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神으로 만든 대신 권력을 물려받아
⊙ 脫北 연인원 100만명, 국내 탈북자 2만3000명, 在中 탈북자 2만명, 정치범수용소 수감 20만명
⊙ 조선노동당 규약상 ‘당원의 의무’(제8, 9항)를 숱하게 위반, 黜黨· 처형 감
孫光柱
⊙ 54세.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 동아일보 기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념연구센터장, 데일리NK 편집인 역임, 現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선임연구위원.
⊙ 저서: 《김정일리포트》등.
⊙ 脫北 연인원 100만명, 국내 탈북자 2만3000명, 在中 탈북자 2만명, 정치범수용소 수감 20만명
⊙ 조선노동당 규약상 ‘당원의 의무’(제8, 9항)를 숱하게 위반, 黜黨· 처형 감
孫光柱
⊙ 54세.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 동아일보 기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념연구센터장, 데일리NK 편집인 역임, 現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선임연구위원.
⊙ 저서: 《김정일리포트》등.
- 1997년대 기근사태 당시 북한 희천군의 한 어린이집에서 뼈만 앙상한 아이들이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아래 서 있다.
북한 이념과 체제의 기본 특징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수령제(首領制)이다. ‘수령은 사회역사발전의 유일한 동력’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에는 2인자 개념이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은 대통령 유고(有故) 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權限代行)을 할 수 있지만, 북한에는 수령의 후계자가 아니면 ‘수령 권한대행’이란 게 없다. 그래서 수령의 후계자는 반드시 수령이 살아 있을 때―동대(同代)에―정해져야 한다. 이 때문에 수령의 후계자를 정하는 일은 당(黨)·국가·군(軍)을 통틀어 배타적으로 중요하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지도자가 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을 이어 받은 ‘수령의 후계자’이다. 노동당 총비서·국방위원장·최고사령관의 후계자가 아니라 수령의 후계자이다. 수령은 영도자(領導者)이다. 그래서 《노동신문》은 김정일 사망 직후 곧바로 김정은에게 ‘영도자’ 칭호를 사용함으로써 통치체제에 누수(漏水)현상이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김정은은 영도자이기 때문에 인민군 대장(大將) 지위로도, 최고사령관 지위로도, 당 중앙군사위 명령서로도 통치가 가능한 것이다. 당직(당총비서) 국가직(국방위원장) 군사직(최고사령관)은 북한을 통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당과 인민의 영도자이다. 따라서 먼저 수령의 후계자가 되어 북한의 당과 인민을 영도하는 지위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金日成 유일사상체제의 설계자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와는 차원이 다르고, 물론 중국 공산당 체제와도 다른, 이 ‘구(舊)공산주의의 유령’인 수령론을 이해해야 ‘김정일 시대의 손익(損益)계산서’를 제대로 뽑을 수 있다.
수령은 ‘개인’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이데올로기이자 국체(國體)이다. 김일성은 곧 주체(主體)사상이자 조선노동당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물론 이 같은 수령론이 거대한 사기극(詐欺劇)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현대사 60년은 남로당파 연안파(延安派) 소련파 갑산파(甲山派) 등 이른바 ‘종파’들을 제거하면서 북한식 수령론을 관철시켜 온 역사이다. 그래서 수령 김일성과 수령의 후계자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곧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에 대한 평가와 동일한 내용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유일사상체제·유일지도체제를 만든 설계자였으며, 사상 유례 없는 독재체제를 구축한 건축가였고, 독재체제의 유일한 관리자였다. 김일성은 절대 카리스마로 북한을 영도했으며, 김정일은 정보·선전·감시·통제·공포감을 시스템화한 독재체제로써 영도했다. 또 김정일은 삼촌(김영주)·계모(김성애)·이복동생(김평일 등)과의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했다.
