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시대엔 당 작전부, 김정은 시대엔 폭풍군단이 내부 통제
⊙ 노동당 선전부, 베일 속에 가려졌던 김정은 우상화에 혈안
⊙ 사회보장제도의 붕괴로 나이 많은 세대들의 불만 팽배
⊙ 노동당 선전부, 베일 속에 가려졌던 김정은 우상화에 혈안
⊙ 사회보장제도의 붕괴로 나이 많은 세대들의 불만 팽배
- 2005년 공개된 북한 공개처형 현장 영상물. 김정일 사후 최근 북한은 공개처형과 체포·구금 등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작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急死) 한 이후 북한 내부는 더 극단적인 통제와 대외적 폐쇄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사망 이후 체제 변화에 대한 욕구와 흐트러지는 민심(民心)을 다잡기 위해 대대적인 공개처형과 체포·구금 등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함경북도 청진시 수성구역 수성천 장마당 인근에서 4명의 부패혐의자를 공개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당국은 각 인민반·기관·기업소를 비롯해 사회 근로단체 소속원들에까지 무조건 공개처형에 참석하도록 공지했다. 현장에는 불순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보안검색대까지 설치해 놓고 사람들을 감독·감시했다고 한다.
처형을 목격한 북한 주민에 따르면 처형자들의 ‘직책’ 때문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함북 청진시 도(道)보안서 종합지도원 부부, 도체육단 지도원, 도지방상사 과장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간부 4명이 처형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의 죄는 마약밀매, 밀수, 부정부패 등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함경북도 김책시에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김책제철소가 대대적인 감찰에 걸려 ‘초상집 분위기’다. 김책제철소는 황해제철소와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철강회사다. 김책제철소는 외화를 들여 사와야 하는 고(高)비용 코크스를 쓰지 않는 소위 ‘주체철’ 생산방법을 개발해 김정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북한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2012년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주체철’ ‘주체섬유’(비날론) ‘주체비료’ 생산체계를 완성했다고 대내외에 선전해 왔다. 하지만 김책제철소의 ‘주체철’ 생산은 허위로 판명됐고 막대한 외화만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정일 위원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김책제철소 당(黨)책임비서, 총지배인 등 4명의 핵심간부가 국가안전보위부에 연행돼 행방불명 상태다.
김정은, ‘폭풍군단’ 동원해 내부 통제
김정은은 김정일 장례식을 치른 이후 군부대 방문을 이어가며 온화한 지도자상을 주입하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인민군 11군단(제630연합부대ㆍ일명 폭풍군단)이다. 김정은은 지난 1월 20일 폭풍군단을 직접 찾아 최경성 군단장의 손을 잡고 부대를 돌아보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폭풍군단은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소요사태나 불순행위 발생 시 일격에 진압할 수 있도록 기동력을 갖춘 최정예 특수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 지역의 집중검열(노동당·보위부·검찰·보안 등) 때에도 폭풍군단이 외곽에서 이들의 단속을 도왔고 폭풍군단에 걸린 사람은 아무리 고위직이라 해도 처벌에서 피하지 못할 만큼 김정은 체제 수호의 제1선에 서고 있다.
한 고위탈북자는 “최근 폭풍군단이 급부상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노동당 작전부가 김정일의 ‘별동대’였다. 얼마 전까지 군부의 핵심으로 영향력을 가졌던 오극렬은 당(黨) 작전부 부장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김정일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김정일은 작전부에 들어갈 때에는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작전부를 신임했고 “작전부는 나의 별동대”라고 수차례 언급해 왔다. 당 작전부는 정찰총국을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했고 현재 정찰총국의 대남공작 부문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작전부를 뒤로하고 폭풍군단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오극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의 남자 오극렬은 김정일의 병세가 악화됐던 2008년 중순 이후부터 김정일의 견제를 받아왔고 2009년 11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으며 권력에서 멀어졌다.
폭풍군단의 등장은 ‘별동대’가 새롭게 세대교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 군부의 핵심으로 최경성 군단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리용호와 함께 최경성이 북한 군부의 핵심이 될 가능성은 김정은과의 파격적 스킨십에 잘 나타나고 있다.
