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축 체제(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무인폭격기) 구축은 북한의 도발을 막는 ‘최종병기’다. 이를 위해 제3차 차대세전투기사업(F-X), 즉 제5세대 전투기 구입을 앞당기면 된다. 해군은 계획 중인 KSS-Ⅲ급 잠수함을 조기 건조해 사용하면 된다. 지상에서 운용될 플랫폼은 이동식 발사대 정도이며, 기존의 유도탄사령부를 대폭 확대·개편해 3축 체제의 지상임무를 부여하면 된다.
⊙ 北, 현재 사거리 8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 개발에 욕심
⊙ 2001년 개정된 ‘新미사일가이드라인’은 시대상황과 동떨어져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않아
金泰宇
⊙ 61세.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한영과) 석사.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위원장, 책임연구위원, 국방선진화추진위원 역임.
⊙ 現 통일연구원장.
⊙ 저서 :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미국의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
⊙ 北, 현재 사거리 8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 개발에 욕심
⊙ 2001년 개정된 ‘新미사일가이드라인’은 시대상황과 동떨어져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바람직하지 않아
金泰宇
⊙ 61세.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한영과) 석사.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위원장, 책임연구위원, 국방선진화추진위원 역임.
⊙ 現 통일연구원장.
⊙ 저서 :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미국의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
- 한국형 구축함에서 국산 대잠 미사일 ‘홍상어’가 시험 발사되고 있다. 홍상어는 2009년 개발이 완료됐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간에는 일반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조용하게 진행된 두 가지 협상이 있다. 하나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이며, 다른 하나는 ‘신미사일가이드라인(New Missile Guidelines)’의 내용을 고치기 위한 협상이다.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은 농축, 재처리 등 한국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요소들을 담고 있어 이를 개정하는 것은 한국 원자력산업의 오랜 숙원이었다. ‘신미사일가이드라인’도 한국 미사일 사정(射程)거리를 제약하는 문서로, 북한의 미사일 파워와 맞서야 하는 한국의 국방 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이 하루 속히 개정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잠시 1970년대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미국은 ‘닉슨 독트린’을 앞세우며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 국가들 스스로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독트린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둔 중이던 미군 1개 사단을 철수했다. 당시는 북한의 국력이 남한보다 우세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자고 나면 접하는 북한군의 도발 소식에 온 국민이 살얼음판을 걷듯 살던 시절이었다.
‘미사일각서’에서 ‘미사일가이드라인’으로
이러한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박정희(朴正熙) 정부가 빼든 ‘자주국방’ 카드 중에 포함된 것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이었다. 핵개발은 미국의 압력으로 곧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의 미사일 개발 의지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은 1970년대 후반 자력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지만,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라는 지구촌적인 ‘군축 어젠다’를 앞세워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재갈을 물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각서’였다. 이 문서에 의해 한국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80km로 제한됐다.
이후 한반도의 안보정세는 급속도로 변했다. 한미동맹이라는 안보방패하에 한국은 경제적 성장을 지속해 경제력에 있어서는 월등한 대북(對北) 우세를 구가할 수 있었지만,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분야의 일방적 우위를 앞세워 남북관계를 짓눌렀다.
북한은 핵개발과 함께 미사일 개발에 광분해 1980년대에 이미 ‘스커드’ 계통의 미사일들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거리 1000km에 달하는 로동미사일을 개발했다. 지금은 사거리 8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을 욕심내고 있다.