그런 점에서 김일성·김정일은 둘 다 자신의 능력으로 ‘영도자’가 되어 오랫동안 북한을 통치했다. 영도자의 영도 능력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 프리즘을 통해서 보면 《노동신문》이 ‘말(言)’로써 갖다붙인 ‘영도자’ 김정은의 운명은 앞이 뻔히 내다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餓死) 이후 15년 동안 진행된 배급제 붕괴·정보화·시장화로 수령-당-인민대중의 수직 영도체제가 균열되는 예민한 임계(臨界) 지점에서 김정은에게 절대권력을 넘겨주었다. 수령제에서 수령(영도자)의 권한은 무한대(無限大)이며 책임에서는 완전히 자유롭다. 경제 몰락에 영도체제마저 깨진 마당에 나이 어린 김정은이 과연 그 절대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김정일 시대’ 손익계산서는 대내·대외 평가로 나눌 수 있다. 대외적(對外的)인 평가로는 이미 판정이 나 있다. 핵무기 개발, 미사일 판매, 아웅산 폭파, KAL기 테러, 천안함 폭침(爆沈), 연평도 포격과 끊임없는 대남(對南) 군사도발, 간첩 남파, 지하당 건설, 외국인 강제납치, 위조달러 제조·유통, 마약 제조·밀매, 탈북자 체포·송환 등등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정치인으로서의 업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인 범죄자로서 국제사회의 단죄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는 살아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영화(榮華)를 누렸지만, 가장 큰 영화는 그의 죽음이다. 그는 자신의 객관적 범죄행위를 고려한다면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죽지 않고 ‘말도 안되게도’ 호화롭게 죽었다.
이것이 글로벌 기준에서 범죄자 김정일을 보는 객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탈북 연인원 100만명
‘김정일 시대’ 북한 내부의 손익계산서는 무엇인가.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일의 업적을 ‘핵 보유’로 정리했다. 북한당국이 김일성은 주체사상의 시대, 김정일은 선군(先軍)사상의 시대로 규정하였으니까 김정일의 업적을 ‘핵보유’로 규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2400만 북한주민들에게 핵보유국 지위가 과연 어떤 실제적 의미를 가질까. 북한의 핵무기는 주민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령체제 정권 유지용일 뿐이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보는 김정일 시대에 대한 평가도 이미 판정이 나 있다. 1990년대 중반 주민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탈북(脫北)한 주민과 탈·입북(脫入北)을 되풀이한 연(延)인원이 100만명 가량이다. 2만3000명은 한국에 와 있고, 2만명 정도는 아직 중국에 잔류해 있다. 북한 주민 20만명 정도는 상시적(常時的)으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다. 지금 평양의 특권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허덕인다. 이는 김정일 시대의 실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보는 시대 구분은 명료하다. ‘김일성 시대 때는 먹고 살았는데 김정일 시대 때는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살다’와 ‘죽다’, ‘먹다’와 ‘굶다’보다 더 명료한 시대 구분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 기아의 원인은 주체사상
그러면 ‘김정일 시대’에는 왜 ‘굶다’와 ‘죽다’가 키워드가 되었는가. 그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구소련·동유럽의 체제전환, 중국의 개혁개방에서 알 수 있듯 사회주의 자체의 오류와 모순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정일 시대가 더욱 실패한 이유는 잘못된 이념과 체제 때문이다. 그리고 1966년 김일성의 국방·경제 병진(竝進)노선 채택 이후 이른바 ‘남조선 혁명’을 위해 국가자원의 50% 정도를 군수(軍需)산업에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체사상(김일성유일사상체제), 군사우선주의가 북한주민을 굶어 죽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 북한을 수령절대주의 빈곤의 땅으로 만든 원인은 김정일에게 있다. 김일성은 6·25 남침(南侵)전쟁으로 우리에게는 용서 못할 전범(戰犯)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냥 ‘어버이 수령’일 뿐이다. 북한 내부적인 관점에서 김일성의 결정적인 오류는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이다.
김정일, 정치용어사전에서 세습제 빼
김정일은 정치, 경제, 사상, 문화, 과학, 교육의 모든 면에서 김일성 한 사람을 ‘사회역사 발전의 동력’으로 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었고, 독재의 질적 내용은 스탈린 체제를 훨씬 능가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북한 땅에서는 역사의 시계바늘이 돌지 않았다. 오히려 봉건주의로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봉건전제군주를 거쳐 북한이라는 작은 땅에서 ‘신(神)’의 지위에 올랐다. 김정일은 아버지를 신으로 만들어 주는 대신 자신은 아버지의 절대권력을 물려받은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이 세습을 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희석시켜 보려고 1970년 4월 15일 발행된 북한의 공식 《정치용어사전》에 실려 있던 ‘세습제도’라는 항목을, 1974년 후계자가 된 이후에 해당 항목 자체를 삭제하여 발행했다. 1970년에 발행된 《정치용어사전》의 ‘세습제도’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되어 있다.