과거 당작전부는 1만~2만명 규모의 북한 최정예 특수 전투원으로 구성돼 막강한 최첨단 화력을 보유하면서 대남공작의 제1선에 서왔지만 북한 내부의 불안으로 군부 반란이나 내부 문제를 수습하는 데 그 임무 중심이 옮겨진 상태였다. 지금의 폭풍군단 역시 북한 내부에서 그 어떤 반란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기동력과 전투력을 갖추고 군부나 주민 반란을 제압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약 5만명 규모의 최정예 특수무력과 화력을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난으로 평양시 아파트 마비
올해 들어 한반도에 찾아온 강추위로 북한 지역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평양시 전력을 공급하는 ‘평양화력발전소’와 ‘동평양화력발전소’ ‘북창화력발전소’ 등이 심각한 연료난과 설비 고장 등으로 가동이 중단되자 북한 전역에서 추위와의 사투가 시작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평양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12.3도로 떨어져 1977년 이후 35년 만에 최대 한파를 기록했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평양 주재 한 외교관은 이메일을 통해 “평양 주재 외국 공관에 공급되는 전기가 자주 끊기고 전압도 불안하다”며 “평양의 전력사정이 이처럼 열악해진 것은 수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평양 중심부의 주요 아파트에도 전기가 모두 끊겨 엘리베이터 운영이 중단되고 대다수 아파트의 수도관이 동파(冬破)돼 수도는 물론, 화장실 사용도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아파트의 경우 배설물 처리가 곤란해 내던지거나 쓰레기장에 버리기도 한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시의 전력난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평양시 10만 세대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시작한 10만 세대 건설 자금을 만들기 위해 그 재원을 석탄 수출로 충당하면서 화력발전소에 들어갈 석탄 절대량이 고갈됐다는 것이다. 석탄 수출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직접 책임지고 추진한 사업으로 3년 전부터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석탄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평양시 화력발전소 연료는 물론 주민들의 땔감 자체가 사라져 석탄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김정은 생가 조성에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들 동원
북한은 김정일 생일(2·16)을 앞두고 평안남도 증산군 석다산에 있는 천연바위에 120m 크기의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이라는 글자를 새겨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 과거 김일성 사망 때 김정일이 아버지 유훈 통치라는 후광으로 체제를 안정시킨 것처럼 김정은도 일단 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선군(先軍)정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과거 김정일 때와는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김정일은 3년간 거의 은둔생활을 했지만 지금 김정은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측근들과 밝게 웃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고위탈북자 김모씨는 김정은의 이런 모습에 대해 “인민들에게 악행만 일삼은 김정일을 길게 내세우는 것은 결국 민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과거 김정일은 아버지를 우려먹을수록 이득이었지만 지금은 빨리 지우는 것이 김정은에게 득이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빠른 행보와 함께 최근 김정은의 생가(生家) 조성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평양시 건설에 동원된 전체 대학생 가운데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만 따로 동원해 김정은 생가 조성사업에 내몰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지난 1년간 수업도 전폐한 채 김정은 생가 건설에 매달리고 있다. 김정은 생가는 유럽식 과일 밭을 조성하고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못지않은 북한의 3대 성지(평양 만경대, 백두산 고향집, 강동 고향집)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달러가 김정은 생가에 투입되면서 인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정은 생가가 조성되는 강동군 일부 지역 주민들은 그 지역에서 쫓겨나 생활 터전을 잃었다.
노동당 선전부 바늘방석
김정일 사망 전후로 바늘방석에 앉은 노동당 부서가 있다. 바로 노동당 선전선동부다. 김정일의 급사로 졸지에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의 우상화를 책임진 부서이기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뭔가를 만들어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과거 김정일의 우상화도 대부분 날조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일성의 업적과 더불어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라도 남아 있었지만 김정은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어 선뜻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정은에 대해서는 ‘군사적 천재’ 정도로만 부각돼 있는 상황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정일정치군사대학’ 등에서 군사 공부를 한 것으로만 주민에게 알려졌다. 아직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형제가 누가 있는지, 그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한때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인 이제강이 김정은의 형 김정철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고영희를 부각시킨 적이 있어 일부 간부들에게만 고영희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김정은을 우상화하기 위해선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인데다 한때 북한의 ‘기쁨조’였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미화하고 이를 혁명의 전통과 연결시켜야 한다. 북한은 일단 고영희에 대해 ‘평양 어머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으나 앞으로 고영희의 가계까지도 조작하거나 미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이 고영희의 출신 문제 등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부 물갈이가 최대 숙제
장성택은 김정일의 의도대로 가장 큰 세력인 군부를 김정은에게 넘겨주기 위한 물갈이를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초 북한 국방위원회 명령으로 65세가 지난 인민군 장령(장성ㆍ소장급 이상)들을 일괄 제대시키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 그 첫 사례다.
이 사건으로 북한 군부는 발칵 뒤집혔다. 왜냐하면 인민군 소장급 이상은 거의 종신 직제로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군부의 핵심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제를 권력의 핵심에 앉혀놓은 자들은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군 장령들에게 이 조치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이나 무력부 청사 앞에는 강제로 제대조치된 군 장령들이 눈물을 흘리며 “장군님 끝까지 모시고 싶습니다”라며 통곡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가운데 장성택에 의해 구제받은 일부 군부 인사들은 장성택의 최측근이 됐고 더는 군부 물갈이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김정일 정권의 세대교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보장제도의 붕괴다. 이미 오래전부터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사라져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노인들 속에 널리 회자하고 있다.