남북한의 미사일 격차가 커지면서 한국의 요구에 따라 2001년 ‘한미 미사일각서’는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이라는 자율규제 형식으로 바뀌면서 내용도 개정됐다. 하지만 개정 내용은 시대상황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은 한국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180km에서 300km로 늘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순항미사일(크루즈미사일)의 경우, 사정거리를 제약받지 않기 위해서는 탄두중량이 500kg 이하여야 한다. 탄두중량을 제약받지 않으려면 사정거리가 300km 이내여야 한다. 이에 더해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은 민간용 우주발사체에서 고체연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북한이 남한 전역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미사일을 1000기 이상 실전배치하고 있다. 당연히 이 미사일들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주요 핵투발 수단들이다. 한국의 국방 관계자들은 미국의 ‘인색한’ 개정에 당연히 실망했다.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이 숙원사업을 풀기 위해 조용히 미국과 협상에 나섰고, 최근 들어 미국이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정부는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 단안(斷案)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제약을 해소하는 문제는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진한’ 친분관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상호 취약성’ 없으면 대북억제 어려워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의 재개정은 2010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제출한 최종 건의서에도 포함돼 있다. 당시 필자가 작성했던 재개정 건의는 ‘상호 취약성(mutual vulnerability)’이라는 개념에 근거한다. 상호 취약성이란 개념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 전역은 난리가 났다.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대륙간탄도탄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됐는데 미국은 그렇지 못하니 일방적 취약성에 놓인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동기를 가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을 막아야 한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허겁지겁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나섰지만, 한참 동안 양국 간에는 미사일 격차(missile gap)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남북 간에 존재하는 핵과 미사일 격차에 비하면 1950년대 미국 사람들은 호들갑을 떤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핵(無核) 상태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그것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해 외교적 지렛대마저 없는 한국은 심각한 비대칭적 취약성(asymmetric vulnerability)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더해 미사일 분야에서의 비대칭도 심각하다. 북한은 미사일로 한국의 모든 부분을 겨냥할 수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야포(野砲) 파워에 있어서도 한국은 심각한 비대칭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북한은 휴전선 남방 일정지역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 야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는 한국도 미사일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해 ‘신궁’ ‘철매’ 등 단거리 방어미사일에 치중했던 패턴에서 벗어나 공격용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육군은 ‘현무’ 등 새로운 공격 미사일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군도 함대지 크루즈미사일 ‘천룡’(사거리 500km), 함대함 미사일 ‘해성’(사거리 150km), 함대공 미사일 SM-2 Block III(170km), 대잠 미사일 ‘홍상어’ (20km) 등을 개발했거나 하고 있다. 공군 역시 정밀유도무기(PGM)의 추가적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탄도미사일들은 ‘사정거리 300km 이하’ 제약에 묶여 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탑재중량 500kg이라는 제약에 묶여 있다. 순항미사일에는 무인기(UAV)도 포함되는데, 탑재중량 제한 때문에 정교한 정찰장비를 개발·탑재하기가 어렵다. 한국의 우주로켓에도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어 로켓추진체 개발에 제약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의 미사일 파워는 단연 압도적이다. 북한이 가진 미사일 중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500km 이상(스커드-C급 이상) 미사일만도 1000기에 달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도 부족해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욕심내고 있다. 북한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한국 측의 무기는 공군기에 탑재되는 공대지 미사일들뿐이다. 이런 ‘일방적 취약성’ 상태에서는 북한이 언제나 대남(對南)도발의 유혹을 느낄 수 있어 평화적 분단 관리조차 어렵다.
통일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항구적 평화 위에 상당기간 상호동화(mutual assimilation) 과정을 거쳐야 하며,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우선 무력충돌이 불식돼야 한다. 북한이 이러한 순리를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력한 억제력을 통해서라도 무력충돌을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병기 ‘3축 체제’
남북 간에 존재하는 일방적 취약성을 불식시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도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방적 취약성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계속 무력도발의 충동을 느끼며, 언제든 제2의 천안함 폭침이나 제2의 연평도 포격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진지한 자세로 협상의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도 적다. 겁나는 것이 없으니 대화에 나와서도 고압적 자세로 큰소리를 치기가 쉽다.
