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년 동안 1인당 GNI 151달러 증가
⊙ 김정일, “나는 경제난 책임 없다”
⊙ 영아사망률 24.3→27.4명, 기대수명 男 65.4→64.9세, 女 72.5→71.7세
趙寧基
⊙ 59세.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건국대 경제학 박사.
⊙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자유민주연구학회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저서: 《북한경제론》(공저), 《북한경제개혁과 사회변화》(공저).
⊙ 김정일, “나는 경제난 책임 없다”
⊙ 영아사망률 24.3→27.4명, 기대수명 男 65.4→64.9세, 女 72.5→71.7세
趙寧基
⊙ 59세.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건국대 경제학 박사.
⊙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자유민주연구학회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저서: 《북한경제론》(공저), 《북한경제개혁과 사회변화》(공저).
- ‘대안의 중기계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일. 김정일 통치기간 중 북한의 경제는 후퇴를 거듭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혈육의 관계를 떠나 권력을 분점(分點)하면서 공생(共生)해 왔다. 대체로 1974~85년까지가 ‘김일성-김정일 이중(二重)정권 시대’였다면 1985~94년까지는 ‘김정일-김일성 이중정권 시대’라고 볼 수 있다. 1985년 이후 김정일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지만 이 시기의 평가대상은 김일성이다. 따라서 명목상으로 볼 때 김정일 시대의 시작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이고, 그 끝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이다. 즉 김정일 혼자서 북한을 통치한 17년을 ‘김정일 시대’라고 통칭해도 무방하다.
국가의 존립근거는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라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진리를 얼마나 잘 지켰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임금이 백성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근거는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해 준 임금은 성군(聖君)으로 추앙을 받았지만 이를 외면한 임금은 폭군(暴君)으로 낙인찍혔다. 특히 배급에 의존하는 사회주의체제에서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재자 김정일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일 시대’ 17년을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김정일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철강 생산, 1990년의 1/3 수준
한 국가의 종합적인 경제활동수준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대표적인 경제지표는 국민소득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의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는 국내총소득(GNI)과 1인당 국민총소득(1인당 GNI)이, 경제활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는 경제성장률이 사용된다. 집권 17년 동안 김정일의 경제성적표는 <표 1>과 같다. <표 1>이 보여주는 것은 북한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경제가 성장한 때는 외부지원이나 원조의 덕분이다.
북한경제의 장기(長期)침체는 공장가동률을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이래 북한의 철강과 시멘트 공장은 50%, 화학섬유와 비료 공장은 30% 내외의 가동률을 유지해 왔다. 참고로 국내 기업에서는 공장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비상이 걸린다.
이에 따라 북한의 공업생산력도 후퇴를 거듭했다. 예를 들면 화학비료의 경우 1994년 생산능력은 261만M/T(비중과 중량을 함께 지칭하는 단위)이었으나, 2008년 195만M/T으로 감소했다. 화학비료 생산량은 1994년 74만M/T에서 48만M/T으로 줄어들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 생산도 1990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북한의 에너지 공급은 석탄 70% 내외, 석유 3~10%, 수력 15~20%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에너지난은 자립경제라는 미명 아래 수립된 과도한 석탄의존형 구조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발전소가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석탄 생산량은 전력 생산과 직결된다. 2010년 석탄 생산량은 1994년 대비(對比) 75%, 발전량은 8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외부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북한이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실제로는 정상(正常)수요를 감안하면 150만~200만 톤 정도 식량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북한 당국은 배급량을 축소하거나 구(舊)소련이나 중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식으로 이에 대처했다.
이처럼 김정일 1인 집권 기간 동안 경제적 성과는 낙제점이었다. 이에 따라 남북한의 경제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남북한의 경제규모는 1994년 19.9배에서 2010년에는 39배로 벌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도 9.5배에서 19.3배로 확대되었다.
1994년 당시 소득수준이 유사한 국가들과 북한의 국민소득 증가율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김정일 17년 동안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1994년 923달러에서 2010년 1074달러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필리핀은 971달러에서 2318달러로, 인도네시아는 876달러에서 2759달러로 증가했다.
