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남 제약 공장에서 마약 생산
⊙ “아웅산에서의 전두환 암살 실패로 분위기 침울”
⊙ 남한 군 정보력 없어 北의 무력 도발에 취약
⊙ “아웅산에서의 전두환 암살 실패로 분위기 침울”
⊙ 남한 군 정보력 없어 北의 무력 도발에 취약
- 마약 밀수 혐의로 호주 당국에 체포된 북한 화물선 ‘봉수호’ 선원들이 2003년 4월 23일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호송되고 있다.
“북한에는 김정일을 대신할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
탈북자 중 최고위급 엘리트인 황장엽 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생전에 “김정일이 사망하더라도 김정일의 측근이 이미 다 구축되어 있고 한배를 타고 있는 운명이기 때문에 내란 또는 무정부 상태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김일성 사후 약 17년간 북한을 통치해 온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 독재체제가 붕괴되면 북한은 큰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하는데 궤변(詭辯) 중에서 최고의 궤변”이라는 황씨의 주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 내에 체제붕괴를 이끌어낼 급진적 개혁파 세력이 없고, 그 결과 과거 소련과 동구 공산당 내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개혁파와 수구파 간의 심각한 엘리트 갈등(葛藤)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대회 또는 당대표자회에서 선출된 100명이 넘는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100명이 넘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북한을 이끌어가는 현재와 미래의 파워 엘리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를 통해 북한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다.
탈북자들, “北 외화벌이 위해 ‘빙두(필로폰)’ 생산”
작년 2월 북한을 탈출해 최근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최수길(가명·54)씨는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마약 밀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3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최씨는 북한의 마약 생산·밀매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인민군 상좌(중령급)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씨는 “가족이 아직 북한에 남아 있다”며 “사진촬영과 신분노출을 피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씨는 국정원과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조사와 적응 교육을 받은 후에 서울의 대북(對北) 유관단체(有關團體)에 취업했다. 해당 단체는 자체 북한정보를 바탕으로 최씨를 검증했다. 최씨는 북한 마약 생산·밀매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함경남도 흥남에 위치한 흥남제약공장 8, 9호 직장에서 마약을 생산합니다. 8, 9호 직장은 김일성, 김정일이 이용하는 약을 만드는 곳입니다. 북한에서는 ‘빙두(필로폰)’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25kg 페닐아세톤을 제2경제(지하경제를 의미하나 최씨는 군수물자 역시 제2경제에 포함된다고 설명)를 통해 들여와서 증기가마를 통해 기름을 만들고 고순도 알루미늄을 이용해 정제(精製)하는 과정을 거쳐 빙두를 만듭니다.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염산을 이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1kg 빙두를 만들어 중국에 내다 파는데 국경지대에서는 인민폐 30만원(5000만원)에, 상해 쪽에서는 45만~50만원(8000만~9000만원)에 거래됩니다. 베트남에서는 7만~8만 달러(8000만~9000만원)를 받고 일본에서는 10만 달러(1억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으로 마약을 운반할 때는 선박의 기관을 뜯어내 마약을 집어넣고 다시 용접을 해 일본 세관이 눈치 못 채게 합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 김정일이 양귀비 생산 등을 독려, 마약의 제조·밀매를 통한 외화 획득에 적극적이었으나 2003년 4월 호주 검찰·경찰이 북한선박 ‘봉수호’를 헤로인 125kg 밀반입 혐의로 나포한 이후 생산이 위축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마약 생산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국회 윤상현 의원(새누리당·인천 남구을)은 최근 북한의 마약 생산·밀매 실태를 고발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윤 의원은 “북한이 중국과 한국에 마약을 유포(流布)시키고 거두어들인 검은돈으로 체제보위계층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통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북한이 유통시키는 마약이 중국은 물론 국내로 대량 밀매돼 들어오면서 국내 반입 마약의 절반이 북한산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유관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마약 밀매 사실을 확인했다”며 “북한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정찰총국’과 ‘보위사령부’ 등 인민군 핵심기구를 동원해 당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직접 마약을 생산·유통시키고 있으며, 이를 총괄하는 곳이 ‘조선노동당 39호실’이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자료에는 북한 탈북주민들의 증언도 포함되어 있다.