“착취사회에서 특권(特權)계급의 신분에 기초하여 그 직위 또는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도록 법적으로 고착시킨 반동적(反動的) 제도를 말한다. 세습제도는 노예사회에서 생겨난 통치제도로서 봉건사회에 와서는 봉건 통치배들의 독재를 유지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리용(이용)되었다.”
김정일은 ‘세습제도’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의식 속에 ‘세습’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도록 기도(企圖)한 것이다.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김정일의 세습을 설명하면서 《정치용어사전》보다 더 ‘정확한’ 풀이를 하기도 힘들 듯싶다. 이를 북한의 세습에 대입(代入)시켜 보면 다음과 같은 ‘풀이’가 가능하다.
“김정일은 특권계급의 신분에 기초하여 그 직위 또는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김일성 유일사상체제와 유일적 지도체제를 법적으로 고착시킨 반동적 제도를 수립하였다. 세습제도는 노예사회에서 생겨난 통치제도로서 봉건사회에 와서는 봉건 통치배들의 독재를 유지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리용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동북 아시아 한반도 북쪽의 김정일 정권에 의해 3대 세습으로 계승·발전되었다.”
‘당원 김정일’의 罪行
김정일을 ‘노동당 당원’의 관점에서 볼 경우에도 그는 출당(黜黨)조치를 받아 마땅할뿐더러 당 위원회에 회부하여 재판소에 세우면 물론 사형감이다. 조선노동당 규약 ‘당원의 의무’ 제8, 9항에는 “당원은 국가의 법과 규정을 지키고… 청렴결백하여 사회 공중도덕과 질서를 모범적으로 지키며…”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김정일 당원’의 경우 당조직 파괴(개인우상화)와 당·국가 체제 전복, 각종 살인 및 살인교사(敎唆), 납치, 테러, 강제구금시설 설치, 마약제조 밀매, 국가재산 횡령, 독직, 인신매매, 축첩(蓄妾), 공연음란(淫亂) 등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죄목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정확히 전망하기 위해서도 김정일 시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멀리는 후계자로 지명된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3대 세습에 들어선 김씨왕족들과 그 측신(側臣)들에게는 ‘흑자(黑字)’일지 모른다. 하지만 ‘굶주림’과 ‘죽음’에 시달려 온 북한 주민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자처해 온 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자(赤字)를 거듭하던 끝에 이제 파산을 앞두게 되었다. 김정은 시대에 대한 전망은 이처럼 적자로 가득한 김정일 시대의 손익계산서를 직시하고 고발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지도자가 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을 이어 받은 ‘수령의 후계자’이다. 노동당 총비서·국방위원장·최고사령관의 후계자가 아니라 수령의 후계자이다. 수령은 영도자(領導者)이다. 그래서 《노동신문》은 김정일 사망 직후 곧바로 김정은에게 ‘영도자’ 칭호를 사용함으로써 통치체제에 누수(漏水)현상이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김정은은 영도자이기 때문에 인민군 대장(大將) 지위로도, 최고사령관 지위로도, 당 중앙군사위 명령서로도 통치가 가능한 것이다. 당직(당총비서) 국가직(국방위원장) 군사직(최고사령관)은 북한을 통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당과 인민의 영도자이다. 따라서 먼저 수령의 후계자가 되어 북한의 당과 인민을 영도하는 지위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金日成 유일사상체제의 설계자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와는 차원이 다르고, 물론 중국 공산당 체제와도 다른, 이 ‘구(舊)공산주의의 유령’인 수령론을 이해해야 ‘김정일 시대의 손익(損益)계산서’를 제대로 뽑을 수 있다.