이러한 논리적 배경하에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통해 건의한 대안이 ‘능동적 억제전략(proactive deterrence strategy)’과 ‘3축 체제’였다. 능동적 억제전략이란 ‘방어’보다는 ‘보복 응징력을 통한 억제’를 중시하는 전략이며, 한정된 예산으로 완벽할 수 없는 방어에 많은 돈을 쓰기보다는 사전억제에 초점을 맞추자는 실용주의적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3축 체제’는 능동적 억제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제안된 것으로, ‘상호 취약성’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엄두 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냉전시절부터 핵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보복 응징용 핵무기들을 공중과 지상 그리고 수중에 분산 배치하는 ‘핵의 3축 체제(nuclear triad)’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비핵국인 한국의 3축 체제는 전적으로 재래무기에 의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무인폭격기(UACV) 등을 포함하는 다수의 전략타격용 무기들을 공중발사, 지상발사 그리고 수중발사용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
37배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에는 불가능한 선택이 전혀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값싼 국방이다. 당연히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에 큰 문제가 없다. 미사일은 무인무기(shoot-and-forget weapons)이므로 탑승자의 생환(生還)을 보장하기 위한 투자가 불필요한 데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비용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사일을 생산하는 한국의 방산능력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구매나 기술협력도 가능하다. 미사일을 탑재하는 운용체계(platform) 역시 국내개발 또는 해외구매가 가능하다. 이미 계획 중인 무기체계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공중 운용체계를 위해서는 공군이 계획하고 있는 제3차 차대세전투기사업(F-X), 즉 제5세대 전투기 구입을 앞당기면 된다. 해군은 계획 중인 KSS-Ⅲ급 잠수함을 조기 건조해 사용하면 된다. 지상에서 운용될 플랫폼은 이동식 발사대 정도이며, 기존의 유도탄사령부를 대폭 확대·개편해 3축 체제의 지상임무를 부여하면 된다.
물론, 우리의 예산 여건이나 사회 환경은 군(軍)이 가지고 싶은 무기를 당장 갖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우수한 3축 체제를 구축해 능동적 억제전략과 결부시킨다면, 도발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최종병기’가 될 것이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는 한국에 있어 이 이상의 카드는 없다.
3축 체제가 구축되면 만궁대기(挽弓待機·활을 당긴 채 손을 놓지 않고 있음)의 억제력으로서 다양한 단계에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의 전면전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일단 전면전이 발발한 이후에는 확전(擴戰)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확전이란 어느 일방이 승리를 자신할 때 이뤄지는 것인데, 3축 체제는 그 자신감을 소멸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3축 체제는 또한 미 핵우산의 맹점(盲點)을 보완하는 자주적 수단으로, 북한이 드리우고 있는 핵그림자를 상쇄해 북한이 더 이상 한국의 대응부재를 믿고 국지도발을 저지르는 일이 어려워진다. 국내 정치에도 순기능이 기대된다. 북한의 핵그림자 전략이 유발할 수 있는 패배주의적·순응적 투표를 예방해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성을 가지지 못하는 희망사항일 뿐인 상황에서, 3축 체제는 한국인의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차선책(次善策)이다. 이런 취지로 과거 소련도 ‘전략 로켓군’을 운용했고, 현재 중국도 ‘전략포병’이 신형 대륙간탄도탄들을 운용하고 있다.

시대착오적 제약이 同盟을 훼손한다
이렇듯 3축 체제는 당장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긴요할 뿐 아니라, 북핵을 넘어 통일로 가는 안보수단이다. 더 멀리 보면 통일 한국의 생존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또는 본격적인 3축 체제 이전에 대북억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의 재개정을 조속히 끌어내야 한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약을 푸는 것은 20년 이상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거론해 온 필자 개인에게도 개인적 숙원사업이나 다름없다. 이런 배경에서 국방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 긴밀해진 한미관계에 기대를 걸면서 조만간 개선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임기가 끝나 가는 지금까지도 답이 나오지 않고 있어 답답함이 크다.