우상화에 국가자원 낭비
김정일은 김일성대학교의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지만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은 1970년대 초반부터 수령절대주의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경제활동에 사상논리를 주입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김정일이 주도한 3대혁명소조운동이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당(黨)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경제개발에 주역이 되어야 할 기술관료들은 사상검증의 대상이 됐다. 그 결과 경제관리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은 도외시되고 당성(黨性)이 우선시됐다.
이 시기에 김정일은 조직지도부장이 된 후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70일 전투’라는 속도전을 벌였다. 이 속도전은 원가(原價)개념조차 무시하고 과업달성의 속도만을 강조함으로써 형식적 위선적 경제성과를 조작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사상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한 대표적 사례는 김일성 우상화(偶像化) 사업이다. 그 결과 북한은 경제발전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 막대한 투자자원을 쏟아부었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김일성개선문, 170m 높이의 주체사상탑, 15만 석 규모의 5·1경기장, 조선혁명박물관 등이다. 김일성 생일, 당 창건 기념일 등이 되면 어김없이 대형 매스게임이나 공연이 선을 보였다.
북한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상태로 추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사회의 모든 영역을 수령우상화와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에 누수(漏水)현상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을 기준으로 경제를 자의적(恣意的)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에 세워진 금수산기념궁전 등 정치선전 상징물을 건립하기 위해 북한이 소모한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인 9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20만 톤의 쌀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건설한 개인별장은 32개에 달하는데, 건설비용만 25억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이 북한 전역에 갖고 있는 별장(특각)과 초대소 등은 모두 8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김일성ㆍ김정일의 우상화를 위한 자금은 ‘당(黨) 경제’를 통해 충당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식량난 시작
북한경제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이 실권자로 등장하면서부터였다. 1970년대부터 하강(下降)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북한경제는 1990년대 초반이 되면서 깊은 수렁에 빠진다.
외화벌이를 위해 각급 기관이 무역회사를 설립했지만 총체적 구조적 경제난은 악순환을 거듭했다. 먹는 문제가 절박해지자 중앙당에서는 1990년대 초 긴급 처방을 내렸다. ‘3개월은 국가에서, 3개월은 수입양곡으로, 3개월은 직장 자체 해결로, 나머지 3개월은 개인이 자체 조달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1995년부터 시작한 식량난으로 인해 한 해에 100만명이 떼죽음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정일은 대기근이 닥친 1990년대 후반을 소위 ‘고난의 행군’ 기간으로 설정하고 군사우선전략과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겨우 식량난을 땜질하면서 버텨나갔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신의 곳간에 쌓아두었던 달러를 풀어 식량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일은 기아사태를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1996년 12월 김정일이 김일성대를 방문하여 행한 발언에서 그의 비정함을 엿볼 수 있다. ▲쌀이 없어 군량미도 못 주고 있는데, 당 일꾼, 경제일꾼들은 일을 안 한다 ▲식량문제도 사회주의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당 일꾼들이 열심히 안 하면 책임을 추궁하겠다 ▲나는 경제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김정일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나는 경제난, 식량난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1994년 대홍수와 연이은 자연재해, 미국의 경제봉쇄로 대량의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년 대홍수로 극심한 피해를 입는 방글라데시에서도 3년간 3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지는 않았다.
1995~97년 ‘대아사(大餓死) 기간’을 거치는 동안 김정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김정일은 400만명의 ‘식량세대(‘고난의 행군’ 시기에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가 양산되는 데도 불구하고 ‘선군(先軍)정치’를 통해 준전시(準戰時)상태를 유지하면서 ‘고난의 행군’을 마무리지었다. 이들 ‘식량세대’는 언젠가 김씨왕조체제를 무너뜨리는 핵심이 될지도 모른다.
경제개혁조치도 계속 실패
김정일은 1998년 유훈(遺訓)통치를 끝내고 통치의 전면에 나서면서 강성대국이라는 국가목표를 제시했다. 강성대국은 주체사상에 기반한 사상강국과 핵무기를 보유하는 군사강국과 경제강국이 되는 것이다. 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을 완성했기 때문에 경제강국만 완성하면 명실상부한 강성대국이 된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이 꿈은 2011년 1월 발표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 계획 수립’에서 후퇴의 조짐을 보이더니 2011년 8월에는 강성대국 대신 강성국가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강성국가는 경제강국을 제외한 국가목표이다.