수령은 ‘개인’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이데올로기이자 국체(國體)이다. 김일성은 곧 주체(主體)사상이자 조선노동당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물론 이 같은 수령론이 거대한 사기극(詐欺劇)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현대사 60년은 남로당파 연안파(延安派) 소련파 갑산파(甲山派) 등 이른바 ‘종파’들을 제거하면서 북한식 수령론을 관철시켜 온 역사이다. 그래서 수령 김일성과 수령의 후계자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곧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에 대한 평가와 동일한 내용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유일사상체제·유일지도체제를 만든 설계자였으며, 사상 유례 없는 독재체제를 구축한 건축가였고, 독재체제의 유일한 관리자였다. 김일성은 절대 카리스마로 북한을 영도했으며, 김정일은 정보·선전·감시·통제·공포감을 시스템화한 독재체제로써 영도했다. 또 김정일은 삼촌(김영주)·계모(김성애)·이복동생(김평일 등)과의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했다.
그런 점에서 김일성·김정일은 둘 다 자신의 능력으로 ‘영도자’가 되어 오랫동안 북한을 통치했다. 영도자의 영도 능력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 프리즘을 통해서 보면 《노동신문》이 ‘말(言)’로써 갖다붙인 ‘영도자’ 김정은의 운명은 앞이 뻔히 내다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餓死) 이후 15년 동안 진행된 배급제 붕괴·정보화·시장화로 수령-당-인민대중의 수직 영도체제가 균열되는 예민한 임계(臨界) 지점에서 김정은에게 절대권력을 넘겨주었다. 수령제에서 수령(영도자)의 권한은 무한대(無限大)이며 책임에서는 완전히 자유롭다. 경제 몰락에 영도체제마저 깨진 마당에 나이 어린 김정은이 과연 그 절대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김정일 시대’ 손익계산서는 대내·대외 평가로 나눌 수 있다. 대외적(對外的)인 평가로는 이미 판정이 나 있다. 핵무기 개발, 미사일 판매, 아웅산 폭파, KAL기 테러, 천안함 폭침(爆沈), 연평도 포격과 끊임없는 대남(對南) 군사도발, 간첩 남파, 지하당 건설, 외국인 강제납치, 위조달러 제조·유통, 마약 제조·밀매, 탈북자 체포·송환 등등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정치인으로서의 업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인 범죄자로서 국제사회의 단죄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는 살아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영화(榮華)를 누렸지만, 가장 큰 영화는 그의 죽음이다. 그는 자신의 객관적 범죄행위를 고려한다면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죽지 않고 ‘말도 안되게도’ 호화롭게 죽었다.
이것이 글로벌 기준에서 범죄자 김정일을 보는 객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탈북 연인원 100만명
‘김정일 시대’ 북한 내부의 손익계산서는 무엇인가.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일의 업적을 ‘핵 보유’로 정리했다. 북한당국이 김일성은 주체사상의 시대, 김정일은 선군(先軍)사상의 시대로 규정하였으니까 김정일의 업적을 ‘핵보유’로 규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2400만 북한주민들에게 핵보유국 지위가 과연 어떤 실제적 의미를 가질까. 북한의 핵무기는 주민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령체제 정권 유지용일 뿐이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보는 김정일 시대에 대한 평가도 이미 판정이 나 있다. 1990년대 중반 주민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탈북(脫北)한 주민과 탈·입북(脫入北)을 되풀이한 연(延)인원이 100만명 가량이다. 2만3000명은 한국에 와 있고, 2만명 정도는 아직 중국에 잔류해 있다. 북한 주민 20만명 정도는 상시적(常時的)으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다. 지금 평양의 특권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허덕인다. 이는 김정일 시대의 실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보는 시대 구분은 명료하다. ‘김일성 시대 때는 먹고 살았는데 김정일 시대 때는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살다’와 ‘죽다’, ‘먹다’와 ‘굶다’보다 더 명료한 시대 구분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 기아의 원인은 주체사상
그러면 ‘김정일 시대’에는 왜 ‘굶다’와 ‘죽다’가 키워드가 되었는가. 그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구소련·동유럽의 체제전환, 중국의 개혁개방에서 알 수 있듯 사회주의 자체의 오류와 모순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정일 시대가 더욱 실패한 이유는 잘못된 이념과 체제 때문이다. 그리고 1966년 김일성의 국방·경제 병진(竝進)노선 채택 이후 이른바 ‘남조선 혁명’을 위해 국가자원의 50% 정도를 군수(軍需)산업에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체사상(김일성유일사상체제), 군사우선주의가 북한주민을 굶어 죽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 북한을 수령절대주의 빈곤의 땅으로 만든 원인은 김정일에게 있다. 김일성은 6·25 남침(南侵)전쟁으로 우리에게는 용서 못할 전범(戰犯)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냥 ‘어버이 수령’일 뿐이다. 북한 내부적인 관점에서 김일성의 결정적인 오류는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이다.