미국이 박정희 시대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시비하면서 한국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제약하는 데 더해 핵무기도 아닌 미사일에 대한 제약까지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이는 통일 이후에도 유지·발전돼야 하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한국에 있어 상호 취약성을 확보하는 것은 대북억제를 위한 급선무다. 그것이 곧 남북 간 무력충돌을 불식시키고 건전한 남북관계를 위한 초석을 닦는 길이다. 전 세계의 반대를 무릅쓴 채 ‘우주개발’을 빙자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는 북한 같은 나라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런 논리를 ‘강경론’으로 시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억제전략에 대해 좀 더 깊이 사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래고 참아서 얻는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비굴한 평화’다. 하지만 압도적인 안보태세로 도발을 근절함으로써 얻어지는 평화는 ‘당당한 평화’다. 확고한 억제체제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미사일 제약을 풀고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는 일은 당당한 평화를 위한 투자이며, 남북대화를 통해 화해협력 구도를 구축해 나가는 일과도 결코 상충되지 않는다.⊙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은 농축, 재처리 등 한국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요소들을 담고 있어 이를 개정하는 것은 한국 원자력산업의 오랜 숙원이었다. ‘신미사일가이드라인’도 한국 미사일 사정(射程)거리를 제약하는 문서로, 북한의 미사일 파워와 맞서야 하는 한국의 국방 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이 하루 속히 개정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잠시 1970년대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미국은 ‘닉슨 독트린’을 앞세우며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 국가들 스스로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독트린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둔 중이던 미군 1개 사단을 철수했다. 당시는 북한의 국력이 남한보다 우세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자고 나면 접하는 북한군의 도발 소식에 온 국민이 살얼음판을 걷듯 살던 시절이었다.
‘미사일각서’에서 ‘미사일가이드라인’으로
이러한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박정희(朴正熙) 정부가 빼든 ‘자주국방’ 카드 중에 포함된 것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이었다. 핵개발은 미국의 압력으로 곧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의 미사일 개발 의지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은 1970년대 후반 자력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지만,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라는 지구촌적인 ‘군축 어젠다’를 앞세워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재갈을 물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각서’였다. 이 문서에 의해 한국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80km로 제한됐다.
이후 한반도의 안보정세는 급속도로 변했다. 한미동맹이라는 안보방패하에 한국은 경제적 성장을 지속해 경제력에 있어서는 월등한 대북(對北) 우세를 구가할 수 있었지만,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분야의 일방적 우위를 앞세워 남북관계를 짓눌렀다.
북한은 핵개발과 함께 미사일 개발에 광분해 1980년대에 이미 ‘스커드’ 계통의 미사일들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거리 1000km에 달하는 로동미사일을 개발했다. 지금은 사거리 80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을 욕심내고 있다.