김정일은 소위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이완된 계획경제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경제관리방식이 필요했다. 1998년 9월 이후 체제정비에 나선 김정일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개혁적(?) 조치를 단행했다.
‘7·1조치’의 골자는 경제운용에서의 실리중시, 실적중시, 하부기관의 자율성 확대, 선진기술의 도입, 분배·가격제도의 개선 등이다. 1990년대 몇 차례의 제한적 경제개선조치에 비해 ‘7·1조치’는 획기적인 조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7·1조치’의 본래 의도는 장마당을 억제하고 공장·기업소는 ‘알아서 벌어먹어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재, 에너지, 외화가 근본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생산이 제대로 안 되니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결국 ‘7·1조치’는 극심한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7·1조치’ 직후 쌀 1kg의 국정가격은 44원으로 책정되었지만 1년 뒤 장마당에서는 300원을, 2005년에는 1000원을 넘어섰고, 2009년 11월에는 2200원을 넘어섰다. 장마당을 억제한 시장의 역습(逆襲)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정일은 2009년 11월 인플레이션과 시장, 시장경제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화폐가치를 1000분의 1로 낮추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김정일은 화폐개혁을 통해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정상화를 도모하려 했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後爆風)에 시달려야 했다. 화폐개혁 직후 쌀 1kg은 강제적으로 국정가격인 44원(새 화폐가치 기준)에 거래되었다. 하지만 2010년 1월에는 120원, 2011년 1월에는 1800원, 2011년 11월에는 3800원으로 상승했다.
삶의 질 저하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1950년대와 60년대 경제성장기를 거친 북한경제는 1970년대 정체기(停滯期)와 1980년대 침체기(沈滯期)를 경험한 후 1990년대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북한사회주의체제가 갖고 있는 비효율성, 북한의 독특한 경제관리체제에서 오는 정책적 모순, 그리고 북한정치체제가 갖는 경직성과 정치우선주의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구조적 모순의 산물이다. 그 결과 북한주민의 삶의 질(質)도 크게 떨어졌다.
1995~97년 대아사 기간 후 영아사망률은 24.3명에서 27.4명으로 증가했고, 기대수명은 줄어들었다(남: 65.4→64.9세, 여: 72.5→71.7세).
김정일 1인 독재 17년 동안 식량을 찾아 국경을 넘는 식량난민이 폭증하였다. 지금도 식량난민은 20만~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입국자도 2만3000명을 넘어섰다.
식량난은 북한군 병력충원에도 적지 않은 문제를 초래했다. 김일성 시절, 북한군은 군인들의 평균체중 62.5kg을 목표로 배급을 실시했었다. 대아사 기간을 거친 직후 북한군의 평균체중은 43.5kg으로 집계되었다.⊙
국가의 존립근거는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라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진리를 얼마나 잘 지켰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임금이 백성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근거는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해 준 임금은 성군(聖君)으로 추앙을 받았지만 이를 외면한 임금은 폭군(暴君)으로 낙인찍혔다. 특히 배급에 의존하는 사회주의체제에서 백성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재자 김정일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일 시대’ 17년을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김정일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철강 생산, 1990년의 1/3 수준
한 국가의 종합적인 경제활동수준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대표적인 경제지표는 국민소득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의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는 국내총소득(GNI)과 1인당 국민총소득(1인당 GNI)이, 경제활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는 경제성장률이 사용된다. 집권 17년 동안 김정일의 경제성적표는 <표 1>과 같다. <표 1>이 보여주는 것은 북한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경제가 성장한 때는 외부지원이나 원조의 덕분이다.
북한경제의 장기(長期)침체는 공장가동률을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이래 북한의 철강과 시멘트 공장은 50%, 화학섬유와 비료 공장은 30% 내외의 가동률을 유지해 왔다. 참고로 국내 기업에서는 공장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비상이 걸린다.