김정일, 정치용어사전에서 세습제 빼
김정일은 정치, 경제, 사상, 문화, 과학, 교육의 모든 면에서 김일성 한 사람을 ‘사회역사 발전의 동력’으로 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었고, 독재의 질적 내용은 스탈린 체제를 훨씬 능가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북한 땅에서는 역사의 시계바늘이 돌지 않았다. 오히려 봉건주의로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봉건전제군주를 거쳐 북한이라는 작은 땅에서 ‘신(神)’의 지위에 올랐다. 김정일은 아버지를 신으로 만들어 주는 대신 자신은 아버지의 절대권력을 물려받은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이 세습을 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희석시켜 보려고 1970년 4월 15일 발행된 북한의 공식 《정치용어사전》에 실려 있던 ‘세습제도’라는 항목을, 1974년 후계자가 된 이후에 해당 항목 자체를 삭제하여 발행했다. 1970년에 발행된 《정치용어사전》의 ‘세습제도’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되어 있다.
“착취사회에서 특권(特權)계급의 신분에 기초하여 그 직위 또는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도록 법적으로 고착시킨 반동적(反動的) 제도를 말한다. 세습제도는 노예사회에서 생겨난 통치제도로서 봉건사회에 와서는 봉건 통치배들의 독재를 유지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리용(이용)되었다.”
김정일은 ‘세습제도’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의식 속에 ‘세습’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도록 기도(企圖)한 것이다.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김정일의 세습을 설명하면서 《정치용어사전》보다 더 ‘정확한’ 풀이를 하기도 힘들 듯싶다. 이를 북한의 세습에 대입(代入)시켜 보면 다음과 같은 ‘풀이’가 가능하다.
“김정일은 특권계급의 신분에 기초하여 그 직위 또는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김일성 유일사상체제와 유일적 지도체제를 법적으로 고착시킨 반동적 제도를 수립하였다. 세습제도는 노예사회에서 생겨난 통치제도로서 봉건사회에 와서는 봉건 통치배들의 독재를 유지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리용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동북 아시아 한반도 북쪽의 김정일 정권에 의해 3대 세습으로 계승·발전되었다.”
‘당원 김정일’의 罪行
김정일을 ‘노동당 당원’의 관점에서 볼 경우에도 그는 출당(黜黨)조치를 받아 마땅할뿐더러 당 위원회에 회부하여 재판소에 세우면 물론 사형감이다. 조선노동당 규약 ‘당원의 의무’ 제8, 9항에는 “당원은 국가의 법과 규정을 지키고… 청렴결백하여 사회 공중도덕과 질서를 모범적으로 지키며…”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김정일 당원’의 경우 당조직 파괴(개인우상화)와 당·국가 체제 전복, 각종 살인 및 살인교사(敎唆), 납치, 테러, 강제구금시설 설치, 마약제조 밀매, 국가재산 횡령, 독직, 인신매매, 축첩(蓄妾), 공연음란(淫亂) 등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죄목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정확히 전망하기 위해서도 김정일 시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멀리는 후계자로 지명된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3대 세습에 들어선 김씨왕족들과 그 측신(側臣)들에게는 ‘흑자(黑字)’일지 모른다. 하지만 ‘굶주림’과 ‘죽음’에 시달려 온 북한 주민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자처해 온 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자(赤字)를 거듭하던 끝에 이제 파산을 앞두게 되었다. 김정은 시대에 대한 전망은 이처럼 적자로 가득한 김정일 시대의 손익계산서를 직시하고 고발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