“당(黨)의 지시로 제약공장에서 매년 양귀비 진액을 이용한 모르핀 수백kg을 제조했다.” “중국에서 아세톤·벤젠 등 용매를 수입해 흥남역까지 기차로 수송한 뒤 이를 흥남제약공장에서 가공해 필로폰으로 만들었다.” “마약 유통은 철저한 밀매 방식으로 이뤄지고, 단속원도 밀매에 가담한다” 등 증언이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북한 마약은 이미 국내까지 침투했다. 2010년 국내에서 적발된 외국산 필로폰 8200g 가운데 57.3%인 4700g이 중국에서 반입됐고 그중 상당량이 북한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필로폰 1g은 33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밀수된 양은 15만5천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전두환 못 죽여 분위기 침울했다”
북한은 현 정부 들어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최씨는 “중앙당이 1983년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을,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정찰국이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을 주도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83년 버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아웅산 테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군은 전(全) 대통령을 죽이지 못해 분위기가 상당히 침울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당시 테러는 전(全) 대통령이 (북한에) 도발적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잘 유지하지 않고 북남대결을 고취시켰다고 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완고하게 나오니까 무력 도발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결국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쌀로 달래든가 국방력으로 막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先)핵포기, 후(後)경제원조”를 내세운 현 정부는 지금껏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원인을 정부의 정보력 부족에서 찾는다. 한 예로 천안함 피격 사건을 들 수 있다.
정보력 부재에 음모론 득세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정부는 정보능력 부재(不在)에 직면했다. 국회 국방위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했던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 발행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어떤 북한 잠수정(300t 이상이면 잠수함, 미만이면 잠수정)이 내려왔는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과연 북한의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연어급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초기에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 잠수정이라는 하이브리드(Hybrid)한 주장까지 있었습니다. 정보 당국은 미국 CIA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연어급이라고 하는 것이지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서해는 물살이 엄청나게 셉니다. 시계(視界)가 탁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염도(鹽度)로 인해 음파가 산란되어서 소나(음파탐지장비)가 잘 작동되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해군은 서해에 북한 잠수함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단정하고 군사대비를 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잠수함 공격을 받았으면 판단을 잘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수중전력(戰力) 변경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군은 아직까지도 이런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군은 정보만 부족했을 뿐 아니라 조사를 서둘러 후에 불필요한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당시를 이렇게 주장한다.
“정부 조사는 아마추어였습니다. 합조단 내에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북한 무기체계에 정통한 전문가가 들어갔어야 했지만 합조단에 서해에서 지휘관 생활을 제대로 했던 조사위원은 없었습니다. 해군 출신으로 합조단에 들어갔던 사람은 선체(船體) 공학자였습니다. 결국 육군이 조사를 주도해 전문성이 부족했습니다.
합조단이 어뢰 추진동력장치를 수거한 것이 5월 15일입니다. 그 후 5일 후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나치게 서둘렀습니다. 조사 결과 발표의 중요한 근거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들을 동원해서 시뮬레이션한 것인데, 시뮬레이션은 입력 방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千差萬別)입니다. 그마저 10월에 결과치를 수정했습니다.”
정부가 사태의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온갖 음모론과 루머가 득세한다. 결국 서해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6개월 후 대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이 쏟아진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도 군은 북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북한의 전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김정일 사망 역시 정부의 정보력 수준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김정일 사망 소식이 북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될 때 정승조 합참의장은 동부전선을 순시 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일본 방문 중이었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은 “중국, 일본도 김정일 사망을 몰랐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대북정보력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북한의 김정남과 고미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 간의 2004년부터 최근까지의 대화를 정리한 《아버지 金正日과 나》에서 김정남은 한국의 북한 소식 보도에 대해 “탈북자를 소스로 사용하는 경우 북조선 시장 정보나 지역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고위층 관련 정보는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탈북자 최씨는 “북한은 비밀을 담보하기 위해 포탄 하나를 만들어도 제조 과정을 세밀(細密)하게 나눠서 공장 노동자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철저히 점조직화(點組織化)되어 있는 것이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은 이런 탈북자 증언을 모자이크처럼 맞춰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 연평도 도발, 김정일 사망 등 일련의 안보위기를 통해 정부의 정보 능력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軍의 고정관념이 문제”
한국군의 잘못된 고정관념(固定觀念)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군은 서해로는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탈북자 최씨는 “서해의 해주, 석도, 초도 등에 위치한 북한군 해군전대는 잠수함을 보유 중이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해군은 이런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 사건 이전에 해군은 북한이 서해에 잠수함 부대를 운용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디펜스21》 박수찬 기자는 “북한은 인민군 잠수함이 서해에서 작전을 하지 않는다는 (군 수뇌부의) 고정관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군 수뇌부는 ‘서해에 잠수함이 들어가는 것은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여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2003년 중국 재래식 장수함 1척이 서해에서 훈련하다 승무원 70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뿐이 아니다. 박 기자는 “90년대에는 영국 잠수함이 서해에 진출했다가 좌초(坐礁)한 일도 있었다”며 “정부는 잠수함 운용 경험이 풍부한 영국의 서해 작전 실패를 보고 서해에서 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해는 잠수함 천국
잠수함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적정 깊이는 최소 100m 정도이다. 동해의 평균수심은 1000~1400m로 잠수함 작전에 있어 천혜의 조건을 갖춘 반면 서해는 평균수심이 44m에 불과해 작전 자체가 힘들다. 또 해양 오염으로 폐그물과 어망 등 해저에 쌓인 각종 쓰레기에 걸려 잠수함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여러 상황이 서해로는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군 수뇌부에 심어준 것이다.
