한의 협박은 아주 구체적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니 혹시 도발의 성공을 위해서, 협박으로 인한 긴장이 풀릴 때까지 몇 개월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오늘이냐 내일이냐가 문제일 뿐 도발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복합적 테러’의 가능성

북한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도발을 일으킨 서남전선지구에 있는 인민군 제4군단 사령부 예하 군부대들을 시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도발일까? 전문가마다 차이가 크다. 3~4분 안에 특정대상을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협박을 생각하면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및 야포 같은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23일자 《노동신문》에 ‘혁명무력의 특별행동’ 운운하면서 ‘방사포 발사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인공격기를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잔뜩 격앙돼 응징보복을 다짐하고 있는 지금은 책임소재가 금방 드러날 수 있는 형태의 도발은 북한도 좀 부담스러울 법하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배합한 제한적 무력도발 방식이나 쉽사리 책임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예컨대 수천에 달하는 사이버 전사(戰士)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도 그 중 하나다.

전문가 중에는 ‘만약 북한이 타임 밤(time-bomb)을 장착한 스턱스넷(제어시스템 악성코드) 같은 것으로 최악의 사이버 도발을 해온다면 단순히 청와대와 정부의 행정망이나 언론사들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고 비행기와 선박들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혼란시키는 정도를 넘어서서 한국전력, 서울메트로, KTX, 인천공항, 증권거래소 등 한국의 주요 기반시설을 동시에 통째로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들의 협박에서 쉽게 연상되는 또 하나의 도발은 테러다. 북한은 그동안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부대를 육성해 왔고, 이들의 침투에 유용한 잠수함정과 반잠수정 같은 수송수단들도 넉넉히 확보하고 있다. 때마침 우리 한강 대(對)침투 철조망이 제거되고 있다니 어쩌면 한강을 통한 단거리 수중침투도 한결 더 용이해졌을지 모른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폭파나 테러 같은 형태의 공격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간단한 공격만 받아도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는 독침(毒針) 테러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보수적 오피니언 리더 몇 명만 피격을 당하면 북한의 침략이 아무리 극렬해도 아무도 입도 뻥긋 못할 것이다.

사회 기간시설 테러 같은 것들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통신망, 전력망, 지하철 등에 대한 테러가 계속되면 우리 사회는 크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특히 한국에는 LPG나 유류 화학가스 저장소 같이 간단한 공격만으로 대규모 인명이 살상되고 국가 재난적 피해를 입힐 시설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만약 이런 곳이 공격당하면 그것만으로도 거의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여수 엑스포도 부담스럽다.

북한이 ‘연평포격을 넘는 수준’과 ‘언론’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은 데서 ‘복합적인 테러’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예컨대 북한이 핵으로 위협해서 우리의 손발을 묶어놓은 채 이런 다양한 테러를 복합적으로 전개하면서 그와 함께 종북(從北) 세력들로 하여금 언필칭 ‘평화’를 내세워 우리의 대응 의지를 마비시키는 등 적극 내응(內應)하게 하는 것이다.

계속 그러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광우병(狂牛病) 따위도 국정을 마비시키고 나라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곳이 이곳 대한민국이다.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사회가 패배주의적 공황에 빠져들어 자칫 자유 대한의 미래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굳이 연합사를 상대로 전면전쟁을 하지 않고도 적화통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사실상 ‘전면전쟁’ 못지않은 위협인 셈이다. 실제로 오늘 저들의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고 다양한 대남도발 역량과 한계에 다다른 북한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제는 체제의 운명을 건 일대 모험적 도발을 꿈꿀지도 모른다.

미국의 국토안보부와 같은 기구 창설 적극 고려해야

2010년 11월 23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십 발이 떨어져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미사일이나 방사포보다 규명이 어려운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금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 군 관계자가 지난 4월 23일 “한미연합군은 연합 감시자산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고,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철저한 연합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서도 정부시설은 물론 거론된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특별 경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어렵다. 우리 군과 경찰의 자세와 역량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평도 사태 같은 국지도발이라면 군에서만 잘 대비하면 되지만, 특히 시설 테러 같은 것은 군대만으로는 안 된다. 필자는 과거 수도권 주요 군 지휘관 시절 이런 위협에 대해 1년 반을 노심초사(勞心焦思)했지만, 신통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결론은 군대만이 아니라 국정원, 경찰, 행정부서 등 국가의 제반 역량들을 두루 총결집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기경보 체계나 국민행동 요령 같은 사회적 대비태세도 잘 정비하는 등 국가의 총체적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적극적 참여는 특히 중요하다. 수많은 시설을 효과적으로 경계하려면 군과 경찰만으로는 턱도 없고, 평소 전체 국민이 다 함께 깊은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다. 잘 훈련된 국민의 대처능력은 유사시 피해를 막거나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방부에서 경찰과 행정부서 등 국가 기관들을 함께 아울러 대비태세를 주관하고 국민을 교육시키는 이런 일들을 모두 담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의 국토안보부(DHS: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나 러시아의 비상사태부(EMERCOM) 같은 기관들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창설된 것이다.