그나마 핵심측근들은 권력에서 물러나도 일정 정도의 사회적 혜택을 줬지만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간부들도 현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간부는 현직에서 물러난 간부들의 비참한 삶을 보면서 어떻게 하든 현직에 있을 때 평생 먹고살 돈을 모으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선군정치로 군 장령들이 너무 많아져 “군대별은 똥별보다 값없고 흔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군인들의 인기도 옛날 이야기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함경북도 청진시 수성구역 수성천 장마당 인근에서 4명의 부패혐의자를 공개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당국은 각 인민반·기관·기업소를 비롯해 사회 근로단체 소속원들에까지 무조건 공개처형에 참석하도록 공지했다. 현장에는 불순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보안검색대까지 설치해 놓고 사람들을 감독·감시했다고 한다.
처형을 목격한 북한 주민에 따르면 처형자들의 ‘직책’ 때문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함북 청진시 도(道)보안서 종합지도원 부부, 도체육단 지도원, 도지방상사 과장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간부 4명이 처형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의 죄는 마약밀매, 밀수, 부정부패 등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함경북도 김책시에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김책제철소가 대대적인 감찰에 걸려 ‘초상집 분위기’다. 김책제철소는 황해제철소와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철강회사다. 김책제철소는 외화를 들여 사와야 하는 고(高)비용 코크스를 쓰지 않는 소위 ‘주체철’ 생산방법을 개발해 김정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북한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2012년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주체철’ ‘주체섬유’(비날론) ‘주체비료’ 생산체계를 완성했다고 대내외에 선전해 왔다. 하지만 김책제철소의 ‘주체철’ 생산은 허위로 판명됐고 막대한 외화만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정일 위원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김책제철소 당(黨)책임비서, 총지배인 등 4명의 핵심간부가 국가안전보위부에 연행돼 행방불명 상태다.
김정은, ‘폭풍군단’ 동원해 내부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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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남자’ 오극렬(왼쪽)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최경성 군단장이 군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폭풍군단은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소요사태나 불순행위 발생 시 일격에 진압할 수 있도록 기동력을 갖춘 최정예 특수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 지역의 집중검열(노동당·보위부·검찰·보안 등) 때에도 폭풍군단이 외곽에서 이들의 단속을 도왔고 폭풍군단에 걸린 사람은 아무리 고위직이라 해도 처벌에서 피하지 못할 만큼 김정은 체제 수호의 제1선에 서고 있다.
한 고위탈북자는 “최근 폭풍군단이 급부상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노동당 작전부가 김정일의 ‘별동대’였다. 얼마 전까지 군부의 핵심으로 영향력을 가졌던 오극렬은 당(黨) 작전부 부장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김정일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김정일은 작전부에 들어갈 때에는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작전부를 신임했고 “작전부는 나의 별동대”라고 수차례 언급해 왔다. 당 작전부는 정찰총국을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했고 현재 정찰총국의 대남공작 부문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작전부를 뒤로하고 폭풍군단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오극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의 남자 오극렬은 김정일의 병세가 악화됐던 2008년 중순 이후부터 김정일의 견제를 받아왔고 2009년 11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으며 권력에서 멀어졌다.
폭풍군단의 등장은 ‘별동대’가 새롭게 세대교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 군부의 핵심으로 최경성 군단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리용호와 함께 최경성이 북한 군부의 핵심이 될 가능성은 김정은과의 파격적 스킨십에 잘 나타나고 있다.