잠수함을 이용한 북한의 도발이 동해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96년 9월 18일 북한의 특수부대원 26명을 태운 상어급 잠수함이 동해안에 침투했다가 강릉 안인진리 앞바다에서 좌초됐다. 1998년에는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 그물에 걸려 유고급 잠수정이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 이를 통해 군은 북한의 상어급과 유고급 잠수함의 제원, 성능 등의 정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연어급 잠수정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군은 이런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국방부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 침몰원인 규명(糾明)을 위한 조사 활동에 착수했다. 피격 사건 당시 서해안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진행 중이던 당시 북한은 “침략전쟁 연습을 중지하라”는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조사단은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정상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초계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으며, 승조원 총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생존했다”고 결론지었다.
“아직까지 논란이 되는 것이 이상”
국방부는 공격의 주체, 방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보고서까지 발간했다. 한국,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5개국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 TF’가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군은 로미오급 잠수함 20여 척, 상어급 잠수함 40여 척과 연어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 척 등 총 70여 척의 잠수함과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 천안함 공격 2~3일 전 서해 북한 해군기지에서 소형 잠수함정이 해군기지를 이탈한 후 천안함 공격 2~3일 후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 해역 인근에서 쌍끌이 어선의 특수그물망으로 수거된 어뢰의 부품을 조사한 결과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배포한 어뢰 소개자료에 제시되어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했다. 관련 사실과 비밀자료를 분석한 결과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사용 중인 CHT-02D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다양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음모론(陰謀論)에 대해, 최씨는 “상식적(常識的)으로 생각해 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포탄을 쏘겠습니까? 당연히 평소 포탄을 쏘겠다,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사람들의 소행이겠죠. 아직까지 논란이 되는 것이 이상합니다.”
최씨는 또 “2010년 4월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 함경북도 무산군 당조직 비서는 당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천안함 침몰 작전에 참여했던 하전사(부사관)를 ‘영웅’이라고 소개했다는 이야기를 무산군 당간부를 통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비대칭전의 귀재”
북한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탈북자 최씨 역시 “상대방과 맞붙어 싸울 때 때리겠다 때리겠다 하다가 겁먹어 치지 못하면 상대방이 얕보고 빈소리 한다고 무시하게 됩니다. 본때를 보여주고 위협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한 것입니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수찬 기자의 설명이다.
“북한은 비대칭전(非對稱戰)의 귀재입니다. 한번 사용한 전술은 다신 쓰지 않아요. 북한은 공격을 하기 때문에 전술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공격을 방어하는 입장이다 보니 북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전략·전술을 세우기 힘이 듭니다. 또 현 정부 들어서 전면전(全面戰)에 치중하다 보니 뒤통수를 치는 북한의 치고 빠지기식 도발에 취약해졌습니다.”