하물며 세계 테러집단과 대규모 자연재해 재난 등 범세계적 공통의 위협에 더해, 18만 북한 특수전력(特殊戰力)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더욱 더 그래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야말로 미국의 국토안보부와 같은 기구의 창설을 적극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 준(準)하는 비상기획위원회 기능마저 없애버렸다. 이제 와서 갑자기 전담기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더라도 국정원이 중심이 되든 어떻게든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국가의 총체적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은 시급하다.

도발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

더욱 중요한 것은 아예 북한이 도발을 못 하도록 억제하는 일이다. 그런데 억제(抑制)란 원래 상대에게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감히 도발을 못 하게 하는 평화 유지방법’이다. 그래서 만약 도발을 당하면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6·25 전쟁 휴전 이래 전쟁을 선포했어야 할 만한 수많은 도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제대로 응징하거나 책임을 묻지 못했다. 원인이 분명한 천안함 사태를 두고는 서로 갈등하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변을 겪기도 했다. 북한으로서야 도발이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한 대 때려 놓으면 보복은커녕 벌벌 떨면서 자기들끼리 싸움질이나 하니 말이다. 그뿐인가? 때로는 더욱 겁내며 이런저런 명분으로 쌀과 에너지 등을 퍼주기에 바빴다.

그러니 이제 와서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도발을 겁내도록 새삼 버릇을 바로 가르치려면 그만큼 더 단호한 응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자면 긴장은 일시적으로 훨씬 더 고조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에 이제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특히 도발에는 응분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걱정하듯이 ‘전면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한미연합사가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 그러나 전면전쟁을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국가적·국민적 각오와 용기, 그리고 결집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가 있고, 특히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우리 사회가 흔들리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만약 도발하면 저들이 감수할 수 없을 만큼 단호하게 응징당할 것임을 확실히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국지도발에도 협력하기로 한 것이나, 지난 4월 우리 지상군의 미사일 전력 무력시위 그리고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같은 것도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중국과 같이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통로를 통해 ‘군사도발은 물론 시설 테러 등 어떤 형태의 도발에 대해서도 반드시 단호하게 응징 보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통고해 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당장의 억제효과는 물론 필요시 전 세계에 우리의 응징보복 공격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이니까.

이런 노력들보다도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국민의 확고한 ‘도발 대처 의지와 효율적 대비태세’ 그리고 특히 ‘범국민적인 단호한 응징보복 의지와 용기’일 것이다.

궁극적 대비책은 자유통일뿐

아무리 철저하게 해도 완벽한 대비, 완벽한 억제란 불가능한 것이 통상이다. 또 기본적인 한계도 있다. 예컨대 북한 핵은 북한의 간접침략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은 군사도발을 부추기고 촉발시킬 것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적화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대처할 길은 있느냐? 솔직히 북한을 해체시키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설사 우리가 핵을 갖는다 해도 도움은 되겠지만 완벽한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북한 핵을 그대로 두고는 안전과 평화는커녕 우리가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말이다. 햇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됐다. 이스라엘처럼 폭격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늦은 것 같다.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2007년 2월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 2차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반도의 자유통일’뿐이다.

핵뿐만이 아니다. 북한 간접침략도 그렇다. 세계 최강 미국도 월맹은 내버려두고 베트콩만 상대하다가 패배하고 말았듯이, 우리도 평양에 박혀 있는 뿌리를 파내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종북세력을 완전히 쓸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그뿐 아니라 사이버 침략, 테러 등 북한의 그 외 모든 도발이 다 마찬가지다. 북한에 저런 체제가 존재하는 한, 도발은 계속될 것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칼날을 벼리고 핵을 만드는데, 우리는 굳이 동맹이나 허물고 군대나 줄이며 안보태세를 흔들고 있으면, 특히 온 국민이 헛된 선동에 휘둘려 광우병 시위에나 떨쳐나서고 천안함 사태 때처럼 북한의 도발에도 서로 갈등만 하고 있으면 마침내는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로 우리 미래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중차대한 시점이다. 우선은 북한이 우리의 경고를 두려워하게 하고 우리 국민을 결집시키는 리더십과 그 못지않은 국민적 지혜와 용기가 절실하다.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미래를 꿰뚫어보는 전략적 예지(叡智)와 민족사적 사명감 그리고 큰 용기를 갖춘 지도자와 그에 준하는 국민적 깨달음이 더없이 소망스러운 때다. 국가를 대개혁하고 역사를 바꾸는 ‘영웅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말이다. 원래 민주정치라는 것은 포퓰리즘에 휘둘리기 쉬운 법이지만, 결정적인 운명의 시대에 너나없이 포퓰리즘적 복지만 찾고 ‘따뜻한 리더십’만 내세우고 있으니 그것이 더욱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