이에 따라 북한의 공업생산력도 후퇴를 거듭했다. 예를 들면 화학비료의 경우 1994년 생산능력은 261만M/T(비중과 중량을 함께 지칭하는 단위)이었으나, 2008년 195만M/T으로 감소했다. 화학비료 생산량은 1994년 74만M/T에서 48만M/T으로 줄어들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 생산도 1990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북한의 에너지 공급은 석탄 70% 내외, 석유 3~10%, 수력 15~20%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에너지난은 자립경제라는 미명 아래 수립된 과도한 석탄의존형 구조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발전소가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석탄 생산량은 전력 생산과 직결된다. 2010년 석탄 생산량은 1994년 대비(對比) 75%, 발전량은 8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외부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북한이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실제로는 정상(正常)수요를 감안하면 150만~200만 톤 정도 식량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북한 당국은 배급량을 축소하거나 구(舊)소련이나 중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식으로 이에 대처했다.
이처럼 김정일 1인 집권 기간 동안 경제적 성과는 낙제점이었다. 이에 따라 남북한의 경제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남북한의 경제규모는 1994년 19.9배에서 2010년에는 39배로 벌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도 9.5배에서 19.3배로 확대되었다.
1994년 당시 소득수준이 유사한 국가들과 북한의 국민소득 증가율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김정일 17년 동안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1994년 923달러에서 2010년 1074달러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필리핀은 971달러에서 2318달러로, 인도네시아는 876달러에서 2759달러로 증가했다.
우상화에 국가자원 낭비
김정일은 김일성대학교의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지만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은 1970년대 초반부터 수령절대주의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경제활동에 사상논리를 주입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김정일이 주도한 3대혁명소조운동이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당(黨)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경제개발에 주역이 되어야 할 기술관료들은 사상검증의 대상이 됐다. 그 결과 경제관리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은 도외시되고 당성(黨性)이 우선시됐다.
이 시기에 김정일은 조직지도부장이 된 후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70일 전투’라는 속도전을 벌였다. 이 속도전은 원가(原價)개념조차 무시하고 과업달성의 속도만을 강조함으로써 형식적 위선적 경제성과를 조작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사상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한 대표적 사례는 김일성 우상화(偶像化) 사업이다. 그 결과 북한은 경제발전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 막대한 투자자원을 쏟아부었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김일성개선문, 170m 높이의 주체사상탑, 15만 석 규모의 5·1경기장, 조선혁명박물관 등이다. 김일성 생일, 당 창건 기념일 등이 되면 어김없이 대형 매스게임이나 공연이 선을 보였다.
북한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상태로 추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사회의 모든 영역을 수령우상화와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에 누수(漏水)현상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을 기준으로 경제를 자의적(恣意的)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에 세워진 금수산기념궁전 등 정치선전 상징물을 건립하기 위해 북한이 소모한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인 9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20만 톤의 쌀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건설한 개인별장은 32개에 달하는데, 건설비용만 25억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이 북한 전역에 갖고 있는 별장(특각)과 초대소 등은 모두 8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김일성ㆍ김정일의 우상화를 위한 자금은 ‘당(黨) 경제’를 통해 충당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식량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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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강원도 속초 동해상에서 구조된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측으로 인도됐다. 한국군 병사와 신장 차이가 완연하다. |
외화벌이를 위해 각급 기관이 무역회사를 설립했지만 총체적 구조적 경제난은 악순환을 거듭했다. 먹는 문제가 절박해지자 중앙당에서는 1990년대 초 긴급 처방을 내렸다. ‘3개월은 국가에서, 3개월은 수입양곡으로, 3개월은 직장 자체 해결로, 나머지 3개월은 개인이 자체 조달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1995년부터 시작한 식량난으로 인해 한 해에 100만명이 떼죽음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정일은 대기근이 닥친 1990년대 후반을 소위 ‘고난의 행군’ 기간으로 설정하고 군사우선전략과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겨우 식량난을 땜질하면서 버텨나갔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신의 곳간에 쌓아두었던 달러를 풀어 식량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일은 기아사태를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1996년 12월 김정일이 김일성대를 방문하여 행한 발언에서 그의 비정함을 엿볼 수 있다. ▲쌀이 없어 군량미도 못 주고 있는데, 당 일꾼, 경제일꾼들은 일을 안 한다 ▲식량문제도 사회주의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당 일꾼들이 열심히 안 하면 책임을 추궁하겠다 ▲나는 경제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김정일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나는 경제난, 식량난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1994년 대홍수와 연이은 자연재해, 미국의 경제봉쇄로 대량의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년 대홍수로 극심한 피해를 입는 방글라데시에서도 3년간 3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지는 않았다.