남북한의 미사일 격차가 커지면서 한국의 요구에 따라 2001년 ‘한미 미사일각서’는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이라는 자율규제 형식으로 바뀌면서 내용도 개정됐다. 하지만 개정 내용은 시대상황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은 한국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180km에서 300km로 늘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순항미사일(크루즈미사일)의 경우, 사정거리를 제약받지 않기 위해서는 탄두중량이 500kg 이하여야 한다. 탄두중량을 제약받지 않으려면 사정거리가 300km 이내여야 한다. 이에 더해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은 민간용 우주발사체에서 고체연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북한이 남한 전역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미사일을 1000기 이상 실전배치하고 있다. 당연히 이 미사일들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주요 핵투발 수단들이다. 한국의 국방 관계자들은 미국의 ‘인색한’ 개정에 당연히 실망했다.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이 숙원사업을 풀기 위해 조용히 미국과 협상에 나섰고, 최근 들어 미국이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정부는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 단안(斷案)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제약을 해소하는 문제는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진한’ 친분관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상호 취약성’ 없으면 대북억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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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지난 3월 25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 전역은 난리가 났다.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대륙간탄도탄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됐는데 미국은 그렇지 못하니 일방적 취약성에 놓인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동기를 가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을 막아야 한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허겁지겁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나섰지만, 한참 동안 양국 간에는 미사일 격차(missile gap)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남북 간에 존재하는 핵과 미사일 격차에 비하면 1950년대 미국 사람들은 호들갑을 떤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핵(無核) 상태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그것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해 외교적 지렛대마저 없는 한국은 심각한 비대칭적 취약성(asymmetric vulnerability)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더해 미사일 분야에서의 비대칭도 심각하다. 북한은 미사일로 한국의 모든 부분을 겨냥할 수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야포(野砲) 파워에 있어서도 한국은 심각한 비대칭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북한은 휴전선 남방 일정지역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 야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는 한국도 미사일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해 ‘신궁’ ‘철매’ 등 단거리 방어미사일에 치중했던 패턴에서 벗어나 공격용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육군은 ‘현무’ 등 새로운 공격 미사일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군도 함대지 크루즈미사일 ‘천룡’(사거리 500km), 함대함 미사일 ‘해성’(사거리 150km), 함대공 미사일 SM-2 Block III(170km), 대잠 미사일 ‘홍상어’ (20km) 등을 개발했거나 하고 있다. 공군 역시 정밀유도무기(PGM)의 추가적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탄도미사일들은 ‘사정거리 300km 이하’ 제약에 묶여 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탑재중량 500kg이라는 제약에 묶여 있다. 순항미사일에는 무인기(UAV)도 포함되는데, 탑재중량 제한 때문에 정교한 정찰장비를 개발·탑재하기가 어렵다. 한국의 우주로켓에도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어 로켓추진체 개발에 제약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의 미사일 파워는 단연 압도적이다. 북한이 가진 미사일 중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500km 이상(스커드-C급 이상) 미사일만도 1000기에 달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도 부족해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욕심내고 있다. 북한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한국 측의 무기는 공군기에 탑재되는 공대지 미사일들뿐이다. 이런 ‘일방적 취약성’ 상태에서는 북한이 언제나 대남(對南)도발의 유혹을 느낄 수 있어 평화적 분단 관리조차 어렵다.
통일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항구적 평화 위에 상당기간 상호동화(mutual assimilation) 과정을 거쳐야 하며,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우선 무력충돌이 불식돼야 한다. 북한이 이러한 순리를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력한 억제력을 통해서라도 무력충돌을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병기 ‘3축 체제’
남북 간에 존재하는 일방적 취약성을 불식시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도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방적 취약성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계속 무력도발의 충동을 느끼며, 언제든 제2의 천안함 폭침이나 제2의 연평도 포격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진지한 자세로 협상의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도 적다. 겁나는 것이 없으니 대화에 나와서도 고압적 자세로 큰소리를 치기가 쉽다.
이러한 논리적 배경하에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통해 건의한 대안이 ‘능동적 억제전략(proactive deterrence strategy)’과 ‘3축 체제’였다. 능동적 억제전략이란 ‘방어’보다는 ‘보복 응징력을 통한 억제’를 중시하는 전략이며, 한정된 예산으로 완벽할 수 없는 방어에 많은 돈을 쓰기보다는 사전억제에 초점을 맞추자는 실용주의적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3축 체제’는 능동적 억제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제안된 것으로, ‘상호 취약성’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엄두 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냉전시절부터 핵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보복 응징용 핵무기들을 공중과 지상 그리고 수중에 분산 배치하는 ‘핵의 3축 체제(nuclear triad)’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비핵국인 한국의 3축 체제는 전적으로 재래무기에 의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무인폭격기(UACV) 등을 포함하는 다수의 전략타격용 무기들을 공중발사, 지상발사 그리고 수중발사용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
37배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에는 불가능한 선택이 전혀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값싼 국방이다. 당연히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에 큰 문제가 없다. 미사일은 무인무기(shoot-and-forget weapons)이므로 탑승자의 생환(生還)을 보장하기 위한 투자가 불필요한 데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비용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사일을 생산하는 한국의 방산능력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구매나 기술협력도 가능하다. 미사일을 탑재하는 운용체계(platform) 역시 국내개발 또는 해외구매가 가능하다. 이미 계획 중인 무기체계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공중 운용체계를 위해서는 공군이 계획하고 있는 제3차 차대세전투기사업(F-X), 즉 제5세대 전투기 구입을 앞당기면 된다. 해군은 계획 중인 KSS-Ⅲ급 잠수함을 조기 건조해 사용하면 된다. 지상에서 운용될 플랫폼은 이동식 발사대 정도이며, 기존의 유도탄사령부를 대폭 확대·개편해 3축 체제의 지상임무를 부여하면 된다.