해군과 육군의 갈등 역시 문제다. 박 기자는 “천안함 피격 당시 해군과 육군 중심의 합동참모본부 간의 갈등이 있었는데, 양측의 입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며 “해군은 합참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 합참은 바다의 특성을 무시하는 명령을 자주 내려보냈다! 그 결과 해군은 합참이 바다를 모른다고, 합참은 해군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상부지휘 구조 개편 ▲3군 합동성 강화 ▲북 위협 대응전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여·야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개혁안의 18대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국방위원과 당시 상황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해군과 공군의 미온적 태도, 전통적 지지기반인 예비역의 반발을 우려한 여당의 무소신 등이 개혁안 통과를 가로막았다. 법안 통과가 좌절될 당시 국회에 다음과 같은 한탄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미국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있었고, 소련 역시 독일이 침공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알고도 당한 것이죠. 이러다가 우리도 북한에 알고도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탈북자 중 최고위급 엘리트인 황장엽 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생전에 “김정일이 사망하더라도 김정일의 측근이 이미 다 구축되어 있고 한배를 타고 있는 운명이기 때문에 내란 또는 무정부 상태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김일성 사후 약 17년간 북한을 통치해 온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 독재체제가 붕괴되면 북한은 큰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하는데 궤변(詭辯) 중에서 최고의 궤변”이라는 황씨의 주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 내에 체제붕괴를 이끌어낼 급진적 개혁파 세력이 없고, 그 결과 과거 소련과 동구 공산당 내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개혁파와 수구파 간의 심각한 엘리트 갈등(葛藤)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대회 또는 당대표자회에서 선출된 100명이 넘는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100명이 넘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북한을 이끌어가는 현재와 미래의 파워 엘리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를 통해 북한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다.
탈북자들, “北 외화벌이 위해 ‘빙두(필로폰)’ 생산”
 |
| 북한 마약 밀매실태를 공개한 윤상현 의원. |
“함경남도 흥남에 위치한 흥남제약공장 8, 9호 직장에서 마약을 생산합니다. 8, 9호 직장은 김일성, 김정일이 이용하는 약을 만드는 곳입니다. 북한에서는 ‘빙두(필로폰)’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25kg 페닐아세톤을 제2경제(지하경제를 의미하나 최씨는 군수물자 역시 제2경제에 포함된다고 설명)를 통해 들여와서 증기가마를 통해 기름을 만들고 고순도 알루미늄을 이용해 정제(精製)하는 과정을 거쳐 빙두를 만듭니다.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염산을 이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1kg 빙두를 만들어 중국에 내다 파는데 국경지대에서는 인민폐 30만원(5000만원)에, 상해 쪽에서는 45만~50만원(8000만~9000만원)에 거래됩니다. 베트남에서는 7만~8만 달러(8000만~9000만원)를 받고 일본에서는 10만 달러(1억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으로 마약을 운반할 때는 선박의 기관을 뜯어내 마약을 집어넣고 다시 용접을 해 일본 세관이 눈치 못 채게 합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 김정일이 양귀비 생산 등을 독려, 마약의 제조·밀매를 통한 외화 획득에 적극적이었으나 2003년 4월 호주 검찰·경찰이 북한선박 ‘봉수호’를 헤로인 125kg 밀반입 혐의로 나포한 이후 생산이 위축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마약 생산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국회 윤상현 의원(새누리당·인천 남구을)은 최근 북한의 마약 생산·밀매 실태를 고발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윤 의원은 “북한이 중국과 한국에 마약을 유포(流布)시키고 거두어들인 검은돈으로 체제보위계층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통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북한이 유통시키는 마약이 중국은 물론 국내로 대량 밀매돼 들어오면서 국내 반입 마약의 절반이 북한산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유관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마약 밀매 사실을 확인했다”며 “북한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정찰총국’과 ‘보위사령부’ 등 인민군 핵심기구를 동원해 당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직접 마약을 생산·유통시키고 있으며, 이를 총괄하는 곳이 ‘조선노동당 39호실’이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자료에는 북한 탈북주민들의 증언도 포함되어 있다.