과거 당작전부는 1만~2만명 규모의 북한 최정예 특수 전투원으로 구성돼 막강한 최첨단 화력을 보유하면서 대남공작의 제1선에 서왔지만 북한 내부의 불안으로 군부 반란이나 내부 문제를 수습하는 데 그 임무 중심이 옮겨진 상태였다. 지금의 폭풍군단 역시 북한 내부에서 그 어떤 반란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기동력과 전투력을 갖추고 군부나 주민 반란을 제압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약 5만명 규모의 최정예 특수무력과 화력을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난으로 평양시 아파트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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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1년 9월 보도한 평양 만수대지구의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 |
평양시 전력을 공급하는 ‘평양화력발전소’와 ‘동평양화력발전소’ ‘북창화력발전소’ 등이 심각한 연료난과 설비 고장 등으로 가동이 중단되자 북한 전역에서 추위와의 사투가 시작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평양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12.3도로 떨어져 1977년 이후 35년 만에 최대 한파를 기록했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평양 주재 한 외교관은 이메일을 통해 “평양 주재 외국 공관에 공급되는 전기가 자주 끊기고 전압도 불안하다”며 “평양의 전력사정이 이처럼 열악해진 것은 수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평양 중심부의 주요 아파트에도 전기가 모두 끊겨 엘리베이터 운영이 중단되고 대다수 아파트의 수도관이 동파(冬破)돼 수도는 물론, 화장실 사용도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아파트의 경우 배설물 처리가 곤란해 내던지거나 쓰레기장에 버리기도 한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시의 전력난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평양시 10만 세대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시작한 10만 세대 건설 자금을 만들기 위해 그 재원을 석탄 수출로 충당하면서 화력발전소에 들어갈 석탄 절대량이 고갈됐다는 것이다. 석탄 수출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직접 책임지고 추진한 사업으로 3년 전부터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석탄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평양시 화력발전소 연료는 물론 주민들의 땔감 자체가 사라져 석탄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김정은 생가 조성에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들 동원
북한은 김정일 생일(2·16)을 앞두고 평안남도 증산군 석다산에 있는 천연바위에 120m 크기의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이라는 글자를 새겨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 과거 김일성 사망 때 김정일이 아버지 유훈 통치라는 후광으로 체제를 안정시킨 것처럼 김정은도 일단 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선군(先軍)정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과거 김정일 때와는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김정일은 3년간 거의 은둔생활을 했지만 지금 김정은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측근들과 밝게 웃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고위탈북자 김모씨는 김정은의 이런 모습에 대해 “인민들에게 악행만 일삼은 김정일을 길게 내세우는 것은 결국 민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과거 김정일은 아버지를 우려먹을수록 이득이었지만 지금은 빨리 지우는 것이 김정은에게 득이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빠른 행보와 함께 최근 김정은의 생가(生家) 조성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평양시 건설에 동원된 전체 대학생 가운데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만 따로 동원해 김정은 생가 조성사업에 내몰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지난 1년간 수업도 전폐한 채 김정은 생가 건설에 매달리고 있다. 김정은 생가는 유럽식 과일 밭을 조성하고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못지않은 북한의 3대 성지(평양 만경대, 백두산 고향집, 강동 고향집)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달러가 김정은 생가에 투입되면서 인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정은 생가가 조성되는 강동군 일부 지역 주민들은 그 지역에서 쫓겨나 생활 터전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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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8일 평안남도 증산군 석다산 천연바위에 120m 크기의 김정일 찬양 문구가 새겨졌다고 보도했다. |
과거 김정일의 우상화도 대부분 날조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일성의 업적과 더불어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라도 남아 있었지만 김정은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어 선뜻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정은에 대해서는 ‘군사적 천재’ 정도로만 부각돼 있는 상황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정일정치군사대학’ 등에서 군사 공부를 한 것으로만 주민에게 알려졌다. 아직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형제가 누가 있는지, 그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한때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인 이제강이 김정은의 형 김정철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고영희를 부각시킨 적이 있어 일부 간부들에게만 고영희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김정은을 우상화하기 위해선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인데다 한때 북한의 ‘기쁨조’였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미화하고 이를 혁명의 전통과 연결시켜야 한다. 북한은 일단 고영희에 대해 ‘평양 어머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으나 앞으로 고영희의 가계까지도 조작하거나 미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이 고영희의 출신 문제 등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부 물갈이가 최대 숙제
장성택은 김정일의 의도대로 가장 큰 세력인 군부를 김정은에게 넘겨주기 위한 물갈이를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초 북한 국방위원회 명령으로 65세가 지난 인민군 장령(장성ㆍ소장급 이상)들을 일괄 제대시키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 그 첫 사례다.
이 사건으로 북한 군부는 발칵 뒤집혔다. 왜냐하면 인민군 소장급 이상은 거의 종신 직제로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군부의 핵심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제를 권력의 핵심에 앉혀놓은 자들은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군 장령들에게 이 조치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이나 무력부 청사 앞에는 강제로 제대조치된 군 장령들이 눈물을 흘리며 “장군님 끝까지 모시고 싶습니다”라며 통곡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가운데 장성택에 의해 구제받은 일부 군부 인사들은 장성택의 최측근이 됐고 더는 군부 물갈이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김정일 정권의 세대교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보장제도의 붕괴다. 이미 오래전부터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사라져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노인들 속에 널리 회자하고 있다.
그나마 핵심측근들은 권력에서 물러나도 일정 정도의 사회적 혜택을 줬지만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간부들도 현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간부는 현직에서 물러난 간부들의 비참한 삶을 보면서 어떻게 하든 현직에 있을 때 평생 먹고살 돈을 모으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선군정치로 군 장령들이 너무 많아져 “군대별은 똥별보다 값없고 흔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군인들의 인기도 옛날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