물론, 우리의 예산 여건이나 사회 환경은 군(軍)이 가지고 싶은 무기를 당장 갖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우수한 3축 체제를 구축해 능동적 억제전략과 결부시킨다면, 도발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최종병기’가 될 것이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는 한국에 있어 이 이상의 카드는 없다.
3축 체제가 구축되면 만궁대기(挽弓待機·활을 당긴 채 손을 놓지 않고 있음)의 억제력으로서 다양한 단계에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의 전면전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일단 전면전이 발발한 이후에는 확전(擴戰)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확전이란 어느 일방이 승리를 자신할 때 이뤄지는 것인데, 3축 체제는 그 자신감을 소멸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3축 체제는 또한 미 핵우산의 맹점(盲點)을 보완하는 자주적 수단으로, 북한이 드리우고 있는 핵그림자를 상쇄해 북한이 더 이상 한국의 대응부재를 믿고 국지도발을 저지르는 일이 어려워진다. 국내 정치에도 순기능이 기대된다. 북한의 핵그림자 전략이 유발할 수 있는 패배주의적·순응적 투표를 예방해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성을 가지지 못하는 희망사항일 뿐인 상황에서, 3축 체제는 한국인의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차선책(次善策)이다. 이런 취지로 과거 소련도 ‘전략 로켓군’을 운용했고, 현재 중국도 ‘전략포병’이 신형 대륙간탄도탄들을 운용하고 있다.

이렇듯 3축 체제는 당장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긴요할 뿐 아니라, 북핵을 넘어 통일로 가는 안보수단이다. 더 멀리 보면 통일 한국의 생존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또는 본격적인 3축 체제 이전에 대북억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미사일가이드라인’의 재개정을 조속히 끌어내야 한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약을 푸는 것은 20년 이상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거론해 온 필자 개인에게도 개인적 숙원사업이나 다름없다. 이런 배경에서 국방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 긴밀해진 한미관계에 기대를 걸면서 조만간 개선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임기가 끝나 가는 지금까지도 답이 나오지 않고 있어 답답함이 크다.
미국이 박정희 시대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시비하면서 한국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제약하는 데 더해 핵무기도 아닌 미사일에 대한 제약까지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이는 통일 이후에도 유지·발전돼야 하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한국에 있어 상호 취약성을 확보하는 것은 대북억제를 위한 급선무다. 그것이 곧 남북 간 무력충돌을 불식시키고 건전한 남북관계를 위한 초석을 닦는 길이다. 전 세계의 반대를 무릅쓴 채 ‘우주개발’을 빙자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는 북한 같은 나라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런 논리를 ‘강경론’으로 시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억제전략에 대해 좀 더 깊이 사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래고 참아서 얻는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비굴한 평화’다. 하지만 압도적인 안보태세로 도발을 근절함으로써 얻어지는 평화는 ‘당당한 평화’다. 확고한 억제체제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미사일 제약을 풀고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는 일은 당당한 평화를 위한 투자이며, 남북대화를 통해 화해협력 구도를 구축해 나가는 일과도 결코 상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