“당(黨)의 지시로 제약공장에서 매년 양귀비 진액을 이용한 모르핀 수백kg을 제조했다.” “중국에서 아세톤·벤젠 등 용매를 수입해 흥남역까지 기차로 수송한 뒤 이를 흥남제약공장에서 가공해 필로폰으로 만들었다.” “마약 유통은 철저한 밀매 방식으로 이뤄지고, 단속원도 밀매에 가담한다” 등 증언이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북한 마약은 이미 국내까지 침투했다. 2010년 국내에서 적발된 외국산 필로폰 8200g 가운데 57.3%인 4700g이 중국에서 반입됐고 그중 상당량이 북한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필로폰 1g은 33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밀수된 양은 15만5천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전두환 못 죽여 분위기 침울했다”
북한은 현 정부 들어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최씨는 “중앙당이 1983년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을,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정찰국이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을 주도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83년 버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아웅산 테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군은 전(全) 대통령을 죽이지 못해 분위기가 상당히 침울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당시 테러는 전(全) 대통령이 (북한에) 도발적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잘 유지하지 않고 북남대결을 고취시켰다고 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완고하게 나오니까 무력 도발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결국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쌀로 달래든가 국방력으로 막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先)핵포기, 후(後)경제원조”를 내세운 현 정부는 지금껏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원인을 정부의 정보력 부족에서 찾는다. 한 예로 천안함 피격 사건을 들 수 있다.
정보력 부재에 음모론 득세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정부는 정보능력 부재(不在)에 직면했다. 국회 국방위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했던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 발행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어떤 북한 잠수정(300t 이상이면 잠수함, 미만이면 잠수정)이 내려왔는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과연 북한의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연어급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초기에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 잠수정이라는 하이브리드(Hybrid)한 주장까지 있었습니다. 정보 당국은 미국 CIA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연어급이라고 하는 것이지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서해는 물살이 엄청나게 셉니다. 시계(視界)가 탁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염도(鹽度)로 인해 음파가 산란되어서 소나(음파탐지장비)가 잘 작동되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해군은 서해에 북한 잠수함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단정하고 군사대비를 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잠수함 공격을 받았으면 판단을 잘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수중전력(戰力) 변경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군은 아직까지도 이런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군은 정보만 부족했을 뿐 아니라 조사를 서둘러 후에 불필요한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당시를 이렇게 주장한다.
“정부 조사는 아마추어였습니다. 합조단 내에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북한 무기체계에 정통한 전문가가 들어갔어야 했지만 합조단에 서해에서 지휘관 생활을 제대로 했던 조사위원은 없었습니다. 해군 출신으로 합조단에 들어갔던 사람은 선체(船體) 공학자였습니다. 결국 육군이 조사를 주도해 전문성이 부족했습니다.
합조단이 어뢰 추진동력장치를 수거한 것이 5월 15일입니다. 그 후 5일 후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나치게 서둘렀습니다. 조사 결과 발표의 중요한 근거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들을 동원해서 시뮬레이션한 것인데, 시뮬레이션은 입력 방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千差萬別)입니다. 그마저 10월에 결과치를 수정했습니다.”
정부가 사태의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온갖 음모론과 루머가 득세한다. 결국 서해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6개월 후 대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이 쏟아진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도 군은 북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북한의 전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김정일 사망 역시 정부의 정보력 수준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김정일 사망 소식이 북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될 때 정승조 합참의장은 동부전선을 순시 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일본 방문 중이었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은 “중국, 일본도 김정일 사망을 몰랐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대북정보력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북한의 김정남과 고미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 간의 2004년부터 최근까지의 대화를 정리한 《아버지 金正日과 나》에서 김정남은 한국의 북한 소식 보도에 대해 “탈북자를 소스로 사용하는 경우 북조선 시장 정보나 지역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고위층 관련 정보는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탈북자 최씨는 “북한은 비밀을 담보하기 위해 포탄 하나를 만들어도 제조 과정을 세밀(細密)하게 나눠서 공장 노동자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철저히 점조직화(點組織化)되어 있는 것이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은 이런 탈북자 증언을 모자이크처럼 맞춰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 연평도 도발, 김정일 사망 등 일련의 안보위기를 통해 정부의 정보 능력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軍의 고정관념이 문제”
한국군의 잘못된 고정관념(固定觀念)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군은 서해로는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탈북자 최씨는 “서해의 해주, 석도, 초도 등에 위치한 북한군 해군전대는 잠수함을 보유 중이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해군은 이런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 사건 이전에 해군은 북한이 서해에 잠수함 부대를 운용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디펜스21》 박수찬 기자는 “북한은 인민군 잠수함이 서해에서 작전을 하지 않는다는 (군 수뇌부의) 고정관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군 수뇌부는 ‘서해에 잠수함이 들어가는 것은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여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2003년 중국 재래식 장수함 1척이 서해에서 훈련하다 승무원 70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뿐이 아니다. 박 기자는 “90년대에는 영국 잠수함이 서해에 진출했다가 좌초(坐礁)한 일도 있었다”며 “정부는 잠수함 운용 경험이 풍부한 영국의 서해 작전 실패를 보고 서해에서 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해는 잠수함 천국
 |
| 1996년 9월 18일 강릉 안인진리 앞바다에서 좌초한 북한 상어급 잠수함. |
잠수함을 이용한 북한의 도발이 동해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96년 9월 18일 북한의 특수부대원 26명을 태운 상어급 잠수함이 동해안에 침투했다가 강릉 안인진리 앞바다에서 좌초됐다. 1998년에는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 그물에 걸려 유고급 잠수정이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 이를 통해 군은 북한의 상어급과 유고급 잠수함의 제원, 성능 등의 정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연어급 잠수정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군은 이런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국방부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 침몰원인 규명(糾明)을 위한 조사 활동에 착수했다. 피격 사건 당시 서해안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진행 중이던 당시 북한은 “침략전쟁 연습을 중지하라”는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조사단은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정상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초계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으며, 승조원 총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생존했다”고 결론지었다.