1995~97년 ‘대아사(大餓死) 기간’을 거치는 동안 김정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김정일은 400만명의 ‘식량세대(‘고난의 행군’ 시기에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가 양산되는 데도 불구하고 ‘선군(先軍)정치’를 통해 준전시(準戰時)상태를 유지하면서 ‘고난의 행군’을 마무리지었다. 이들 ‘식량세대’는 언젠가 김씨왕조체제를 무너뜨리는 핵심이 될지도 모른다.
경제개혁조치도 계속 실패
김정일은 1998년 유훈(遺訓)통치를 끝내고 통치의 전면에 나서면서 강성대국이라는 국가목표를 제시했다. 강성대국은 주체사상에 기반한 사상강국과 핵무기를 보유하는 군사강국과 경제강국이 되는 것이다. 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을 완성했기 때문에 경제강국만 완성하면 명실상부한 강성대국이 된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이 꿈은 2011년 1월 발표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 계획 수립’에서 후퇴의 조짐을 보이더니 2011년 8월에는 강성대국 대신 강성국가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강성국가는 경제강국을 제외한 국가목표이다.
김정일은 소위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이완된 계획경제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경제관리방식이 필요했다. 1998년 9월 이후 체제정비에 나선 김정일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개혁적(?) 조치를 단행했다.
‘7·1조치’의 골자는 경제운용에서의 실리중시, 실적중시, 하부기관의 자율성 확대, 선진기술의 도입, 분배·가격제도의 개선 등이다. 1990년대 몇 차례의 제한적 경제개선조치에 비해 ‘7·1조치’는 획기적인 조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7·1조치’의 본래 의도는 장마당을 억제하고 공장·기업소는 ‘알아서 벌어먹어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재, 에너지, 외화가 근본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생산이 제대로 안 되니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결국 ‘7·1조치’는 극심한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7·1조치’ 직후 쌀 1kg의 국정가격은 44원으로 책정되었지만 1년 뒤 장마당에서는 300원을, 2005년에는 1000원을 넘어섰고, 2009년 11월에는 2200원을 넘어섰다. 장마당을 억제한 시장의 역습(逆襲)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정일은 2009년 11월 인플레이션과 시장, 시장경제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화폐가치를 1000분의 1로 낮추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김정일은 화폐개혁을 통해 사회주의계획경제의 정상화를 도모하려 했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後爆風)에 시달려야 했다. 화폐개혁 직후 쌀 1kg은 강제적으로 국정가격인 44원(새 화폐가치 기준)에 거래되었다. 하지만 2010년 1월에는 120원, 2011년 1월에는 1800원, 2011년 11월에는 3800원으로 상승했다.
삶의 질 저하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1950년대와 60년대 경제성장기를 거친 북한경제는 1970년대 정체기(停滯期)와 1980년대 침체기(沈滯期)를 경험한 후 1990년대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북한사회주의체제가 갖고 있는 비효율성, 북한의 독특한 경제관리체제에서 오는 정책적 모순, 그리고 북한정치체제가 갖는 경직성과 정치우선주의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구조적 모순의 산물이다. 그 결과 북한주민의 삶의 질(質)도 크게 떨어졌다.
1995~97년 대아사 기간 후 영아사망률은 24.3명에서 27.4명으로 증가했고, 기대수명은 줄어들었다(남: 65.4→64.9세, 여: 72.5→71.7세).
김정일 1인 독재 17년 동안 식량을 찾아 국경을 넘는 식량난민이 폭증하였다. 지금도 식량난민은 20만~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입국자도 2만3000명을 넘어섰다.
식량난은 북한군 병력충원에도 적지 않은 문제를 초래했다. 김일성 시절, 북한군은 군인들의 평균체중 62.5kg을 목표로 배급을 실시했었다. 대아사 기간을 거친 직후 북한군의 평균체중은 43.5kg으로 집계되었다.⊙