 |
| 2010년 4월 15일 서해 백령도 앞 바다에서 인양되고 있는 천안함. |
“아직까지 논란이 되는 것이 이상”
국방부는 공격의 주체, 방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보고서까지 발간했다. 한국,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5개국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 TF’가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군은 로미오급 잠수함 20여 척, 상어급 잠수함 40여 척과 연어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 척 등 총 70여 척의 잠수함과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 천안함 공격 2~3일 전 서해 북한 해군기지에서 소형 잠수함정이 해군기지를 이탈한 후 천안함 공격 2~3일 후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 해역 인근에서 쌍끌이 어선의 특수그물망으로 수거된 어뢰의 부품을 조사한 결과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배포한 어뢰 소개자료에 제시되어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했다. 관련 사실과 비밀자료를 분석한 결과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사용 중인 CHT-02D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다양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음모론(陰謀論)에 대해, 최씨는 “상식적(常識的)으로 생각해 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포탄을 쏘겠습니까? 당연히 평소 포탄을 쏘겠다,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사람들의 소행이겠죠. 아직까지 논란이 되는 것이 이상합니다.”
최씨는 또 “2010년 4월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 함경북도 무산군 당조직 비서는 당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천안함 침몰 작전에 참여했던 하전사(부사관)를 ‘영웅’이라고 소개했다는 이야기를 무산군 당간부를 통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비대칭전의 귀재”
북한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탈북자 최씨 역시 “상대방과 맞붙어 싸울 때 때리겠다 때리겠다 하다가 겁먹어 치지 못하면 상대방이 얕보고 빈소리 한다고 무시하게 됩니다. 본때를 보여주고 위협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한 것입니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수찬 기자의 설명이다.
“북한은 비대칭전(非對稱戰)의 귀재입니다. 한번 사용한 전술은 다신 쓰지 않아요. 북한은 공격을 하기 때문에 전술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공격을 방어하는 입장이다 보니 북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전략·전술을 세우기 힘이 듭니다. 또 현 정부 들어서 전면전(全面戰)에 치중하다 보니 뒤통수를 치는 북한의 치고 빠지기식 도발에 취약해졌습니다.”
해군과 육군의 갈등 역시 문제다. 박 기자는 “천안함 피격 당시 해군과 육군 중심의 합동참모본부 간의 갈등이 있었는데, 양측의 입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며 “해군은 합참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 합참은 바다의 특성을 무시하는 명령을 자주 내려보냈다! 그 결과 해군은 합참이 바다를 모른다고, 합참은 해군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상부지휘 구조 개편 ▲3군 합동성 강화 ▲북 위협 대응전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여·야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개혁안의 18대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국방위원과 당시 상황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해군과 공군의 미온적 태도, 전통적 지지기반인 예비역의 반발을 우려한 여당의 무소신 등이 개혁안 통과를 가로막았다. 법안 통과가 좌절될 당시 국회에 다음과 같은 한탄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미국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있었고, 소련 역시 독일이 침공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알고도 당한 것이죠. 이러다가 우리도 북한에 알고도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illwwon
(2012-03-04)
: 175
: 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